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이혼 후 곧 재혼한 아내의 모든 챕터: 챕터 61 - 챕터 70
100 챕터
제61화
그 일에 관해서는 김하린도 할 말이 없었기에 박시언이 원하는 대로 해주기로 했다.“알았어, 갈게.”‘어차피 내 돈 쓰는 것도 아닌데 뭐.’박시언은 그녀 몰래 입꼬리를 씩 올렸다.백화점에 도착한 후 김하린은 외관 설계와 인테리어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곧 있으면 쇼핑 거리를 세워야 하기에 기존에 있는 것들을 참고할 필요가 있었다.그렇게 한참을 둘러보는데 누군가가 갑자기 손을 잡아 왔다. 이에 백하린이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옆을 보니 거기에는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있는 박시언이 있었다.“뭐 하는 거야?”“사진 찍게 손잡는 거잖아.”박시언은 멀지 않은 곳에서 카메라를 들고 두 사람을 찍고 있는 파파라치 쪽으로 고개를 까딱했다.김하린은 그의 고개를 따라 파파라치를 힐끔 보고는 순순히 손을 맞잡았다.그때 박시언이 갑자기 휴대폰을 꺼내 들더니 카메라를 켰다.“또 뭐 하려고?”“셀카.”“...”김하린은 카메라를 바라보며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 그걸 보던 박시언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그녀를 향해 물었다.“웃을 줄 몰라?”그녀도 처음에는 웃으려고 했지만 함께 나란히 서 있는 박시언의 얼굴을 보고는 도저히 미소가 지어지지 않았다.하지만 결국 그의 닦달에 잔뜩 굳어버린 입꼬리를 조금 위로 올렸다.그러나 차라리 무표정한 얼굴이 더 나았다.박시언은 찍힌 사진을 보고는 혀를 한번 차더니 휴대폰을 다시 집어넣었다.김하린은 사진 타임이 끝난 건가 싶어 곧바로 매장에 들어가 옷을 골랐다.어차피 박시언의 돈이라 그녀는 원하는 만큼 골랐다.오후, 박시언은 김하린을 데리고 조용한 카페 안으로 들어와 디저트를 주문했다.김하린은 오늘 쇼핑한 물건이 꽤 마음에 드는 듯 기분 좋은 얼굴로 디저트를 먹었다.그 모습이 어쩐지 마음 한편이 따뜻해져 박시언은 휴대폰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반만 내놓은 채 그녀와 셀카를 찍었다.찰칵하는 소리에 김하린은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방금 뭐한 거야?”박시언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담담하게 대답했다.“디저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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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이렇게 인상만 찌푸릴 거면 차라리 같이 나가자는 얘기를 하지 말던가.’김하린은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끝끝내 뱉어내지는 않았다.박시언은 고개를 홱 돌리며 다시 시동을 걸었다.“집에 가면 오늘 쓴 돈 나한테 보내.”그 말에 김하린이 미간을 찌푸렸다.“먼저 나오자고 얘기한 건 너였잖아. 그런데 내가 돈까지 써야 해?”“이건 단지 연극일 뿐이라는 거 잊지 마.”“와이프한테 남편이 이 정도도 못 해줘?”“우리는 계약 부부라며.”김하린은 말문이 막혔다.오늘 박시언의 돈 좀 써보려고 했던 그녀가 멍청했다. 그가 손해 보는 일을 할 리가 없는데 말이다.“쪼잔하게.”김하린은 숨을 깊게 들이켜며 화를 가라앉혔다.그러다 다시 생각해보니 차라리 이러는 편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니거니와 그에게 조금이라도 빚지는 건 싫었으니까.더 빌리지.집에 돌아온 후 휴대폰을 켜보니 기사가 하나둘 쏟아졌다. 그리고 그중에는 그녀와 박시언이 함께 쇼핑하는 사진도 있었다.[모건 그룹 대표 부부 다정히 손잡고 쇼핑][모건 그룹 대표 아내를 보는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져.김하린은 많고 많은 제목 중에서 [모건 그룹 대표, 사랑하는 아내의 쇼핑을 위해 거액을 들이다]라는 제목을 보고는 기가 막혀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거액을 들이기는 무슨.’