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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폭군의 장군 황후: Chapter 411 - Chapter 420

711 Chapters

제411화

강림은 그동안 한적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오늘도 주루에서 밥을 먹다가 옆방에서 개 같은 황제를 죽이자는 소리를 듣고 호기심이 동해 그쪽으로 다가갔다.그들의 입을 통해 맹 소장군이 죽었다는 얘기를 들은 그는 치미는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지인을 통해 그는 맹 소장군이 소환과 막역한 사이라는 사실을 전해들은 적 있었다.그러니 무조건 힘을 보태고 싶었다.강림은 친우의 친우는 내 친우라는 사상을 가진 자였다.물론 그의 그런 생각은 봉구안이 보기에 멍청하기 그지없었다.대체 왜 안락한 삶을 소중히 여길 줄 모르고 이 사단을 일으킨단 말인가!그녀는 달려오는 강림을 보자 소욱의 지시를 기다리지도 않고 한손으로 그의 어깨를 짚은 채 몸을 날렸다.쾅!강림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이러면 조용해질 줄 알았는데 그는 바닥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동료들 손에서 칼을 빼앗고 이를 갈았다.“죽여라!”봉구안은 순간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었다.‘멍청한 자식 같으니!’다급한 상황에 그녀는 은침을 꺼내 뿌렸다.쾅!드디어 강림이 의식을 잃고 쓰러지자 봉구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얼마 안 가 소동을 부린 강호 인사들은 끌려서 관부로 행했다.뒤늦게 도착한 관료들은 황제의 마차 밖에서 공손히 무릎을 꿇고 사죄를 빌었다.“폐하, 많이 놀라셨겠습니다. 소신 바로 저것들을 철저히 조사하고 엄벌을 내리겠습니다!”강호의 떨거지들 주제에 감히 군주의 목숨을 노리다니!마차 안에서 봉구안은 소욱에게 권유하듯 말했다.“폐하, 이는 맹교먹의 죽음으로부터 비롯된 일이고 민심이 흉흉한 와중에 저들의 목숨을 취한다면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입니다.”“하지만...”관원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누가 되었든 황제를 시해하려 시도한 자를 살려둘 수는 없었다.소욱이 입을 열었다.“황후가 그렇게까지 말하니 참수는 면하고 며칠 가둬두는 것이 어떻겠느냐.”그를 죽이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널렸고 그 역시도 이 정도 자객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하물며 황후가 말한 것처럼 저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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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2화

장공주는 멍한 표정으로 눈앞의 사람을 바라보았다.황후가 과거 자신을 구했던 그 맹 소장군이라니!그녀는 자신이 그동안 했던 일들이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렸다.맹교먹의 말만 믿고 황후에게 시비를 걸고 황후가 가짜라는 것까지 끄집어내려 했다니!맹교먹 같은 사칭범에게 속아서 하마터면 진짜 구명 은인을 죽일 뻔했던 것이다.장공주는 깊은 후회가 몰려와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봉구안은 손목에 끼워진 팔찌를 바라보다가 무언가 스치는 생각이 있어 고개를 들었다.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장공주는 착잡한 눈으로 황후를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황후…”하고 싶은 말이 너무도 많은데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몰라 망설여졌다.“소장군의 팔목 굵기는 내가 직접 쟀습니다. 지금도 아니라고 할 것입니까?”장공주는 절박한 표정으로 황후를 바라보며 말했다.봉구안도 미간을 찌푸렸다.“장공주…”장공주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제가 참 바보였습니다. 맹교먹 같은 간신배의 말을 믿고 황후께 그런 무례를 저지르다니요. 저를 탓하시고 못 믿으셔도 할 말이 없습니다. 제가 배은망덕한 짓을 저질러서 더 이상 황후의 얼굴을 보고 있을 수가 없네요!”장공주는 비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봉구안은 애써 침착하며 장공주를 불렀다.“장공주…”장공주가 재차 그녀의 말을 잘랐다.“당신은 분명한 맹 소장군입니다. 그런데 여태 부인하고 계시는 이유가 군주를 기만한 죄 때문입니까? 하긴, 폐하는 고집스러운 분이라 진짜 신분을 알게 되면 필히 용서하지 않을 테지요.”“걱정하지 마세요. 이 비밀은 무덤까지 가져가겠습니다!”평소의 교만하고 고고했던 장공주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봉구안은 싸늘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말없이 팔찌를 빼서 상대에게 돌려주었다.장공주는 팔찌의 갈라졌던 부분을 매만지며 추억에 잠겨 말했다.“그러고 보니 참 이상합니다. 멀쩡하던 팔찌가 황성으로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파열되었어요. 흠집이 있어서 창고에 두고 맹교먹에게 선물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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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3화

