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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폭군의 장군 황후: Chapter 371 - Chapter 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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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1화

소욱은 요즘 사방의 전란으로 인해 쉴 틈조차 없이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영화궁의 침상에서 그는 오랜만에 깊은 잠을 청할 수 있었다. 흥혜궁.같은 시각, 정비는 욕조 안에 우두커니 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그녀의 눈가는 이미 붉게 부어오른 상태였다.“결국, 나는…해내지 못했어.” 사람들은 모두 그녀가 황제에게 깊은 총애를 받는다고 믿었으나, 사실 황제는 단 한 번도 그녀를 가까이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어찌 황자를 가질 수 있겠는가! 오늘 밤, 그녀는 용기를 내어 황제에게 승은을 청했으나, 돌아오는 것은 황제의 냉랭한 눈빛뿐이었다.황제는 그녀의 청을 단칼에 거절하였다.“분수에 맞지 않는 망상을 하지 말거라.” ‘분수에 맞지 않다…’ 그 말은 즉슨 정비는 황자를 낳을 자격조차 없다는 뜻이 아닌가?“하하...” 그녀는 분노 끝에 그만 냉소를 터뜨렸다. 손으로 입을 틀어막아 황제를 향한 분노와 원망을 애써 억눌렀다.‘폐하께서는 정말로 무정하시구나…’ 욕실 밖에서 시중들던 추홍은 내내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였다. 오늘 밤, 그녀가 모시던 정비는 승은을 입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나, 황제는 단호히 돌아서고 말았던 것이다. … 영화궁.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봉구안은 잠을 청할 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침상 위에는 이미 한 사람이 누워 있었다. 그가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탓에 그녀는 작은 침상에서 하룻밤을 지내기로 마음먹었다. 한밤중에, 궁 밖에서 긴급한 전갈이 전해졌다. “폐하, 북방으로부터 전갈이 왔사옵니다!”봉구안은 순간적으로 잠에서 깨어나 몸을 일으켰다. 침상 위의 소욱 또한 눈을 떴다. 그는 한 손으로 휘장을 걷어내며, 맑고도 날카로운 얼굴을 드러내었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더니, 작은 침상에서 잠들어 있던 봉구안을 발견하였다. 그는 다소 쉰 듯한 목소리로 차갑게 말했다. “침상에서 자거라.” 이후, 그는 이내 밖으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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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2화

소욱은 기꺼이 술잔을 내려놓으며 부드럽고 평온한 어조로 말했다. “좋소, 황후의 말을 따르겠소.” 이게 어찌 된 일이지? 돌아온 황제의 대답은 그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봉구안 역시 그가 이렇게 순순히 권유를 받아들일 줄은 예상치 못하였다. 그녀는 다만 황제가 과음하여 자신의 계획이 틀어질까 염려하였을 뿐이었다. 연회에 참석한 대신들은 감탄하며 말했다. “폐하, 이번에 조 나라가 크게 패하니 참으로 통쾌하옵니다!” “가짜 방어도를 이용하여 남제의 방어선을 뚫으려 했다니, 참으로 어리석은 자들이옵니다.” “폐하, 북방에는 ‘장기양’이라 하는 소년이 있사온데, 이번 전투에서 공로가 지대하였으니 장차 크게 쓰일 인재이옵니다!” “장기양이라 하였소? 어딘가 익숙하군. 혹시 그 옛날 현영석을 바친 그 소년이 아니오?” “바로 그 아이가 맞사옵니다!” 봉구안은 표정의 변화 없이 조용히 술을 들이켰다. 소욱의 눈에 장기양에 대한 흥미가 번뜩였다. 소환의 제자라면, 필시 범상치 않은 인물일 것이다. 