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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또 한 번의 거절: Chapter 291 - Chapter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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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1화

“방우진, 운 좋게 법의 제재를 피했다고 해서 매번 피해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도아린은 담담하게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방우진은 비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기울이더니 그녀를 쳐다보았다. “나중에 잡히더라도 넌 아마 보지도 못할걸?”“글쎄?”“흠.”방우진은 눈썹을 치켜올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 “20억 주면 생각해 볼게.”도아린은 비웃음을 흘리더니 오만한 표정으로 머리를 넘겼다.“너도 알다시피 난 배씨 가문의 사모님이야. 20억은커녕 50억이라도 쉽게 줄 수 있는데 문제는 내가 왜?”그녀는 덤덤하게 자리에 앉더니 무서워하기는커녕 오히려 도발하는 듯했다.“너 배지유의 앞잡이잖아? 아, 그나저나 다리 저는 앞잡이지.”“...”방우진은 봉투를 휘두르던 동작을 그만 멈추고 도아린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도아린은 그가 격분한 것을 보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내가 죽지 않는 이상 널 반드시 감옥에 집어넣을 거야. 증거는 이미 손에 넣었거든? 다시는 빠져나갈 수 없을 거야.”도아린이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등 뒤에서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며 순간적으로 앞으로 몸을 던져 피했다.방우진이 휘두른 물건이 그녀에게 닿지 않자 그는 한 발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누른 채 땅에 쓰러뜨렸다.“오늘 널 저세상으로 보내주지. 이제 내 죄를 어떻게 물을 거야?”그는 봉투 안에서 벽돌을 꺼내 들더니 그녀를 향해 내리치려 했다.“방우진! 귀신이 되어서도 절대 널 놓아주지 않을 거야! 넌 자손도 없이 죽게 될 거야!”도아린의 독한 저주에 방우진은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졌다.그는 침을 삼키며 말을 바꿨다.“원수는 원수에게 갚는 거지, 배지유 그년한테 가서 따져.”방우진이 벽돌을 내리치려는 순간 누군가 그의 손목을 가로채더니 벽돌은 도아린의 등 위로 떨어졌다.“아!”곧이어 누군가 그를 옆으로 차버리자 방우진은 정자 안의 탁자에 몸을 세게 부딪히며 땅에 쓰러졌다.“아가씨!”경호원이 다가와 그녀를 부축하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늦었습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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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2화

‘괜히 물어봤네. 이미 물어본 걸 취소할 수도 없고.”우정윤이 라이브 방송에서 산 얼룩 제거제를 가져오자 배건후는 이미 검은 얼굴 인형을 책상에 올려놨다. 그 인형은 도아린과 약간 비슷하게 생겼는데 노란색 후드와 검은색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얼굴과 다리 색이 많이 차이 나는 것도 특징이었다.우정윤은 사용법을 배건후에게 보여줬다. 배건후는 심각한 얼굴로 얼룩 제거제를 잡은 채 마치 억 단위의 계약서에 서명하려는 것처럼 진지했다. 인형 얼굴을 한참 바라본 끝에 드디어 한 방울 짜냈다. 순간 투명한 액체가 인형 얼굴 위로 떨어졌다.배건후가 브러시를 들기도 전에 인형은 이미 그 액체를 흡수해버렸다.“...”“제가 해보겠습니다.”우정윤이 다시 액체를 짜내고 배건후가 바로 문지르기 시작했다. 잠시 후, 두 쌍의 눈이 빤히 테이블 위 인형을 주시했다. 인형 얼굴의 커피 얼룩은 지워졌지만 원래 피부색도 함께 벗겨져서 마치 백반증이 걸린 것마냥 얼룩덜룩해졌다.“보너스 깎일 줄 알아.”