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60화

Penulis: 임공
흔히들 말하길, 같은 옷을 입는 것 자체가 무서운 게 아니라, 둘 중 누구 한 사람이 더 옷과 잘 어울리느냐가 문제라고 한다.

소미가 이 옷과 잘 어울리는지는 똑같은 옷을 입은 비교 대상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비교는 끝나버렸다.

“허허.”

소미는 입꼬리를 억지로 올리며 어색하게 웃었다.

“이 옷 별로인 것 같아요. 그냥 안 살래요...”

그녀는 얼른 옷을 갈아입으려 했다.

“잠깐.”

유건이 그녀를 불렀다.

“유건 씨?”

소미는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유건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의 시선은 마치 물결처럼 부드러웠다.

“아주 예뻐. 사.”

“하지만...”

소미는 살짝 애원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같은 옷을 입었잖아요.”

“그게 뭐가 문제야?”

유건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카운터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 드레스, 전부 내가 살게.”

그리고 덧붙였다.

“본사에 이 드레스를 전부 내리라고 해. 내 여자 친구는 다른 사람과 같은 옷을 입기 싫어하니까.”

“저... 저기...”

직원은 깜짝 놀라며, 얼떨결에 같은 옷을 입고 있는 시연을 한 번 힐끗 쳐다보았다.

유건은 그 시선을 보자마자 가볍게 말했다.

“저분한테 옷을 벗으라고 해.”

“뭐라고 하셨죠?”

직원은 당황해 물었다.

“벌써 말했는데.”

유건은 시연을 바라보며 한 글자 한 글자 뚜렷하게 말했다.

“벗으라고.”

이번에는 직원이 확실히 들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오는 손님들은 모두 VIP였지만, G시에서 유건은 그중에서도 VVIP이었다.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고민할 것도 없었다.

“알겠습니다, 고 대표님.”

직원은 시연에게 미안한 표정으로 다가갔다.

“정말 죄송합니다만, 이 드레스를 벗어주실 수 있을까요? 다른 옷을 한번 보시는 건 어떨까요? 보상으로 모든 신상품을 30% 할인해 드리겠습니다. 괜찮으실까요?”

시연은
Lanjutkan membaca buku ini secara gratis
Pindai kode untuk mengunduh Aplikasi
Bab Terkunci

Bab terkait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61화

    그날 밤, 유건은 BLUE을 찾았다. 부지하와 주정빈이 먼저 와 있었고, 한 달 넘게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유강석도 도착해 있었다. 세 사람은 테이블에서 마치 우아하게 차를 끓이는 척하고 있었다. 강석은 유건을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어머나, 우리 고 대표가 오셨네. 이 차 좀 맛보시게.” 유건은 차를 받아 들고 한 모금 마시면서 지하와 정빈을 가리키며 말했다. “강석이가 술집에서 차를 끓이고 있는데, 너희들은 그냥 내버려두고 보고만 있는 거야?” 지하가 웃으며 말했다. “막을 수 있어야 말이지. 요즘 우리 강석 도련님은 차에 빠져 있거든.” “허허.” 강석은 한숨을 내쉬며 유건 옆에 앉아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난 그저 할 일이 없어서 그러는 건데, 넌 다르지. 듣자 하니 내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고 대표는 본처와 첩을 동시에 얻었다던데.” “하하하!” “멋지다!” 주변의 남자들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유건은 그 친구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이 자식들, 날 비웃을 기회를 놓치지 않는군.’ “아이고.” 강석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유건에게 윙크를 보냈다. “고 대표, 진지하게 하나 물어보자, 본처가 더 좋아? 아니면 첩이 더 좋아?” 유건은 순간 멍해지며 잠시 침묵했다. “그게 질문이 될까?” 지하가 정빈과 마주 앉아 바둑을 두고 있었다. 방금 한 수를 놓으며 강석의 말에 대신 대답했다. “정실이 마음에 든다면 첩을 둘 필요가 있겠어? 하하하!” “맞아.” 강석도 지하의 말에 동의했다. 친구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유건의 결혼은 그의 할아버지 고상훈의 결정이었고, 유건도 어쩔 수 없이 한 것이었다. 유건이 자기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조차 귀찮아했던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신경 쓰지 마.” 강석은 유건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어르신께서 좋아하시니까 그냥 놔둬. 네 조건이면 마음속에 둔 사람을 놓칠 일 없잖아?” 유건은 강석을 흘겨보며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62화

