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Chapter 401 - Chapter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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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1화

김난희는 옆에서 박한빈의 다정한 행동을 똑똑히 지켜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한참을 챙겨주던 박한빈은 성유리가 식사를 거의 마쳤다고 판단이 들었고 이내 박세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강서 그룹 쪽 사람들이랑 만난다던데... 지금 상황이 어때?” 박세빈은 고개를 숙인 채 음식만 먹고 있다가 박한빈의 질문을 듣는 순간 행동을 멈췄다. 그러더니 놀란 토끼 눈으로 박한빈을 쳐다봤다. 한편, 김난희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강서 그룹? 그게 뭔데?” “아, 할머니께선 아직 잘 모르시겠군요. 그쪽은 자금을 운용하는 회사예요.” 박한빈은 미소를 지으며 강서 그룹에 대한 설명의 말을 덧붙였다. “쉽게 말해 가진 지분을 담보로 거액의 현금을 빌려주는 곳입니다. 정해진 기간 안에 주식이 일정 수준 이상 오르면 추가 배당도 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주식이 특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계약 조건에 따라 지분을 해체하거나 심지어 삼켜버리기도 하죠.” 그는 천천히 차도 한 모금 마시며 계속 말했다. “그럼 지금 그쪽과 어느 단계까지 진행됐어?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지금 네 생활에 그렇게 큰돈이 필요할 이유가 있나? 그들과 손을 잡아서 얻을 수 있는 게 뭐지?” 박한빈의 목소리는 나지막했지만 그의 명확한 의도는 박세빈의 안색을 창백해지게 만들었다. 김난희는 그제야 상황을 이해한 듯 벌떡 일어나더니 눈을 부릅뜨고 물었다. “이게 무슨 말이야? 네가 지화의 지분을 담보로 잡혔단 거니?” 박한빈은 아무 말 없이 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 다시 조용히 한 모금 마셨다. “아니에요! 저는 단지 만나기만 했을 뿐이고 아직...”박세빈은 급히 부정했지만 대답을 다 끝내기도 전에 박한빈이 그의 말을 뚝 끊었다.“정말일까? 근데 내가 알기로는 네가 얼마 전에 해외로 큰 금액을 송금했다던데? 해외에 네가 아는 사람이나 친척이라도 있나? 그런 큰 금액은 대체 뭐 때문이었어?” 박한빈은 느긋한 말투로 박세빈에게 따지듯 물었다. “설마 너도 주식 같은 거에 손댄 거야?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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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화

김난희는 곧바로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박세빈은 그 자리에 서서 한참 동안 멍하니 있다가 각성한 듯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가 박한빈의 멱살을 꽉 잡았다. “그러니까 형님은 모든 걸 알고 있었던 거라는 말이군요. 처음부터 다 알고 있으면서도 제가 이렇게 되도록 그냥 놔뒀습니까? 일부러 그랬죠?” 그의 분노 섞인 말에도 박한빈은 옅은 미소만 지으며 답했다. “어른으로서 최소한의 자기 통제도 못 하는 네가 누구를 탓하겠냐?” “당신이 일부러 만든 함정이었잖아!” “그래. 하지만 그 함정에 뛰어들지 말지 선택한 건 너였어. 내가 네 머리에 총을 들이밀며 강요라도 했니?” 박한빈은 태연히 대꾸하며 그의 손가락을 천천히 하나씩 떼어냈다. “아, 참. 하나 더 알려줄 게 있어. 강서 그룹에는 사실 나도 지분이 있거든.” 그는 미소를 머금은 채 말을 이었다. “네가 건 거래는 사실 내가 너를 위해 맞춤 설계한 거야. 주식을 담당했던 매니저도 내가 특별히 너를 위해 준비한 사람이었고. 그러지 않고서야 네가 어쩌다 그렇게 짧은 시간에 큰돈을 손에 넣다가 한순간에 다 날리게 됐겠어?” 박세빈은 방금 전까지만 해도 단지 의심만 했었다.비록 그의 질문은 격앙돼 있었지만 가장 큰 가능성은 박한빈이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는데 그저 방관했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 박한빈의 말을 들으니 모든 것이 철저히 계획된 일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말았다. 그 순간, 박세빈은 박한빈의 차분하고 냉담한 표정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서늘한 기운이 온몸을 휘감아 소름이 끼쳤다. “그만하고 얼른 정리해서 돌아가라.” 박한빈은 짧게 대화를 마무리하며 곧바로 성유리의 손을 꼭 잡았다. “가자. 이제 집에 가야지.”성유리는 박한빈의 뒤를 따라 몇 걸음 걸어가다가도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의자에 다시 주저앉아버린 박세빈이 있었다. 완전히 넋이 나간 모습으로 마치 무언가가 그의 몸속에서 완전히 빠져나가 버린 듯한 허탈한 모습이었다. 차에 올라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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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3화

