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의 모든 챕터: 챕터 691 - 챕터 700

885 챕터

제691화

나는 단번에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채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차에 올랐다.그렇게 한참 동안 기다려도 서지예와 양동준은 나오지 않았다.참지 못한 나는 결국 서지예한테 문자했다.[어떻게 됐어요? 성공했어요?]서지예는 계속 답장이 없었다.그렇다고 재촉할 수도 없고, 그저 묵묵히 기다리기만 했다.그 뒤로 한참이 지나자 양동준의 모습이 보였다.나는 감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상대가 내 우상이니까.하지만 서지예와 함께 나오지 않은 걸 보니 왠지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나는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려 양동준한테 달려갔다. 나는 흥분된 마음을 도저히 숨기지 못했다.“스, 스승님.”양동준은 미간을 찡그린 채 나를 바라봤다.“누구더러 스승님이라는 거예요?”“양동준 씨요. 엄청 강하던데, 스승님으로 모시고 싶어요.”“난 제자 받는 거 안 좋아해요.”양동준의 싸늘한 거절에 나는 다급히 말했다.“서지예 씨한테서 못 들었어요?”“못 들었어요.”‘이 여자가! 뭐 하자는 거지? 내가 그렇게 도와줬는데, 나는 도와주지도 않는다고?”너무 실망이었다.그때 양동준이 떠나려고 했다.나는 어렵게 얻은 기회를 놓칠까 봐 얼른 뒤따랐다.“스승님, 어디 가시게요?”“스승님이라고 부르지 마요. 그리고 그 같잖은 아이디어 내준 게 정수호 씨죠?”분위기를 보니 이대로 순순히 인정할 수 없어 나는 거짓말했다.“서지예 씨가 동준 형님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서요. 아주 보고 싶어 죽겠다고 해서 아이디어 살짝 낸 것뿐이에요. 하지만 이런 곳에 온 건 제 아이디어가 아니라 서지예 씨 본인 아이디어예요.”“앞으로 그러지 마요.”양동준은 차갑게 대꾸했다. 그가 또 떠나려고 하자 나는 또 그 뒤를 졸졸 따라붙었다.양동준이 뒤돌아 나를 바라봤다.“왜 따라와요?”“동준 형님, 저 정말 동준 형님을 스승님으로 모시고 싶어요. 제자로 받아줘요.”양동준은 나를 위아래로 훑어 한번 쓱 훑었다.“난 그쪽 가르쳐주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가요.”“싫어요. 저 마음속으로 이미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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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2화

“수호 씨, 왜 이제야 왔어요?”내가 도착하자마자 애교 누나가 걱정스레 물었다.나는 기운 없이 대답했다.“말도 마요. 서 쌤 도와주느라 지체됐어요. 누나, 저 너무 피곤해서 쉬고 싶어요.”말을 마친 나는 곧장 방으로 걸어갔다.“어, 잠깐만요.”“왜요?”내 어리둥절한 표정에 애교 누나가 말했다.“우선 자지 마요. 나랑 같이 남주 보러 가요.”“남주 누나는 왜요?”“가면서 말해줄게요.”애교 누나가 한숨을 푹 쉬는 바람에 왠지 불길한 기운이 들었다.그 순간 졸음도 싹 가셔 얼른 누나를 따라나섰다.애교 누나가 운전대를 잡았고, 나는 조수석에 앉았다.그러면서 가는 길에 누나는 남주 누나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알고 보니 남주 누나가 신고 당해 정직당하고 조사받는 중이었다.“남주 누나 남편은 알아요?”나는 걱정스레 물었다.그러자 애교 누나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정훈 씨는 아직 몰라요. 하지만 둘 다 공무원이라 조만간 알게 될 거예요.”그렇다면 상황은 최악이다.남편이 만약 그 사실을 알면 분명 이혼하려 들 테니까.남주 누나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그런데 만약 이런 일로 남편과 이혼하게 되면 어쩌지?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지만 마음은 무거웠다.약 30분 정도 지나자 남주 누나가 사는 동네에 도착했다.남주 누나 집에 도착해 보니 누나 외에 또 다른 여자가 있었다.애교 누나 말을 들어보니 감사원 쪽 사람이 남주 누나를 감독하러 온 것일 수 있다고 했다.상대의 신분을 들으니 온몸이 뻣뻣하게 굳었다.하지만 남주 누나는 옆에 사람이 있건 말건 아무 일 없는 사람처럼 먹고 마시며 즐기고 있었다.나와 애교 누나는 남주 누나 맞은편에 앉았다.“남주 누나, 지금 어때요?”남주 누나는 먹으면서 대답했다.“어떻긴. 정직당했지. 감시자를 붙인 거 안 보여?”“그럼 뭐라도 알아냈대요?”“내가 뭐 횡령한 것도 아니고, 부패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뭘 알아내겠어?”남주 누나는 일부러 상대가 듣도록 말한 거였다.“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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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3화

