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302화

Author: 온유
배석준은 화가 나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주현정의 손목을 잡은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지금 당신이 지키려는 사람이 지유를 감옥에 보내려는 거 알아? 지유는 이제 금방 졸업했어. 창창한 앞날이 아직 시작되지도 못했는데 감옥에서 썩게 생겼다고!”

“아버지.”

배건후가 다급하게 다가섰다.

“다들 진정하시고 천천히 얘기하세요. 엄마 몸이...”

“네 엄마는 몸이 아주 튼튼한 거 같네. 나를 때릴 때 힘 좋은 것 좀 봐.”

배석준은 독한 말을 내뱉었지만 그래도 주현정의 손을 놓아주었다.

하지만 그러자마자 주현정이 다시 뺨을 때리려고 할 줄 몰랐다.

짝하는 소리가 나고 이번에는 피하지 못했다.

배석준의 얼굴에는 분노가 서렸다. 두 사람은 싸우는 일이 거의 없었고 주현정이 배석준의 체면을 봐주지 않고 아들과 며느리가 보는 앞에서 자신을 때리는 게 처음이었다.

배석준은 이마의 핏줄이 두드러질 만큼 화가 났지만, 주현정의 몸에 손을 댈 생각은 없었다. 그는 의자를 걷어차고는 뒤돌아 밖으로 나갔다.

주현정은 침울한 표정을 한 아들을 한참 보더니 시선을 도아린에게 돌렸다.

“아린아, 네가 말해. 하나도 빠짐없이 사실 그대로 말해.”

배건후는 도아린을 쳐다봤다. 곧이곧대로 다 말하지 말고 주현정을 너무 자극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도아린은 주현정이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판단했고 어찌 됐든 사실은 숨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도아린은 자초지종을 다 말했다. 배지유가 진씨 가문에서 친자검사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해 드레스를 뺏은 것까지 다 말했다.

“그만해!”

배건후는 도아린의 말을 끊었다.

“지유가 드레스를 뺏은 건 잘못됐어. 도유준을 다치게 한 것도 잘못했어. 하지만 없는 죄를 더하지는 마. 진 대표님은 친자검사를 한다는 사실을 얘기하지 않았는데 지유가 어떻게 알았고 또 그걸 왜 막으려고 했겠어?”

도아린의 단아한 얼굴에는 비웃는 듯한 웃음이 걸렸다.

“없는 일이라고요? 더 심한 건 아직 얘기도 안 했어요. 건후 씨 친구 성 팀장한테 가서 물어봐요. 왜 배지유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또 한 번의 거절   제303화

    성대호의 얼굴에 있던 가짜웃음이 순간 굳었고 그는 의식적으로 도아린을 쳐다보았다.그의 눈동자는 떨려왔고 원망이 가득했다.“아린 씨, 지나간 지 오랜 일을 다시 꺼내서 얘기할 필요 있어요? 당신은 손해 본 게 하나도 없으면서 지유와 건후 사이를 이간질하는 게 너무 한 거 아니에요?”도아린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공격을 받았다. 그녀는 담담한 눈빛으로 배건후를 쳐다보았다.배건후는 가지각색의 사람들을 다 겪어봤는데 성대호가 숨기는 것이 있다는 건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돌멩이 같은 게 가슴을 답답하게 누르고 있는 것 같아서 그는 숨을 제대로 쉴 수조차 없었다.“제대로 말해.”배건후가 차갑게 말했다.“...”성대호는 배건후를 향해 몇 걸음 걸어가더니 목소리를 내리깔고 설명했다.“다 오해야. 지유는 아린 씨가 문건을 너한테 보내기를 바랐지만 아린 씨가 거절했어. 그렇게 실랑이를 벌이던 중에 나랑 아주머니가 병실로 들어간 거야.”그는 아무 표정이 없는 주현정을 한번 보더니 침을 삼키고 계속 말을 이었다.“지유가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 알잖아. 작은 거짓말을 했던 거야. 내가 가서 CCTV를 보고 진실을 밝히려 하다가 실수로 삭제한 거야.”“실수로?”배건후는 얼음같이 차가운 말을 내뱉었다.성대호는 등골이 오싹해서 식은땀이 났고 배건후의 날카로운 시선을 마주 볼 용기가 없었다. 그는 시선을 곁으로 옮겼다가 억지웃음을 지었다.“그 기계가 낡았어. 복제하려고 했는데 실수로 삭제했지 뭐야.”도아린은 차갑게 웃음을 터뜨렸지만 까밝히지 않았다. 배건후가 만약 이렇게 뻔히 보이는 거짓말도 알아채지 못한다면 그는 정말 멍청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역시 배건후는 더 따지지 않고 다른 일에 관해서 물었다.“왜 방우진을 풀어주고 돈까지 줬어?”말이 끝나자 성대호의 몸이 퍼뜩 떨렸다는 것을 배건후는 보았다. 성대호는 고개를 숙였고 눈에는 깊은 살기를 띠었다.‘도아린 이 여자가 지금 지유의 죄를 다 배건후한테 고자질한 거야? 미쳤어? 지유를 죽일

