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00화

작가: 온유
두 사람은 한참을 대치했다.

배건후는 목젖이 울렁이며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차마 내뱉을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전화를 받고 먼저 병실을 떠났다.

그가 떠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육하경은 율이를 데리고 들어왔다.

율이는 도아린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아저씨에 대해 묻지 않았다. 조용히 육하경과 함께 블록을 조립하는 데 집중했다.

도아린은 병원을 떠난 뒤 육하경과 함께 세인트존스 호텔로 돌아갔다.

육하경은 복도 끝에 있는 조용하고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방으로 배정해 주었다.

도아린은 보육원의 이상한 점과 지수와 지희에 대한 상황을 육하경에게 알렸다.

“설마...”

육하경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보육원은 이미 폐쇄되어 내부 정보를 확인할 수 없지만 외부에서 정보를 찾으려면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순간 보디가드가 문을 두드렸다.

“아가씨, 일남이가 돌아왔습니다.”

보디가드 일남은 여자 샤워실에서 일어난 소동에 이상함을 눈치채고 상황을 물어본 뒤 용의자를 놓쳤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사장님에게 출입구 CCTV를 부탁해 도아린에게 보여 주었다.

도아린은 하춘녀의 얼굴을 보자마자 비웃음을 흘렸다.

“바로 저를 납치한 주범이에요.”

“어린이 병원의 CCTV도 가져왔습니다.”

일남은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은 것에 대해 자책하며 병원으로 돌아가 CCTV를 가져왔다.

두 영상을 비교하자 하춘녀가 손보미를 찾으러 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손보미는 아마 15살에 천사 보육원을 떠난 것 같아요.”

육하경은 그녀의 자료를 조회하자 지수와 같은 나이였다. 혹시 그녀도...

두 사람은 각자 흩어져 행동하기로 했다.

육하경은 지수와 지희의 입양인에 대해 조사했고 도아린은 하춘녀와 손보미의 관계를 추적하기로 했다.

저녁에 도아린은 육하경이 예약한 레스토랑으로 가던 중 주현정에게서 전화를 걸어왔다.

“아린아, 지유가 여행을 가서 집에는 나와 네 아버지만 있단다. 와서 밥 먹으렴.”

주현정은 전화 너머로 따뜻하고 자상한 목소리로 유민정에게 도아린이 좋아하는 음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또 한 번의 거절   제301화

    도아린은 담담하게 웃었다.“간병인을 두 분 모셨어요. 아주머니께서 요리를 엄청 잘하세요.”“...”배건후는 젓가락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갔고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식탁에서는 잠깐의 침묵이 흘렀고 배석준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지유가 탕수육을 제일 좋아하는데 식사를 했는지 몰라.”“...”도아린은 배석준의 목적을 알고 있었지만 대답하지 않았다.주현정이 웃었다.“외국에 오래 있을 때는 딸을 보고 싶어 하는 티도 안 나더니 돌아온 지 이제 하루 만에 딸이 보고 싶어서 밥도 못 드시겠어요?”“지유는 우리 배씨 가문의 공주잖아. 나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것들을 모두 지유한테 주고 싶어. 내가 지유를 보고 싶어 하지 않을 리가 없잖아!”“건후야, 너한테는 동생이 지유 하나뿐이잖아. 지유가 누구한테 괴롭힘을 당한다면 너는 오빠로서 반드시 지유를 위해 나서줘야 해!”배건후는 담담하게 대답했다.식사를 마치고 도아린은 주현정과 함께 산책하고 있었다. 도아린은 자신이 연기를 잘했다고 생각했지만 다 들통이 났다.“지유가 또 무슨 사고를 쳤지?”“...”도아린은 시선을 깔고 대답하지 않았다.“그 애는 나랑 네 아버지가 잘못 키웠어. 지유는 건후 말고는 아무도 무서워하지 않아. 예전에는 나도 건후가 지유를 좀 봐주라고 너한테 설득해달라고 할 생각이었는데 지금 보니 혼을 너무 적게 냈어.”“어머님...”도아린은 주현정의 손을 잡았다.“만약... 만약에 말이에요... 지유의 잘못이 너무 커서 반드시 벌을 받아야 한다면 어머님은 받아들일 수 있겠어요?”주현정은 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살짝 고개를 들고 밤하늘에 뜬 반달을 바라보았다.“벌을 받아야지. 아니면 내가 떠난 후에는 반드시 더 큰 사고를 치고야 말 거야.”도아린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도아린은 주현정이 사실을 알고 받아들이지 못할까 봐 걱정했는데 지금 보니 주현정은 현명하고 공정한 사람이었다.두 사람이 캐슬에 돌아갔을 때는 거실에 사람이 없었다.주현정은 피곤한

