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Bab 311 - Bab 320

541 Bab

제311화

이호민이 나가고 방 안은 갑자기 조용해졌다.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나 샤워할게요.”시연은 원래 그럴 생각이 없었지만, 들어올 때 왕성애가 미리 물을 받아놨다고 말해 주었다.“응.”유건은 고개를 끄덕였을 뿐,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시연은 욕실로 향하려다 멈춰 섰다.“시연아.”그가 갑자기 불렀다.“네?”그녀가 돌아보았다.남자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왜 돌아온 거야?”시연은 순간적으로 멈칫했다.유건은 별다른 감정을 표출하진 않았지만, 확실히 썩 반가워하지 않는 눈치였다.그녀는 솔직하게 답했다.“할아버지를 위해서, 그리고 당신을 위해서...”‘이게 무슨 말이지?’유건은 이해할 수 없었다. ‘할아버지를 위해 돌아왔다는 건 이해하겠지만, 나를 위해서라니?’그는 자기도 모르게 질문이 튀어나왔다.“나를 위해서? 날 그렇게 좋아했어?”‘내가 주는 사랑이 완벽하지 않아도 감수하겠다는 뜻인가?’이 말은 예의도 없었고, 어딘가 다그치는 느낌까지 들었다.시연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내가 돌아온 게 당신과 장소미를 방해한 것 같아서 기분이 나쁘다고 해도, 나한테 화풀이하진 말아요.” 유건은 순간적으로 말을 잃었다.“그런 뜻이 아니라...”그는 절대 시연에게 화풀이할 생각이 아니었다. 그냥 너무 갑작스러웠고,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었다.그러나 시연은 담담하게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장소미랑 함께 있고 싶다면, 나를 문제 삼지 말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으세요.”그녀는 차분하게 말했다.“할아버지께서 장소미를 받아들이도록 만들면 되잖아요. 나한테 따지려 들지 말고요.”‘생각해 보면, 장소미도, 고유건도 결국 같은 행동을 하고 있어.’‘둘 다 할아버지를 설득하진 못하면서 나한테 화살을 돌리고 있으니까.’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은 시연은 욕실로 들어갔다.유건은 그대로 굳어버렸고, 더욱 답답해졌다.‘내가 왜 상황을 이렇게까지 만든 거지?’ ...샤워를 마친 시연이 욕실 문을 여는 순간, 유건이 문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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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2화

“사모님께서 신 걸 좋아하는 걸 보니, 그 아이는 분명 남자아이겠어요! 어르신께서도 기뻐하시겠네요!”왕성애가 유건을 향해 물었다.“도련님은 아들이 좋아요, 딸이 좋아요?”갑작스럽게 화제가 넘어오자, 유건의 머릿속엔 엉뚱한 생각이 스쳤다.‘장소미 배 속에 있는 아이는...’그는 CA국에서 돌아온 후 계속 바빴고, 할아버지 문제까지 겹쳐 며칠째 소미와 연락을 하지 않았다.‘지금쯤, 장소미와 배 속의 아이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그는 갑자기 마음이 뒤틀렸다.그리고 답답함을 견딜 수 없어 자리에서 일어섰다.“도련님?” 왕성애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어디 가세요?”“잠깐 나갔다 올게요.”유건은 시연을 흘끗 보고 말했다.“천천히 먹어. 오늘 저녁에 회식이 있어서 늦을 거야.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이미 등을 돌려 걸어 나갔다.“그래요.”시연은 짧게 대답했지만, 목구멍에 걸린 말이 내려가지 않았다.‘할아버지께서 맡긴 일을,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술집.유강석은 테이블 건너편에서 계속 술을 들이켜는 유건을 바라보며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그도 굳이 친구를 말리지 않았고, 그냥 묵묵히 지켜볼 뿐이었다.“아내도 집으로 돌아왔는데, 너 왜 그러냐?”그가 조용히 물었다.“네가 그렇게 좋아하던 사람 아니었어?” ‘그렇지...’유건은 짧게 트림하고, 술잔을 내려놓았다.“화장실 좀.”그러나 그는 화장실로 간 게 아니고, 담배를 피우러 간 것이었다.남은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유강석이 고개를 저었다.“저 녀석, 너무 도덕적인 거야.”“그보단 유년기 트라우마 때문이겠지.” 주정빈이 낮게 말했다.유건은 부모 없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아버지가 유건을 버렸다고 한다.그리고 유건의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쫓기다 끝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오래전 일이었고, 어린 시절 유건에게 벌어진 사건이었기에, 친구들도 구체적인 사정은 알지 못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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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3화