    점심시간, 시연은 진아와 함께 점심을 먹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시연은 크게 하품했다. 진아는 그녀의 눈 밑 다크서클을 보고 물었다. “얼굴 왜 이렇게 피곤해? 몇 시 잤어?” “모르겠어, 아마도 새벽에.” 진아가 말했다. “알바하느라 몸을 너무 혹사하지 마. 건강이 우선이야.” “응, 알았어.” 시연은 속으로 죄책감이 들었다. 사실 그녀가 잠을 못 잔 건 번역 때문이 아니라... 눈만 감으면 유건의 커다란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어젯밤, 고유건이 정말 나에게 키스하려던 걸까?’ ‘그랬다면 어땠을까? 아니면 그게 아니었다면 또 어땠을까?’ “시연아.” 갑자기 누군가 그녀의 뺨에 손을 댔다. 진아였다. “얼굴이 이렇게 빨개? 열나는 거 아니야?” “아니야!” 시연은 깜짝 놀라며 어색하게 웃었다. “따뜻한 국물 먹어서 그런지 좀 덥네...” 점심 후, 시연은 진료실로 돌아왔다. 주하은이 그녀를 불러 세우며 말했다. “시연아, 양석현 교수님이 너 돌아오면 교수님 방으로 들어오라고 하셨어. 지금 안에 계셔.” “알았어.” 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흰 가운을 입고 들어가려 했다. “시연아.” 주하은은 그녀를 잡아당기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장성산 교수님도 함께 계셔. 양석현 교수님과 함께 문광수 과장님을 만나러 갔는데, 상황이 안 좋아 보여...” 그 말을 듣자 시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문광수는 외과 과장으로, 내년에 은퇴할 예정이다. 양석현과 장성산은 부과장으로, 두 사람은 과장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었다. 그래서 둘 사이는 언제나 불편했다. 양석현은 실무 능력이 뛰어났고, 장성산은 탁월한 연구 실적을 내는 사람이었다. 양석현은 장성산을 무시했고, 장성산은 양석현을 질투했다. 특히 얼마 전 고유건이 부상으로 응급실에 입원했을 때, 그날 밤 장성산이 2차 당직을 맡고 있었다. 특수한 상황이 발생하면 양석현 혼자 감당하지 못할 때 장성산에게 도움을 청할 수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63화

    차는 많은 양의 배기가스만 남기고 부릉거리며 떠났다.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던 시연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렸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는 웃음을 터트렸다. “하... 정말 속이 좁네!” 시연은 윤건이 아까 칭찬한 드레스를 내려다보았다. ‘설마 고유건이 아직도 내가 장소미와 같은 드레스를 골랐던 일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게 아니겠지?’‘정말이면, 고유건은 장소미에 완전히 빠졌구나!’ ... 시연이 BLUE에 도착했을 때, 1층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 하고 있었다. “잠깐만요! 엘리베이터 좀 기다려 주세요!” 시연은 급히 뛰어가며 외쳤는데, 순간에 멈칫했다. 엘리베이터 안에 유건이 서 있었다. 그도 여기에 온 것이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유건의 마음은 복잡했다. ‘지시연이 이런 옷을 입고 BLUE에 온 건, 그 드레스를 사준 남자를 만나러 온 거겠지?’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손을 들어 닫힘 버튼을 눌렀다. 뒤에서 지한이 당황했다. “형님!” 시연이 막 엘리베이터에 들어서려는 순간, 문이 차갑게 그녀 앞에서 닫혔다. 시연은 엘리베이터 문을 손으로 치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고유건!!!” 할 수 없이 그녀는 다음 엘리베이터를 기다려야 했다. 시연이 도착했을 때, 양석현은 이미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 있었다. 그는 학자로서 일에만 몰두하는 사람이었고, 고객을 접대하는 이런 자리에서 요령도 하나 없이 거절하지도 못하고 상대방이 권하는 대로 술을 다 마시고 있었다. 시연은 깊은숨을 한 번 들이쉬고 앞으로 나섰다. “교수님, 늦어서 죄송해요.” 시연이 도착하자마자 남자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 그리고 한 남자가 입을 열었다. “양 교수님, 이 아가씨가 교수님의 제자입니까?” 양석현이 대답했다. “네, 제 가장 뛰어난 제자 지시연 선생입니다.” “정말 대단하군요. 젊고, 게다가 여자가 이렇게 예쁘기까지 하다니.” 다른 한 남자가 술잔을 들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64화

    호보창조차 돌아서서 웃음을 지었다. 쩔쩔매며 아첨하는 모습은 아까의 거만한 모습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고 대표님, 죄송합니다. 여기서 약간 문제가 생겨서요. 바로 해결하겠습니다.” 그러면서 시연을 재촉했다. “지 선생,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예요?!” “아...” 시연은 순간 멍해졌다. 호보창이 말한 ‘고 대표님’이 바로 고유건이었다. ‘고유건도 이 자리에 있었다니!’ 시연이 다시 술잔을 들기 전에, 유건이 손을 들어 그녀를 가리켰다. “너, 이리 와.” 시연의 심장이 갑자기 쿡 찌르는 듯했다. 그가 자신을 부르는 것일까? “다른 사람 보지 마.” 유건의 낮고 나른한 목소리에는 미소가 서려 있었다. “너 말이야, 이리 와.” 방 안의 모든 시선이 다시 한번 시연에게 쏠렸다. 시연의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도대체 나에게 뭘 하려는 속셈이지?’ 순간에, 룸에서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유건은 옅게 웃으며 말했다. “왜, 말을 못 알아들어?” 호보창은 안달이 나서 시연의 허리를 살짝 밀며 말했다. “지 선생, 뭘 멍하니 서 있어요? 고 대표님이 부르는 거 못 들었어요?” 시연은 어쩔 수 없이 유건 앞까지 걸어갔다. “고 대표님.” “응.” 유건은 느긋하게 시연을 한 번 쳐다보며 말했다. “와서 술 따라.” 그의 의도를 전혀 알 수 없었고, 많은 사람 앞이기도 해서 시연은 순순히 따를 수밖에 없었다. 시연은 웨이터에게서 술병을 받아 들고 말했다. “제가 따를게요.” 그러고 나서 유건 쪽으로 다가갔다. 오늘 시연은 샤넬의 시즌 최신상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얇은 두 줄의 끈이 어깨에 걸쳐져 있었으며, 우아한 쇄골과 가슴선이 살짝 드러나 보였다. 유건의 목울대가 불편하게 움직였고, 그는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시연은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그의 무릎 위에 앉은 꼴이 되어버렸다. “고... 대표님?” 유건은 그녀를 꼭 붙잡고, 얼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65화