  • 또 한 번의 거절   제302화

    배석준은 화가 나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주현정의 손목을 잡은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지금 당신이 지키려는 사람이 지유를 감옥에 보내려는 거 알아? 지유는 이제 금방 졸업했어. 창창한 앞날이 아직 시작되지도 못했는데 감옥에서 썩게 생겼다고!”“아버지.”배건후가 다급하게 다가섰다.“다들 진정하시고 천천히 얘기하세요. 엄마 몸이...”“네 엄마는 몸이 아주 튼튼한 거 같네. 나를 때릴 때 힘 좋은 것 좀 봐.”배석준은 독한 말을 내뱉었지만 그래도 주현정의 손을 놓아주었다.하지만 그러자마자 주현정이 다시 뺨을 때리려고 할 줄 몰랐다.짝하는 소리가 나고 이번에는 피하지 못했다.배석준의 얼굴에는 분노가 서렸다. 두 사람은 싸우는 일이 거의 없었고 주현정이 배석준의 체면을 봐주지 않고 아들과 며느리가 보는 앞에서 자신을 때리는 게 처음이었다.배석준은 이마의 핏줄이 두드러질 만큼 화가 났지만, 주현정의 몸에 손을 댈 생각은 없었다. 그는 의자를 걷어차고는 뒤돌아 밖으로 나갔다.주현정은 침울한 표정을 한 아들을 한참 보더니 시선을 도아린에게 돌렸다.“아린아, 네가 말해. 하나도 빠짐없이 사실 그대로 말해.”배건후는 도아린을 쳐다봤다. 곧이곧대로 다 말하지 말고 주현정을 너무 자극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도아린은 주현정이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판단했고 어찌 됐든 사실은 숨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도아린은 자초지종을 다 말했다. 배지유가 진씨 가문에서 친자검사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해 드레스를 뺏은 것까지 다 말했다.“그만해!”배건후는 도아린의 말을 끊었다.“지유가 드레스를 뺏은 건 잘못됐어. 도유준을 다치게 한 것도 잘못했어. 하지만 없는 죄를 더하지는 마. 진 대표님은 친자검사를 한다는 사실을 얘기하지 않았는데 지유가 어떻게 알았고 또 그걸 왜 막으려고 했겠어?”도아린의 단아한 얼굴에는 비웃는 듯한 웃음이 걸렸다.“없는 일이라고요? 더 심한 건 아직 얘기도 안 했어요. 건후 씨 친구 성 팀장한테 가서 물어봐요. 왜 배지유

  • 또 한 번의 거절   제303화

    성대호의 얼굴에 있던 가짜웃음이 순간 굳었고 그는 의식적으로 도아린을 쳐다보았다.그의 눈동자는 떨려왔고 원망이 가득했다.“아린 씨, 지나간 지 오랜 일을 다시 꺼내서 얘기할 필요 있어요? 당신은 손해 본 게 하나도 없으면서 지유와 건후 사이를 이간질하는 게 너무 한 거 아니에요?”도아린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공격을 받았다. 그녀는 담담한 눈빛으로 배건후를 쳐다보았다.배건후는 가지각색의 사람들을 다 겪어봤는데 성대호가 숨기는 것이 있다는 건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돌멩이 같은 게 가슴을 답답하게 누르고 있는 것 같아서 그는 숨을 제대로 쉴 수조차 없었다.“제대로 말해.”배건후가 차갑게 말했다.“...”성대호는 배건후를 향해 몇 걸음 걸어가더니 목소리를 내리깔고 설명했다.“다 오해야. 지유는 아린 씨가 문건을 너한테 보내기를 바랐지만 아린 씨가 거절했어. 그렇게 실랑이를 벌이던 중에 나랑 아주머니가 병실로 들어간 거야.”그는 아무 표정이 없는 주현정을 한번 보더니 침을 삼키고 계속 말을 이었다.“지유가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 알잖아. 작은 거짓말을 했던 거야. 내가 가서 CCTV를 보고 진실을 밝히려 하다가 실수로 삭제한 거야.”“실수로?”배건후는 얼음같이 차가운 말을 내뱉었다.성대호는 등골이 오싹해서 식은땀이 났고 배건후의 날카로운 시선을 마주 볼 용기가 없었다. 그는 시선을 곁으로 옮겼다가 억지웃음을 지었다.“그 기계가 낡았어. 복제하려고 했는데 실수로 삭제했지 뭐야.”도아린은 차갑게 웃음을 터뜨렸지만 까밝히지 않았다. 배건후가 만약 이렇게 뻔히 보이는 거짓말도 알아채지 못한다면 그는 정말 멍청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역시 배건후는 더 따지지 않고 다른 일에 관해서 물었다.“왜 방우진을 풀어주고 돈까지 줬어?”말이 끝나자 성대호의 몸이 퍼뜩 떨렸다는 것을 배건후는 보았다. 성대호는 고개를 숙였고 눈에는 깊은 살기를 띠었다.‘도아린 이 여자가 지금 지유의 죄를 다 배건후한테 고자질한 거야? 미쳤어? 지유를 죽일

