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Kabanata 381 - Kabanata 390

591 Kabanata

제381화

박한빈의 시선은 한동안 유아용품점에 머무르다 결국 성유리를 따라 차에 올라탔다. 아직 박한빈이 운전석에 제대로 앉지도 못했지만 성유리는 보기도 싫다는 듯 몸을 휙 돌리며 창밖만 쳐다봤다. 성유리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까지 박한빈은 보고 있었지만 가만히 있었다. 차가 그렇게 한참을 달리자 성유리가 먼저 박한빈에게 말을 걸었다. “이제 저 안 가둬두시면 안 될까요? 걱정마세요. 저도 아이한테 해를 입히는 행동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으니까. 계속 생각해 봤는데 아이는 죄가 없잖아요.” “박한빈 씨가 계속 저를 감금한다면 안 아프던 곳도 아파질 것 같아서요.” 성유리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박한빈과 상의를 하려는 듯 말했다. “집에 있기 싫으면 안 있어도 돼. 앞으로 매일 너랑 같이 회사로 가면 되니까.” 박한빈의 대답에 성유리가 황당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농담하는 거 아니야.” 마치 자신이 어떤 말을 할지 예상이라도 한 듯한 박한빈에게 성유리가 물었다. “회사의 기밀이나 중요한 서류, 혹은 문서들을 제가 훔치면 어떡하시려고요?” 성유리의 물음에 박한빈은 그저 웃기만 했다. 그 웃음에 담긴 의도를 그녀는 잘 알고 있다. 절대 박한빈은 자신을 경쟁상대로 봐주지 않는다는 것을. 두 사람의 관계 때문이 아니더라도 박한빈이 보기엔 성유리가 아직 자격이 없어 보일 수도 있다. 그에게 성유리는 지금 자신이 키우는 반려동물이나 식물로 보일 것이다. 성유리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생각하다 고개를 돌려 박한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좋아요. 그럼 앞으로 회사로 같이 출근하죠.” ... 전에 박한빈이 성유리를 들쳐 업고 회사로 온 다음부터 직원들은 그녀의 등장에도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박한빈도 성유리를 완전히 방어하지 않는지 그녀가 소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그는 다른 사람과 업무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박세빈에 대한 조정도 이미 내려온지라 그는 요즘 전 대표와 함께 연성에서 인주 프로젝트를 새롭게 준비하고 있다. 제일 관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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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2화

성유리의 힘은 많이 세지 않았지만 박한빈은 갑작스러운 그녀의 스킨십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성유리를 바라보며 물었다. “왜 그래?” “어디 나가시려고요?” 성유리가 되물었다. “응. 건설 현장 쪽에 가보려고. 넌 지금 현장에 가면 안 될 것 같으니까 혼자 여기서 쉬고 있어.” “근데 저 너무 심심한데요. 영화라도 보고 싶어요.” 성유리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아이패드나 컴퓨터라도 주세요.” 박한빈은 아무 대답도 없이 가만히 성유리만 내려다보았다. 날카로운 그의 눈빛은 마치 성유리의 몸을 관통하려는 것 같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박한빈의 시선에 성유리가 숨이 막혀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박한빈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성유리에게 대답해 줬다. “그래. 노트북 가져다줄게.” 박한빈은 바로 방 밖으로 나가 노트북 하나를 성유리에게 가져다줬다. 성유리는 한눈에 그 노트북이 박한빈이 평소에 사용하던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봤다. “여기서 웬만한 건 다 볼 수 있을 거야.” 박한빈은 노트북을 성유리에게 건네며 계속 말했다. “비밀번호는 똑같아. 유리 네 생일이야. 근데 너무 오래 보지는 마.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 “네.” 순순히 자기 말을 따르는 성유리를 박한빈은 한동안 가만히 바라보다 뒤돌아 방을 떠났다. 서훈은 이미 밖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매일 들고 있던 노트북이 없어진 사실을 발견하고는 조심스레 물었다. “박 대표님, 노트북 안 챙기십니까?” “유리한테 줬습니다. 새로운 데이터 하나 준비해 주세요.” 박한빈의 대답에 서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지만 대표님, 그 안에는 중요한 데이터들이 가득하지 않습니까?” “저도 압니다.” 박한빈은 여전히 무덤덤한 말투로 대답했다. 이내 두 사람은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라탔고 박한빈은 굳게 닫힌 사무실 문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그의 손에는 아직 결혼반지가 끼워져 있었고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여전히 빛났다. 하지만 박한빈은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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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화

