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습을 보기 살짝 민망해, 나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수연 누나 맞죠? 정수호예요.”“알아요, 들어와요.”고수연은 눈시울이 붉은 게, 방금 운 듯했다.짐을 들고 안으로 들어가 보니 집안이 어수선한 데다, 방금 한바탕 싸운 듯한 흔적들이 보였다.나는 미간을 팍 구겼다.“왜 이래요? 집에 도둑 들었어요?”“아니, 그 인간이 다녀갔어요. 나랑 한바탕 싸웠어요.”“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분명 본인이 잘못했으면서 손찌검까지 했어요?”나는 짐을 놓고 얼른 집을 정리했다.고수연은 우울한 모습으로 멍하니 소파에 앉아 있었다. 어질러진 집을 정리할 마음도 없어 보였다.결국 내 도움으로 집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지만, 고수연의 기분은 여전히 가라앉아 있었다. 심지어 가끔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그 모습이 너무 불안해 보여, 나는 고수연에게 물 한 잔을 따라 주었다.“수연 누나, 울지 마세요. 우선 물부터 마셔요.”고수연은 손을 뻗어 컵을 받아 들었다.“미안해요. 감정이 주체가 안 되네요. 피곤할 텐데 가서 쉬어요. 지금은 챙겨줄 수가 없네요.”“저는 상관하지 마세요. 저도 다 큰 어른인데, 스스로 돌볼 수 있어요.”고수연이 여전히 우울해 보여, 나는 더 이상 그녀를 방해하지 않았다. 그저 간단히 내가 묵을 객실이 어디인지 묻고 짐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하지만 객실 침대에 앉아 있는 게 매우 불편했다.문밖에 있는 여자와 친한 사이도 아닌 데다, 남녀가 단둘이 있으니 왠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나는 얼른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민우한테서 두 번이나 전화가 걸려 왔었다.그제야 오늘 민우를 데리고 면접보러 가겠다고 했던 일이 떠올랐다. 그건데 내가 그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니.나는 얼른 민우에게 전화했다.“민우야, 미안해. 아침에 일이 좀 있어서 폰을 확인하지 못했어... 너 면접은 어떻게 됐어?”그나마 다행인 건, 어제 저녁 식사를 하면서 면접 절차에 대해 대충 얘기했기에, 민우는 나와 연락이 닿지 않아도 아마 면접에 지장이 가지
Last Updated : 2024-12-1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