  • 또 한 번의 거절   제304화

    “도아린, 그만해!”배건후는 엄숙한 목소리로 말을 끊었다.도아린은 분노한 그의 눈빛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설마 배지유가 나를 죽이려는 이유가 단지 내가 지유보다 액세서리가 두 세트 더 많아서라고 생각해요?”“...”배건후는 말문이 막혔다.배씨 가문에서 선물을 갖고 올 때마다 배지유가 먼저 고르게 했고 모두 그녀를 예뻐하는 건 사실이었다.도아린이 이 집에 온 이후로 주현정은 그녀를 딸처럼 대했다.매번 식사할 때마다 배지유가 좋아하는 요리를 하나 하고 도아린이 좋아하는 요리를 하나 했다. 옷을 주문할 때도 배지유의 것이 있으면 도아린의 몫도 있었다.누군가가 엄마가 주는 관심을 나눠 가졌는데 배지유의 마음속에서 원망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도 그럴 수 있는 일이었다.배건후는 공평하게 대하기 위해 선물을 준비할 때마다 계속 두 개를 준비했다. 배지유는 다른 하나가 도아린의 몫이라는 것을 분명 알면서도 항상 수를 써서 그것까지 차지하고는 했다.배건후는 그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선물은 다시 도아린에게 하나 더 사주면 될 일이었다.그는 동생이 사랑을 독차지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도아린에 대한 질투 때문에 청부살인을 했다는 건 정말 황당한 일이었다.배건후는 주먹을 꽉 쥐었고 손등에는 핏줄이 선명하게 보였다.그는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오해가 있다면 내가 잘 알아볼 거야.”“건후 씨, 만약 그날 당신도 병원에 있었다면 배지유가 몰래 내 가방에 USB를 넣는 걸 보고 대호 씨처럼 지유를 도와 증거를 인멸할 건가요?”“...”이름이 불린 성대호는 몸을 퍼뜩 떨었다.배건후는 곁눈질로 그를 봤다가 도아린을 보았다.“아니.”“안 믿어요.”도아린은 딱 잘라 말했다.“배지유가 한 일들에 대해서 당신이 조금도 몰랐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어요? 3년 전 호텔에서 당신과 손보미를 엮으려고 당신의 술에 약을 탄 건 지유잖아요. 지유가 당신에게 수를 쓴 건 탓하지 않고 방을 잘못 들어갔다고 내 탓만 했잖아요.”배건후의 눈빛이 떨렸다.그는 당연히

  • 또 한 번의 거절   제305화

    “저리 비켜.”“아주머니! 지유는 어렸을 때부터 곱게 자라서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지유는 그 안에서 단 하루도 못 살 겁니다. 지유가 죽는다고요!”주현정의 시선이 흔들렸다. 그녀가 망설이는 것을 보자 성대호는 이때다 싶어서 계속 말을 이었다.“지유가 이번에 큰 잘못을 했다는 거 저도 알아요. 지유가 나올 수만 있게 한다면 그 애를 농촌에 있는 제 고향에 데리고 가서 개과천선하게 할게요.”그는 또 도아린을 보면서 말했다.“아린 씨가 싫다고 하면 절대 지유를 다시 연성에 돌아오지 못하게 할게요. 제발 부탁입니다. 지유한테 기회를 한번 주세요.”도아린의 손을 잡고 있던 주현정의 손에는 점점 힘이 들어갔다.도아린은 그녀가 마음이 약해졌다는 것을 알았다. 주현정은 배지유가 벌을 받기를 바라지만 지유가 그 안에서 죽는다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도아린은 주현정을 핍박하고 싶지 않았고 또 그렇게 하면 안 됐다.“어머님, 이 일에 대해서는 간섭하지 말아요. 남궁유민 변호사님이 지유를 위해 변호를 해줄 거예요.”성대호는 눈을 굴렸다. 남궁유민은 모건 그룹의 고문 변호사이고 그의 손을 거쳐 간 사건은 셀 수 없이 많지만 패소한 사건이 거의 없었다.남궁유민이 배지유를 변호하는 것을 도아린이 동의하기만 한다면 배지유는 반드시 무사할 것이다.“어머님, 들어가서 쉬세요. 저는 할 일이 남아서요.”이렇게 된 이상 주현정도 도아린이 남아서 밤을 보내라고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경멸하는 듯한 시선으로 배건후를 한번 보았다.도아린이 떠난 후에야 배건후는 책상 위에 가게의 계약서 두 장이 아직 남아있는 것을 발견했다.성대호는 자신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졌지만, 손보미에게 가게를 준 그는 책임을 지지 않았다....세인트존스 호텔에서 도아린은 홀에 들어서자마자 휴게구역에 앉아있는 육하경을 보았다.“왜 아직도 퇴근하지 않았어요?”“지금 가려고요.”그의 시선은 빠르게 도아린의 몸을 훑었고 그녀가 다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육하경의 의도를

