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Chapter 371 - Chapter 380

591 Chapters

제371화

성유리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제가 이 아이를 원한다고 했어요? 박한빈 씨, 제가 분명히 말해두는데 당신한테 절 묶어둘 기회는 절대 주지 않을 거예요. 박한빈 씨가 나가는 순간 전 당장 이 아이를 없앨 거라고요!” 박한빈은 자신의 마음이 이미 충분히 차갑고 단단하다고 생각했었다. 어젯밤과 오늘 아침, 그토록 행복했던 자신이 지금 얼마나 우스워 보이는지도 깨달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한빈는 자신이 아직 충분히 단단해지지 않았다는 걸 발견했다. 그렇기에 지금도 성유리의 말에 충격과 슬픔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아직도 성유리가 처음으로 눈물을 흘리던 순간을 기억하고 있었다. 병실 침대에 혼자 앉아 있던 그녀는 두 사람의 첫 아이를 잃었고 그날 펑펑 울었었다. 성유리는 훌륭한 어머니가 될 거라고 박한빈은 늘 확신해 왔다. 그녀가 자신의 아이를 얼마나 간절히 원했는지도 잘 알고 있다. 예전에 보육원 행사에 참여했을 때, 박한빈은 그녀가 조용히 아이들을 위로하던 모습을 직접 보았다. 그토록 따뜻한 표정을 보던 박한빈은 좀처럼 그녀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그토록 원했던 아이를 없애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박한빈은 천천히 그녀를 돌아보았고 성유리는 마치 자신의 말이 진짜임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즉시 부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깜짝 놀란 박한빈은 곧바로 뒤따라가 뒤에서 성유리를 와락 끌어안았다. “놔요! 박한빈, 이 미친놈! 손 떼라고! 제가 그랬죠? 당신이 오늘 저를 막아도 소용없어요. 전 이 아이를 원하지 않아요! 제 몸은 제 거예요. 저한테는 아이를 낳을지 말지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요! 당신이 도대체 무슨 권리로 절 속인 거죠? 처음부터 끝까지 박한빈 씨는 절 존중하지 않았잖아요!” “이게 무슨 사랑이에요? 누가 사랑하는 사람한테 아이를 강요하냐고? 저도 이 아이를 사랑할 수 없어요!” 미쳐 날뛰는 성유리를 보고도 박한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대신 그녀를 품에 안고 침실로 향했더니 침대 위에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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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2화

그날 하루, 성유리는 자신이 어떻게 버텼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박한빈이 보낸 사람이 오긴 했지만 그들에겐 수갑을 풀 수 있는 열쇠가 없었다. 수갑 한쪽은 그녀의 손목에, 다른 한쪽은 침대 헤드보드에 걸려 있었다. 그렇기에 성유리는 하루 종일 꼼짝없이 침대 위에 갇힌 채로 지내야만 했다. 그녀는 지금 자기가 마치 침대 위에 갇힌 짐승처럼 느껴졌다. 농촌에서 키우는 돼지나 소 말이다. 자기 생각은 아무런 의미도 없어 보였고 결국 자기는 단지 하나의 도구일 뿐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모님, 뭐라도 조금 드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옆에서 누군가의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성유리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고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난감해진 가사도우미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은 뒤, 조용히 방을 나갔다. 성유리는 그들이 나가고 나서도 그대로 침대에 누운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아래층에서 익숙한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성유리가 수도 없이 들어 너무도 익숙한 소리였다. 언젠가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녀의 가슴은 벅차올랐지만 행여나 남들이 눈치챌까 봐 감추기까지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그 소리를 들은 순간, 성유리의 마음엔 차가운 한기만이 가득 머물렀다. 곧이어 문밖에서 박한빈과 가사도우미가 대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도우미는 성유리가 물 한 모금조차 마시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고하는 듯했다. 박한빈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고 조용히 음식을 들고 직접 방으로 들어왔다. 성유리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일어나서 좀 먹어.” 박한빈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갑고 딱딱하게 들렸다. 성유리는 그의 말에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그러자 박한빈은 비웃듯 말을 이어갔다. “네가 이러면 내가 어쩔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 똑똑히 말해두지만, 네가 아무리 굶어도 난 널 침대에 묶어놓고 매일 영양제를 맞게 할 수 있어. 아이가 태어날 시간이 되면, 바로 제왕절개 수술을 받게 만들 거고.”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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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화

