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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작가: 노지혜
작은 에피소드로 박시언의 관심이 온통 김하린에게 쏠렸다. 소은영의 표현은 아예 안중에도 없었다.

경매가 끝나고 김하린이 막 떠나려 할 때 박시언과 소은영과 정면으로 마주쳐버렸다.

“김하린, 부동산에 대해 아는 게 없으면 함부로 끼어들지나 말래?”

박시언은 거리낌 없이 김하린의 체면을 짓밟았다.

소은영도 옆에서 한 마디 덧붙였다.

“그러게 말이에요. 언니 때문에 대표님 2조 원이나 손해 보게 생겼잖아요.”

김하린이 가볍게 웃었다.

“소은영 씨, 지금 뭔가 오해하나 본데 이 부지는 내가 산 거예요. 박시언이랑 무슨 연관이 있다는 거죠?”

소은영이 아무렇지 않게 말을 내뱉었다.

“그렇지만 무려 2조 원이라고요...”

“고작 2조 원 갖고 뭘 그래요. 우리한텐 껌값에 불과한데 하린 씨는 더 말할 것도 없죠.”

가까운 곳에서 배주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맞죠 하린 씨?”

김하린은 배주원의 옆에 있는 서도겸을 힐긋 쳐다보더니 덤덤하게 말했다.

“2조 원일 뿐, 그냥 한 번 재미 삼아 사 봤어요.”

순간 소은영의 표정이 확 일그러졌다.

2조 원이 박시언에게 아무렇지 않은 돈이고 김하린에겐 더 대수롭지 않은 돈이다!

소은영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 사람들 앞에서 그녀야말로 어디 내놓기 부끄러운 우물 안의 개구리였으니까!

서도겸이 무심코 말을 꺼냈다.

“박 대표님 결혼한 거로 알고 있는데 옆에 있는 이 어린 여자분이 그럼 사모님이시겠네요?”

소은영이 얼굴이 빨개지며 황급히 말했다.

“아, 아니에요...”

“이쪽이에요. 내 와이프 김하린.”

박시언은 김하린을 제 옆으로 당겨왔다.

김하린은 소리 없이 그의 손을 밀치려 했지만 박시언이 꽉 잡고 있었다.

그는 아까부터 서도겸의 시선이 줄곧 김하린에게 꽂힌 걸 발견했다.

남자는 남자가 제일 잘 안다. 그는 서도겸의 속내를 바로 알아챘다.

“하린 씨가 사모님이셨네요. 내 정신 좀 봐. 아까 경매장에서 박 대표님이 이 여자분과 줄곧 웃고 얘기하고 계시니 난 또 사모님인 줄 알았죠.”

배주원이 머리를 툭 치며 말했다.

“그럼 이분은 대표님 비서겠네요. 어쩐지 아까부터 대신 팻말을 들더라니.”

김하린은 하마터면 웃음이 터질 뻔했다.

그녀는 이젠 소은영과 박시언에게 관심이 없지만 배주원이 이렇게 말하니 여전히 속이 후련했다.

박시언의 옆에 있는 소은영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이를 본 박시언이 비서에게 분부했다.

“이 비서, 은영이 집까지 바래다주세요.”

“네, 대표님.”

배주원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그럼 저희도 이만 가볼게요. 다음에 또 봬요.”

배주원과 서도겸이 떠난 후에야 김하린도 박시언의 손을 뿌리쳤다.

“이제 그만 좀 놓지?”

박시언은 그녀가 매정하게 손을 뿌리칠 줄은 몰랐다.

이전에 김하린은 그와 스킨쉽하지 못해 안달이고 심지어 껌딱지처럼 그에게 붙어있으려 했다.

하지만 오늘 밤의 그녀는 전혀 딴사람으로 변한 것만 같았다.

결국 박시언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

“내 관심 끌고 싶은 거라면 정말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

김하린은 그의 말에 말문이 턱 막혔다.

반박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이전의 그녀였다면 박시언이 무엇보다 소중했기에 진짜 그의 관심을 받으려고 이렇게까지 했을 수도 있었으니까.

문제는 지금의 김하린이 더 이상 예전의 그녀가 아니라는 점이다!