지씨 저택.지동성이 수저를 식탁 위에 내려놓고 입을 닦았다.그리고 장소미를 흘끗 보며 말했다.“오후 3시, 부속 병원에 가도록 해. 늦지 말고.”장미리는 딸을 한번 노려보고는 곧바로 웃으며 맞장구쳤다.“소미는 잘 알아들었을 거예요. 제가 같이 갈 테니, 늦을 일도 없을 거고요.” “흥.”지동성은 비웃음을 흘리고는 식탁 위의 냅킨을 내려놓고 자리를 떠났다.“엄마.”소미는 초조한 듯 장미리의 팔을 붙잡았다.“나 진짜 간 이식해야 해요?”“급할 필요 없어.”장미리는 눈썹을 찌푸리며 딸의 손을 토닥였다.“간 이식이 말처럼 쉬운 줄 아니? 적합해야 수술할 수 있어. 일단 검사를 해 보는 거지, 꼭 맞는다는 보장도 없잖아?”“그렇긴 하지만...”하지만 소미는 여전히 불안했다.의사가 말하기를, 직계 자녀의 적합률이 매우 높다고 했다. 만약 진짜 적합하면, 그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나만 딸이야? 왜 하필 나야?!’“그리고...”장미리는 또 다른 걸 떠올린 듯, 딸의 배를 바라보았다.“비록 가짜지만, 고상훈 어르신은 모르시잖아. 가짜 진단서라도 준비해 놔야 해.” 고상훈은 이미 경고했다. 만약 지동성이 직접 해결하지 않으면, 본인이 직접 나설 거라고.만약 그때 가서 이 모든 게 거짓이었다는 게 밝혀지면, 그야말로 지씨 집안 전체가 끝장날 수도 있을 터였다.소미도 더는 방법이 없었다.그날 이후로, 그녀는 감히 유건을 찾지 못했고, 유건 또한 그녀를 찾지 않았다.이제 남은 길은 단 하나, 포기하는 것뿐이었다.소미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고, 이대로 끝낼 수도 없다고 생각했다.“엄마,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해요?”장미리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방법이 있다면, 엄마도 이러고 싶진 않지.”모녀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강울대병원.오후, 장미리는 장소미를 데리고 병원으로 갔다.교통 체증을 피하려고 일찍 출발했더니, 2시 30분에 도착했다.약속 시간보다 30분이나 빨랐다.장미리는 딸을 외래 진료실 근처 긴 의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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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4화

