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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Chapter 51 - Chapter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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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화

SYD호텔. 시연이 이곳에 온 지 벌써 이틀이 지났다. 올해 외과 학술회의가 여기서 열렸고, 시연의 지도 교수인 양석현이 중요한 발표자로 참석했기 때문에, 시연은 지도교수의 발표를 돕기 위해 보조로 따라오게 되었다. 양석현의 발표가 있던 오전 콘퍼런스 일정이 막 끝나자, 양석현 교수는 예정되어 있던 심폐 이식수술을 위해 서둘러 병원으로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학회 주최 측에 제출한 양 교수의 발표 원고를 아직 돌려받기 전이라, 시연이 남아서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자료를 받기로 했다. “서두를 필요 없어.” 양석현은 SYD호텔 호텔의 상품권을 건네며 말했다. “시간이 되면 여기서 좀 쉬다가 와도 괜찮아.” SYD호텔은 다소 외진 곳이었지만, 근처의 자연경관이 빼어나게 아름다워서 돌아보며 시간을 보낼 만한 곳이었다. 시연은 기쁜 마음으로 양석현이 건네는 상품권을 두 손으로 받아 들고 꾸벅 고개 숙여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양 교수님.” 먼저 떠나는 양석현을 배웅한 후, 시연은 하늘을 바라보며 혼잣말했다. “이러다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은데...” 주최 측에서 발표 원고를 돌려받는 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을 것 같아, 시연은 짐을 정리하고 체크아웃을 한 뒤, 호텔 로비의 소파에 앉아 기다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하늘은 점점 어두워졌고, 폭풍우가 곧 몰아칠 것 같은 기세였다. 시연은 시계를 보며 콘퍼런스 진행이 생각보다 늦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때 호텔의 정문이 열리며 많은 사람이 시끌벅적하게 동시에 들어왔다. 알고 보니 한 영화 촬영팀이 SYD호텔을 촬영 장소로 섭외해 촬영을 위해 들른 것이었다. 시연은 무심코 촬영팀 스태프들을 쓱 훑어보다가 그들 속에서 장소미를 발견했다. 소미는 훤칠한 미남의 팔짱을 끼고 서 있었는데 며칠간 코빼기도 비치지 않던 유건이었다. 유건도 시연을 발견했다.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시연은 미소를 지었지만, 유건은 인상을 찌푸렸다. ‘저 여자는 며칠 사이에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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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시연이 은범을 친구목록에 추가한 이후, 시연이 처음으로 업데이트한 SNS였다. 은범은 창밖을 바라봤다. ‘오늘 밤엔 태풍이 올 것 같은데, 시연이 혼자서 SYD호텔에 있다는 거야?’ 이렇게 생각하자, 외투와 핸드폰, 차 키를 챙긴 은범은 서둘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은범아, 어디 가니?” 은범을 부른 사람은 그의 어머니 강수희였다. 은범은 걸음을 멈추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나 이제 다 큰 성인이에요. 아직도 어디 갈 때마다 엄마 허락 일일이 받아야 해요?” “그런 뜻이 아니야.” 강수희는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냥 날씨가 안 좋아서... 그리고 오늘 저녁에 네 아버지가 네 삼촌들 몇 분을 초대했거든...” 은범은 냉소를 지었다. “몇몇 삼촌들? 그 딸들도 함께 세트로 데려오는 자리이겠죠.” 은범이 귀국한 뒤, 가족은 그에게 이런 방식의 식사 자리를 여러 번 마련했다. 사실, 그것은 선을 보는 것이라고 해야 마땅한 자리였다. 그 아가씨들은 다 강수희가 신중하게 고른, 은범의 부모님이 원하는 며느릿감이었다. 은범은 이런 불편한 상황에 다시 놓이기 싫어 강수희에게 명확히 말했다. “엄마, 다시는 그런 자리 마련하지 마세요. 엄마가 고른 그 여자들, 하나도 마음에 들지 않아요!!” 말하며 그는 무심코 왼쪽 손목을 만졌다. “엄마가 다시 나를 밀어붙이기 전에, 완전히 아들을 잃게 될 준비는 되어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시고요!” 그 말이 끝나자 은범은 강수희 옆을 지나 현관문을 나섰다. “은범아...!” 뒤에서 강수희의 창백한 얼굴로 균형을 잃을뻔한 몸을 간신히 지탱했다. ‘아들은 여전히 날 원망하고 있어!! 하지만 그때, 정말 내가 잘못한 걸까? 