그러나 성유리는 애써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며 자세를 바꿔 잠을 청했다. 커튼까지 쳐져 있어 휴게실 안은 어두컴컴했기에 예상은 했지만 눈을 뜬 순간 성유리는 깜짝 놀랐다. “꺅!” 그녀의 비명에 그도 놀랐는지 뒤로 물러섰더니 휴게실 조명을 켜며 말했다. “나야.” 낮은 박한빈의 목소리에 성유리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금방 돌아왔는데 네가 너무 잘 자고 있어서 안 깨웠어.” 박한빈이 놀란 성유리를 진정시키며 계속 말했다. “배 안고파? 뭐 먹고 싶어?” 성유리는 목구멍까지 차오른 욕설을 꾹 참으며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뗐다. “배 안 고파요.” “케이크 하나 사 왔어.” 그녀가 이럴 줄 알았다는 듯 박한빈이 먼저 말했다. “저번이랑 같은 집에서 샀는데 이번엔 초콜릿 맛이야. 먹어볼래?” 박한빈은 주섬주섬 케이크를 꺼냈지만 성유리는 케이크를 보자 그날 밤이 떠올라 속이 메슥거렸다. 그날을 생각할 때마다 성유리는 자기 자신이 멍청하고 우스웠다. ‘박한빈 같은 사람을 철석같이 믿고 안쓰러워하다니... 내가 미쳤지.’ “별로 먹고 싶지 않은 거야?” 박한빈이 성유리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그날 네가 케이크를 너무 잘 먹어서 좋아하는 줄 알고 샀는데 네가 안 좋아할 줄은 몰랐네.” 무슨 영문인지 성유리는 그의 말이 마치 자신을 시험하는 것 같았다. 도대체 뭘 알아차린 건지, 아니면 그냥 단순하게 성유리의 태도를 알고 싶은 건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성유리는 한참을 침묵하다 천천히 대답했다. “깬 지 얼마 안 돼서 케이크부터 먹으면 너무 물릴 것 같아서요.” “그래? 그럼 먹고 싶은 거 있어? 내가 다른 사람한테 부탁하면 돼.” 성유리가 박한빈의 말에 고민하다 말했다. “쫄면이요. 먹어도 돼요?” 박한빈은 피식 웃음을 터뜨리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뗐다. “돼.” 그는 바로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쫄면을 사 오라고 부탁했고 행여나 성유리 입맛에 맞지 않을까 봐 여러 곳에 들러 하나씩 사 오라는 말도 보탰다.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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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화

박한빈의 목소리는 지극히 평온하고 담담했다. 마치 성유리에게 슈퍼에 가서 아무거나 하나 사 오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그러나 성유리의 표정은 순식간에 변해갔고 한참 동안 침묵하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상황이... 그렇게 심각한 거예요?” “응. 마침 그 사람이 너한테 못되게 굴었던 적 있잖아? 이번에 겸사겸사 복수도 해주는 셈이지.” 성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박한빈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계속 말했다. “너 설마 그 사람한테 정이라도 남은 건 아니겠지?” “아니에요.” 성유리는 여전히 평온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냥... 조금 의외일 뿐이에요.” “그래. 그런 사람은 사실 동정할 가치도 없어.” 박한빈이 대꾸하며 케이크 상자를 열었지만 성유리가 손도 대지 않자 그는 스스로 한 숟가락을 떠 입에 넣었다. 성유리가 박한빈의 행동을 지켜보는 사이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했다. “음, 나쁘지 않은데.” 박한빈은 다시 한 숟가락을 떠 그녀에게 건네며 물었다. “한번 먹어볼래?” 성유리는 케이크 냄새에 약간 불편한 기색을 보였지만 결국 케이크를 먹으려고 입을 벌렸다. “맛있어?” 박한빈의 입가엔 미소가 한층 깊어졌다. 성유리는 억지로 먹더니 맛을 느낄 틈도 없이 빠르게 넘겨버렸다. 그러나 박한빈이 끈질기게 맛을 물어보자 대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괜찮은 것 같아요.” 박한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다음에 이걸로 다시 사 줄게.” 그는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 말을 이어갔다. “아참, 아침에 봤던 그 유아용품 가게 있잖아. 저녁에 한 번 들러서 구경해볼까? 필요한 것도 좀 사두고. 아직 이른 감은 있지만 앞으로 바빠질 수도 있으니까 시간 있을 때 같이 다녀오는 게 좋을 것 같아.” 성유리는 고개를 숙이고 잠시 머뭇거리다 결국 박한빈의 의견을 따르기도 결정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박한빈은 무슨 말을 더 말하려 했지만 순간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 소리에 성유리의 시선이 자연스레 휴대폰 화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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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5화

