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리는 박세빈이 건네는 인사에도 한동안 멍만 때렸다. 그녀는 “형수님”이라는 호칭에 당황했는지 아니면 박세빈이라는 이름에 당황했는지 자신도 몰랐다. 박세빈, 그는 박한빈의 아버지가 밖에서 낳은 말 그대로 사생아였다. 성유리는 왜 오늘 갑자기 박세빈이 본가에 나타났는지 알 길이 없었고 수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집 안에서 집사가 빠르게 나오더니 박세빈을 보며 인사를 건넸다. “둘째 도련님, 안녕하십니까? 본가에는 왜...” 성유리는 집사의 말에 머리가 더 혼란스러워졌고 왜 이 시간 본가에 박세빈이 모습을 드러냈는지 궁금했다. ‘지화 그룹 내부 상황이 바뀐 건가?’ 성유리가 멍하니 서 있을 때, 집사는 박세빈과 함께 자리를 떠났고 박세빈은 뒤돌아 성유리를 보더니 씩 웃어 보였다. 박세빈의 미소에 미간을 잔뜩 찌푸린 성유리는 박한빈에게 전화를 걸어야 하는 사실도 까맣게 잊었다. 한참을 서 있던 성유리는 정신을 다잡아 박한빈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는 기다렸다는 듯 그녀의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성유리는 박한빈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고 박한빈은 약간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이야?” “저 지금 박한빈 씨 본가에 있어요.” 성유리는 자기 말에 박한빈이 매정하게 전화를 끊어버릴 줄 알았다. 그래서 성유리는 그가 먼저 통화를 끝내기 전에 먼저 입을 열었다. “어르신께서 같이 밥이나 먹자고 해서 왔어요. 별일 없으시면 오세요.” “그리고 여기 손님 한 분이 더 오셨네요. 마음 단단히 먹고 오시는 게 좋을 거예요.” 박한빈은 성유리의 말에 의아함을 느꼈고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오늘따라 그녀의 말투가 아주 다정하다고 느꼈다. 이미 오랜 시간 동안 이런 성유리의 모습을 보지 못한 박한빈은 하루 종일 예민했던 신경이 차분해졌고 연정우에 대한 생각도 사라졌다. 박한빈은 성유리가 말한 손님의 정체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었고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 있다가 결국 몸을 일으켜 밖으로 걸어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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