남주 누나는 팔짱을 낀 채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그래요. 누가 말린대요? 하지만 정직은 없던 거로 하는 게 좋을 거예요. 안 그러면 앞으로 자주 보게 될 테니까.”여자는 남주 누나의 말에 전화를 하지 못했다.그러자 남주 누나는 콧방귀를 뀌며 자리에 앉아 계속 식사했다.나와 애교 누나는 서로 시선을 교환하며 남주 누나의 박력에 내심 감탄했다.만약 내가 정직당하고 조사를 받게 되면 진작 당황해서 아무것도 못 했을 거다.순간 나이와 경험도 한 사람의 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남주 누나는 그만큼 실력 있고, 나는 없다.얼마 뒤, 여자는 전화를 받더니 안색이 어두워진 채 씩씩기러며 떠나갔다.애교 누나는 놀란 표정을 하며 물었다.“그냥 이렇게 간다고? 그럼 문제도 해결된 거야?”남주 누나는 아무렇지 않은 태도를 보였다.“상관없어. 마음대로 하라고 해. 그런 것까지 신경 쓰기 싫어.”애교 누나는 충격을 받은 것처럼 말했다.“너도 참, 이 상황에 밥이 넘어가?”“아니면? 울면서 용서해달라고 빌까? 애교야, 이럴 때일수록 무서운 티 내면 안 돼. 별문제 될 것도 없고, 횡령도, 부패도 안 했고 그저 사생활이 조금 문제되는 건데 뭐! 까짓거 승진 안 하면 되지. 하지만 이 일로 나를 파면하는 건 어려울 거야.”“그동안 내가 강북을 위해 한 일이 많다는 건 다들 지켜봐서 알 거야. 그런데 나를 파면하면 강북구에는 손해야. 위에서 나를 처리하고 싶어도, 시장님의 동의부터 구해야 할 걸.”들으면 들을수록 놀라웠다.나는 여자를 이토록 존경한 적이 없다.충분히 놀랄 상황에도 태연하게 마치 태산처럼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 참으로 대단했다.그때 애교 누나가 말했다.“공무직에서는 어떻게 하는지 난 몰라. 너만 떳떳하면 돼. 그런데 정훈 씨는 어떡해? 너한테 이런 일이 생겼으니 분명 소식 들을 텐데, 어떻게 설명하려고?”고정훈 얘기에 남주 누나의 미간이 구겨졌다.“정훈 씨 얘기는 하지 말지. 조사받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데, 우리 남편한테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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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4화