  • 또 한 번의 거절   제306화

    여자는 방 카드를 가지고 남자를 부축해서 엘리베이터로 갔다.도아린은 누구인지 똑똑히 보았다.김지민이었다. 그녀가 부축하고 있는 남자는 배석준이다.거리가 멀었지만, 도아린은 배석준의 몸에서 풍기는 술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배석준은 화가 난 채로 집을 나서서 술집을 찾아갔다.아내가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고 딸이 서러운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자 그는 마음이 어지러워져서 술을 두 병 주문했다.평소에 그는 주량이 좋은 편이었는데 오늘은 기분이 안 좋은 탓이었는지 두 잔 정도 마시니 정신이 흐려졌다.주현정과 비슷한 여자가 플로어에서 춤을 추고 있는 것을 본 그는 다가가서 여자를 단번에 낚아챘다.“내가 집에 없을 때 당신은 이렇게 놀았던 거야?”“회... 회장님?”김지민은 깜짝 놀라 본능적으로 벗어나려다가 무슨 생각이 번뜩 들어 배석준의 팔을 감쌌다.배석준이 취한 것을 확인한 그녀는 그를 제일 가까운 세인트존스 호텔로 데리고 갔다.배석준은 침대에 쓰러져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김지민은 먼저 자신의 옷을 벗고 배석준의 허리띠를 풀려고 했지만, 손목이 갑자기 잡혔다. ...친한 친구의 아버지가 바람을 피우는 일은 직접 입 밖으로 말하기 어려운 일이다. 육하경은 배건후를 호텔로 불렀고 그가 이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랬다.“아직도 천사 보육원을 조사하고 있어?”배건후는 앞에 놓인 자료를 보고 눈빛이 어두워졌다.육하경은 그에게 담배를 건넸지만 거절당했다.그는 담담하게 말했다.“손보미 씨가 요즘 스캔들이 많잖아. 지금 이 보육원을 위해 선전하고 있는데 지금 보육원이 강제 휴업하고 있잖아. 보미 씨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이 보육원이 아무 문제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으로 생각해.”“아무 문제 없다면 네가 나를 찾았을까?”배건후는 차갑게 웃으며 되물었다. 육하경은 담담하게 웃으며 배건후를 자신의 방으로 데리고 갔다.두 사람이 엘리베이터를 나오자마자 남자 슈트를 걸치고 나오는 김지민과 마주쳤다. 그녀는 안에 옷을 입

  • 또 한 번의 거절   제307화

    “당신이 고집을 부리지만 않는다면 싸울 일이 없죠.”“고집 안 부려. 그건...”“일단 마셔요. 식겠어요.”주현정은 그릇을 살짝 들었다. 배석준은 해장국을 단번에 다 마시고 빠르게 주현정의 볼에 입을 맞췄다.주현정은 웃으며 얼굴을 닦았다.“더럽게 양치도 안 하고 뭐 하는 거예요.”배석준은 또 그녀의 얼굴에 대고 비비다가 낮에는 주현정이 자신과 뜨거운 시간을 보내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더 뜨거워지기 전에 씻으러 갔다.그들이 내려와서 식사할 때, 드물게 배건후도 집에 있었다.“아침부터 웬일이야, 지유에게 새로운 소식이라도 있어?”“어제 건후가 당신 집에 데리고 온 거예요.”주현정이 배석준의 팔을 치면서 말했다.배건후는 그제야 어젯밤의 일이 생각났다. 술에 만취한 남자는 몸이 말을 듣지는 않지만, 머리는 또렷했다.그는 어색하게 헛기침을 했다.배건후는 어젯밤의 일을 꺼내지 않았고 아침 식사도 평화롭게 마쳤다. 배건후가 출근하러 나갈 때, 배석준도 일이 있어서 외출한다고 했다. 대문 앞에서 배석준은 아들을 불러세웠다.“어젯밤의 일은...”“엄마한테 얘기 안 했어요.”배건후는 미간을 찌푸리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한 번뿐이에요. 만약 엄마를 마음 상하게 한다면 아버지로 인정하지 않을 겁니다.”“...”배석준은 이 나이에 아들에게 훈계를 당할 줄 몰랐다.그는 배건후가 술자리에 갈 때 곁에 여자 파트너가 없을 거라고 믿지 않는다. 그냥 장단을 맞춰주는 것이지 선을 잘 알고 있다.배건후는 자신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얘기하려고 했지만, 배건후는 이미 차에 올라타서 떠났다.그는 뒤돌아 자신의 차로 갔는데 갑자기 가녀린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회장님...”“... 당신은?”배석준은 눈앞의 이 여자가 눈에 익지만, 기억이 나지 않았다.“회장님의 옷은 잘 세탁해서 가져왔습니다.김지민은 쇼핑백을 배석준의 앞에 내밀었다.“전에 소속연예인을 데리고 연회에 참가했을 때 뵌 적이 있습니다. 2년 만에 다시 뵙는데 여전히 멋지세요

  • 또 한 번의 거절   제308화

    신호등을 기다릴 때, 배석준은 고개를 돌려 김지민을 바라보았다.그의 말투는 순간 낮게 가라앉았다.“지민 씨, 자중하길 바라.”“...”김지민은 마음속에서 깜짝 놀랐다. 아직 자기소개하지 않았는데 배석준은 어떻게 자신을 알고 있는 거지?김지민은 짐짓 침착하고 몸을 곧게 폈고 당황한 시선을 감췄다.“죄송합니다, 회장님. 제가 실례를 했습니다. 제 가정 형편은 아주 평범했지만, 저희 아버지께서는 항상 저를 위해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저를 위해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셨어요. 하지만... 아쉽게도 제가 대학교를 졸업하는 그해에 돌아가셨어요. 회장님께서 제 아버지와 많이 닮으셨어요. 그래서 처음 회장님을 뵙게 됐을 때 무척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여 저도 모르게... 죄송합니다.”김지민의 말에 배석준은 배지유를 생각하게 되었다. 어느 아버지가 딸을 사랑하지 않겠는가. 배석준은 한숨을 내쉬고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도아린은 아침부터 문나연의 전화를 받았다. 그녀가 제작하고 있는 드레스의 작업이 거의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어 와서 검사해달라는 것이었다.차는 엠파이어 빌딩의 아래에 세웠고 도아린은 도유준이 가게 밖에서 설치고 있는 것을 보았다.도유준의 두 손에는 거즈가 둘려져 있었고 행동이 불편했지만, 얼굴에는 득의양양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행여나 사람들이 그가 사장이라는 것을 모를까 봐 말이다.그는 자신을 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 뒤돌아봤지만,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도아린인가?’중요하지 않다. 모두 A18 번 가게가 도유준의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면 더는 숨길 필요가 없었다.서둘러서 개업하고 돈을 벌어서 도정국에게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고 얼른 어머니에게 당당한 신분을 부여하려 했다.도씨 가문의 모든 건 그들 것이다.현재 도정국도 무척 기분이 좋았다. 거의 무너져가던 작은 공장이 갑자기 주문을 받은 것이다. 주문 수량도 아주 많았고 이 주문서의 이익은 디저트 가게의 1년 이익과 맞먹었다.도정국이 상대방

