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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Chapter 61 - Chapter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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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화

그날 밤, 유건은 BLUE을 찾았다. 부지하와 주정빈이 먼저 와 있었고, 한 달 넘게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유강석도 도착해 있었다. 세 사람은 테이블에서 마치 우아하게 차를 끓이는 척하고 있었다. 강석은 유건을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어머나, 우리 고 대표가 오셨네. 이 차 좀 맛보시게.” 유건은 차를 받아 들고 한 모금 마시면서 지하와 정빈을 가리키며 말했다. “강석이가 술집에서 차를 끓이고 있는데, 너희들은 그냥 내버려두고 보고만 있는 거야?” 지하가 웃으며 말했다. “막을 수 있어야 말이지. 요즘 우리 강석 도련님은 차에 빠져 있거든.” “허허.” 강석은 한숨을 내쉬며 유건 옆에 앉아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난 그저 할 일이 없어서 그러는 건데, 넌 다르지. 듣자 하니 내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고 대표는 본처와 첩을 동시에 얻었다던데.” “하하하!” “멋지다!” 주변의 남자들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유건은 그 친구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이 자식들, 날 비웃을 기회를 놓치지 않는군.’ “아이고.” 강석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유건에게 윙크를 보냈다. “고 대표, 진지하게 하나 물어보자, 본처가 더 좋아? 아니면 첩이 더 좋아?” 유건은 순간 멍해지며 잠시 침묵했다. “그게 질문이 될까?” 지하가 정빈과 마주 앉아 바둑을 두고 있었다. 방금 한 수를 놓으며 강석의 말에 대신 대답했다. “정실이 마음에 든다면 첩을 둘 필요가 있겠어? 하하하!” “맞아.” 강석도 지하의 말에 동의했다. 친구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유건의 결혼은 그의 할아버지 고상훈의 결정이었고, 유건도 어쩔 수 없이 한 것이었다. 유건이 자기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조차 귀찮아했던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신경 쓰지 마.” 강석은 유건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어르신께서 좋아하시니까 그냥 놔둬. 네 조건이면 마음속에 둔 사람을 놓칠 일 없잖아?” 유건은 강석을 흘겨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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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점심시간, 시연은 진아와 함께 점심을 먹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시연은 크게 하품했다. 진아는 그녀의 눈 밑 다크서클을 보고 물었다. “얼굴 왜 이렇게 피곤해? 몇 시 잤어?” “모르겠어, 아마도 새벽에.” 진아가 말했다. “알바하느라 몸을 너무 혹사하지 마. 건강이 우선이야.” “응, 알았어.” 시연은 속으로 죄책감이 들었다. 사실 그녀가 잠을 못 잔 건 번역 때문이 아니라... 눈만 감으면 유건의 커다란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어젯밤, 고유건이 정말 나에게 키스하려던 걸까?’ ‘그랬다면 어땠을까? 아니면 그게 아니었다면 또 어땠을까?’ “시연아.” 갑자기 누군가 그녀의 뺨에 손을 댔다. 진아였다. “얼굴이 이렇게 빨개? 열나는 거 아니야?” “아니야!” 시연은 깜짝 놀라며 어색하게 웃었다. “따뜻한 국물 먹어서 그런지 좀 덥네...” 점심 후, 시연은 진료실로 돌아왔다. 주하은이 그녀를 불러 세우며 말했다. “시연아, 양석현 교수님이 너 돌아오면 교수님 방으로 들어오라고 하셨어. 지금 안에 계셔.” “알았어.” 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흰 가운을 입고 들어가려 했다. “시연아.” 주하은은 그녀를 잡아당기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장성산 교수님도 함께 계셔. 양석현 교수님과 함께 문광수 과장님을 만나러 갔는데, 상황이 안 좋아 보여...” 그 말을 듣자 시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문광수는 외과 과장으로, 내년에 은퇴할 예정이다. 양석현과 장성산은 부과장으로, 두 사람은 과장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었다. 그래서 둘 사이는 언제나 불편했다. 양석현은 실무 능력이 뛰어났고, 장성산은 탁월한 연구 실적을 내는 사람이었다. 