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전 안은 등불 하나 없이 어두웠고, 서로의 얼굴조차 분간하기 어려웠다. 그 암흑 속에서 한 남자의 낮고도 묵직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짐은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하였는데, 그대는 제법 편히 자는군.” “깨어난 듯하니 일어나시오.” 둘 다 무예를 익힌 몸인지라 그녀가 깼는지 안 깼는지, 그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예를 차릴 수밖에 없던 봉구안은 곧장 자리에서 내려와 절을 올리려 하였다. 그러나 막 이불 끝자락을 들어 올리려던 그녀의 손을 남자가 단숨에 눌러 멈추게 했다. “그럴 필요 없소.” 그가 말하는 동안, 그녀의 손을 잡아 올리더니 뭔가를 쥐어 주었다. 봉구안은 감촉을 느껴 보았다. 그것은 분명 머리 장식인 비녀 같았다. 문득, 그녀는 전에 자진궁에서 그가 그녀에게 주려고 했던 그 봉황비녀를 떠올렸다. 받기를 망설이며 돌려주려 하였으나, 소욱이 말을 이었다. “앞으로 황후의 자리는 그대의 것이니, 더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마시오.” “이미 사람을 보내어 맹교먹을 조사하게 하였소. 그대가 준 증거가 사실이라면, 법에 따라 처단할 것이오.” “다만, 봉장미를 대신하여 시집온 일로 더는 소란을 일으키지 마시오.” 봉구안은 그의 말을 진지하게 듣느라 손에 쥔 비녀조차 신경 쓰지 못하였다. 사실, 황제가 진실을 알고 있으니, 교먹을 처벌하기에는 용호군을 해하려 한 죄목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래서 그녀는 이견을 품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조용히 절하며 말했다. “폐하께서 신분을 감춘 죄를 묻지 않으시니, 성은이 만극하옵니다.” 갑자기 소욱은 그녀의 손을 덮어 감싸고, 그녀의 손과 비녀를 함께 쥔 채 말했다. “이제 만족한 것이오?” “그렇사옵니다.” 그녀는 빠르게 대답하였다. 그가 법대로 처리만 해 준다면, 그녀는 더 바랄 것이 없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법으로 교먹을 단죄하는 것뿐이었으니 말이다.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소욱이 느닷없이 그녀의 침상 위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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