  • 또 한 번의 거절   제309화

    도정국은 물러서지 않았다. 도아린의 말대로 공장을 도지현에게 주면 공장이 도유준의 명의로 있다는 게 발각될 것이 아닌가?그리고 도유준이 모르게 주문을 받으면 수를 써서 돈을 자신의 계좌로 넣을 수 있었다.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 도아린이 타협했다.“공장을 주지 않겠다면 차용증에 사인해요. 이자율은 시장가격으로 하죠.”“너한테 돈을 빌리는 데 이자까지 줘야 해? 그래... 네 말대로 하자.”도아린은 전화를 끊고 장수현에게 좀 있다가 가지러 갈 테니 차용증을 작성해달라고 했다. “네 아버지는 정말 지독해. 너를 찾을 때마다 다른 일은 없고 돈을 달라고만 하잖아.”곁에서 묵묵히 듣고 있던 문나연은 화가 났다.“도유준 그 양아들은 애지중지하면서 친아들은 병원에 두고 보는 척도 안 하잖아! 맞아, 3년에 한 번씩 하는 스타 대회가 이번 달 말에 진행하기로 했다고 해. 연성에서는 참여자 정원이 세 명이래. 나는 대회에 나가는 것까지 바라지 않고 현장에 가서 볼 수 있기만 해도 만족이야!”문나연은 갑자기 일어서서 밖으로 나갔다.“잠깐만 기다려...”스타 대회는 국내에서 제일 수준이 높은 디자인 대회였다. 3등 안에 들면 큰 금액의 상금을 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외국으로 가서 연수할 기회까지 얻을 수 있다.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모두 각 업계에서 최고인 인재들이었고 관중들도 각 업계에서 실력이 대단한 사람들이었다.VIP 입장권도 신분의 상징이었고 뒤에 있는 관중석의 가격은 한 장에 2000만씩 치솟았는데 그것도 구석진 위치였다.도아린은 대회를 통해 자신의 실력을 증명할 필요는 없지만,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작품을 선보일 기회를 놓치고 싶을 리가 없다.이 업계를 떠난 지 3년이 지났고 그녀는 대회의 구체적인 시간을 잊고 있었다.문나연은 표가 적힌 종이를 가지고 빠르게 돌아왔다.“모건 그룹에서 참가자 한 명을 모집할 수 있어!”문나연은 그녀의 눈을 보며 가볍게 떠보았다.“그 사람이 너한테 말했어?”“나는 모건 그룹의 직원이 아니잖아. 참가 자

  • 또 한 번의 거절   제310화

    도아린이 뒤돌아 나가려 하자 도정국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사인할게!” 도정국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어.”도아린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 걸어갔고 도정국은 서둘러 따라가 문을 막아섰다.“지현의 상태가 좀 괜찮아지면 내가 집으로 데려가고 싶어. 그동안 네가 돌봤으니 이제는 아버지인 내가 돌볼 차례야.”‘지현이를 가지고 협박하려는 건가? 절대 안 돼.’“지현이는 신경 쓸 필요 없어요. 도유준이나 관리 잘하세요. 그 애가 혹여나 밖에서 말썽이라도 부린다면 저는 뒤처리를 해줄 생각 없어요.”도아린의 단호한 태도에 도정국은 결국 차용증에 서명하고 등기부 등본을 도아린에게 건넸다.도아린이 떠난 후, 도정국은 마음이 텅 빈 듯한 느낌에 휩싸였다. 자신이 반평생 공들여 온 모든 것이 한순간에 사라진 듯했다.협력사에서 전화가 걸려와 납품 가능 여부를 묻자 그제야 그는 다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고 즉시 납품 가능하다고 대답했다....모건 그룹에서 우정윤이 서류를 들고 대표실로 들어가 업무 보고를 마친 뒤, 봉투 하나를 그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대표님, 스타 대회의 참가 신청서입니다.”배건후는 손을 멈추고 금빛으로 도배된 된 봉투를 한 번 쳐다봤다.그는 서랍을 열어 봉투를 안으로 밀어 넣고 서랍을 닫았다.모든 동작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깔끔했다.우정윤은 눈을 깜박이며 짐짓 궁금한 척 물었다.“대표님, 우리 모건 그룹은 주얼리 디자인 부문이 없는데 주최 측에 초대장을 요청하신 건 협력사한테 주기 위한 겁니까?”배건후는 말없이 계약서 한 장을 넘겼다.“우리 디자인팀의 류 과장이 해외에서 상을 많이 받긴 했지만, 건축과 쪽은 모형 준비가 필요하니 대회까지 열흘 정도 남은 지금부터 준비를 시작할까요?”우정윤은 그의 표정을 세심히 관찰하며 말했다.배건후는 서류를 덮어 우정윤 쪽으로 던졌다.“말이 많네. 내년 보너스는 필요 없는 건가?”우정윤은 서운한 얼굴로 말했다.“저는 그저 대표님께서 주최 측과 미리

