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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작가: 노지혜
박시언은 이 비서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빨간색 드레스는 인파들 속에서 유난히 돋보였다.

김하린은 버건디 색상의 롱 드레스를 입고 혼을 쏙 빼놓을 것 같은 미소를 날렸다. 그녀를 향한 기자들의 플래시가 마구 터지고 한순간 그녀는 마치 레드카펫을 걷는 톱스타를 방불케 했다.

‘김하린?’

박시언은 한참 넋 놓고 있다가 뒤늦게 그녀를 알아봤다.

예전에 김하린은 항상 연한 화장에 수수한 치마를 입고 다녔다. 오늘 같은 모습은 전혀 본 적이 없다.

이때 소은영의 안색이 확 짙어졌다. 그녀는 오늘 처음 김하린을 보게 됐다.

섹시하고 여성미가 차 넘치는 김하린과 상반되게 그녀는 지나치게 평범하고 아직 미성숙한 학생 같았다.

“하린 언니... 진짜 예쁘네요.”

소은영의 말투에 은근 질투가 섞여 있었다.

김하린은 어느덧 박시언과 소은영을 발견하고 두 사람을 향해 걸어왔다.

소은영은 그녀가 아무것도 모른 채 나란히 팔짱을 끼고 있는 두 사람을 보고 매우 난감해할 줄 알았는데 정작 김하린은 일찌감치 알고 있다는 듯 담담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모님이 여기 계시는데 그럼 대표님 옆에 분은 누구시지?”

일부 기자들이 나지막이 의논했다.

김하린은 앞으로 나아가 박시언의 팔짱을 끼더니 소은영에게 손을 내밀며 가볍게 웃었다.

“시언이한테 얘기 들었어요. 소은영 학생 맞으시죠? 반가워요, 김하린이에요. 앞으로 사모님이라고 불러요.”

소은영은 난감한 표정으로 박시언에게 걸친 손을 빼내고 김하린과 가볍게 악수했다.

“안녕하세요, 사모님.”

그녀는 사모님이라는 세 글자를 내뱉기가 너무 어려웠다.

김하린이 말을 이었다.

“시언이가 후원하고 있는 빈곤 가정 학생이라고 들었어요. 2년 안에 출국할 계획이라고요?”

소은영은 살며시 박시언을 쳐다봤다.

박시언이 말했다.

“은영의 성적이 아주 높아서 올해 출국시킬 예정이야. 근데 애가 겁이 많다 보니 오늘 세상 구경 좀 시켜주느라고 데리고 왔어.”

그랬다. 이번엔 단지 소은영에게 세상 구경을 시켜주려고 데리고 나왔다.

이때까지만 해도 박시언은 완전히 소은영에게 빠지지 않았다. 그녀가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후에야 박시언도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하게 됐다.

하지만 그럼에도 박시언은 크고 작은 행사에 늘 소은영을 데리고 다녀서 모든 해성 사람들이 그가 여대생을 좋아하는 걸 알고 있다.

뭐 이것들은 이젠 김하린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녀가 경매장에 온 이유는 소은영한테서 박시언을 뺏기 위함이 아니라 더 중요한 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 은영 씨 잘 챙겨드려 시언아. 난 먼저 들어갈게.”

김하린은 박시언에게 걸쳤던 손을 내려놓았다.

박시언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김하린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은 꿈에도 예상치 못했으니까.

정신을 차리고 보니 김하린은 어느새 경매장에 들어갔다.

박시언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항상 떼쓰고 난리 치던 김하린이 언제 이렇게 바로 순응하게 됐지?’

김하린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구석 자리에 앉았다. 경매장에 온 사람들은 해성의 거물급 인사들이었다.

그녀의 기억이 맞다면 이번 경매에서 아무도 픽하지 않은 황폐한 부지가 어느 한 소상인에게 팔리게 된다. 나중에 이 부지는 주변의 고급 매물 덕분에 가치가 급부상하여 땅값이 하늘을 치솟게 된다.

또한 전혀 존재감이 없던 그 소상인도 상업 거상으로 탈바꿈한다.

김하린은 이왕 박시언을 떠나기로 했으니 저 자신을 위해 뒷길은 마련해야 한다.

한편 자리에 앉은 박시언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김하린을 찾았다. 옆에 있던 소은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대표님... 이따가 진짜 제가 팻말 들어요?”

박시언은 그녀의 목소리에 그제야 사색에서 빠져나왔다.

“그래. 네 안목 믿어.”

소은영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그녀는 학교에서 오랫동안 금융을 배웠는데 바로 오늘을 위해서였다.