그가 계속 조정을 위해 힘쓴다면, 조정도 결코 그를 홀대할 수 없었다.“짐의 뜻을 전하라. 오늘부로 장기양을 교위로 봉하노라!” “명 받들겠사옵니다!” 대신들은 한 목소리로 축하하였다. “폐하께서 젊고 유능한 인재를 얻으셨으니, 이는 곧 하늘이 남제를 보우하심이옵니다!” 소욱은 평소의 냉엄하고 위엄 있는 태도를 잠시 내려놓고 대신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연회가 끝난 후, 봉구안은 황제와 나눌 말이 있었으나, 공교롭게도 소욱 역시 그녀에게 할 말이 있었다. “황후, 짐과 함께 자진궁으로 갑시다.” …자진궁. 그곳은 황제가 거처하는 곳인만큼, 엄숙하고도 침범할 수 없는 위엄을 지니고 있었다. 봉구안이 이곳에 발을 들인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최 상궁은 황후를 따라 황제의 침전까지 오게 된 것만으로도 감격에 겨워하였다. 마치 처음 도성에 들어온 시골 여인처럼, 주변을 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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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화

소욱은 봉구안이 부정할 여지도 주지 않고 입을 열었다. “광한선을 기억하느냐?” “예전에 그 여자 자객의 몸에 뿌렸던 광한선이, 그대 몸에서도 발견되었소.” 봉구안의 머릿속에서 그때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그가 이어 말했다. “광한선은 사람을 추적하는 데 사용되는 물건이지. 일단 묻으면 삼일 안에 냄새가 사라지지 않고, 타인에게 옮겨가지도 않소.” 봉구안의 얼굴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설마, 그렇게 일찍 정체가 드러난 것이란 말인가? 소욱은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대는 날 구하기 위해 내공을 소모했소.”“또한, 내가 치명적인 약물에 중독되었을 때도 그대가 날 도와주었소.” “황후, 그대가 날 위해 한 일들을 나는 모두 알고 있소.” 봉구안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제가 폐하를 구한 것은 폐하께서는 일국의 군왕이시기 때문이옵니다.”“하지만 의심하지 않으셨사옵니까? 깊은 규수에 갇혀 지내던 여인이 어찌 무공을 익힐 수 있었는지를 말입니다.” 소욱은 차분히 입을 열었다. “나는 이미 사람을 시켜 조사했소.” “심지어 의심하기도 했소. 그대가 진정 봉장미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였소.”“추석 연회 그날 밤, 나는 그대와 그대의 부친이 혈연관계임을 증명하기 위해 친자 확인을 준비했었소.” “결과는 그대가 봉 대인의 친딸이라는 것이었소.” “그대는 비밀이 많지만, 나는 그것을 크게 신경 쓰지 않소.” 말을 마치며, 그는 손바닥을 펴고, 그 금빛 찬란한 비녀를 그녀 앞에 내밀었다. “나는 단 하나를 원하오.”“내게 진심을 다하고, 후궁을 잘 다스릴 황후. 봉장미, 나는 그대가… 충분히 만족스럽소.” “그러니 나는 기꺼이 그대를 받아들여, 나의 아내로 삼고자 하오.” 황제로서 그가 이처럼 낮은 자세를 취해 마음을 전한 것은 드문 일이었다. 다른 여인이라면, 기쁘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러나 봉구안은 비녀를 받지 않고 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녀는 무거운 치마를 손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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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4화

