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Chapter 131 - Chapter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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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화

옥상에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불꽃 터지는 소리까지 더해져 주변이 시끄러웠다.하지만 웬일인지 성유리는 갑자기 주위가... 조용하다고 느껴졌는데 마치 세상에 그들 둘만 남은 것 같았다.상관없는 사람들, 심지어 머리 위의 불꽃도 이미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는데 얼마 전 차제니에게 했던 말이 그녀의 귓가에 맴돌기 시작했다.당시 성유리는 차제니에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는데 차제니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박한빈도 이렇게 보면... 그런 짓을 할 사람 같지도 않았다.설령 그가 할 줄 안다고 하더라도 자신을 겨냥한 것은 아닐 것이다.하지만 그 말은 마치 돌덩이처럼 성유리의 고요한 호수 속으로 가라앉아 파도도 일지 않고 잔잔한 물결만 남았는데 그 잔물결은 오늘 밤까지도 가시지 않았다.순간 그녀는 박한빈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은 걸 보고 한 걸음 따라나섰다.이 한 걸음은 마치 강심제처럼 성유리의 심장에 주입되어 몸을 곧게 펴고는 살며시 주먹을 쥔 채 그에게로 걸어갔다.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곧 몇 걸음밖에 남지 않았다.멈출까 말까 망설이고 있을 때 뒤에서 갑자기 누군가가 그녀의 어깨를 살짝 치는 바람에 성유리는 앞으로 몇 걸음 휘청거렸다.박한빈은 황급히 손을 뻗어 그녀를 껴안았는데 성유리의 코에는 금방 익숙한 냄새가 가득 찼다.허리를 잡은 손을 느끼며 성유리는 그들의 첫 포옹을 떠올렸는데 그건 두 사람이 결혼사진을 찍을 때였다.소녀의 꿈은 갑자기 현실이 되었지만 그날의 성유리는 사실 형편없었다.화장실에서 무심코 들은 말로는 자세가 굳어 웃는 모습이 보기 싫고 줄 끊어진 꼭두각시 같다고 했다.촬영장에 돌아오자 카메라맨도 다시 요구했다.허리를 껴안고 키스하는 등 결혼사진의 가장 정상적인 동작이지만 그와 이렇게 가까운 거리는 처음이었다.그때 박한빈의 손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왔는데 미간에 은은하게 피곤으로 인한 짜증이 느껴졌다.성유리의 긴장하고 조마조마했던 감정이 이렇게 서서히 사라졌다.박한빈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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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화

창밖에서 아직도 눈이 내리고 있었다.실내에 히터를 켜 놓았기 때문에 성유리는 조금도 추위를 느끼지 않았는데 오히려 실내 온도가 너무 높다는 생각이 들 정도여서 기분이 좀 이상했다.그녀뿐만 아니라 박한빈도 마찬가지였다.분명히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그들은 싸우고 있었고 성유리는 심지어 평생 그를 만나지 않을 계획도 했었다.하지만 그녀는 항상 이렇게 쉽게 그를 용서할 수 있었는데 박한빈은 그녀 마음속의 고질병인 것 같았다.그녀는 수없이 그것을 치료하려고 했지만 수없이 되살아났다.그때 옥탑에서 그가 그녀를 향해 걸어 나온 것만으로도 그녀에게 수많은 용기를 주었다.어쨌거나 그녀가 그렇게 오랫동안 좋아했던 사람이니 말이다.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환상을 갖지 않는 사람은 없다.얻을 수 없는 것은 항상 아쉬움으로 다가오고, 그런 아쉬움을 원하는 사람은 없다.성유리가 고개를 돌리자 밖에서 하늘하늘 떨어지는 눈송이가 보였는데 수성시의 야경이 더해져 모든 것이 신기루처럼 아름다웠다.눈앞에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모두 허상인듯해 성유리는 멍하니 바라보다가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졌다.