‘리뷰 남기고 항의해야지.’회사를 나서던 배건후는 갑작스러운 두통을 느꼈다. 우정윤은 과로 때문일 거라며 며칠 휴가 내기를 권했다.가던 중 배건후는 머리가 찌르는 듯한 통증에 병원으로 방향을 틀었다. 각종 검사를 마친 뒤 두통은 가라앉았지만 아무런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다. 의사는 신경성 두통일 가능성을 언급하며 통증이 다시 찾아오면 바로 검사받으라고 권했다.우정윤이 사모님한테 알리려고 하자 배건후는 거절했다.그는 밤새 두통이 없었고 다음 날 오후, 회의가 끝난 뒤 집으로 돌아오라는 아버지의 연락을 받았다.집 앞에 도착하자마자 배석준과 남궁유민은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가자, 가면서 설명하마.”두 사람은 배건후의 차에 올랐다.배석준과 배지유가 함께 쇼핑하던 중 경찰이 배지유를 찾아와 협조를 부탁했다.그는 딸이 걱정되는 마음에 함께 갔지만 경찰서에 들어서자마자 배지유는 다시 나올 수 없게 되었다.배석준은 헛웃음을 지으며 눈에는 비웃음이 가득했다. “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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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3화

도아린은 말을 마치고 다시 고개를 숙여 타자하기 시작했다. 배건후는 주머니에 넣은 손가락을 움켜쥔 채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어제 돌아가서 또 무슨 짓을 한 거야?”‘또?’도아린은 메시지를 전송하고 나서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봤다. 그녀의 표정은 덤덤하다 못해 거리가 느껴졌다. 도아린은 입꼬리를 살짝 휘어 올리며 말했다. “이미 알고 있잖아.”그녀에게 묻는다는 건 이미 답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었다.“...”배건후는 그녀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차 안에서부터 화가 잔뜩 난 아버지를 떠올리며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가 지유를 애지중지하시는 거 너도 알잖아? 며칠만 사이좋게 지내.”“그건 네 가문의 일이야.”배건후는 눈썹을 찌푸린 채 반박하려 했지만 남궁유민이 다가오더니 그를 데려갔다.“개나 소나 감히 내 딸과 엮이려고 하다니! 지유야, 울지 마라. 네가 울면 아빠는 가슴이 아프단다. 남궁 변호사도 왔으니 곧 나갈 수 있을 거야. 아빠가 반드시 해결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하지만 오빠가...”“감히 남의 편을 들었다간 아예 직책을 빼앗아버릴 거야.”배건후는 들어서자마자 그 한마디를 들었다. 그는 분노로 이마에 핏대를 세운 채 눈가에 눈물이 고인 아버지를 지나 울면서 자신을 쳐다보지도 못하는 배지유에게 시선을 옮겼다.남궁유민은 배건후에게 의자를 빼주었다.“말해봐, 이번엔 또 무슨 짓을 저질렀는데?”배건후가 자리에 앉았다.“오빠...”배지유는 순간 울음을 터뜨렸다.배석준은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너 이게 무슨 태도냐, 지유가 무슨 짓을 했겠어? 우리 지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도아린이 마음대로 엮어대는 거야!”배건후는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손가락을 두드리며 울고 있는 배지유를 빤히 바라봤다.배석준은 못 참겠다는 듯이 말했다. “동생이 울고 있는데 오빠라는 게 그냥 보고만 있니?”“방우진이 다시 체포되었습니다.”남궁유민이 설명했다. “살인 미수 혐의로 고소당했습니다.”순간 배건후의 눈빛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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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4화

