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성유리에게 거절할 기회를 주지 않았고 성유리도 거절할 수 없었다.곧 두 사람은 카페에 도착했다.“언제 수성시에 왔어요?”단예진이 물었다.“며칠 전에요.”“그래요? 혼자 왔어요?”성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을 들어 단예진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잠깐 눈을 마주친 뒤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며 단예진은 사진 몇 장을 성유리 앞에 내놓으며 물었다.“사진 속 사람이 성유리 씨죠?”불꽃 쇼, 떠들썩한 옥상, 두 사람이 키스를 하는 사진이었다.박한빈의 얼굴은 그 위에 매우 선명했다. 성유리는 그때 그의 품에 안겨 있었고 박한빈이 손바닥으로 얼굴을 받치고 있어 그녀의 모습은 사실 잘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일이 이렇게 되자 부인해도 의미가 없는 것 같았다.그래서 성유리는 주먹을 살짝 쥐고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성유리 씨도 아시겠지만, 이제 박한빈은 당신의 남편이 아니라 제 약혼자예요.”단예진은 다시 천천히 말했다.“전에 성유리 씨를 두 번 만난 적 있어요. 늘 성유리 씨가 사리 밝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제가 잘못 본 것 같네요. 아니면 성씨 가문 가정교육이 그런 건가요? 남의 남자만 노리라고 가르치던가요?”단예진의 말이 끝나자 얼굴에 피어난 표정도 조금씩 사라졌다.성유리는 설명할 길이 없어 주먹을 꼭 쥐고 말했다.“미안해요. 어젯밤에...”그녀는 무슨 말을 하려 했지만 어떤 설명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힘이 없었기에 결국 침묵으로 일괄했다.단예진은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보며 입가의 냉소가 오히려 더 깊어졌다.“성유리 씨, 내 앞에서 가련한 척할 필요 없어요.”그녀는 말했다.“오늘 온 것은 당신의 현재 신분을 상기시키기 위해서예요. 다시 또 만지지 말아야 할 것을 만진다면, 이 커피 한 잔을 바로 당신에게 끼얹어 망신 줄 거에요.”말을 마친 단예진은 바로 떠났고 성유리는 그곳에 앉아서 움직이지 않았다.그녀의 손은 단예진이 떠나갈 때까지 주먹을 꼭 쥐고 있었는데 손을 풀고 나서야 손바닥에서 피가 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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