그러나 그녀의 눈물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박한빈은 이미 고개를 숙이고 부드럽게 그녀의 눈에 키스했다.갑자기 닥친 키스에 성유리의 몸은 경직되었고 손은 자기도 모르게 그를 꼭 안았다.손톱이 그의 살갗을 긁어서 피가 스며 나왔지만 이 순간 그런 것에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마치 종말이 오기 전 최후의 파티처럼, 죽음의 고통을 이겨내야 비로소 이런 밤을 저버리지 않을 수 있는 듯했다.성유리는 자신이 어떻게 잠들었는지 잊었다.하지만 눈을 감기 전에 박한빈의 목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닿으며 조용히 말했다.“원아.”가벼운 두 글자는 성유리의 감정을 그 순간 절정에 이르게 했고 몸도 따라서 절정에 이르렀다.원이는 엄마가 부르던 이름이었다.지석민이 엄마를 집으로 데려오기 전에 원래 성유리의 이름을 원영이라고 지었었다.엄마는 성유리가 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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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화

차제니는 성유리가 믿지 않자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시겠어요?”“무슨 말이야?”“예를 들면... 이 모든 것은 사실 박 사장님의 계획이고, 저는 단지 집행하는 사람일 뿐이라든가...”성유리는 차제니의 말에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단호하게 대답했다.“그럴 리가 없어.”“왜 그럴 리 없어요? 설마 박 대표님이 당신의 헌신에 대해 아직도 의심이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박 대표님이 어떤 분이세요? 정말 여자가 필요한 거라면 왜 꼭 성유리 씨를 찾으시는 거죠? 솔직히 저도 침대로 달려들 생각이 있었어요.”차제니의 말은 너무도 태연해서 성유리가 한 말이 농담인지 사실인지 순간적으로 구분할 수 없었다.“그래도 저는 저를 좀 아는 편이에요.”차제니는 오히려 그날 밤의 일을 성유리에게 털어놓았다.“박 대표님이 저를 보는 순간 저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어요. 박 대표님 같은 남자는 정말 여자에게 관심이 없거나, 아니면... 마음에 두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하지만 어젯밤 두 사람의 상황을 보면 분명히 후자였어요.”말을 하던 차제니가 다시 웃었다.성유리는 어색한 듯 자신의 옷깃은 만졌다.그녀는 무슨 말을 하려고 입을 벌렸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차제니는 웨이터를 불러 점심을 사 오라고 했다.“이 시간에 박 대표님은 아직 밥을 안 드셨을 거예요. 우리는 이미 배가 불렀으니 가는 길에 박 대표님께 점심을 좀 갖다 드리는 게 어때요? 성유리 씨도 아시겠지만 박 대표님은 일을 시작하면 정말 밤낮이 따로 없어요. 이대로 가다간 위가 어떻게 될지도 몰라요.”성유리는 이전에 차제니가 비서직으로 옮기기 전에 영업했다고 말하던 것이 떠올랐다.차제니가 말을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에 와서야 진정한 말솜씨를 체험했다.그녀는 자신이 어떻게 차제니에게 속아 점심밥을 받아들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건물 문 앞에 도착했는지도 몰랐다.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는 이미 그곳에 서 있었다.한참을 망설인 후에 성유리는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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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화

