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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의 장군 황후의 모든 챕터: 챕터 421 - 챕터 430

716 챕터

제421화

황제가 직접 봉가 저택에 행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봉가 안팎은 발칵 뒤집혔다.“폐하와 마마를 뵙사옵니다!”봉대인은 가장 앞에 서서 황제를 맞이했고, 그 뒤에는 봉 부인, 첩실인 임이랑, 며느리 주씨, 그리고 별 볼 일 없는 서자 봉명헌이 줄을 서 있었다.봉명헌은 황제를 몹시 두려워했다.거북이처럼 고개를 움츠리고, 얼굴조차 들지 못했다.그도 그럴 것이, 과거 그는 뇌물을 써 관직을 사려다 들켜 엄벌을 받았었다.그때 황제에게 가서 빌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다.그 순간 황제의 눈에 서려 있던 혐오와 살기를 그는 절대 잊을 수 없었다.임이랑은 이번이야말로 황제를 직접 뵙는 첫 자리였다.그의 위엄에 눌려 어찌할 바를 몰랐다.소욱은 비록 오늘 용포를 입지는 않았으나, 그의 존재만으로도 위엄이 넘쳐 감히 눈을 마주칠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폐하께서 저희 같은 천한 집에 행차하시다니, 실로 가문의 영광이옵니다!”문학에 조예가 깊었던 봉 대인도 이 순간만큼은 말문이 막혔다.소욱은 무표정하게 말했다.“짐은 그저 황후와 함께 군기감을 시찰하던 길에 들른 것뿐이니, 특별히 신경 쓰지 말거라. 황후의 본가에 잠깐 온 셈이라 생각하거라.”그가 한마디마다 자신을 짐이라 칭하니, 결코 평범한 사위의 방문으로 느껴질 수 없었다.붉은 얼굴로 웃음이 가득한 봉 대인과는 달리, 임이랑의 속마음은 시기로 가득했다.‘황후는 총애를 못 받는다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어찌 폐하께서는 봉가 저택에 행차까지 하신 거지?’일행은 본청으로 자리를 옮겼다.남녀는 각각 자리하여 앉았고, 봉안진은 군무로 바빠 아직 귀가하지 못했기에 서자인 봉명헌이 봉 대인과 함께 황제를 접대하게 되었다.세 명의 남자는 서로 눈치만 보며 앉아 있었는데, 그것이 마치 벌을 받는 것 같았다.소욱의 시선이 봉명헌에게 머물렀다.“살이 많이 빠졌구나.”봉 대인은 재빨리 말을 받았다.“소자가 요즘 책을 벗 삼아 열심히 정진하느라, 자연스레 그렇게 된 것이옵니다.”봉명헌은 말을 참지 못하는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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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2화

봉명헌은 마치 ‘형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재미있다는 듯 계속 입에 올렸다.소욱은 조금도 개의치 않고, 그가 올리는 술잔을 기꺼이 받았다.그러나 봉구안의 표정에는 웃음기 하나 없었으며, 봉명헌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마치 칼날이 서려 있는 듯했다.달빛이 버들가지를 비추는 밤, 봉가 저택은 그 어느 때보다도 떠들썩했다.봉안진이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며 멀리서 봉명헌이 시를 읊는 소리를 들었다.“손님이 왔느냐?” 봉안진은 음식을 나르는 하인에게 물었다.그 하인은 급히 대답했다. “폐하께서 황후마마를 모시고 친정을 다녀가셨습니다!”봉안진은 크게 놀랐다.황후가 친정에 온다는 소식은 들은 바가 없었다. 심지어 황제까지 함께 오다니…혹시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그는 급히 본청으로 들어섰고, 과연 황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그는 급히 손을 모아 인사드렸다.“폐하, 황후마마께 문안드립니다.”소욱은 술잔을 잇달아 비우며, 눈에는 이미 약간의 취기가 서려있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황제의 위엄을 유지하며 맑은 표정을 보였다.“오늘은 예를 갖추지 않아도 된다.”주씨는 남편을 맞으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서방님, 이제야 오셨군요. 아버님과 서방님은 이미 만취하셨습니다. 막내 도련님은 계속 소란만 피웠답니다.”봉명헌은 취기가 오른 채 봉안진을 끌어다가 중간에 앉히며 말했다.“형님, 예를 차릴 필요 없습니다! 어서 폐하… 아니, 형님께 술을 올리십시오! 오늘은 군신 관계도 없고 폐하도 없으니, 우리는… 가족입니다!”그는 말을 마치자 먼저 황제에게 술을 올렸다.소욱은 술잔을 들려던 찰나, 봉구안이 갑자기 일어섰다.그는 그녀를 자연스레 바라보았다.“폐하, 신첩은 배불리 먹었사옵니다.”소욱은 그녀의 불쾌함을 감지하고, 그녀를 바라보며 시선을 돌렸다.그녀가 정청을 나설 때까지 그는 묵묵히 바라볼 뿐이었다.봉명헌은 여전히 술을 권했고, 봉 부인은 폐하가 더 마실 수 없음을 깨닫고 하인들에게 봉명헌을 끌고 나가도록 지시했다.술에 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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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3화

