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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Author: 임공
시연은 손목을 살짝 비틀며 유건에게 손을 놓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이제 가도 돼요?”

“어디로?”

유건의 목소리는 여전히 싸늘했다.

이제 시연도 화가 나기 시작해서, 입을 꾹 다문 채 말했다.

“고유건 씨, 대체 저한테 왜 화내는 건데요? 밥 먹자고 해놓고 날 화장실에 두 시간이나 가둬놨잖아요.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화내야 할 사람은 제가 아닐까요?”

유건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시연의 말이 너무 당연해서 딱히 반박할 말이 없었다. 유건의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유건 스스로도 왜 화를 내는지 알지 못했다. 심지어 왜 시연을 화장실에 밀어 넣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저 그 순간, 본능적으로 그렇게 행동했을 뿐이었다. 이후로 후회와 자책, 그리고 분노가 뒤섞여 현재의 감정 상태를 만든 것이었다.

“하...”

시연은 한숨을 쉬며 유건에게 미소를 지었다.

“농담이에요. 저 화 안 났어요. 그런 상황에서는 저도 유건 씨의 입장를 이해해요. 당연히 여자 친구가 더 중요하죠.”

‘지시연의 말은 맞지만, 따지고 보면, 지시연이 내 아내인데!’

얽히고설킨 이 상황 속에서 유건은 여전히 시연의 손을 놓지 않았다.

“너 아직 밥도 안 먹었잖아.”

“맞네요.”

시연은 눈을 살짝 굴리며 말했다.

“그러니까, 이제 손 좀 놔줄래요?”

그녀는 유건을 가리키며 그가 여자 친구와 함께 먹던 식탁을 가리켰다.

“설마 제가 고유건 씨와 여자 친구가 남긴 음식 먹으라고 하는 건 아니겠죠? 저도 사람이에요, 키우는 개가 아니라고요.”

말하며 시연은 피식 웃었다.

“그런데 말이에요, 고 대표님, 대표님 집에서 키우는 개도 이런 음식 안 먹을걸요?”

‘웃긴가?’

유건의 잘생긴 얼굴에는 차가운 표정이 떠올랐다.

“농담은 여기까지예요.”

시연은 손목을 돌리며 부탁하듯 말했다.

“저 정말 배고파요, 제발 밥 먹게 해줘요.”

유건은 손을 놓으며 말했다.

“잠깐만 기다려. 내가 새로 한 상 더 차리게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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