Latest chapter

  • 또 한 번의 거절   제768화

    “그 사람 특징이 뭐야?”도아린은 면회실에서 서대은을 만났다.서대은은 경찰에게 육청아가 자신을 사업 파트너로 끌어들였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도착한 곳은 불법 거래장이었다고 말이다.비록 피해자들의 증언이 있었지만 경찰은 육청아가 깨어난 후의 조사 결과를 확인해야만 서대은을 풀어줄 수 있었다.“키는 나보다 한참 커. 거의 190cm인 것 같아. 눈빛은 날카로운 편이고 몸놀림도 빨라. 만약...”서대은이 침을 삼켰다.그는 배건후가 살아 있었다면 그 남자는 꼭 배건후를 닮은 것 같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도아린을 흘끗 보고는 말을 바꿨다.“그 사람이 아니었으면 나도 당했을 거야.”도아린은 손을 탁자 위에 올리더니 서서히 주먹을 쥐었고 목소리는 한층 차가워졌다.“너 이게 얼마나 위험한 일이었는지 알아? 만약 네가 무슨 일이라도 당했다면 아버님이 버틸 수 있었겠어? 수술까지 했는데 부작용이라도 생기면 기증자는...”도아린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의 눈가가 붉어졌다.서대은은 도아린의 고통스러운 눈빛을 감당하지 못하고 시선을 내리깔았다.“미안해... 나도 몰랐어.”“알았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잖아.”도아린은 고개를 젖혀 넘치는 눈물을 억눌렀다.입장을 바꿔 생각해도 마찬가지였다.‘만약 내가 대은이 입장이었다면 어땠을까? 기증자가 친구의 전남편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수술을 거부할 수 있었을까? 한쪽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가족이고 다른 한쪽은 곧 죽을 사람인데... 그 누구든 가족을 선택할 거야.’하지만 묻지도 않고 가져가면 그건 도둑질이었다. 육청아는 유족에게 알리지 않고 배건후의 장기를 몰래 빼돌려 거래했다. 우연이 아니라 처음부터 철저히 계획된 범행이었다.그럼에도 도아린은 서대은을 탓할 처지가 아녔다.만약 배건후의 장기가 서대은 아버지와 일치한다는 걸 알았다고 해도 그녀는 담담하게 기증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도아린은 눈물을 삼켰다. 그녀의 눈은 벌겋게 충혈돼 있었다.“확실해? 그 사람이 경찰에 안 잡혔다고?”서대은은 미

  • 또 한 번의 거절   제767화

    육하경은 예상도 못 햇다는듯 기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아린 씨가 준 거라면 다 좋아요.”“한번 입어봐요. 안 맞으면 내일 가서 사이즈를 바꾸려고요.”육하경은 쇼핑백을 받아 들었고, 입가의 미소가 더욱 깊어졌다.“씻고 나서 입어볼게요. 오후에 신선한 식재료를 고른답시고 온실에 가는 바람에 몸이 좀 더러울 거예요.”“온실에 갔다 와서 그런 거였군요. 안 그래도 물어보려던 참이었거든요. 신발 바닥에 풀잎이 묻어 있길래...”육하경은 다리를 들어 풀잎을 떼어내더니 쓰레기통에 버렸다.그는 비서를 불러 서류 두 장에 서명을 했다.비서가 나가자 육하경이 도아린에게 말했다.“옷을 선물 받았으니 저녁 살게요. 저도 이제 퇴근 시간이거든요.”도아린은 그와 함께 사무실을 나서며 웃었다.“저 때문에 하경 씨가 팔을 다쳤잖아요. 그래서 옷을 선물한 건데 또 밥을 사주시면 이 은혜는 어떻게 다 갚으라는 거예요?”육하경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사람 사이의 정은 주고받는 거잖아요. 설마 저랑 선을 긋겠다는 건 아니죠?”비서는 자리에 앉아 떠나는 육하경을 바라보았다. 도아린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너무 다정해서 꿀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았다.비서는 도아린이 미래에 사모님으로 될 수도 있다는 잘 보이려고 말했다.“육 대표님, 친구분께서 선물하신 향수 있잖아요. 평소에 안 쓰시니까 도아린 씨께 선물하시는 건 어때요?”육하경이 걸음을 멈추고 도아린을 바라보았다.그러자 그녀는 살짝 망설이며 말했다.“하경 씨에게 다른 계획이 있을 수도 있죠.”“없어요!”육하경이 즉시 부인하며 비서더러 향수를 가져오라고 했다.“원래 주려고 했어요. 다만 재민 씨가 오해할까 봐 말하지 않았을 뿐이에요.”비서는 곧바로 선물 상자를 가져와 그녀에게 건넸다.“고마워요.”도아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일 끝났으면 바로 퇴근해.”육하경은 비서에게 한마디 남기고 도아린과 함께 떠났다.비서는 분명 도아린에게 잘 보이려고 했지만 정작 육하경의 눈빛은 마치 경