  • 또 한 번의 거절   제304화

    “도아린, 그만해!”배건후는 엄숙한 목소리로 말을 끊었다.도아린은 분노한 그의 눈빛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설마 배지유가 나를 죽이려는 이유가 단지 내가 지유보다 액세서리가 두 세트 더 많아서라고 생각해요?”“...”배건후는 말문이 막혔다.배씨 가문에서 선물을 갖고 올 때마다 배지유가 먼저 고르게 했고 모두 그녀를 예뻐하는 건 사실이었다.도아린이 이 집에 온 이후로 주현정은 그녀를 딸처럼 대했다.매번 식사할 때마다 배지유가 좋아하는 요리를 하나 하고 도아린이 좋아하는 요리를 하나 했다. 옷을 주문할 때도 배지유의 것이 있으면 도아린의 몫도 있었다.누군가가 엄마가 주는 관심을 나눠 가졌는데 배지유의 마음속에서 원망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도 그럴 수 있는 일이었다.배건후는 공평하게 대하기 위해 선물을 준비할 때마다 계속 두 개를 준비했다. 배지유는 다른 하나가 도아린의 몫이라는 것을 분명 알면서도 항상 수를 써서 그것까지 차지하고는 했다.배건후는 그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선물은 다시 도아린에게 하나 더 사주면 될 일이었다.그는 동생이 사랑을 독차지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도아린에 대한 질투 때문에 청부살인을 했다는 건 정말 황당한 일이었다.배건후는 주먹을 꽉 쥐었고 손등에는 핏줄이 선명하게 보였다.그는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오해가 있다면 내가 잘 알아볼 거야.”“건후 씨, 만약 그날 당신도 병원에 있었다면 배지유가 몰래 내 가방에 USB를 넣는 걸 보고 대호 씨처럼 지유를 도와 증거를 인멸할 건가요?”“...”이름이 불린 성대호는 몸을 퍼뜩 떨었다.배건후는 곁눈질로 그를 봤다가 도아린을 보았다.“아니.”“안 믿어요.”도아린은 딱 잘라 말했다.“배지유가 한 일들에 대해서 당신이 조금도 몰랐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어요? 3년 전 호텔에서 당신과 손보미를 엮으려고 당신의 술에 약을 탄 건 지유잖아요. 지유가 당신에게 수를 쓴 건 탓하지 않고 방을 잘못 들어갔다고 내 탓만 했잖아요.”배건후의 눈빛이 떨렸다.그는 당연히

  • 또 한 번의 거절   제305화

    “저리 비켜.”“아주머니! 지유는 어렸을 때부터 곱게 자라서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지유는 그 안에서 단 하루도 못 살 겁니다. 지유가 죽는다고요!”주현정의 시선이 흔들렸다. 그녀가 망설이는 것을 보자 성대호는 이때다 싶어서 계속 말을 이었다.“지유가 이번에 큰 잘못을 했다는 거 저도 알아요. 지유가 나올 수만 있게 한다면 그 애를 농촌에 있는 제 고향에 데리고 가서 개과천선하게 할게요.”그는 또 도아린을 보면서 말했다.“아린 씨가 싫다고 하면 절대 지유를 다시 연성에 돌아오지 못하게 할게요. 제발 부탁입니다. 지유한테 기회를 한번 주세요.”도아린의 손을 잡고 있던 주현정의 손에는 점점 힘이 들어갔다.도아린은 그녀가 마음이 약해졌다는 것을 알았다. 주현정은 배지유가 벌을 받기를 바라지만 지유가 그 안에서 죽는다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도아린은 주현정을 핍박하고 싶지 않았고 또 그렇게 하면 안 됐다.“어머님, 이 일에 대해서는 간섭하지 말아요. 남궁유민 변호사님이 지유를 위해 변호를 해줄 거예요.”성대호는 눈을 굴렸다. 남궁유민은 모건 그룹의 고문 변호사이고 그의 손을 거쳐 간 사건은 셀 수 없이 많지만 패소한 사건이 거의 없었다.남궁유민이 배지유를 변호하는 것을 도아린이 동의하기만 한다면 배지유는 반드시 무사할 것이다.“어머님, 들어가서 쉬세요. 저는 할 일이 남아서요.”이렇게 된 이상 주현정도 도아린이 남아서 밤을 보내라고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경멸하는 듯한 시선으로 배건후를 한번 보았다.도아린이 떠난 후에야 배건후는 책상 위에 가게의 계약서 두 장이 아직 남아있는 것을 발견했다.성대호는 자신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졌지만, 손보미에게 가게를 준 그는 책임을 지지 않았다....세인트존스 호텔에서 도아린은 홀에 들어서자마자 휴게구역에 앉아있는 육하경을 보았다.“왜 아직도 퇴근하지 않았어요?”“지금 가려고요.”그의 시선은 빠르게 도아린의 몸을 훑었고 그녀가 다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육하경의 의도를

  • 또 한 번의 거절   제306화

    여자는 방 카드를 가지고 남자를 부축해서 엘리베이터로 갔다.도아린은 누구인지 똑똑히 보았다.김지민이었다. 그녀가 부축하고 있는 남자는 배석준이다.거리가 멀었지만, 도아린은 배석준의 몸에서 풍기는 술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배석준은 화가 난 채로 집을 나서서 술집을 찾아갔다.아내가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고 딸이 서러운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자 그는 마음이 어지러워져서 술을 두 병 주문했다.평소에 그는 주량이 좋은 편이었는데 오늘은 기분이 안 좋은 탓이었는지 두 잔 정도 마시니 정신이 흐려졌다.주현정과 비슷한 여자가 플로어에서 춤을 추고 있는 것을 본 그는 다가가서 여자를 단번에 낚아챘다.“내가 집에 없을 때 당신은 이렇게 놀았던 거야?”“회... 회장님?”김지민은 깜짝 놀라 본능적으로 벗어나려다가 무슨 생각이 번뜩 들어 배석준의 팔을 감쌌다.배석준이 취한 것을 확인한 그녀는 그를 제일 가까운 세인트존스 호텔로 데리고 갔다.배석준은 침대에 쓰러져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김지민은 먼저 자신의 옷을 벗고 배석준의 허리띠를 풀려고 했지만, 손목이 갑자기 잡혔다. ...친한 친구의 아버지가 바람을 피우는 일은 직접 입 밖으로 말하기 어려운 일이다. 육하경은 배건후를 호텔로 불렀고 그가 이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랬다.“아직도 천사 보육원을 조사하고 있어?”배건후는 앞에 놓인 자료를 보고 눈빛이 어두워졌다.육하경은 그에게 담배를 건넸지만 거절당했다.그는 담담하게 말했다.“손보미 씨가 요즘 스캔들이 많잖아. 지금 이 보육원을 위해 선전하고 있는데 지금 보육원이 강제 휴업하고 있잖아. 보미 씨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이 보육원이 아무 문제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으로 생각해.”“아무 문제 없다면 네가 나를 찾았을까?”배건후는 차갑게 웃으며 되물었다. 육하경은 담담하게 웃으며 배건후를 자신의 방으로 데리고 갔다.두 사람이 엘리베이터를 나오자마자 남자 슈트를 걸치고 나오는 김지민과 마주쳤다. 그녀는 안에 옷을 입

