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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의 장군 황후의 모든 챕터: 챕터 361 - 챕터 370

701 챕터

제361화

태의원.정신을 차린 서여국 사신의 표정은 참담했다.‘내가 졌어.’하지만 굴복하기보단 억울한 마음이 앞섰다.분명 이길 수 있는 싸움이었다.몸을 일으킨 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침상 옆에 칼을 들고 지키고 서 있는 시위를 발견했다.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뒤늦게 알아차렸다.비무에서 졌으니 남제에 오동광 오백석은 물론이고 손목 하나를 내놓아야 했다.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그녀는 이미 서여국의 죄인이었다.사신은 떨리는 손으로 검을 잡았다.서재.소욱이 상소문을 검토하고 있는데 진길이 들어와서 아뢰었다.“폐하, 서여국 사신이 목을 베고 자결했습니다!”소욱의 반응은 냉담했다.그는 그 사신이 조금도 가엾게 여겨지지 않았다.“손목을 잘라 시신과 같이 서여국에 보내거라.”진길은 예를 행하고 밖으로 나갔다.한 시진 후, 영화궁.태의가 진맥을 청하러 걸음했다.봉구안이 탁자 위에 손을 올리자 태의는 맥을 짚으면서 조용히 말했다.“마마, 소신은 분부대로 몰래 그 서여국 사신의 부검을 하였는데 복부에서 은침 두 개를 발견했습니다. 꺼내 보니 독을 묻힌 침이더군요.”봉구안이 예상했던 대로, 교먹은 주먹을 휘두르는 순간 몰래 비침을 사용한 것이다.비침은 신속히 체내에 깊숙이 파고들었기에 다른 사람은 볼 수 없었다.독에 당한 사신마저도 그것을 권풍의 위력이라 생각했을 정도였다.“침은?”봉구안이 낮은 소리로 물었다.태의는 소매 안에서 손수건으로 겹겹이 싼 은침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이겁니다.”봉구안의 눈가에 한 줄기 서늘한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사모의 서신에서도 장성 등 몇몇 용호군의 몸에서 독침이 발견되었다는 내용이 언급된 적 있었다.어쩌면 그때 쓴 것과 동일한 종류의 독일 가능성이 컸다.그녀는 싸늘한 목소리로 태의에게 경고했다.“이 일은 남제와 맹 소장군의 명예와 직결된 일이니 절대 외부에 발설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반역죄와 같아.”태의는 바짝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예, 걱정 마십시오. 소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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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2화

봉구안의 호흡이 거칠어졌다.그녀는 주먹을 꽉 쥐고 공손히 답했다.“예.”연상은 착잡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렸다.비천한 시종 한 명을 살리기 위해 이런 희생을 하는 상전이 고마우면서도 안타까웠다.소욱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참으로 막역한 주종 관계로군.”이때, 영문을 모르는 최 상궁이 들어와서 아뢰었다.“폐하, 마마, 저녁 식사를 올릴까요?”아부 섞인 미소를 짓던 최 상궁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연상을 보고 그녀가 또 무슨 사고라도 친 줄 알고 입가의 미소가 굳어졌다.반면 황제는 기분이 꽤 좋았는지 황후의 손을 잡고 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저녁을 내오거라.”봉구안은 그의 손을 뿌리치진 않았지만 밥을 먹을 기분이 아니었다.그녀는 연상을 물리며 담담히 말했다.“가서 짐을 싸고 내일 출궁하거라.”연상은 못내 아쉬운 표정으로 답했다.“예, 마마.”나가려는 그녀의 등 뒤에 대고 소욱이 말했다.“그래도 황후 신변의 대궁녀인데 내일 친히 호위대를 보내 고향으로 가는 길까지 호송하게 하겠다.”연상은 불안하기 그지없었다.그녀에게는 고향도, 위독한 아버지도 없었다.폭군이 호위대를 보낸다는 건 감시한다는 말과 같았다.연상은 조용히 황후를 바라봤다.봉구안은 겉으로는 침착한 표정으로 소욱에게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폐하께서 이리도 마음 써 주시니 연상이 복받은 거지요.”연상이 나간 후, 식사 시중은 최 상궁이 맡았다.봉구안은 기분이 별로였기에 수저를 거의 들지 않았다.소욱이 싸늘한 목소리로 궁인에게 명령했다.“황후의 접시에 반찬을 더 챙겨드리거라.”봉구안은 그제야 고개를 들고 자신을 묘하게 바라보는 남자와 시선을 맞추었다.그가 부드러운 어조로 말을 계속했다.“이따가 힘을 쓸 일이 많으니 많이 먹어야지.”말을 마친 그는 그녀의 접시에 고기 한점을 친히 집어주었다.하지만 봉구안은 그 고기가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았다.반면, 최 상궁은 황제와 황후 사이의 묘한 분위기를 보고 입이 째지게 웃었다.황후는 낙태한 후로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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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3화