  • 또 한 번의 거절   제766화

    여러 명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마스크 맨은 손에 든 몽둥이를 휘두르기 시작했고 또 누군가는 서대은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학생을 놓아주고 맞서 싸울 수밖에 없었다.주먹과 발차기만으로는 그들에게 치명상을 줄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자극을 줬다. 시간을 오래 끌면 서대은 쪽이 불리할 것이었다.싸움이 벌어지는 동안 서대은은 마스크 맨과 등을 맞대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지금이면 제가 이놈들을 죽여버려도 정당방위로 인정되겠죠?”“모르겠어요.”그가 차갑게 답했다.“경찰 아니었어요?”서대은은 당황해하며 돌아봤다.그는 서대은보다 키가 컸기에 서대은이 볼 수 있는 건 그의 날카로운 턱선과 하얀 얼굴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원래부터 피부가 하얗지 않았다. 지금 유독 아파 보이게 창백한 것이었다.“모르면 됐고요. 대신에 제 증인이 되어 주세요. 저놈들이 절 몰아붙였다고 말이에요.”서대은은 눈빛이 사나워지더니 갑자기 공격을 시작했다.“젠장! 쟤 손에 칼이 있어!”누군가 소리쳤다. 서대은을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마스크 맨에게로 방향을 틀었다.그의 실력은 뛰어났지만 점점 더 창백해지는 그의 얼굴은 전투력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보여주고 있었다.서대은은 미친 듯이 반격하며 누군가의 복부를 찔렀다. 그는 피를 철철 흘리며 몇 걸음 뒤로 물러나더니 상처를 감싸 쥔 채 도망쳤다.다들 서대은을 경계하면서도 여전히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그때, 누군가 혼자 남은 남학생을 노리고 있었다. 그가 방심한 순간, 뒤에서 그의 목을 조였다.“당장 항복해. 안 그러면 이놈을 죽일 거야.”순간, 서대은은 제자리에 얼어붙었다.하지만 마스크 맨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상대의 팔을 비틀더니 그의 목을 조이며 말했다.“죽여 봐. 한 명 더 죽일 때마다 형량도 더 늘어난다는 거 모르는 건 아니겠지?”마스크 맨이 상대의 팔을 꺾어버리자 비명이 터져 나왔다.그 차가운 태도와 강렬한 존재감이 서대은으로 하여금 누군가를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이미 죽었다.도아

  • 또 한 번의 거절   제765화

    육청아는 대답이 없었고 총알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쿵.옷장 뒤에서 다시 소리가 나자 육청아의 신경이 다시 캐비닛에 쏠렸다.육청아가 카트에서 메스칼을 집어 들고 캐비닛 쪽으로 다가가자 순간 서대은은 갈등하기 시작했다.남학생이 발견하면 자신의 거짓말이 들통나게 되고 그와 남학생은 살아서 나가기 어려울 것이었다.그는 천천히 육청아의 뒤를 따르며 그녀를 공격할 기회를 노렸다. 하지만 그녀는 매우 경계심이 강했고 캐비닛 뒤에 누가 있는지 바로 확인하지 않고 앞에 다가가 갑자기 어깨로 캐비닛을 밀었다.그녀의 충격에 캐비닛이 밀려 넘어갔고 그 틈새에 숨어 있던 남학생이 깔리면서 낮은 신음을 뱉어냈다.뭔가 낌새를 알아챈 육청아가 갑자기 몸을 돌려 서대은에게 달려들었다. 서대은은 예상치 못한 공격에 팔꿈치가 메스칼에 찔려 살이 떨어져 나갔다.“감히 날 속이다니!”“난 모르는 일이에요! 나도 기절한 거 봤잖아요. 누군가 날 함정에 빠뜨린 거라고요!”육청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그에게 메스칼을 겨눴다.“그럼 순순히 따라와요. 내가 보스한테 당신이 결백하다는 걸 증명할게요!”“나보고 그 말을 믿으라고? 나한테 죄를 뒤집어씌우려는 걸 모를까 봐!”서대은은 육청아의 모함에 마지못해 저항하는 것처럼 육청아에게 달려들었다.두 사람의 몸싸움이 격렬해졌고 카트도 넘어지면서 수술 도구들이 와르르 떨어졌다.그 소리에 돌아온 왕눈이 급히 현장에 도착했다.“내가 말했지, 저놈이 배신자라고!”왕눈은 단검을 빼 들고 질세라 서대은에게 달려들었다.서대은은 신속하게 결판을 내고 놈들이 다시 돌아오기 전에 빠져나오려 했지만 왕눈은 그의 마음을 꿰뚫어 본 듯 일부러 시간을 끌며 대치하고 있었다.그 틈을 타 육청아는 캐비닛을 밀어내고 그 뒤에 누워 있는 남학생을 발견했다.남학생은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떨고 있었고 육청아는 그런 소년의 발목을 잡고 끌어냈다.“가만히 있지만 말고 좀 싸워 봐!”서대은이 소리쳤다.남학생은 처음엔 너무 놀라 멍하니 있었지만 그의 외침에 정

  • 또 한 번의 거절   제764화

    서대은은 문에 기대어 서서 발소리가 들리자마자 손을 들었다.사람의 그림자가 언뜻거리는 순간, 그는 재빨리 상대방의 얼굴을 막으려 했지만 오히려 상대방에게 제압당했다.남자는 잔근육을 가진 몸에 얼굴에는 검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눈빛은 매서운 독수리처럼 날카로웠다.‘이 사람은 육청아 일당이 아니야!’서대은이 물어보려던 찰나, 상대는 마취약이 묻힌 거즈로 그의 입을 막았다.거의 순식간에 서대은은 의식을 잃고 무너졌다.“함정이야! 빨리 돌아가!”사람들과 빠르게 다시 돌아온 육청아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서대은을 발로 툭툭 찼고 그제야 서대은은 서서히 정신을 차렸다.“물건은요?”서대은이 관자놀이를 문지르다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그 두 의사가 수상하다더니, 그들이 물건을 가져갔어요!”육청아가 이를 갈며 싸늘한 목소리로 명령했다.“아직 멀리 가지 못했을 거야, 반드시 찾아내야 해!”사람들은 곧바로 나뉘어 각자 찾아 나섰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하의 전화가 걸려 왔다.“주변에 없습니다!”논리상으로 그들은 차도 없고 몸을 가누지 못한 사람을 데리고 멀리 갈 수는 없었다.하지만 이상하게도 주위에서 아무도 찾을 수 없었다.“누군가가 도와주고 있는 게 틀림없어!”서대은이 단언했다.“방금 일어난 소동은 그들에게 신호를 보낸 거예요! 우리 중에 배신자가 있어!”육청아의 눈빛이 변하더니 천천히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스캔했다.“아가씨, 우리는 아가씨의 사람입니다! 그러니 배신자는 이놈밖에 없어요!”바깥쪽을 맡고 있던 왕눈이 서대은을 지목하자 서대은은 코웃음 치며 받아쳤다.“난 오늘 처음이라고. 주소도 너희가 급하게 알려준 거고 내가 어떻게 정보를 넘겼다는 거야?!”왕눈은 말문이 막혔지만 여전히 불만을 품고 있었다.“우리는 아가씨를 따른 지 오래되었다고! 너만 외부인이야!”“외부인이라고 해서 나를 의심한다고?”서대은도 질세라 육청아를 향해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내가 들어오는 게 싫으면 그냥 처음부터 그렇게 말해요. 나한테 뒤집어씌우려

