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에피소드로 박시언의 관심이 온통 김하린에게 쏠렸다. 소은영의 표현은 아예 안중에도 없었다.경매가 끝나고 김하린이 막 떠나려 할 때 박시언과 소은영과 정면으로 마주쳐버렸다.“김하린, 부동산에 대해 아는 게 없으면 함부로 끼어들지나 말래?”박시언은 거리낌 없이 김하린의 체면을 짓밟았다.소은영도 옆에서 한 마디 덧붙였다.“그러게 말이에요. 언니 때문에 대표님 2조 원이나 손해 보게 생겼잖아요.”김하린이 가볍게 웃었다.“소은영 씨, 지금 뭔가 오해하나 본데 이 부지는 내가 산 거예요. 박시언이랑 무슨 연관이 있다는 거죠?”소은영이 아무렇지 않게 말을 내뱉었다.“그렇지만 무려 2조 원이라고요...”“고작 2조 원 갖고 뭘 그래요. 우리한텐 껌값에 불과한데 하린 씨는 더 말할 것도 없죠.”가까운 곳에서 배주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맞죠 하린 씨?”김하린은 배주원의 옆에 있는 서도겸을 힐긋 쳐다보더니 덤덤하게 말했다.“2조 원일 뿐, 그냥 한 번 재미 삼아 사 봤어요.”순간 소은영의 표정이 확 일그러졌다.2조 원이 박시언에게 아무렇지 않은 돈이고 김하린에겐 더 대수롭지 않은 돈이다!소은영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 사람들 앞에서 그녀야말로 어디 내놓기 부끄러운 우물 안의 개구리였으니까!서도겸이 무심코 말을 꺼냈다.“박 대표님 결혼한 거로 알고 있는데 옆에 있는 이 어린 여자분이 그럼 사모님이시겠네요?”소은영이 얼굴이 빨개지며 황급히 말했다.“아, 아니에요...”“이쪽이에요. 내 와이프 김하린.”박시언은 김하린을 제 옆으로 당겨왔다.김하린은 소리 없이 그의 손을 밀치려 했지만 박시언이 꽉 잡고 있었다.그는 아까부터 서도겸의 시선이 줄곧 김하린에게 꽂힌 걸 발견했다.남자는 남자가 제일 잘 안다. 그는 서도겸의 속내를 바로 알아챘다.“하린 씨가 사모님이셨네요. 내 정신 좀 봐. 아까 경매장에서 박 대표님이 이 여자분과 줄곧 웃고 얘기하고 계시니 난 또 사모님인 줄 알았죠.”배주원이 머리를 툭 치며 말했다.“그럼 이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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