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박한빈은 두 사람 사이의 대화가 이대로 끝났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때, 성유리가 갑자기 먼저 말을 꺼냈다. “고마워요.” ‘뭐가 고맙다는 걸까? 연정우를 대신해 고마워하는 걸까?’ 비록 박한빈의 처음 목적이 바로 그것이었지만 성유리의 입에서 직접 이 말을 들었을 때, 그의 가슴은 묵직한 무언가로 눌리는 듯했다. 박한빈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성유리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게 다야? 그냥 이렇게 끝낼 거야?” 성유리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조용히 박한빈을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눈동자는 촉촉했고 달빛이 더욱 밝아지며 성유리의 얼굴에 내려앉았다. 지금 박한빈의 눈에 성유리는 그 어떤 여자보다 더 예뻐 보였다. 박한빈은 말없이 그녀를 오랫동안 바라만 보다 천천히 손을 뻗어 성유리의 뺨을 쓰다듬었다. 참 이상한 일이었다. 두 사람은 이미 수없이 많은 사랑들을 나눴지만 이 단순하고 부드러운 동작 하나에 마치 전류가 흐르는 듯했다. 박한빈의 손끝에서 성유리의 피부로, 그리고 다시 그녀의 피부에서 박한빈의 마음속으로 흐르는 듯했다. 그는 손가락을 살짝 움츠렸고 성유리 역시 어색함을 느끼며 박한빈의 손을 밀어내려 했다. 하지만 그녀가 움직이기도 전에 박한빈은 고개를 숙여 성유리와 입을 맞췄다. 평소와 달리 박한빈의 키스는 부드러웠다. 입술을 살며시 물고 어루만지듯 말이다. 마치 성유리를 달래듯 그녀의 입술을 탐냈고 손은 여전히 그녀의 뺨에 머물러있었다. 손끝이 무심코 그녀의 귓불을 스치자, 성유리의 팔에 소름이 돋고 몸이 순간적으로 굳어버렸다. 그 틈을 타 박한빈의 혀가 성유리의 입술 사이로 쑥 들어갔다. 박한빈은 부드럽게, 그리고 또 천천히 성유리의 허리를 감싸며 키스했다. 그것은 욕망이나 다른 의도가 담긴 키스가 아니었고 그저 사랑으로 충만한 감정에 이끌린 키스였다. 마치 두 사람이 깊은 사랑을 하는 연인처럼 그저 자연스럽게 이어진 행위일 뿐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박한빈은 천천히 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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