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식이 끝나자, 정은의 대학원 생활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수업은 아주 많았는데, 아침 9시부터 점심 12시까지 거의 수업으로 꽉 찼다.민지는 첫날 수업에 지각할 뻔했다. 그래서 슬리퍼에 반바지를 입고 왔다.정은은 멈칫하더니 주의를 주었다.“민지야, 너 신발 잘못 신은 거 아니야?”“네?” 민지는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슬리퍼를 바라보았다.“아니요, 잘못 신지 않았는데, 왜 그래요?”“너... 슬리퍼 신고 수업 들으러 온 거야?”“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우리 집은 여름에 다 슬리퍼에 반바지를 입거든요. 저도 정숙해 보이기 위해 특별히 크록스 슬리퍼를 샀어요.”서준은 민지를 힐끗 훑어보았다.“이게 정숙하다고?”“그런 게 아니면?!”“그래,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나도 할 말이 없어.”민지는 입을 삐죽거리며 한마디 남겼다.“넌 패션을 몰라.”서준은 확실히 잘 몰랐다.수업이 끝난 후, 세 사람은 함께 점심을 먹기로 했다.이야기를 나누던 중, 정은은 민지와 서준도 학교 기숙사에서 지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서준은 직접 자신의 집에서 지냈고, 민지는 학교 근처에서 아파트 하나를 구했다. 심지어 정은이 사는 곳과 그리 멀지 않았다.민지는 정은을 아주 좋아했다. 그녀는 뚱뚱해서 늘 남들의 비웃음을 당했는데,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먼저 다가와서 민지와 놀아주는 여자아이가 아주 적었다.그러나 정은은 예외였다.그녀는 거리감 있을 정도로 예뻤지만, 접촉해 보면 사실 정은은 성격이 까칠하지 않았고, 편견을 가지고 사람을 보지 않았다.“정은 언니, 우리 학교 근처에 작은 식당이 하나 있다고 들었어요. 맛도 최고급인데,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와서 사진까지 찍었다는 거예요. 인기가 많을 뿐만 아니라 엄청 싸다잖아요. 우리 오늘 가서...”민지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장미꽃 한 송이가 그녀의 눈앞에 나타났다.정확히 말하면 정은의 눈앞에 나타났는데, 민지는 단지 그녀와 거리가 가까웠을 뿐이었다.강도겸은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옷깃이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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