이 문제가 머릿속에 떠올랐을 때 성유리는 갑자기 성씨 가문의 그 부부가 생각났다.그들을 대할 때도 성유리는 수없이 자신에게 이 질문을 했다.하지만 사실, 그녀는 분명히 답을 알고 있었다.몇 번의 실망을 겪었지만 상처가 다 나았을 때 그녀는 또다시 희망을 품었는데 그 희망은 땅에 밟히고 완전히 으스러져 버렸다.‘맞아, 내가 무엇을 바라고 있는 거야? 그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길 바라는 것도 아니고 박한빈이 정말 달라지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잖아?’2년 동안 녹이지 못한 그의 마음이 어떻게 갑자기 그녀에게 다가갈 수 있단 말인가?그녀가 주제넘은 거라고, 심지어... 어이없다고 생각했다.마치 어렸을 때 학교 앞에 노점상을 하는 할아버지를 보고 있을 때 같았다.할아버지의 노점에는 다양한 색깔의 솜사탕이 놓여 있었다.그때 그녀는 꼭 한 입 먹고 싶었지만 돈이 없어서 멀찌감치 서서 지켜봐야만 했다.그녀는 매일 그렇게 지켜봤다.그녀는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서도 그 노점의 솜사탕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면서도 어떤 기적이 일어나기를 고대했다.그녀의 엄마가 갑자기 지나가다가 자신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또 그 할아버지가 갑자기 선심을 써서 자신에게 작은 걸 하나 주지 않을까도 기대했다. 하지만 그녀의 환상은 실현되지 않았다.단예진이 박한빈의 팔짱을 낀 채 두 사람이 그녀의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성유리는 말없이 돌아섰다.그 점심 식사는 쓰레기통에 버려졌다.웃기는 건 그녀가 호텔로 돌아가려고 할 때 마침 길가에서 어떤 사람이 솜사탕을 팔고 있는 것을 보았다.여전히 밝은색이지만 솜사탕의 모양은 이전보다 훨씬 더 다양했다.한참을 곁에서 지켜본 성유리는 마침내 용기를 내어 다가가서 자신을 위해 하나 샀다.빨간색은 딸기 맛이었다.입에 넣자마자 달콤하고 느끼한 맛이 성유리의 입안을 가득 채우며 공업용 화학약품 냄새를 풍겼다.‘조금도 맛이 없어...’길가에 서서 솜사탕을 들고 있던 성유리는 일곱 살짜리 성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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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화

그녀는 성유리에게 거절할 기회를 주지 않았고 성유리도 거절할 수 없었다.곧 두 사람은 카페에 도착했다.“언제 수성시에 왔어요?”단예진이 물었다.“며칠 전에요.”“그래요? 혼자 왔어요?”성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을 들어 단예진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잠깐 눈을 마주친 뒤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며 단예진은 사진 몇 장을 성유리 앞에 내놓으며 물었다.“사진 속 사람이 성유리 씨죠?”불꽃 쇼, 떠들썩한 옥상, 두 사람이 키스를 하는 사진이었다.박한빈의 얼굴은 그 위에 매우 선명했다. 성유리는 그때 그의 품에 안겨 있었고 박한빈이 손바닥으로 얼굴을 받치고 있어 그녀의 모습은 사실 잘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일이 이렇게 되자 부인해도 의미가 없는 것 같았다.그래서 성유리는 주먹을 살짝 쥐고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성유리 씨도 아시겠지만, 이제 박한빈은 당신의 남편이 아니라 제 약혼자예요.”단예진은 다시 천천히 말했다.“전에 성유리 씨를 두 번 만난 적 있어요. 늘 성유리 씨가 사리 밝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제가 잘못 본 것 같네요. 아니면 성씨 가문 가정교육이 그런 건가요? 남의 남자만 노리라고 가르치던가요?”단예진의 말이 끝나자 얼굴에 피어난 표정도 조금씩 사라졌다.성유리는 설명할 길이 없어 주먹을 꼭 쥐고 말했다.“미안해요. 어젯밤에...”그녀는 무슨 말을 하려 했지만 어떤 설명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힘이 없었기에 결국 침묵으로 일괄했다.단예진은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보며 입가의 냉소가 오히려 더 깊어졌다.“성유리 씨, 내 앞에서 가련한 척할 필요 없어요.”그녀는 말했다.“오늘 온 것은 당신의 현재 신분을 상기시키기 위해서예요. 다시 또 만지지 말아야 할 것을 만진다면, 이 커피 한 잔을 바로 당신에게 끼얹어 망신 줄 거에요.”말을 마친 단예진은 바로 떠났고 성유리는 그곳에 앉아서 움직이지 않았다.그녀의 손은 단예진이 떠나갈 때까지 주먹을 꼭 쥐고 있었는데 손을 풀고 나서야 손바닥에서 피가 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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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화

