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리는 발걸음을 뚝 멈추고 연정우를 바라보았다. 평온한 눈빛, 심지어 약간의 의문이 담긴 시선이 연정우의 가슴을 더 아프게 만들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연정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지금 너도 나를 속으로 비웃고 있는 거 아니야?” “아니.” 성유리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말했잖아. 넌 잘하고 있어. 너의 선택도 이해할 수 있어.” 그리고 이어서 이런 말들을 덧붙였다. “사실 나도 너와 크게 다르지 않은 선택을 했잖아. 그런 내가 널 비웃을 자격이 있을까?” 성유리의 말을 들은 연정우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쓴웃음을 지으며 되물었다. “그래?” “응, 그래서...” “그래서 넌 그들을 미워하지 않아?” 성유리는 그의 손을 떼어내려 했지만 연정우는 오히려 손목을 더 세게 붙잡으며 물었다. 그의 힘에 성유리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사실 그들에게 복수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어. 궁금해?” 연정우는 말하며 성유리 쪽으로 얼굴을 가까이 댔다. 성유리는 그의 눈에 서려 있는 음침함을 보았다. 하지만 더 눈에 띄었던 것은 연정우의 미세하게 떨리는 입술이었다. 너무도 선명하게 보였기에 그녀는 도망치지 않았고 그저 똑바로 서서 움직임 하나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연정우도 그 사실을 알아챘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성유리와 가까운 거리에서 눈을 맞추더니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성유리가 입을 열어 무언가 말하려던 순간, 연정우는 갑자기 그녀의 머리를 손으로 잡더니 입을 맞췄다. 하지만 그때, 성유리 뒤에 있던 누군가가 강한 힘으로 연정우를 그녀에게서 떼어냈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박한빈이었다.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박한빈은 곧바로 연정우에게 달려들었다. 한 손으로 그의 옷깃을 움켜쥐고 다른 손으로는 연정우의 얼굴을 주먹으로 내리치기 시작했다. 이 모든 일이 발생할 때까지 성유리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단 하나였다. ‘그래서 아까 정우가 갑자기 키스한 거구나.’ ‘박한빈 씨가 있는 걸 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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