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빈이 말한 약속 장소는 해변 주위에 위치한 개인 별장이었다. 두 사람이 탄 차가 정원 안으로 들어서자 성유리는 별장 앞에 “외부인 출입 금지”라는 경고판이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박한빈은 분명히 “외부인”에 속하지 않는 듯했다. 긴 연미복을 입은 남자가 차가 들어서는 것을 보자마자 정중히 다가와 차 문을 직접 열어주었다. “이분은 로버트 씨야. 여기 별장의 집사야.” 박한빈이 성유리에게 남자를 소개하자 성유리는 고개를 살짝 숙여 로버트에게 인사했다. 남자도 공손하게 고개를 숙여 성유리를 향해 인사를 건넨 뒤, 앞장서며 두 사람을 안내했다.“박 선생님, 에릭 선생님께서 이미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네.” 박한빈은 로버트의 말에 짧은 대답을 했다.현관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자, 성유리는 별장 내부의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화이트 톤으로 꾸며진 공간은 높은 천장과 넓은 면적 덕분에 마치 서양식 궁전을 연상케 했다. 앞쪽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리니 한 남자가 고개를 돌려 보았다. 그는 전형적인 유럽인의 외모였고 금발에 파란 눈과 흰 피부, 그리고 얇은 입술까지 더해져 한층 이국적으로 보였다. 남자의 손에는 와인 잔이 들려 있었는데 박한빈을 보자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띠며 빠르게 다가왔다.“로얀, 드디어 왔군.” 박한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와 악수를 나누고 가볍게 포옹했다. 이후 박한빈은 성유리를 앞에 내세우며 에릭에게 소개했다. “내 아내 성유리야.” 처음에는 박한빈에게만 시선을 두었던 에릭이 그의 말을 듣고는 가볍게 성유리를 한 번 훑어본 뒤,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 누가 봐도 그가 성유리를 별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게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그래도 남편의 친구니 예의상 성유리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박한빈은 옆에서 웃으며 말했다.“너무 신경 쓰지 마. 원래 사람들한테 좀 무뚝뚝한 편이라.” “네” 성유리가 박한빈의 말에 짧게 대답해 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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