김하린은 짜증이 밀려와 대충 쏘아붙였다.

“마음대로 생각해.”

“잠깐만.”

“또 왜?”

“너 서도겸이랑 무슨 사이야?”

“아무 사이 아니야. 나 그 사람 아예 몰라.”

박시언이 차갑게 말했다.

“잘 들어 김하린, 네가 서도겸이랑 무슨 사이인지 관심 없어. 하지만 대외적으로 넌 내 아내야. 처신 똑바로 해. 딴 남자랑 일정하게 거리 두고!”

박시언의 말을 들은 김하린은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박시언, 딴 사람한테 요구하기 전에 본인부터 처신 똑바로 해줄래? 너 오늘 소은영 데리고 경매장에 오면서 내 신분이랑 체면은 고려했니?”

“이 비서 시켜서 너한테 알리라고 했어.”

“그래? 나 오지 말라고 했겠네?”

박시언이 침묵했다.

이건 확실히 그의 잘못이니까.

김하린이 말을 이었다.

“서도겸 같은 외부인도 네 와이프를 잘못 짚는데 딴 사람들은 오죽할까? 그렇게 소은영이 좋으면 나랑 일단 이혼해.”

“김하린, 너 미쳤어?”

박시언이 미간을 구겼다.

그는 김하린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와 이혼하겠다는 건 아니다.

이건 정략결혼이기에 말처럼 쉽게 이혼할 수 있는 사이가 아니다.

김하린은 정색하는 박시언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는 지금 김하린과 이혼할 생각이 없지만 그건 단지 그녀 뒤에 있는 김씨 일가의 세력 때문이다.

몇 년 후, 그녀가 더 이상 아무런 쓸모가 없게 될 때 박시언은 쓰레기를 버리듯 그녀를 매정하게 버릴 것이다.

전생의 처참한 결말을 되새기노라니 그때까지 기다릴 바엔 차라리 지금 끝내는 게 나을 듯싶었다.

“이혼하자고!”

다음 날 김하린이 낙찰가 2조 원으로 폐지를 샀다는 기사가 각종 플랫폼을 도배했다.

김씨 일가의 외동딸인 그녀는 이 가문의 전 재산을 소유하고 있으니 2조 원은 껌값에 불과하다.

다만 이 가문의 기업들도 운영하고 있으니 유동자금이 그리 많지 않다.

2조 원은 솔직히 작은 액수가 아니다.

김하린은 침대에 누워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박시언 찾을까? 안 돼.’

어제 그녀가 이혼을 언급하자 박시언은 머리도 안 돌리고 떠나가 버렸다.

그녀는 도통 이해가 안 됐다. 나중에 김씨 일가의 재산까지 나눠준다고 하는데 이 자식은 한사코 이혼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박시언 말고 또 누굴 더 찾을 수 있을까?

김하린은 불쑥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찾았다!’

“서도겸!”

상류사회는 작은 울타리와 같아 김하린이 인맥을 살짝 동원하니 바로 서도겸과 연락이 닿았다.

그녀의 기억대로라면 서도겸의 세력은 해외에 있다. 요 2년간 그가 왜 해성에 와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그녀는 알고 있다. 미래의 몇 년 사이에 서도겸은 신속하게 해성의 기업들을 점령하고 박시언과 양대산맥을 이룬다는 것을.

배진 그룹 회의실에서 서도겸은 말없이 수중의 라이터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김하린은 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1조6천억 원 빌려줘요.”

“풉!”

배주원이 찻물을 그대로 내뿜었다.

직설적인 사람을 종종 봐왔지만 이 정도로 직설적인 건 또 처음이었다!

“김하린 씨, 참 거침없네요.”

김하린이 두 눈을 깜빡였다.

“저번에 말씀하셨잖아요. 1조 원은 껌값이라면서요.”

“그건 하린 씨 체면을 살려주는 거잖아요! 또 이렇게 은혜를 원수로 갚네요. 덕분에 제대로 겪었어요!”

배주원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역시 예쁜 여자는 머리가 이상하다니까.’

서도겸이 라이터를 뱅뱅 돌렸다.