양석현은 장성산을 무시했고, 장성산은 양석현을 질투했다. 특히 얼마 전 고유건이 부상으로 응급실에 입원했을 때, 그날 밤 장성산이 2차 당직을 맡고 있었다. 특수한 상황이 발생하면 양석현 혼자 감당하지 못할 때 장성산에게 도움을 청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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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차는 많은 양의 배기가스만 남기고 부릉거리며 떠났다.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던 시연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렸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는 웃음을 터트렸다. “하... 정말 속이 좁네!” 시연은 윤건이 아까 칭찬한 드레스를 내려다보았다. ‘설마 고유건이 아직도 내가 장소미와 같은 드레스를 골랐던 일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게 아니겠지?’‘정말이면, 고유건은 장소미에 완전히 빠졌구나!’ ... 시연이 BLUE에 도착했을 때, 1층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 하고 있었다. “잠깐만요! 엘리베이터 좀 기다려 주세요!” 시연은 급히 뛰어가며 외쳤는데, 순간에 멈칫했다. 엘리베이터 안에 유건이 서 있었다. 그도 여기에 온 것이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유건의 마음은 복잡했다. ‘지시연이 이런 옷을 입고 BLUE에 온 건, 그 드레스를 사준 남자를 만나러 온 거겠지?’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손을 들어 닫힘 버튼을 눌렀다. 뒤에서 지한이 당황했다. “형님!” 시연이 막 엘리베이터에 들어서려는 순간, 문이 차갑게 그녀 앞에서 닫혔다. 시연은 엘리베이터 문을 손으로 치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고유건!!!” 할 수 없이 그녀는 다음 엘리베이터를 기다려야 했다. 시연이 도착했을 때, 양석현은 이미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 있었다. 그는 학자로서 일에만 몰두하는 사람이었고, 고객을 접대하는 이런 자리에서 요령도 하나 없이 거절하지도 못하고 상대방이 권하는 대로 술을 다 마시고 있었다. 시연은 깊은숨을 한 번 들이쉬고 앞으로 나섰다. “교수님, 늦어서 죄송해요.” 시연이 도착하자마자 남자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 그리고 한 남자가 입을 열었다. “양 교수님, 이 아가씨가 교수님의 제자입니까?” 양석현이 대답했다. “네, 제 가장 뛰어난 제자 지시연 선생입니다.” “정말 대단하군요. 젊고, 게다가 여자가 이렇게 예쁘기까지 하다니.” 다른 한 남자가 술잔을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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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호보창조차 돌아서서 웃음을 지었다. 쩔쩔매며 아첨하는 모습은 아까의 거만한 모습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고 대표님, 죄송합니다. 여기서 약간 문제가 생겨서요. 바로 해결하겠습니다.” 그러면서 시연을 재촉했다. “지 선생,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예요?!” “아...” 시연은 순간 멍해졌다. 호보창이 말한 ‘고 대표님’이 바로 고유건이었다. ‘고유건도 이 자리에 있었다니!’ 시연이 다시 술잔을 들기 전에, 유건이 손을 들어 그녀를 가리켰다. “너, 이리 와.” 시연의 심장이 갑자기 쿡 찌르는 듯했다. 그가 자신을 부르는 것일까? “다른 사람 보지 마.” 유건의 낮고 나른한 목소리에는 미소가 서려 있었다. “너 말이야, 이리 와.” 방 안의 모든 시선이 다시 한번 시연에게 쏠렸다. 시연의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도대체 나에게 뭘 하려는 속셈이지?’ 순간에, 룸에서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유건은 옅게 웃으며 말했다. “왜, 말을 못 알아들어?” 호보창은 안달이 나서 시연의 허리를 살짝 밀며 말했다. “지 선생, 뭘 멍하니 서 있어요? 고 대표님이 부르는 거 못 들었어요?” 시연은 어쩔 수 없이 유건 앞까지 걸어갔다. “고 대표님.” “응.” 유건은 느긋하게 시연을 한 번 쳐다보며 말했다. “와서 술 따라.” 그의 의도를 전혀 알 수 없었고, 많은 사람 앞이기도 해서 시연은 순순히 따를 수밖에 없었다. 시연은 웨이터에게서 술병을 받아 들고 말했다. “제가 따를게요.” 그러고 나서 유건 쪽으로 다가갔다. 오늘 시연은 샤넬의 시즌 최신상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얇은 두 줄의 끈이 어깨에 걸쳐져 있었으며, 우아한 쇄골과 가슴선이 살짝 드러나 보였다. 