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영의 전화가 걸려 왔을 때는 성유리는 미화로에서 지낸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시간 있니? 우리 한번 만날까?” 김서영이 물었다. 성유리는 김서영의 만남 제안을 자신은 절대 거절할 수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성유리는 지금까지 김서영의 모든 요청과 제안에 거절한 적이 없었다. 김서영은 만남 장소를 어느 한 찻집으로 정했다. 성유리가 찻집에 도착했을 때, 김서영은 이미 조용한 방 안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하얀색의 긴 치마를 입고 머리카락은 아주 정갈하게 빚은 모습이었는데 세월을 비껴갔는지 아름답고 우아하기 그지없었다. 김서영은 성유리에게 차 한 잔을 건네주며 말을 꺼냈다. “마셔봐, 올해 새로 나온 룽징 차란다. 네가 좋아했던 게 생각이 나서 시켰어.” “감사합니다.” 성유리는 짧은 인사를 한 뒤, 차를 한 모금 마시려 했다. “너랑 한빈이 언제부터 다시 만난 거야?” 순간 김서영이 물었다. 성유리는 그녀의 물음에 잔뜩 당황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사실 전부터 조금 느끼긴 했어.” 그에 반면 김서영은 평온한 얼굴로 계속 말했다. “전에 둘이 크게 싸웠었니? 한빈이 얼굴에 남은 그 자국으로 회사 사람들이 꽤나 오랫동안 토론했단다.” 성유리는 진즉에 이 일을 잊어버렸지만 김서영의 말에 얼굴이 빨개졌고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눈치만 봤다. “처음엔 요즘 한빈이가 새로운 여자를 만나는가 했는데 다시 생각 해보니 너밖에 없더라. 한빈이가 안 작가님 그림을 사는 거 있지? 그 그림 너한테 사준 거니?” ‘그림?’ 성유리는 이게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를 몰라 했다. 하지만 의아해하는 것도 잠시, 성유리는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 “아니요. 저는 그 그림 보지도 못했어요.” “그럼 아직 너한테 줄 시기를 못 찾았나 보구나.” 김서영은 완전히 확실하며 말을 이어갔다. “근데 난 알아. 무조건 유리 너한테 줄 거야.”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저는...” “너 안 작가님 그림 좋아하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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