사실, 예전에 은범이 시연과 만나다가 헤어지게 된 것은 바로 강수희가 둘 사이에서 계속 분란을 일으키고 방해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시연과 헤어지고 난 뒤로 은범은 강수희를 원수처럼 여기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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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곧 주문한 음식들이 식탁에 가득 놓였다. 시연은 식탁 가득한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고, 그녀가 주문한 야채 듬뿍 얼큰 만둣국만 기다리고 있었다. “만둣국 나왔습니다.” 서빙 직원이 음식을 가져왔다. 시연은 숟가락을 집어 들었다. “와, 냄새 진짜 좋아요.” 소미가 깊이 숨을 들이마시더니, 그 얼큰 만둣국을 자기 앞에 놓았다. “정말 맛있게 보여요. 식욕이 확 돋네요.” 소미는 시연이가 만둣국을 주문한 것을 완전히 잊은 듯했다. 테이블에 음식이 가득했지만, 시연은 그 하나만 주문했을 뿐이었다. 소미는 숟가락을 들어 만두를 하나 떠서 한입 먹었다. “존맛탱이네요!!” 그뿐만 아니라, 국물을 두 모금이나 마셨다. “유건 씨.” 소미는 고개를 들고 유건을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음식 맛을 칭찬했다. “이렇게 외진 곳인데도 호텔의 만둣국이 이렇게 맛있을 줄은 몰랐네.” 유건은 이마를 찌푸렸고, 입술은 굳게 다물어져 있었다. ‘장소미가 일부러 그런가?’ “아!” 소미가 잠시 멈추더니, 갑자기 생각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시연을 보았다. “미안해요, 지 선생님. 제가 깜빡했네요. 이건 지 선생님이 주문한 거였는데요.” 그녀는 그 말을 하며, 그릇을 시연 앞으로 다시 밀어 놓았다. “만두 한 개밖에 안 먹었고, 국물도 두 숟가락밖에 안 먹었어요. 거의 손도 안 댄 거나 마찬가지예요.” 소미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전혀 공격적인 표정 하나 없이 말했다. “지 선생님, 신경 안 쓰이시죠?” 시연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고. ‘10년이 넘었는데, 장소미는 언제나 이런 식이야!’ ‘이 모든 세월 동안 내가 입고 쓰던 것들은 언제나 장소미가 남긴 것들이거나, 버린 것들이거나, 중고품이었어!’ ‘이미 지씨 집안과 연을 끊었지만, 장소미는 여전히 이런 방식으로 나를 불쾌하게 만드는군.’ ‘예전에 매번 다 참았다고 해서 이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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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시연은 유건과 소미를 향해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몸을 돌려서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여기에서 그 두 사람의 알콩달콩한 모습을 볼 마음은 털끝만큼도 없었다. 그녀는 소파가 있는 라운지로 돌아와 가방에서 초콜릿 캔디를 꺼냈다. 누가 준 캔디였나 잠시 생각해 보니 지난번에 은범이 준 것임이 떠올랐다. ‘그날 밤, 노은범도 여자 친구와 함께 왔었지...’ 캔디는 배를 채울 수는 없지만, 최소한의 에너지를 유지할 정도는 가능했다. 시연은 포장지를 뜯고 초콜릿을 입에 넣었다. 바깥에서는 비가 점점 더 세차게 내렸고, 라운지 안쪽도 사방에서 바람이 새어 들어왔다. 밤이 깊어지면서 점점 더 추워졌다. 그때, 유건과 소미가 식당에서 나와 라운지를 지나가다가 소파 한구석에 몸을 웅크린 채 잠든 시연을 발견했다. 유건은 발걸음을 돌려 곧장 시연에게 다가갔다. 시연은 여전히 잠들어 있었고, 손에는 반쯤 먹다 만 초콜릿이 쥐어져 있었다. “지시연!” 유건은 이유 없이 화가 치밀었다. ‘이 여자, 나와 같이 식사하자는 걸 거부하더니, 이렇게 초콜릿으로 배를 채우고 있어? 말도 안 돼!’ “아!” 시연은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 눈을 뜨자마자 유건과 소미가 눈앞에 있는 것을 보고 더 짜증이 났다. 그녀는 눈을 감고 두 사람을 무시하려 했다. “일어나!” 유건은 허리를 굽혀 시연의 손목을 잡았다. 시연은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그의 적극적이고 갑작스러운 행동에 당황했다. ‘도대체 뭐 하려는 거지? 내가 장소미를 비난했다고 해서 대신 복수라도 하겠다는 거야?’ 시연은 저항하지 않고 애써 담담하게 말했다. “이 손 놔요, 안 그러면 소리 지를 거예요. 고 대표님은 상관없겠지만, 여자 친구분은 연예계에 있으니 곤란해질 텐데요.” 그 말을 들은 소미는 유건의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유건 씨?” 하지만 유건은 손을 놓지 않았다. 