유건의 목울대가 불편하게 움직였고, 그는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시연은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그의 무릎 위에 앉은 꼴이 되어버렸다. “고... 대표님?” 유건은 그녀를 꼭 붙잡고,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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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그 자세를 유지한 채, 유건은 고개를 들어 호보창을 바라보았다. 유건의 눈에서 차가운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호보창은 이미 겁에 질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이제 와서 고유건이 지시연을 눈여겨봤다는 걸 몰랐다면, 그는 지금까지 헛살았던 셈이다. ‘비록 내가 먼저 그 지시연이라는 의사를 마음에 두었지만, 만약 지금 내가 고유건이 눈에 둔 이 여자 의사를 건드리면, 나중에 고유건이 나한테 따지고 들겠지? 그때는 내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거야!’이렇게 생각하자 호보창이 시연에 대해 갖고 있던 마음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고, 고 대표님.” 유건은 눈을 살짝 움직이며 양석현을 가리키고는 차갑게 말했다. “G시 최고의 외과 교수님을 곤란하게 만드는 거야? 존경받아 마땅한 학자를 이 정도로 모욕한 건 너무 심하지 않나?” “네, 제 잘못입니다.” 호보창은 속으로 불만이 가득했다. ‘어차피 저 학자는 내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인데!’ 유건은 시연의 가느다란 허리를 살짝 감싸며 그녀와 함께 일어섰다. 그리고 양석현을 향해 말했다. “양 교수님, 더 이상 여기서 이런 고생은 하지 마세요. 후원금 건은 제가 따로 연락 드리겠습니다.” 양석현은 깜짝 놀라 시연을 바라보았다. “이건, 이건...” 시연도 놀라서 유건의 팔을 잡아당겼다. “고 대표님?” 유건은 그녀의 손목을 잡으며 물었다. “다시 말해야 해?” “아니요, 그게 아니고요...” “그럼 가요.” 유건은 그녀를 이끌고 밖으로 나가며 정민환에게 지시했다. “양석현 교수님을 집까지 모셔다드려.” “네, 형님.” 방 안은 침묵에 빠져 있었고,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민환이 양석현과 함께 떠나고 나서야 호보창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 양 교수가 정말 훌륭한 제자를 얻으셨군!” ... BLUE을 나와서도 유건의 차에 탄 시연은 계속 말 한마디 하지 못했다. 유건의 속마음을 전혀 읽을 수 없었기 때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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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마침, 할아버지도 곧 퇴원하시고. 이혼 이야기도 다시 꺼내야 할 것 같은데.’한편, 시연은 기숙사로 뛰어 들어가자마자 문을 닫고, 갑자기 뺨을 감쌌다.“세상에!”‘방금 그건 꿈이었을까? 아니면 정말로 일어난 일일까?’ ‘고유건이... 나에게 키스하다니!!’‘근데 왜? 고유건이 장소미를 사랑하는 거 아니었나? 그럼 조금 전 나한테 한 건, 그냥 장난친 건가?’지금 시연의 입안에는 아직도 희미하게 유건의 입술이 남긴 술 내음이 남아 있었다.‘그래서, 술에 취해서 그런 짓을 한 건가?’시연은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느라 가슴을 꾹 눌렀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고 있었고, 동시에 뭔가 시리고 답답한 느낌이었다....며칠 후, 아침에 시연은 고상훈의 전화를 받았다.“할아버지.”고상훈이 웃으며 말했다.[시연아, 바쁘니?]“낮에는 일해요.” 시연이 솔직하게 말했다. “오후 5시 반에 퇴근해요.”[그래, 할아버지가 오늘 퇴원했거든. 너와 유건이가 이렇게 오래 같이 있었는데, 오늘 저녁에 가족끼리 같이 저녁 한 끼 먹는 게 어떻겠니?]“그럴게요.”시연은 바로 대답했다. 그리고 고상훈은 덧붙였다.[유건이한테는 네가 연락해서 말해줘야겠구나.]시연은 고상훈의 청을 거절하고 싶었다. 유건에게 전화하는 것도 싫었다. 그가 자신에게 키스했다는 생각만 해도 온몸이 불편했기 때문이다.그러나 고상훈은 시연에게 거절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그럼 그렇게 알고 끊으마. 할아버지는 집에서 너희를 기다릴게.]전화를 끊은 시연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크게 쉬었다. 결국 유건에게 직접 전화해야 했기 때문이다.그녀는 연락처를 뒤져 유건의 번호를 눌렀다.그러나 유건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시연은 유건이 아마도 바쁘겠거니 생각하고 메시지를 보냈다.[고유건 씨, 할아버지가 오늘 저녁에 같이 저녁 먹자고 하셨어요.]하루 종일 바쁜 일과가 지나간 뒤, 오후 5시 반이 되자 시연은 옷을 갈아입고 퇴근길에 나섰다.핸드폰은 여전히 조용했다. 