“박한빈 씨는 심지어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도 아니었잖아요. 당신은 그저... 이익을 위해서였잖아요.” “그러니까 당신은 정우보다 못한 사람이에요. 당신은 절대로 걔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요.” 사실 성유리는 연정우를 깊이 사랑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가장 약했던 순간에 연정우가 구세주나 백마 탄 왕자님처럼 나타났을 뿐이다. 성유리는 그런 연정우에게 믿음직함과 호감을 느꼈다. 그래서 그가 손을 내밀었을 때 자연스럽게 그의 손을 잡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박한빈의 반복된 방해는 오히려 성유리가 연정우에 대한 감정을 더 깊게 만들었다. 아니, 어쩌면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저 복수를 위해서라도 연정우를 좋아하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성유리의 말이 끝나자 박한빈의 안색은 순식간에 더 어두워졌다. 그는 이를 악물었고 성유리의 턱을 쥔 손에 힘이 더해져 손가락 마디까지 하얗게 질렸다. 그러다가 갑자기 실성한 사람처럼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그래? 그럼 두고 봐. 며칠 안에 내가 연정우를 내 앞에 무릎 꿇리고 눈물로 빌게 만들 수 있다는 걸 말이야. 어때? 그 꼴 한번 구경해보지 않을래? 네가 그 모습을 보고도 계속...” “그래도 전 정우를 계속 좋아할 거예요. 박한빈 씨가 그러면 오히려 더 많이 좋아하게 될지도 몰라요.” 성유리는 그의 말을 단호히 끊어버렸다. “결국 제가 정우를 망쳤으니까 잘못한 건 저예요. 걔는 나 같은 사람을 좋아해서는 안 되는 거였어요.” “제가 정우한테 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다만...” 성유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한빈은 몸을 기울여 그녀의 입술을 막았다. 아니, 정확히는  그녀의 입술을 힘껏 깨물었다. 그 순간, 그는 그녀를 통째로 삼켜버리고 싶었다. 뼛속까지 부숴서 그녀가 더 이상 이런 말을 하지 못하도록. 박한빈은 힘을 아끼지 않았고, 성유리도 마찬가지였다. 둘은 마치 서로를 물어뜯는 야수처럼 서로를 처절하게 파괴하려고 했다. 피비린내가 입안에 퍼지기 시작하자 결국 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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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4화