봉구안은 굳건히 말했다. “전하, 소첩의 대체 혼인에 대하여 봉가에서는 실로 아는 바가 없사옵니다.” 소욱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차갑게 그녀를 응시하였다. 마치 그녀의 혼까지 꿰뚫으려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들의 시선이 마주하자, 침전 안은 숨소리마저 들릴 만큼 고요해졌다. 분노에 차오른 그의 숨결이 점점 거칠어지는 소리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이윽고, 그는 그녀의 턱을 놓고 돌아섰다. 등진 채 두 손을 뒤로 하여 단단히 주먹을 쥔 모습에서, 그의 억누르는 분노가 드러났다. “이런 큰 일을 봉가에서 어찌 모른단 말이냐?” “대체 그대는 나를 얼마나 어리석게 본 것이오?” “아니면, 그대가 무슨 일을 꾸미더라도 내가 그대를 용서하리라 확신한 것이오?” “하지만, 그대는… 그대는 오늘밤, 이 사실을 말해서는 아니 되었소.” “그대는 모든 것을 망쳐놓았소!” 그는 날카로운 어조로 말하며 등을 돌린 채, 떨리는 손을 겨우 진정시키고 있었다. 그녀에게 내밀었던 봉황 비녀와, 애써 쌓아온 믿음과 마음이 모두 산산이 부서졌다. 소욱은 스스로 생각했다. 후궁들 간의 치열한 암투 속에서도 황후만큼은 다를 줄 알았다.그러나, 그녀도 결국 다르지 않았다. “폐하…” “그 입 다물거라! 지금 당장은 네 말을 듣고 싶지 않구나!” 소욱은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그녀를 질책하며 돌아섰다. 그러나 그녀의 고요한 눈빛을 마주하는 순간, 그는 문득 과거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그녀는 자신을 구하려고 독을 해독하며 중상을 입었고, 그를 품에 안고 말하였다. 당시 그녀는 그에게 분명 그의 아내가 되고 싶다고 하였다.그 모든 장면은 가식 없는 진심이었음이 분명했다. 한참 동안 침묵하던 소욱은 마침내 차분히 물었다. “그렇다면, 상처를 복원할 비밀 약재 또한 거짓이더냐?” 그는 그녀에게 얼마나 더 숨긴 진실이 있는지 알고 싶었다. 봉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소욱은 그녀를 응시하며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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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5화

봉구안은 담담한 표정으로, 그 눈빛에는 결연함이 서려 있었다. “황귀비를 잡아들인 것은 소인의 결정이옵니다. 그에 따른 죄책은 기꺼이 감수하겠사옵니다. 지금은 이 모든 진실을 밝혀야 할 때이옵니다.” 그러면서 그녀는 한 걸음 나아가 말을 이어갔다. “황귀비는 스스로 인정하였사옵니다. 그녀가 장미를 해하려 한 것은, 신비한 자에게 협박을 받았기 때문이라 하였사옵니다.”“그 신비한 이는 그녀의 죄를 빌미로 협박했사옵니다. 그리고 그 편지는, 이곳에 있사옵니다.” 봉구안은 한 봉투를 내밀었고, 소욱은 잠시 망설이더니 그 편지를 열었다. 봉구안은 이어 또 다른 봉투를 꺼내들었다. “몇 달 전, 정비도 이 신비한 자의 편지를 받았사옵니다.” “그 편지에는 소인의 아버지가 용화사 승려를 매수하여 명서를 조작한 사실이 적혀 있었사옵니다.” 소욱의 이마는 깊게 찡그려졌고, 그는 묵묵히 편지를 내려다보았다. 정비마저도 이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에 분노가 섞인 혼란이 그의 마음을 어지럽혔다. 봉구안은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며 말을 이어갔다. “그리하여 소인과 정비는 힘을 합쳐 이번 정월 대보름날 밤, 그 신비한 자가 다시 방비전에 몰래 들어와 고발 편지를 남기려 할 때 그녀를 붙잡았사옵니다.” “그 신비한 자는 다름 아닌 맹교먹이었사옵니다.” 소욱의 눈썹이 떨렸다. 그는 그녀의 말을 믿기 어려웠다. 하지만 봉구안의 태도는 단호했고,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맹교먹이 정비에게 보낸 편지 역시 이곳에 있사옵니다.” “지금 폐하께서 보시고 있는 두 편지와 그 편지를 비교하시면, 그 글씨가 모두 동일인임을 알게 되실 것이옵니다. 이는 맹교먹이 봉장미를 해친 진범임을 증명하옵니다.” 소욱은 손에 든 편지들과 봉구안이 건넨 편지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믿고 싶지 않았지만, 글씨체가 분명히 일치했다. 맹교먹, 그토록 신뢰하고 중용했던 그녀가 어찌 이런 끔찍한 음모의 주모자일 수 있는가? 봉구안은 소욱의 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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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6화

