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Chapter 711 - Chapter 720

819 Chapters

제711화

‘헐, 이 정도 눌렀는데도 아직 안 느껴진다고?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벌써 가슴이 커졌을 텐데.’나는 결국 어쩔 수 없이 결론을 내렸다.“그렇다면 확실히 유전이 맞아요. 이건 방법 없어요. 수술해야 해요.”“우리 엄마는 몸매 좋은데, 왜 나만 이래?”“정현 씨 어머니 몸매가 좋다고 정현 씨 몸매도 좋으리란 보장은 없죠. 아버지의 유전자를 물려받았을 수도 있으니까요.”“그럴 수도 있어?”“부모님 중에 한 분이라도 선천적으로 날씬한 분이 계시면, 정현 씨 몸매에도 영향 줄 수 있어요. 그런 상황이라면 가슴 키워준다는 마사지숍은 절대 믿지 마요. 선천적인 건 바꿀 수 없으니까요.”“됐어요. 할 얘기도 끝났고, 할 수 있는 건 다 했으니 이만 가볼게요.”하정현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나를 아예 무시했다.내가 방에서 나왔을 때, 이영미도 마침 방에서 나왔다. 그녀는 뒤를 흘긋 보더니 조심스럽게 나에게 달려와 물었다.“이봐, 솔직히 말해. 내 딸과 무슨 사이지?”나는 고개를 저었다.“전 윤지은 씨와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그런데 우리 지은이 왜 저렇게 이상해?”“어머님, 다른 일 없죠? 없으면, 전 이만 가볼게요.”“잠깐만, 있어.”사실 나는 진작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이 타이밍에 이영미가 나를 불러 세울 줄은 몰랐다.‘역시 묻지 말았어야 했는데.’그런데 이미 말을 꺼냈으니 나는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이에요? 만약 마사지를 원하는 거라면 해드릴 수 없어요.”“아무 문제 없는데 마사지는 무슨, 그런 거 필요 없어. 사실은 다른 목적이 있어. 수호 씨 잘하지? 우리 남편 좀 봐줄 수 있어? 그 방면에 문제 있는 게 아닌지?”이영미는 겉으로는 신경 안 쓴다고 했지만 사실 속으로는 무척 신경 쓰고 있었다.특히 매번 찔러 봐도 반응 없는 윤해철이 이상해, 안 되는 건데 부끄러워 말 못 하는 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남편 상태 봐달라는 게 목적이었다고?’이영미가 나를 붙잡아 세우고 남편 상태를 봐달라는 부탁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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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2화

“뭘 도와주면 돼?”“저 사실 양동준 형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싶은데, 혹시 설득해 주실 수 있어요?”양동준 형님이 윤씨 가문을 위해 일하니까 어머님 도움을 받으면 일이 쉽게 해결될 게 뻔하다.이영미는 그 말을 듣더니 싱긋 웃었다.“그게 뭐 별거라고. 간단하네. 수호 씨가 나 도와주면 양동준은 내가 설득해 주지.”동의를 얻어내고 나니 심장이 두근거렸다.“그럼 약속한 거예요, 어머님? 지금 가요.”“난 됐어. 수호 씨 혼자 가.”“네? 제가 어떻게 혼자 가요?”“내가 요즘 그이랑 싸우고 있어서 돌아가면 안 돼. 그리고 내가 그런 병 보게 했다는 거 비밀로 해야 해.”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런데 저 아버님을 모르고 댁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데요? 병은 어떻게 봐 드려요?”“내 남편 스케줄을 알려줄 테니까, 기회는 수호 씨가 만들어. 병 다 보면 결과도 나한테 알려주고.”‘그러면 되는구나.’하지만 이건 나에게 테스트나 다름없었다.‘물론 어렵지만, 양동준 형님을 스승님으로 모시기 위해서라면, 까짓거 해보지 뭐!’“좋아요, 아버님 스케줄 알려주세요.”나는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그건 이따가 알려줄게. 그리고, 지은한테 비밀로 해.”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 일은 이영미가 귀띔해 주지 않아도 절대 윤지은한테 알리지 않을 작정이었다.이영미와 대충 상의를 마친 뒤, 나는 윤지은 집을 떠나 다시 차로 돌아왔다.이번에는 더 이상 전처럼 우울하지 않았다.하지만 애교 누나가 걱정되었다. 누나의 아버지는 보기에도 무서운 분이니 애교 누나가 본가로 잡혀갔을 게 뻔했다. 그걸 생각하니 마음이 안 좋았다.누나에게 문자라도 보내야 하나 생각하다가 아버지한테 들켜 또 꾸중을 들을까 봐, 나는 망설여졌다.그렇다고 상황을 물어보지 않기에는 너무 걱정되었다.결국 고민 끝에 애교 누나한테 문자를 보냈다.[누나, 지금 어때요? 아버님이 누나 곤란하게 하지는 않았죠?][난 괜찮아요. 그래도 내가 친딸이라 너무 몰아붙이지는 않았어요. 그러는 수호 씨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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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3화