눈을 더 가늘게 뜨고 한층 더 어두운 표정으로 시연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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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소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 선생님, 차라리 저랑 같은 방을 쓰는 게 어때요? 유건 씨는 밤에 처리할 업무도 있고, 게다가 남자 셋이 함께 한 방에서 자긴 어렵잖아요.” ‘그래, 이 말도 그럴듯한 말이었네.’유건은 시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때?” 시연은 거절하려던 참이었지만, 소미가 재빨리 말을 가로챘다. “그럼 그렇게 하기로 해요.” 시연이 내키지 않는 기색이 드러나자, 유건이 그녀에게 상기시켰다. “네 몸이니까, 잘 생각해서 결정해.” 그 말속에는 배 속 아이를 위해서라도 시연에게 무리하면 안 된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점점 날씨가 추워지고 있었고, 라운지에서 밤을 지새운다면 정말로 병이 날 수도 있었다. 시연은 잠시 망설이며 아이를 위해서라도 이 밤을 참고 견뎌야 할지 고민했다. “네, 그럼 가요.” 소미는 더 다정한 태도로 말했다. “아까는 제가 지 선생님께 잘못했으니, 저에게 사과할 기회를 주세요.” 결국 시연은 동의했고, 소미와 함께 그녀의 방으로 들어갔다. 방문이 닫히자마자, 소미는 시연의 팔을 놓고, 속에 담아두었던 의문을 던졌다. “너랑 유건 씨 무슨 관계야? 너, 유건 씨와 너무 가까워지는 거 아니야?” 갑작스러운 소미의 질문에 시연은 놀라 잠시 멈칫하더니,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뭐가 그렇게 웃긴다는 거야?” 소미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나 진지하게 묻고 있어. 유건 씨는 신사야. 넌 단지 유건 씨를 치료하고 있는 주치의고! 유건 씨가 널 존중하는 거지. 너 착각하지 마!” “하하하.” 참지 못하고 시연은 크게 웃어버렸다. 소미는 점점 더 화를 내며 말했다. “대체 뭐가 웃기다는 거야?” “어머나.” 시연은 배를 잡고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너 혹시, 불륜 자식 증후군이 있니? 네 엄마가 불륜녀였으니까, 너도 언젠가 네가 ‘불륜녀’가 될까 봐 걱정하는 거야? 하하, 이게 바로 하늘의 뜻이고 순리라는 거구나!”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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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그러나 임신 중에는 잠이 훨씬 많이 쏟아지기 마련이라, 시연은 결국 호텔 라운지 소파 위에서 잠들고 말았다. ... 한밤중, 노은범이 SYD호텔에 도착했다. 그는 소파가 있는 로비의 라운지에서 시연을 발견했다. 시연이 올린 사진을 보며 어느 각도에서 사진이 찍혔는지를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시연은 막 잠든 상태였다. 몸을 웅크리고,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그녀를 놀라게 할까 봐, 은범은 조심스럽게 시연 앞에 쪼그려 앉았다.지금 시연를 깨울지 말지 고민이 들었다. ‘그래도 깨우지 않는 쪽이 낫겠어. 그냥 안아서 방으로 데려가야겠다.’ 은범은 시연의 SNS를 보자마자 이미 빈방을 예약해 두었다. 막 안아 들자마자, 시연이 눈을 떴다. 은범은 즉시 움직이지 못하고 멈춰 섰고, 목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시연이 혹시 화를 내지는 않을까 두려웠다. 그때 시연이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은이야...” 은범은 순간 멍해졌다가, 곧 기쁜 감정이 온몸에 휘몰아쳐 흥분된 목소리로 떨면서 대답했다. “나야, 시연아. 나 여기 있어.” “응.” 시연은 눈을 감으며 안도한 듯 그의 품에 기대었다. 은범은 그녀를 조심스럽게 안고 방으로 데려가 침대에 살며시 내려놓았다. 그때, 시연은 갑자기 눈을 뜨며 또렷한 발음으로 말했다. “노은범?” 그녀는 벌떡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기가 어디야?” 지금의 시연은 아까 은범에게 기대고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태도였고,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생경한 얼굴로 은범을 대했다. 은범의 눈빛이 잠시 어두워졌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미소를 지었다. ‘이제 정신이 돌아와서, 나에게 화내고 있는 건가?’ ‘하지만 조금 전 시연이 잠에서 덜 깼을 때 나를 ‘은이야’라고 불렀어...’실은 조금 전 시연이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찾고 의지했다는 사실이 그에게 큰 위안이었다. 