급하게 멈추는 차의 브레이크 소리가 마당에 울려 퍼졌다. 집사가 바로 밖으로 달려 나갔고 차에서 내리는 사람을 보자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도련님, 이 시간에 웬일이십니까?” 그의 말을 들었음에도 박한빈은 그를 무시한 채 곧장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박한빈의 어두운 표정에 집사는 순간 당황했지만 무의식적으로 말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빠르게 그의 뒤를 따라가며 막아섰다. 그러자 박한빈이 단호하게 소리쳤다. “비키세요!” 평소 차분하고 온화한 모습을 유지하던 박한빈이 이렇게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처음이었다. 갑작스러운 고함에 집사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김서영은 소란스러운 소리를 듣고 계단 아래로 내려왔지만 표정은 여전히 평온했다. “왔니?” 박한빈은 아래에서 그녀를 올려다보며 대꾸했다. “보아하니 내가 올 걸 알고 있었네.” 이 순간, 그는 김서영에게 존댓말조차 쓸 생각이 없었다. 김서영은 그런 걸 개의치 않는지 뒤를 돌며 말했다. “들어가자, 서재로.” 박한빈은 말없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 서재 문이 닫히고, 넓은 공간에는 둘만 남았다. “오늘 성유리에게 무슨 말을 했죠?” 박한빈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별말 안 했어.” “허허” 박한빈은 김서영을 잔뜩 비웃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전 이해가 안 되네요. 제가 그렇게 미우세요? 제가 잘되는 꼴을 보기 싫은 겁니까? 모성애라는 게 이기심 없이 위대한 거라던데 당신한텐 그런 게 전혀 보이지 않네요.” “다른 어머니들처럼 희생하라는 말은 안 할게요. 제가 당신에게 뭘 바랄 일은 없으니까. 그런데 이제 겨우 제가 원하는 걸 이루려는 찰나에 왜 그걸 끊어놓으려는 겁니까?” 박한빈이 말을 끝내자, 김서영은 잠시 침묵했다.그는 그녀가 무언가 찔리는 게 있어서 그러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내, 김서영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런 질문, 나도 전에 너한테 했던 적이 있지.” “아, 그래서 아직도 진성민 씨 일로 절 원망하는 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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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5화

그녀는 말을 하며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띠웠다. 그 눈빛은 박한빈을 보는 것 같으면서도, 그를 통해 다른 누군가를 떠올리는 듯했다. 박한빈은 김서영의 표정을 보고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결국 어머니는 박세빈 편도 아니고 내 편도 아니란 거네요.” 상대방은 그의 말에 더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박한빈은 답을 알 수 있었다. 박한빈은 김서영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으려는 듯 냉정히 뒤를 돌았다. “그렇다면 이제 일은 간단해지겠네요.” 그가 오늘 이곳에 온 이유는 단 하나, 답을 얻기 위해서였다. 사실 박한빈은 마음 한구석에 아주 조금의 기대를 품고 있었다. 어머니가 자신을 위해서라고, 혹은 성유리와 더 솔직해지게 하려고 그랬다고 변명이라도 해준다면 설령 그런 변명이 억지스럽고 우스꽝스러워 보인다 해도 그는 믿으려고 애썼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거짓말조차 하지 않았고 그 순간, 박한빈은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망설임마저 사라졌다. 어머니라는 존재는 박한빈의 삶에서 낯설고 무의미했지만 “적”이라면 다룰 방법은 명확했다. 어차피 그는 어릴 적부터 늘 혼자였으니까, 익숙한 일이었다. 박한빈은 다시 차를 몰고 도연제로 돌아갔다. 의사는 이미 와 있었고 그는 성유리에게 진정제를 투여했다고 말하며 지금은 수액을 놓고 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의사는 이런 말을 조심스레 덧붙였다. “지금 환자분은 임신 중입니다. 이렇게 극심한 감정 변화는 아이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산모와 아이 모두 위험합니다.” 의사의 걱정스러운 말에도 불구하고 박한빈은 무표정한 얼굴로 듣기만 했다. “알겠습니다.”의사는 박한빈의 짧은 대답에 더 이상 할 말을 찾지 못한 듯 대화 주제를 돌렸다. “도련님, 손에 난 상처는... 치료가 필요하지 않으신가요?” “필요 없습니다.” 박한빈은 의사 말에 거절 의사를 비추며 계단을 올라가려다 문득 멈춰 서더니 고개를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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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6화