이 시점에서 박한빈의 마음 또한 상당히 복잡했다. 특히 성유리의 솔직한 대답을 들었을 때, 그의 미간은 더욱 많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사업이란 게 다 그런 거 아닌가요? 남이 죽어야 내가 사는 세계잖아요.” 성유리가 뜸을 들이다 대답을 덧붙였다.“그러니까 잔인하냐고 묻는 건 좀 의미 없죠.” 그녀의 말이 끝나자 박한빈의 입가에는 서서히 미소가 번졌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응답했다. “그럼 그 사람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성유리가 박한빈에게 먼저 물었다. “누구? 박세빈 말이야?” 박한빈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걸 걱정할 이유가 있나? 어쨌든 잘 될 리는 없을 거잖아.” 그의 단호한 태도에 성유리는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다. 다음 날, 성유리는 예상대로 지화 관련 보도를 뉴스에서 접했다. 이번 일은 일부 회색 지대에 발을 들인 셈이었다. 이는 사실상 주식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로 그는 단순히 지화의 일반 주주가 아닌 박한빈의 동생이라는 신분까지 밝혀졌다. 이전에 지화에서 흘러나온 정보는 마치 박세빈이 박한빈의 자리를 대체할 것처럼 보이게 했지만 이제 사람들은 깨달았다. 대체라니? 이건 말도 안 되는 일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의 행동은 오히려 박한빈의 보조 역할조차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미숙하다는 걸 드러냈다. 그리고 언론에 둘러싸여 도마 위에 물고기 된 박세빈은 갑자기 더 큰 폭탄을 터뜨렸다.강서 그룹의 배후에 박한빈이 있다는 사실을 폭로한 것이다. 즉, 이번 일이 모두 박한빈의 설계였고 자신은 그 함정에 빠진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이 폭로로 언론은 즉각 들끓었지만 곧 강서 그룹과 박한빈 사이에 연관된 인물이 전혀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결국 박세빈의 이러한 발언은 아무런 증거도 없는 무책임한 발버둥으로 사람들에게 여겨졌다. 결과적으로 그는 어리석고 못된 사람이라는 지울 수 없는 꼬리표를 달게 되었다. 한편, 박한빈은 언론 인터뷰에서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저와 할머니는 세빈이를 믿었기에 회사에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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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4화

성유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성유정을 바라보는 그녀의 고요한 눈빛은 성유정에게 비웃음과 경멸처럼 느껴졌다. 성유정은 몸까지 부들부들 떨며 이를 악물었지만 이내 어색한 웃음을 터뜨리며 입을 뗐다. “그래? 정말 좋은 소식이네요. 제가 미처 몰랐군요... 그럼 늦게라도 축하라도 해줘야겠죠?” “맘대로 해.” 성유리는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어차피 네가 축하하든 말든 다 나한텐 중요하지 않으니까.” 그 말에 성유정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성유리의 말과 눈빛에서 자신을 무시하는 감정이 가득 묻어 있다는 것을. 마치 자신이 그토록 애쓰며 얻고자 한 모든 것이 성유리에게는 아무 가치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실, 현실도 그랬다. 그동안 성유정은 박한빈의 관심을 끌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고 심지어는 성유리의 자리를 대신하려고 애썼지만 결국 선택받은 사람은 성유리였다. 지금 성유리는 성유정 앞에서 마치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처럼 군림하며 그녀를 하찮게 바라보는 듯했다. “사실 별일도 아니잖아요.” 웃음기가 싹 사라진 성유정이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임신했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까요? 임신했다고 해서... 언니가 반드시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잖아요.”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옆에 있던 가정주가 갑자기 나서며 대꾸했다. “당신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미쳤어요? 이런 말을 우리 대표님께 알리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나 있어요?” 성유정은 코웃음을 치며 비꼬듯 되물었다. “참 대단하네요. 성유리 씨. 이제는 옆에 개까지 키우고 있나 봐요? 하지만 그렇다고 뭐가 달라지죠? 임신이 대단한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굴지 마요.” 그녀는 갑자기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며 나지막이 말했다. “참, 언니도 모르죠? 사실 저도 한빈 오빠의 아이를 임신한 적이 있었어요.” 그 말을 들은 성유리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지만 가정부는 충격에 휩싸였다. “기억나세요? 저희가 도풍국에 갔을 때 우리 마주쳤잖아요.” 성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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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5화