“말해 봐야 소용 있어?”도아린은 천천히 밀크티 토핑을 씹으며 평온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너한테 얘기한다고 해서 지유의 카드를 정지시키거나 외출을 금지할 수 있어?”“난 이미 지유한테 기회를 줬어. 근데 전혀 뉘우치지도 않고 점점 심하게 행동하잖아.” 도아린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네가 오빠로서 지유를 통제하지 못한다면 대신 통제할 수 있는 사람에게 맡기는 게 맞다고 생각해.”배건후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입을 열었다. “너 그렇게 지유가 미워? 꼭 지유를 망신당하게 만들어야 속이 시원하겠어?”“건후야...”“우리 부부끼리 하는 말에 끼어들지 마.”육하경이 말을 꺼내려 하자 배건후가 단호하게 끊어버렸다. 사건의 전말에 대해 알고 있는 그는 다들 배지유의 편을 들며 도아린을 괴롭히는 모습에 참을 수 없었다. 그는 도아린의 얼굴에 서운함이나 실망하는 기색이 엿보일 줄 알았지만 마치 제3자인것마냥 아무런 표정도 없이 덤덤했다.도아린이 불쌍해진 육하경은 배건후가 자신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도아린을 위해 말을 꺼냈다. “건후야, 아린 씨가 여기 왜 왔는지 물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비난부터 하는 거야?”배건후는 비웃음을 흘리더니 육하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방우진이 널 다치게 한 건 지유를 대신해 보상할 거야. 배씨 그룹 연말 행사와 접대 장소를 모두 세인트존스 호텔로 지정할 테니까 다른 요구 있으면 말해.”그러고는 도아린을 보며 말했다. “이 정도면 만족하겠어?”도아린은 밀크티를 원샷하더니 빈 컵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넌 내가 배지유를 고발한 게 하경 씨 때문이라고 생각해?”“아니야?” 배건후는 냉소를 띠며 말했다. “너와 지유 사이가 나쁜 걸 왜 먼저 나한테 말하지 않고 육하경한테 알렸겠어? 육하경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니야?”육하경은 옆에서 급히 해명했다. “그런 게 아니야, 오해야. 유 경관이 방우진이 다시 체포되었다고 알려주면서 나한테 비밀을 말하는 대신 보석을 조건으로 연락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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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5화

배건후는 그제야 반응하고 물었다.“뭐라고? 누가 너를 협박했다는 거야?”육하경이 답했다. “방우진이 죽이려고 한 사람이 바로 아린 씨야. 진씨 가문의 보디가드가 제때 도착하해서 다행이지...”그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더니 빠르게 도아린을 쫓아갔다.배건후의 눈에는 분노가 가득 차오른 채 배석준을 노려보았다.“처음부터 알고 계셨어요?”그는 단호하게 말했다.배석준은 오히려 당당하게 대답했다. “남궁이 그녀가 증인이라고 말할 때 너도 자리에 있었잖아. 난 네가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배건후는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는 담배를 태우려 밖으로 나가자 배석준은 그의 뒤를 따르며 다그쳤다. “자기 아내도 제대로 관리 못 해서 지금 이 사달이 나게 했어? 지금 네 동생이 울고 있는데 하나도 걱정 안 되는 거니?”“아버지...”배건후는 담배를 한 모금 깊게 들이마시더니 쉬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일은 확실히 지유가 잘못했어요.”“네 동생이야.”“내 동생이라면 살인을 사주해도 되는 건가요?”“죽지 않았잖아.”배건후는 사늘한 눈빛으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배석준은 잔뜩 화가 치밀어오른 채 말을 이어갔다. “지유는 아직 아이야. 나쁜 마음이 있는 게 아니라 너무 화가 나서 교훈이라도 주려고 했던 것뿐이잖아. 그 정도 분별은 있는 아이야. 도아린은 지금 멀쩡하잖아. 다치지도 않았고.”배건후의 눈빛은 더욱 날카로워졌다.배석준은 아들의 눈빛에 불편함을 느끼며 손을 휘저었다. “네가 어떻게 하든 좋으니 빨리 도아린에게 고소를 취하하라고 해. 우리 지유가 울잖아. 아직도 뭐가 더 필요하다는 거야!”말을 마친 그는 다시 심문실로 들어가 배지유를 위로했다.도아린은 다른 심문실에서 방우진을 만났다.방우진은 한껏 오만한 태도로 다리를 꼰 채 앉아 있었다. “방금 비밀이 별로 흥미가 없다면 다른 비밀 하나를 말해줄까? 대신 나를 빼내 주겠다고 약속해.”이번엔 도아린을 바라보며 말했다.도아린은 냉정하게 거절했다. “그럴 일은 없을 거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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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6화