지동성은 듣기조차 싫다는 듯,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장미리를 바라보았다.“내가 이런 배은망덕한 자식을 키웠다니!”“아니에요, 분명 무슨 오해가 있는 거예요.”그러나 지동성은 아내의 말을 들을 생각조차 없었고, 팔을 휙 뿌리치고는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장미리는 초조함과 분노로 발을 굴렀다.“빚쟁이 같은 것들! 소미는 대체 또 무슨 사고를 친 거야?”...의식이 서서히 돌아오자, 사방이 캄캄했다.장소미는 본능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려 했으나, 입이 테이프로 막혀 있었다.“으음... 으음...!”목에서 나오는 소리는 알아들을 수 없는 신음뿐이었다.‘또다시 납치당한 거야?’‘왜?! 또 고상훈인가?!’하지만 소미는 이미 고상훈의 말을 따르고 있었다. ‘더 이상 고유건을 찾지도 않았는데, 대체 그 늙은이는 언제까지 날 괴롭힐 생각이지?!’“으음! 으으음!!”그녀는 몸부림쳤다. 결국 의자째로 바닥에 쓰러지며, 커다란 소리가 났다.쾅!여자의 온몸이 아파서 눈앞이 번쩍했고, 뜨거운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소란이 컸던 탓인지, 밖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문이 갑자기 열리면서 희미한 빛이 비쳤다.소미가 빛을 통해 보니, 이곳은 창고처럼 보였다.그렇지만 이곳은 잘 정리된 상태였고, 폐건물처럼 보이진 않았다.그리고 바깥에서는 어렴풋이 파도 소리가 들렸다.‘여긴... 부둣가? 배 안 화물 창고인가?’“이런!”들어온 사람이 바닥에 쓰러진 소미를 보고 놀라서 다급히 달려왔다.“너, 왜 이렇게 됐어? 다치면 안 된다고 했잖아! 네 몸이 얼마나 귀한지 알기나 해?!”소미는 깜짝 놀랐다.‘뭐라고?’‘이건 무슨 뜻이지? 혹시 장기 밀매 조직인가?’‘이젠 병원에서 대놓고 납치하는 게 가능해진 건가?’‘아니, 뭔가 이상해.’그녀는 생각해 보았다.‘납치범들이 처음에 내 이름을 불렀어.’‘즉, 처음부터 나를 목표로 삼았다는 뜻이야.’“으음! 으으음!!”소미는 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가만히 있어!”여자의 소란에 다급히 들어온 두 남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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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5화

마른 남자와 통통한 남자는 2초가량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도 안 돼!”정신을 차린 마른 남자가 벌떡 일어났다.“진짜예요!”소미는 필사적으로 해명했다.“저는 지금 두 분 손에 잡혀 있는데, 어떻게 감히 거짓말하겠어요? 두 분, 대체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들으신 거예요?” “흥.”마른 남자가 비웃으며 비꼬았다.“네 입으로 직접 고유건 대표님한테 임신했다고 말했다며!”‘고유건?!’소미의 눈이 커졌다.즉, 이들은 유건을 미행하다가 그녀의 임신 소식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놈들이 왜 고유건을 미행하는 거지?’‘날 납치한 것도 고유건과 관련이 있는 걸까?’그러나 지금은 깊이 생각할 시간이 없었고, 그녀애게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안전이었다.“저는 임신 안 했어요. 맞아요, 고유건한테 임신했다고 말한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소미는 체면도 잊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그건 헤어지고 싶지 않아서 그 사람을 붙잡으려고 한 거짓말이었어요. 임신은 전혀 사실이 아니에요!”뚱뚱한 남자와 마른 남자는 서로를 바라보며 놀라움과 분노가 뒤섞인 표정을 지었다.“헛소리하지 마! 도망치려고 거짓말하는 거잖아?”“아니에요!”소미는 연신 고개를 저으며 다급한 표정을 지었다.“임신 여부는 간단히 확인할 수 있어요. 지금 당장 병원에 가면 돼요. 피만 뽑으면 바로 결과가 나오니까요!”여자의 말에 두 남자는 순간 말을 잃었다.뚱뚱한 남자가 중얼거렸다.“거짓말 같지는 않은데.”마른 남자는 아무 말 없이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그렇죠.”이를 본 소미는 더욱 강하게 밀어붙였다.“두 분은 아이 때문에 이러는 거잖아요. 하지만 제 배 속에 아무것도 없다면요?”“괜히 헛수고하는 거 아닌가요? 힘들기만 할 뿐만 아니라... 고용주도 기분 나빠하지 않겠어요?”그 말이 핵심을 찔렀다.마른 남자는 이를 악물고 결정했다.“병원으로 가자!”“알았어.”그는 소미를 가리키며 경고했다.“얌전히 있어! 애가 없으면 놔주겠지만, 이상한 짓 하면 가만 안 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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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6화

