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구안은 그제야 그 계약서에 큰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하지만 그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고 싶지는 않았다.“폐하, 계약서에 그런 내용은….”“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소욱은 단호히 그녀의 말을 잘랐다.중대사안이라 봉구안은 모른 척하고 넘길 수 없었다.그녀는 정색하고 뒤로 한걸음 물러서서 공손한 어조로 말했다.“폐하, 저에게 폐하는 항상 제가 모셔야 하는 군주였습니다. 제가 궁에 남아 있어야 할 이유를 명확히 말해 주셨고 계약서까지 써주셨으니 제가 폐하를 부군으로 대하지 못하는 것을 양해해 주십시오.”그녀는 더 이상 그에게 다가올 여지를 남겨주고 싶지 않았다.소욱은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천천히 한숨을 내쉬고는 싸늘한 표정으로 돌아왔다.“짐도 너를 처로 대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맹 소장군. 단지 사람들 앞에서 허점을 보이고 싶지 않을 뿐이다. 적어도 궁에 있는 기간 동안은 그래야 하지 않겠느냐?”봉구안은 한참 침묵을 유지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예, 알겠습니다. 사람들 앞에서는 제 본분을 다하겠습니다.”그녀의 숨은 뜻은 지금은 둘만 있는 공간이고 그를 부군으로 섬기지 않겠다는 뜻이 숨어 있었다.소욱은 화가 나서 헛웃음이 나왔다.그는 솟구치는 욕구를 억누른 채, 침전으로 들어가며 말했다.“한 시진 후에 영화궁으로 돌아가거라.”봉구안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예.”사람들에게 황후가 승은을 입었다는 착각을 심어주기 위함일 것이다.하지만 그녀가 보기에 소용없는 짓이었다.한 시진 후, 봉구안은 영화궁으로 돌아가 내전에 있는 궁인들을 물렸다.촛불 아래에서 그녀는 계약서를 펴놓고 자세히 읽기 시작했다.황후로 1년 이상 지내는 동안 그녀는 소임을 다하지 못했기에 1년의 약속기간을 정하며, 1년 기한이 끝난 후 봉가와 맹가의 죄를 사하여 준다는 내용이었다.봉구안의 눈빛이 갑자기 차가워졌다.쾅!그녀는 저도 모르게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쳤다.그녀는 감정 조절에 뛰어난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화를 전혀 내지 않는 사람인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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