소욱은 어둠을 더듬어 거칠게 그녀의 옷섶을 풀어헤쳤다.몸 안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불타고 있는 것만 같았다.그는 본능에 몸을 맡기고 입술로 그녀의 입술을 탐했다.그믐날 밤, 술에 취한 그녀는 열정적으로 그의 애무에 반응해 주었다.하지만 의식이 깨어 있는 상태의 그녀는 서툴고 거부감을 보이고 있었다.그런 거부감이 소욱의 욕구를 더욱 더 자극했다.봉구안의 의식은 점점 흐트러지고 있었다.귓가에는 남자의 거친 숨결만 들려왔다.그의 입술이 목덜미를 타고 점점 아래로 내려가 가슴에 닿았다.온몸이 경직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갑자기 사내가 그녀의 손을 잡더니 깍지를 꼈다.그는 마치 뜨거운 파도처럼 그녀의 온몸을 감쌌다.그녀는 도망칠 곳이 없었다.곧이어 육신을 가리고 있던 마지막 옷자락이 벗겨지자 그녀의 마음도 차갑게 가라앉았다.귓가에 사내의 거친 숨결이 계속해서 귀를 간지럽혔다.그는 가볍게 그녀의 귓불을 잘근잘근 씹으며 마치 목 마른 사람이 물을 찾듯이 그녀를 갈구했다.그가 물었다.“너도 나를 원하느냐…”봉구안은 생각지도 못했던 갑작스러운 질문이었다.그녀는 그의 격앙된 욕망을 느낄 수 있었고 그의 이성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냉정한 목소리로 물었다.“제가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연상의 귀가를 허락하실 겁니까?”그 말에 소욱은 완전히 정신을 차렸다.그는 그녀의 허리를 우악스럽게 잡고 싸늘한 목소리로 그녀의 귓가에 대고 물었다.“단지 그 아이를 위해 이렇게 순종적으로 굴었던 것이냐?”봉구안은 그 말에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침묵은 묵인과 같았다.소욱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미련 없이 그녀의 옆을 지나쳤다.그리고 그녀를 등지고 재빨리 옷매무새를 정리했다.어둠 속에서 그의 표정은 매섭게 식어 있었다.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봉구안은 달빛을 빌어 그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옷깃을 잡았다.“폐하…”사내가 싸늘한 목소리로 호통쳤다.“짐의 몸에 손대지 말거라!”봉구안은 곧바로 손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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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4화

