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속 사람이 웃는 장면에 맞춰 가게 안의 여자도 따라 웃고 있었다.하지만 정작 어디가 웃기는지는 박한빈은 알 수 없었다.“거기서 왜 멍하니 있어?”여자는 화가 난 듯이 소리를 지르더니 카운터 위에 있던 장난감 상자 하나를 그대로 들고 상대의 얼굴을 향해 던졌다.“손님 온 거 안 보여!?”안쪽에 앉아 있던 여자는 원래 그 말조차 대수롭지 않게 흘려듣고 있었다.그렇지만 물건이 얼굴에 부딪히고 나서야 박한빈을 힐끔 쳐다보았다.그런데 단 한 번의 눈길 이후, 그녀의 얼굴빛이 확 바뀌더니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혹시... 당신은 그...”“아까 말했잖아. 이분은 지서연 남편, 큰 회사의 사장님이시라고!”여자는 다가가 딸의 팔을 세게 꼬집은 뒤, 박한빈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이쪽은 제 딸 곽단이에요. 서연이랑 같은 반 친구였답니다.”박한빈은 그저 고개만 끄덕거렸다.“그럼 제가 바로 이장님께 알리러 갈게요. 다만 지금 이 시간이면 다들 낮잠 자고 있을 수도 있어서 제가 직접 집마다 다녀볼게요. 곽단, 너는 얼른 사장님 모시고 마을 한 바퀴 돌면서 안내 좀 해드려!”이름이 불린 곽단은 마지못해 몇 걸음 앞으로 나섰는데 박한빈과 눈이 마주치자 얼굴이 금세 시뻘겋게 달아올랐다.잠시 후, 곽단은 안내를 하려는 듯 앞장서며 천천히 입을 뗐다.“따라오세요.”박한빈은 별말 없이 그 뒤를 따라갔다.사실 두 사람이 굳이 안내하지 않아도 그는 처음부터 이 마을을 둘러볼 생각이었다.애초에 그것이 이곳에 온 이유이기도 했으니까. 그래서 ‘가이드’가 하나 생겼다 해도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뉴스에서 본 적 있어요, 사장님에 대한 기사요.”마을을 걷던 중, 곽단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진짜로 여기까지 오실 줄은 몰랐어요…”“그 사람 집은 어딥니까?”곽단은 뜻밖의 질문에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박한빈을 쳐다봤다.“당신 옛 동창 말입니다.”박한빈은 성유리라는 이름을 직접 말하고 싶지 않았고 지서연이라고 부르기도 싫었기에 그냥 동창이라는 단어로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