‘이놈들이 대체 나를 어디로 끌고 가는 거지?’‘납치범에게 신뢰 같은 건 기대할 수 없는 법이야!’소미의 눈가가 뜨거워졌고, 이내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갑자기 뚱뚱한 남자가 차 문을 열었다.운전하고 있는 마른 남자를 흘끗 보며 물었다. “던질까?”“응.” 마른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뚱뚱한 남자가 소미를 묶고 있는 밧줄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소미는 온몸이 굳어버렸다.‘고속도로에서 이 속도로 달리는 차에서 나를 던진다고?’‘죽지 않더라도 크게 다칠 게 분명해!’‘게다가 사방에서 차들이 오가니, 잘못하면 목숨까지 위태로울 수도 있어!’“자! 꺼져라!”“으윽...”예상했던 대로, 소미는 차 밖으로 내던져졌다. 낡은 헝겊 조각처럼 아무런 힘도 없이, 단숨에 멀리 튕겨 나갔다.차 안에서 뚱뚱한 남자가 비웃으며 말했다.“아! 생각도 못 했네. 고유건 같은 영리한 놈이 여자한테 속다니!”“아무리 영리해도 인간인걸. 사람이라면 다 약점이 있는 법이지.”...땅에 부딪히는 순간, 소미는 온몸으로 고통을 느꼈다. 땅에 쓸린 피부가 화끈거리고, 뼈마디는 부서질 것처럼 아팠다.“으흑...”그녀는 온몸이 묶인 데다 입까지 막혀 있어서, 울음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낼 수 없었다.이게 과연 다행일까, 불행일까?도로에 차가 많지 않았지만, 가끔 지나가는 차량은 소미를 피해 지나칠 뿐이었다.‘누가 좀 나를 도와줄 수 없을까?’그때, 전방에서 두 개의 강한 불빛이 다가왔다.자동차 전조등이었다.소미는 눈이 부셔서 눈을 뜰 수조차 없었다.차가 멈춰 섰고, 문이 열리며 누군가 내렸다.천천히 다가오는 발걸음.윤이 나는 남성용 비즈니스 구두, 정교한 마감에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다.소미는 천천히 눈을 떴다.노은범이었다.은범은 소미를 보며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장소미 씨?”‘시연이의 이복언니?’두 사람은 서로 친하지 않지만, 얼굴 정도는 아는 사이였다.“왜 이 모양이에요?”“으윽, 으윽...”그제야 은범은 소미의 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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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7화

장미리가 말하기를 꺼리니, 은범도 더 이상 묻지 않고, 별거 아니라는 듯 유건에게 전화를 걸었다....이 시간, 유건과 시연은 병원에서 고상훈을 문병하고 있었다.이호민도 함께 있었고, 고상훈은 손에 달력을 들고 날짜를 살피며 뭔가를 논의하고 있었다.둘이 도착하자 고상훈이 손짓했다.“잘 왔다. 결혼 날짜를 보는 중인데, 이 집사도 점을 쳐봤다더라. 다음 달 9일로 정하자꾸나.”순간, 시연은 눈이 동그래졌다.유건은 말없이 미간을 찌푸렸다.‘다음 달 9일? 고작 2주 후인데?’“이렇게 빨리요?” 시연은 난색을 보였다.“빨라?”고상훈과 이호민은 서로 마주 보고 웃었다. “전혀 안 빠르단다! 이미 준비는 다 되어 있으니, 2주면 충분하지. 걱정하지 마라.”고상훈은 달력을 이호민에게 건네며 시연의 배를 흘끗 보았다.“내 증손자가 아직 티가 나기 전에 서둘러야 해. 더 미루면 배가 불러올 테니까.”그 이유 앞에서 시연은 반박할 말이 없었다.“그것뿐만이 아니야. 결혼식은 체력이 많이 드는 행사라, 배가 많이 나오면 네가 힘들까 봐서 걱정이구나.”여기까지 왔는데, 시연이 거절할 수 있을까?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할아버지 말씀대로 할게요.”“역시 내 손녀 며느리가 가장 착하지.”고상훈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이호민에게 당부했다. “바로 준비 시작해라.”“걱정 마세요, 어르신.”“다만...”고상훈은 한숨을 쉬었다.“내 몸 상태 때문에 시연이에게 미안하구나. 결혼식은 G시에서 해야 하고, 신혼여행도 당장은 힘들 테니.”“하지만 나중에, 아이가 태어나고 나면 너희 둘은 충분히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야, 괜찮겠니?” 시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할아버지. 전 괜찮아요.”‘어차피 지금은 고유건이랑 어색하니까...’이렇게 생각한 그녀는 무심코 유건을 올려다보았다. 유건은 병실에 들어온 순간부터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었다.정확히는, 시연이 돌아온 후로 줄곧 이런 태도였다.차갑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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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8화