  • 또 한 번의 거절   제763화

    서대은이 서둘러 다가갔다.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그의 눈에는 거센 파도가 일렁였다.수술칼을 사용해 한 번에 그들의 목을 치는 데 자신이 있었지만,사람을 구하기 위해 사람을 죽이는 것은 최선의 방법이 아니었다.게다가 만약 그들이 소리라도 낸다면 그 소년과 함께 도망가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했다‘유일한 방법은 지원이 올 때까지 시간을 끄는 것이군,’그는 겁먹은 척하며 수술대로 천천히 다가갔다.두 남자는 그저 눈앞의 소년이 가져올 이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전에 유 선생이 몰래 각막을 떼서 팔았잖아. 그러고는 손 씻고 고향에 내려가 별장 짓고 산대.”“손을 씻은 건 알고 있어. 근데 그것도 누릴 복이 있어야 누리지...”“무슨 뜻이야? 혹시 유 선생이...”키 작은 남자가 목을 따는 제스처를 했다.키 큰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서대은을 힐끗 쳐다보았다.“그런 게 아니라면 왜 저거 보고 감시하라고 했겠어? 문지기가 말하길, 유 선생을 청아 누나가 직접 손본 거래!”쭈뼛쭈뼛 다가온 서대은의 눈빛이 잠시 날카로워졌지만 곧 두려움으로 바뀌었다.“시간을 낭비하게 해서 미안해. 손이 계속 떨려서...”키 큰 남자가 다시 메스칼을 서대은의 손에 쥐여주며 말했다.“내가 도와줄게!”메스칼이 소년의 배로 향했다. 서대은의 손이 심하게 떨렸고 도망치고 싶었지만 더 이상 도망칠 수 없었다.칼끝이 피부에 닿는 순간, 갑자기 밖에서 ‘펑!’ 하는 소리가 났다.누군가가 창문을 뚫고 빠르게 지나가며 약병을 터뜨렸고 코를 찌르는 냄새가 순식간에 퍼졌다.“안 돼!”키 큰 남자가 급히 물러섰다.서대은도 물러서며 빠르게 메스칼을 몸에 숨겼다.“마취약은 아니겠지?”다른 사람들이 입과 코를 막고 있는 모습을 보며 서대은도 급히 옷으로 입을 가렸다.밖에서 누군가의 고함 소리가 들려온 후 혼란이 일기 시작했다.“여기도 경찰한테 들킨 거야?”서대은이 놀란 척하며 눈을 크게 떴다.“연성 경찰들이 계속 잠입 수사를 하고 있다던데, 여기도 들킨 거 보면 정말인

  • 또 한 번의 거절   제762화

    경호원이 미간을 찡그리며 어떻게 대답할지 고민하자 도아린은 손을 흔들며 그를 안심시켰다.“선생님의 임무는 제 안전을 보호하는 거잖아요?”그리고 자신의 차 키를 그에게 던지며 말했다.“대신 차를 운전해 주세요. 가까이서 보호하는 게 더 안전할 거예요!”경호원은 운전기사와 눈짓을 주고받은 뒤, 도아린의 차로 향했고 운전기사는 돌아가서 보고하도록 했다.“성함이 어떻게 되시죠?”도아린이 조수석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며 물었다.“주호민입니다. 주 실장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네. 주 실장님, 엠파이어 빌딩에 가 주세요. 육 대표님한테 감사의 뜻으로 뭔가 선물하고 싶어서요.”도아린이 손을 흔들며 그에게 차를 몰라고 했다.주호민은 차를 몰고 엠파이어 빌딩으로 향했고 도아린은 그동안 일북과 연락을 주고받기에 편했다.이전 경험 덕분에 그녀는 그들이 매우 위험하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일북에게는 반드시 의심되는 장소를 찾으면 먼저 경찰에 신고하라고 전했다.[사람을 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 안전도 꼭 지켜야 해!]황금연휴가 다가오자 쇼핑몰에는 사람들이 북적였고 주호민은 도아린의 옆에서 한 발짝도 떨어지지 않고 계속 따라갔다.한 명품 매장에 들어간 도아린은 사이즈를 참고하려 주호민에게 대신 입어보라고 했지만 그는 한사코 거절했다. 그러자 도아린은 육하경과 체형이 비슷한 아무 남자에게 다가가 부탁했고 그녀의 미모에 반한 남자가 관심을 보이며 흔쾌히 승낙했다.결국, 이 광경을 지켜본 주호민은 어쩔 수 없이 마네킹 역할을 했다.“이 색은 좀 어두워요. 다른 걸로 한 번 더 입어보세요.”“이 디자인은 너무 화려해요. 육 대표님한테는 잘 안 어울릴 것 같은데, 주 실장님 생각은요?”“이건 너무 올드한 것 같고...”과연 도아린이 진지하게 선물할 옷을 고르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드는 순간, 그녀의 눈빛이 반짝였다.“이걸로 할게요!”도아린이 손가락을 튕기며 직원에게 말했다.“이거 작은 사이즈로 주세요. 선물 받을 사람이 저 친구와 키는 비슷하지만 어깨