  • 또 한 번의 거절   제307화

    “당신이 고집을 부리지만 않는다면 싸울 일이 없죠.”“고집 안 부려. 그건...”“일단 마셔요. 식겠어요.”주현정은 그릇을 살짝 들었다. 배석준은 해장국을 단번에 다 마시고 빠르게 주현정의 볼에 입을 맞췄다.주현정은 웃으며 얼굴을 닦았다.“더럽게 양치도 안 하고 뭐 하는 거예요.”배석준은 또 그녀의 얼굴에 대고 비비다가 낮에는 주현정이 자신과 뜨거운 시간을 보내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더 뜨거워지기 전에 씻으러 갔다.그들이 내려와서 식사할 때, 드물게 배건후도 집에 있었다.“아침부터 웬일이야, 지유에게 새로운 소식이라도 있어?”“어제 건후가 당신 집에 데리고 온 거예요.”주현정이 배석준의 팔을 치면서 말했다.배건후는 그제야 어젯밤의 일이 생각났다. 술에 만취한 남자는 몸이 말을 듣지는 않지만, 머리는 또렷했다.그는 어색하게 헛기침을 했다.배건후는 어젯밤의 일을 꺼내지 않았고 아침 식사도 평화롭게 마쳤다. 배건후가 출근하러 나갈 때, 배석준도 일이 있어서 외출한다고 했다. 대문 앞에서 배석준은 아들을 불러세웠다.“어젯밤의 일은...”“엄마한테 얘기 안 했어요.”배건후는 미간을 찌푸리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한 번뿐이에요. 만약 엄마를 마음 상하게 한다면 아버지로 인정하지 않을 겁니다.”“...”배석준은 이 나이에 아들에게 훈계를 당할 줄 몰랐다.그는 배건후가 술자리에 갈 때 곁에 여자 파트너가 없을 거라고 믿지 않는다. 그냥 장단을 맞춰주는 것이지 선을 잘 알고 있다.배건후는 자신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얘기하려고 했지만, 배건후는 이미 차에 올라타서 떠났다.그는 뒤돌아 자신의 차로 갔는데 갑자기 가녀린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회장님...”“... 당신은?”배석준은 눈앞의 이 여자가 눈에 익지만, 기억이 나지 않았다.“회장님의 옷은 잘 세탁해서 가져왔습니다.김지민은 쇼핑백을 배석준의 앞에 내밀었다.“전에 소속연예인을 데리고 연회에 참가했을 때 뵌 적이 있습니다. 2년 만에 다시 뵙는데 여전히 멋지세요

  • 또 한 번의 거절   제308화

    신호등을 기다릴 때, 배석준은 고개를 돌려 김지민을 바라보았다.그의 말투는 순간 낮게 가라앉았다.“지민 씨, 자중하길 바라.”“...”김지민은 마음속에서 깜짝 놀랐다. 아직 자기소개하지 않았는데 배석준은 어떻게 자신을 알고 있는 거지?김지민은 짐짓 침착하고 몸을 곧게 폈고 당황한 시선을 감췄다.“죄송합니다, 회장님. 제가 실례를 했습니다. 제 가정 형편은 아주 평범했지만, 저희 아버지께서는 항상 저를 위해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저를 위해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셨어요. 하지만... 아쉽게도 제가 대학교를 졸업하는 그해에 돌아가셨어요. 회장님께서 제 아버지와 많이 닮으셨어요. 그래서 처음 회장님을 뵙게 됐을 때 무척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여 저도 모르게... 죄송합니다.”김지민의 말에 배석준은 배지유를 생각하게 되었다. 어느 아버지가 딸을 사랑하지 않겠는가. 배석준은 한숨을 내쉬고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도아린은 아침부터 문나연의 전화를 받았다. 그녀가 제작하고 있는 드레스의 작업이 거의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어 와서 검사해달라는 것이었다.차는 엠파이어 빌딩의 아래에 세웠고 도아린은 도유준이 가게 밖에서 설치고 있는 것을 보았다.도유준의 두 손에는 거즈가 둘려져 있었고 행동이 불편했지만, 얼굴에는 득의양양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행여나 사람들이 그가 사장이라는 것을 모를까 봐 말이다.그는 자신을 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 뒤돌아봤지만,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도아린인가?’중요하지 않다. 모두 A18 번 가게가 도유준의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면 더는 숨길 필요가 없었다.서둘러서 개업하고 돈을 벌어서 도정국에게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고 얼른 어머니에게 당당한 신분을 부여하려 했다.도씨 가문의 모든 건 그들 것이다.현재 도정국도 무척 기분이 좋았다. 거의 무너져가던 작은 공장이 갑자기 주문을 받은 것이다. 주문 수량도 아주 많았고 이 주문서의 이익은 디저트 가게의 1년 이익과 맞먹었다.도정국이 상대방