은범은 시은이 자신을 ‘은이야’라는 이름으로 부른 이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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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호텔 주방. “선생님, 주문하신 재료는 모두 준비됐습니다. 더 도와드릴 게 있을까요?” 은범은 재료를 한 번 훑어보고 나서, 친절하게 말했다. “재료들을 잘게 다지고, 속을 만들어주세요. 그리고 반죽은 발효시켜 주세요.” 그는 말하면서 핸드폰을 꺼냈다. “여기 계신 분들, 제 톡 좀 추가해 주세요. 아내가 특별히 먹고 싶어 해서요. 번거롭게 해드려 죄송해서, 작은 성의 표시로 감사 인사 전하고 싶습니다.” “아, 무슨 말씀이세요.” 몇 명의 주방 직원들이 놀라서 톡을 추가하자마자, 은범은 주방에 있던 직원들에게 바로 각각 20만 원씩 송금했다! 주방 직원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는 속으로 기뻐했다. 은범은 소매를 걷어 올리고 앞치마를 단단히 맸다. 주방 직원들은 기꺼이 은범을 도와 만둣국에 넣을 만두를 빚기 시작했다. ... 몇 분 전, 유건 역시 주방에 전화를 걸어 만둣국을 주문했다. 그는 시연이 제대로 먹지 않았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고, 시연이 배가 고프면, 배 속에 있는 아기까지도 잠을 잘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방에서는 똑같은 답이 돌아왔다. [만둣국을 만드는 셰프가 퇴근했습니다.]유건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럼 지금 어쩌면 좋단 말인가? 임신하고 나서 지시연 입맛이 까다로워졌는데...’ ‘방금도 주문한 만둣국을 못 먹고 빵 한 조각만 먹었잖아...’그저 한 그릇의 만둣국인데, 자신이 시연의 소원을 들어줄 수 없다는 사실에 유건은 화가 치밀었다. “형!” 정기환은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유건에게 다가오더니 웃으며 말했다. “저 만둣국 만들 줄 알아요.” ‘응?’ 유건은 눈을 가늘게 뜨며 웃음을 터트렸다. “왜 진작 말 안 했어? 가자!” 유건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정민환까지 끌고 다짜고짜 주방으로 향했다. “형님, 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 “주방, 만둣국 만들러.” 유건 일행이 주방에 도착했을 때, 은범이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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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다음 날 아침 이른 시간에, 시연은 부드러운 침대에서 눈을 떴다. 은범은 보이지 않았지만, 어젯밤 시연이 잠들기 전 그는 거실 소파에 기대어 있었다. 문이 열리고 은범이 들어왔다. “깼어?” 그는 미소 지으며 손에 든 도시락 상자를 내려놓았다. “세수하고 와서 아침 먹자.” “응, 알았어.” 간단히 씻고 나서 가볍게 아침을 먹은 뒤, 두 사람은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은범은 먼저 차를 가지러 갔다. 문 앞에서 은범은 차를 세우고 말했다. “내리지 않아도 돼. 나 혼자 갈게.” “그래.” 멀지 않은 곳에서, 유건 일행도 내려오고 있었다. 정기환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유건을 한 번 쳐다보며 말했다. “저기 형수님 아니에요? 겨우 찾았네요! 밤새도록 형수님이 도대체 어디 계시는지만 고민했어요!” 유건도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 시연이 가방을 메고 차에 올라탔다. 창문 너머로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운전석에 남자가 있는 게 분명했다! 유건의 눈동자는 깊게 어두워졌고, 차가운 기운이 시연을 감쌌다. ‘내가 도대체 뭐 하고 있는 거야?! 밤새 저 여자를 걱정했는데!!!’ ‘지시연, 너 정말 대단하구나! 새로운 만나 남자도 벤틀리 콘티넨털을 타다니!’ ‘허.’“형, 내가 형수님 불러올게...” “됐어, 그만 해!” 민환이 동생 기환의 목덜미를 잡고는 눈치를 보며 유건을 살폈다. 그런데 유건은 말하지 않고 갑자기 돌아서서 걸어가 버렸다. ... 차 안에서, 은범은 시연에게 담요를 건넸다. “덮어, 추울 거야.” “응.” 시연은 담요를 받아 들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이거 네 취향 맞아? 너 원래 이런 스타일 아니잖아.” 이렇게 여성스러운 무늬는 오히려 시연의 취향과 맞았다. 그렇게 말하면서 시연은 은범이 이미 여자 친구가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이거 네 여자 친구 거지?” 말하고 나니 시연도 후회가 밀려왔다. 