그녀는 주방으로 들어가 손을 씻는 박시언을 바라보며 말했다.“요즘 내 주머니 사정이 조금 어려워서 그런데 돈은...”“할부로 갚아도 돼.”김하린은 돈을 꼭 받고야 말겠다는 그를 보며 혀를 한번 차다가 곧바로 가방 안에서 카드를 꺼내 들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자, 됐지?”‘이럴 줄 알았으면 목걸이는 사지 말 걸 그랬어.’“그래.”박시언은 담담하게 대답하고는 다시 할 일을 시작했다.“직접 요리하게?”김하린이 물었다.“아니면?”유미란이 없는 지금 그는 직접 요리해야만 했다.김하린이 하는 요리는 먹을 게 못 된다고 생각했으니까.‘내 음식 솜씨는 못 믿겠다 이거지?’김하린은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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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다음날.학교 게시판 앞에 학생들이 가득 몰려있다.이제 막 학교에 도착한 김하린은 들어와서부터 줄곧 따라다니는 학생들의 시선에 고개를 갸웃거렸다.그때 한 남자가 큰소리로 외쳐댔다.“뭘 봐! 당장 안 꺼져?”그는 게시판에 붙여져 있는 것들을 거칠게 뜯어냈다.김하린은 미간을 찌푸리며 앞으로 걸어가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큰 목청의 주인을 발견했다.한태형은 인상을 쓴 채로 손에 든 것들을 사정없이 구겼다.사람들은 김하린의 모습을 보더니 흠칫하며 하나둘 자리를 피했다. 그러다 그녀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둔 후 계속해서 그녀 쪽을 힐끔힐끔 바라보았다.김하린은 한태형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며칠 안 본 사이에 왜 또 이렇게 성질이 포악해 진 거야?”“웃어? 너는 이걸 보고도 웃음이 나와?”한태형은 손에 든 것을 그녀에게 던져주었다.김하린은 잔뜩 구겨진 사진을 천천히 펼쳤다. 그러자 거기에는 속옷을 입은 채 섹시한 몸매를 그대로 드러낸 그녀가 있었다.게다가 얼굴 옆에는 [원조교제], [클럽 죽순이], [부정입학], [걸레] 같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단어들이 적혀 있었다.김하린은 몇 초간 보더니 그 사진을 한태형을 향해 흔들었다.“이것 때문에 화난 거야?”“그게 아니면 내가 화낼 이유가 뭐가 있어? 김하린, 너는 그딴 걸 보고도 화가 안 나? 멀쩡한 척하는 거야 뭐야.”화가 머리끝까지 난 한태형과는 달리 당사자인 김하린은 태연한 얼굴이었다.“딱 봐도 합성이잖아. 그리고 여기 적혀 있는 것 중에 나와 관련된 거 하나라도 있어? 누가 나 학교에서 내쫓으려고 일부러 이런 짓 하는 게 뻔한데 왜 화가 나?”김하린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그 사진을 가방 안에 넣었다.한태형은 문득 얼마 전 클럽 입구 앞에서 김하린이 사진을 찍혀 일어났던 소동이 떠올랐다.“X발, 대체 누가 이딴 짓을 하는 거야? 잡히기만 해봐. 가만 안 둬!”한태형은 험악한 얼굴로 이름 모를 상대에게 경고를 날렸다.김하린은 그 모습을 보며 그저 가볍게 웃기만 했다.만약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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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남학생들은 그들인 소은영이 우는 것을 보더니 하나같이 교수를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으로 몰아가며 그녀의 편을 들기 시작했다.이에 교수는 점점 더 표정이 무섭게 굳어졌고 소은영은 상당히 초조해졌다.교수는 평소와 달리 표정을 풀지 않고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공부는 안 하고 친구 사귀기에만 여념이 없었나 보군요.”소은영은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교수님 저는...”그때 수업이 끝나는 소리가 울리고 교수는 뒤도 안 돌아보고 바로 강의실을 나가버렸다.이번만큼은 확실히 화가 난 듯했다.유가람은 어쩔 줄 몰라 하는 소은영을 보더니 어깨를 토닥였다.“괜찮아, 신경 쓰지 마. 교수님이 너 질투해서 그러는 걸 거야. 아니면 갱년기라도 왔거나.”그때 안시아가 나지막이 속삭였다.