김하린은 2층에서 박시언과 소은영이 화기애애하게 있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묵묵히 시선을 옮겼다.

소은영은 확실히 이 방면으로 실력이 있다. 이 또한 이후에 박시언의 마음을 확 사로잡은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전생에서 소은영은 박시언을 위해 아주 좋은 부지를 하나 골라주었고 나중에 박시언도 그녀를 다시 보게 됐다.

하지만 사실 그 땅은 원래 나쁘지 않은 데다 주변에 박씨 일가의 매물이 있고 소은영이 박시언의 돈으로 거침없이 가격을 올리다 보니 이 땅 주변의 박씨 일가 매물도 덩달아 가격이 올랐다. 어쨌거나 박시언은 결국 손해 볼 일이 없었다.

한편 이 부지는 소은영이 아니더라도 박시언이 똑같이 낙찰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경매가 시작되자마자 소은영이 팻말을 들었다.

처음 세 개의 고품질 부지를 소은영이 전부 휩쓸었다.

박시언은 마치 수호신처럼 그녀 옆에 앉아 있었다.

“자 이번엔 뉴 문입니다. 경매 시작가 2천억 원입니다!”

“4천억이요.”

경매가 시작되고 지금까지 김하린이 처음 입을 열었는데 모든 이가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 다들 숨을 깊게 몰아쉬었다.

박시언도 미간을 확 구겼다.

‘이 여자가 미쳤나?’

소은영이 나지막이 말했다.

“저 땅은 별 가치가 없어요. 하린 언니 4천억이 수포가 될 것 같아요.”

박시언은 휴대폰을 꺼내 김하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김하린, 너 대체 뭐 하는 짓이야?]

“4천억 한 번...”

“4천억 두 번...”

...

“헐, 김하린 미쳤나 봐? 4천억으로 고작 저딴 걸 사?”

2층에 있던 배주원이 놀라서 입이 쩍 벌어졌다.

“6천억이요.”

이때 옆에 있던 서도겸이 천천히 말을 내뱉었다.

배주원은 하마터면 테이블을 엎을 뻔했다.

그는 이를 악물고 되물었다.

“도겸아! 너도 미쳤어?”

맞은 편에서 김하린이 미간을 찌푸리며 대체 어느 정신 나간 놈이 그녀와 이 폐지를 뺏는 건지 궁금해하고 있다가 머리를 돌린 순간 서도겸을 보게 됐다.

‘그가 검은 산업에 종사하는 거로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는데 언제 부동산 개발에도 뛰어든 걸까?’

“8천억 할게요!”

김하린이 침착하게 가격을 올렸다.

아래층에서 박시언은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그는 또다시 휴대폰에 타자했다.

[김하린, 닥쳐!]

이번에 그녀는 아예 휴대폰 전원을 꺼버렸다.

“1조 원 합니다.”

서도겸의 일부러 도발하는 눈빛에 김하린은 어금니가 부서질 정도로 꽉 깨물었다.

‘좋아, 이런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

김하린이 대뜸 말을 꺼냈다.

“2조 할게요!”

“X발, 미쳤어. 저 여자 제대로 미쳤다고!”

배주원이 얼떨결에 소리가 튀어 나왔다.

아래층에 있던 박시언이 벌떡 일어났다. 늘 과묵하고 진중하던 그도 이젠 김하린의 속내를 파악할 수 없어 흥분하고 말았다.

그에게 이 부지는 2천억의 가치도 안 갔다.

그런 땅을 김하린이 2조에 낙찰하려 하다니?!

서도겸은 아무렇지 않은 듯한 김하린의 눈빛을 바라보며 가볍게 웃더니 양보한다는 손짓을 해 보였다.

“2조 원 한 번...”

“2조 원 두 번...”

“2조 원 세 번! 낙찰합니다!”

망치를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김하린을 애태웠던 걱정거리도 드디어 해결됐다.

부지를 끝내 손에 넣었지만 그녀는 억울하게 1조6천억을 더 써야만 했다.

이게 다 서도겸 때문이다!

김하린은 서도겸을 날카롭게 째려봤다.

배주원이 옆에서 서도겸을 콕콕 찔렀다.

“야, 김하린 너 째려봐. 내가 김하린이면 널 죽이고도 남았어!”

서도겸은 눈썹을 들썩거릴 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아래층에서 소은영이 박시언을 잡아당겼다.

“대표님, 하린 언니 때문에 엄청 손해 보겠어요.”

박시언이 차갑게 쏘아붙였다.