“일단 말해봐요. 내가 왜 1조6천억을 빌려줘야 하죠?”

“저는 원래 4천억이면 뉴 문 부지를 살 수 있는데 서도겸 씨가 끼어드는 바람에 1조6천억이나 낭비하게 됐어요.”

“그거로는 이유가 충분하지 못해요.”

김하린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을 이었다.

“서도겸 씨 산업이 전부 해외에 있는데 요 2년 사이에 빈번하게 해성에 오시네요. 해외의 검은 산업을 전부 해성으로 옮겨서 세탁하려는 거 맞으시죠?”

배주원은 차를 마시다가 멈칫하고 서도겸을 쳐다봤다.

‘이 여자가 이런 걸 다 안다고? 완전 의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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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주원의 차가 가까운 곳에 있는 미완성 건물 앞에 도착했다.“X발 손정원 이 새끼가 어떻게 사람을 이딴 곳에 가둬 두냐고?!”배주원은 주위를 쭉 둘러보았지만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다. 들리는 거라곤 본인의 메아리뿐이었다.서도겸은 차에서 손정원을 끌어냈다. 그는 허둥지둥거리다가 겨우 제대로 섰다.배주원이 앞으로 다가와 발로 툭 차며 물었다.“말해! 하린 씨 어디에 가뒀어?”“그건, 쟤네들이 숨긴 거라. 원래 그 쌍... 김하린 씨를 따끔하게 혼낼 생각이었어요. 돈 받으면 이 건물 폭발시켜서 박시언 목숨도 따내고 거액의 돈도 챙겨서 도겸 씨한테 공을 세워줄 생각이었는데 김하린 씨랑 도겸 씨가 아는 사이일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폭발시켜? 여길 폭발시킨다는 거야?”배주원이 두 눈을 부릅떴다.“설마 시한폭탄?”손정원은 겁에 질린 채 머리를 끄덕이며 사시나무 떨듯 온몸을 떨었다.서도겸의 눈가에 싸늘한 빛이 감돌았고 손정원은 두려움에 휩싸여 침을 꼴깍 삼켰다.“주원아, 얘 꽁꽁 묶어둬. 폭탄 터지거든 얘부터 죽일 테니까.”손정원은 황급히 바닥에 무릎을 꿇었지만 결국 배주원에 의해 사지가 묶였다.미완성 건물은 구조가 매우 복잡했고 지금 서도겸은 김하린이 무사하다는 걸 확인했다. 급선무는 주변에 있는 폭탄을 제거하는 일이다.바로 이때 검은색 벤틀리가 건물에 도착했다.서도겸은 이 차 주인이 박시언이란 걸 한눈에 알아봤다.“대표님, 여기 어디예요... 저 무서워요...”소은영이 두려운 표정으로 박시언의 소매를 잡아당겼다.박시언은 그녀의 손등을 톡톡 두드렸다.“넌 차에 있어. 내려오지 말고.”소은영이 머리를 끄덕였다.배주원은 차에서 내리는 박시언을 보더니 코웃음을 쳤다.“와이프가 납치당했는데 애인이랑 알콩달콩할 새가 있어요?”“대체 누가 김하린 납치했어?”박시언이 싸늘한 눈길로 서도겸을 쳐다봤다.“내 기억이 맞다면 손정원은 서도겸 씨 부하일 텐데요?”서도겸이 차갑게 쏘아붙였다.“얘가 제멋대로 일을 벌인