최신 챕터

  • 또 한 번의 거절   제764화

    서대은은 문에 기대어 서서 발소리가 들리자마자 손을 들었다.사람의 그림자가 언뜻거리는 순간, 그는 재빨리 상대방의 얼굴을 막으려 했지만 오히려 상대방에게 제압당했다.남자는 잔근육을 가진 몸에 얼굴에는 검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눈빛은 매서운 독수리처럼 날카로웠다.‘이 사람은 육청아 일당이 아니야!’서대은이 물어보려던 찰나, 상대는 마취약이 묻힌 거즈로 그의 입을 막았다.거의 순식간에 서대은은 의식을 잃고 무너졌다.“함정이야! 빨리 돌아가!”사람들과 빠르게 다시 돌아온 육청아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서대은을 발로 툭툭 찼고 그제야 서대은은 서서히 정신을 차렸다.“물건은요?”서대은이 관자놀이를 문지르다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그 두 의사가 수상하다더니, 그들이 물건을 가져갔어요!”육청아가 이를 갈며 싸늘한 목소리로 명령했다.“아직 멀리 가지 못했을 거야, 반드시 찾아내야 해!”사람들은 곧바로 나뉘어 각자 찾아 나섰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하의 전화가 걸려 왔다.“주변에 없습니다!”논리상으로 그들은 차도 없고 몸을 가누지 못한 사람을 데리고 멀리 갈 수는 없었다.하지만 이상하게도 주위에서 아무도 찾을 수 없었다.“누군가가 도와주고 있는 게 틀림없어!”서대은이 단언했다.“방금 일어난 소동은 그들에게 신호를 보낸 거예요! 우리 중에 배신자가 있어!”육청아의 눈빛이 변하더니 천천히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스캔했다.“아가씨, 우리는 아가씨의 사람입니다! 그러니 배신자는 이놈밖에 없어요!”바깥쪽을 맡고 있던 왕눈이 서대은을 지목하자 서대은은 코웃음 치며 받아쳤다.“난 오늘 처음이라고. 주소도 너희가 급하게 알려준 거고 내가 어떻게 정보를 넘겼다는 거야?!”왕눈은 말문이 막혔지만 여전히 불만을 품고 있었다.“우리는 아가씨를 따른 지 오래되었다고! 너만 외부인이야!”“외부인이라고 해서 나를 의심한다고?”서대은도 질세라 육청아를 향해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내가 들어오는 게 싫으면 그냥 처음부터 그렇게 말해요. 나한테 뒤집어씌우려

  • 또 한 번의 거절   제763화

    서대은이 서둘러 다가갔다.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그의 눈에는 거센 파도가 일렁였다.수술칼을 사용해 한 번에 그들의 목을 치는 데 자신이 있었지만,사람을 구하기 위해 사람을 죽이는 것은 최선의 방법이 아니었다.게다가 만약 그들이 소리라도 낸다면 그 소년과 함께 도망가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했다‘유일한 방법은 지원이 올 때까지 시간을 끄는 것이군,’그는 겁먹은 척하며 수술대로 천천히 다가갔다.두 남자는 그저 눈앞의 소년이 가져올 이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전에 유 선생이 몰래 각막을 떼서 팔았잖아. 그러고는 손 씻고 고향에 내려가 별장 짓고 산대.”“손을 씻은 건 알고 있어. 근데 그것도 누릴 복이 있어야 누리지...”“무슨 뜻이야? 혹시 유 선생이...”키 작은 남자가 목을 따는 제스처를 했다.키 큰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서대은을 힐끗 쳐다보았다.“그런 게 아니라면 왜 저거 보고 감시하라고 했겠어? 문지기가 말하길, 유 선생을 청아 누나가 직접 손본 거래!”쭈뼛쭈뼛 다가온 서대은의 눈빛이 잠시 날카로워졌지만 곧 두려움으로 바뀌었다.“시간을 낭비하게 해서 미안해. 손이 계속 떨려서...”키 큰 남자가 다시 메스칼을 서대은의 손에 쥐여주며 말했다.“내가 도와줄게!”메스칼이 소년의 배로 향했다. 서대은의 손이 심하게 떨렸고 도망치고 싶었지만 더 이상 도망칠 수 없었다.칼끝이 피부에 닿는 순간, 갑자기 밖에서 ‘펑!’ 하는 소리가 났다.누군가가 창문을 뚫고 빠르게 지나가며 약병을 터뜨렸고 코를 찌르는 냄새가 순식간에 퍼졌다.“안 돼!”키 큰 남자가 급히 물러섰다.서대은도 물러서며 빠르게 메스칼을 몸에 숨겼다.“마취약은 아니겠지?”다른 사람들이 입과 코를 막고 있는 모습을 보며 서대은도 급히 옷으로 입을 가렸다.밖에서 누군가의 고함 소리가 들려온 후 혼란이 일기 시작했다.“여기도 경찰한테 들킨 거야?”서대은이 놀란 척하며 눈을 크게 떴다.“연성 경찰들이 계속 잠입 수사를 하고 있다던데, 여기도 들킨 거 보면 정말인