도아린은 배건후가 그의 어머니 주현정의 건강을 빌미로 자신을 위협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주현정은 그의 어머니이자 배지유의 어머니다.그런데 왜 배씨 가문의 사람들이 저지른 잘못을 주현정의 병세를 핑계 삼아 그녀한테 계속 양보를 구하는 거지?그녀가 마음이 약해서? 아니면 만만해서?도아린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지만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차갑고 냉랭했다.“만약 오늘 피해자가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 사람도 네 어머니의 병세를 신경 썼을까?”배건후는 잠시 침묵하더니 말을 이어갔다. “지유는... 지유는 분별력이 있는 애야.”“그러니까 지유가 나를 노리고 있다는 거네.” 도아린은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네 어머니의 건강을 빌미로 지금 날 억누르려 하는 거야? 너무 뻔뻔한 거 아니야?”배석준이 복도로 다시 나왔을 때 배건후는 텅 빈 복도를 응시하고 있었다. 싸늘하게 식은 공기는 그의 주위를 무겁게 감싸고 있었다.도아린은 차에 돌아와 앉았다. 옆에 있던 보디가드는 육하경을 잠시 쳐다보더니 망설였다.육하경이 차에서 내리려 하자 도아린이 이내 그를 불러 세웠다. “제 친구예요. 따로 숨길 필요 없어요.”“네. 조사한 바로 도정국은 자신 명의로 되어 있는 공장 하나를 도유준에게 넘겼습니다. 그런데 오랫동안 주문이 없는 공장이라 곧 망할 것 같습니다. 또 도유준에게 2억 원의 카드를 줬지만 도유준은 거의 다 써버렸습니다.”도정국은 탐욕스러운 인간이라 아무리 자신의 아들이라 해도 결코 자신의 재산을 쉽게 넘기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거의 망해가는 공장을 갓 사회에 나온 도유준에게 넘겨 자신의 사업을 위해 헌신하게 하기 위한 속셈이었다.그러나 자격지심과 허영심으로 가득 찬 도유준은 이나윤과 결혼하기 위해 돈을 흥청망청 쓰다 보니 20억은은커녕 200억이 있어도 부족할 정도였다.“도정국에게 선물 하나 준비해 줘요.” 도아린이 담담하게 말했다.육하경은 창밖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휘어 올렸다. 그녀의 계획을 듣고 나서야 고개를 돌렸다.“아까 경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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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7화

도아린은 잠시 멍하니 있었다.진씨 가문에서 자신과 배씨 가문의 관계가 겉보기와 다르다는 것을 이미 알아차리고 뒷일을 대비해 준 것 같았다.왜일까? 그녀는 그저 윤명희를 응급 치료한 것뿐이었고 배지유도 구급차를 부르며 도와주었는데 왜 진씨 가문에서 배지유에게는 아무런 보답도 하지 않는 거지?육하경은 도아린의 눈에 서린 의문을 보더니 핸드폰을 꺼내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사모님께서 아린 씨가 잃어버린 딸이라고 생각하세요.][전 아니에요.] 도아린이 답했다.[유전자 검사 결과도 아니라고 나왔어요. 하지만 아린 씨한테 애정을 쏟으면서 병세가 빠르게 호전됐어요. 어쩌면 아린 씨가 사모님께 약일지도 모르죠. 만약 호의를 거절하면 사모님께서 속상하실 거예요.]도아린은 첫 문장을 몇 번이고 읽었다. 진씨 가문이 자신 몰래 유전자 검사까지 했다고? 언제? 자신이 그들의 딸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잘해주는 이유는 오직 하나뿐이었다. 배지유가 가장 두려워하는 진씨 가문이 배씨 가문을 공격하려는 것이었다.그러나 도아린은 진씨 가문의 진심 어린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윤명희의 배려는 단순히 돈을 퍼붓고 선물을 주는 게 아니라 그녀가 불공평한 대우를 받을 때마다 곁에서 지지해 주었다.도아린은 윤명희가 자신을 이용하려는 것이라고 믿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진씨 가문이 배지유와 자신을 다르게 대하는 이유를 설명하기도 어려웠다.