“걔가 낙찰한 거야. 난 절대 돈 대줄 일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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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타임 라인이라면 3년 후 서호철이 사망한 후에야 서도겸의 신분이 밝혀진다.그렇다면 설마 그녀의 환생으로 무심코 모든 것이 바뀐 걸까?그 시각 소은영은 서호철의 말을 듣고 얼굴이 백지장이 되었다.‘서도겸 소문에 고아였잖아? 서호철의 손자라니? 이게 말이 돼?’방금 그녀가 한 말을 서호철이 고스란히 들었을 게 뻔하다!서호철의 심기를 건드리면 이번 생은 금융계에서 어떤 활로도 찾을 수 없다.소은영은 멘탈이 탈탈 털린 채 박시언에게 구원의 신호를 보냈다.“어르신, 은영이가 생각이 짧아서 말실수했어요. 아직 어리다 보니 부디 노여움 푸세요.”서호철은 썩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말했다.“자네 옆에 업계 천재가 나왔다고 들었는데 인제 보니 별 거 아니구먼.”소은영은 사색이 되었다.그녀는 이미 서호철에게 제대로 낙인이 찍혔다.김하린은 이 광경을 쭉 지켜보았다.이렇게 된 이상 박시언의 말은 아무 소용이 없다. 남의 집 귀한 손자를 그딴 식으로 헐뜯었으니 연회장에서 내쫓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체면을 준 셈이다.박시언은 입술을 앙다물고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한편 서호철은 한결 부드러운 눈빛으로 김하린을 바라봤다.“김씨 일가의 여식이라고 했나?”김하린은 정신을 가다듬고 먼저 말을 걸어오는 어르신께 머리를 끄덕였다.“네, 김하린입니다.”“김종현 그 자식 젊었을 때 잘생긴 줄 몰랐는데 손녀가 이렇게 예쁘네. 40년 전에 나랑 자네 할아버지가 의형제를 맺었거든. 눈 깜짝할 사이에 자네가 벌써 이렇게 컸어.”‘의형제?’김하린의 기억 속에서 할아버지는 항상 한량 같았고 집안일은 전혀 묻지 않으셨다. 또한 너무 일찍 돌아가서 서호철 어르신과 친분이 있다는 얘기는 아예 들은 적이 없다.김하린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망설일 때 서호철이 대뜸 그녀에게 물었다.“결혼은 했고?”김하린이 고개를 끄덕였다.“네.”“뉘 집 자식이야?”김하린은 옆에 있는 박시언을 힐긋 살폈다.서호철은 박시언을 보더니 표정이 확 일그러졌다.“박동준의 손자였네.

  • 합의이혼 후 곧 재혼한 아내   제10화

    배주원의 차가 가까운 곳에 있는 미완성 건물 앞에 도착했다.“X발 손정원 이 새끼가 어떻게 사람을 이딴 곳에 가둬 두냐고?!”배주원은 주위를 쭉 둘러보았지만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다. 들리는 거라곤 본인의 메아리뿐이었다.서도겸은 차에서 손정원을 끌어냈다. 그는 허둥지둥거리다가 겨우 제대로 섰다.배주원이 앞으로 다가와 발로 툭 차며 물었다.“말해! 하린 씨 어디에 가뒀어?”“그건, 쟤네들이 숨긴 거라. 원래 그 쌍... 김하린 씨를 따끔하게 혼낼 생각이었어요. 돈 받으면 이 건물 폭발시켜서 박시언 목숨도 따내고 거액의 돈도 챙겨서 도겸 씨한테 공을 세워줄 생각이었는데 김하린 씨랑 도겸 씨가 아는 사이일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폭발시켜? 여길 폭발시킨다는 거야?”배주원이 두 눈을 부릅떴다.“설마 시한폭탄?”손정원은 겁에 질린 채 머리를 끄덕이며 사시나무 떨듯 온몸을 떨었다.서도겸의 눈가에 싸늘한 빛이 감돌았고 손정원은 두려움에 휩싸여 침을 꼴깍 삼켰다.“주원아, 얘 꽁꽁 묶어둬. 폭탄 터지거든 얘부터 죽일 테니까.”손정원은 황급히 바닥에 무릎을 꿇었지만 결국 배주원에 의해 사지가 묶였다.미완성 건물은 구조가 매우 복잡했고 지금 서도겸은 김하린이 무사하다는 걸 확인했다. 급선무는 주변에 있는 폭탄을 제거하는 일이다.바로 이때 검은색 벤틀리가 건물에 도착했다.서도겸은 이 차 주인이 박시언이란 걸 한눈에 알아봤다.“대표님, 여기 어디예요... 저 무서워요...”소은영이 두려운 표정으로 박시언의 소매를 잡아당겼다.박시언은 그녀의 손등을 톡톡 두드렸다.“넌 차에 있어. 내려오지 말고.”소은영이 머리를 끄덕였다.배주원은 차에서 내리는 박시언을 보더니 코웃음을 쳤다.“와이프가 납치당했는데 애인이랑 알콩달콩할 새가 있어요?”“대체 누가 김하린 납치했어?”박시언이 싸늘한 눈길로 서도겸을 쳐다봤다.“내 기억이 맞다면 손정원은 서도겸 씨 부하일 텐데요?”서도겸이 차갑게 쏘아붙였다.“얘가 제멋대로 일을 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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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합의이혼 후 곧 재혼한 아내   제100화

