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 씨는 그냥 친구일 뿐이에요. 그러니까 정우 씨를 깎아내리지 말아 주세요.”성유리는 입술을 꽉 깨물며 말했다.“그리고 오늘 정우 씨가 다친 것도 저 때문이에요. 저 때문에...”“하.”박한빈은 갑자기 냉소를 터트렸다.그 차가운 웃음소리는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성유리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성유리, 우리가 전에 무슨 계약을 했는지 잊었나 봐?”“말했잖아요, 난 정우 씨랑 그냥 친구일 뿐이라고.”“친구라면서 왜 거짓말을 해?”박한빈의 목소리는 점점 더 차분해졌고 그의 눈은 날카롭게 그녀를 꿰뚫어 보았다.성유리는 자신이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입을 열기 전 박한빈이 먼저 말을 이었다.“지난주, 네가 늦었던 그날 밤. 그 자식과 같이 있었지?”성유리는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박한빈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기억하기로는 네가 샤워까지 하고 시월파크에 왔던데? 대체 무슨 일을 한 거야, 샤워까지 할 정도로?”“우린 그냥 야시장에 갔을 뿐이에요!”“아, 그래? 그럼 정말 그 자식이랑 있었던 거네.”박한빈은 다시 한번 쓴웃음을 지었다.성유리는 말문이 막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박한빈은 그녀의 반응에 입가에 냉소를 더 짙게 드리우며 이내 중앙 콘솔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꺼냈다.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의 손은 갑자기 떨리기 시작했다.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이려 했으나 라이터는 번번이 켜지지 않았다.그리고 그 순간 박한빈은 라이터가 성유리가 준 것임을 깨달았다. 그의 눈빛이 어두워지며 차창을 내렸다. 곧이어 그 라이터와 담배는 창밖으로 내던져졌다.박한빈이 차창을 다시 올리자 차 안의 공기는 더욱 무겁고 답답해졌다.“저랑 정우 씨는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성유리는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말했다.“우리 사이에 계약이 있는 건 알지만 저에게도 저만의 사회생활이 있고 사생활권이란 게 있어요. 우리는 그냥 식사하고 대화를 나눴을 뿐 그 이상은 없었어요.”성유리가 말을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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