장공주는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맹교먹이 순조롭게 옥을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은 비영령 덕분이었다.사실을 숨길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황제가 이렇게 빨리 알아낼 줄은 뜻밖이었다.게다가 자신에게 심문 어조로 캐묻고 있는 황제의 태도도 처음이었다.곧이어 소욱은 화제를 돌려 정중하게 그녀에게 경고했다.“누님, 이 일로 누님의 죄를 캐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영화궁에는 적게 걸음하셨으면 합니다.”장공주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그녀는 소욱을 빤히 쳐다보며 당당히 말했다.“폐하, 즉위한지 7년 정도 되었지요? 아직도 자식을 보지 못한 게 이상합니다. 할마마마께 들었는데 황후가 회임을 하기 전에는 다른 후궁을 품지 않겠다고 하셨다면서요?”“누이가 괜한 소리를 하는 게 아닙니다. 그동안 폐하께선 능연이에게 총애를 주셨고 정비도 품었지요. 하지만 회임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문제가 후궁에 있는 것 같지 않은 것은 이 누이의 착각일까요?”소욱은 인상을 확 찌푸렸다.장공주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잔소리하듯 말했다.“누이인 나니까 폐하께 이런 간언도 드릴 수 있는 거지요. 지금은 황후를 괴롭힐 것이 아니라 옥체부터 잘 보양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지 않다가는 회임을 하더라도 아이가 무사히 태어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토양이 좋아도 종자가 제 구실을 해야 말이지요.”황제의 등 뒤에 선 유사양은 그 말을 듣고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아무리 황제의 누이라고 할지언정 선을 넘은 발언이었다.소욱의 주변으로 차가운 기운이 퍼져나갔다.다른 사람이 그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면 진작에 목이 날아갔을 것이다.“짐이 명하노니, 내일부터 장공주를 위해 부마 후보를 알선하도록 하거라.”장공주의 안색이 급변했다.“폐하! 어찌…”소욱이 냉소를 지었다.“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자란 여인이라면 계속 친정에 머물러 있지는 않을 겁니다. 하물며 누이는 장공주의 신분이지 않습니까.”말을 마치 그는 장공주를 지나쳐 영화궁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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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4화