  • 또 한 번의 거절   제762화

    경호원이 미간을 찡그리며 어떻게 대답할지 고민하자 도아린은 손을 흔들며 그를 안심시켰다.“선생님의 임무는 제 안전을 보호하는 거잖아요?”그리고 자신의 차 키를 그에게 던지며 말했다.“대신 차를 운전해 주세요. 가까이서 보호하는 게 더 안전할 거예요!”경호원은 운전기사와 눈짓을 주고받은 뒤, 도아린의 차로 향했고 운전기사는 돌아가서 보고하도록 했다.“성함이 어떻게 되시죠?”도아린이 조수석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며 물었다.“주호민입니다. 주 실장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네. 주 실장님, 엠파이어 빌딩에 가 주세요. 육 대표님한테 감사의 뜻으로 뭔가 선물하고 싶어서요.”도아린이 손을 흔들며 그에게 차를 몰라고 했다.주호민은 차를 몰고 엠파이어 빌딩으로 향했고 도아린은 그동안 일북과 연락을 주고받기에 편했다.이전 경험 덕분에 그녀는 그들이 매우 위험하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일북에게는 반드시 의심되는 장소를 찾으면 먼저 경찰에 신고하라고 전했다.[사람을 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 안전도 꼭 지켜야 해!]황금연휴가 다가오자 쇼핑몰에는 사람들이 북적였고 주호민은 도아린의 옆에서 한 발짝도 떨어지지 않고 계속 따라갔다.한 명품 매장에 들어간 도아린은 사이즈를 참고하려 주호민에게 대신 입어보라고 했지만 그는 한사코 거절했다. 그러자 도아린은 육하경과 체형이 비슷한 아무 남자에게 다가가 부탁했고 그녀의 미모에 반한 남자가 관심을 보이며 흔쾌히 승낙했다.결국, 이 광경을 지켜본 주호민은 어쩔 수 없이 마네킹 역할을 했다.“이 색은 좀 어두워요. 다른 걸로 한 번 더 입어보세요.”“이 디자인은 너무 화려해요. 육 대표님한테는 잘 안 어울릴 것 같은데, 주 실장님 생각은요?”“이건 너무 올드한 것 같고...”과연 도아린이 진지하게 선물할 옷을 고르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드는 순간, 그녀의 눈빛이 반짝였다.“이걸로 할게요!”도아린이 손가락을 튕기며 직원에게 말했다.“이거 작은 사이즈로 주세요. 선물 받을 사람이 저 친구와 키는 비슷하지만 어깨

  • 또 한 번의 거절   제761화

    서대은이 미간을 찡그리며 말없이 서 있었다.그러다 무언가를 떠올린 듯 다시 구역질을 참으며 간신히 말을 꺼냈다.“방금 그 사람도 LY의 사람인가요?”“서은 씨 생각에는요?”“그런 것 같은데, 누구인가요? 청룡, 아니면 백호?”육청아가 말을 하려다 멈췄다.“오늘 거래가 무사히 끝나면 그때 알려줄게요.”서대은이 문 앞에서 움직이지 않자, 육청아가 그를 살짝 밀며 재촉했다.그제야 그는 한 걸음 내디디며 창고로 향했다.창고 문 앞에 누군가가 지키고 있었다.“휴대폰 내놔.”서대은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전원을 끄기 전에 메시지가 성공적으로 전송된 걸 확인한 후 문지기에게 핸드폰을 건넸다.한편, 도아린은 육하경의 차가 계속해서 자신을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거의 연성 주변을 한 바퀴 다 돌았지만 그 차는 계속해서 일정 거리만큼 따라오고 있었다.육하경에게 전화를 하려던 그 순간, 도아린의 휴대폰이 진동했다.앱 화면에는 메시지 알림은 없었지만 그녀는 직감으로 알았다.도아린은 급히 카페의 게시판을 열었다.[갓 태어난 지 16일 되는 송아지, 관심 있는 분은 연락해 주세요.]도아린의 심장은 거의 목구멍까지 튀어 올랐다.‘역시 그런 거야. 잘못을 했다고 그냥 도망갈 서대은이 아니지.’그는 분명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내부로 침투했을 것이다!‘송아지'는 남자를 뜻하고‘16일’은 아마도 피해자의 나이 16세를 뜻했다.전화번호는 일반적인 번호가 아니었고 규칙 없이 나열된 숫자들이었지만 도아린은 단번에 그 숫자가 위도와 경도를 나타내는 위치 정보라는 걸 알아챘다.차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는 아직 떼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일북에게 전화를 걸 수 없었다.대신 급히 메시지를 복사해서 보냈다. 빠르게 연락할 수 있는 단축어를 설정해 두었지만 서대은의 의도를 정확히 전달할 방법은 없었다.그녀가 고민하던 중, 일북이 이해하고 바로 답장을 보냈다.[곧 사람을 데리고 갈게요. 기다려 주세요.]하지만 도아린은 긴장을 놓을 수 없었고 차를 급히