그녀가 마치 은범의 여자 친구를 신경 쓰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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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장소미는 이 근처에서 광고 촬영을 하고 있었고, 유건은 촬영장을 방문하다가 마침 시간이 남아 그녀와 함께 쇼핑하러 이곳에 오게 되었다. “오랜만에 쇼핑하네요. 신상이 나왔는지 모르겠어요.” 유건이 쇼핑에 별로 흥미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가 이렇게 함께 나와준 것만으로도 소미는 고마워했다. 소미는 그의 손을 놓고 고개를 들어 유건을 보며 말했다. “유건 씨, 저기 가서 앉아서 기다려요. 제가 금방 갈게요.” “그래.” 유건은 별로 흥미 없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소파 쪽으로 가서 앉았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진아는 속으로 놀랐다. ‘원래 고유건이 우리 시연에게 관심이 있는 줄 알았는데, 여자 친구가 있었구나. 더구나 그 여자 친구가 장소미였다니!’ ‘고유건 눈이 정말 멀었군!’ “어?” 소미의 시선이 진아가 보고 있던 드레스에 멈췄다. 진아가 조금 전에 예쁘다고 했던 바로 그 드레스였다. “와, 정말 예쁘다.” 그녀는 그 드레스를 꺼내 들고 유건에게 보였다. “유건 씨, 어때? 저 이거 한번 입어볼게요.” “응.” 유건은 멀리서 소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소미는 피팅룸으로 들어갔다. 유건은 다시 고개를 숙이려 했지만, 그 순간 그의 시야에 한 여인의 날씬하고 키 큰 모습이 들어왔다. 시연이었다. 키가 170cm에 가까운 시연은 날씬한 몸매에 캐러멜 색상의 긴 드레스를 입고 발목까지 내려오는 우아한 실루엣을 자랑했다. 어깨는 살짝 드러났고, 민낯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서 소녀다운 생기 넘치는 매력이 뿜어져 나왔다. 유건은 잠시 넋을 잃고 그녀를 바라봤다. 그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아내인 지시연은 타고난 외모를 지닌 사람이었다. “정말 예쁘세요.” 직원이 진심으로 감탄하며 말했다. “모델보다 훨씬 더 잘 어울리세요!” 시연은 살짝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과찬이세요.” “우와!” 진아는 두 손을 모아 반짝이는 눈으로 말했다. “시연, 너 정말 너무 예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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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흔히들 말하길, 같은 옷을 입는 것 자체가 무서운 게 아니라, 둘 중 누구 한 사람이 더 옷과 잘 어울리느냐가 문제라고 한다. 소미가 이 옷과 잘 어울리는지는 똑같은 옷을 입은 비교 대상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비교는 끝나버렸다. “허허.” 소미는 입꼬리를 억지로 올리며 어색하게 웃었다. “이 옷 별로인 것 같아요. 그냥 안 살래요...” 그녀는 얼른 옷을 갈아입으려 했다. “잠깐.” 유건이 그녀를 불렀다. “유건 씨?” 소미는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유건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의 시선은 마치 물결처럼 부드러웠다. “아주 예뻐. 사.” “하지만...” 소미는 살짝 애원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같은 옷을 입었잖아요.” “그게 뭐가 문제야?” 유건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카운터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 드레스, 전부 내가 살게.” 그리고 덧붙였다. “본사에 이 드레스를 전부 내리라고 해. 내 여자 친구는 다른 사람과 같은 옷을 입기 싫어하니까.” “저... 저기...” 직원은 깜짝 놀라며, 얼떨결에 같은 옷을 입고 있는 시연을 한 번 힐끗 쳐다보았다. 유건은 그 시선을 보자마자 가볍게 말했다. “저분한테 옷을 벗으라고 해.” “뭐라고 하셨죠?” 직원은 당황해 물었다. “벌써 말했는데.” 유건은 시연을 바라보며 한 글자 한 글자 뚜렷하게 말했다. “벗으라고.” 이번에는 직원이 확실히 들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오는 손님들은 모두 VIP였지만, G시에서 유건은 그중에서도 VVIP이었다.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고민할 것도 없었다. “알겠습니다, 고 대표님.” 직원은 시연에게 미안한 표정으로 다가갔다. “정말 죄송합니다만, 이 드레스를 벗어주실 수 있을까요? 다른 옷을 한번 보시는 건 어떨까요? 보상으로 모든 신상품을 30% 할인해 드리겠습니다. 괜찮으실까요?” 시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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