봉구안은 어리둥절했다.그러나 이내, 소욱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단숨에 품에 안았다.그녀는 본능적으로 몸부림치며 그를 밀어내려 했다.그러나 소욱은 더욱 강하게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의 턱은 그녀의 어깨에 얹혀 있었고, 고개를 기울이자 차가운 입술이 그녀의 귓가와 뺨,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갔다.“너에게 강하게 나가야 했어야 했다.”말을 마친 그는 단단히 마음을 먹은 듯 그녀를 안고 안방으로 들어갔다.문 밖에 서 있던 진한길은 방 안에서 들려오는 침상의 삐걱하는 소리에 얼굴이 굳어졌다.그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그날 밤 달빛은 유난히 밝았으나, 그는 왠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였다.방 안. 침상 위.봉구안은 소욱의 위에 걸터앉아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아래에 눕혀진 소욱은 두 손이 허리띠로 단단히 묶인 채, 차가운 미간 사이로 짙은 분노가 서려 있었다.“어서 풀어라!”봉구안은 그의 허리띠를 빌려 손을 묶어둔 뒤, 날렵하게 그의 위에서 몸을 일으켰다.방금 전 그의 막무가내인 행동에 그녀의 비녀가 약간 흘러내렸지만, 그로 인해 그녀의 기세가 약해지는 일은 없었다.“폐하께서는 술에 취하셨사옵니다. 어서 정신을 차리셔야 합니다.”그녀는 차갑게 말하며 침상을를 벗어났다.방금 전 소욱이 무엇에 홀렸는지 모르겠으나, 그녀에게 억지로 굴 생각을 한 것은 분명히 미친 짓이었다.봉구안은 결코 그렇게 쉽게 당할 여인이 아니었다.그때, 방 안의 촛불이 갑자기 꺼졌다.봉구안은 걸음을 멈췄다.갑작스레 뒤에서 짐승 같은 존재가 나타나 그녀를 덮쳤고, 그녀는 미처 대응할 틈도 없이 어둠 속으로 끌려갔다.쿵!등이 침상에 닿았다.그녀 위에 소욱이 웅크려 그녀를 억누르고 있었다.어둠 속에서 그녀는 위압감을 느꼈다.소욱은 얼굴을 가까이 대며 술 취한 듯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은 마치 차가운 술처럼 맑고도 매운 기운을 내뿜었다.“다음엔 좀 더 단단히 묶는 걸 배우는 게 좋겠군.”봉구안은 숨이 멎을 듯했다.……깊은 밤.봉안진은 아내 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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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4화