애교 누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게 다를 수 있으니까 자기 생각으로 친구를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그리고 이런 건 편협한 도덕의 잣대로 판단할 수 없다.누가 맞고 누가 틀린 지 어떻게 알겠나?애교 누나는 남주 누나 손을 잡으며 말했다.“너 절로 해결할 수 있으면 됐어. 올 때 엄청 걱정했는데, 네 상태 보니까 시름 놓이네.”남주 누나는 생긋 웃었다.“하늘이 무너져도 나보다 키 더 큰 놈이 대신 받쳐주겠는데 걱정할 거 뭐 있어? 파면당하면 당했지. 이혼하면 했지, 쫄 거 없어. 나만 여전하면 돼.”남주 누나의 마음가짐은 본받을 만하다.우리가 한창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도어락 소리가 들리더니 남주 누나의 남편과 아들이 돌아왔다.보아하니 고정훈은 아직 그 일을 모르는 듯했다.“여보, 나 왔어. 아들 데리고 하루 종일 밖에서 돌아다니라고 해서 힘들어 죽는 줄 알았어. 얘가 좀 개구져야 말이지. 누구를 닮았는지.”“어? 애교 씨 왔네요? 이분은... 정수호 씨 맞죠? 이름 잘못 부른 거 아니죠? 어! 팔은 어쩌다 그렇게 됐어요?”나는 웃으면서 일어났다.“별거 아니에요. 자전거 타다가 넘어졌어요.”“두 분이 올 줄 알았으면 장 더 많이 보는 건데. 그래도 괜찮아요, 냉장고에 야채는 많으니까 내가 요리 해줄게요.”애교 누나는 다급히 말했다.“아니에요. 우리 먹고 왔어요. 남주 안 본 지 한참 돼서 보러 온 거예요. 가족끼리 오붓하게 얘기해요, 우리는 이만 가볼게요.”애교 누나는 나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나는 나가면서 감탄했다.“남주 누나는 정말 보통 여자들과 다르네요.”애교 누나도 감탄했다.“그걸 말이라고, 어릴 때부터 남달랐어요. 놀기를 좋아하고. 나중에 크면 변하겠지 했는데, 웬걸? 하나도 안 변했어요.”“저는 남주 누나처럼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봐요. 다른 사람이 아닌 오직 자기만을 위해 사는 인생, 솔직히 부러워요.”나는 실수로 속마음을 털어 놓았다.애교 누나는 곧바로 나를 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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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5화

남주 누나는 숨을 크게 들이켜고는 말했다.“이혼하자면 맨몸으로 나갈게. 양육권도 당신이 가져. 당신 정말 좋은 사람이야. 아들도 당신과 함께 지내면 좋은 교육 받을 거야.”“나는 좋은 엄마 아니야. 좋은 아내도 아니고. 내가 아들 망치게 하지 마.”고정훈은 끝내 눈시울이 붉어졌다.“딴 놈의 유혹을 그렇게 못 뿌리치겠어? 나 하나로는 만족 못 하겠어?”“당신은 좋은 사람이야. 다정하고 젠틀해. 속궁합도 잘 맞고, 나와 내 친정에도 잘해줘.”“그런데 왜 그랬어?”고정훈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남주 누나는 또 한 번 숨을 크게 들이켰다.“내가 나쁜 여자라 그래. 천성이 노는 걸 좋아해서 사실 결혼하지 말았어야 했어.”고정훈은 마음이 아팠다. 아내는 그가 너무 정직하다고 재미없다고 탓하지 않고 모든 잘못을 자기한테로 돌렸다. 그 때문에 순간 해야 할 말을 잃었다.“난 이혼하기 싫어. 이혼은 생각도 안 해 봤어.”고정훈이 자기 생각을 말했다.하지만 남주 누나는 이혼을 고집했다.“나 안 변해. 모든 걸 알고도 나랑 예전처럼 지낼 수 있어? 우리는 점점 간극이 생길 거고, 자주 싸울 거고 모순은 날로 커져만 갈 거야. 난 그런 날이 오는 게 싫어. 아름다울 때 끝내는 게 좋잖아?”고정훈의 눈시울은 붉었다.“그런데 난 당신 사랑해. 헤어지기 싫어.”남주 누나는 고개를 돌린 채 상대의 눈을 피했다.그동안 부부로 지냈는데, 아무 감정이 없다는 건 거짓말이다.남주 누나도 사실 고정훈과 헤어지기 아쉬웠다. 하지만 본인이 앞으로 얌전히 지낼 거라고 장담할 수 없었다. 누나는 본인한테 자신이 없었다.고정훈은 남주 누나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우리 다시 시작하자. 당신도 노력하고, 나도 노력하면 돼. 행복한 가정 유지하는 거 어렵잖아. 이대로 무너지는 거 싫어.”“그런데 내가 한 일 정말 신경 안 쓸 수 있어?”고정훈은 도리질했다.“난 알아. 당신은 그저 놀기 좋아하는 거지, 그 남자들을 좋아하는 건 아니잖아. 그냥 재미 좀 본 거라고 생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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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6화

