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무슨 방법이든 동원해서라도 그를 도와주겠다는 거야? 심지어 내 심장에 칼을 꽂는 일이라도?” “성유리, 너 정말 독하다.” 박한빈은 말을 끝내더니 그녀 곁을 스쳐 지나가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거친 파도는 여전히 밀려왔다가 나갔지만 넓은 해변 위에는 이제 성유리 혼자만 남아 있었다.그날 밤, 성유리와 박한빈은 서로 등을 돌리고 잠자리에 들었다. 이제는 침대 한쪽에 누군가 더 있는 게 익숙해졌지만 그전에는 둘이 같은 베개를 쓸 때면 잠들기 전 꼭 뭔가를 하거나 아니면 박한빈이 그녀를 품에 안고 잠들 곤 했다. 그러나 그날 밤 기분이 상한 박한빈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등을 돌린 박한빈의 모습은 마치 그들 사이에 깊은 골이 생긴 것을 표현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성유리 역시 등을 휙 돌렸고 그렇게 하룻밤이 지나가 버렸다. 아침이 밝았을 때, 성유리가 눈을 떴지만 박한빈은 이미 없었다. 그가 일을 하러 갔는지 아니면 에릭이 말한 파티에 갔는지 그녀는 알지 못했지만 알고 싶지도 않았다. 주변 풍경도, 해변도 더 이상 가고 싶지 않았고 다른 곳도 딱히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하루 종일 호텔에 머물며 영화만 봤다. 방을 나가지도 않고 식사는 모두 호텔 레스토랑에서 방으로 배달시켰다. 어느덧 어둑어둑한 밤이 되었지만 박한빈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성유리는 그들이 말한 파티가 얼마나 순수하지 않을지 대충 예상은 했다. 아마 지금쯤 박한빈의 곁에는 다른 여자가 있을 것이다. 여긴 금성은 아니지만 그는 여전히 탑에 서 있는 남자였으니까. 꿀을 발라놓은 케이크에 화려한 나비들이 몰려들 듯이 박한빈에게 여자들은 끊임없이 달라붙었다. 성유리는 그런 박한빈을 기다리기 포기했고 그냥 휴대폰을 꺼두고 혼자 잠잘 준비를 했다. 혼자서 큰 침대를 차지하는 건 역시 편했고 성유리는 곧 깊은 잠이 들었다. 그러나 꿈속에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가슴이 무언가에 눌리는 듯 답답했고, 몸 아래로 차갑고 간지러운 느낌이 스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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