    그 자세를 유지한 채, 유건은 고개를 들어 호보창을 바라보았다. 유건의 눈에서 차가운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호보창은 이미 겁에 질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이제 와서 고유건이 지시연을 눈여겨봤다는 걸 몰랐다면, 그는 지금까지 헛살았던 셈이다. ‘비록 내가 먼저 그 지시연이라는 의사를 마음에 두었지만, 만약 지금 내가 고유건이 눈에 둔 이 여자 의사를 건드리면, 나중에 고유건이 나한테 따지고 들겠지? 그때는 내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거야!’이렇게 생각하자 호보창이 시연에 대해 갖고 있던 마음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고, 고 대표님.” 유건은 눈을 살짝 움직이며 양석현을 가리키고는 차갑게 말했다. “G시 최고의 외과 교수님을 곤란하게 만드는 거야? 존경받아 마땅한 학자를 이 정도로 모욕한 건 너무 심하지 않나?” “네, 제 잘못입니다.” 호보창은 속으로 불만이 가득했다. ‘어차피 저 학자는 내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인데!’ 유건은 시연의 가느다란 허리를 살짝 감싸며 그녀와 함께 일어섰다. 그리고 양석현을 향해 말했다. “양 교수님, 더 이상 여기서 이런 고생은 하지 마세요. 후원금 건은 제가 따로 연락 드리겠습니다.” 양석현은 깜짝 놀라 시연을 바라보았다. “이건, 이건...” 시연도 놀라서 유건의 팔을 잡아당겼다. “고 대표님?” 유건은 그녀의 손목을 잡으며 물었다. “다시 말해야 해?” “아니요, 그게 아니고요...” “그럼 가요.” 유건은 그녀를 이끌고 밖으로 나가며 정민환에게 지시했다. “양석현 교수님을 집까지 모셔다드려.” “네, 형님.” 방 안은 침묵에 빠져 있었고,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민환이 양석현과 함께 떠나고 나서야 호보창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 양 교수가 정말 훌륭한 제자를 얻으셨군!” ... BLUE을 나와서도 유건의 차에 탄 시연은 계속 말 한마디 하지 못했다. 유건의 속마음을 전혀 읽을 수 없었기 때문이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66화

    ‘마침, 할아버지도 곧 퇴원하시고. 이혼 이야기도 다시 꺼내야 할 것 같은데.’한편, 시연은 기숙사로 뛰어 들어가자마자 문을 닫고, 갑자기 뺨을 감쌌다.“세상에!”‘방금 그건 꿈이었을까? 아니면 정말로 일어난 일일까?’ ‘고유건이... 나에게 키스하다니!!’‘근데 왜? 고유건이 장소미를 사랑하는 거 아니었나? 그럼 조금 전 나한테 한 건, 그냥 장난친 건가?’지금 시연의 입안에는 아직도 희미하게 유건의 입술이 남긴 술 내음이 남아 있었다.‘그래서, 술에 취해서 그런 짓을 한 건가?’시연은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느라 가슴을 꾹 눌렀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고 있었고, 동시에 뭔가 시리고 답답한 느낌이었다....며칠 후, 아침에 시연은 고상훈의 전화를 받았다.“할아버지.”고상훈이 웃으며 말했다.[시연아, 바쁘니?]“낮에는 일해요.” 시연이 솔직하게 말했다. “오후 5시 반에 퇴근해요.”[그래, 할아버지가 오늘 퇴원했거든. 너와 유건이가 이렇게 오래 같이 있었는데, 오늘 저녁에 가족끼리 같이 저녁 한 끼 먹는 게 어떻겠니?]“그럴게요.”시연은 바로 대답했다. 그리고 고상훈은 덧붙였다.[유건이한테는 네가 연락해서 말해줘야겠구나.]시연은 고상훈의 청을 거절하고 싶었다. 유건에게 전화하는 것도 싫었다. 그가 자신에게 키스했다는 생각만 해도 온몸이 불편했기 때문이다.그러나 고상훈은 시연에게 거절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그럼 그렇게 알고 끊으마. 할아버지는 집에서 너희를 기다릴게.]전화를 끊은 시연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크게 쉬었다. 결국 유건에게 직접 전화해야 했기 때문이다.그녀는 연락처를 뒤져 유건의 번호를 눌렀다.그러나 유건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시연은 유건이 아마도 바쁘겠거니 생각하고 메시지를 보냈다.[고유건 씨, 할아버지가 오늘 저녁에 같이 저녁 먹자고 하셨어요.]하루 종일 바쁜 일과가 지나간 뒤, 오후 5시 반이 되자 시연은 옷을 갈아입고 퇴근길에 나섰다.핸드폰은 여전히 조용했다. 오늘 유건은 시연에게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67화