[배지유 역시 진씨 가문에 도움을 준 사람인데 왜 배지유에게는 그렇게 냉정한 걸까요?] 도아린이 육하경에게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그건 드레스 때문이에요.]도아린이 계속해서 묻기도 전에 차는 이미 어린이 병원 앞에 멈췄다. 육하경은 먼저 차에서 내리더니 도아린의 차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서로 미소를 나눴다. 도아린은 그제야 모든 상황을 이해하게 되었다.배지유가 그 드레스를 빼앗으려 한 건 단순히 입어보려는 게 목적이 아닌 진씨 가문에서 도아린을 딸로 입양하려는 걸 방해하려는 것이었다. 비록 그녀가 친딸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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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8화

병실에 산처럼 쌓여 있던 선물 상자들은 모두 사라졌고 꽃바구니도 치워졌으며 시든 꽃다발은 이미 버려졌다. 병실은 한층 더 쓸쓸하게 느껴졌다.“잠깐 나갔다 올게.” 육하경은 율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병실을 나섰다.도아린은 보디가드에게 쉬라고 하고 율이와 함께 테이블에 앉아 블록을 맞추기 시작했다.“유 선생님께서 율이 보러 오셨어?”율이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물건들은 다 유 선생님께서 가져갔어?”율이는 잠시 망설이다가 손에 든 작은 부품을 응시하며 말했다. “유 선생님께서 다른 친구들이랑 같이 나눠야 한다고 가져가셨어요. 율이는 혼자 다 먹을 수 없으니까요.”어린아이가 어찌나 착한지. 자신도 먹고 싶었을 텐데 양보하도록 강요받다니.도아린은 구겨진 도면을 보더니 한편으로 조립할 수 있는 부품을 찾으며 자연스럽게 보육원에 대해 물어보았다.“며칠 전, 보육원에 갔을 때 열 살이 넘은 아이가 입양됐다는 얘기를 들었어.”“지수와 지희에요. 율이보다 병이 더 심했어요. 배가 이렇게 커졌었거든요...” 율이는 자신의 배 앞에서 크게 원을 그렸다.도아린은 손이 덜덜 떨리더니 부품을 상자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순간 불길한 예감이 밀려왔다.그녀는 애써 감정을 다스리며 율이를 끌어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그럼 입양될 때는 병이 나았어?”율이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나았어요. 수술할 때 너무 아픈지 지수는 목이 완전히 쉬어버렸어요. 간호사 이모가 버린 수건에는 피가 엄청 묻어 있었어요.”마침내 두 부품이 하나로 맞춰지며 율이는 도아린에게 조립한 것을 보여주며 칭찬을 바랐다.그러나 도아린의 표정이 심각한 것을 보고 율이는 그녀의 목을 꼭 껴안았다.“율이는 아주 용감해요. 율이는 아픈 것도 무섭지 않아요. 아린 언니, 걱정하지 마세요.”도아린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콧등이 시큰해졌다. 그녀는 율이를 꼭 끌어안고 턱을 율이의 머리 위에 얹었다.“그럼 지희도 보육원에서 수술했어? 많이 아팠대?”율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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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9화

율이는 그녀의 몸을 꼭 끌어안은 채 두려움과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도아린은 더 이상 묻지 않고 다정하게 원피스를 입혀줬다.“율이는 여자아이니까 누가 율이 몸을 만지려고 하면 거절해야 해, 알겠지?”율이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아린 언니도 안 돼요?”“언니가 마지막으로 도와주는 거야. 이후로는 율이 스스로 입어야 해.”“...” 율이는 천천히 고개를 숙이더니 기분도 따라 가라앉았다. 도아린이 지퍼를 다 올리고 율이를 돌아보자 그녀는 울고 있었다.“왜 울어?”“율이가 병 옮길까 봐 싫어하는 거죠?”“바보야!” 도아린은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율이를 침대에 앉히고 직접 머리를 빗겨주었다.“율이의 병은 전염되는 게 아니야. 율이의 면역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거야. 