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Chapter 331 - Chapter 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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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1화

유건이 생각하기 지금 시연은 강울대에 있거나 강울대병원에 있을 가능성이 컸다. 별 문제는 없을 터였다.그는 너무 급하게 떠났으니, 돌아온 후에는 시연에게 한마디 전하는 것이 도리였다.그러나, 시연은 단호했다.“당신 혼자 가요. 난 안 갈게요. 아침에 이미 다녀왔어요. 지금은 할 일이 있어서, 다 끝나면 할아버지 뵙고 집에 갈 거예요.”그녀의 말을 듣고, 유건은 잠시 침묵했다.‘정말 바쁜 걸까, 아니면 나를 피하는 걸까?’잠시 고민하던 그는 조용히 물었다.[나한테 화난 거야?]시연은 피식 웃었다.“내가 화낼 이유라도 있어요?”그녀는 답을 기다리지 않았다.“일 때문이었잖아요. 나도 이해해요. 화낼 이유도 없어요. 나도 바쁘니까, 이해해 줘요. 할아버지께서 많이 기다리시니까, 어서 가봐요. 난 끊을게요.”[그래.]통화가 끝난 후, 유건은 핸드폰을 쥔 채 얼굴을 반쯤 가렸다.‘시연이가 말하는 대로 하는 게 맞겠지...’‘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시연이가 아무런 소란 없이 차분하게 행동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니까.’...VIP 병실에서 유건은 고상훈과 짧게 안부를 나눴다.고상훈은 손자에게 당부했다.“예복 맞추는 건 서둘러야 해. 그리고 결혼식 전에, 너랑 시연이는 제남도에 다녀와야 해.”결혼식 과정 점검을 위해, 일종의 리허설을 진행해야 했다.이번 결혼식은 최대한 조용히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고씨 가문의 위상을 생각하면 최소한의 격식은 갖춰야 했다.“알겠습니다.”유건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이 가라앉았다.‘내 아이를 잃은 지 얼마 되지도 않는데, 새로운 인생을 준비해야 한다니...’VIP 병동을 나서며 시간을 확인했는데, 아직은 이른 시각이었다.그는 먼저 예복을 맞추러 가기로 했다.출발 전, 유건은 시연에게 전화를 걸었다.“나 예복 맞추러 가려고.”[네.]그녀는 짧게 대답했다. 그리고 아무 말이 없었다.‘끝이야?’유건은 핸드폰을 꼭 쥐며 말했다.“바쁘지 않으면 같이 갈래?”‘신부한테 신랑의 예복이 적절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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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2화

시연은 제안했다.“아니면, 절차를 문서로 정리해서 달라고 하세요. 그대로 따르면 실수할 일도 없을 거예요.” “지시연.”여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차갑게 끊겼다.유건의 냉랭한 얼굴이 보였다.시연은 침을 삼켰다.“안 돼요?”“하...”유건은 냉소하며 그녀를 바라봤다.“더 대충할 수도 있지 않을까? 결혼식도 대신해 줄 사람을 찾는 건 어때?” 이 말에는 날카로운 비아냥이 묻어 있었다.시연은 그걸 알아차렸고, 잠시 멈칫했다가 이내 반박했다.“고유건 씨도 나랑 같은 마음인 거 아니에요?”유건은 말문이 막혔다.“그래요, 난 대충하고 싶어요.” 시연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당신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너무 이기적으로 굴지 마세요. 우리 둘 다 잘 알고 있잖아요. 할아버지가 아니었으면 이 결혼 자체가 없었을 거라는 걸...”“서로 원치 않는 결혼이잖아요. 그냥 형식적인 거고, 난 이미 동의했으니까 협조할 거예요.”“그냥 번거로워서 제안한 거였어요. 당신이 싫다면 철회할게요. 그렇게 화낼 일은 아니잖아요.”여자의 말에 유건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시연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었으니까. 이 결혼은 유건에게도 단순한 절차일 뿐이었다.시연은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당신이 원하는 대로 할게요. 