오늘 유건은 시연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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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자신의 이름이 언급되자, 시연은 더욱 긴장했고, 작은 얼굴이 창백하게 굳어졌다. 유건은 시연의 긴장감을 눈치채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지금 지시연이 겁내는 거야? 이혼하기 싫어서 그런 걸까? 이렇게까지 이 결혼을 지키고 싶은 건가?’ 고상훈은 한참 동안 말이 없다가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너와 시연이가 어떻게 한다는 건지 다시 말해 보거라!” 유건은 갑자기 마음을 바꾸었다. “제가 하려던 말은요, 원래는 할아버지가 병원에서 조금 더 요양하시길 바랐는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퇴원하셨나 싶어서요.” “난 또 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있는 줄 알았지.” 고상훈은 약간 못마땅해하며 말했다. “병원에 너무 오래 있으니 멀쩡하던 사람도 환자가 다 될 지경이야. 병원이든 집이든 요양하는 것은 마찬가지일 텐데, 맞지, 시연아?” “네.” 시연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분이 좋으면 몸에도 좋을 거예요. 저도 방금 확인했는데, 간병인들이 정말 잘 보살피고 있어서 문제없을 거예요.” 그녀가 뒤에 하는 말은 유건을 향한 것이었다. 그때 가정부가 와서 말했다. “저녁 준비가 다 됐습니다.” “그럼 우리 가족 다 함께 저녁을 먹자꾸나.” 식사 시간 동안 시연은 고상훈의 기분을 맞추며 분위기를 조율했고, 고상훈은 오랜만에 반 공기나 되는 밥을 먹고 국도 한 그릇 다 마셨다. 고유건은 그 장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할아버지가 정말 시연이를 좋아하시는구나!’‘할아버지 때문에 이혼 이야기는 잠시 미뤄야겠어...’ 식사가 끝난 후 유건이 말했다. “시간이 늦었으니 저희는 이제 돌아가 보겠습니다...” “어딜 가려고?”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고상훈이 말을 받으며 웃음을 지었다. “오늘 밤은 여기서 자고 가라. 방은 이미 가정부들에게 준비시켜 놓았단다.” 시연은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유건은 더 격한 반응을 보이며 말했다. “할아버지! 그건 안 돼요. 저희는...” “너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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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소리 내!” 유건의 얼굴에 열기가 도는 가운데, 그는 시연에게 명령했다. 시연은 입을 열었지만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빨리 해!” 유건이 재촉했다. “네가 뭐 순결을 지키는 처녀도 아니고, 그런 소리 하나 못 내?” 유건의 말을 듣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답답한 가슴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것 같았다. 시연은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아... 으아...” 유건은 순간 얼이 빠졌다. “그게 무슨 소리야? 네가 남녀관계에서 어떤 소리를 냈는지도 기억 못 해?” ‘그때는 아주 격렬했잖아? 거기가 심하게 찢어지는 상처를 입을 정도였는데!’“나...” “됐어!” 유건의 눈빛이 어두워지며 시연을 바라봤다. “네가 아까 내가 필요하면 뭐든 해준다고 했지?” “네.” 시연은 머뭇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고유건 씨는 지금 뭘 하려고요?”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건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시연의 목에서 가는 신음이 터져 나왔다. 유건은 시연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키스하고 있었다! “음... 하...” 시연의 심장이 갑자기 두근거리기 시작했고,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녀도 자신의 소리에 놀랐다. ‘이게 정말 내가 낸 소리 맞아? 어떻게 이렇게 수치스러운 소리를 낼 수 있지!’ 그녀의 소리는 유건의 신경을 자극했다. “너, 경험이 많다며? 그런데 이렇게 쉽게 반응해? 겨우 키스 한 번일 뿐인데...” “당신...” 시연은 수치심과 분노에 휩싸여 그를 밀어내려 했다. “움직이지 마!” 유건은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할아버지가 아직 밖에 계셔! 걱정하지 마, 그냥 키스일 뿐이야. 네가 소리를 제대로 냈다면 내가 이런 희생까지 할 필요가 없었을 텐데.” 시연은 놀라며 그를 바라봤다. ‘본인이 희생한다는 말이 대체 무슨 뜻이야?’ 남자의 키스는 계속 이어졌다. 