[나한테도 그래요?]형수의 물음에 나는 양심에 찔렸다.전에 용천 호텔에 있을 때, 형수가 나를 무시한다고 껌딱지처럼 졸졸 쫓아다녔으면서, 형수가 마음을 여니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하다니.순간 내가 너무 나쁜 놈처럼 느껴졌다. 따지고 보면 형수를 갖고 논 셈이니까.형수한테 너무 미안했다.“형수, 미안해요. 제가 너무 무능해서 애교 누나한테도 상처를 줬는데, 더 이상 상처 주기 싫어요.”형수는 나를 탓하기는커녕 한숨을 푹 쉬었다.[나도 수호 씨 이해해요. 탓하지 않아요. 적어도 함께했던 시간 동안 정말 행복했어요. 하지만 다른 곳에서 지낸다니 아쉽기는 하네요.]나도 형수와 떨어져 지내기 아쉬웠다. 애교 누나도 마찬가지고.하지만 애교 누나의 아버지를 생각하면 다시 마음이 확고해졌다.나는 더 이상 이 동네에 있을 수 없다. 만약 애교 누나 아버지가 알면 내가 누나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테니까.아직은 능력도 없고 내 잠재력도 보여줄 수 없으니, 가장 좋은 방법은 이 동네를 떠나는 거다. 미련 없는 사람처럼.“형수, 진동성 그 인간은 요즘 집에 안 들어와요? 두 사람은 정말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요?”나는 얼른 화제를 전환했다. 무엇보다 형수의 현황이 걱정되었다.그러자 형수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상관없어요. 이제 신경도 안 써요. 나만 잘 살면 되지, 그 인간이 뭘 하든 관심 없어요. 수호 씨, 지낼 곳은 찾았어요?”형수는 다시 주제를 돌렸다.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직이요. 방금 핸드폰으로 찾고 있었어요.”[우선 찾지 마요. 잠깐 내 둘째 동생 집에서 지내요. 지난번 용천 호텔에서 내 둘째 매제가 바람피우던 거 기억 나죠?]“네, 왜요? 두 사람 이혼한대요.”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형수가 한숨을 푹 쉬었다.[어디 그것뿐이게요? 그것보다 더 지저분해요. 진용진이 우리한테 본모습을 들키니 아예 내 동생한테 이혼 얘기를 꺼낸 것도 모자라, 내 동생을 빈털터리로 내쫓으려 하고 있어요.][그동안 애들 돌보랴, 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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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4화