일정은 내가 조정하면 되고요.”유건은 그녀를 한참 바라보았다. 복잡한 감정이 가득한 눈빛이었다.몇 초 동안 서 있다가, 그는 아무 말 없이 돌아서 나갔다....제남도 방문 날짜는 모레로 정해졌다.출발 전에, 유건과 시연은 오후 4시에 만나기로 약속했다.점심시간, 시연은 임진아와 함께 식사하기로 했다.요즘 식욕이 아주 좋아졌지만, 이날은 예상외로 입맛이 없었다.“왜 그래?”진아가 시연의 안색을 살폈다.“어디 아파?”“응.”시연은 숨기지 않았다. 아침부터 아랫배가 은근히 당기는 듯한 느낌이었다. 오전 내내 나아지지 않았다.“진아야, 나 병원에 좀 가야 할 것 같아.”진아는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밥이고 뭐고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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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3화

시연이 제남도에 가야 한다는 사실에 진아는 몹시 걱정했다.“고유건한테 사실대로 말하면 안 돼?”시연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내 아이야. 그 사람에게 사실을 알릴 의무는 없어. 괜히 일을 복잡하게 만들지 않는 게 좋겠어.”“시연아...”진아는 시연을 꼭 끌어안으며 눈물을 흘렸다.“만약 몸이 안 좋으면 바로 전화해! 무슨 일이 있어도 꼭!”“응, 알겠어.”...오후 4시, 유건이 도착했다.시연은 병원 앞에서 정확히 기다리고 있었고, 차가 멈추자마자 스스로 문을 열고 올라탔다.차에 타자마자 아무 말 없이 구석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유건은 그녀를 곁눈질로 바라보았다.“피곤해?”“네.”시연은 짧게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무리하면 안 돼. 일도 하고, 시험 준비도 하고... 몸부터 챙겨야지. 프로젝트팀은 잠시 쉬는 게 어때?”이 말을 듣자마자 시연은 즉시 눈을 떴다.“괜찮아요. 그냥 오늘 좀 피곤할 뿐이에요.”그녀는 심폐 프로젝트팀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고 있었다. 그 기회 자체는 유건 덕분에 주어진 것이었고, 지금은 ‘고유건 아내’라는 타이틀 덕에 팀원들이 별말 없이 받아주고 있었다.‘하지만 내가 언제까지 ‘고유건의 아내’일 수 있을까?’‘내가 지금 프로젝트팀에서 빠진다면, 나중에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래서 아무리 힘들어도, 절대 그만둘 수 없었다.유건은 단순한 제안이었을 뿐이었다. 시연이 일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건 잘 아는 사실이었으니 말이다.상대방이 거절하자, 유건도 더 이상 고집하지 않았다.“네 몸이니까, 네가 제일 잘 알겠지.”시연은 안도하며 다시 눈을 감았다....두 사람은 배를 타고 제남도로 향했다.제남도는 G시에 속한 해안 관광지로, 결혼식은 섬 내 최고급 호텔인 소관 호텔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호텔 측에서는 미리 일정을 비워, 호텔 전체를 고씨 가문의 결혼식 장소로 사용할 준비를 마쳤다. 요트가 선착장에 도착하자, 호텔에서 준비한 차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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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4화

유건은 손을 흔들어 매니저에게 나가라는 신호를 보냈다.“고 대표님, 사모님. 두 분이 먼저 상의하세요.”매니저는 눈치 있게 자리를 떴다.유건은 턱을 살짝 들어 올리며 말했다.“임진아 말고 친한 친구 또 있어? 같은 과에서 친한 사람 있었던 것 같은데.”몇 초 동안 고민하던 시연은, 남자의 의도를 알아차렸다.“설마, 나한테 들러리를 세우겠다는 거예요?”“당연한 거 아니야?”유건은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네가 들러리 수를 정하면, 나는 거기에 맞춰서 진행할 거고...”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시연은 웃음을 터뜨렸다.“아까 말했잖아요. 들러리는 필요 없다고요.”‘들러리가 왜 필요하지?’