“박 대표님?”맞은 편에 있는 사람들은 아직도 그의 대답을 기다리며 의문스러워 물었다.“알았어.”말을 마친 박한빈은 바로 전화를 끊고 다시 성유리를 바라보았다.“뭐 하는 거야?”그의 목소리는 겉보기엔 차분했지만 약간 떨리고 있었다.“금성에 돌아가려고 짐 싸고 있어요.”성유리는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듯 고개를 숙여 캐리어를 닫으며 대답했다.박한빈은 덤덤해서 물었다.“무슨 뜻이야?”성유리는 그제야 비로소 고개를 들고 그를 향해 싱긋 웃었다.“단예진 씨가 여기에 왔으니 내가 계속 남아 있는 게... 불편하지 않으세요?”이 말을 들은 박한빈은 눈을 가늘게 떴다.“한빈 씨 약혼녀 아닌가요?”성유리가 계속해서 물었다.성유리의 질문이 끝나자 박한빈은 오히려 가볍게 웃었다.“질투하는 거야?”“아니에요.”성유리는 눈을 내리깔았다.‘내가 그럴 자격이 있겠어요?’박한빈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이 벗은 외투를 옆에 내팽개치고는 다시 고개를 숙여 손에 든 담배에 불을 붙였다. 동그란 담배 연기는 천천히 공중으로 떠올랐다가 흐트러졌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박하 냄새는 여전히 공기 속으로 퍼졌다.성유리는 제자리에 서서 그를 쳐다보았다.한참을 지나서야 박한빈이 입을 열었다.“난 단예진과 결혼 안 해. 지금은 비즈니스적으로 연결돼 있을 뿐 협력이 끝나면 단예진과 아무런 관계도 없어. 그러니 신경 쓰지 마.”박한빈은 가볍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심드렁하게 말했다.성유리는 그를 바라보았다“그럼 나는요?”이 말에 박한빈의 손동작이 멈칫했다. 성유리는 계속해서 그를 응시하며 물었다.“우리는... 그럼 무슨 사이죠?”“성유리, 나한테 명분을 달라는 거야?”박한빈은 가볍게 웃었다.“잊지 마. 당시 이혼은... 당신이 제기했어.”그녀는 원래 그의 아내가 될 수 있었다. 합법적으로 말이다.박한빈은 그녀를 바라보았다.“우리 박씨 가문은 당신이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야. 임신했다면 모를까. 하지만... 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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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화

“며칠 동안... 신세 졌어요. 단예진 씨가 오해하지 않게 하려고 우리는... 더 연락하지 말아요.”박한빈은 말없이 그 자리에 앉아 무표정한 얼굴로 성유리를 바라봤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그래서 성유리, 나와 선을 긋고 싶은 거지?”성유리는 말없이 그저 캐리어를 당기며 행동으로 답했것과 마찬가지다.박한빈은 웃어버렸다.“그래, 네 말이 맞아. 내가 원한다면... 후보자가 많아. 네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물론 알고 있어요. 또 한빈 씨 마음속에서... 제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으니 우리는 서로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요.”성유리도 웃으며 대답하자 박한빈은 더는 말하지 않았다.성유리는 그에게 작별인사를 했다.“그럼 먼저 갈게요. 단예진 씨와 좋은 인연이 되길 바라요.”말을 마친 성유리는 캐리어를 끌고 말없이 돌아섰다. 박한빈은 그녀를 말라지 않고 그저 묵묵히 담배만 피웠다.성유리는 그에게 무슨 말을 더하고 싶었지만 더 할 필요도 없어 그저 몸을 돌려 떠났다.문이 닫히고 방안은 다시 고요해졌다. 박한빈은 그 자리에 앉아서 담배 한 대를 다 피운 다음 문을 바라보니 그녀가 남긴 방카드가 보였다.박한빈은 갑자기 씩하고 웃더니 발을 들어 앞에 있는 탁자를 걷어찼다....