형수는 행동력을 과시하는 듯 바로 고수연한테 전화했다.요즘 진용진 일로 심란해하던 고수연은 형수의 말을 듣자마자 반갑게 대답했다.[언니 동생 오라고 해. 진용진 그 개자식이 이제는 아예 대놓고 여자 만나고 다녀. 너무 역겨워서 나도 돌려줘야겠어.]그 말에 형수는 가슴이 철렁해 바로 귀띔했다.“당분간 네 집에서 좀 지내게 하라는 거지 몸을 노리라는 거 아니야.”[내가 언제 몸을 노렸다고 그래? 내가 지금 남자 몸을 노릴 기분이겠어? 분노하는 거잖아! 분노! 잘못은 진용진이 했는데, 왜 사과를 안 해? 게다가 어떻게 뻔뻔하게 먼저 이혼을 입에 올려? 무슨 자격으로 나를 빈털터리로 집에서 쫓아내겠다는 건데?][이 세상에 정말 좋은 남자는 없어. 앞으로 남자 말을 믿나 봐라.]형수는 동생을 안쓰러워했다. 어쩌면 언니 동생이 쌍으로 이렇게 기구한 운명을 타고났는지?형수는 한숨을 푹 쉬었다.“우선 그런 거 생각하지 말고 네 몸과 두 아이나 잘 챙겨. 네가 아파서 쓰러지면 진용진만 좋아할 거잖아.”고수연은 울면서 말했다.[알았어. 화내지 않을게. 그런 남자 때문에 화내는 건 감정 낭비야. 참, 언니, 그 동생분더러 일찍 와달라고 해. 진용진이 또 찾아와서 행패 부릴까 봐 무서워.]“알았어, 바로 가라고 전화할게.”형수는 동생과 통화를 끝내자마자 나에게 전화했다.[수호 씨, 동생한테 이미 말해뒀으니 바로 가요. 이따가 주소 보내줄게요.]“네.”[가서 내 동생 좀 돌봐줘요. 진용진이 또 행패 부리면 혼내줘요.]“형수, 걱정하지 마요. 제가 있는 한, 수연 누나가 괴롭힘당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전화를 끊은 뒤 형수는 바로 동생네 집 주소를 보내 주었다.나는 몇 달 동안 살던 동네를 한참 바라보다가 결국 아쉬운 마음으로 그곳을 떠났다.이곳에는 내가 가장 그리워하는 두 사람이 있다. 한 명은 애교 누나고, 한 명은 형수다.하지만 누나의 아버지 때문에 이곳을 잠시 떠나 있어야 한다는 게 매우 아쉬웠다.그런데 별 수 있나? 누나와 형수를 위해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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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5화

그 모습을 보기 살짝 민망해, 나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수연 누나 맞죠? 정수호예요.”“알아요, 들어와요.”고수연은 눈시울이 붉은 게, 방금 운 듯했다.짐을 들고 안으로 들어가 보니 집안이 어수선한 데다, 방금 한바탕 싸운 듯한 흔적들이 보였다.나는 미간을 팍 구겼다.“왜 이래요? 집에 도둑 들었어요?”“아니, 그 인간이 다녀갔어요. 나랑 한바탕 싸웠어요.”“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분명 본인이 잘못했으면서 손찌검까지 했어요?”나는 짐을 놓고 얼른 집을 정리했다.고수연은 우울한 모습으로 멍하니 소파에 앉아 있었다. 어질러진 집을 정리할 마음도 없어 보였다.결국 내 도움으로 집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지만, 고수연의 기분은 여전히 가라앉아 있었다. 심지어 가끔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그 모습이 너무 불안해 보여, 나는 고수연에게 물 한 잔을 따라 주었다.“수연 누나, 울지 마세요. 우선 물부터 마셔요.”고수연은 손을 뻗어 컵을 받아 들었다.“미안해요. 감정이 주체가 안 되네요. 피곤할 텐데 가서 쉬어요. 지금은 챙겨줄 수가 없네요.”“저는 상관하지 마세요. 저도 다 큰 어른인데, 스스로 돌볼 수 있어요.”고수연이 여전히 우울해 보여, 나는 더 이상 그녀를 방해하지 않았다. 그저 간단히 내가 묵을 객실이 어디인지 묻고 짐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하지만 객실 침대에 앉아 있는 게 매우 불편했다.문밖에 있는 여자와 친한 사이도 아닌 데다, 남녀가 단둘이 있으니 왠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나는 얼른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민우한테서 두 번이나 전화가 걸려 왔었다.그제야 오늘 민우를 데리고 면접보러 가겠다고 했던 일이 떠올랐다. 그건데 내가 그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니.나는 얼른 민우에게 전화했다.“민우야, 미안해. 아침에 일이 좀 있어서 폰을 확인하지 못했어... 너 면접은 어떻게 됐어?”그나마 다행인 건, 어제 저녁 식사를 하면서 면접 절차에 대해 대충 얘기했기에, 민우는 나와 연락이 닿지 않아도 아마 면접에 지장이 가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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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6화