‘진아 같은 성격이면, 와서 울기만 할 텐데.’유건은 그녀를 바라보며 미간을 좁혔다.‘지난번엔 내가 형식적으로 결혼식을 치르는 걸 비난하더니.’‘지금 보니까 나보다 더 무심하잖아?’ ‘결혼식을 해야 한다면 최소한의 절차는 따르는 게 일반적이야. 하지만 지시연은 그것조차 대충 넘어가려고...’‘그렇다면, 나도 그렇게 신경 쓸 필요는 없겠어.’“알겠어. 네가 원하는 대로 해.”유건은 결혼식 진행표를 두드리며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우주는 어떻게 할 거야?”“네?”시연은 놀라며 유건을 바라봤다. 그가 우주까지 신경 쓰고 있었다는 사실이 예상 밖이었다.‘진아도 초대하고 싶지 않은데, 우주도 당연히 안 부르겠지!’ 시연이 생각하기에 우주는 이제야 점점 세상을 이해하는 나이였다. 결혼식에서 불필요한 말을 듣거나 상처를 받으면, 지금까지 진행한 치료가 모두 헛수고가 될 수도 있었다.그녀의 속마음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다.유건은 이를 눈치채고 냉소를 지었다.“우주를 결혼식에 초대할 생각조차 안 했다고?”시연은 차분하게 대답했다.“네, 난 우주를 부를 생각이 없어요.”그녀가 직접 인정하자, 유건은 순간적으로 숨이 막혔다.‘대체 뭐지?’그는 우주가 시연의 유일한 가족이니, 결혼식 날 우주가 누나를 업고 웨딩카로 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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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5화

“소리 내지 마!”“알았어요.”시연은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너, 고유건의 아내지?”“네.”시연은 인정하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고유건 때문인가?’순간, 그녀의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아, 고유건의 생명을 위협하는 적이 있다고 했는데!’ “그 아이! 몇 개월이야?”시연은 미간을 찌푸렸다.‘이 사람, 고유건에 대해 생각보다 많이 알고 있어. 내가 임신한 것까지 알고 있으니까.’“4개월이에요.”오늘까지 정확히.“좋아!”청소부는 흡족한 듯 웃으며 손을 들었다. 그리고 시연의 얼굴 쪽으로 손을 뻗었다.그리고 손바닥에는 한 장의 수건이 있었다.하지만, 청소부가 가까이 다가오는 순간, 시연은 이미 냄새를 맡았다.그녀가 의사로서, 냄새에 민감했다. ‘수건에서 강한 에테르 냄새가 나!’그 수건이 얼굴에 닿는 순간, 시연은 숨을 참았다. 그리고 눈을 감으며 힘없이 쓰러졌다.청소부는 시연을 받아서 들고 신속하게 그녀의 입에 테이프를 붙였다. 이어서 준비한 밧줄로 그녀의 손과 발을 단단히 묶었다.그리고 시연이 들고 있던 가방을 구석에 내던졌다.마지막으로, 시연을 청소용 카트 아래의 수납공간에 밀어 넣고 커튼으로 덮었다.모든 과정이 계획된 듯 매끄럽게 진행됐다....시연은 눈을 떴다. 하지만 사방이 깜깜했다. 몸이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고, 바퀴가 구르는 소리가 귀에 들렸다.그녀는 조금 전 숨을 참아 마취제를 들이마시지 않았다. 정신을 잃은 척한 건 도망칠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였다.‘이 청소부는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 거지?’‘아이에 관해서 물었는데, 그렇다면 목표는 아이인가?’‘하지만 왜?’스스로 답을 찾기 어려웠다.그러나 지금 중요한 것은 생각이 아니라 행동이었다.‘도망쳐야 해. 무조건 사람이 많은 곳으로 가야 해. 침착하자. 당황하면 안 돼.’...그 시각, 화장실에 도착한 유건은 텅 빈 공간을 보고 얼굴이 굳었다.직원은 조심스럽게 말했다.“사모님께서 그냥 여기저기 둘러보고 계신 걸지도...?”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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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6화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순식간에 소란이 일었다.청소부로 위장한 사람은 순간 얼어붙었다.‘뭐야? 저 여자는 분명 에테르를 마셨을 텐데? 어떻게 뛰어내릴 수 있었지?’‘마취제도 안 통한다고?’