“수호 씨, 정말 뛰어갈 거예요? 몸도 아직...”애교 누나는 걱정스러운 눈빛에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누나, 저 결심했어요. 이제부터 바뀔 거예요.”“그럼 나도 같이 뛰어요. 수호 씨 혼자 두고 가는 건 마음 놓이지 않아요.”“아니에요. 운전해서 돌아가요. 전 혼자서도 괜찮아요.”애교 누나는 내 고집을 꺽지 못해 끝내 고개를 끄덕였다.나는 그 길로 뛰기 시작했다.사실 뛴다고 할 수도 없었다. 그저 조깅에 지나지 않았으니까.몸이 아직 낫지 않아 도저히 달릴 수가 없었다.나는 밤거리를 걸으며 바람을 쐬었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고민이네.’임천호는 절대 나를 가만두지 않을 거고, 정태곤도 또 나타날 건데.그렇다고 양동준 형님더러 계속 지켜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때문에 나는 반드시 강해져야 한다.하지만 강해지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얼음이 삼척 깊이까지 얼려면 하루 이틀 춥다고 되는 게 아닌 것처럼, 양동준 형님처럼 강해지는 건 절대 며칠 만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마사지숍으로 출근하는 것 외에 매일 시간 내서 운동해야겠네.’우선 체력부터 끌어올려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그리고 나는 싸우는 기술도 배우고 싶었다.설령 상대를 이기지 못하더라도 도망칠 기회를 만들 정도는 되고 싶었다. 아니면 또 용천 호텔에서처럼 상대한테 꼼짝도 못 할 테니까.내가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취객 여러 명이 싸우고 있었다.4명이서 한 사람을 때리고 있었는데, 그걸 본 순간 가운데서 맞고 있는 사람이 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맞고 있는 사람이 반항하는 건 의외였다.그리고 비법을 하나 발견했는데, 상대의 사타구니를 발로 차는 거였다.그 방법은 백발백중이었다.사타구니를 걷어차인 사람은 순간 전투력을 잃게 된다.나는 신대륙을 발견한 사람처럼 그 기술을 기억했다. 나한테는 그게 참 유용한 기술 같았으니까.특히 여러 명한테 맞고 있거나 상대가 나보다 강할 때, 위기에서 빨리 벗어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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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7화

민우도 거친 숨을 몰아쉬었지만 이를 악물고 말했다.“4명이 나 한 명 때리는 건 매너 있고?”“그러게 누가 우리 흥을 깨?”민우는 손을 휘휘 저으며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헛소리 그만해. 여기가 너네 구역도 아니고, 나도 엄연히 돈 내고 소비한 건데 안 될 거 뭐 있어?”여기서 잠깐 설명하자면 이 다섯 명이 싸운 곳은 바비큐 가게다.아마도 식사를 하다가 모순이 생긴 모양이었다.4명 중에 꽃부리 셔츠를 입은 놈이 가장 험악하게 생겼는데, 동시에 민우한테 가장 처참하게 맞은 놈이기도 했다.놈들은 모두 가랑이를 맞아 극심한 고통을 느꼈다.그 꽃부리 셔츠의 표정이 가장 괴로워 보였다.“젠장, 4명이 너 하나 못 이기면 앞으로 얼굴 들고 못 다니지. 이렇게 하자, 우라도 한 명씩 네 가랑이 차게 해주면 오늘 일은 그냥 넘어갈게.”민우는 음산한 표정을 지었다.“누굴 바보로 아나? 한 사람이 한 번씩 차면 앞으로 남자구실을 어떻게 해? 먼저 시비 건 사람은 네놈들이잖아. 맞아도 싸지. 졌으면 나보다 실력 부족한 걸 인정해야지.”그때 키 작은 놈이 말했다.“너보다 실력이 부족한 거 아니거든. 너보다 비겁하지 못한 거지. 집요하게 거시기만 노리는 놈이 어디 있어? 넌 없냐?”“풉...”나는 참다못해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그 웃음소리에 네 놈이 동시에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순간 아차 싶었다.키 작은 놈이 씩씩거리며 나를 노려봤다.“너 웃었어? 네 거시기 터뜨린다?”‘젠장. 난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설마 나로 화풀이하는 건 아니겠지?’‘아하, 민우한테는 상대가 안 되니까 만만한 나를 노리는 거네.’‘내가 만만해?’‘정태곤이 나를 무시하는 것도 분한데, 같잖은 것들까지 나를 무시해?’“그래? 어디 해 봐.”나는 순간 욱해서 이대로 약하게 보여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정말 여기저기서 무시당할 테니까.게다가 내 옆에 민우도 있고, 꽤 강한 것 같으니 겁날 것도 없었다.이 상황에서 겁내면 너무 쪽팔리잖아?키 작은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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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8화