[있었지. 그런데 몸이 안 좋았다고 했잖아. 그래서 검사하고 하려고 얘기해 보려고 했지.]“하긴, 천천히 해. 서로 소통만 잘하면 점점 더 좋아질 거야.”나는 임설아의 몸을 노린 적도 없고, 두 사람이 헤어지길 바라는 것도 아니다.솔직히 말하면 두 사람이 백년해로하기를 더 바란다.지금의 나는 남주 누나처럼 개과천선했다. 때문에 미색에 절대 홀리지 않을 거라고 이미 다짐했다.실력이 없으면 미색을 탐하면 안 된다. 때문에 나는 우선 내 실력부터 키워야 한다.우리는 그 뒤로도 한참 얘기를 하다가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은 뒤, 나는 살금살금 문 앞으로 다가가 문틈 사이로 거실을 확인했다.고수연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가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그 모습을 보니 위로해야 할지 무척 고민되었다.위로 하자니, 내키지 않았고. 그냥 넘어가자니, 너무 매정한 것 같았다.나는 침대에 한참 동안 앉아 있다가 끝내 참지 못하고 거실로 나갔다.“수연 누나, 울지 마세요. 계속 울면 실명할 수도 있어요. 그런다고 그 남자가 마음 아파하지는 않잖아요.”이 말을 하지 말아야 했는데, 이 말을 들은 고수연은 더 서럽게 울었다.“괴로운 걸 어떡해요? 아이 키우고, 시부모님 모시는 게 어디 쉬워요? 내가 늙으면 남편이 싫어할까 봐, 관리도 열심히 했어요.”“충분히 잘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왜 바람피우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고수연은 말하면서 계속 흐느껴 울었다.나는 얼른 티슈 몇 장을 뽑아 건네며, 부족한 말솜씨로 고수연을 위로했다.“변심한 남자는 곁에 둬도 소용없어요. 차라리 일찍 버리세요. 그리고 아직 젊은데, 일자리도 찾으면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어요.”“말이 쉽지, 벌써 경력 단절된 지 몇 년이 됐어요. 그런 사람을 누가 받아줘요?”“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잖아요. 앞을 내다봐요. 그래야 사는 게 희망이 있죠.”나는 위로하면서도 막막했다.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계속 헤어 나오지 못한다면 나도 방법이 없었다.아직 결혼도 안 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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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7화

진용진은 그에 반해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퉁명스럽게 말했다.“고수연, 당신도 그만해. 곧 이혼할 사이에, 이러는 거 싸 보여.”고수연은 그런 말을 듣고도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맞아, 나 싸. 당신이 바람피운 거 알면서도 이래. 내가 여자 망신시키고 있어. 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어. 나도 나를 어떻게 하지 못하겠다고. 당신을 떠나면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어떡해?”고수연은 말하면서 또 흐느껴 울었다.진용진은 아예 이골이 났는지 귀찮은 티를 팍팍 냈다.“내가 당신을 가장 싫어하는 게 뭔지 알아? 바로 이런 점이야. 나를 사랑한다면서 사랑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아. 그저 맨날 껌딱지처럼 달라붙는 것만 좋아하고.”남자도 자유가 필요해. 사적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당신이 너무 옥죄어 와서 숨쉬기 바빠. 나 이제 더 이상 못 참겠어.”고수연은 황급히 사과했다.“앞으로 안 그럴게.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해, 집에만 잘 돌아오고, 나를 계속 사랑해 주면 돼.”고수연은 말하면서 진용진을 끌어안고 입 맞췄다.그러다 보니 진용진도 점차 반응했다.곧이어 진용진은 고수연을 품에 안고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그건 당신이 스스로 말한 거다. 내가 강요한 거 아니야. 자, 엎드려. 우선 한 발 빼자...”고수연은 순순히 엎드려 다정하게 물었다.“여보, 이 높이 괜찮아?”진용진은 음탕한 미소를 지었다.“그래, 아주 좋아.”말하면서 비릿한 미소를 짓는 진용진의 모습에 나는 더 이상 보기 힘들었다.진용진은 분명 고수연의 몸만 탐하는 건데, 고수연은 체면도 다 버린 채 진용진한테 잘 보이려고 애쓰고 있으니.얼마 지나지 않아 침실에서 야릇한 신음이 흘러나왔다.그걸 듣고 있는 게 괴로워, 나는 물건을 내려놓고 바로 집을 나왔다.나는 동네 공원에 앉아 답답한 마음을 추슬렀다.같은 고씨 집안 사람이고, 모두 미녀인데, 두 사람이 왜 이렇게 다른지?형수는 독립적인 여지인데, 고수연은 남자의 부속품 같았다.분명 상대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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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8화