“빨리 보안팀 불러!”누군가 다가와 시연을 부축하며 물었다.“괜찮아요? 납치범은 어디 있죠?”그때, 유건이 달려오고 있었다. 멀리서도 이 소란을 한눈에 알아차렸다.그리고 그 순간, 그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시연을 발견했다.호텔 보안팀도 즉시 현장에 도착했다.“고 대표님!”유건은 그들을 한 번 쳐다보더니 차갑게 명령했다.“멍하니 서 있을 시간 없어. 당장 잡아!”“네!”“도망가지 마!!”청소부는 이를 악물고 도망치기 시작했다.그러나 그는 혼자였다. 숨어 있을 때는 유리했지만, 대놓고 도망칠 수는 없었다.“멈춰!”유건은 그런 것 따위 신경 쓰지 않았고, 곧장 시연에게 다가갔다.사람들을 밀어내며 시연의 입을 막고 있던 테이프를 단숨에 찢어냈다.“이봐, 당신은 누구야?”한 아주머니가 걱정스럽게 물었다.“제 아내입니다.”아주머니는 순간 멈칫하다가 쓴웃음을 지었다.“그럼 잘 좀 챙겨요! 아내가 납치당할 뻔했잖아요!”유건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가슴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그는 묵묵히 시연의 손과 발을 묶고 있던 밧줄을 풀었다.그리고 단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를 품에 안았다.조금만 더 늦었다면...조금만 더 늦었다면, 유건은 숨이 멎을 뻔했다.시연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은 채, 유건은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어디 다친 데 없어?”이 자세 때문에, 시연은 고개를 살짝 뒤로 젖혀야 했다.“안 다쳤어요. 근데...”“근데 뭐?”유건은 긴장하며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봤다.“어디 안 좋아?”그는 조금 전 시연이 청소 카트에서 구르며 떨어지는 걸 직접 보았다.시연의 눈꺼풀이 점점 내려갔다.“너무 피곤해요... 잠이 와요.”잠시 후, 유건은 그녀를 조심스럽게 안아 올렸다. 마치 부서지기 쉬운 도자기를 다루듯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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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7화

유건이 병실에 도착했을 때, 고상훈은 아직 쉬지 않고 있었다. 손자를 보자 다소 놀란 표정을 지었다.“너, 지금쯤 제남도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 시연이랑 같이.”“시연이는 잠들었어요.”유건은 시연을 언급할 때, 무심코 눈빛이 부드러워졌다.“조금 있다가 다시 가서 함께 있을 겁니다.”“무슨 일로 온 거야?”“할아버지, 시연이가 납치될 뻔했습니다.”유건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시연이가 똑똑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사라졌을지도 모릅니다.”“뭐라고? 그런 일이 있었다고?”고상훈의 표정이 급격히 굳어졌다. 노련한 눈빛이 날카롭게 번뜩였다.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중얼거렸다.“대담하네. 저질스러운 수법도 끝이 없고.”그 반응에, 유건은 확신했다. 지난번 장소미 사건은 고상훈의 소행이 아니었다.“할아버지, 그런데 왜 장소미 씨 사건을 인정하신 거예요? 혹시 아시는 게 있는 거예요?” 고상훈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난처한 기색이 스쳤다.‘어떻게 말해야 할까? 내 손자는 어릴 적 깊은 상처를 입었는데...’‘다신 상처받게 하고 싶지 않은데...’유건도 뭔가를 알아챘다.‘분명 무언가를 숨기고 계셔. 로얄호텔 사건부터, 칼에 찔린 일까지...’‘할아버지는 분명 처음부터 알고 계셨어.’“할아버지.”그는 미간을 좁히며 다시 물었다.“그 사람들은 점점 대담해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CA국에서는 폭탄 테러를 당할 뻔했습니다! 이젠 말씀해 주셔야 하지 않습니까?”지금까지 유건은 CA국 폭탄 사건을 일부러 고상훈에게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고상훈은 그 말을 듣자, 매우 놀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놈들이 감히... 