유건은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가야 해.”그리고 잠시 멈칫하더니 덧붙였다. “너한테 말하는 건, 할아버지께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야.” ‘할아버지는 우리 두 사람이 함께한다고 믿고 있으실 테니까.’ “기환이가 너랑 동행할 거야.”시연의 마음은 무겁게 내려앉았다. ‘나는 이 사람이 떠나는 걸 막을 수 없어.’그녀는 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아무 말 없이, 그것이 곧 동의라는 듯.유건은 이를 악물었다. “고마워.”그는 차문을 열고 타더니, 곧바로 떠나버렸다.시연은 그 자리에 멈춰선 채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형수님.”기환이 그녀의 뒤에 섰다. “차에 타세요.”“네.” 시연은 조용히 차에 올랐다.기환이 물었다. “어디로 갈까요?”‘어디로? 본가로 돌아갈 수는 없고...’‘혼자 돌아가면, 할아버지께 고유건이 나를 버렸다는 걸 알리는 거나 다름없잖아.’시연은 담담하게 말했다. “아무 데나, 그냥 드라이브나 하고 싶어요.”“네, 알겠습니다.”기환은 룸미러로 시연을 바라보며 생각했다.‘저렇게 연약해 보이는데, 어떻게 저렇게 강할 수 있을까?’...병원.유건이 도착하기 전에, 노은범은 이미 떠나 있었다.그가 병실에 도착했을 때, 장소미는 이미 병실로 옮겨져 있었고, 장미리가 곁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소미야, 많이 아프지? 아프면 참지 말고 울어도 돼.”“엄마, 으흑...”그 광경을 본 순간, 유건은 불길한 예감을 떨칠 수 없었고, 발걸음이 점점 가벼워지는 듯했다. “소미 씨.”소미가 고개를 들었다. 유건을 보는 순간, 눈물이 더 쏟아졌다.“유건 씨! 으아아...”유건은 심장이 찢어지는 듯했다. 그는 소미의 손을 꼭 잡았다.“유건 씨, 아기, 우리 아기...”소미는 흐느껴 울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결국, 장미리가 울면서 대신 말했다.“고 대표님, 소미가 아이를... 잃었어요!”그 말을 듣는 순간, 유건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가장 걱정했던 일이, 결국 현실이 되어버렸다.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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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9화