“네.”“순조로웠어?” “아주 순조로웠죠. 의사 말로는 아이가 아주 건강하고 상태도 좋대요.” 성유리의 목소리는 평온했고 박한빈의 눈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여느 때처럼 부드러움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박한빈의 얼굴에는 어딘가 냉랭한 기운이 감돌았다. “박한빈 씨 오늘 바쁘지 않았나요?”성유리가 갑자기 박한빈에게 물었다. 박한빈은 그녀의 물음에 미간을 찌푸렸다.“박세빈 씨 일은 다 처리된 건가요?” 그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대답했다. “아직 다 끝난 건 아니지만 거의 마무리 단계야.” “그래요?” 성유리는 아주 짧고 간결한 대답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를 한참 동안 응시하던 박한빈이 문득 물었다.“오늘 병원에서 누구 만났어?” 성유리는 즉답하지 않고 앞에 서 있던 가정부를 힐끗 쳐다보았다. 가정부는 그들 사이를 몰래 살피고 있었지만 성유리의 시선에 움찔하며 고개를 돌렸다. 성유리는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박한빈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박한빈 씨가 가정부를 저와 함께 보낸 건 사실 절 지켜보기 위함이었네요.”“너한테 혹시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그랬어.” 박한빈은 침착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그래서... 누구 만났는데?” 성유리는 더 숨기지 않고 솔직히 대답했다.“성유정이요. 왜요?” 그리고는 이런 말을 덧붙였다. “저흰 그냥 짧게 몇 마디 나눴을 뿐이에요. 걔가 저한테 해코지한 것도 없고 저도 아무 문제 없으니까 당신한테 굳이 보고할 일은 아니지 않나요?” 성유리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지만 박한빈의 안색은 점점 어두워졌다. 한참 동안 침묵하던 박한빈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나한테 더 묻고 싶은 건 없어?” 성유리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는 그녀의 눈을 쳐다보며 마치 무언가를 강요하듯 날카로운 시선을 보냈다. 그러나 성유리는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별로 물을 것도 없죠. 이미 다 지나간 일이잖아요.” 성유리의 가벼운 말 한마디가 마치 날카로운 바늘처럼 박한빈의 가슴에 구멍을 내버렸다. 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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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화

12월 초, 성유리와 박한빈은 함께 웨딩사진을 찍으러 향했다. 두 사람 다 경험이 있기에 이번 과정들은 다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성유리가 입고 있는 드레스는 박한빈이 특별제작을 맡긴 드레스라 디자이너는 위에 박힌 보석 몇 개만 해도 보통 사람들의 월급이라고 말했다. 디자이너는 부러움에 가득 찬 표정과 말투로 말했지만 성유리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두 번째 옷으로 갈아입고 사진까지 다 찍은 성유리는 놀이공원 휴게실에서 쉬다 누군가와 딱 마주쳤다. 사실 성유리는 원래 그 여성과 모르는 사이였다. 오늘 웨딩사진을 찍기 위해 박한빈은 놀이공원을 통으로 빌렸다. 비록 놀러 오는 손님은 없지만 그래도 지나다니는 직원 몇 명은 꽤 있었다. 그래서 성유리는 처음에 그 여성 또한 놀이공원 직원인 줄 알았다. 그 여성이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네기 전까지는 말이다. “성유리 씨?” 성유리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뒤돌아보았다. “저 모르시죠?” 여성은 생글생글 웃으며 성유리에게 말했다. “자기소개부터 할게요. 전 유효정이라고 해요.” 성유리는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이름에 생각을 끄집어내려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러나 상대는 성유리의 반응을 예상이라도 한 듯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저 연정우 씨랑 결혼하기로 한 사람이에요.” 유효정의 말에 성유리는 머리를 띵하고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자 유효정이 씩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음, 보아하니 저에 대해 알고 계셨던 모양이네요.” “청첩장 본 적 있어요.” 성유리가 대답했다. “아, 맞다.” 유효정은 성유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그래도 저희 둘은 처음 만난 거 아니에요? 앞으로 알고 지내요. 성유리 사모님.” 유효정은 빠르게 태도를 바꿨지만 같은 여자로서 성유리는 그녀 눈빛에 담긴 악의를 발견했다. 하지만 성유리는 아무 말도 없이 손을 내밀며 대답했다. “안녕하세요.” 그저 그런 악수가 끝나자 유효정은 재빨리 손을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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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7화