  • 또 한 번의 거절   제760화

    “보스!”육청아의 목소리에 두려움이 묻어 있었고 온몸이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오랫동안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왜... 서대은이 들어오자 직접 온 것일 거야. 만약 오는 거래를 완수하지 못하면 나도 끝장날 텐데.’보스라는 남자는 키가 크고 흰색 롱코트를 걸치고 안에는 검은색 터틀넥을 받쳐 입고 있었다.적갈색의 살짝 웨이브 진 짧은 머리에 얼굴에는 가면을 쓰고 있었다.그의 날카로운 시선이 서대은에게로 향했고 마치 감마선처럼 그의 내면까지 꿰뚫어 보는 듯했다.서대은은 저도 모르게 등에 소름이 돋았다.눈앞의 남자는 외형만 보면 강재민과 닮아 있었지만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피비린내 나는 살기와 냉혹함은 강재민과 전혀 다른 것이었다.“보스.”서대은도 따라서 불렀다.남자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육청아를 향해 물었다.“물건은?”“창고에 있습니다!”육청아가 공손하게 대답했다.“부하가 지키고 있어서 절대로...”짝!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자의 손이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육청아는 얼굴을 감싸 쥐고 두려움과 억울함이 뒤섞인 눈빛을 보냈다.“네 말은 아무런 가치가 없어.”남자는 차가운 냉소를 흘렸다.“앞장서.”“예.”육청아가 남자를 데리고 수술실로 향했다.그들은 ‘물건’의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출고 전에 살균 소독 과정이 필요했다.이미 마른 체형의 그 소년이 깨끗이 씻긴 채 수술대 위에 인사불성으로 누워 있었다.남자는 천천히 다가가 곧 판매될 신선한 장기를 내려다보며 입가에 기이한 미소가 떠올랐다.“성의를 보이기 위해 오늘의 물건은 네가 직접 진행해.”보스라는 남자의 시선이 갑자기 서대은에게로 향했다.그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지만 최대한 태연한 척하며 말했다.“제가 경험이 없어서요. 물건을 망칠까 봐 걱정됩니다.”“직접 꺼내라는 게 아니야. 옆에서 전 과정을 지켜보라는 거지.”남자는 짧게 말한 뒤돌아서 나갔다.서대은은 눈을 내리깔고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숨긴 채 따라 나갔다.그러다 문 앞에서 다시 한번 돌아

  • 또 한 번의 거절   제759화

    일북의 음성 메시지였다.“대신 확인해 줄까요?”육하경이 물었다.“아니요, 괜찮아요!”도아린은 손가락을 스쳐 화면을 꺼버렸다.의사는 육하경의 팔을 맞춘 뒤, 앞으로 이틀 동안 무거운 물건을 들지 말 것과 강한 충격을 피할 것을 당부했다.병원을 나서자 도아린이 간단히 작별을 고했다.“볼 일이 있어 먼저 가볼게요.”육하경의 운전기사는 줄곧 뒤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이미 병원 앞에 차를 세워 둔 상태였다.육하경은 아쉬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멀어져 가는 도아린을 바라보았다.그러나 차에 올라탄 순간, 그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따라가.”한편, 오늘은 서대은과 육청아가 처음으로 함께 움직이는 날이었다.지정된 장소에서 대기하던 서대은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주작팀의 대원들이 계속해서 그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그는 단 한 번도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그는 도아린을 볼 면목이 없었다.“오른쪽 3시 방향, 목표 인물 확인!”이어폰에서 실시간 보고가 흘러나왔다.“확인 완료!”누군가 응답했다.서대은은 선글라스를 벗으며 3시 방향을 바라보았다.그곳은 작은 문구 방이었다.오늘은 학생들의 개학일이라 학생들이 문구를 사러 몰려들고 있었다.그중, 마르고 키 큰 남학생이 책가방을 메고 문구점을 나섰다.다른 학생들에 비해 그의 가방은 비어 보였고 고개를 푹 숙인 채 기운이 없어 보였다.한 남자가 다가가 길을 물었고 남학생은 조심스럽게 방향을 가리켰다.그러자 그 남자는 감사의 의미로 생수 한 병을 건넸고 남학생은 경계하는 듯했지만병뚜껑이 새것이라는 것을 확인하자 안심하고 물을 마셨다.2분 후.남학생은 갑자기 몸을 가누지 못하며 쓰러지자 남학생을 부축하던 남자는 그를 서대은이 탄 차량으로 데려갔다.“대상 확보! 바로 이동하겠다.”그 남자는 무전기를 눌러 보고한 뒤 서대은한테 담배 한 개비를 건넸다.“출발하지.”서대은은 담배를 귀에 꽂은 채 차량을 서서히 출발시켰다.“상태는 어떻지?”서대은이 백미러로 뒷좌석을 힐끗 보며 묻자 뒤쪽에 앉아 있

  • 또 한 번의 거절   제758화

    “혹시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닐까요?”도아린이 고개를 돌리며 육하경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그러나 육하경은 몸을 살짝 기울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이 일은 건후도 알고 있어요. 건후가 전에 아린 씨를 찾아와 강재민과 가깝게 지내지 말라고 경고했던 걸 기억하죠? 하지만 아린 씨는 듣지 않았죠. 잘 생각해 보세요. 건후가 당한 그 교통사고, 과연 강재민과 무관하다고 확신할 수 있어요?”쾅쾅쾅!갑자기 차 문이 세게 두드려졌고 도아린이 반사적으로 움찔하며 놀랐다.뒤를 돌아보니 지희가 차 문 옆에 서 있었다.그녀는 허리를 숙여 환하게 웃고 있었다.“그건 돌아가서 다시 얘기하죠.”도아린이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감정을 정리한 뒤, 문을 열고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었다.“하경 씨도 너 보러 왔어.”지희가 육하경을 흘끔 쳐다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이젠 하경 씨라고 부르는 건가? 역시 내가 밀고 있는 커플이라 다르네!’지희는 싱긋 웃으며 도아린의 팔짱을 끼었다.“앞으로 도 선생님은 육 대표님과 함께 자주 와주셔야 해요!”육하경은 그런 그녀를 애정이 담긴 눈빛으로 바라봤다.“두 사람 얘기 나누세요. 저는 보일러가 잘 되고 있는지 확인하러 갈게요. 올해는 꼭 난방 공급을 추진하려고요.”그가 떠나자, 지희는 도아린을 향해 여전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뭘 그렇게 자꾸 웃는 거야?”그러자 지희는 더욱 활짝 웃으며 말했다.“육 대표님이 우리한테 해준 모든 지원들, 전부 도 선생님 이름으로 하신 거예요! 그러니 당연히 그분이 바라는 일이 성사되길 기도해야죠!”도아린은 웃기만 할 뿐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고 지희와 함께 보육원의 아이들을 보러 갔다.보육원의 아이들 대부분은 유기된 아이들이었다. 특히 선천적 장애가 있는 경우가 많아 일상적인 돌봄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의료 지원도 필요했다.“육 대표님이 아이들을 위해 건강검진을 주선하셨어요. 모든 아이들이 정기적으로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신다고요.”지희의 말에,