    “김하린, 말을 꼭 그렇게까지 해야겠어?”박시언은 소은영을 보호하면서 냉랭하게 말했다.김하린은 귀찮아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기로 했다.“할머니한테 이 사진을 보여주기 싫으면 내가 시키는 대로 해.”박시언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뭐 어쩔 건데?”“강한 그룹을 원래 자리로 돌려놔.”박시언한테서 사과받기란 불가능했다. 그저 입으로 하는 사과보다 실질적인 사과를 받고 싶었다.박시언이 냉랭하게 말했다.“그럴 수 없어.”“그럴 수 없다고? 그래. 그러면 할머니한테 이 사진 보여주면 되지. 네가 은영 씨를 만나기 위해 속인 걸 알면 무슨 반응일까?”김하린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난 상관없어. 오히려 은영 씨가 등록금과 생활비가 끊긴 마당에 할머니가 이 사진을 보게 되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 모르겠네?”소은영은 이 말에 얼굴이 창백해지고 말았다.“지금 날 협박하는 거야?”“맞아, 협박하는 거.”김하린은 별로 쓸데없는 말을 하기 싫었다. 어차피 증거도 가지고 있으니 충분히 협박할 수 있는 자격이 있었다.“대표님...”소은영은 박시언을 불쌍하게 쳐다보면서 눈물을 또르르 흘렸다.박시언은 소은영의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어떻게 하고 싶은데?’“강한 그룹이 본 손해를 두 배로 갚아줘. 그리고 이제부터 강한 그룹을 건드려서는 안돼.”“알았어.”김하린은 그가 소은영을 위해 흔쾌히 대답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소은영이 이미 충분히 불쌍한데 더 불쌍해지는 모습을 두고 볼 수가 없었다.“지금 바로 진행해. 오늘 내로 결과를 봐야겠어.”“김하린,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어?”“난 늘 이런 사람이었어. 우리가 하루 이틀 본 사이도 아니고.”김하린의 차가운 모습에 박시언은 한참 동안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결국 회사에 전화할 수밖에 없었다.소은영은 그의 뒤에서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다 저의 잘못이에요. 저를 만나러 오지 않았다면 언니한테 약점이 잡히지도 않았을 텐데... 저 때문에 잃는 게 너무 많은 거 아니에요?”김하

  • 합의이혼 후 곧 재혼한 아내   제99화

    “이놈이 정말 얍삽하더라고. 처음에는 경쟁사에서 한 짓인 줄 알았잖아. 요 며칠 얼마나 많은 회사에서 투자를 철수했는지 몰라. 내가 끈질기게 한 사람을 잡고 물어봤더니 그제야 박시언이 한 짓이라고 하더라고. 강한 그룹에 투자하는 사람은 걔 박시언을 무시하는 거라고 하면서!”강한나가 흥분할수록 김하린의 얼굴색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박시언이 어떤 성격인 줄 알았지만, 소은영을 위해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강한나가 강 씨이긴 해도 서호철의 손녀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강한 그룹을 건드렸다는 것은 서호철을 건드린 거나 다름없었다. 박시언은 아무리 멍청하다고 해도 강한나를 건드려서는 안 되었다.“잠깐만요. 제가 해결해 볼게요.”김하린은 전화를 끊었다.아까까지만 해도 박시언과 소은영을 어떻게 해볼 생각이 없었지만 인제 와서 보니 자신이 너무 착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시언은 강한나를 내버려 둘 생각이 없는데 말이다.‘이렇게까지 나오는데 내가 가만히 있을 수 없지.’김하린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 둘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얼마 가지도 않아 박시언이 소은영을 위해 커피를 사다 주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소은영이 박시언을 끌어안는 틈을 타 김하린은 핸드폰으로 이 모습을 찍어놓았다.몰카를 당하고 있다는 느낌에 박시언은 김하린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역시나 김하린은 핸드폰을 흔들거리면서 도발하고 있었다.박시언은 김하린의 핸드폰을 뺏어오고 싶었지만 김하린이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어놓는 바람에 그럴 수 없었다. 쇼핑몰에 사람도 많아서 대놓고 뺏을 수도 없었다.소은영은 박시언의 팔뚝을 잡으면서 김하린을 향해 애원했다.“언니, 저는 이미 집에서도 쫓겨났는데 저희 대표님 좀 내버려 두면 안 돼요?”“그래? 그러면 넌 지금 뭐 하고 있는 건데?”소은영의 얼굴색이 창백해졌다.“저... 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김하린이 질문했다.“돈이 없어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는 거 아니고? 아니면 불쌍한 모습을 시언이한테 보여주고 싶었던 거야