봉구안의 차가운 얼굴에는 한 줄기 평온이 깃들어 있었다. 이는 마치 서릿발 속 매화가 한겨울을 이겨내고 피어난 듯하였다.“저 또한 맹가의 사람이옵니다.” 단출한 이 한마디가 천 층의 파도를 일으켰다. 소욱의 얼굴이 한순간 굳어졌다. 봉구안이 이어서 말했다. “저는 봉가에서 버림받은 몸이옵니다. 저를 거두어 기른 이는 다름 아닌 맹건 장군 부부였사옵니다.” 소욱은 즉시 깨달았다. 그가 예전부터 느껴왔던 그녀의 맹교먹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 이제야 풀리는 순간이었다.알고 보니 그녀와 맹교먹은 같은 문하에서 배운 사제지간이었던 것이다. 그녀의 무공이 비범한 이유 또한 밝혀졌다. 스승이 맹건이라면 그럴 법도 했다.소욱은 그녀의 말을 끊지 않고 조용히 경청하였다. 그녀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봉장미 사건에 대해서 처음에는 교먹을 의심하지 않았사옵니다. 하지만 이후 여러 증거가 그 아이를 가리키고 있었사옵니다.” “저 또한 폐하와 마찬가지로 이해할 수 없었사옵니다. 저는 그 아이와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랐고, 우애가 돈독했으니 말입니다…”“어찌하여 저의 친여동생을 해칠 수 있었는 지 저는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사옵니다.” “그러던 중 스승님의 입을 통해 알게 되었사옵니다.”“스승님께서 그 아이가 맹성주를 사칭하는 것을 허락한 이유는 집안의 노부인 때문이라 하였사옵니다.” “최근 몇 년간 노부인의 건강이 악화되자 스승께서는 노부인이 돌아가시면 맹성주가 전장에서 전사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우셨사옵니다.” “허나 그렇게 되면 맹성주를 사칭한 이는 반드시 가짜 죽음을 맞이하여 맹 소장군이라는 신분을 버려야 했고, 이는 곧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었사옵니다.” 봉구안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이것은 본래 그녀와 스승, 스승의 부인이 함께 세운 계획이었다. 그들은 그녀가 평생 맹성주의 껍데기 속에 갇혀 있기를 바라지 않았던 것이다. 다만 그녀는 중요한 부분을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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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7화

침전 안은 등불 하나 없이 어두웠고, 서로의 얼굴조차 분간하기 어려웠다. 그 암흑 속에서 한 남자의 낮고도 묵직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짐은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하였는데, 그대는 제법 편히 자는군.” “깨어난 듯하니 일어나시오.” 둘 다 무예를 익힌 몸인지라 그녀가 깼는지 안 깼는지, 그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예를 차릴 수밖에 없던 봉구안은 곧장 자리에서 내려와 절을 올리려 하였다. 그러나 막 이불 끝자락을 들어 올리려던 그녀의 손을 남자가 단숨에 눌러 멈추게 했다. “그럴 필요 없소.” 그가 말하는 동안, 그녀의 손을 잡아 올리더니 뭔가를 쥐어 주었다. 봉구안은 감촉을 느껴 보았다. 그것은 분명 머리 장식인 비녀 같았다. 문득, 그녀는 전에 자진궁에서 그가 그녀에게 주려고 했던 그 봉황비녀를 떠올렸다. 받기를 망설이며 돌려주려 하였으나, 소욱이 말을 이었다. “앞으로 황후의 자리는 그대의 것이니, 더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마시오.” “이미 사람을 보내어 맹교먹을 조사하게 하였소. 그대가 준 증거가 사실이라면, 법에 따라 처단할 것이오.” “다만, 봉장미를 대신하여 시집온 일로 더는 소란을 일으키지 마시오.” 봉구안은 그의 말을 진지하게 듣느라 손에 쥔 비녀조차 신경 쓰지 못하였다. 