나는 너무 화가 나서 핸드폰을 꺼내 형수한테 상황을 말하려고 했다.하지만 폰을 꺼내자마자 고수연이 빼앗아 갔다.“뭘 또 말해요? 여기 우리 집이거든요. 내가 지내도 된다면 지내고, 안 된다면 안 되는 거지.”그 말을 들은 순간 화가 치밀었다.“좋아요, 갈게요. 핸드폰 돌려줘요.”“안 돼요. 우선 짐부터 싸요. 그쪽이 후회할까 봐 먼저 주기 싫어요.”고수연은 나를 아예 소인배 취급했다.분명 소인배는 제 남편 진용진인데, 그런 인간한테는 매달리고, 내 앞에서는 위세를 떨고 있다니.나는 속으로 고수연에게 욕지거리를 퍼부었다.솔직히 형수만 아니면, 당장 이 여자의 뺨을 후려갈기고 싶었다.나는 애써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 “갈 테니까 걱정하지 마요. 난 그쪽처럼 낯가죽이 두꺼운 사람은 아니니까.”하지만 입 밖으로 나온 말은 고수연을 비아냥거리는 말이었다. 이건 어쩔 수 없었다.내 말을 들은 고수연은 갑자기 욱해서 소리쳤다.“누구더러 낯가죽이 두껍다는 거예요? 다시 한번 말해 봐요.”고수연은 말하면서 나를 향해 손톱을 드러냈다.그 틈에 나는 얼른 핸드폰을 빼앗으려 손을 뻗었다.다만 고수연이 발 빠르게 움직여 내 손을 피했다.그렇게 싸우다 보니 신체 접촉은 피할 수 없었다.그래도 남자라 여자 하나 제압하기에는 수월했으나, 팔이 다친 바람에 한 손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고수연은 생각보다 악랋해서 나를 이길 수 없자 다친 내 팔을 세게 잡았다.갑자기 전해지는 고통에 나는 악, 하고 비명을 질렀다. 심지어 눈물도 찔끔 흘러나왔다.나는 잔뜩 분노해서 고수연을 노려봤다.“미쳤어요? 팔 다친 거 안 보여요?”고수연은 뻔뻔하게 대답했다.“아니까 팔 공경한 거지. 여자인 나한테 폭력을 쓰는 그쪽도 비겁한 건 똑같으면서.”“정말 제정신 맞아요? 남편이 바람피웠는데도 매달리며 굽신거리다니.”나 역시 독설을 퍼부었다.고수연은 그 말에 나를 독하게 노려봤다.“바람피운 게 어때서요? 세상에 바람 안 피우는 남자가 몇이나 돼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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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9화