    자신의 이름이 언급되자, 시연은 더욱 긴장했고, 작은 얼굴이 창백하게 굳어졌다. 유건은 시연의 긴장감을 눈치채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지금 지시연이 겁내는 거야? 이혼하기 싫어서 그런 걸까? 이렇게까지 이 결혼을 지키고 싶은 건가?’ 고상훈은 한참 동안 말이 없다가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너와 시연이가 어떻게 한다는 건지 다시 말해 보거라!” 유건은 갑자기 마음을 바꾸었다. “제가 하려던 말은요, 원래는 할아버지가 병원에서 조금 더 요양하시길 바랐는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퇴원하셨나 싶어서요.” “난 또 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있는 줄 알았지.” 고상훈은 약간 못마땅해하며 말했다. “병원에 너무 오래 있으니 멀쩡하던 사람도 환자가 다 될 지경이야. 병원이든 집이든 요양하는 것은 마찬가지일 텐데, 맞지, 시연아?” “네.” 시연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분이 좋으면 몸에도 좋을 거예요. 저도 방금 확인했는데, 간병인들이 정말 잘 보살피고 있어서 문제없을 거예요.” 그녀가 뒤에 하는 말은 유건을 향한 것이었다. 그때 가정부가 와서 말했다. “저녁 준비가 다 됐습니다.” “그럼 우리 가족 다 함께 저녁을 먹자꾸나.” 식사 시간 동안 시연은 고상훈의 기분을 맞추며 분위기를 조율했고, 고상훈은 오랜만에 반 공기나 되는 밥을 먹고 국도 한 그릇 다 마셨다. 고유건은 그 장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할아버지가 정말 시연이를 좋아하시는구나!’‘할아버지 때문에 이혼 이야기는 잠시 미뤄야겠어...’ 식사가 끝난 후 유건이 말했다. “시간이 늦었으니 저희는 이제 돌아가 보겠습니다...” “어딜 가려고?”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고상훈이 말을 받으며 웃음을 지었다. “오늘 밤은 여기서 자고 가라. 방은 이미 가정부들에게 준비시켜 놓았단다.” 시연은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유건은 더 격한 반응을 보이며 말했다. “할아버지! 그건 안 돼요. 저희는...” “너희는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68화

    “소리 내!” 유건의 얼굴에 열기가 도는 가운데, 그는 시연에게 명령했다. 시연은 입을 열었지만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빨리 해!” 유건이 재촉했다. “네가 뭐 순결을 지키는 처녀도 아니고, 그런 소리 하나 못 내?” 유건의 말을 듣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답답한 가슴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것 같았다. 시연은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아... 으아...” 유건은 순간 얼이 빠졌다. “그게 무슨 소리야? 네가 남녀관계에서 어떤 소리를 냈는지도 기억 못 해?” ‘그때는 아주 격렬했잖아? 거기가 심하게 찢어지는 상처를 입을 정도였는데!’“나...” “됐어!” 유건의 눈빛이 어두워지며 시연을 바라봤다. “네가 아까 내가 필요하면 뭐든 해준다고 했지?” “네.” 시연은 머뭇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고유건 씨는 지금 뭘 하려고요?”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건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시연의 목에서 가는 신음이 터져 나왔다. 유건은 시연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키스하고 있었다! “음... 하...” 시연의 심장이 갑자기 두근거리기 시작했고,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녀도 자신의 소리에 놀랐다. ‘이게 정말 내가 낸 소리 맞아? 어떻게 이렇게 수치스러운 소리를 낼 수 있지!’ 그녀의 소리는 유건의 신경을 자극했다. “너, 경험이 많다며? 그런데 이렇게 쉽게 반응해? 겨우 키스 한 번일 뿐인데...” “당신...” 시연은 수치심과 분노에 휩싸여 그를 밀어내려 했다. “움직이지 마!” 유건은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할아버지가 아직 밖에 계셔! 걱정하지 마, 그냥 키스일 뿐이야. 네가 소리를 제대로 냈다면 내가 이런 희생까지 할 필요가 없었을 텐데.” 시연은 놀라며 그를 바라봤다. ‘본인이 희생한다는 말이 대체 무슨 뜻이야?’ 남자의 키스는 계속 이어졌다. 유건의 코끝에 시연의 향기가 가득했다. ‘이 향기..