성유리는 밤새 기차를 타고 금성으로 돌아갔다.월세 방에 도착해서 숨을 돌리기도 전에 그녀는 의료진을 철수하겠다는 병원 측의 통지를 받았다.박한빈이 이 일로 성유리를 위협한 적은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한 적이 없으므로 성유리는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때 병원에서 갑자기 통지를 보내서야 성유리는 이게 바로 박한빈이 선을 긋는 방식임을 알았다.성유리는 병원으로 달려갔다.“의료비는 제가 부담할 수 있어요. 의료진이 필요한 것도 저에게 말하면 돼요.”성유리가 말했다.“성유리 씨, 환자의 하루 비용이 얼마인지 아세요?”성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그녀의 단호한 태도를 보자 상대방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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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화

성유리가 다시 박한빈을 만난 것은 두 달 후였다.진무혁은 성유리를 데리고 경매에 갔다. 그때 성유리는 정원에 있었고 그 앞에는 몇 달 동안 보지 못했던 임정우가 서있었다.지난번 볼 때보다 임정우는 많이 수척해졌고 얼굴도 야위었지만 성유리를 대할 때는 애써 웃음을 지었다.“오랜만이에요.”성유리는 마음속으로 자신을 이런 곳에 데려온 진무혁을 욕했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 오랜만이에요.”“그동안 잘 지냈어요?”임정우가 물었다.“네.”“박 대표님과... 재결합하지 않았어요?”임정우의 말이 끝나자 그날 차 안에서의 불쾌한 기억이 다시 성유리의 머릿속에 되살아났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아니요.”임정우는 말이 없었다. 성유리는 이런 말이 없는 분위기가 싫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먼저 갈게요.”말을 마치고 마침 앞으로 나아갈 때 임정우는 갑자기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그럼 나와 함께 있는 건 어때요?”임정우는 진지하게 물었다.“저는 싫...”성유리가 거절하려고 입을 막 열자 임정우가 서둘러 말을 잘랐다.“유리 씨의 마음속에 아직 지난 그 사람을 잊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어요. 이러는 제가 유치하겠지만 저는 유리 씨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또 유리 씨를 즐겁게 해주고 싶어요.”성유리가 거절하려던 말은 그의 진심 어린 고백 때문에 삼켜졌다.비록 임정우에게 애정이 없지만 그의 눈빛과 고백은 이글거리는 불꽃처럼 성유리의 가슴에 구멍을 냈다.성유리가 입을 벌리고 무언가를 말하려고 할 때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임정우!”그 쩌렁쩌렁한 목소리에는 분명한 분노가 섞여 있었는데 그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그 사람은 재빨리 다가와서 성유리를 확 밀쳤다.“내 전화도 안 받고 메시지에 답장도 안 해 무인도에 간 줄 알았는데 여기서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느라 그럤어?”그 여자는 칼을 품은 듯한 쌀쌀한 눈빛으로 성유리를 째려보며 날카롭게 말했다.“이 뻔뻔한 여우 년 같으니라고! 이 남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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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화