“집? 차? 아니면 아무 걱정 없이 살게 해줄 수 있나? 본인 하나 챙기기도 어려우면서. 당신 같은 남자는 결혼하면 안 돼, 안 그러면 여자도 같이 고생이니까.”고수연의 말은 비수처럼 내 가슴을 꽂았다.내가 가난한 건 사실이다.하지만 그게 그렇게 큰 죄인가? 가난하다고 결혼할 자격도 없나?그대로 떠나려고 했지만, 나는 참지 못하고 다시 돌아갔다.고수연은 차가운 눈으로 나를 쏘아봤다.“뭐야? 나 때리려고? 털끝 하나라도 건드려 봐!”“때리지 않아요. 형수 동생이라, 형수를 봐서라도 건드리지 않아요. 하지만 잘 들어요. 나 정수호는 평생 가난하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사람 무시하지 마요. 그리고 남편이 바람피우는 것도 상관없으면 혼자 그런 남편한테 매달리면서 비굴하게 살아요. 당신 언니까지 피해주지 말고.”말을 마친 나는 뒤돌아 떠났다.고수연이 뒤에서 쌍욕을 하든 뭘 하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르엘 빌라에서 나온 나는 기분이 매우 가라앉았다. 그동안 이처럼 기분이 안 좋았던 적은 처음이었다.심지어 애교 누나의 아버지한테 무시를 당했을 때보다 더 괴로웠다.그분은 그래도 강북시 부시장이니, 나 같은 가난한 사회 초년생을 무시하는 게 당연하다.하지만 고수연은 직장도 없는 여자인데, 그런 사람도 나를 무시한다는 게 충격이었다.고수연이 현실적이고 속물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현실이 왜 이렇게 가혹한지 자꾸만 생각하게 됐다.가난이 언제부터 잘못이 되었을까?누군 뭐 가난한 사회 초년생이고 싶어서 이렇게 사나?남 아래에서 허리 굽히며 사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가난한 사람은 왜 결혼할 자격도 없을까?나도 계속 노력하는데, 그런 여자 눈에는 내가 결혼할 자격도 없는 사람으로 보인다니.인정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나는 자존심이 크게 꺾였다. 하지만 그런 말을 듣고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기분이 너무 안 좋아, 나는 또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오늘 하루, 한 달 치 담배를 피우는 것 같네.’내가 가라앉은 기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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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0화

형수에게 다시 전화할 땐 벌써 통화 중이었다.보아하니 이미 동생과 얘기 중인 듯했다. 때문에 나는 그저 속으로 두 사람 사이에 충 돌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나는 또 담배 한 대를 꺼내 입에 물었다. 이제 어느 정도 마음이 가라앉았다.나는 형수의 전화를 기다렸다.전화를 받고 나서 이곳을 떠나 살 집을 알아볼 생각이었다.내가 물론 부자는 아니지만, 손에 돈은 그래도 조금 쥐고 있었기에 셋집 하나 구하는 건 문제없었다.이제 더 이상 남의 밑에서 눈치 보며 사는 생활은 지긋지긋했다. 남이 내 과거를 무시하는 건 더욱 싫고.한참 뒤, 형수한테서 전화가 왔다. 하지만 형수의 목소리는 조급해 보였다.[수호 씨, 얼른 다시 올라가 봐요. 수연이 맞았어요.]“네? 대체 무슨 일이에요?”[진용진 그 인간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집에 갔대요. 수연한테 두 사람 시중을 들라고 했대요. 그게 인간이에요?]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속으로만 중얼거렸다. 그건 고수연이 자초한 일 아닌가 하고.남자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걸 알면서 비굴하게 붙어 있었으면서, 상대가 자신을 사랑해주는 게 이상한 거 아닌가?자신마저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남의 사랑을 바란다는 것 자체가 우스웠다.하지만 형수를 위해서 나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바로 올라가 볼게요.”전화를 끊은 뒤, 나는 또 차에서 내려 고수연의 집으로 올라갔다.사실 마음 같아서는 돌아가기 싫었다. 본능적으로 거부하고 있었다.하지만 형수를 위해 참아야 했다.고수연 집에 도착해 보니,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었다.“진용진, 당신이 사람이야? 당신은 짐승도 아니야.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집안 물건은 또 이것저것 깨져 엉망이 되어 있었고, 고수연은 맞아서 여기저기 멍들어 있었다.하지만 진용진과 그 요염하게 생긴 여자는 소파에서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짓을 하고 있었다.내가 들어온 걸 본 진용진은 펄쩍 뛰었다.“젠장, 당신 누구야? 아, 생각났다. 용천 호텔에서 봤었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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