성유리는 사실 연정우를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만난 날은 아마 그날 카페에서였다. 연정우가 성유리에게 해외로 떠난다는 말을 전한 날 말이다. 그때 성유리는 앞으로 평생 연정우와 만날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두 사람 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많은 일이 펼쳐질지 몰랐다. 성유리와 연정우를 제외한 나머지 두 사람은 아주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유효정은 성유리에게 연졍우를 한번 소개해 줬다. 박한빈은 아주 정중하게 연정우에게 악수를 청하며 인사했다. “연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연정우는 표정이 잔뜩 굳은 채로 가만히 서 있다가 한참 뒤, 손을 천천히 내밀며 악수를 받아줬다. 박한빈은 그의 행동에 개의치 않아 하며 웃더니 계속 말을 걸었다. “곧 결혼하신다는 소식 들었습니다. 날짜도 저희랑 똑같던데... 이런 우연도 없습니다.” “맞아요! 저도 정말 신기했어요.” 유효정도 옆에서 박한빈의 말에 맞장구를 쳐줬다. “근데 날짜는 저희가 전부터 미리 정해놓은 거예요. 청첩장도 박 대표님께 보내드렸었는데?” “아마 박 대표님도 그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셨나 보죠?” 유효정은 성유리를 힐끔 쳐다봤지만 그 눈빛엔 조롱이 담겨있는 것 같았다. 성유리가 무슨 대답을 하기도 전, 박한빈이 먼저 입을 열었다. “유효정 씨가 오해하고 계시나 본데 저랑 유리는 사실 재혼입니다.” “이번에 다시 결혼식을 올리는 이유도 설명해 드릴 까요?” “전에 유리한테 못 해줬던 일들을 다시 해주고 싶어서입니다. 그래서 첫 번째 결혼과 똑같은 날을 고른 겁니다.” 박한빈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계속 말했다. “사실 말해 이날은 저희가 2년, 아니 훨씬 전부터 정해놓은 날이죠.” 그의 말에 유효정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지만 박한빈은 이내 분위기를 바꾸려 입을 뗐다. “그렇지만 고작 날짜 하나일 뿐입니다.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그거야 그렇죠.” 유효정은 억지 미소를 지으며 옆에 있는 사람을 힐끔 쳐다봤다. 연정우는 조용히 앉아 있기만 했고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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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8화

“연정우 씨, 방금 그게 무슨 뜻이었죠?” 유효정은 급히 연정우의 뒤를 따라가며 그를 향해 따지듯 물었다. “사람들 앞에서 저한테 그렇게 차갑게 대하겠다는 거예요?” 그녀의 물음에 연정우의 걸음이 뚝 멈췄다. 연정우는 천천히 뒤돌아서더니 유효정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대답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닙니다.” “아니라고요?” 유효정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연정우를 쏘아붙였다.“그럼 설명해 봐요. 방금 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행동을 한 건데요?” “그저 오늘 저녁 자리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이해가 안 갔을 뿐입니다.” 연정우는 별 감정 없는 얼굴로 대답했다. “그래서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의미가 없다고요? 박한빈이라는 사람이 누군지 모르나요? 그 사람은 지화 그룹 총괄 매니저예요. 이 금성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와 밥 한 끼 먹으려고 발버둥 치는지 알아요?” “그건 그 사람들이고 전 아닙니다.” 유효정은 한동안 연정우를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아직도 자기 자신이 그 잘난 교수님인 줄 알아요? 아니면 박한빈 씨를 싫어하는 이유가 그 사람이 당신이 가장 사랑했던 여자를 빼앗았기 때문인가요?” “유효정 씨.” 그녀의 말에 연정우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하지만 이런 모습에 겁먹기는커녕 유효정은 오히려 더 거침없이 말을 이어갔다. “뭐죠? 그런 태도는? 제가 모를 줄 알아요? 예전에 박한빈 씨가 끼어들지만 않았어도 당신이랑 성유리 씨는 벌써 결혼했겠죠? 방금 그녀를 바라보던 정우 씨의 눈빛을 보세요. 제가 약혼녀라는 사실은 기억이나 하는 거예요?” “연정우 씨, 말해두지만 제 덕이 아니었으면 당신의 아버지는 이미 감옥에 갔을 거예요. 이렇게 큰 문제를 해결하려고 우리 아빠가 얼마나 애썼는지 알긴 해요? 그런데 이제 와서 절 무시하고 억울한 척한다고요? 그럴 자격이 있기나 해요?” 유효정은 어릴 때부터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 금성 상권에서 박씨 가문이 제일 꼭대기에 있으나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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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9화