Bab terbaru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453화

    기환은 시연의 얼굴이 창백해지는 걸 보고 급히 손을 뻗었다. “형수님, 괜찮으세요?” 시연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나는 괜찮아. 근데... 내가 한때 사랑했고, 지금도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는 그 사람이...’‘그 사람이 병들었어. 그것도, 너무 많이...’기환은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아, 시연을 본가까지 바래다주었다. 왕성애와 이호민에게 그녀를 맡긴 뒤, 유건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형님, 형수님이 노은범 사장님을 만난 건 아니지만, 진료차트를 보고 오셨습니다.” [알겠어.]전화를 끊은 유건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노은범이... 우울증이라니...’ 그날 밤. 유건이 본가로 돌아왔을 때, 시연은 이미 잠든 상태였다. 그는 조용히 침대 옆에 앉아 그녀를 바라보았다. 여자의 눈가가 살짝 부어 있었는데, 많이 운 모양이었다. ‘내 아내가... 다른 남자를 위해 울다니.’ “됐어.” 유건은 낮게 중얼거렸다. “이번만 봐준다. 딱, 이번 한 번만.” ...그 시각, 장소미는 하루 종일 병원에 있다가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왔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들려오는 건, 장미리의 날카로운 고함이었다. “말 좀 해봐요! 당신, 벙어리라도 된 거예요?” 며칠 전 퇴원한 지동성은 간 이식 대기 중이라, 당분간은 외래 치료로 버티고 있었다. “뭘 자꾸 설명하라는 거야?!” 지동성은 피곤한 얼굴로 짜증을 냈다. “분명히 말했잖아. 난 아무 짓도 안 했다고.” “하? 아무 짓도 안 했다고요?” 장미리는 헛웃음을 지으며 비웃었다. “지금 그런 말이 나와요? 당신, 사람을 기만하는 재주 하나는 정말 기가 막히네요!” 그때, 소미가 들어왔다. “엄마, 아빠, 또 왜 그러세요?” 부부싸움이 일상이 된 이 집안에서, 소미는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소미야!” 장미리는 다급히 딸을 붙잡고, 손가락으로 지동성을 가리켰다. “너 잘 왔다. 엄마 좀 도와줘. 너희 아빠...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452화

    심재규에게서 들을 수 없었던 것들, 시연은 스스로 다 알 수 있었다. “그건...” 기환이 아직도 망설이자, 시연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같이 가요. 제 말이 거짓말이라면... 당장 절 묶어서 끌고 가세요.” 그러곤 간절히 덧붙였다. “부탁이에요, 기환 씨, 은범이는... 제 친구예요. 지금 많이 아픈 것 같아요. 아주 심하게.” “그럼, 알겠습니다.” 시연의 간절함에 결국 기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혹시라도 시연이 은범을 직접 만나게 될까 봐, 기환은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뒤따르며 그녀를 지켜보았다. 시연은 익숙하게 응급 외과로 향했고, 은범의 진료차트를 어렵지 않게 열람할 수 있었다. 그녀는 차트를 넘기던 손을 멈췄다. 병력, 과거력란에서 시선이 멈췄다.‘우울증 병력, 3년?’‘왼쪽 손목 자해 흉터... 영구적 손상?’그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말문이 막히고, 가슴이 뻐근했다. 옆에 있던 당직 간호사가 말을 걸었다. “지 선생님, 지인분이세요?” “네.” 시연은 애써 미소를 지었다. “잘 부탁드릴게요. 많이 도와주세요.” “물론이죠.” 간호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다행히 외상은 크지 않아요. 아직 젊으니까 회복도 빠르고요. 근데...” 간호사의 말투가 조심스러워졌다. “우울증이 꽤 심해요. 밤새 잠도 못 자고, 반복 행동도 있고... 오늘 정신과 교수님도 다녀가셨어요. 좀 나아진 것 같긴 한데...” 그 뒤로는 아무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시연의 머릿속은 엉망이 되었다가, 이내 텅 비어버렸다. “부탁드릴게요. 정말...” “걱정하지 마세요, 지 선생님.” 진료차트를 돌려주고, 시연은 그대로 몸을 돌려 병실을 빠르게 벗어났고, 끝내 은범과 만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기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서둘러 그녀를 따라갔다. 시연은 점점 걸음을 재촉했고, 이내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시연이? 우리 시연이, 너무 오랜만에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451화