“야, 그보다 너희들 오늘 게시판에 붙어있던 여자 사진 봤어? 속옷만 입은 사진에다 원조교제에 부정입학 클럽 죽순이 같은 게 잔뜩 적혀 있는 그거. 그 여자 누군지 알아?”유가람이 눈을 반짝거리며 물었다.“누군데?”“은영이 남자 친구 뺏으려고 했던 여자!”“그 여자였어? 어쩐지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더라니. 예쁜 얼굴로 한다는 짓이 고작 그거야? 더러워.”유가람은 혀를 끌끌하며 고개를 저었다.“그러니까. 돈에 미친 거지.”“너무 그러지 마. 그 사람도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겠지.”소은영은 두 사람을 말리며 애써 웃는 표정을 지었다.“은영야, 너는 너무 착해서 탈이야. 무슨 그런 여자까지 다 이해하려고 들어? 그런 애들은 동정할 필요가 없어. 야, 우리 그러지 말고 어차피 오후에는 수업 없으니까 걔 미행하는 거 어때? 수업 끝나고 무슨 짓을 하는지 확실히 찍어서 게시판에 붙여두는 거야.”“좋은 생각이야. 그 여자 좋아하던 남자애들이 꽤 되는 것 같은데 이 기회에 실체를 똑똑히 보여주는 거지. 남 애인 건드리는 년은 당해도 싸.”유가람과 안소이는 의기투합하며 금방이라도 나갈 것처럼 얘기했고 소은영은 점점 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만약 두 사람이 김하린과 박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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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소은영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유가람의 팔을 끌어당겼다.“됐어. 그만해.”하지만 유가람의 시선은 여전히 김하린에게 있었다.한편 김하린은 소은영을 아직 보지 못했고 마침 그녀 뒤에 자리가 있는 걸 확인하고 그쪽으로 걸어갔다.그렇게 가까이 다가갔을 때 그녀는 그제야 고개를 푹 숙인 채 밥을 먹는 소은영을 발견했다.유가람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김하린의 길을 막았다.“나 알아요?”부드러운 말투였지만 김하린의 얼굴에는 웃음기라고는 없었다.“당연히 모르죠. 원조교제 하는 사람을 지인으로 두지는 않아서요.”일부러 목청을 높이는 바람에 주위에 있던 학생들의 시선이 전부 이쪽으로 쏠려버렸다.오늘 오전 게시판 사건이 이미 퍼질 대로 퍼져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미 소문이 다 나 있었다.김하린은 딱히 화를 내지 않았고 계속해보라는 눈빛을 보냈다.유가람은 이때다 싶어 계속 떠들기 시작했다.“학교 명예를 생각해서 그냥 자퇴하면 안 되나? 정말 수준 떨어져서 같이 못 다니겠네. 어차피 이 학교도 남 도움으로 들어온 거 아닌가?”“그러니까 말이야. 이 일이 기사화되면 어차피 그쪽 학교 못 다녀. 그때 가서는 도움을 준 윗분한테도 감사가 들어갈 건데 그냥 조용히 나가지?”안소이도 옆에서 거들었다.하지만 날뛰는 두 사람과는 달리 소은영은 초조한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하린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입을 꾹 다문 채 의자에 앉아 있는 소은영을 바라보았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소은영은 김하린이 누군지 알고 있을 텐데 그녀의 친구들은 하나도 전해 들은 게 없는 듯했다.소은영은 그녀의 따가운 시선에 결국 조용히 친구들을 말렸다.“가람아, 소이야, 증거도 없이 사람을 그렇게 막 몰아세우지 마...”“은영아, 너는 가만 있어.”유가람은 정의를 구현하려는 듯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말했다.“남의 남자한테 꼬리치고 어떻게든 돈을 뜯어 내보려고 눈에 불을 켜는 년은 이렇게 대놓고 얘기해주지 않으면 평생 버릇 못 고쳐.”“하?”남의 남자한테 꼬리치고 어떻게든 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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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한태형은 차가운 눈길로 유가람을 힐긋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혐오와 경멸이 가득 어려 있었다.