  • 또 한 번의 거절   제761화

    서대은이 미간을 찡그리며 말없이 서 있었다.그러다 무언가를 떠올린 듯 다시 구역질을 참으며 간신히 말을 꺼냈다.“방금 그 사람도 LY의 사람인가요?”“서은 씨 생각에는요?”“그런 것 같은데, 누구인가요? 청룡, 아니면 백호?”육청아가 말을 하려다 멈췄다.“오늘 거래가 무사히 끝나면 그때 알려줄게요.”서대은이 문 앞에서 움직이지 않자, 육청아가 그를 살짝 밀며 재촉했다.그제야 그는 한 걸음 내디디며 창고로 향했다.창고 문 앞에 누군가가 지키고 있었다.“휴대폰 내놔.”서대은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전원을 끄기 전에 메시지가 성공적으로 전송된 걸 확인한 후 문지기에게 핸드폰을 건넸다.한편, 도아린은 육하경의 차가 계속해서 자신을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거의 연성 주변을 한 바퀴 다 돌았지만 그 차는 계속해서 일정 거리만큼 따라오고 있었다.육하경에게 전화를 하려던 그 순간, 도아린의 휴대폰이 진동했다.앱 화면에는 메시지 알림은 없었지만 그녀는 직감으로 알았다.도아린은 급히 카페의 게시판을 열었다.[갓 태어난 지 16일 되는 송아지, 관심 있는 분은 연락해 주세요.]도아린의 심장은 거의 목구멍까지 튀어 올랐다.‘역시 그런 거야. 잘못을 했다고 그냥 도망갈 서대은이 아니지.’그는 분명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내부로 침투했을 것이다!‘송아지'는 남자를 뜻하고‘16일’은 아마도 피해자의 나이 16세를 뜻했다.전화번호는 일반적인 번호가 아니었고 규칙 없이 나열된 숫자들이었지만 도아린은 단번에 그 숫자가 위도와 경도를 나타내는 위치 정보라는 걸 알아챘다.차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는 아직 떼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일북에게 전화를 걸 수 없었다.대신 급히 메시지를 복사해서 보냈다. 빠르게 연락할 수 있는 단축어를 설정해 두었지만 서대은의 의도를 정확히 전달할 방법은 없었다.그녀가 고민하던 중, 일북이 이해하고 바로 답장을 보냈다.[곧 사람을 데리고 갈게요. 기다려 주세요.]하지만 도아린은 긴장을 놓을 수 없었고 차를 급히

  • 또 한 번의 거절   제760화

    “보스!”육청아의 목소리에 두려움이 묻어 있었고 온몸이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오랫동안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왜... 서대은이 들어오자 직접 온 것일 거야. 만약 오는 거래를 완수하지 못하면 나도 끝장날 텐데.’보스라는 남자는 키가 크고 흰색 롱코트를 걸치고 안에는 검은색 터틀넥을 받쳐 입고 있었다.적갈색의 살짝 웨이브 진 짧은 머리에 얼굴에는 가면을 쓰고 있었다.그의 날카로운 시선이 서대은에게로 향했고 마치 감마선처럼 그의 내면까지 꿰뚫어 보는 듯했다.서대은은 저도 모르게 등에 소름이 돋았다.눈앞의 남자는 외형만 보면 강재민과 닮아 있었지만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피비린내 나는 살기와 냉혹함은 강재민과 전혀 다른 것이었다.“보스.”서대은도 따라서 불렀다.남자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육청아를 향해 물었다.“물건은?”“창고에 있습니다!”육청아가 공손하게 대답했다.“부하가 지키고 있어서 절대로...”짝!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자의 손이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육청아는 얼굴을 감싸 쥐고 두려움과 억울함이 뒤섞인 눈빛을 보냈다.“네 말은 아무런 가치가 없어.”남자는 차가운 냉소를 흘렸다.“앞장서.”“예.”육청아가 남자를 데리고 수술실로 향했다.그들은 ‘물건’의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출고 전에 살균 소독 과정이 필요했다.이미 마른 체형의 그 소년이 깨끗이 씻긴 채 수술대 위에 인사불성으로 누워 있었다.남자는 천천히 다가가 곧 판매될 신선한 장기를 내려다보며 입가에 기이한 미소가 떠올랐다.“성의를 보이기 위해 오늘의 물건은 네가 직접 진행해.”보스라는 남자의 시선이 갑자기 서대은에게로 향했다.그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지만 최대한 태연한 척하며 말했다.“제가 경험이 없어서요. 물건을 망칠까 봐 걱정됩니다.”“직접 꺼내라는 게 아니야. 옆에서 전 과정을 지켜보라는 거지.”남자는 짧게 말한 뒤돌아서 나갔다.서대은은 눈을 내리깔고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숨긴 채 따라 나갔다.그러다 문 앞에서 다시 한번 돌아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