장공주가 간곡히 말했다.“맹교먹은 중용을 받아야 할 인재입니다. 그런 사람이 한낱 감찰위로 있으니 낭비가 아닙니까.”소욱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단지 여군을 창설하고 군권을 준다면 그것 역시 재능 낭비지요.”장공주가 물었다.“그럼 폐하는 맹교먹에게 어떤 직위를 내리실 생각인가요?”감찰사.맹교먹에게 중임을 맡긴다는 황제의 성지가 도착했다.교먹은 환희에 들떴다.황제가 그녀에게 황성 수비사 장군의 직책을 내린 것이다.감찰사에서 일년을 채워야 전직이 가능할 줄 알았는데 드디어 고생 끝에 낙이 온 걸까?“맹 장군, 성지를 받으시지요!”교먹은 활짝 웃는 얼굴로 성지를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았다.그 날, 장공주는 친히 축하 선물을 들고 찾아왔다.“난 폐하께 여군을 창설해 너에게 맡기라는 제안을 한 것뿐이었는데 폐하께서 다른 생각을 갖고 계실 줄은 몰랐어. 바로 황성 수비사 장군의 직책을 내리다니!”“폐하는 널 아주 신임하고 계셨던 거였어. 감찰위로 봉한 것은 네가 황성의 생활에 적응하도록 시간을 준 것이었어.”“앞으로 황후도 쉽게 너를 건드리지 못할 거야.”교먹은 정중히 장공주에게 예를 행했다.“소신, 장공주 전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수비사 장군의 관직은 소장군보다 높고 전장에 나갈 필요도 없었다.하지만 다소 북대영 쪽이 아쉽기는 했다.그녀는 이 소식을 서신을 써서 사부와 사모에게 전하리라 마음먹었다.‘이러면 그분들도 내가 언니보다 못하지 않다는 것을 아시겠지.’장공주가 말했다.“입궁하여 폐하께 감사인사를 올리는 것도 잊지 말거라.”교먹이 황제를 알현하러 입궁하였을 때, 소욱은 한창 어마장에 있었다.어마장.서왕은 황제와 함께 말을 타고 어마장을 돌며 사냥을 즐겼다.예민한 그는 황제의 기분이 별로 좋지 못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정비가 시침한 일은 그 역시 전해듣기는 했지만 미인을 품은 황제가 왜 기분이 안 좋은지는 알 수 없었다.슉!산토끼를 향해 날아가던 화살이 갑자기 종적을 감추었다.소욱은 활을 내려놓고 음침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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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5화

봉 대인은 울분을 오백에게 풀었다.“너, 당장 꺼져! 네가 살던 북부로 돌아가! 맹건 그 자식한테 가서 전해! 자꾸 사람을 보내 내 딸의 심기를 어지럽히지 말라고!”황후가 되어서 부귀영화를 누리지 않고 소장군 자리에 미련을 두고 있으니 봉 대인은 갑갑할 노릇이었다.그는 이 모든 게 다 맹건이 잘못 가르쳐서 이렇게 된 거라고 생각했다.‘애초에 굶어 죽이더라도 맹건에게 보내는 게 아니었어!’봉 대인은 봉구안을 설득할 자신이 없으니 봉 부인을 궁으로 보냈다.하지만 입궁한 봉 부인은 황후를 만날 수 없었다.봉구안은 일부러 가족들을 피하는 게 틀림없었다.그녀는 몰래 사모에게 서신을 썼고 며칠 후에 북부에서는 그녀의 서신을 받을 수 있었다.맹 장군은 걱정 어린 어투로 물었다.“구안이가 서신에서 뭐라고 썼소?”“시신과 은침을 황성으로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신부를 바꿔치기 한 사실을 누가 물어보면 절대 모른다고 답하라고 하더군요.”“그럼 나는?”맹 장군이 자신을 가리키며 다급히 물었다.“부군을 위해 면죄부 금패를 확보했다고 했습니다.”맹 장군 부부는 봉구안이 하려는 일을 짐작할 수 있었다.맹 부인은 한숨을 쉬며 안타깝게 말했다.“매사에 조심하는 아이니 모든 준비를 끝낸 뒤에 움직이겠지요. 오히려 우리가 그 아이의 짐이 된 건 아닌가 싶습니다.”맹 장군은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고 위로했다.“정이 깊은 아이니 당연히 그러겠지. 그 아이가 우리의 친딸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맹 부인이 인상을 찡그리며 반박했다.“제 마음에서 그 아이는 진작에 제 아이였습니다. 이번에는 우리 일가족이 뜻을 함께할 것입니다!”맹 장군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부인 말이 맞소. 내가 괜한 말을 하였군.”그렇게 시간은 흘러 3월, 조 나라는 다른 5개국과 연합하여 남제의 변방에서 시비를 걸어왔다.조 나라 황제는 남제의 황궁으로 국서를 보냈다.남제가 타국에게 현영석 채굴권을 허락한다면 군사를 철수하겠다는 내용이었다.조정의 대신들은 분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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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6화