소욱은 처음으로 그녀의 눈에서 빛을 보았다.그녀가 이런 눈을 하고 자신에게 뭔가를 요구한다면 다 들어줄 수 있을 것 같았다.물론 그건 그 혼자만의 생각이고 실제로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잠깐의 침묵 후에 그는 평소의 싸늘한 표정으로 돌아와서 자초지종을 얘기했다.“짐이 즉위한지 2년째가 되었을 때, 4개국이 연합해서 남제를 침략했지. 짐은 친히 군대를 이끌고 전장에 나갔다. 전장이 끝난 후 귀국하는 길에 안개숲을 지난 적 있다.”“그 숲에는 자객 무리가 매복하고 있었지. 자객과 교전 중에 한 자객이 벌레처럼 생긴 무언가를 꺼내들었고 그것이 짐의 팔을 깨물며 중독되었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게 천수독이었다고 하더군.”천수독이란 매일 토용이라는 벌레에게 특제 독약을 먹여 길러졌으며, 일정 기간이 지나 그 벌레가 극독물인 천수가 된다는 사실을 봉구안은 알고 있었다.천수 한 마리를 육성하는데 최소 10년이 소요됐다.육성한 토용이 모두 독극물을 흡수하고 살아남는 것은 아니었다.그랬기에 천수독은 극히 보기 드문 독약이었다.그녀는 계속해서 소욱의 말을 들었다.“벌레에 물린 후로 그것을 두 동강을 내버렸지. 그리고 그 주인의 몸에서 옷자락을 찢어냈다.”봉구안이 물었다.“폐하께서 말씀하신 단서가 그 옷자락에서 찢어진 옷감인가요?”소욱은 고개를 끄덕였다.“흔히 볼 수 있는 소재가 아니더군. 그것을 통해 천수독의 주인을 찾으려고 하였으나 아무런 수확이 없었다.”봉구안은 살기어린 눈을 하고 그에게 물었다.“그 옷감, 아직 있습니까?”“그래.”그 말을 들은 봉구안은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소욱은 그녀를 빤히 응시하며 물었다.“이 일을 조사하고 싶은 것이냐?”봉구안은 즉시 그를 향해 예를 행했다.“허락하여 주십시오.”소욱은 티 나게 불쾌감을 드러냈다.“이 일을 조사하려면 궁을 나가야 한다. 그렇다면 후궁 업무는…”봉구안은 확신에 찬 얼굴로 답했다.“뒤처지지 않게 잘 처리하겠습니다.”소욱은 진심으로 후궁 업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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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5화

봉구안이 진실을 공개하자고 한 이유는 백성들의 오해를 풀어주기 위함이었다.그런데 소욱의 안색이 차갑게 식었다.“그럴 필요까진 없다.”그녀는 더욱 더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어차피 명성에 해가 되는 일인데 왜 굳이 진실을 감추려는 것일까?소욱이 정색해서 말했다.“맹교먹이 사칭범이란 사실을 공개하면 맹씨 가문은 그 죄를 면할 수 없다. 북대영의 천만장수들도 마찬가지다.”그들이 진실을 몰랐다고 하여도 공범으로 몰릴 것은 뻔했다.간사한 인간이 나서서 이 일을 이용해 크게 만든다면 북대영은 또다시 혼란이 찾아올 것이다.이 비밀을 지켜져야만 소욱은 북대영과 맹씨 가문을 비호할 수 있었다.만약 진실이 공개된다면 그는 절차대로 처벌할 사람들을 처벌해야 하는 것이다.봉구안은 그 말에 대답을 할 수 없었다.솔직히 그녀 역시도 사부를 걱정하고 있었다.그런데 소욱이 천하 백성의 오해를 사면서까지 그들을 지키고자 했을 줄은 정말 몰랐다.물론 소욱이 꺼리는 점은 그뿐이 아니었다.“맹성주는 북대영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지. 그의 죽음이 얼마나 큰 혼란을 불러올지도 직접 보고 싶구나. 황실에 반심을 품은 자들을 이 참에 속출해 내는 것도 나쁘진 않지.”살기등등하던 그의 눈빛은 봉구안에게 닿자마자 평소처럼 변했다.“어찌됐건 이 일이 완전히 해결되기 전까지 너는 짐과 동침해야 할 것이다.”봉구안은 평온한 눈빛으로 그를 응시하다가 한참 후에야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히 답했다.“예.”한 시진 후, 자진궁.목욕을 마치고 나온 소욱은 봉구안을 찾다가 침전의 누각에서 그녀를 발견했다.그녀는 이미 이불을 펴고 잠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소욱이 싸늘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여기서 잔다고?”봉구안이 당연하지 않느냐는 표정으로 쳐다보자 소욱이 또 물었다.“이곳은 하인들이 잠자는 곳인 건 알고는 있겠지?”“상관없습니다.”어차피 강호를 유람할 때 풀숲에서 잠을 잔 적도 있었다.그녀가 보기에 야간에 황제의 안전을 수호하려면 시위들처럼 행동할 필요가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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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6화