어젯밤, 소욱은 술김에 주책없이 봉구안에게 억지로 힘을 쓰려 하였다.하지만 봉구안은 연약한 여인이 아니었다. 곧바로 주먹을 휘둘러 그의 눈을 한 대 쳤다.이제 그 원흉이 바로 앞에 서 있다. 손에는 껍질을 벗긴 계란이 들려 있었다.눈은 신체의 다른 부위와 달라, 내공으로 멍을 없앨 수 없었다. 봉구안은 일반적인 방법으로 그를 치료했으나, 효과가 더디기만 하였다.어젯밤부터 지금까지, 이미 열여섯 개의 계란을 썼건만, 소욱의 눈 주위 멍은 여전히 푸르스름해 누구에게도 얼굴을 보일 수 없었다.소욱은 답답한 마음에 앉아 있다. 그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이토록 힘센 여자는 처음 보는구나!”소욱은 어젯밤 그녀의 주먹이 거의 자신의 눈을 멀게 할 뻔했던 일을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봉구안은 계란을 손에 쥔 채 그의 눈 주위에 굴리던 중, 갑자기 손목을 움켜잡혔다.“감히 나에게 방자하게 굴다니, 네가!”소욱은 울분을 토하듯 외쳤다.봉구안은 태연한 얼굴로 대꾸하였다.“폐하께서 먼저 잘못하셨사옵니다.”소욱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도 속으로 분을 삭이고 있었다.그러나 생각해 보니, 모든 원인은 그 빌어먹을 봉명헌 때문이었다!그가 한 말은 어디서 나온 괴상한 이론이란 말인가!만약 봉명헌이 이를 듣는다면 분명 억울해할 것이다.그가 알려준 이론은 평범한 여인들에게 통할 뿐이었다. 하지만 황제는 이 말도 안되는 이론을 봉구안에게 쓰려 했으니…소욱은 애초에 자신이 사용할 수 없는 이론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소욱은 그녀의 손목을 움켜 잡으며 말했다.“계속 해라.”그러나 봉구안은 기어코 굴복하지 않았다.“손이 저려옵니다. 이제 폐하께서 직접 하시지요.”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봉구안은 밤새 잠도 못 자고 그의 눈에 계란을 굴리는 일을 하느라 지쳐있는 상태였다.봉구안이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소욱은 마침내 체념하듯 입을 열었다.“어젯밤, 과인은 과음을 했을 뿐이다.”봉구안은 냉정히 쏘아붙였다.“술에 취하셨으면서, 어찌하여 진한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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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5화

“황후, 곧 네가 아끼던 시녀와 다시 만나게 될 터인데, 어찌 조금의 기쁜 기색도 없단 말이냐?”소욱은 고양이가 쥐를 쥔 듯한 기세로 여유로움을 즐기며 말했다.그는 눈앞의 여인을 관찰하며 그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살폈다.지난번 그녀가 갖은 꾀를 부려 연상을 궁 밖으로 내보내려 했을 때부터, 그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직감하고는 비장의 수를 더 준비해 두었던 것이다.봉구안은 고개를 들어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그녀의 눈동자에는 옅은 미소가 어려 있었고, 소욱은 그 미소에 잠시 넋을 잃었다.그러나 그 순간…“윽!”그녀가 손에 힘을 주자, 그의 눈두덩에 날카로운 통증이 밀려왔다.손에 들린 삶은 달걀은 노른자와 흰자가 뒤섞이며 산산조각이 나, 그의 눈 주변으로 흩어졌다.“황후! 감히 나를 해치려 드는 것이냐!”소욱은 크게 소리쳤다.이 여자가 도대체 얼마나 대담한지,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북방(北境)맹건 장군 부부는 급히 전해진 서찰을 읽었다.맹건 장군의 아내는 그 서찰을 읽고 나서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교먹이 비영령을 위조했다고요? 그렇다면 그 아이가 이전에 나에게 돌려준 것은 가짜였단 말인가…”그녀는 즉시 비밀함을 열어 안에 든 비영령을 꺼내 보았다.언뜻 보기에는 진짜와 똑같았다.맹건 장군이 그것을 받아들고 한참을 꼼꼼히 살펴본 후 입을 열었다.“가짜군! 진짜처럼 정교하지 않소!”그는 곧장 그 가짜 패를 부숴버렸다.“집안 도둑 고양이를 경계하지 못했군요.”맹 부인이 차갑게 한마디 덧붙였다.“그 당시 받을 때,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건가요?”맹건 장군은 부인이 화내는 것을 가장 두려워했기에, 변명 대신 고개를 숙이며 스스로의 실수를 인정했다.“내 탓이오. 나이가 들어 눈이 흐릿해서…”“눈이 흐린 거요? 아니면 마음이 약한 거요?”그녀는 날카롭게 물었다.맹건 장군은 말을 잇지 못하고 더 깊은 자책에 빠졌다.맹건 장군은 어느 면에서나 훌륭하였으나, 감정에 지나치게 연연한다는 약점이 있었다.교먹은 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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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화