  • 합의이혼 후 곧 재혼한 아내   제11화

    박시언의 말을 들은 소은영은 머리를 숙이고 얌전하게 그의 옆에 앉았다. 그녀의 모습은 화들짝 놀란 토끼를 방불케 했다.박시언의 싸늘한 시선은 전생과 똑같았다. 김하린은 순간 마음이 깊게 가라앉았다.고맙다고 말하려 했는데 지금 보니 박시언은 아예 신경 쓰지 않는 듯싶었다.“나 너무 피곤하네. 두 사람 편하게 있어.”김하린이 위층으로 올라갔다.그녀는 이젠 박시언과 소은영에게 아예 관심이 없다.오늘 밤에 손정원이 쉽게 그녀에게 손을 쓸 수 있다는 건 다른 사람들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설명한다.김하린은 언제까지 박시언에게 기댈 순 없다. 자신을 보호할 능력을 슬슬 갖추어야 한다.다음날, 김하린은 일찍 외출 준비를 했다. 이제 막 아래층으로 내려왔는데 최미진이 거실에 늠름하게 앉아 계시고 소은영이 옆에 서 있었다. 보아하니 그녀는 금방 운 모양이다.“할머니?”김하린이 미간을 구겼다.최미진은 평소에 더 빌리지에 거의 오지 않는데 오늘은 갑자기 무슨 일로 찾아오신 걸까?“시언이가 그러는데 너 2조 원 주고 땅을 샀다며?”최미진은 살짝 죄를 묻는 식으로 그녀에게 캐물었다.김하린은 아래층으로 내려와 어르신의 옆에 앉아서 차를 따라드렸다.“네, 맞아요.”“어젯밤엔 원수를 져서 납치까지 당했고?”“네...”김하린은 시선을 아래로 떨궜다.“우리 집안은 평범한 집안이 아니잖니. 결혼한 여자는 얼굴을 자주 드러내면 못 써. 사업은 남자들이 알아서 하는 거고 너는 지금 임신에 가장 신경 써야 해. 딴마음 품은 것들이 그 틈을 노릴라.”최미진이 의미심장한 눈길로 옆에 있는 소은영을 쳐다봤다.김하린도 그녀를 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소은영의 눈시울이 또다시 빨개졌다.“할머니, 저는 단지...”“그 입 닥쳐. 너 따위가 어딜 함부로 끼어들어 끼어들긴!”소은영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시언의 안목이 점점 후지단 말이지. 여기가 어디라고 개나 소나 다 들이는 거야!”최미진이 소은영을 대하는 태도를 지켜보면서 김하린은 저도 몰래 전생이 떠올랐다.전생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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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합의이혼 후 곧 재혼한 아내   제100화

    “김하린, 말을 꼭 그렇게까지 해야겠어?”박시언은 소은영을 보호하면서 냉랭하게 말했다.김하린은 귀찮아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기로 했다.“할머니한테 이 사진을 보여주기 싫으면 내가 시키는 대로 해.”박시언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뭐 어쩔 건데?”“강한 그룹을 원래 자리로 돌려놔.”박시언한테서 사과받기란 불가능했다. 그저 입으로 하는 사과보다 실질적인 사과를 받고 싶었다.박시언이 냉랭하게 말했다.“그럴 수 없어.”“그럴 수 없다고? 그래. 그러면 할머니한테 이 사진 보여주면 되지. 네가 은영 씨를 만나기 위해 속인 걸 알면 무슨 반응일까?”김하린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난 상관없어. 오히려 은영 씨가 등록금과 생활비가 끊긴 마당에 할머니가 이 사진을 보게 되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 모르겠네?”소은영은 이 말에 얼굴이 창백해지고 말았다.“지금 날 협박하는 거야?”“맞아, 협박하는 거.”김하린은 별로 쓸데없는 말을 하기 싫었다. 어차피 증거도 가지고 있으니 충분히 협박할 수 있는 자격이 있었다.“대표님...”소은영은 박시언을 불쌍하게 쳐다보면서 눈물을 또르르 흘렸다.박시언은 소은영의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어떻게 하고 싶은데?’“강한 그룹이 본 손해를 두 배로 갚아줘. 그리고 이제부터 강한 그룹을 건드려서는 안돼.”“알았어.”김하린은 그가 소은영을 위해 흔쾌히 대답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소은영이 이미 충분히 불쌍한데 더 불쌍해지는 모습을 두고 볼 수가 없었다.“지금 바로 진행해. 오늘 내로 결과를 봐야겠어.”“김하린,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어?”“난 늘 이런 사람이었어. 우리가 하루 이틀 본 사이도 아니고.”김하린의 차가운 모습에 박시언은 한참 동안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결국 회사에 전화할 수밖에 없었다.소은영은 그의 뒤에서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다 저의 잘못이에요. 저를 만나러 오지 않았다면 언니한테 약점이 잡히지도 않았을 텐데... 저 때문에 잃는 게 너무 많은 거 아니에요?”김하