성유리가 눈을 떴을 때도 그녀는 변함없이 침대에 묶여있었다. 이번에 묶인 손은 오른손이 아닌 왼손이었는데 성유리가 강렬히 저항하다 손목에 난 상처를 박한빈이 본 것 같았다. 그래서일까, 성유리의 손목을 묶고 있는 물건은 수갑이 아닌 넥타이였다. 하나에 몇십억씩 하는 값비싼 넥타이가 성유리의 손목을 묶는 도구로 쓰이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성유리는 묶이지 않은 오른손을 힘껏 뻗어 그 넥타이를 끊어버리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박한빈이 무슨 방법으로 넥타이를 묶었는지 성유리가 끊으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더욱 단단하게 묶였다. 성유리는 포기를 모르는 사람처럼 넥타이가 세게 묶이면 묶일수록 점점 이성을 잃더니 붉어진 두 눈으로 뜯어버리려고 했다. 한 손으로는 도저히 안 되겠는지 성유리는 이빨까지 동원해 넥타이와 “승부”를 봤다. 성유리가 저도 모르게 자기 살을 물어뜯어 입에 피까지 나고 있었지만 비싼 물건이라 그런지 넥타이는 아무런 손상을 입지 않았다. 퍽! 손으로도 안 되고 이로도 안 되자 성유리는 자기 손을 벽에 힘껏 내리치기 시작했다. 큰 소리에 가사도우미가 깜짝 놀라며 방 안으로 들어오자 성유리가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가위 내놔요!” 도우미는 성유리의 말에도 요지부동이었다. “박한빈이 월급을 얼마나 주는 거죠? 제가 그 두 배를 드릴 테니 빨리 가위 내놔요!” 귀를 찌를 듯이 날카롭게 소리를 지르는 성유리는 머리카락까지 풀어 헤쳐 정말 정신병자 같았다. 아니, 어쩌면 정말 정신에 문제가 생겼을지도 모른다. 성유리는 지금 박한빈 때문에 제정신으로 살 수가 없었다. 성유리가 아무리 악을 쓰며 소리를 질러도 가사도우미는 꿈쩍도 하지 않다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와 달래주기 시작했다. “사모님, 너무 흥분하지 마셔요. 의사 선생님께서 지금 임신 중이니 아이를 위해서라도 절대안정이 제일 중요하다고 하셨잖아요.” 도우미의 말에 벽에 손을 힘껏 내리찍던 성유리가 하던 행동을 멈췄고 고개를 뚝 떨구더니 이를 꽉 깨물었다. 미쳐버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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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7화

그러나 박한빈은 아무 내색도 안 하고 조용히 성유리에게 다가가 넥타이를 조금 풀어줬다. 두 사람의 손가락이 살짝 닿자 서로의 온기 대신 무궁무진한 한기만 느껴졌다. 성유리는 이미 익숙해져 아무렇지 않았지만 박한빈은 손을 움츠리더니 이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넥타이만 계속 만져댔다. “산부인과 가서 검사받아 보라면서요?” 성유리가 박한빈에게 계속 물었다. “언제 갈 건데요?” 박한빈은 아무 대답 없이 성유리를 내려다보았고 어제와는 확연히 달라진 그녀의 눈빛을 발견했다. ‘어제는 원망이 가득 찬 눈빛이었는데.’ 성유리의 물음에 박한빈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더니 대답했다. “나중에. 요즘 내가 좀 바빠서.” “저 혼자서도...” “안 돼.” 박한빈은 성유리의 말을 채 듣지도 않더니 몸을 숙여 그녀와 눈을 똑바로 맞추며 계속 대답했다. “원이야, 너도 알잖아. 이런 상황에 내가 너한테 자유를 주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그럼 언제까지 저를 여기에 묶어두실 건데요?” “네가 정말 진심으로 이곳에 남고 싶을 때까지.” 박한빈은 성유리의 볼을 살짝 쓰다듬으며 말했다. “지금 너는 날 속이고 있잖아. 난 다 알아.” “근데 괜찮아. 너한테 일일이 따지지 않을게. 난 단지 너한테 이럴 필요 없다고 말해주고 싶을 뿐이야. 왜냐하면 넌 절대 날 속일 수 없을 테니까. 알았어?” 성유리는 어떠한 대답도 없었지만 화가 나는지 입술을 부르르 떨었다. 박한빈은 이런 성유리의 모습에 흥미를 느꼈는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여기서 잘 쉬고 있어. 밥도 잘 먹고. 안 그러면 난 의사를 매일 불러 진정제 투여할 거야.” “너도 잘 알 텐데? 진정제도 결국 약물이니까 아이한테 큰 영향을 미칠 거야. 태어나면 기형아일 확률도 꽤 높고.” “걱정하지 마. 기형아라고 해도 난 낳으라고 할 거고 키울 거야. 최선을 다해 열심히. 근데 엄마라는 사람이 아이한테 문제가 생기면 마음이 아프지 않을까?” 성유리는 어제까지만 해도 후회막심했다. 크게 분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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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8화