박한빈은 이런 일상이 그저 달콤한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만약 가능하다면 그는 이 “꿈”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았다. 시간은 어느덧 빠르게 흘러 눈 깜빡할 사이에 금성의 계절은 겨울이 되었다. 입동 날, 김서영은 성유리에게 전화를 걸어 저녁에 박씨 본가로 와 밥 한 끼 같이 먹자고 말했다. 성유리가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김서영은 행여 그녀가 거절할까 이런 말을 보탰다. “맞다. 임신했다고 했지? 할머님도 네 임신 사실을 듣고 얼마나 좋아하시던지... 게다가 너희들 꽤 오랜 시간 집에 안 돌아오지 않았니?” “오고 싶지 않으면 안 와도 돼. 내가 도연제로 갈게. 할머님 마음도 내가 가서 대신 전하마.” 김서영은 겉으론 성유리를 배려하는 것 같아보였지만 사실 그녀에게 거절할 이유도, 여지도 주지 않고 있다. 성유리는 입술을 오므리고 고민하다 결국 김서영의 말에 따랐다. 박한빈이 회의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성유리는 이 소식을 전했다. 그러자 박한빈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물었다. “네가 된다고 했어?” “네.” “알았어. 그럼 저녁에 같이 가자.” 박한빈은 대답하며 청첩장 하나를 꺼내 성유리에게 건네더니 말을 이어갔다. “금방 받은 거야. 봐봐.” 성유리는 아무 생각 없이 청첩장을 열어보았고 익숙한 누군가의 웨딩사진을 보고는 넋을 잃었다. 신랑 자리에 있는 이름은 바로 연정우. 그리고 그 옆에는 낯선 여인이 서 있었다. “정말 효자더라.” 박한빈은 창백해지는 성유리의 낯빛을 쳐다보다 말했다. “그 옆에 있는 여자가 누군지 알아?” 성유리가 대답을 차마 하지 못하자 박한빈이 하려던 말을 계속해 나갔다. “유 비서실장님 딸이야.” 박한빈의 말에 성유리는 청첩장을 닫아버리며 물었다. “그래서요?” “나는 그저 이 소식을 너한테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야. 결혼식 당일에 우리 둘이 같이 참석할까?” 성유리는 어떤 대답도 없이 청첩장을 박한빈에게 다시 버리듯 건네고는 뒤를 돌았다. 박한빈은 그녀의 뒷모습과 손에 들린 청첩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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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6화

김난희는 박한빈에게 할 말이 있는 듯했지만 결국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김서영이 몸을 일으키며 성유리에게 말했다. “유리야, 마침 나도 선물을 준비했어. 근데 위에 있어서 우리 둘이 같이 올라가야 할 것 같은데?” 그렇게 두 사람은 위층에 있는 서재로 발걸음을 옮겼다. “자.” 서재에 들어가자마자 김서영은 손에 들고 있던 봉투를 성유리에게 건넸고 그녀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일단 봉투를 받아 들었다. 봉투를 열어보니 안에는 수표 한 장과 메모지 하나가 들어 있었는데 메모지에는 항공편 정보가 적혀 있었다. 성유리의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채로 급히 김서영을 쳐다보며 물었다. “이건...?” “내 개인 비행기야. 티켓은 이미 예약해 뒀어.” 김서영이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목적지는 한성인데 거기 도착하면 차를 타고 다른 곳으로 가도 되고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말해. 내가 따로 준비해 줄게.” 김서영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또렷하게 들렸지만 성유리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해 멍해졌다. “떠나고 싶지 않니?” 그러자 김서영이 또다시 물었다. “이제 성리 그룹 일은 다 정리됐잖아. 여기서 너를 붙잡을 이유도 없어졌으니 가도 돼.” “하지만...” “걱정하지 마. 한빈이 쪽은 내가 알아서 할게. 네가 떠나는 걸 막지 못하게 할 거야.” 그제야 김서영의 의도를 알아챈 성유리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대체 뭘 하시려는 거예요?” 성유리는 입술을 꽉 깨물더니 다시 말했다.“저는 어머님과 박한빈 씨 사이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건 저와 그 사람 사이의 일이에요. 다른 분이 끼어드는 건 바라지 않아요.” 말을 마친 성유리는 봉투를 김서영에게 다시 내밀었다. 김서영은 봉투를 내려다보더니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그러나 곧 다시 웃음을 띠며 대답했다. “그래. 그게 네 선택이라면 내가 관여하지 않을게. 근데 명심해.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거야.” “사모님.” 성유리가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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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화