화살에 맞은 뒤, 교먹은 자신이 죽은 줄로만 알았다.그녀는 이렇게 죽어버리는 것도 차라리 속 시원하리라 생각했다.그러나 뜻밖에도, 뼛속까지 스며드는 고통이 그녀를 깨워내었다.눈을 뜬 교먹은 자신이 낯선 산속 동굴에 누워 있음을 알았다.사방이 돌벽으로 둘러싸인 가운데, 그녀는 허술한 나무판자 침대에 꽁꽁 묶여 있었다.그때, 귀가에 노쇠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맹 소장군, 깨어났군…”교먹은 뒤통수 너머에 누군가 서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의 얼굴은 흉측하기 이를 데 없었다. 온통 흉터로 뒤덮여 있었다.그는 고개를 숙이고, 웃음 띤 얼굴로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교먹은 본능적으로 물었다.“당신이 저를 구했나요?”그렇겠지, 언니는 원래 많은 사람을 구해왔던 사람 아닌가!이 사람 역시 그 장 공주처럼 그녀를 맹 소장군으로 착각하고, 기어코 살려내려 한 것이리라.그때, 그 남자의 손이 교먹의 가슴에 닿았다.그녀는 싸늘한 한기를 느꼈다.이어지는 것은 섬뜩한 웃음소리.“과연 수많은 전장을 헤쳐 나온 맹 소장군답소. 이 몸뚱이, 마치 쇠로 만들어진 것 같구려.”“치명적인 화살에 맞고도 이렇게 살아남다니 말이오.”그날 밤, 그가 그녀를 발견했을 때, 그녀는 이미 숨이 끊어지고 맥박도 멈춘 상태였다.그는 그녀의 몸과 머리를 갈라내 이 비범한 생존력을 탐구하려 했는데, 뜻밖에도 그녀가 갑자기 살아난 것이었다.살아난 것이 차라리 다행이었다.그는 기이한 미소를 지으며, 마치 희귀한 보물을 발견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교먹은 그를 바라보며 알 수 없는 불안을 느꼈다.“당신은… 누구죠?”“내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소.”남자는 주름진 손으로 교먹의 턱을 들어 올리며, 기괴한 자세로 그녀를 올려다보게 했다.“중요한 건 맹 소장군, 드디어 당신이 내 손에 떨어졌다는 것이오.”“하하… 당신이 죽인 우리 양 나라 사람들의 원한, 이제 당신이 갚아야 할 차례요!”“당신은 나에게 고통받다 죽을 운명이오!”그는 이성을 잃은 듯 미친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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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화

봉구안은 다소 피곤한 듯, 옆에 놓인 돌 위에 앉아 있었다.그녀는 손수건을 꺼내 칼날 위의 핏자국을 닦아내며, 무심한 어조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양 나라와 전쟁이 끝난 후, 사부님께서는 내가 중상을 입고 은밀한 곳으로 보내졌다고 세상에 알리셨지.”“그게 단지 내가 황성으로 돌아가는 길을 감추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니?”교먹은 입을 벌리며 간신히 대답했다.“그게 아니란 말이야?”봉구안은 눈꺼풀을 살짝 들어올리며, 깊이를 알 수 없는 시선을 보냈다.“장미의 복수를 하기 위해 그토록 긴 시간이 필요한 건 아니야.”“내가 궁을 떠나려 했다면, 방법이야 얼마든지 있었지.”“하지만 진실은, 북방이 불안정했고, 내가 너무 일찍 돌아갈 수 없었다는 거야.”교먹은 피를 계속 흘리며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다.이제야 모든 것이 분명해졌다!사제 간의 다툼에서 자신은 결국 한 수 뒤처진 것이었다!봉구안은 칼을 빛나게 닦으며, 얼굴에 냉랭함이 서려 있었다.“너는 호랑이를 유인하려 했지만, 나 또한 산을 떠나야 할 이유가 있었어.”“네게 모든 것을 말하지 않은 것은 네 탓이 아니지. 양 나라의 고수들이 나를 노리고 있었으니까.”교먹은 모든 것을 깨닫고 얼굴에 후회와 분노가 뒤섞였다.사저가 이런 위험을 숨기고 자신을 희생시키다니, 사저는 처음부터 자신의 생사는 관심 없었던 것이다!그녀는 자신이 맹소장군으로 가장할 경우 많은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을 뻔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사저는 그녀에게 끝내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봉구안은 칼을 다 닦아낸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녀의 몸에서 풍기는 살기는 주변 공기마저 얼어붙게 했다.“북대영에서, 내 심복은 용호군과 비응군만 있는 게 아니란다.”“네가 나를 가장하여 활동한 덕에, 양 나라의 자객들을 상당수 끌어낼 수 있었어."“네 목숨을 지금까지 지켜준 것이 바로 나야. 하지만 오늘 여기에 있는 이 자는, 양 나라의 마지막 자객이지.”“양 나라 사람들은 원한을 갚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더라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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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8화