임정우는 이렇게 제자리에서 멈췄고 여자가 곧 성유리를 가리켰다.“이 년을 위해서지? 애초에 박한빈이 왜 이 여자와 이혼했을 거로 생각해? 바로 이 여자가 이미 다른 사람이랑 잤기 때문이야! 이 여자는 10대에 양부랑 간통했는데 이런 여자랑 있으면 병에 걸릴 가 두렵지도 않아?”현관에 있던 사람들은 거의 다 이쪽에 모여 있었다.여자는 말이 빨랐는데 그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이렇게 모든 사람의 귀에 들려왔다.성유리는 이렇게 제자리에서 굳어진 채 하고 싶은 말을 까맣게 잊었다.임정우는 표정이 여러 번 변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돌려 성유리를 바라보았다.그 충격의 눈빛과 순간적으로 터져 나오는 주변의 소리는 마치 갑작스러운 쓰나미처럼 성유리를 온통 뒤덮었다.성유리는 원래 자신이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했다.몇 달 전부터 레스토랑에서 많은 사람 앞에서 자신의 과거를 스스로 파헤쳤는데 남의 입에 오르내리면 온갖 악플이 난무할 거라는 걸 짐작했었다.그녀는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 그때의 소식이 감춰졌을 뿐이라 생각했다.지금 이 화면은 단지 몇 달 늦었을 뿐이다.하지만 성유리가 그동안 어떻게 상상했든 눈앞의 현실과는 차이가 있었다.특히 그런 신중함과 경멸의 시선이 악마의 눈초리처럼 그녀에게 떨어졌을 때 성유리는 갑자기 자신이 숨쉬기조차 어려워졌다고 느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진무혁을 찾으려 했다.어쨌든 그가 자신을 데리고 온 것이니 말이다.이때 그녀는 마치 물에 빠진 사람처럼 아무 생각 없이 자신을 살릴 수 있는 지푸라기를 찾으려고 애썼다.하지만 그녀는 진무혁을 찾지 못하고 오히려 구경꾼들 사이에서 박한빈을 만났다.그는 인파 밖에 서서 그들과 마찬가지로 주시하는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낯선 모습? 비아냥? 경멸?성유리는 그 표정을 분간해 낼 수 없었다.그 차가운 술은 아직도 그녀의 머릿결을 타고 흘러내려 다시 그녀의 피부를 타고 오장육부로 스며들며 마침내 혈액도 피할 수 없을 것 같았다.온몸이 차가웠지만 그녀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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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화

“유정아, 너...”차가 시동을 걸려고 할 때 누군가가 돌진해 왔는데 마치 성유정에게 무언가를 일깨워주려는 것 같았다.하지만 성유정은 고개를 저으며 빠르게 말했다.“우리 언니예요. 전 언니를 두고 갈 수 없으니 걱정하지 말아요. 전 괜찮아요.”이때 그녀의 부드럽고 자상한 모습이 외부인의 눈에는 천사처럼 보였다.말을 마친 성유정은 재빨리 창문을 닫았다.이윽고 차 안에는 이들과 기사 세 사람만 남았다.성유정은 계속 연기하려 했지만 성유정이 직설적으로 물었다.“네가 말했어?”이때 성유리는 서서히 이성을 회복하였다.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녀의 목소리는 최선을 다해 냉정함을 유지하려 애써도 가볍게 떨리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성유정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며 웃다가 대답했다.“맞아.”성유리가 눈을 치켜들었다.“오늘 이 연기를 위해 많은 공을 들였겠네.”성유정은 눈을 깜빡이며 다시 말했다.“하지만 언니, 그건 언니가 단순해서 그래. 임정우 같은 남자를 어떻게 믿을 수 있어? 아니면 너무 자신만만해서 정말 언니에게 빠질 남자가 있을 줄 알았어? 참, 내가 왜 이렇게 타이밍을 잘 맞추었는지 알고 싶지 않아?”성유리는 고개를 들고 잠시 눈을 마주친 뒤 대답했다.“너랑 진무혁이 함께 주선한 거지?”“언니도 그렇게까지 미련한 건 아닌 것 같아. 맞아, 내가 진무혁 오빠와 함께 준비했어.”성유정은 밝게 웃으며 말했다.“언니, 설마 언니가 진무혁 오빠와 친구가 된 줄 알았어? 언니는 너무 순진해. 언니는 지금 오빠에게 무슨 이용가치가 있어? 하지만 나는 달라. 나는 지금 성씨 가문의 유일한 딸이고 진무열의 약혼녀야. 내가 원한다면... 오빠가 진씨 가문의 자리를 확실히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어. 그러니 성유리, 네가 버림받은 건 당연한 거야.”성유정의 말이 끝나자 성유리가 갑자기 또 웃었다.“그래서 진무열까지 계산에 넣었단 말이야? 그리고 진무혁은 너에게 무엇을 주겠다고 약속했어? 진씨 가문의 자리를 잡으면 진무열과 파혼한 후에 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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