흥혜궁정비는 공허한 표정으로 거울 앞에 앉아 있었다.추홍이 안타까운 얼굴로 말했다.“마마 시간이 늦었습니다.”정비는 망연자실한 얼굴로 중얼거렸다.“그래, 늦었구나.”아직도 황후가 시침을 하고 있을까?처음에는 황후도 그녀처럼 황제가 관료들을 응대하기 위한 가짜라고 생각했지만 정말 가짜였다면 황후를 자진궁으로 불렀을 리 없었다.그곳은 과거의 영비마저도 밤중에 잘 걸음하지 않는 곳이었다.그만큼 황제가 황후를 총애한다는 증거였다.‘그럼 난 뭐지?’황제의 시선을 한번이라도 더 받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하지만 돌아온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다음 날, 조회.뭇 대신들은 아직도 맹교먹의 죽음을 놓고 아웅다웅하고 있었다.“폐하, 맹 소장군은 백성들이 선망하는 영웅입니다. 그녀의 죽음으로 민간에서 폐하의 성망이 전과 같지 않습니다. 이 일을 간과하면 안 됩니다!”“폐하, 용호군의 가족들마저도 맹 소장군은 죽으면 안 됐다고 말하고 있습니다.”“폐하, 맹교먹이 중죄를 저질러서 죽여야 했다면 공개적인 심판을 진행했어야 합니다. 폐하께서 사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했으니 민심이 동요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소욱은 싸늘한 얼굴을 하고 용상에 앉아 있었다.어젯밤 일은 이미 대비를 해두었기에 몇몇을 제외하고 관원들은 맹교먹이 탈옥을 시도한 것과 비영군이 탈옥에 방조한 일을 모르고 있었고 맹교먹이 소장군을 사칭한 일은 당연히 모르고 있었다.그들이 보기에 맹교먹은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공신이었다.황제가 공신을 죽였으니 폭군이라고 불려 마땅하고 쓴소리를 듣는 것도 당연했다.평소에는 항상 소욱과 뜻을 함께하던 서왕마저도 오늘은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서왕은 맹 소장군에게 경외심을 갖고 있었다.그래서 맹교먹의 죽음에 대해 황제의 행보를 지지할 수 없었다.그녀가 잘못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녀가 세운 공로라면 충분히 죽을 죄를 면할 수 있었다.그녀는 영웅의 무덤에 묻혀야 마땅하지 아무도 찾지 않는 난장강에 버려지는 것은 마땅치 않은 일이었다.한 나이 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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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7화

“소신도 그냥 소문만 들었을 뿐입니다. 맹 소장군은 군의관 한명과 아주 막역한 사이라고 둘이 혹시 동성애자가 아닌지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더군요.”잠시 숨을 고른 서왕은 계속해서 말했다.“하지만 소신은 헛소문이라고 봅니다. 그냥 깊은 우정이겠지요.”하지만 소욱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그 군의관이 이름이 무엇이고 지금은 어디 있느냐?”“소신의 기억에 단씨였던 거로 기억합니다.”익숙한 성씨에 소욱은 천우비침을 떠올렸다.그 군의관이 단씨 일족의 후예일 가능성이 컸다.황제의 생각을 모르는 서왕은 이곳에 온 이유를 꺼냈다.“폐하, 맹교먹이 진짜 맹 소장군이 아닌 사칭범이라면 왜 그 일을 만천하에 알리시지 않은 겁니까?”소욱이 어두운 표정으로 답했다.“짐에게 다 생각이 있다.”그는 머릿속으로 그 군의관을 생각하고 있었다.서재 밖.진한길은 밖으로 나온 서왕에게 공손히 예를 취했다.그리고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하면서도 속으로는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서왕처럼 뭇 여인들의 흠모를 한몸에 받는 사내마저도 사랑의 고민을 앓고 있다니.서왕이 평소에 궁인들에게 잘해준 것을 봐서 진한길은 그를 위로해 주기로 했다.“전하, 꽃도 각자 피는 계절이 있기 마련입니다.”서왕은 어리둥절했다.이 무슨 뜬금없는 소리란 말인가?자녕궁.장공주는 평소의 오만함을 내려놓고 친히 향낭을 수놓고 있었다.녕비가 물었다.“언니, 폐하께 드리려고 만드시는 건가요?”향낭에는 하늘을 힘차게 나는 매가 수놓아져 있으니 필이 사내에게 선물하려고 만든 것이 틀림없었다.장공주 신변에 사내가 없으니 녕비는 상대가 황제일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그 질문을 들은 장공주의 얼굴이 싸늘하게 식었다.“아무리 친동생이라지만 남녀 사이에 지켜야 할 선이 있는데 향낭 같은 것을 함부로 선물하겠니?”녕비는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그렇죠? 제가 실언을 하였네요. 그럼 이건…”“황후께 드리려는 거다.”그 말을 들은 녕비와 옆에 있던 궁녀들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여인에게 주는 향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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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8화