  • 또 한 번의 거절   제757화

    육하경이 고개를 살짝 돌려 도아린을 보더니 다시 앞을 응시했다.“아린 씨 생각엔 그 사람이 수상해요?”“건후 씨가 해남에 있을 때, 늘 우정윤도 옆에 있었어요. 배지유한테 모함당했을 때도요. 그런데 우리가 교통사고를 당하기 직전 그는 갑자기 자취를 감췄죠.”도아린이 느긋하게 좌석에 기대었으나 육하경의 미세한 반응을 놓치지 않고 살폈다.“아린 씨 말대로라면, 우 비서가 건후의 일정을 그쪽에 넘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건가요?”육하경이 자연스럽게 되물었고 운전대를 쥔 손가락이 가볍게 두 번 튕겨졌다.그건 분명한 만족감의 표현이었고 이 상황을 반기는 듯한 은연중의 반응일 수도 있었다.“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죠.”도아린이 턱을 괴고 신중하게 생각에 잠겼다.그러다 육하경의 옆얼굴을 바라보며 마치 그의 의견을 묻는 듯 혼잣말처럼 말했다.“모건 그룹의 전속 변호사 남궁유민, 건후 씨와 막연한 사이였던 성대호 그 둘조차 등을 돌려 건후 씨를 궁지로 몰았어요. 그렇다면 건후 씨의 가장 가까운 사람, 늘 함께했던 특별 보좌관인 우정윤의 가치는 더 크지 않을까요?”육하경이 한동안 말이 없었다.그러다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뀌자 그도 도아린을 바라보았다.둘의 시선이 맞닿았다.도아린의 눈빛은 마치 맑고 투명한 개울물 같았다. 하지만 너무 투명해서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듣고 보니 일리가 있네요.”그는 피식 웃으며 자조적으로 말했다.“나도 건후와 꽤 친했잖아요. 그런데 나만 그를 배신하지 않은 것 같네요. 이러면 너무 눈에 띄는 건가?”도아린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이 정도까지 말을 꺼낸 상태에서 육하경이 숨기고 싶다면 끝까지 입을 닫을 것이고, 그녀와 더 깊이 관계를 맺고자 한다면 지금이야말로 가장 솔직할 순간이었다.보육원으로 가는 길에 두 사람은 더 이상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도아린은 침묵 속에서 생각에 잠겼고 육하경은 이득과 손해를 저울질하는 듯했다.차가 보육원의 대문을 지나 서서히 멈춰 섰다.육하경이 차를 세우고 길게 한숨을 내쉬

  • 또 한 번의 거절   제756화

    도아린이 막 사무실로 돌아오자마자 일북의 전화가 걸려 왔다.“아가씨, 우정윤을 찾았습니다.”“어디야?”도아린이 막 자리에 앉으려다 번쩍 일어서며 물었다.“어제 우리가 갔던 그 묘지 근처입니다.”일북의 차 내부에서는 방향 지시등이 켜지는 딸깍딸깍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잠시 후, 그는 덧붙였다.“방금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우정윤이 하얀 승용차에 올라탔습니다. 지금 뒤따라가는 중입니다.”“눈치채지 않게 따라가서 그의 은신처를 확인해. 만약 도망칠 기미가 보이면 그냥 붙잡아!”도아린의 눈빛이 매섭게 번뜩였다.이때 비서가 노크하며 조심스럽게 말했다.“도 대표님, 30분 후에 회의가 있습니다.”도아린이 냉랭하게 되물었다.“그 프로젝트 원래 신 대표님 담당이 아닌가요?”“이미 온천 문제까지 해결해 줬는데 더 개입하면 고위층이 불만을 가질 수도 있어요. 게다가 신 대표님 능력도 뛰어난데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네, 알겠습니다.”비서는 신지훈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고 그는 가볍게 혀를 찼다.“도움 줄 땐 아주 적극적이더니 이젠 얼굴 한 번 보여주지 않네. 진짜 뒤끝 작렬이군.”그는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배건후는 왜 이런 변덕스러운 여자를 건드려서...”신지훈은 직접 도아린을 찾아가 회의 참석을 요청했다.그러나 도아린은 이미 가방을 챙겨 나가려던 참이었다.“도 대표님, 어디 가십니까?”“제가 그래도 신 대표님의 상급자인 걸로 알고 있는데 내 행선지까지 보고해야 하나요?”“그런 뜻은 아닙니다.”“다만 요즘 시국이 어수선해서 도 대표님의 안전이 걱정돼서 그런 거예요.”도아린이 냉정하게 대꾸했다.“병원에 가려고요. 그리고 신 대표님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으니까 내 몸은 내가 알아서 잘 챙깁니다.”그 말투는 마치 그녀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신지훈의 짓으로 간주하겠다는 의미를 내포한 듯했다.신지훈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유지한 채 그녀가 대표 전용 엘리베이터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곧이어 한유미가 다가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