사실, 황제가 진실을 알고 있으니, 교먹을 처벌하기에는 용호군을 해하려 한 죄목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래서 그녀는 이견을 품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조용히 절하며 말했다. “폐하께서 신분을 감춘 죄를 묻지 않으시니, 성은이 만극하옵니다.” 갑자기 소욱은 그녀의 손을 덮어 감싸고, 그녀의 손과 비녀를 함께 쥔 채 말했다. “이제 만족한 것이오?” “그렇사옵니다.” 그녀는 빠르게 대답하였다. 그가 법대로 처리만 해 준다면, 그녀는 더 바랄 것이 없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법으로 교먹을 단죄하는 것뿐이었으니 말이다.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소욱이 느닷없이 그녀의 침상 위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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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8화

금오가 서쪽으로 기울고, 어전 안에서는 황제가 여전히 정무에 바쁘게 몰두하고 있었다. 진한길이 앞으로 나와 아뢰었다. “폐하, 신이 직접 시체들을 확인하고 검시관에게 부검을 명하였사옵니다. 그 결과, 그들이 죽기 전에 독침을 맞은 것이 분명하다는 사실을 밝혀냈사옵니다. 그 독침은 치명적이지는 않으나, 사람을 즉시 혼미하게 만드는 효능을 지녔사옵니다.” 소욱은 손을 멈추고 붓을 필산에 올려놓았다. 그의 눈빛은 어두워 알 수 없는 분위기를 풍겼다. “그래서 전군이 몰살당한 것이로군.” 그의 음성은 차분했으나, 듣는 자에게 섬뜩한 한기를 불러일으켰다. 영화궁. 밤이 깊은 후, 황제가 또다시 찾아왔다. 봉구안은 공손히 맞이하며 물었다. “폐하, 여기까지 오시다니 어인 일이옵니까?” 소욱은 바로 물었다.“황귀비는 지금 어디에 있소?” 봉구안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폐하, 황 귀비를 보시고자 하시는 것이옵니까?” 소욱은 주인의 자리에 가만히 앉아 태연한 자세로 대답했다. “첫째, 짐이 귀비를 유배형에 처했건만, 그대가 귀비를 납치하여 짐의 뜻을 어겼소.” “둘째, 귀비는 중요한 증인이니 짐이 직접 확인해야 하오.” 봉구안은 담담하게 말했다. “폐하께서 귀비를 만나실 수 있도록 준비하겠사옵니다.” 소욱의 눈빛은 그녀를 꿰뚫어 보려는 듯 어두웠다. “짐이 언제 직접 가겠다고 했소? 진한길을 보내면 족하오.” 봉구안은 고개를 숙여 답했다. “알겠사옵니다.” 소욱은 화제를 돌리며 말했다. “황후의 곁에서 시중을 들던 시녀가 친정에 간 지도 시간이 꽤 흐른 것 같은데… 이제 돌아올 때가 되지 않았소?” 그는 그녀의 얼굴에서 미세한 표정 변화라도 포착하려는 듯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봉구안은 차분히 대답했다. “신첩은 연상이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으니 입궁 시기를 단정하기 어렵사옵니다.” 사실 그녀는 연상을 다시 궁으로 부르지 않을 생각이었다. 소욱은 냉소를 흘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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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9화

황귀비가 실종된 후, 진한길은 황명의 따라 그녀를 찾으려 했으나 줄곧 단서를 찾지 못하였다. 설마했는데, 그녀가 황성 안에 갇혀 암흑천지의 밀실 속에서 지내고 있었다니… 한때 만인의 사랑을 받으며 화려함을 자랑하던 황귀비는 이제 뼈만 남을 정도로 수척해지고, 머리는 거지처럼 흐트러져 있었다. “여봐라! 폐하께서 너를 보내 나를 찾게 한 것이 맞느냐?” “폐하께서는 아직 나를 잊지 않으셨구나!” “어서 와서 나를 풀어주거라…!” 황귀비는 두 눈을 빛내며 그를 바라보았다. 드디어 이 날이 온 것이다! 드디어 이 지옥 같은 곳을 떠날 수 있는 것이다! 진한길은 그제야 그녀의 발이 쇠사슬에 묶여 있는 것을 보았다. 쇠사슬의 다른 한쪽은 벽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황후는 그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독한 사람이었다.황귀비의 눈빛은 간절했다. “이제는 더 이상 폐하의 총애를 바라지 않겠소. 