대전 안에서 아찔한 비명이 울려퍼지고 있었다.“멍청한 것! 누가 아프단 거야? 누가 정신착란이래? 나 멀쩡하거든? 아니, 이게 무슨 짓이야!”장공주의 과격한 반응에 못이겨 태후는 사람을 시켜 그녀를 묶도록 했다.잠시 후, 장공주는 온몸이 묶인 채로 침상에 누워 불편한 자세로 몸부림치고 있었다.“엄마마마, 살려주세요!”태후가 안타까운 얼굴로 말했다.“소기야, 이게 널 돕는 일이야.”장공주는 어이가 없었다.향낭을 수놓다가 이 무슨 봉변이란 말인가!“황후… 황후를 찾아가거라!”장공주가 시종에게 명령했다.태후 옆에 서 있는 녕비도 조마조마했다.‘대체 황후를 왜 찾는 거지? 언니가 드디어 미친 건가?’영화궁봉구안은 고대 서적을 펼치며 구미사 도안에 대한 단서를 찾고 있었다.이때, 안으로 달려온 최 상궁이 숨을 헐떡이며 아뢰었다.“마마! 큰일 났습니다! 자녕궁 쪽에… 장공주께서… 소란을 피우고 있답니다!”봉구안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무슨 일이지?”“맹 소장군의 죽음에 너무 상심한 장공주께서 정신착란을 일으켰다고 태후께서 태의를 불러 진료를 보게 하였는데 공주께서 저항이 심하셔서 밧줄로 묶었다고 합니다.”자초지종을 들은 봉구안은 생각에 잠겼다.장공주는 교먹의 진짜 신분을 알고 있기에 상심하여 착란을 일으킬 이유가 없었다.태후는 장공주의 생모이니 정도껏 할 것이고 황후가 나설 이유가 없었다.자녕궁.장공주는 드디어 발악을 멈추었다.그리고 체념한 얼굴로 태의의 진료를 받고 있었다.그 모습을 지켜보는 태후는 속이 타들어갔다.“소기야, 맹교먹이 죽어서 상심한 건 알겠어. 하지만 너에겐 어미도 있잖니.”녕비도 옆에서 거들었다.“그래요, 언니. 화가 난 걸 털어만 내면 괜찮을 거예요. 저희가 언니를 해칠 리 없잖아요.”장공주는 어이없는 웃음만 지을 뿐이었다.잠시 후, 태의가 일어나서 아뢰었다.“태후마마, 소신이 자세히 진료를 본 결과 공주께서는 간열이 일반인보다 높으시지만 다른 이상은 없는 것으로 보여집니다.”하지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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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9화