여자아이는 스스로 사랑하고 스스로 몸을 보호해야 하는 거야...”도아린은 생리 지식에 대해 율이에게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율이는 어느 정도 이해했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도아린이 자신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보호해 주려고 한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됐어, 이제 하경 오빠한테 보여주러 가자.”율이는 기쁘게 문을 열러 갔다가 문밖에 서 있는 사람을 보고 멍해졌다.“아저씨, 율이랑 블록 맞추러 오셨어요?”“...” 도아린은 고개를 번쩍 들어 문 앞에 서 있는 배건후를 보았다.예전엔 투명 인간처럼 연락도 안 받고 찾아봐도 나타나지 않더니 이제 와서 배지유 때문에 끈질기게 따라다녔다. 혹시라도 배건후가 율이를 실망시킬 말을 할까 봐 도아린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려다가 무릎을 테이블에 부딪히며 옅은 신음을 흘렸다.배건후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소파에 앉혔다. “봐봐.”“됐어.” 도아린은 거절했다.방우진의 공격을 피하려다 바닥에 엎드리며 무릎이 긁히긴 했지만 그 정도 상처는 교통사고 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때도 그녀는 배건후가 필요 없었는데 지금은 더더욱 필요 없었다.“율이랑 블록 맞추러 온 게 아니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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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0화

두 사람은 한참을 대치했다. 배건후는 목젖이 울렁이며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차마 내뱉을 수 없었다.결국 그는 전화를 받고 먼저 병실을 떠났다.그가 떠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육하경은 율이를 데리고 들어왔다. 율이는 도아린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아저씨에 대해 묻지 않았다. 조용히 육하경과 함께 블록을 조립하는 데 집중했다.도아린은 병원을 떠난 뒤 육하경과 함께 세인트존스 호텔로 돌아갔다. 육하경은 복도 끝에 있는 조용하고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방으로 배정해 주었다.도아린은 보육원의 이상한 점과 지수와 지희에 대한 상황을 육하경에게 알렸다.“설마...” 육하경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보육원은 이미 폐쇄되어 내부 정보를 확인할 수 없지만 외부에서 정보를 찾으려면 찾을 수 있을 거예요.”순간 보디가드가 문을 두드렸다. “아가씨, 일남이가 돌아왔습니다.”보디가드 일남은 여자 샤워실에서 일어난 소동에 이상함을 눈치채고 상황을 물어본 뒤 용의자를 놓쳤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사장님에게 출입구 CCTV를 부탁해 도아린에게 보여 주었다.도아린은 하춘녀의 얼굴을 보자마자 비웃음을 흘렸다.“바로 저를 납치한 주범이에요.”“어린이 병원의 CCTV도 가져왔습니다.” 일남은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은 것에 대해 자책하며 병원으로 돌아가 CCTV를 가져왔다.두 영상을 비교하자 하춘녀가 손보미를 찾으러 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손보미는 아마 15살에 천사 보육원을 떠난 것 같아요.” 육하경은 그녀의 자료를 조회하자 지수와 같은 나이였다. 혹시 그녀도...두 사람은 각자 흩어져 행동하기로 했다. 육하경은 지수와 지희의 입양인에 대해 조사했고 도아린은 하춘녀와 손보미의 관계를 추적하기로 했다.저녁에 도아린은 육하경이 예약한 레스토랑으로 가던 중 주현정에게서 전화를 걸어왔다.“아린아, 지유가 여행을 가서 집에는 나와 네 아버지만 있단다. 와서 밥 먹으렴.” 주현정은 전화 너머로 따뜻하고 자상한 목소리로 유민정에게 도아린이 좋아하는 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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