황성.사방에서 육속으로 전쟁이 일자, 소욱은 후궁에 들를 시간이 없었다.정비는 서재를 자주 찾아갔지만 황제의 얼굴을 거의 볼 수가 없었다.3월 중순이 되어 봉구안은 오백에게서 소식을 받았다.그녀가 원한 물건이 이미 북부에서 오고 있다는 소식이었다.용호군 장령의 시신은 잠시 의장에 안치되었다.그날 저녁, 봉구안은 직접 출궁하여 의장을 찾았다.그녀의 얼굴은 시종일관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교먹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수많은 사람을 죽였다.그들 중 대부분은 양 나라 군대의 손에 죽은 것이 아니라 교먹의 간계에 당해서 죽었다.진실을 아는 오백도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소장군, 억울하게 죽어간 형제들을 위해서 교먹도 피의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합니다.”봉구안은 음침한 눈으로 전방을 바라보며 물었다.“북부의 전장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느냐?”오백이 답했다.“걱정 마십시오. 조 나라는 가짜 방어도를 쥐고 있으니 우리의 상대가 안 됩니다. 이미 연속 패배하고 물러가는 추세라고 합니다.”봉구안이 물었다.“장기양은?”“녀석, 아버지를 닮아서 참으로 용맹무쌍하더군요. 이번 조 나라와의 전장에서 빛나는 공을 세웠습니다. 다만…”오백은 난감한 표정으로 봉구안의 눈치를 살폈다.봉구안이 차갑게 말했다.“할 말이 있으면 빨리 말해보거라.”“사실 큰일은 아니고… 장기양은 금방 북대양에 입성했을 때 그 아이를 괴롭히는 세력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맹 장군께서 잘 지켜주셔서 경미한 부상만 입었습니다.”봉구안은 어쩜 장기양을 괴롭힌 자들도 교먹의 지시를 받고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장기양은 황성을 떠나자마자 암살자들에게 포위되지 않았는가.교먹은 아마 장기양이 용호군 죽음의 진실을 파헤칠까 봐 두려웠을 것이다.“소장군, 연상 쪽은 언제 움직이는 게 좋을까요?”오백이 물었다.연상이 궁을 떠나기 전에 오백은 이미 봉구안의 지시에 따라 경로와 위중한 아버지 역할까지 전부 준비해 놓았다.원래 계획대로라면 연상은 고향에 도착하자마자 마차를 타고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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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화

“뭐? 황후가 진짜 황후가 아니라고?”장공주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교먹은 정숙한 표정으로 말을 하고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음산하고 사나웠다.“저도 얼마전에 알아낸 사실입니다. 사실 봉가에서 쌍둥이 여아가 태어났었는데 언니는 줄곧 밖에서 길러졌다고 합니다.”“진짜로 황후가 되었어야 할 사람은 동생 봉장미였죠. 그런데 무슨 영문인지 동생은 실종되고 봉가는 밖에서 자란 언니를 데려다가 혼례식을 올렸습니다.”장공주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이는 황가의 불명예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이런 허무맹랑한 일이 황실에서 벌어지다니!“이건 군주를 기만하는 행위 아니더냐! 봉가는 어찌 감히!”장공주는 황실 사람이자, 황제의 누이로서 이런 기만을 용서할 수 없었다.교먹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봉가가 이런 짓을 행한데는 분명 뭔가 음모가 있었을 겁니다.”장공주의 눈가에 서늘한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당장 폐하께 이 일을 고해야겠다!”그런 그녀를 교먹이 막았다.“안 됩니다, 장공주 전하. 지금으로서는 확실한 증거가 없으니 폐하께서도 믿지 않으실 겁니다.”“일단은 증거를 찾고 봉가의 추악한 본모습을 까발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장공주는 그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서 고개를 끄덕였다.교먹이 계속해서 말했다.“공주께서는 봉씨 저택에 사람을 보내십시오. 어쩌면 남은 서신들을 발견하거나 진실을 아는 자가 저택에 남아 있을지도 모릅니다. 비밀 리에 끌어다가 심문을 하면 진실을 밝힐 수 있을지도 몰라요.”장공주가 싸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하자!”만약 황후의 정체가 가짜라면 아무도 그녀를 지켜줄 수 없을 것이다.장공주의 도움이 있으니 교먹은 많은 수고를 덜은 것 같아서 좋았다.마음속에 꿈틀거리던 어두운 욕구는 점점 눈덩이 굴러가듯이 커져서 마지막 남은 양심까지 집어삼키려 하고 있었다.처음에 그녀가 원했던 것은 봉구안을 영원히 궁 안에 묶어 놓는 것이었다.그런데 봉구안이 이렇게까지 자신을 몰아세울 줄은 몰랐다.‘언니,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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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화