민우는 여전히 용맹했다. 혼자서 셋을 상대하는 데도 세 놈만 연신 비명을 질러댔디.그러다 결국 네 놈은 함께 줄행랑쳤다.나는 몸 이곳저곳이 아프고 쑤셔 눈물이 찔끔 나왔다. 하지만 잔뜩 흥분한 표정으로 민우를 바라봤다.“친구야, 너 싸움 진짜 잘한다. 그동안 어떻게 숨겼대?”‘대학 때는 전혀 몰랐는데.’민우는 나를 부축했다. 하지만 그도 몸 여기저기 아픈 모양이었다.아무리 그 기술이 강하다지만 상대는 4명이다.서로 치고받고 싸우다 보면 쪽수에 밀릴 때도 당연히 있었을 거다.하지만 나보다 몇 배는 강하다는 건 사실이었다.우리는 서로를 부축하며 길가에 앉았다.내 팔에 두르고 있던 붕대는 끊어져서 면처럼 대충 감겨 있었다.게다가 뼈도 또 부러진 모양이었다.민우는 상처투성이인 내 모습을 보더니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수호야, 미안해. 너까지 끌어들여서.”“친구끼리 뭘 이런 일로 사과해?”“어제 같이 밥 먹자고 했는데, 오늘 이렇게 만난 김에 같이 먹을래?”민우는 내 팔을 보더니 말했다.“우선 상처부터 치료하자. 제때 치료하지 않다가 장애라도 남으면 어떡해? 난 너 평생 책임 못 져.”“별거 아니야. 그냥 팔 조금 부러진 거야. 병원 가서 치료하면 돼.”“그래, 병원부터 가자.”민우는 나를 부축해 작은 진료소에서 상처를 치료했다.그 우리는 작은 식당을 찾아 음식과 술을 주문해 먹으면서 얘기했다.나는 민우가 왜 이 지경이 됐는지 물어봤다.그러자 민우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말도 마. 되는 일이 없어. 난 정말 재수 없는 놈인 것 같아.”“너 졸업하자마자 병원에 인턴으로 들어갔잖아?”“맞아, 하지만 내가 좀 직설적이라 우리 과 상사한테 미움을 샀거든. 그 뒤로 나를 어찌나 괴롭히는데, 결국 참지 못해서 나왔어. 그 일이 있고 나서 다른 병원도 가보고, 약국도 가보고, 심지어 진료소도 갔었는데 내 성격 때문에 다 오래 버티지는 못했어.”“설아 부모님은 나에게 미래고 없다면서, 서아한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으니 헤어지라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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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9화