어마장에는 바람이 심하게 불고 있었다.봉구안은 잠시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어찌하여 내가 황제에게 활을 가르쳐야 하는 처지가 되었단 말인가?’소욱의 얼굴에 있던 멍 자국은 이미 사라졌고, 그의 얼굴은 흠잡을 데 없이 아름다웠다.그는 이미 활을 잡고 봉구안을 향해 물었다.“짐의 자세가 맞느냐?”봉구안은 정신을 차리고, 그의 멋스러운 자세를 보고는 정색하며 말했다.“음, 큰 차이는 없사옵니다.”그가 쏜 화살은 목표와는 멀리 떨어져 있었다.진한길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황제의 화살법은 정확하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어찌 황후에게 화살을 배우고 있단 말인가?소욱은 또 다른 화살을 당기며 쐈다.쉭!이번 화살은 더욱 엉뚱하게 날아가버렸다.진한길은 속으로 황제가 너무 많은 조서를 살펴봐서 손목에 무리가 온 것이라고 생각했다.두 번 연속으로 화살이 빗나갔지만, 소욱은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그는 봉구안을 향해 고개를 돌려, 평소와 다르게 겸손한 눈빛을 보였다.“짐의 화살 실력이 어떤 것 같소?”봉구안은 그가 교먹에게 화살을 쏘던 모습을 본 적이 있었기에, 그의 화살법이 어떠한지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지금 그가 자신에게 화살을 배우기 위해 일부로 자신의 실력을 속이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단호하게 말했다.“여기는 장난치는 곳이 아니옵니다. 진심으로 배우길 원하신다면, 좀 더 진지하게 임해주시옵소서.”그녀의 엄격한 스승 같은 태도는 소욱의 마음속 작은 생각들마저 어디에도 숨길 곳이 없게 만들었다.소욱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평소와는 달리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좋다. 짐이 너의 말을 따르겠다. 진지하게 하자.”그는 한 번도 여인을 위해 이렇게 온갖 수단을 써본 적이 없었다.그러나 그녀만큼은 풍정을 모르는 데다, 강압에도 설득에도 꿈쩍도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세 번째 화살을 쏘자, 과녁의 중심을 정확히 꿰뚫었다.그 뒤로도 마찬가지였다. 쏠 때마다 화살은 정확히 과녁에 꽂혔다.봉구안은 신하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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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9화