이럴 수가! 그 사람들, 도대체 무슨 속셈이지?!”“그놈들이 누구입니까, 할아버지?”“그놈들은...”고상훈은 손자를 바라보며 마침내 입을 열었다.“그런 추악한 인간들이 존재한다는 걸 너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추악한 인간들...’유건의 눈빛이 순간 차가워졌다.어렴풋이 감이 왔지만, 믿고 싶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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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8화

유건은 병원을 떠나 급히 제남도로 돌아갔다.가는 내내, 유건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정기환은 느낄 수 있었다. 유건이 뭔가 깊이 상처받았다는 것을.유건은 차마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고 있었다. 눈을 감으면, 어린 시절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아버지가 차를 몰고 집을 떠나는 장면.어린 유건은 울며 필사적으로 쫓아갔다.“아빠, 제발 가지 마세요!”하지만 아버지는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그렇게 떠났고, 곧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났다.그 후, 그는 아버지를 찾아갔지만, 차가운 겨울날 대문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렸을 뿐이었다.겨우 나타난 건 가정부였다.아버지는 끝까지 만나 주지 않았다. 같은 핏줄인데도, 낯선 사람보다 더 차가웠다.어린 유건은 온몸의 피가 얼어붙어, 조금만 움직여도 얼음이 깨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그리고 지금, 다시 그 감각이 되살아났다.차갑고, 서늘하고, 깊숙이 스며드는 한기.그는 누군가가 자신을 따뜻하게 해주길 바랐다....시연은 배고픔에 잠에서 깼다.배의 통증은 사라졌기에, 시연은 손으로 배를 쓰다듬으며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우리 아기, 정말 착하네.”그리고 침대에서 내려와 카디건을 걸치고, 가방을 챙겨 방을 나섰다. 너무 배고파서 뭐라도 먹어야 했다....방에 돌아온 유건은 시연이 보이지 않자, 더욱 굳은 표정을 지었다.“사람은 어디 갔지?”기환이 재빨리 답했다.“형님, 걱정하지 마세요. 지한 형이 같이 있어요. 형수님은 무사합니다.”그는 곧바로 지한에게 전화를 걸었다.“지한 형, 형수님은 어디 있어요? 형님이 사람 없다고 화내고 있어요!”[형수님? 지금 식사하고 계셔.]“아, 다행이네.”기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살아남았다고 느꼈다.유건 앞에서 시연이 사라진다면, 마치 죽음의 문턱을 넘는 기분을 느낄 터였다.지금 그는 다시 태어난 듯한 기분이었다.“형님, 형수님은 지금 식사 중입니다.”유건은 더 이상 말없이 곧장 식당으로 향했다....넓은 연회장, 여러 개의 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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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9화

다음 날, 시연은 늦잠을 잤다. 창밖은 이미 환히 밝아 있었고, 시간을 보니 벌써 오전 10시였다.‘어제 그렇게 오래 잤는데, 왜 아직도 이렇게 피곤하지?’서둘러 세수하고 옷을 갈아입고 나가자, 유건은 주지한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시연이 나오자, 그는 자연스럽게 식탁을 가리켰다.“뭐라도 먹으면서 조금만 기다려. 곧 끝나.”“네.”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늦잠을 잤는데도, 오히려 그가 기다리라고 하니 어쩐지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식사를 거의 마칠 무렵, 유건도 일을 끝냈다.그는 다가와 시연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성애 이모님이 요즘 네 식욕이 좋아졌다고 하던데, 진짜였네?”