아직 너무 늦은 때는 아니라 사장님이 잠들지 않았을 거라는 걸 알았기에, 나는 얼른 문자를 보냈다.사장님은 곧바로 답장을 했다.[그래요. 내일 하루 일해보라고 해요.]나는 핸드폰을 민우 쪽으로 들이밀었다.“우리 사장님이 내일 하루 일해보라는데?”민우는 흥분하면서 나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수호야, 넌 나를 다시 태어나게 해준 부모님이나 다름없어. 자, 받아.”“야, 뭐 오버하고 그래?”민우는 한꺼번에 술 한 잔을 비우더니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오버 아니야. 넌 몰라서 그래 내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일도 마음대로 안 되지, 연애도 안 되지, 설아 부모님한테 무시나 당하지. 가끔은 사는 게 공기 낭비라는 생각도 들더라.”나는 다급히 말했다.“누구나 다 가치 있어. 절대 허튼 생각 하지 마.”“그런데 난 가치 있을까? 부모님 속 뒤집어 놓고, 설아 슬프게 하는 것 외에 내가 할 줄 아는 게 뭐 있어?”“네 가치는 네 존재 자체야. 그것 자체가 희망이야.”이건 내가 책에서 본 구절이다. 그때 참 마음이 힐링 되는 느낌이었는데.민우는 내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내 어깨를 툭툭 토닥였다.“그런 말 해줘서 고마워. 절망 속에 있는 나를 꺼내줘서 고마워. 솔직히 너 만나기 전에는 사는 게 희망이 없었어. 그런데 다시 희망이 생긴 것 같아.”나도 따라서 웃었다.“그럼 다행이고. 뭐가 됐든 목숨은 하나야. 절대 바보 같은 짓 하지 마.”우리가 한창 얘기하고 있을 때 민우의 핸드폰이 진동했다.민우는 전화를 받지도 끊지도 않았다.액정을 보니 설아 이름이 적혀 있었다.나는 문득 의아했다.“임설아 전화인데 왜 안 받아?”“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민우는 고민스러운 듯 말했다.“너 내일 일자리 면접 보러 가잖아. 좋은 소식을 알려줘야지.”“될지 말지도 모르는데, 뭘 말해?”“무조건 합격할 거야. 나 믿어 봐. 우리 사장님 엄청 좋은 분이셔. 게다가 요즘 연달아 두 명이 그만둬서 마침 일손이 모자라. 너도 한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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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0화

“나도 피하고 싶지 않아. 그런데 널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어. 나...”“헛소리 그만해. 나 지금 너 보고 싶어. 만날 거야 말 거야?”나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라는 사인을 보냈다.하지만 민우는 여전히 망설였다.“나... 우리 내일 만날까? 내일 면접 성공하면 만나자. 실패하면... 다른 사람 찾아.”“다른 사람 찾으라니, 무슨 개뼈다귀 같은 소리야? 신민우, 너도 내가 맨 처음 좋아한 사람이 너 아니라는 거 알지? 그런데도 결국은 너랑 만났어. 나 임설아는 한 입으로 두말 안 해. 너랑 같이 있기로 했으면 절대 다른 사람 안 만나.”“우리가 몇 년을 만났는데, 다른 사람 찾아가라고? 너 죽고 싶어?”임설아는 울면서 욕지거리를 퍼부었다.옆에서 그걸 듣고 있는 내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 임설아가 이렇게 당돌할 줄이야.민우는 된통 욕을 먹고는 쩔쩔맸다.“나, 나도 이러기 싫어. 내가 너무 쓸모없는 놈이라서 그래.”“그래, 너 쓸모없는 놈 맞아. 어떻게 3년을 만났는데 털끝 하나도 안 건드려? 내가 뭐 조선시대 종갓집 규수라도 되는 줄 알아? 내 의견은 물어봤어? 난 너랑 결혼하고 싶고 백년해로하고 싶은데, 딴 놈 만나라고? 신민우, 우리 만나. 내가 너 죽여버릴 테니까...”임설아는 더 펑펑 울었다.민우 역시 눈물을 흘렸다. 사내놈이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설아야, 미안해...”“미안하다는 소리 듣기 싫어. 애초에 나한테 했던 약속이나 지켜. 평생 나 아니면 결혼도 안 하겠다고 했잖아. 나 그거 진담으로 받아들였으니까 말한 대로 약속 지켜.”나는 얼른 민우 어깨를 두드리며 정신 차리라고 귀띔했다.임설아처럼 좋은 여자애를 놓치면 민우는 분명 후회할 거다.민우는 내 격려를 받고 심호흡했다.“좋아. 임수거리에서 기다릴게, 마침 옆에 수호도 있어.”“수호? 어떤 수호?”“정수호. 우리 대학 동기. 네가 좋아했던 애.”“네가 말 안 하면 잊을 뻔했네. 둘이 어떻게 만났어?”나는 멍하니 둘의 대화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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