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훈은 이미 의식을 회복한 상태였고, 그의 주름진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그는 지금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지금은 말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시연은 고상훈이 어떤 심정인지 금방 눈치챘다. “할아버지, 유건 씨는 괜찮아요. 유건 씨의 부상은 제가 다 확인했고, 제가 계속 돌보고 있어요. 저를 믿으셔야죠.” 고상훈은 알겠다는 의미로 눈을 몇 번 깜박였고, 얼굴에 안도하는 표정이 떠올랐다. 유건은 시연의 말을 듣고 옆으로 다가와, 고상훈의 손을 덥석 잡았다. “할아버지, 저 왔어요. 보세요, 저 이렇게 멀쩡하잖아요.” 고상훈은 힘겹게 무언가를 말하려 했다. “할아버지, 말씀해 보세요” 고상훈은 천천히 시연의 손과 유건의 손을 잡아 함께 포개어 놓았고, 그 뜻은 분명했다. 그는 두 사람이 부부로 행복하게 살아가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유건은 목이 메며 목구멍에 돌이 걸린 듯한 기분이었다. “할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잘 지내고 있어요.” 고상훈은 너무나도 기력이 약해져 있었던 터라, 유건의 말을 들은 후 안도하며 눈을 감았다. “할아버지 좀 더 쉬셔야 해요.” ... 병실을 나서며 문을 닫자, 시연이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 상태는 위험해 보였지만, 사실...” 유건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 “그거 말고, 나한테 더 할 말 없어?” “무슨?” 시연은 어리둥절했다. 순간, 유건의 그림자가 그녀 위로 드리워졌다. 유건은 강한 힘으로 두 팔 벌려 시연을 꽉 끌어안았다. 한 손으로 시연의 허리를 감싸고, 다른 손은 등을 받치며 그녀를 품에 안았다. 유건의 품은 단단하고 따뜻했으며, 희미한 페퍼민트 향의 향수가 배어 있었다. 시연은 두 손을 아래로 내리고 온몸이 굳어버린 채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고유건 씨?”“응.” 유건은 머리를 그녀의 어깨에 기댔다. 마치 어른에게 기대고 싶어 하는 어린아이처럼 보였다. “잠깐만,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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