“왜 그러세요?” 박한빈은 차에 앉아 움직이지 않은 채 안색이 창백해져 있었다. 그의 모습을 발견한 성유리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지만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성유리의 목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그녀를 쳐다본 박한빈은 갑자기 차를 돌렸다. 박한빈이 미친 듯한 속도로 운전하기 시작하자 성유리는 무언가 심각한 일이 일어났음을 직감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전벨트를 단단히 잡은 채 앞만 주시했다. 박한빈은 본가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본가가 한바탕 소란으로 뒤덮인 모습이 보였다. 집 안에서는 도우미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거실 한가운데 서 있던 김난희는 가슴을 치며 분노를 터뜨리고 있었다. “아이고, 내 팔자야! 이래서 내가 저런 여자를 집에 들여서는 안 된다고 했던 거야! 한두 번도 아니고 몇 번째야? 이젠 우리 박씨 가문 전체를 지옥으로 끌고 가려는 거냐!” 성유리는 발걸음을 뚝 멈추고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박한빈은 그녀를 뒤로한 채 서둘러 2층으로 뛰어 올라갔고 그의 발걸음은 평소와 달리 아주 다급했다. 그런 모습은 성유리에게도 낯설었다. 곧 의사와 구급차가 도착했고 잠시 후, 박한빈은 피투성이가 된 김서영을 안고 내려왔다. 김서영의 흰색 원피스는 온통 피로 물들어 있었는데 성유리는 그 모습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두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메스꺼움에 사로잡혀 그대로 화장실로 달려가 모든 것을 토해냈다. 그날은 입동 날이었다. 금성 사람들에게 입동은 한 해의 추위를 대비하기 위해 보양식을 먹고 술빚은 경단을 나눠 먹으며 가족들과 함께하는 중요한 날이었다. 하지만 그날, 김서영은 과도로 자신의 복부를 찔렀고 의사는 칼이 20cm 깊이까지 들어갔다고 말했다. 성유리는 그녀가 얼마나 강한 결심을 했기에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도무지 상상할 수 없었다. 김서영이 찌른 곳은 복부 중에서도 자궁에 가까운 자리였다. 그녀가 방금 전, 성유리에게 했던 말을 떠올리자 성유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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