    “네.” 유건이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딱히 움직임은 없어요. 아마, 자기들 살기 바쁠 거예요.” 고상훈은 안도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할아버지.” 때마침 시연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수술 날짜 정해졌어요. 이번 주 금요일인데, 그날은 할아버지 한 분만 수술이 잡혀 있어서 양석현 교수님께서 직접 집도하실 거예요. 물론 저도 양 교수님 곁에서 그분을 도와드릴 거고요. 할아버지, 제가 같이 있어 드릴게요.” “그래, 잘 됐구나.” 고상훈은 눈이 휘어지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착한 손자며느리가 옆에 있는데, 내가 뭐가 무섭겠냐.” 수술 이야기를 마친 뒤, 유건은 먼저 병원을 나서 회사로 향했다. 시연은 고상훈 곁에 조금 더 머물다가 병실을 나섰다. 그런데 복도에서 뜻밖의 인물을 마주쳤다. 심재규였다. 그는 유건이 우주를 위해 따로 모셔 온 정신과 교수였다. “심 교수님?” “사모님.” 심재규 역시 시연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이 시간이라면, 그는 분명 태산요양병원에 있어야 할 터였다. 그래서 심재규도 급히 해명했다. “오늘 진행해야 할 우주 군의 치료 일정은 모두 끝났습니다. 요양병원을 떠나기 전에 최예민 선생님께 인수인계도 다 해뒀고요.” “혹시라도 상황이 생기면 바로 연락받을 수 있을 겁니다. 저는 급한 볼일이 생기는 바람에... 바로 처리하고 돌아갈 겁니다.” 시연은 손을 내저었다. “교수님, 긴장하지 마세요. 따지러 온 건 아니니까요.” 그 말투와 표정이 진심처럼 느껴져, 심재규는 안도한 듯 숨을 내쉬었다. “사실은... 제 환자 중 한 분이 지난번에 다쳤는데, 이후로 통 진료를 받으러 못 오셔서요. 시간 날 때 한번 보려고 들렀습니다.” “환자 보러 오신 거였군요?” 같은 의료인으로서, 시연은 그런 의사들을 가장 존경했다. ‘역시 심 교수님은 진짜 의사야.’ “교수님처럼 진심으로 환자를 생각하시는 분께 뭐라 할 이유는 없죠.” “사모님, 과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450화

    유건이 이렇게까지 많은 걸 해줬는데, 시연은 자신이 적어도 고맙다는 인사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아...”시연은 깊이 한숨을 내쉬며 속으로 자신을 나무랐다.‘너무 쉽게 마음이 흔들려...’‘다짐했잖아. 더 이상 마음을 주지 않겠다고...’결국, 그녀는 선물을 주지 않기로 했다.그리고 상자를 덮고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유건이 돌아왔을 때, 욕실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시연이 샤워 중이라는 걸 알기에 방해하지 않고 옷을 갈아입은 후, 소파에 앉았다.그때, 테이블 위에 놓인 작은 상자가 눈에 띄었다.“이건 뭐지?”그는 무심코 그것을 집어 들었다.손바닥 크기의 작은 상자였다. 시계 상자처럼 보였다.그는 별다른 생각 없이 열어보았다.그런데 시계가 아니었다.황동으로 만들어진 반듯한 네모의 그 물건은, 라이터였다.손안의 정교한 그 물건은 표면이 매끄럽게 연마되어 있었고, 바닥에는 작은 영문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To H.]그는 무심코 속삭였다.“To H?”그 순간, 유건의 눈이 흔들렸다.‘H?’‘‘husband’? 나잖아?!’‘나한테 주는 선물인가?’‘하긴, 이 방에서 나한테 이런 선물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또 누가 있겠어?’이렇게 생각하자마자, 유건은 바로 떠올렸다.시연이 직접 자신의 생일 선물을 준비했다던 기환의 말을. ‘설마... 이건가?’유건은 손아귀에 서서히 힘을 주며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그때, 욕실 안에 샤워기 소리가 멈췄다.시연이 욕실에서 나왔고, 곧바로 유건의 시선을 마주했다.그리고 남자가 손에 들고 있는 것을 보았다.그 순간, 당황스러움에 시연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그녀는 급히 달려갔다.“유건 씨...!”“응?”유건은 웃으며 대답했고, 팔을 높이 들어 올렸다.“괜히 애쓰지 마. 당신, 나보다 키 작은 거 알잖아. 뺏을 수 있겠어?”시연도 그걸 알고 있었다.‘이런 걸 운명이라고 하는 건가...’그녀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는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449화

    결국, 유건은 시연을 빠르게 차에 실려 집으로 향했다....침실 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바닥에는 남성 재킷, 넥타이, 여성 숄 등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시연은 침대에 누운 채 꼼짝도 하기 싫었다.그러나 몸이 끈적거려 너무 불편했다.“저기...”눈도 뜨지 않은 채, 옆에 있는 남자를 발끝으로 살짝 툭 찼다.“안 씻어요?” 시연은 깔끔한 걸 좋아했고, 유건도 마찬가지였다. “당신이 먼저? 아니면 내가 먼저?”시연은 눈을 부릅뜨며 노려봤다.“나 혼자 씻으라고요?”‘지금 내 상태를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나?’“푸흣... 하하, 알았어.”유건은 기꺼이 시연을 안아 들고, 여자를 번쩍 안아 욕실로 향했다.그가 시연을 씻겨 주는 건 처음이 아니었다.사실, 처음부터 유건이 먼저 나섰다.그는 이런 부부간의 애정 표현을 꽤 즐기는 편이었다.하지만, 이번만큼은 이런 일이 그에게 일종의 ‘고통’이나 다름없었다. 유건은 갑자기 고개를 숙여, 시연의 입술을 깨물듯이 키스했다.“아얏, 아파요...”시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투덜댔다.“왜 깨물어요?”유건은 대답 대신 입술을 따라 천천히 입맞춤을 퍼부었다.“우리 아기는 언제 태어나지?”‘응...?’‘설마... 그것도 모른다고?’유건은 고개를 젓다가 피식 웃었다.“이 아이, 나중에 정말 효도해야 해.”그는 자조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이 녀석 때문에 내가 얼마나 힘든지...”그 순간, 시연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푹 잠든 후, 다음 날 아침.오늘은 출산 검진을 받으러 가는 날이었다.보통 이 시기의 임산부는 한 달에 한 번만 검진을 받으면 되지만, 시연의 초기 상태가 다소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오선화는 특별 지시를 하여 일주일에 한 번 검진을 받도록 했다. 이번에 유건은 시연과 함께 병원에 동행했다.여러 가지 검사를 마친 후, 오선화와 유건은 또다시 시연을 피해 따로 이야기를 나눴다.“확실히 좋아졌습니다.”오선화는 차트를 보며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지난번보다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448화