정비는 아직도 물에서 허우적대고 있었지만 아무도 내려가서 구해주지 않았다.장공주는 봉구안의 팔목을 잡고 강압적으로 말했다.“빠뜨린 사람이 구하러 가셔야지요!”이곳은 자녕궁이고 주변 시위, 궁녀들 모두 장공주의 사람들이었다.말을 마친 장공주가 봉구안을 밀치려 손을 뻗었다.아직 눈도 채 녹지 않은 3월이라 호숫물은 차디찼다.봉구안은 몸을 비틀어 장공주의 공격을 가볍게 피했다.장공주가 싸늘한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황후! 어찌…”이때, 봉구안은 고개를 돌리고 물에 뛰어들었다.장공주는 순간 화가 나서 웃음이 나왔다.“사… 살려주세요…”헤엄칠 줄 모르는 정비는 옷이 물에 젖어 점점 물밑으로 가라앉고 있었다.죽음이 앞으로 다가오자 더 이상은 이성을 유지할 수 없었다.“살려주세요!”절망의 순간에 누군가의 손길이 나타나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그 순간은 마치 따뜻한 햇살이 싸늘한 호수를 비추는 기분이었다.정비는 바로 정신을 차렸다.고개를 수면 위로 내민 그녀는 뒤늦게 황후를 알아보았다.황후가 그녀를 구한 것이다!장공주는 싸늘하게 식은 눈을 하고 수면 위의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그녀의 지시가 떨어지지 않는 이상은 아무도 다가가서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현장에 있던 녕비가 걱정스러운 어투로 권유했다.“언니, 적당히 하고 끝내는 게 좋겠어요. 이대로 가다간 정말 큰일나요…”그녀는 장공주가 자신을 위해 이 모든 것을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상, 장공주는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알아본 바에 의하면 귀족가에서 곱게 자란 봉장미는 헤엄칠 줄 모른다고 했다.하지만 눈앞의 황후는 능숙하게 헤엄을 치고 있으니 봉장미가 절대 아닐 거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장공주도 진짜 인명사고를 바라진 않았기에 황후가 정비를 끌고 뭍으로 나오는 순간에 사람을 시켜 도와주게 했다.정비는 입술이 파랗게 질려 오들오들 떨며 장공주와 녕비를 바라봤다.사람이 죽어가는데 도움의 손길 한번 펼치지 않은 그들이었다.‘이 원한, 기억해 두겠어!’시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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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화