그날 밤, 자녕궁.소욱은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고 있는데 황후는 여전히 책을 읽고 있었다.그는 조용히 다가가서 그녀에게 물었다.“뭐가 그리 재미 있어서 하루종일 보고 있는 것이냐?”봉구안은 고개도 들지 않고 답했다.“나화 비단의 구매 명책을 확보하라 지시하였습니다. 할 일이 없어서 구미사 도안에 대한 단서를 찾고 있습니다.”소욱은 그녀의 손에서 책을 빼앗고는 담담히 말했다.“그냥 흔히 보이는 도안일 수도 있다.”“그럴지도 모르지요.”봉구안이 책을 향해 손을 뻗는데 갑자기 소욱이 물었다.“북대영에 단씨 성을 가진 군의관이 있다고 하더군. 천우비침은 그자에게서 배운 것이냐?”봉구안의 눈빛이 살짝 변했다.소욱은 계속해서 말했다.“짐은 진실만을 원한다. 그자이냐?”봉구안은 싸늘하게 식은 눈으로 답했다.“예.”소욱은 가슴이 꽉 막힌 기분이었다.단씨 일족의 천우비침은 절대 가족이 아닌 외부인에게 가르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두 사람의 관계는 분명 일반 친구 관계는 아니었을 것이다.소욱이 떠보듯이 물었다.“단씨 일족은 반역죄를 저지르고 구족을 멸하는 처벌이 내려진 걸 알고 있느냐? 그 사람이 단씨의 여당이라면 죄인이란 말이다.”봉구안은 흔들림없는 표정으로 답했다.“알고 있습니다.”“알면서도 관부에 넘기지 않은 것이냐? 네가 만약 죄인을 숨겨주는 거라면…”“죽었습니다.”봉구안은 아주 평온하게 그에게 말했다.너무 예상밖의 답이라 소욱은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봉구안은 전혀 상심하지 않은 얼굴로 담담히 말했다.“천수독에 당해서 죽었지요.”소욱이 흠칫하며 물었다.“네가 말한 친구라는 사람이 그자란 말이냐?”봉구안은 솟구치는 감정을 가까스로 억누르며 답했다.“예.”곧이어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히 말했다.“이미 죽은 사람이고 그 사람의 죄를 따지려고 해도 이제는 어쩔 수가 없습니다.”소욱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끝을 흐렸다.“짐은…”그러려고 시작한 얘기가 아니었다.하지만 그녀는 그의 말을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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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0화

봉구안이 소욱에게 말하지 않은 것은 단회욱이 그녀를 위해 죽었다는 사실이었다.천수독은 원래 그녀를 향해 오고 있었는데 단회욱이 그녀 대신 막아준 것이다.그리고 단회욱은 이미 천우비침의 비적을 그녀에게 줬지만 그녀는 전장을 치르느라 바빠서 절반밖에 습득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말하지 않았다.그래서 중독되어 죽어가는 단회욱을 그녀는 살리지 못했다.그 일로 그녀는 영원히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것이다.그날 밤, 황궁의 수많은 사람들의 잠자리가 뒤숭숭했다.소욱은 호위들과 밤새 권법을 수련했다.호위들의 마음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정비는 내일 있을 황제와의 외출을 기대하며 꼬박 밤을 새웠다.다음 날 아침.정비는 일찍이 짐을 꾸리고 제물을 챙겼다.호송을 맡은 호위가 마차를 끌고 다가왔다.비빈들은 출궁할 때 측문으로 돌아서 나가야 했다.정비는 마차에 오르는 대신 호위에게 물었다.“폐하께선 아직 조회가 끝나지 않은 것이냐?”추홍 역시 긴 궁중 복도를 바라보며 황제의 모습을 기다리고 있었다.호위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누군가가 용기를 내서 말했다.“정비마마, 어서 차에 오르시지요.”소박한 복장을 입은 정비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안 된다. 폐하께서 아직 당도하지도 않았는데 내 어찌 먼저 마차에 오르겠느냐?”추홍이 말했다.“마마, 폐하께선 조금 있다가 오시려나 봅니다.”그런 그녀와는 다르게 호위가 말했다.“마마, 폐하께선 저희에게 마마를 호송하라는 지시만 내리셨고 동행하신다는 말씀은 없으셨습니다.”정비는 순간 당황해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호위를 바라봤다.잠시 후, 애써 감정을 추스른 정비가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폐하께서 정무가 다망하신가 보구나. 괜찮다. 조금 더 기다리면 된다.”영비의 기일에 소욱이 외출을 안 할 리 없었다.정비가 고집을 피우니 시위들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그렇게 두 시진이 지나갔다. 땡볕 아래에서 두 시진을 버틴 정비는 머리가 어지러웠다.황제의 행방을 알아보고 돌아온 호위가 아뢰었다.“마마, 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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