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듯해 소은영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유가람의 앞에 섰다.“가람이가 일부러 이런 건 아니에요. 전부 다 오해예요.”“내가 너한테 말할 기회를 줬었나?”한태형이 싸늘한 얼굴로 대꾸하자 소은영이 자리에서 뻣뻣하게 굳어버렸다.유가람은 대놓고 김하린의 편을 드는 그를 보며 질투를 참을 수가 없었다.“하, 이제는 선배님도 꼬신 거야?”“선배님, 옆에 있는 그 여자 남 애인이나 뺏는 그런 여자예요. 원조교제까지 하는 여자라고요!”유가람의 목소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한태형의 시선은 점점 더 차가워졌다.유가람은 그 눈빛에 금세 입을 꾹 닫고 몸을 덜덜 떨었다.“내가 여자는 안 때리는데 거기서 한 마디만 더 지껄이면 나도 내가 어떻게 나올지 모를 것 같거든?”김하린은 무서워하는 유가람을 보며 말했다.“친구를 위해 나서기 전에 제대로 상황 파악부터 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아니면 나중에 우스운 꼴을 당하게 될 테니까.”그 말뜻을 모르는 유가람은 미간을 찌푸렸고 소은영은 식은땀을 흘렸다.김하린은 말을 마친 후 한태형을 데리고 자리를 벗어났다.한태형은 이대로 넘어가는 그녀가 이해가 되지 않아 가는 길 소은영 일행을 힘껏 노려보았다.“왜 네가 자리를 피하는데?”밖으로 나온 그가 물었다.김하린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대답했다.“거기서 계속 있어봤자 뭐해. 그리고 난 일 크게 키우기 싫어. 내가 학교 다닌다는 거 박시언의 할머니가 아시면 난 끝장이야.”“그럼 이대로 가만히 있겠다고? 넌 그딴 소리를 듣고 분하지도 않아?”그 말에 김하린이 피식 웃으며 답했다.“이곳에 다니는 집안이 괜찮은 애들 중에서 내가 박시언의 아내라는 거랑 김씨 가문 장녀라는 거 모르는 사람도 있어? 그런데 저런 소시민의 말이 뭐가 중요해.”한태형은 그녀의 말에 일리가 있어 고개를 끄덕였다.아까 식당에 있던 학생들은 평생을 노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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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소은영은 그 말에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그냥 허세 부린 거 아닐까? 그보다 빨리 밥 먹자. 나 배고파.”유가람은 금세 의혹을 내려놓고 다시 밥을 먹었다.하지만 옆에 있던 안소이는 어딘가 석연치 않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소은영의 말이라면 무조건 고개를 끄덕이는 유가람처럼 멍청하지 않았다.“오늘 저녁 아까 얘기했던 미행 잊지 마?”안소이는 다시 그 화제를 꺼냈다.“그래! 미행해서 빼도 박도 못 할 증거를 잡는 거야. 한태형한테 그 여자가 어떤 여잔지 확실히 알려주고 말겠어.”소은영의 얼굴이 서서히 굳어갔다.아까의 일도 있어 미행은 접을 줄 알았는데 안소이가 적극적으로 제안을 해왔다.“은영아, 너도 우리랑 같이 갈 거지?”안소이는 일부러 그녀를 떠보듯 물었다.그러자 소은영은 애써 미소를 지며 답했다.“당연하지, 약속했잖아. 같이 가.”그녀의 부자연스러운 웃음에 안소이의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소은영이 그들에게 뭔가 속이는 게 있는 건 확실한 듯 보였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감이 서질 않았다.어느덧 저녁이 되고 유가람은 김하린의 뒤를 무섭게 쫓았다. 그리고 그 뒤로 안소이와 소은영이 따랐다.소은영은 박시언이 김하린을 데리러 오지는 않을까 싶어 무척이나 초조했다.“내가 알아봤는데 저 여자 기숙사에 안 산대.”안소이의 소식통은 언제나 정확했다.“그럼 자취하는 건가?”유가람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하긴 기숙사 비용이 다른 대학교에 비해 어마어마하니 무리는 아니지. 원조 교제해서 받은 돈은 얼굴 관리하는데 다 썼을 테니 집값이라도 아껴야 하지 않겠어?”안소이는 어쩐 일인지 이번에는 그녀의 말을 거들지 않았고 대신 소은영이 입을 열었다.