  • 합의이혼 후 곧 재혼한 아내   제98화

    “내가 A대 가기 싫은 거 가지고 협박하지 마. 난 이혼하면 그만이야. 어디 서로 물어뜯어 보자고!”김하린은 박시언이 고자질하는 것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 심지어 박시언은 김씨 가문에서 조금이라도 더 이익을 챙기려면 이 사실을 비밀로 해야 했다.박시언은 결국 애써 침착하게 말했다.“도대체 어떻게 하고 싶은데?”“거래해. 내가 할머니한테 좋은 말하는 대신 너도 같이 연기를 해야 해.”“연기를 해?”박시언이 의심의 눈초리로 김하린을 쳐다보았다.“겨우 그거야?”“다른 사람이 봤을 때 넌 완벽한 남편이 되어야 해. 내 의견을 따르고, 내 체면까지 살려줘야 할 것이야. 그리고 적당히 내 편도 들어주고, 내가 믿고 의지할 만한 사람이 되어야 해. 얼마나 쉬워. 너한텐 손해 볼 일도 아니잖아.”김하린은 굳이 돌려서 말하고 싶지 않았다. 김씨 가문 쪽에서는 박시언의 연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며칠 전 최미진이 난리를 치는 바람에 박시언은 김하린이 더욱 싫어졌고, 좋은 남편인 척하기에는 불가능했다.박시언이 한참 동안 생각하더니 대답했다.“그래. 네 말대로 할게.”“그래.”김하린은 태블릿 PC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치마를 정리하면서 말했다.“할머니더러 저녁 식사하러 오시라고 해. 내가 직접 요리할 거야.”박시언이 미간을 찌푸렸다.“뭐 하려고?”“할머니 앞에서 서로 사랑하는 부부인척해야 할머니가 너를 풀어줄 거 아니야.”박시언이 피식 웃었다.“너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박시언은 그녀의 속을 훤히 뚫어보는 듯했다.김하린은 별로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오후, 이도하가 최미진을 픽업해 왔고, 김하린은 한창 주방에서 요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박시언은 옆에서 도와주고 있었고, 애써 서로 사랑하는 신혼부부인 척했다.이 장면에 최미진이 흐뭇해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식사하는 동안에도 박시언은 친절하게 김하린의 앞에 음식을 짚어주었고, 때로 서로 농담도 주고받았다.최미진은 그제야 안심이 되는 듯했다.“할머니, 저 내일 쇼핑하고 싶은데