    “어떻게 그래요?”시연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웃었다.“교수님께서는 늘 저를 위해 힘써 주셨잖아요. 감사한 건 저예요. 정말 감사합니다, 교수님.”“나한테 감사할 거 없어.”양석현은 눈가가 촉촉해지며 말했다.“감사해야 할 사람은 너 자신이야. 역경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끝까지 버텨냈으니까.”“네...”시연은 목이 메어 끄덕였다.양석현은 흐뭇하게 미소 지으며 덧붙였다.“만약 대학원 입학 특별전형 대상자로 선정되면, 너는 강울대병원 인턴으로 근무할 기회를 얻게 돼. 그렇게 되면, 학업도, 경력도 한층 더 안정될 거야. 결과를 기다려보자꾸나.”“네.”...양석현 교수 연구실을 나서자, 시연의 주머니 속 핸드폰이 계속 진동했다.너무 기쁜 나머지, 누구에게서 온 전화인지 확인도 안 한 채 곧바로 받았다.“여보세요?”[여보.]유건이었다.[퇴근했어? 나 지금 병원 앞이야.]“아, 그래요? 곧 갈게요.”전화를 끊자마자, 시연은 빠르게 계단을 내려갔다.건물 출입문을 나서자, 유건이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시연은 발걸음을 더욱 재촉하며 거의 뛰다시피 남자에게 달려갔다.“뛰지 마!”유건이 급히 말렸지만, 시연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품으로 뛰어들었다.허리를 감싸 안고, 남자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유건은 순간 얼어붙었다. 마치 몸이 굳어버린 듯했다.하지만 곧 손을 뻗어 여자의 얼굴을 살폈다.“뛰지 말라고 했잖아. 말을 안 듣네?”“유건 씨.”시연은 고개를 들었다.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지만, 눈물방울이 눈가에 가득 맺혀 있었다.그리고 곧,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여보?!”유건은 당황하여 손발이 엉켜 허둥댔다.“갑자기 왜 울어?”‘병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선배한테 혼났어? 동료가 괴롭혔어? 아니면, 환자가 당신을 힘들게 했어?”그러나 시연은 계속 울기만 했고, 대답이 없었다.“말해봐!”유건은 점점 초조해졌다.“대체 어떤 개XX가 널 울렸어?!”“아, 아니에요.”시연이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447화

    유건은 핸드폰을 쥔 채, 무의식적으로 발코니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주저하다가 조용히 입을 뗐다.“소미 씨, 미안해. 난 못 갈 것 같아.”[네?]소미는 당황했는데, 유건이 거절할 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부탁한 건, 거의 다 들어줬던 사람이었으니까. 게다가 두 사람 사이에는 ‘오랜 세월 쌓인 정’까지 있었는데...[왜요?]“미안해.”유건은 차분하게 말했다.“우주가 이제 막 퇴원했어. 아직 회복 중이라 시연이도 신경이 예민한 상태야. 난 두 사람 곁을 지켜야 해.”[아...]소미는 속으로 차갑게 웃었다.‘지시연 곁을 지켜야 한다고? 하루 24시간 내내?’‘둘은 이미 부부가 됐는데, 매일 함께 있는 걸로는 부족해서, 단 몇 시간조차 시간을 낼 수 없다는 거야?’ 소미는 손을 꼭 쥐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래요? 이해해요. 그래야죠.]“그날엔 지한을 보낼게.”유건은 덧붙였다.“걱정하지 마. 소미 씨가 그 바닥에서 가볍게 보이는 일은 없을 거야.”[그래요. 고마워요.]전화를 끊자마자, 소미는 들고 있던 핸드폰을 힘껏 던졌다.핸드폰이 벽에 부딪혀 땅에 떨어졌다.“신경이 예민하다고?”그녀는 씁쓸하게 웃었다.‘그래? 그럼 내 마음은...?’‘지시연 곁을 지켜주겠다고? 그럼 나는?’ ...조용한 나날이 흐르던 어느 날.퇴근 시간이 가까워질 무렵, 시연은 양석현 교수에게 호출받았다.“교수님.”“오, 시연이 왔구나!”양석현 교수는 무척 기분이 좋아 보였다.아니, 오히려 들뜬 기색이었다.“어서 앉아! 임신 중인 너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고 대표님이 나를 탓할 거 아니야!” “무슨 일이신데요?”시연은 피식 웃으며 앉았다.“제가 그 정도로 깜짝 놀랄 일이에요? 저, 그 정도로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은 아니에요.” “아니, 네 나이 또래라면 누구든 놀랄 만한 소식이야.”양석현은 의미심장하게 말을 돌렸다.“솔직히 말하면, 너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이 단 한 번도 경험하지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446화