“그리고 박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야. 내가 왜 꼭 박세빈을 받아들여야 하니? 내가 이곳에 머물며 내 인생을 낭비한 이유는 한빈이가 모든 것을 물려받게 하기 위해서였어. 그런데 어르신께서 박세빈을 받아들이라고 협박까지 하더라.” “내가 도대체 왜 받아들여야 해? 지금 내 미래는 망가졌고 과거는 부정당했어. 그중 일부는 박한빈 때문이고. 네 말대로 내가 걔 친어머니라는 걸 기억하고 있다면 걔는 과연 내가 누군지 기억하고 있을까?”김서영의 말이 길어질수록 눈은 점점 붉어졌고 몸도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성유리의 기억 속에서 그녀는 언제나 단정하고 우아한 사람이었다. 그 많은 시간 동안 성유리는 김서영을 보며 딴 세상에 있는 사람 같다고 느꼈다. 마치 유리 진열장 속에 앉아 있는 완벽하지만 비현실적인 사람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성유리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김서영 역시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유리창”이 산산조각 나는데도 김서영은 맨발로 그 유리 위를 걸어 성유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의 발은 이미 피투성이가 되었고 김서영은 지금 분노와 슬픔이 뒤섞인 모습을 하고 있다.성유리는 갑작스러운 김서영의 모습에 그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바로 그때, 아래층에서 소란을 들은 박한빈이 서재로 올라왔다. 그는 김서영의 모습을 보고 잠시 멈칫했지만 곧 성유리에게 다가가 그녀를 자신의 뒤로 보호하듯 감싸더니 화가 나 있는 김서영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김서영은 성유리를 바라보던 시선을 천천히 돌려 박한빈을 응시했다. 하지만 박한빈의 시선은 이미 바닥에 떨어진 물건들로 향해있었다. 버려진 수표와 항공편 정보가 흩어져 있었고 그는 그 물건들을 보며 비웃듯 말했다. “이게 성유리에게 주려던 선물인가요? 참 열과 성을 다하셨네요.” “물론이지.” 김서영은 박한빈을 보자 정신이 든 듯 다시 평소의 우아함을 되찾았고 부드럽게 미소까지 지으며 대답했다. “내가 알기론 유리가 가장 원하는 게 바로 이거니까.” “그래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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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화

“어머님 상태가 이상해요.” 차에 타자마자 성유리가 먼저 박한빈에게 말을 걸었지만 박한빈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성유리는 익숙한 듯 스스로 말을 다시 이어갔다. “그리고 보니까 할머님이 뭔가 알고 계신 것 같아요. 박세빈 씨 일은 절대 그렇게 간단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한빈은 여전히 침묵했고 그의 냉담한 태도에 성유리는 언짢아져 미간을 찌푸렸다. 비록 성유리도 지금 속으로는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스스로에게 되뇌고 있었다. 자신도 지금 행복하지 않은 만큼 박한빈이 고통받는 것도 당연한 일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조금 전 김서영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자 마음이 많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성유리가 침묵하는 박한빈에게 뭔가 더 말하려는 순간, 박한빈이 먼저 입을 열었다. “왜 어머니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은 거지?” 그의 물음에 성유리는 멍해졌다. 박한빈은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은 채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따지듯 물었다. “어머니가 준비해 준 모든 물건들 왜 받아들이지 않은 건데?” 요 며칠 동안 그들 사이엔 이상할 정도로 평온한 분위기가 지속되었다. 그 평온함은 마치 얼마 전의 치열했던 갈등과 증오가 단지 꿈속에서 벌어진 일 같았다. 그래서 두 사람은 그 누구도 먼저 며칠 전의 일을 언급하지 않았다. 최근 성유리는 지화그룹의 사무실을 자주 드나들었고 그곳에서 적잖은 사람들이 그녀와 박한빈의 관계를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성유리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별다른 감흥이 없었고 지속적인 거짓말이 반복되다 보니 어느 순간 자신도 그게 사실이라고 믿게 된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오늘 밤, 박한빈은 더 이상 가식적인 태도를 유지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는 여전히 운전석에 앉아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성유리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차 안은 고요했고 창밖에서 흔들리던 나뭇잎들마저 멈춰 적막을 더했다. 모든 것이 지나치게 조용해서 성유리는 서로의 숨소리마저 선명하게 들릴 지경이었다. “나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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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9화