유건의 눈빛이 깊고 어두웠다. ‘내가 반드시 답을 얻어야 해!’소미는 목이 메었다. “엄마 말이 사실이긴 하지만, 고상훈 어르신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어요.”“이걸로도 부족하다고?” 장미리는 단호하게 반박했다. “그분 말고 또 누가 네 아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데?!” “엄마...”언성이 높아졌다.유건은 눈을 감았다가 뜨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소미 씨, 푹 쉬어.”그는 더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지금 당장 할아버지를 찾아가서 확인해야 해!’유건이 나가자, 장미리는 긴장한 얼굴로 소미의 손을 잡았다.“이래도 괜찮겠지?”소미의 표정은 담담했다. 이건 벼랑 끝에서 내딛는 한 걸음이었다. 그녀에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문제가 생긴다면, 그건 고유건일 거예요. 이렇게 하면, 그 사람은 평생 저를 잊지 못할 거라고요.” 그 말을 듣고 장미리마저도 가슴이 떨렸다....이호민은 고상훈의 발을 씻기고 있는데, 유건이 다시 돌아왔다.게다가 유건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고상훈은 힐끗 손자를 보더니 흥미로운 듯했지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할아버지.”유건은 빠르게 다가가, 바로 본론을 꺼냈다. “소미 씨의 아이... 할아버지가 시킨 겁니까?”“뭐?”고상훈은 순간 얼어붙었다.그리고 이내, 노인은 피식 웃으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장소미가 그렇게 말하던가?”“할아버지!”유건의 인내심이 바닥을 보였다. 그는 낮게 으르렁거렸다. “저는 대답을 듣고 싶어요. 맞습니까, 아닙니까?”“도련님...”이호민은 당황하며 중재하려 했다. “어르신께 그렇게 따지듯이 묻는 건 예의가 아닙니다.”유건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 아이가 그렇게 허망하게 사라졌는데, 어떻게 침착할 수 있겠어?’‘장소미와 그 아이는 모두 내 가족인데, 할아버지가 대체 왜!!’“후후.”고상훈은 미소를 거두고 손을 흔들었다.“이 집사, 정말 눈치가 없구나. 내 목숨 따윈, 그 연예인보다 하찮지 않겠나?” 이 말은 유건의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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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0화

유건은 서재에 들어가, 대형 의자에 몸을 기댔다. 그리고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였다.순식간에 연기가 피어오르며, 남자의 또렷한 이목구비를 흐릿하게 만들었다.유건의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새벽 세 시.기환은 뒷좌석에 앉은 시연을 힐끗 보았다. “형수님, 계속 드라이브하실 건가요?”드라이브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목적 없이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시연은 창에 기대어 멍하니 있었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아니면...” 기환이 제안했다. “이만 들어가시고, 형님한테 전화해 보실래요?”혹시 유건이 집에 돌아왔는지 묻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였다. 왜냐하면 밤새도록 이러고 돌아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나는 남자라 괜찮지만, 형수님은 임산부니까...’“아니에요.”시연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단 1초도 고민하지 않았다.그녀는 경험상 알고 있었다.유건이 소미와 함께 있을 때는 절대 전화를 받지 않았다.이건 한두 번이 아니라, 항상 그랬다.“여긴 어디죠?”“곧 G시를 벗어나, 옆 도시로 넘어갈 것 같습니다.”‘기환 씨도 가끔은 바보처럼 귀엽다니까? G시 안에서만 맴돌면 될 것을, 굳이 여기까지 왔다니.’“다시 돌아가요.”어차피 돌아가는 길도 머니까.“알겠습니다.”기환은 바로 차를 돌려 시내로 향했다.심심했던 시연은 기환과 대화를 나누었다.“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요. 가끔 친척 동생들이 유건 씨를 ‘둘째 오빠’라고 부르는 걸 들은 적 있어요.”시연은 원래 G시에서 제일 유명한 네 명의 명문가 도련님 중에서 유건이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부지하, 주정빈, 그리고 유강석 중 누구도 유건을 ‘형님’이라 부르지 않았다.즉, ‘둘째 오빠’라는 호칭은 오직 고씨 가문에서만 쓰이는 듯했다.“그건... 사실 유건 형님에게 친형이 한 명 더 있어요.”“뭐라고요?”시연은 더욱 궁금해졌다.“진짜 친형이에요?”“네.”“그런데 저는 왜 한 번도 본 적이 없죠?”“그게...”기환은 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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