박한빈은 인주 프로젝트를 박세빈에게 넘겨주는 것에 동의했다. 게다가 박한빈은 이사회에서 박세빈의 능력을 추켜세워 주는 말까지 했다. 마치 아주 사이좋은 형제처럼 말이다. 박세빈은 박한빈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눈치였지만 회의에서는 그저 미소만 지으며 수긍했다. 회의가 끝난 뒤, 박한빈은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갔고 그 뒤를 박세빈이 따랐다. “이게 다 인주 프로젝트 자료들이다. 전 대표님 쪽에서 이미 받아들였어. 경험도 많으시니 무슨 문제 생기면 나 말고 전 대표님께 물어봐.” “네. 감사합니다. 형님.” 박한빈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회사에서는 박 대표님이라고 불러.” “아! 네. 알겠습니다.” 이때, 성시원에게서 전화가 걸려 오자 박한빈은 박세빈에게 나가라는 손짓을 했다. “여보세요?” “한빈아.” 수화기 너머 성시원의 열정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요즘 많이 바쁘니?” 박한빈은 성시원의 목소리를 듣고 콧방귀를 꼈다. 당연히 성시원은 박한빈에게 공손하고 열정적인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박한빈이 사비로 성리 그룹의 큰 “구멍”을 막았기 때문이다. 만약 그게 아니었다면 성리 그룹은 정상적으로 파산 신청도 못 했다. 하지만 박한빈은 돈이나 재산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필경 그에게 있어 돈이란 그저 숫자에 불과하니까. 그리고 성유리와의 혼인도 성사했으니 박한빈은 그 돈을 결혼자금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지금 성리 그룹은 이미 지화 그룹의 부속 회사로 자리를 잡았지만 성시원은 요즘 매일같이 박한빈에게 전화를 걸어 새로운 자원이나 프로젝트가 있는지 물어봤다. 성시원이 말하는 새로운 자원은 요즘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었는데 기술적으로 필요한 문제가 많아 잘하는 집은 고작 몇 곳밖에 없었다. 나머지들은 그저 그들을 따라가며 남은 “찌꺼기”들을 주워 먹는 정도였으니 성시원이 이때 참여를 한다면 “찌꺼기”도 차려지지 않을 게 뻔했다. 박한빈은 성시원의 속셈을 알아차렸지만 별다른 말 없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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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9화