  • 합의이혼 후 곧 재혼한 아내   제99화

    “이놈이 정말 얍삽하더라고. 처음에는 경쟁사에서 한 짓인 줄 알았잖아. 요 며칠 얼마나 많은 회사에서 투자를 철수했는지 몰라. 내가 끈질기게 한 사람을 잡고 물어봤더니 그제야 박시언이 한 짓이라고 하더라고. 강한 그룹에 투자하는 사람은 걔 박시언을 무시하는 거라고 하면서!”강한나가 흥분할수록 김하린의 얼굴색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박시언이 어떤 성격인 줄 알았지만, 소은영을 위해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강한나가 강 씨이긴 해도 서호철의 손녀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강한 그룹을 건드렸다는 것은 서호철을 건드린 거나 다름없었다. 박시언은 아무리 멍청하다고 해도 강한나를 건드려서는 안 되었다.“잠깐만요. 제가 해결해 볼게요.”김하린은 전화를 끊었다.아까까지만 해도 박시언과 소은영을 어떻게 해볼 생각이 없었지만 인제 와서 보니 자신이 너무 착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시언은 강한나를 내버려 둘 생각이 없는데 말이다.‘이렇게까지 나오는데 내가 가만히 있을 수 없지.’김하린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 둘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얼마 가지도 않아 박시언이 소은영을 위해 커피를 사다 주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소은영이 박시언을 끌어안는 틈을 타 김하린은 핸드폰으로 이 모습을 찍어놓았다.몰카를 당하고 있다는 느낌에 박시언은 김하린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역시나 김하린은 핸드폰을 흔들거리면서 도발하고 있었다.박시언은 김하린의 핸드폰을 뺏어오고 싶었지만 김하린이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어놓는 바람에 그럴 수 없었다. 쇼핑몰에 사람도 많아서 대놓고 뺏을 수도 없었다.소은영은 박시언의 팔뚝을 잡으면서 김하린을 향해 애원했다.“언니, 저는 이미 집에서도 쫓겨났는데 저희 대표님 좀 내버려 두면 안 돼요?”“그래? 그러면 넌 지금 뭐 하고 있는 건데?”소은영의 얼굴색이 창백해졌다.“저... 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김하린이 질문했다.“돈이 없어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는 거 아니고? 아니면 불쌍한 모습을 시언이한테 보여주고 싶었던 거야

  • 합의이혼 후 곧 재혼한 아내   제98화

    “내가 A대 가기 싫은 거 가지고 협박하지 마. 난 이혼하면 그만이야. 어디 서로 물어뜯어 보자고!”김하린은 박시언이 고자질하는 것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 심지어 박시언은 김씨 가문에서 조금이라도 더 이익을 챙기려면 이 사실을 비밀로 해야 했다.박시언은 결국 애써 침착하게 말했다.“도대체 어떻게 하고 싶은데?”“거래해. 내가 할머니한테 좋은 말하는 대신 너도 같이 연기를 해야 해.”“연기를 해?”박시언이 의심의 눈초리로 김하린을 쳐다보았다.“겨우 그거야?”“다른 사람이 봤을 때 넌 완벽한 남편이 되어야 해. 내 의견을 따르고, 내 체면까지 살려줘야 할 것이야. 그리고 적당히 내 편도 들어주고, 내가 믿고 의지할 만한 사람이 되어야 해. 얼마나 쉬워. 너한텐 손해 볼 일도 아니잖아.”김하린은 굳이 돌려서 말하고 싶지 않았다. 김씨 가문 쪽에서는 박시언의 연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며칠 전 최미진이 난리를 치는 바람에 박시언은 김하린이 더욱 싫어졌고, 좋은 남편인 척하기에는 불가능했다.박시언이 한참 동안 생각하더니 대답했다.“그래. 네 말대로 할게.”“그래.”김하린은 태블릿 PC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치마를 정리하면서 말했다.“할머니더러 저녁 식사하러 오시라고 해. 내가 직접 요리할 거야.”박시언이 미간을 찌푸렸다.“뭐 하려고?”“할머니 앞에서 서로 사랑하는 부부인척해야 할머니가 너를 풀어줄 거 아니야.”박시언이 피식 웃었다.“너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박시언은 그녀의 속을 훤히 뚫어보는 듯했다.김하린은 별로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오후, 이도하가 최미진을 픽업해 왔고, 김하린은 한창 주방에서 요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박시언은 옆에서 도와주고 있었고, 애써 서로 사랑하는 신혼부부인 척했다.이 장면에 최미진이 흐뭇해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식사하는 동안에도 박시언은 친절하게 김하린의 앞에 음식을 짚어주었고, 때로 서로 농담도 주고받았다.최미진은 그제야 안심이 되는 듯했다.“할머니, 저 내일 쇼핑하고 싶은데