봉구안은 채 마르지도 않은 머리를 그대로 틀어올렸다.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그녀의 치마가 흩날렸다.최 상궁은 그녀의 뒤를 따르며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마마, 폐하께 변명이라도 해보지 그러셨습니까?”“이대로 폐하께서 마마를 오해하시게 그냥 둘 생각이십니까?”봉구안은 공허한 눈으로 전방을 주시하며 답했다.“상관없다.”어차피 그녀와는 다른 세상 사람이었다.편전.태의가 정비의 진맥을 보고 있었다.창가에 선 황제는 먼곳을 바라보고 있었다.정비는 착잡한 눈으로 사내를 바라보았다.황후가 떠난 후, 황제는 줄곧 거기 서서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진맥을 마친 태의가 황제에게 아뢰었다.“폐하, 마마께선 찬 기운이 몸에 침입하여 많이 허약해진 상태입니다. 소신은 한기를 쫓는 약을 처방할 테니 절대 다시 바람을 맞거나 하시면 안 됩니다.”“그래, 알았다.”소욱은 뒤돌아서 정비를 바라봤다.똑같이 물에 빠졌는데 한 사람은 이처럼 허약하고 황후는 아무 일 없는 사람처럼 굴었다.무공을 연마한 자라서 다르다는 건가.태의를 물린 후, 정비는 가까스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폐하, 황후께서는…”진실을 말하고 싶었지만 추홍이 마음에 걸렸다.두 사람의 말이 다르면 추홍은 거짓말을 한 것이 된다.그래서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말을 돌렸다.“호수가가 미끄러웠으니 황후께서 고의로 저를 민 것은 아닐 겁니다.”소욱은 이 얘기를 더 하고 싶지 않았다.그는 싸늘한 눈으로 정비를 바라보다가 말했다.“넌 몸을 추스르는데만 집중하거라.”정비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예.”황제가 떠난 후, 추홍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마마, 왜 황후의 편을 들려 하셨습니까? 사실 장공주께서 직접 지목하셨으니 마마께선 모른 척만 하시면…”정비는 고개를 들고 싸늘한 눈으로 시종을 바라보았다.“폐하께서 그리 쉽게 속아넘어갈 것 같으냐? 정말 장공주의 말을 믿었다면 진작에 황후를 처벌하였을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나까지 황후를 지목한다면 폐하께선 날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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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0화

영화궁.최 상궁은 깨 고소한 얼굴로 들어와서 아뢰었다.“마마, 흥혜궁 쪽에 큰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폐하께서 오랜만에 후궁을 찾으셔서 흥혜궁에 머물기로 하였는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폐하께서 크게 화를 내고 돌아가셨답니다. 게다가 정비마마께 금족령까지 내리셨다는군요!”최 상궁은 신이 나서 말했지만 봉구안은 골치가 아팠다.그녀는 마지막으로 후궁의 업무를 마무리하고 있었다.최 상궁이 옆에서 떠들고 있으니 좀처럼 집중이 되지 않았다.“나가 있거라. 내 허락 없이는 아무도 들이지 말고.”최 상궁은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몰라 상처받은 얼굴을 했다.연상이 떠난 후로 줄곧 옆에서 정성껏 시중을 들었는데 자신을 봐주지 않는 상전에게 서운하기도 했다.봉구안은 그런 최 상궁을 무시하고 그쪽으로 시선도 주지 않았다.“안 나가?”뒤돌아선 최 상궁은 뒤에 서 있는 사람을 보고 놀라서 눈을 부릅떴다.근엄한 표정을 황제가 그곳에 서 있었다.그녀는 재빨리 예를 행했다.“소인, 폐하를 뵙습니다!”봉구안은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황제를 바라봤다.소욱의 기억에 영화궁은 항상 적막한 곳이었다.의자에 앉은 그는 탁자에 놓인 온갖 간식들을 바라보았다.아마 최 상궁이 준비했을 것이다.최 상궁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황제의 옆에서 주절주절 떠들었다.그에 반해 황후는 지시를 기다리는 궁녀처럼 가만히 자리만 지키고 있었다.최 상궁이 말이 많을수록 황후의 과묵함이 더욱 도드라졌다.결국 짜증을 못 이긴 소욱이 차갑게 호통쳤다.“물러가거라.”최 상궁은 그제야 다 안다는 표정으로 내전을 나가 문을 닫았다.소욱이 앞에 와서 앉은 뒤로 봉구안은 조용히 그를 관찰하고 있었다.그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아 보였다.소욱은 펼쳐져 있는 후궁 장부를 보고 굳은 목소리로 물었다.“이 늦은 시간에 아직도 이런 것들을 보고 있느냐?”봉구안은 공손히 답했다.“예.”그는 진지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황후, 입궁한 이유가 무엇이냐?”봉구안의 눈가에 약간은 다른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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