말을 마친 박한빈은 다시 통화를 끝내버리더니 망설이다 다른 누군가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저예요. 박한빈.” “그 싸구려 동생분이 요즘 또다시 슬슬 부활하려고 하던데요?” ... 성유리는 요 며칠 쭉 침대에만 머물렀다. 매일이다시피 침대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자기에 성유리는 이미 시간관념이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그녀는 도대체 자신이 얼마나 이 방에 갇혀있었는지 짐작조차 못 했다. 요즘 박한빈도 아침 일찍 외출하고 저녁 늦게 돌아오니 성유리는 그의 얼굴도 본 적이 없다. 어쩌면 박한빈은 성유리가 자신을 보고 싶지 않아 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녀 앞에 나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성유리는 박한빈이 산부인과도 가야 한다는 일을 잊어버린 줄 알았지만 어느 날 깨어보니 그가 넥타이를 풀어주고 있었다. “깼어? 마침 내가 오늘 시간이 좀 있어서 너 데리고 병원 가려고.” 박한빈이 다정한 말투로 말을 걸자 성유리는 멍해졌다. 그는 별다른 말도 없이 성유리를 묶고 있던 넥타이를 풀더니 그녀를 안고 아래로 내려갔다. 성유리는 그제야 정신이 들었고 자신의 몸에 닿아있는 박한빈의 손을 떼어내고 싶었지만 이를 꽉 깨물고 참아냈다. 박한빈도 그런 성유리의 표정을 발견했지만 그녀가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으니 그 또한 못 본척했다. 그가 말했듯이 아무리 어리석어도 상관이 없었다. 원한다면 박한빈을 속여도 그는 늘 하던 대로 할 생각이었으니까. 박한빈이 예약한 병원은 지화 그룹 명의로 돼 있는 개인 병원이었다. 의사에게 박한빈이 미리 말을 해놓았는지 그들이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성유리는 바로 검사실로 향할 수 있었다. 박한빈은 조용히 그녀의 옆을 지켰고 의사가 화면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입을 뗐다. “아이가 아주 잘 크고 있네요.” “여기 이곳에 아기가 있어요. 보이세요?” 성유리가 의사의 말에 고개를 돌려 화면을 보았지만 아기라는 존재는 너무나도 작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성유리는 곧 보이지도 않는 작은 아기라는 존재가 무럭무럭 클 것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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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0화

병원에서 나오자 박한빈은 성유리를 데리고 아침을 먹으러 향했다. 성유리는 이미 며칠 동안 밖에 못 나왔으니 햇살을 맞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잠시 박한빈과의 “거리”를 좁혔고 조용히 앉아 밥만 먹었다. “요즘 진무열 씨가 또 무슨 짓을 벌이는지 알아?” 박한빈이 밥을 먹는 성유리에게 갑자기 말을 걸었다. 그 물음에 잠시 주저하던 성유리가 박한빈에게 되물었다. “방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갇혀있었는데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성유리는 박한빈을 비꼬려는 의도가 가득했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 일을 벌인 시간이 고작 하루 이틀은 아닐 거야. 너 몰랐어?” “몰라요. 저도 무열이랑 연락을 안 해봐서.” “그렇군.” 박한빈은 성유리를 떠보듯 계속 물었다. “그럼 요즘 진무열 씨가 뭘 하려는지도 안 궁금해?” 성유리는 말없이 박한빈을 쳐다만 봤다. “요새 네 아버지를 꼬드겨 새로운 프로젝트에 가입시키려고 하더라. 이미 계획안 검토했는데 생각보다 잘 만들었더라고.” 성유리는 미간을 찌푸릴 뿐 여전히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30퍼센트의 수익률이라... 듣기만 해도 좋아 보이지?” 그때, 성유리가 문득 박한빈에게 말했다. “이거 사기 치는 거 아니에요?” 박한빈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역시. 넌 네 아버지보다는 똑똑한 사람이야.” “성 회장님은 지금 아무것도 없는 빈털터리나 마찬가지야. 진무열 씨가 회장님을 끌어들이는 게 어쩌면...” 성유리는 박한빈의 말을 경청하다 문득 무슨 생각이 났는지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박한빈 씨를 해하려고 그러는걸 까요?” 그녀의 물음에 박한빈은 웃으며 성유리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더니 대답했다. “응. 역시 우리 원이가 제일 총명하네.” 성유리는 그의 손이 스치는 것도 극도로 혐오스러웠지만 이를 꽉 깨물고 참았다. “나한테 공격을 하는 거야. 근데 이건 너무 티가 나서 나는 걸려들지 않을 거고. 성 회장님은... 내가 알아서 해결할까?” 성유리는 그제야 박한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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