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구안은 채 마르지도 않은 머리를 그대로 틀어올렸다.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그녀의 치마가 흩날렸다.최 상궁은 그녀의 뒤를 따르며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마마, 폐하께 변명이라도 해보지 그러셨습니까?”“이대로 폐하께서 마마를 오해하시게 그냥 둘 생각이십니까?”봉구안은 공허한 눈으로 전방을 주시하며 답했다.“상관없다.”어차피 그녀와는 다른 세상 사람이었다.편전.태의가 정비의 진맥을 보고 있었다.창가에 선 황제는 먼곳을 바라보고 있었다.정비는 착잡한 눈으로 사내를 바라보았다.황후가 떠난 후, 황제는 줄곧 거기 서서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진맥을 마친 태의가 황제에게 아뢰었다.“폐하, 마마께선 찬 기운이 몸에 침입하여 많이 허약해진 상태입니다. 소신은 한기를 쫓는 약을 처방할 테니 절대 다시 바람을 맞거나 하시면 안 됩니다.”“그래, 알았다.”소욱은 뒤돌아서 정비를 바라봤다.똑같이 물에 빠졌는데 한 사람은 이처럼 허약하고 황후는 아무 일 없는 사람처럼 굴었다.무공을 연마한 자라서 다르다는 건가.태의를 물린 후, 정비는 가까스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폐하, 황후께서는…”진실을 말하고 싶었지만 추홍이 마음에 걸렸다.두 사람의 말이 다르면 추홍은 거짓말을 한 것이 된다.그래서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말을 돌렸다.“호수가가 미끄러웠으니 황후께서 고의로 저를 민 것은 아닐 겁니다.”소욱은 이 얘기를 더 하고 싶지 않았다.그는 싸늘한 눈으로 정비를 바라보다가 말했다.“넌 몸을 추스르는데만 집중하거라.”정비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예.”황제가 떠난 후, 추홍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마마, 왜 황후의 편을 들려 하셨습니까? 사실 장공주께서 직접 지목하셨으니 마마께선 모른 척만 하시면…”정비는 고개를 들고 싸늘한 눈으로 시종을 바라보았다.“폐하께서 그리 쉽게 속아넘어갈 것 같으냐? 정말 장공주의 말을 믿었다면 진작에 황후를 처벌하였을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나까지 황후를 지목한다면 폐하께선 날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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