유효정의 성격은 화가 나는 것도 빠르지만 가라앉는 것도 빨랐다. 혹은 연정우에 대해서만큼은 보통 사람들보다 더 많은 포용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연정우가 단 몇 마디 부드러운 말을 건네기만 해도 유효정의 화는 금세 풀렸다. 한참 서 있던 연정우가 천천히 말을 덧붙였다. “됐습니다. 저 정말 전화 한 통 해야 해서요. 먼저 들어가세요. 어쨌든 효정 씨가 주선한 자린데 저희 둘 다 없는 건 좀 이상하잖아요.” “알았어. 그럼 저 먼저 들어갈게요. 전화 끝나면 빨리 와요.” “네.” 연정우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유효정이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그녀가 사라지자마자 연정우의 웃음은 즉시 사라졌다. 웃음 대신 피곤함과 분명한 혐오감이 얼굴에 드러났다. 연정우는 몸을 휙 돌려 담배를 피울 장소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성유리가 언제부터 그곳에 서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이미 연정우를 보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을 보니 방금 그와 유효정 사이의 대화를 전부 들은 것 같았다. 유효정의 고압적인 태도, 그리고 그의 비굴한 사과까지 말이다. 이런 생각이 들자 연정우는 주먹을 꽉 쥐었다. 가슴 가득 차오르는 전례 없는 굴욕감이 그를 짓눌렀고 입을 열어 무언가를 말하려 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성유리 또한 연정우에게 별다른 말을 건네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연정우의 옆을 스쳐지나 앞으로 걸어갔다. “너 내가 한심하다고 생각하지?” 연정우가 떠나가는 성유리에게 갑자기 말을 걸었다. 성유리는 걸음을 뚝 멈추더니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 “위로는 안 해도 돼.” 연정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계속 말했다. “내가 지금 어떤 처지인지는 내가 제일 잘 알아.” 그는 잠시 멈칫거리다가 말을 이어갔다. “그래도 후회는 안 해. 나는 아들이니까 그 정도는 해야지.” 성유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도 네가 잘했다고 생각해.”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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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0화

성유리는 발걸음을 뚝 멈추고 연정우를 바라보았다. 평온한 눈빛, 심지어 약간의 의문이 담긴 시선이 연정우의 가슴을 더 아프게 만들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연정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지금 너도 나를 속으로 비웃고 있는 거 아니야?”  “아니.” 성유리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말했잖아. 넌 잘하고 있어. 너의 선택도 이해할 수 있어.” 그리고 이어서 이런 말들을 덧붙였다. “사실 나도 너와 크게 다르지 않은 선택을 했잖아. 그런 내가 널 비웃을 자격이 있을까?” 성유리의 말을 들은 연정우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쓴웃음을 지으며 되물었다. “그래?” “응, 그래서...” “그래서 넌 그들을 미워하지 않아?” 성유리는 그의 손을 떼어내려 했지만 연정우는 오히려 손목을 더 세게 붙잡으며 물었다. 그의 힘에 성유리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사실 그들에게 복수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어. 궁금해?” 연정우는 말하며 성유리 쪽으로 얼굴을 가까이 댔다. 성유리는 그의 눈에 서려 있는 음침함을 보았다. 하지만 더 눈에 띄었던 것은 연정우의 미세하게 떨리는 입술이었다. 너무도 선명하게 보였기에 그녀는 도망치지 않았고 그저 똑바로 서서 움직임 하나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연정우도 그 사실을 알아챘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성유리와 가까운 거리에서 눈을 맞추더니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성유리가 입을 열어 무언가 말하려던 순간, 연정우는 갑자기 그녀의 머리를 손으로 잡더니 입을 맞췄다. 하지만 그때, 성유리 뒤에 있던 누군가가 강한 힘으로 연정우를 그녀에게서 떼어냈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박한빈이었다.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박한빈은 곧바로 연정우에게 달려들었다. 한 손으로 그의 옷깃을 움켜쥐고 다른 손으로는 연정우의 얼굴을 주먹으로 내리치기 시작했다. 이 모든 일이 발생할 때까지 성유리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단 하나였다. ‘그래서 아까 정우가 갑자기 키스한 거구나.’ ‘박한빈 씨가 있는 걸 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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