“가람아, 그렇게 말하지 마. 생활고에 시달려 어쩔 수 없었을지도 모르잖아.”그 말은 소은영도 김하린이 원조교제를 하고 있다는 걸 믿고 있다는 거나 다름없었다.이에 안소이의 마음이 조금 흔들리려던 찰나 유가람이 말을 내뱉었다.“은영아, 넌 진짜 너무 착한 것 같아. 어떻게 아직도 그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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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죄송하지만 외부인은 철저한 신원 확인이 필요합니다. 또한, 집주인의 허가가 있어야만 들어가실 수 있습니다.”경비원은 좀처럼 물러서 주지 않았다.“친구 좀 만나겠다는데 대체 무슨 신분 확인이 필요하죠? 말했잖아요. 방금 들어간 애가 내 친구라고!”“그 친구분의 직접적인 허가가 없으면 들여 보내줄 수 없습니다.”경비원의 말투에 점점 짜증이 일기 시작했다.이곳에는 부자들만 거주하고 매일 그런 사람들만 상대했던 터라 경비원은 일반인과 부자들을 구별할 수 있었다.유가람은 몇 번의 거절에 씩씩거리더니 결국 조용히 발걸음을 돌렸다.그렇게 아무런 소득도 없이 가는 길, 안소이는 여태 입을 꾹 닫고 있다가 드디어 자신의 의혹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그 여자 대체 뭐지? 일반인은 절대 저 단지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고 들었어. 그 여자 정말 원조교제 하는 거 맞기는 해?”“너 그게 무슨 뜻이야? 원조교제가 아니면 그 여자가 뭐 부잣집 딸내미라도 된다는 소리야? 부잣집 아가씨가 뭐가 모자라서 남의 애인을 뺏어?”유가람은 말도 안 된다며 코웃음을 쳤다.안소이는 그 말에 일리가 있어 다시 입을 닫았다.“이제 미행할 사람도 없는데 우리도 이만 돌아가는 게 어때?”그때 소은영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그래야지 뭐.”유가람은 아쉬운 듯 입을 삐죽거렸다.오늘 파렴치한 여자의 모든 것을 다 파헤쳐 보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그 시각, 김하린은 고층 창문으로 세 사람이 떠나는 뒷모습을 그대로 지켜보고 있었다.그리고 마침 그때 경비원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방금 김하린 씨 친구라는 분들이 찾아왔는데 들여보낼까요?”“아니요. 앞으로 또 찾아오면 바로 내쫓아주세요.”“네, 알겠습니다.”전화를 끊은 후 방안에서 서도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렇게 그냥 보낼 거야?”“아니면? 아래로 내려가서 입씨름이라도 하고 올까?”김하린은 아무것도 아닌 사람에게는 시간도 에너지도 쓰고 싶지 않았다.한가지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전생에 박시언의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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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다음날 학교로 가보니 소은영이 흰색 원피스를 입은 채 강의실 앞에 서 있었다. 누구를 기다리는 듯해 보였다.어제 일로 더 이상 소은영과 엮이고 싶지 않았던 김하린은 그녀를 그대로 지나쳐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언니!”소은영이 그녀를 다급하게 불러세웠다.김하린은 발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냉랭하게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죠?”소은영은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듯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어제 일은 정말 미안해요.”소은영은 고개를 푹 숙이고 말을 이었다.“가람이가 언니한테 갑자기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어요. 아무래도 언니를 조금 오해한 것 같아요.”“은영 씨도요?”김하린은 웃는 듯 마는듯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 모습이 꼭 소은영의 생각을 다 꿰뚫어 보는 듯했다.