봉구안은 단호하고 엄격하게 말했다.“사람에 따라 가르치는 법도 다르옵니다.궁술이 부족한 이들에게는 부위가 넓어 명중 확률이 높은 가슴 부위를 겨냥하게 하옵니다.”“그러나 폐하처럼 궁술이 출중한 분께는 머리를 겨냥하도록 하옵니다. 그것이 더욱 정확하고 치명적이니 말입니다.”그녀는 덧붙였다.“머리라 해도 무작정 쏘아서는 아니 되옵니다. 얼핏 이마를 겨냥하는 듯하나, 실제로는 머리 뒤쪽, 두개골 하단, 즉 목덜미 뒤 연수를 노려야 하옵니다.”봉구안이 설명하는 동안, 소욱은 진지하게 귀를 기울였다.그러나 어쩐 일인지 그녀의 입술이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다시금 넋을 잃고 말았다.자녕궁.장공주는 직접 수놓은 향낭을 황후에게 전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그때, 한 궁인이 장공주에게 다가와 말했다.“폐하께서 황후마마께 활쏘기를 가르치고 계신다 하옵니다.”황당무계한 소리였다.분명 궁인들이 잘못 전한 것일 터였다.맹 소장군의 궁술은 천하제일이 아니던가!황제가 감히 황후를 가르친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장공주는 분을 참지 못하고 기세등등하게 어마장으로 향했다.그리고 마침내 그녀가 본 장면은, 황후가 황상을 가르치고 있는 모습이었다.장공주는 황제와 매우 가까운 사이였다.어릴 적 그의 생모가 일찍 세상을 떠나 그를 불쌍히 여겨 늘 그를 각별히 챙겼다.그러나 지금의 그는 하는 짓마다 거슬리기만 했다.특히 황후 곁에 가까이 다가가 눈길을 떼지 못하는 모습은 더더욱 눈꼴이 시렸다.당당한 제국의 황제가 이렇게 궁색한 모습이라니!장공주는 마음속으로 늘 황제가 봉구안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성큼성큼 걸어가 웃는 얼굴로 짐짓 물었다.“폐하, 황후, 두 분은 무얼 하고 계십니까?”소욱은 장공주의 목소리를 듣자 미간을 찌푸렸다.“누님, 여기엔 왜 오셨습니까?”장공주는 그의 물음을 무시하고 봉구안의 옆으로 다가섰다.“활쏘기를 하고 계신가요? 황후마마, 저도 배우고 싶사옵니다.”“…”역시나 장공주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차라리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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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0화

장공주가 실의에 빠져 물러간 뒤, 봉구안은 다시 소욱에게 활쏘기를 가르치기 시작하였다.그러나 소욱은 어딘가 집중하지 못한 모습이었다.“두통이 심각한 것이더냐?”봉구안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허수아비를 정리하며 담담히 답했다.“오래된 병이옵니다. 익숙해져 있사옵니다.”소욱은 검은 눈썹을 찌푸리며, 의구심 어린 어조로 물었다.“예전에 귀비가 두통으로 고생할 때, 그때 너가 준 약… 혹시 그 약이 너가 쓰던 것이었느냐?”그때는 그녀도 두통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때였다.심지어 황 귀비를 위해 그녀에게 모든 약을 내놓으라 강요했던 일도 떠올랐다.봉구안은 귀찮다는 듯 더는 설명하려 들지 않았다.“그렇사옵니다.”“폐하, 이제 활쏘기에 집중하시옵소서.”소욱은 활을 내려놓고, 그녀를 깊이 응시하며 말했다.“그때 내게 솔직히 말하지 그랬느냐.”“너도 그 약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면 절대로 그렇게 강요하지 않았을 터인데.”봉구안은 약간의 짜증을 내며 대꾸했다.“폐하, 오늘은 제가 폐하께 활쏘기를 가르치는 날이지, 지난날을 회상하는 날이 아니옵니다.”그녀는 마음에 두지 않는 이에게는 정을 주지 않았다.소욱은 마음이 어지러워지자 활쏘기에서도 집중력을 잃었다.휙!화살은 허수아비 머리를 스치며 빗나갔다.봉구안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소욱은 그녀의 시선을 느꼈지만, 고개를 돌려 마주 보지는 않았다.그는 곧바로 두 번째 화살을 쥐고, 허수아비의 머리를 겨냥했다.이번에는 화살이 예리하게 날아갔으나, 여전히 조금 빗나가 허수아비의 얼굴에 간신히 맞을 뿐이었다.소욱이 다시 활을 잡으려 하자, 그녀가 그의 팔을 가볍게 눌러 내리며 말했다.“자세를 바르게 하시옵소서.”“시선을 고정하시고,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을 고요히 하시는 것이옵니다.”그는 그녀의 말에 따라 자세를 바로 했으나 여전히 정확히 맞히지 못했다.봉구안은 한 발짝 다가서더니 그의 자세를 손수 바로잡아 주었다.소욱이 화살을 쏘려는 찰나, 그녀가 불쑥 끼어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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