    유건이 본 것은 시연이 가져온 꽃과 묘비 위의 사진이었다. 사진 속 여자는 젊었고, 눈매와 이목구비가 시연과 닮아 있었다.그는 시선을 아래로 내린 후, 묘비에 적힌 글귀를 읽었다. “하... 이제 모든 게 명확해졌네”유건은 냉소하며 발끝에서부터 냉기가 스며들었다.그리고 단숨에 시연이 오늘 찾아온 사람이 누구인지 깨달았다.바로 ‘부명주’라는 사람이었으며, 그녀는 시연의 친어머니였다.그는 천천히 시연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분이 네가 말한 ‘어르신’이야?”남자의 눈빛이 차가웠다.“지금, 내 앞에서 한번 불러보지 그래? ‘이모’라고.” 시연은 눈을 감았다가 뜬 후, 담담하게 말했다.“우리 엄마예요. 오늘은 엄마의 기일이고요.”“이제야 말하네?”유건의 분노가 폭발했다. 얼굴이 굳어지고, 감정이 격해져 제어할 수 없었다.그리고 짜증스럽게 발을 구르더니, 마지막엔 참지 못하고 욕설까지 터져 나왔다.“씨X, 난 완전 바보였네! 지시연, 넌 대체 나를 뭐로 생각하는 거야?”시연은 고개를 숙였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시연, 난 네 남편이야!”법적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두 사람은 부부였다.결혼식도 했고, 부부로서 관계도 맺었다.그런데 장모 기일에, 묘지까지 왔으면서도 유건은 제지당하고 말았다.“설명해. 왜 거짓말했어? 왜 날 못 오게 했어?”시연은 두 손을 꼭 모아 쥐고, 천천히 말했다.“당신을 오게 하면... 우리 엄마한테 어떻게 소개해야 하죠?”“뭐...?”유건은 어이없어졌고, 시연은 이어서 말했다.“엄마한테 ‘이 사람이 내 남편이에요, 엄마의 사위예요’라고 해야 하나요?”“아니, 당연한 거잖아.”유건이 답했다.“하지만...”시연은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난 일 년에 최소 다섯 번은 여기에 와요. 설, 한식, 추석, 그리고 생일이랑 기일...”그러다 목소리가 서늘해졌다.“그런데 다음번에 올 때, 내가 혼자라면요...?”“여보...”유건은 갑자기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그러나 시연은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445화

    “...미안하다.”지동성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아빠가 잘못했다. 깊이 생각하지 못했어.”“됐어요.”시연은 짜증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사과한다고 우주가 다치기 전으로 돌아가나요?”“시연아... 아, 맞다.”지동성이 무언가를 떠올린 듯 지갑을 꺼내어 카드를 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지난번에 주려던 거야. 받아.”시연이 움직이지 않자, 그는 다시 설득했다.“필요할 거야.”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렇게 중요한 날에 너 혼자 왔구나. 고 대표는 네 곁을 지키지 않았어, 그 말인즉슨, 그 사람은 널 충분히 아끼지 않는다는 거야. 그런 두 사람의 관계가 오래갈 것 같니? 고씨 가문을 떠나게 되면, 너는 돈이 필요할 거야.” 시연은 잠시 흔들렸다.왜냐하면 지동성이 한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사실 따지고 보면, 지동성 집안의 재산 중에는 시연과 우주의 몫도 있는 게 맞았다.“시연아, 받아. 거절하지 말고.”그때, 뒤에서 깊고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럴 필요 없습니다.”...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시연은 긴장했다.뒤를 돌아보자, 유건의 모습이 보였다.그녀는 반사적으로 유건의 앞을 가로막았다.즉, 묘비를 보지 못하게 하려는 듯했다.“왜 왔어요? 기다리라고 했잖아요.”유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왜 오면 안 되는데?”‘안 왔으면, 내 와이프 딴 남자한테 뺏겼을지도 몰라.’그는 거리를 두고 지켜보고 있었다.멀리서도 지동성이 서 있는 걸 볼 수 있었고, 두 사람이 얘기하는 것도 알 수 있었다.처음에는 시연과 지동성이 친척과 같은 관계라고 하니, 지동성이 두 마디 정도하고 간다면 유건도 이해할 참이었다. ‘가족 같은 사이니까, 그냥 몇 마디 하는 거겠지.’하지만, 지동성은 계속 떠날 기미가 없었다.‘뭐야, 카드까지 내밀고 있잖아?’유건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그는 시연의 손목을 잡아 그녀를 자신의 뒤로 숨겼다.그리고 지동성을 향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지 사장님, 아내도 따

Jelajahi dan baca novel bagus secara gratis
Akses gratis ke berbagai novel bagus di aplikasi GoodNovel. Unduh buku yang kamu suka dan baca di mana saja & kapan saja.
Baca buku gratis di Aplikasi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