소은영은 서둘러 고개를 저으며 해명했다.“아니요! 제가 어떻게 그런 오해를 해요. 어제도 제가 옆에서 그만하라고 했던 거 보셨잖아요... 저는 어떻게든 오해를 풀어주려고 했는데...”김하린은 잘도 연기하는 그녀를 보며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그녀가 뭐라고 또 얘기할지 궁금해져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그러자 소은영이 갑자기 두 손을 잡아 오더니 억울한 얼굴로 말했다.“언니, 혹시 화나신 건 아니죠...?”“화 안 났어요. 이만 수업 들어가요. 어제 일은 시언이한테 얘기 안 할 테니까.”그 말에 소은영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김하린은 말을 마치고 강의실로 들어가려 몸을 돌렸다.그때 소은영은 고개를 옆으로 돌리다 이쪽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안소이를 발견했다.안소이의 얼굴에는 의혹이 가득했다.그녀는 소은영이 수업에 들어오지 않은 것을 보고는 찾으러 나왔다가 이러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소은영은 그녀를 발견하더니 채 1초도 되지 않아 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러고는 김하린의 다리를 꼭 붙잡으며 빌었다.“부탁이에요. 저와 제 친구들한테 손대지 말아 주세요!”이에 김하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강의실에 있던 학생들은 갑자기 들려온 애처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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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안소이의 의심에 소은영의 얼굴은 단번에 굳어버렸다가 곧바로 다시 억울한 얼굴로 돌아갔다.“소이야, 거짓말이라니. 난 너희한테 거짓말한 거 없어. 그렇게 물어보는 이유가 뭐야?”소은영은 어느새 눈가가 빨갛게 변해버렸다.“그냥 한번 물어본 것뿐이야. 신경 쓰지 않아도 돼.”안소이는 곧 있으면 울어버릴 듯한 소은영을 보더니 그녀의 두 손을 맞잡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셋은 베프니까 절대 서로한테 거짓말해서는 안 돼. 알겠지?”“당연하지. 절대 그럴 일 없어.”소은영은 아이처럼 고개를 세게 끄덕였다.“이제 올라가자.”안소이는 소은영의 손을 꼭 잡고 계단을 올랐다.소은영은 안소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졸업하기 전까지 유가람과 안소이에게 거짓말했다는 사실을 들켜서는 안 된다. 거짓말이 들통나는 순간부터 대학 생활은 끝일 테니까.계단을 올라 강의실 쪽으로 가니 문 앞에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었다. 유가람은 사람들 틈을 뚫고 안으로 들어가려는 듯 보였지만 키가 작아 좀처럼 들어가지 못했다.“무슨 일 났어?”안소이가 다가와 물었다.“학생회가 지금 강의실 안에 와 있어.”“학생회? 학생회가 여긴 왜?”안소이가 의문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반면 소은영은 뜨끔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어제 게시판에 붙여진 사진 때문에 찾아왔다나 봐.”유가람은 흥미진진한 한 듯 한껏 들떠있었다.그녀는 소은영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가는 것도 모른 채 신나서 얘기했다.“학교 명예를 더럽힌 죄로 내쫓으려는 거 아닐까?”안소이는 미간을 찌푸렸다.“만약 그런 거라면 여기가 아니라 그 여자 찾으러 가야 하는 거 아니야?”그 말에 유가람도 이상함을 감지하고 동조했다.“그러게? 왜 여기로 왔지? 아래층으로 가야 하는데?”잠시 침묵이 이어지고 두 사람의 시선은 동시에 소은영에게로 향했다.그러자 소은영은 두 사람이 의심하려 들기 전에 서둘러 입을 열었다.“혹, 혹시 우리가 어제 한태형을 건드려서 한태형이 학생회를 보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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