“제가 정말 사모님의 계획대로 떠난다면 그건 박한빈 씨한테는 엄청난 배신이 되는 거 아닐까요?” “그리고 지금 박세빈 씨가 당신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빈 씨 혼자 이런 걸 감당하게 놔두는 게 마음에 걸려서요. 그러니까 제가 정말 떠나더라도 지금은 아닐 거예요.” 성유리는 참아왔던 말들은 숨도 쉬지 않고 단숨에 쏟아냈다. 그녀의 눈은 박한빈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고 뜨겁진 않았지만 진지하고 담담했다. 박한빈은 잠시 성유리와 눈을 맞추고 있다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는데 이번에는 진짜 웃음이었다. 그의 입꼬리가 잔뜩 올라가면서 눈가와 얼굴 전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그 표정은 박한빈의 잘생긴 얼굴을 더욱 돋보이게 했고 성유리는 그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그 순간, 박한빈이 갑자기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감싸더니 그대로 입을 맞췄다. 밀폐된 차 안에서 부드럽고 따스한 입맞춤은 한겨울의 추위마저 잊게 만들 정도로 따스하고 포근했다. 사실, 요즘 둘 사이가 평화롭긴 했지만 그 이상의 친밀한 행동은 없었다. 그러나 방금 성유리가 한 말이 박한빈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그 말들은 마치 따스한 햇살처럼 박한빈의 시린 가슴을 감싸주는 것 같았고 작은 구석 하나하나까지 따스함으로 채워 넣는 것 같았다. 박한빈은 성유리가 자신에게 아직 완전히 솔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제는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녀가 자신의 곁을 떠나기를 거절한 그 순간부터 이유가 무엇이든 그건 상관없었다. 그가 중요하게 여기는 건 오직 결과뿐이었다. 결과적으로 성유리는 여기에 남기로 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런 생각들이 박한빈의 감정을 더욱 통제할 수 없게 만들었다. 성유리는 그의 감정이 전해져 오는 듯 호흡이 가빠졌고 본능적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손으로 박한빈을 밀어내려 했다. 그제야 박한빈은 자신의 행동을 깨달은 듯 서서히 몸을 물렸는데 여전히 성유리와 가까운 거리에서 이마를 그녀의 이마에 맞댄 채 그녀를 응시했다. 그의 뜨거운 시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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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화

“왜 그러세요?” 박한빈은 차에 앉아 움직이지 않은 채 안색이 창백해져 있었다. 그의 모습을 발견한 성유리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지만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성유리의 목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그녀를 쳐다본 박한빈은 갑자기 차를 돌렸다. 박한빈이 미친 듯한 속도로 운전하기 시작하자 성유리는 무언가 심각한 일이 일어났음을 직감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전벨트를 단단히 잡은 채 앞만 주시했다. 박한빈은 본가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본가가 한바탕 소란으로 뒤덮인 모습이 보였다. 집 안에서는 도우미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거실 한가운데 서 있던 김난희는 가슴을 치며 분노를 터뜨리고 있었다. “아이고, 내 팔자야! 이래서 내가 저런 여자를 집에 들여서는 안 된다고 했던 거야! 한두 번도 아니고 몇 번째야? 이젠 우리 박씨 가문 전체를 지옥으로 끌고 가려는 거냐!” 성유리는 발걸음을 뚝 멈추고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박한빈은 그녀를 뒤로한 채 서둘러 2층으로 뛰어 올라갔고 그의 발걸음은 평소와 달리 아주 다급했다. 그런 모습은 성유리에게도 낯설었다. 곧 의사와 구급차가 도착했고 잠시 후, 박한빈은 피투성이가 된 김서영을 안고 내려왔다. 김서영의 흰색 원피스는 온통 피로 물들어 있었는데 성유리는 그 모습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두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메스꺼움에 사로잡혀 그대로 화장실로 달려가 모든 것을 토해냈다. 그날은 입동 날이었다. 금성 사람들에게 입동은 한 해의 추위를 대비하기 위해 보양식을 먹고 술빚은 경단을 나눠 먹으며 가족들과 함께하는 중요한 날이었다. 하지만 그날, 김서영은 과도로 자신의 복부를 찔렀고 의사는 칼이 20cm 깊이까지 들어갔다고 말했다. 성유리는 그녀가 얼마나 강한 결심을 했기에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도무지 상상할 수 없었다. 김서영이 찌른 곳은 복부 중에서도 자궁에 가까운 자리였다. 그녀가 방금 전, 성유리에게 했던 말을 떠올리자 성유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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