  • 합의이혼 후 곧 재혼한 아내   제97화

    최미진은 박시언을 늘 엄하게 대했고, 박시언은 회초리를 피할 수조차 없었다.최미진이 젖 먹던 힘으로 때린 나머지 박시언의 몸이 시퍼렇게 멍들기 시작했다.김하린은 그저 우두커니 지켜볼 뿐이다. 박시언은 이를 꽉 깨문 채 아프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결국 회초리가 부러지고, 최미진이 냉랭하게 말했다.“그래도 사과 안 할 거야?”박시언은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김하린은 박시언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맞고도 사과하지 않는 걸 보니 절대 사과할 마음이 없어 보였다.김하린이 말했다.“할머니, 화 푸세요. 저는 사실 시언이를 탓한 적 없어요. 얼른 의사 선생님이나 불러와야겠어요.’김하린의 이해 넓은 모습에 최미진은 그제야 화가 가라앉는 듯했다.박시언의 할머니로서 그가 어떤 성격인지 모를 리가 없었다.박시언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아까는 그저 김하린의 화를 풀어주려고 연기한 것이다.최미진이 김하린의 손을 어루만지면서 말했다.“하린아, 이제부터 할머니가 시언이를 잘 보고 있을게. 그리고 약속할게. 그년은 이제부터 우리 박씨 집안에 한 발짝도 들어오지 못해. 이 집안의 안주인은 너야.”김하린은 그저 웃을 뿐이다.바닥에 무릎 꿇고 있던 박시언은 차가운 눈빛으로 김하린을 쳐다보았다.날이 어두워지고, 최미진은 결국 이도하더러 의사 선생님을 불러오라고는 이곳을 떠났다.김하린은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고, 그제야 바닥에서 일어난 박시언은 싫증난 표정으로 말했다.“김하린, 연기 다했어?”김하린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박시언이 또 이어서 말했다.“이혼을 핑계로 할머니더러 은영이를 쫓아내게 해? 정말 대단해. 내가 너 우습게 봤어.”“마음대로 생각해.”김하린은 그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든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이때 마침 의사 선생님이 도착했고, 김하린이 말했다.“이따 약 바르실 때 너무 살살하실 필요 없어요. 박 대표님은 가죽이 두꺼워서 아파하지도 않아요.”의사 선생님은 고개 숙여 박시언의 눈치만 볼

  • 합의이혼 후 곧 재혼한 아내   제96화

    차에 올라타자마자 이도하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사모님, 대표님께서는 절대 이혼하지 않을 거니까 이따 좀 부드럽게 말씀하세요.”김하린이 살며시 눈을 감으면서 말했다.“할머니께서는 언제 집에 오셨어요?”“오후요.”김하린이 예상했던 대답이었다.최미진이 지금까지 난리 치는 바람에 이도하가 이제야 픽업하러 온 것이다.성격이 불도저 같은 최미진은 절대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을 두고 볼 수가 없었다.이쯤이면 소은영은 이미 최미진한테 쫓겨났을 것이다.집에 도착했을 때 집 문은 열려있었고, 집 안으로 들어갔을 때는 최미진이 소파에 앉아있었다. 그 옆에는 유미란이 서 있었다.마지막에야 박시언이 바닥에 무릎 꿇고 있는 모습을 보았고, 방안에는 소은영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최미진이 냉랭하게 말했다.“짐은 다 쌌어요?”“네. 사모님.”유미란이 트렁크 하나를 끌고 나오면서 말했다.“이거 다 은영 씨 짐입니다.”최미진이 물었다.“도하 씨, 이 중에 시언이가 산 물건들이 어떤 거예요?’이도하가 머뭇거리면서 말했다.“대표님께서 계속 은영 씨 생활비를 대주고 있었기 때문에...”최미진이 피식 웃었다.“그러니까 이것들 전부 시언이가 사준 거란 말이에요?”이도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최미진이 유미란에게 말했다.“전부 버려요! 그리고 교장 선생님한테 오늘부터 소씨 가문과 연을 끊겠다고 말씀드리세요. 이미 성인이 되었는데 저희 도움도 필요 없을 것 같은데.”“할머니!”박시언이 미간을 찌푸렸다.“은영이는 그저 평범한 아이예요. 집안 형편도 안 좋은데 언제 돈을 벌어서 A대 등록금을 낼 수 있다고 그러세요!”“금융 전공이잖아. 그럴 능력도 못 된다면 우리가 지금까지 괜히 후원해 준 거나 다름없어!”최미진이 냉랭하게 말했다.“그리고 네가 후원해 줘서 지금까지 우리 박씨 가문에서 뭐 섭섭하게 해준 거 있어? 독립할 능력도 안 되는 사람이라면 더는 그런 사람한테 후원해 줄 필요도 없어.”최미진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김하린을 쳐다보았다.“하린아,