그저 살아만 있고, 황궁 안에만 있고, 폐하의 곁에 있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오… 진한길, 거기 서서 무엇을 하는 것이오, 어서 움직이라니까!” 그녀는 진한길이 꼼짝도 하지 않자 다급해지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진한길의 얼굴은 감정 하나 드러나지 않았다. “소신은 그저 폐하의 명을 받아, 봉가 아씨의 피살 사건을 조사하러 온 것입니다.” “몇 가지 묻고자 하니, 사실대로 대답해주시길 바라옵니다…”황귀비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너… 너는 여기 왜 온 것이냐?” “조사 때문에 온 것이냐?” “단지 조사를 위해서란 말이냐!” “아니! 폐하께서 내가 이곳에 갇혀 있는 것을 아신다면 당연히 날 구해주셔야 하지 않느냐! 너 이 사기꾼 같으니! 이것도 황후의 짓이지? 황후가 널 매수한 게지?”황귀비는 절망하며 바닥을 주먹으로 내리치고, 울부짖으며 불만을 토로했다. 진한길이 이곳에 온 것은 오로지 사건을 조사하기 위함이었다. 황제는 황귀비를 어떻게 처리할지 명확히 말씀하지 않았다. 두 시진 후.진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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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0화

“황귀비가 결백하다고 생각하시옵니까?”봉구안의 음성은 비정상적으로 평온했다. 소욱은 그녀 말 속에 깃든 감정을 감지하고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사사로이 형벌을 가하는 것이 옳단 말이오?” 봉구안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시선은 맑고 담담하며, 어떠한 두려움도 없었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사옵니다. 제가 사사로이 형벌을 가하지 않았다면, 귀비는 이미 폐하께서 보낸 사람들에 의해 다른 도성에 편히 자리 잡았을 것이옵니다.” “폐하께서 귀비를 유배한다고 하셨으나, 속으로는 귀비를 위해 훌륭한 퇴로를 마련해 두셨사옵니다.” “저는 동생의 복수를 위해, 귀비를 빼앗아 올 수밖에 없었사옵니다.” 그녀의 말 속에는 소욱을 향한 비난이 담겨 있었다. 그가 공정하게 처단하지 않았다는 비난이었다. 소욱의 아름다운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떠올랐다. 봉구안은 그를 더 이상 자극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며 말투를 바꾸었다. “그러나 폐하께서 안심하셔도 되옵니다. 맹교먹의 일이 마무리되면 귀비를 풀어주겠사옵니다.” “뿐만 아니라, 귀비를 다시 황궁으로 들이도록 하겠사옵니다.” 소욱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녀를 황궁으로 다시 데리고 온다니… 그게 대체 무슨 말인가! 문득 그는 그녀가 질투심에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의 차가운 눈빛에 약간의 부드러움이 스며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누그러진 것이었다. “빈정거리는 소리는 그만두시오. 귀비의 처분은 짐이 알아서 할 것이오.” 그러나 봉구안은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폐하께서 오해하셨사옵니다. 이는 제가 귀비에게 한 약속 때문이옵니다.” “진실이 밝혀지기만 하면, 귀비의 새로운 신분을 마련해 폐하의 곁에 머물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말했사옵니다.” 순간, 소욱의 눈빛이 칼날처럼 날카로워지며 그녀를 사로잡았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지?” 그것은 묻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경고하는 말투였다. 그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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