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빈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디저트 가게 앞을 지나던 중, 갑자기 차를 멈췄다. 성유리는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짐작했지만 처음에는 말리지 않았다. 그런데 그가 케이크를 건네주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입을 뗐다. “저 안 먹어요.” “조금만 먹어봐.” “게다가 이거 정말 맛있어 보이지 않아?” 박한빈은 성유리를 어린아이 달래듯 먹어보라고 연신 권했다. 성유리는 정교하고 독특한 디자인의 케이크를 잠시 내려다보더니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 “좋아요. 박한빈 씨가 드시면 저도 먹을게요.” 박한빈은 눈을 가늘게 뜨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성유리는 그런 박한빈을 보며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그에 대해 아는 것 중 몇 가지는 틀릴 수도 있지만, 입맛만큼은 확신이 잘 알고 있었다. 박한빈이 디저트를 가장 싫어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가 평소에는 심지어 우유조차 잘 마시지 않는 것 또한 성유리는 잘 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유리는 박한빈에게 먹어보라고 말을 했고 그가 절대 먹을 리 없다는 걸 알고 케이크를 다시 밀어내려던 찰나, 박한빈이 느닷없이 말했다. “좋아. 네가 먹여주면 나도 먹을게.” 그의 대답에 성유리는 순간 당황했다. 그 틈을 타 박한빈은 케이크를 그녀 손에 쥐여주고는 차에 시동을 걸며 태연하게 말했다. “내가 지금 운전 중이라 먹기 불편해서.” 성유리는 그를 신경 쓰고 싶지 않았고, 방금 그들의 대화가 초등학생처럼 유치하다고 생각했지만 묘한 복수심이 마음속에서 꿈틀댔다. “좋아요.” 그녀는 박한빈에게 먹여주기로 마음을 먹고 고개를 끄덕였다. 박한빈이 산 케이크는 망고 맛의 두 층짜리 케이크로 두툼한 생크림이 얹어져 있었다. 성유리는 포장을 뜯고 식기를 꺼내 큰 한 숟갈을 떠서 신호가 빨간불로 바뀐 틈에 박한빈의 입 앞으로 마구 들이밀었다. “자, 드세요.” 박한빈은 케이크를 내려다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이거 나 질식시키려고 작정한 거 아니야? 살해 시도인가?” “보기에만 커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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