  • 합의이혼 후 곧 재혼한 아내   제95화

    해성의 환경미화원이 출동한 덕분에 김하린이 구매한 오염 구역이 슬슬 정리되기 시작했다. 몇 달만 지나면 새로운 모습으로 변할 수 있었다. 김하린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직접 움직이기도 했다.허가증이 내려온 덕분에 많은 기업들이 이곳에 투자하기 시작했고, 그 덕분에 자금이 충분했다.저녁, 배주원은 김하린이 한상 차린 테이블 위에 자료 하나를 올려놓더니 감탄하면서 말했다.“고작 보름 동안 몇십억 원의 투자를 받다니. 하린아, 정말 대단한 거 아니야?”서도겸이 말했다.“자금이 충분하니까 완공 전에 다른 사업에 투자해도 되겠어.”김하란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응. 그래서 이미 일부 자금으로 소소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소소한 투자?”서도겸이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몇백억 원이 나간 걸 봐서는 소소한 투자가 아닌 것 같은데?”김하린은 몇백억 원을 빼내 간 걸 서도겸이 알고있는 줄 몰랐다.처음부터 서도겸을 속일 생각이 없었다. 요 며칠 박시언과 티격태격하느라 많은 일들을 서도겸에게 맡겼기 때문에 서도겸을 속일 수도 없었다.“얼마? 몇백억 원?”강한나는 마시던 맥주를 뿜을 뻔했다.“무슨 투자를 하는 데 몇백억 원씩이나 들어?”‘이건 소소한 투자가 아닌데...’김하린이 말했다.“김씨 가문 명의로 된 프로젝트를 매수했어요.”“뭐라고? 너희 집 명의로 된 프로젝트를 매수했다고?”배주원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그럴 리가! 넌 김씨 가문의 큰딸인데 너희 집 명의로 된 프로젝트도 돈으로 사야 해?”김하린은 최근에 매수한 프로젝트 자료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전부 다 별로 쓸모없어 보이는 부동산 프로젝트와 투자 진행 상황이었다.배주원이 말했다.“어떤 건 수익이 나지도 않고, 어떤 건 심지어 손해를 보고 있는데 이것들 사서 뭐하려고?”“저가로 매수해서 괜찮아. 나중에 값이 오를 거야.”“지금 상황을 봐서 언제 값이 오르겠어!”김하린은 배주원이 나중에 값이 오를 거라는 말을 믿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전생에 박시언이 이

  • 합의이혼 후 곧 재혼한 아내   제94화

    김하린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곳을 떠났고, 소은영은 박시언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대표님, 언니가 홧김에 한 말일 거예요. 마음에 두지 말고 화 푸세요.”박시언이 손을 빼버리자 소은영은 멈칫하고 말았다.이때 그가 담담하게 말했다.“회사에 처리할 거 있으니까 공부하고 있어. 필요한 거 있으면 아주머니한테 말씀드리고.”“대표님...”박시언을 잡으려고 했지만 가차 없이 떠나버렸다.밖에서 마당을 쓸고 있던 유미란은 소은영을 향해 콧방귀를 꼈다.‘부부싸움 하는 것 가지고, 정말 안주인이라도 된 줄 알았나 봐?’유미란의 표정에 소은영은 화가 치밀어올랐다.김하린은 학교 맞은편에 있는 아파트로 돌아갔고, 점심이 되자 강한나가 방문했다.강한나가 흥분하면서 말했다.“정말 박시언한테 이혼하자고 말했어? 대답했어?”김하린이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했다.“대답 안 했어요.”“그러면 대답한 거나 다름없는 거지. 내 개인 변호사한테 이혼서류를 준비하라고 할게. 재산을 전부 뺏어서 빈털터리로 만들어 버리자고!”흥분한 강한나는 지금 바로 김하린을 끌고 변호사 사무실로 가고 싶었다.김하린이 고개를 흔들었다.“아마도 이혼 못 할 거예요.”“왜?”강한나가 멈칫하더니 말했다.“이혼할 마음이 있었으면 제가 먼저 말 꺼낼 필요도 없이 진작에 저랑 이혼했겠죠.”“그렇긴 한 데... 그런데 왜...”강한나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처음부터 서로 이용하려고 맺어진 혼인이었어요. 박씨 가문과 김씨 가문은 아직 서로 이용 가치가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가 이혼하면 안 되는 거고요. 시언이 할머니께서도 저를 손주며느리로 엄청나게 예뻐해 주셔서 은영 씨 하나 때문에 저랑 이혼하지 못하게 할 거예요.”김하린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오늘 집을 나서면서 일부러 유미란 앞에서 이혼을 언급한 것이다.유미란은 예전부터 최미진을 모셔 온 사람이라 이 소식을 꼭 알릴 거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면 소은영은 바로 더 빌리지에서 쫓겨날 것이었다.강한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 합의이혼 후 곧 재혼한 아내   제93화