어제저녁도, 오늘 아침도 제법 많이 먹었다.시연은 입에 넣은 꼬마 호빵을 씹으며 물었다.“언제 돌아가요? 지금 가요?”“서두를 필요 없어.”유건은 그녀에게 새우 딤섬을 하나 집어 주며 말했다.“우리 요트인데, 시간에 구애받을 필요 없잖아.”‘그건 그렇지만, 고유건은 바쁘지 않나?’시연은 어제 납치 사건 이후 유건이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전까지는 유건이 자신에게 잘 대해준다고 생각했지만, 항상 어딘가 날카롭고 신경질적이라 느꼈다.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유건은 예전처럼 젠틀하고 배려심 깊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결국 핵심은 ‘납치’ 사건이었을까?’시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어제 나를 납치하려던 사람들... 누구예요?”유건은 순간 멈칫했지만, 곧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신경 쓰지 마. 그냥 잘 먹고 잘 쉬면서 신부 역할이나 해.”그는 시연에게 사실을 숨기려는 게 아니라, 그저 그 주제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았다.남자가 말하기 싫어하는 걸 알기에, 시연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식사에 집중했다....식사를 마친 후, 일행은 호텔을 떠나 선착장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곧바로 요트에 올랐다.아침을 든든히 먹은 탓인지, 요트에 타자마자 시연은 다시 졸음이 쏟아졌다.객실에서 유건과 나란히 앉아 있던 그녀는 어느새 몸을 기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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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0화

“목말라?”곧바로 보온병이 그녀의 손에 건네졌다.“따뜻한 배즙이야, 조금 마셔.”“고마워요.”시연은 감사하며 받아 들고, 뚜껑을 열어 천천히 한 모금씩 마셨다.“곧 시내에 도착해. 어디로 갈까?”“병원에 좀 들러야 해요.”유건이 미간을 좁혔다.“오늘도 일이 있어?”“아니요.”시연은 고개를 저었다.“정리한 자료만 전달하면 돼요.”“알았어.”유건의 얼굴이 살짝 부드러워지더니, 운전기사에게 강울대병원으로 가라고 지시했다.차는 곧 외과 건물 앞에 도착했다.“여기서 기다릴게.”“네.”시연은 서둘러 올라가 자료를 정리하고, 빠르게 일을 마쳤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자, 유건이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었다.유건을 둘러싼 사람들은 조용했지만, 모두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그도 그럴 것이, 그처럼 잘생기고 기품 있는 남자는 현실에서 보기 드문 존재였다.심지어 몇몇 여성들은 핸드폰을 꺼내 몰래 사진과 영상을 찍고 있었다.“와, 저 사람 진짜 잘생겼다. 키도 엄청나게 커. 한 190은 될까?”“봐봐, 어디가 아픈 사람 같아? 잘생긴 사람도 병문안 올 수 있잖아.” “나도 아프고 싶어! 저 오빠가 문병 와줬으면 좋겠다!”“...”이 대화를 들은 시연은 얼굴이 화끈거렸다.‘그냥 모르는 사람인 척할까...?’그녀는 관심받는 걸 원하지 않았다.그러나 유건은 여자의 속마음을 전혀 읽지 못하고, 몇 걸음 다가오더니 시연의 손을 잡았다.순간, 주위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헉! 저 오빠 싱글 아니었어?!”“이제 잘생긴 남자들은 다 임자가 있는 거야?”“여자 친구도 예쁘다! 역시 왕자는 공주랑 이어지는 법이지.”“...”시연은 유건을 째려보았다. ‘이 남자, 정말 문제야.’“왜?”유건은 어리둥절했다. 그녀가 화난 것 같긴 했지만,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다가 여자의 손을 놓고, 대신 그녀를 품에 안았다.“손잡는 거 싫어? 안아 줄까?”“와아아아!”“둘이 아주 달콤하네!”‘이 사람,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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