유건의 코끝에 시연의 향기가 가득했다. ‘이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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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다음 날 아침. 식탁 위에서 고상훈은 활짝 펴진 얼굴로, 가끔 시연의 목에 남은 붉은 자국을 흘끗 보며 크게 웃었다. “시연아, 더 먹어라. 너도 고생이 많구나.” 그리고 유건에게 당부했다. “너도 너무 무리하지 말고, 시연이는 이제 혼자가 아니잖니!”유건과 시연은 서로 눈길을 주고받았지만,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침 식사 후, 두 사람은 함께 고씨 저택을 나섰다. 유건은 시연을 강울대학교 기숙사까지 데려다주었다. “오늘은 출근 안 해?” “아니요, 출근해야 해요.”시연은 가방을 메며 대답했다.“야간 근무라서 낮에는 병원에 안 가요.” 강울대학교 기숙사 건물을 힐끔 본 유건은 불만스럽게 말했다. “이 건물 정말 허름하고 낡았다.” 이건 그가 처음 하는 말이 아니었다. 시연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차 문을 열고 내렸다. “그래요, 좀 낡긴 했죠. 고유건 씨, 데려다줘서 고마워요.” ... 최근 유건은 은수 프로젝트로 바빠졌다. 마침내 모든 일이 정리되고,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유건이 한강우를 은수 프로젝트를 정식적으로 시작하는 축하 연회에 초대했을 때, 한강우가 한마디를 덧붙였다. “내 생명의 은인인 지시연 씨도 올 거지?” 유건은 예상한 대로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시연이와 함께 한 회장님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좋아, 좋아.”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유건이 시연을 본 지도 꽤 오래되었다. 그는 핸드폰을 집어 들고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전화기 너머로 시연의 늘 부드러웠던 목소리가 들렸다. 시연의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참 듣기 좋은 목소리였다. 유건은 입가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이번 주말 은수 프로젝트 시작 연회가 있는데, 한 회장님이 너를 꼭 보고 싶다고 하셨어. 올 수 있겠어?” 그렇게 말하니, 시연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네, 갈 수 있어요.] “좋아.” 유건은 만족스러운 듯 다시 물었다. “적당히 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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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노은범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시연에게 말했다. “그래, 나야.” 그러면서 손가락으로 연회장 안쪽을 가리키며 물었다. “너도 이 연회에 참석하려고 온 거야?” 은범의 말투에는 어딘가 의아함이 묻어 있었다. 그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시연이가 왜 이런 비즈니스 파티에 참석할까?’ “응.” 시연은 미소를 지으며 애매하게 두 마디 정도로 설명했다. “어쩌다 보니, 이 곳의 주인을 구한 적이 있어.” “한강우, 한 회장님 말이야?” 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한 회장님은 내 환자라고 볼 수도 있지.” “그렇구나.” 몇 마디 나누지 않았는데, 시연의 핸드폰이 울렸다. 유건이 전화를 걸어 그녀를 재촉하고 있었다. 시연은 받지 않고 은범에게 손을 흔들었다. “누가 계속 날 재촉하네. 먼저 가볼게!” “천천히 가!” 은범이 말하기도 전에, 시연은 재빨리 후문 쪽으로 뛰어갔다.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은범은 어딘가 아쉬운 듯 중얼거렸다. “시연아, 나중에 보자.” ... 남쪽 문까지 달려가자 시연은 숨을 헐떡이면서도 겨우 주지한을 만났다. “미안해요, 늦었죠!” 지한은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형님은 손님들을 맞이하러 먼저 갔어요. 저는 시연 씨 옷 갈아입는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네, 고마워요.” 시연과 지한은 휴게실에 도착했다. 장소미는 유건을 기다리지 못하고 먼저 떠나 있었다. 주지한은 탁자 위에 놓인 선물 상자를 가리켰다. “이건 형님이 시연 씨를 위해 준비한 드레스예요.”“예? 그렇군요.” 선물 상자를 열자 시연은 놀란 숨을 들이마셨다. “엄청 화려한 드레스네요.” “당연하죠.” 지한은 유건이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떠올리며 말을 덧붙였다. “형님이 특별히 해외에서 주문했어요. 다 디자이너와 보조들이 손으로 한 땀 한 땀 완성한 드레스예요. 전 세계에서도 단 한 벌밖에 없어요.”시연은 순간 멈칫했다. ‘고유건이 이렇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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