    “사모님! 이제야 오셨네요!”유미란이 이 정도로 반기는 걸 보니 아주 서러운 모양인 것 같았다.“아주머니, 시언이 집에 있어요?”“네! 집에 계세요!”유미란이 머뭇거리면서 말했다.“그런데 소은영 씨도 있어요...”유미란은 소은영 생각에 이를 꽉 깨물었다.김하린은 그녀가 이곳에 있다는 말에 전혀 놀랍지 않았다. 그저 최미진이 왔다 갔는데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에 놀랄 뿐이다.‘할머니를 등질 정도로 은영 씨를 좋아하나 봐.’도어락에 지문을 갖다 댔을 때 불일치라는 알림이 떴다.그러자 유미란이 말했다.“어젯밤 도련님께서 돌아오자마자 비밀번호를 전부 바꾸라고 하셨습니다.”유미란이 대신 새로 바꾼 비밀번호를 눌러서야 김하린은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박시언은 거실에서 소은영에게 열심히 공부를 가르쳐주고 있었다. 두 사람은 마치 열애 중인 커플처럼 분위기가 좋아 보였다.“켁! 켁!”유미란이 마른 기침하면서 박시언에게 말했다.“도련님, 사모님 오셨습니다.”유미란은 일부러 ‘사모님’을 강조해서 말했다.박시언은 그제야 고개 들어 김하린을 낯선 사람처럼 차갑게 쳐다보았다.“누가 우리 집 들어오라고 했어?”박시언의 말투에는 불만이 가득했다.“대표님, 왜 화를 내요. 언니가 물건 챙기러 왔을 수도 있잖아요.”소은영이 김하린을 향해 웃으면서 말했다.“언니, 까먹고 챙기지 않은 물건이 있으시면 저한테 말씀하시지 그러셨어요. 그러면 직접 오실 필요도 없이 제가 택배로 보내드렸을 텐데.”김하린은 소은영을 냉랭하게 쳐다보고는 박시언에게 말했다.“오늘 회사 안 갔어?”박시언이 피식 웃었다.“네가 뭔데 날 감시해?”“내가 감시하는 게 아니라 도하 씨가 너 연락 안 된다고 전화 왔었거든. 출근하라고 말하러 온 것뿐이야.”김하린의 말투는 차갑기 그지없었다.박시언이 무심하게 말했다.“나 바빠. 시간 없어.”김하린은 한창 박시언의 수업을 받고있는 소은영을 보면서 말했다.“이래서 시간이 없는 거야?”소은영이 미안해하면서 말했다.“언니, 제

  • 합의이혼 후 곧 재혼한 아내   제92화

    서도겸이 담담하게 대답했다.김하린이 말했다.“과일 고르는 솜씨가 우리 집 아주머니보다도 나아.”서도겸이 피식 웃었다.차마 하나하나 먹어보면서 고르느라고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사실을 알릴 수가 없었다.윙-안방에서 미세한 핸드폰 진동 소리가 들려오자 강한나가 말했다.“누구 핸드폰이 울리는데?”이들은 서로 쳐다만 볼 뿐이다.배주원이 말했다.“내 핸드폰은 진동모드가 아니야.”서도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강한나는 핸드폰을 꺼내면서 말했다.“내건 여기 있어.”김하린은 그제야 어제 이도하의 전화를 끊고 귀찮은 마음에 진동모드로 바꿔놓은 사실이 떠올랐다.그래서 부랴부랴 안방으로 달려갔다.윙-발신자는 다름아닌 이도하였다.김하린이 황급히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이도하는 김하린의 목소리를 듣고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사모님, 이제야 전화를 받으시네요.”“무슨 일 있으세요?”“대표님께서 어제 온 저녁 찾으셨어요. 서도겸 씨와 함께 클럽을 떠났다는 말을 듣고 화가 나서 전화를 끊어버리더라고요. 오늘은 출근도 안 하셨고요. 혹시 대표님 연락되시면 출근해야 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까요?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저를 찾았다고요?”김하린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왜 갑자기 나를 찾는 거지? 내가 죽든 살든 관심이 없잖아.’핸드폰을 확인하자 정말 부재중 전화가 수십 통 와있었다. 하지만 새벽 3시쯤 되었을 때, 박시언은 더는 연락하지 않았다.“사모님, 그래도 대표님께서 많이 신경 쓰고 계세요. 대표님께 연락이라도 해보세요. 혹시나...”“알았어요. 고마워요. 도하 씨.”김하린은 박시언에게 문자를 보내려다 직접 전화하기로 했다. 전화 연결음이 울리자마자 전화기 너머에서 냉랭한 기계음이 들려왔다.“지금 거신 전화는 통화 중입니다.”김하린은 인내심을 가지고 박시언에게 문자를 보냈다.[어제 술을 마시느라 못 봤어. 날 찾았어?]문자를 보내자마자 갑자기 뜨는 차단 알림에 김하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박시언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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