  • 합의이혼 후 곧 재혼한 아내   제97화

    최미진은 박시언을 늘 엄하게 대했고, 박시언은 회초리를 피할 수조차 없었다.최미진이 젖 먹던 힘으로 때린 나머지 박시언의 몸이 시퍼렇게 멍들기 시작했다.김하린은 그저 우두커니 지켜볼 뿐이다. 박시언은 이를 꽉 깨문 채 아프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결국 회초리가 부러지고, 최미진이 냉랭하게 말했다.“그래도 사과 안 할 거야?”박시언은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김하린은 박시언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맞고도 사과하지 않는 걸 보니 절대 사과할 마음이 없어 보였다.김하린이 말했다.“할머니, 화 푸세요. 저는 사실 시언이를 탓한 적 없어요. 얼른 의사 선생님이나 불러와야겠어요.’김하린의 이해 넓은 모습에 최미진은 그제야 화가 가라앉는 듯했다.박시언의 할머니로서 그가 어떤 성격인지 모를 리가 없었다.박시언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아까는 그저 김하린의 화를 풀어주려고 연기한 것이다.최미진이 김하린의 손을 어루만지면서 말했다.“하린아, 이제부터 할머니가 시언이를 잘 보고 있을게. 그리고 약속할게. 그년은 이제부터 우리 박씨 집안에 한 발짝도 들어오지 못해. 이 집안의 안주인은 너야.”김하린은 그저 웃을 뿐이다.바닥에 무릎 꿇고 있던 박시언은 차가운 눈빛으로 김하린을 쳐다보았다.날이 어두워지고, 최미진은 결국 이도하더러 의사 선생님을 불러오라고는 이곳을 떠났다.김하린은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고, 그제야 바닥에서 일어난 박시언은 싫증난 표정으로 말했다.“김하린, 연기 다했어?”김하린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박시언이 또 이어서 말했다.“이혼을 핑계로 할머니더러 은영이를 쫓아내게 해? 정말 대단해. 내가 너 우습게 봤어.”“마음대로 생각해.”김하린은 그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든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이때 마침 의사 선생님이 도착했고, 김하린이 말했다.“이따 약 바르실 때 너무 살살하실 필요 없어요. 박 대표님은 가죽이 두꺼워서 아파하지도 않아요.”의사 선생님은 고개 숙여 박시언의 눈치만 볼

  • 합의이혼 후 곧 재혼한 아내   제96화

    차에 올라타자마자 이도하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사모님, 대표님께서는 절대 이혼하지 않을 거니까 이따 좀 부드럽게 말씀하세요.”김하린이 살며시 눈을 감으면서 말했다.“할머니께서는 언제 집에 오셨어요?”“오후요.”김하린이 예상했던 대답이었다.최미진이 지금까지 난리 치는 바람에 이도하가 이제야 픽업하러 온 것이다.성격이 불도저 같은 최미진은 절대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을 두고 볼 수가 없었다.이쯤이면 소은영은 이미 최미진한테 쫓겨났을 것이다.집에 도착했을 때 집 문은 열려있었고, 집 안으로 들어갔을 때는 최미진이 소파에 앉아있었다. 그 옆에는 유미란이 서 있었다.마지막에야 박시언이 바닥에 무릎 꿇고 있는 모습을 보았고, 방안에는 소은영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최미진이 냉랭하게 말했다.“짐은 다 쌌어요?”“네. 사모님.”유미란이 트렁크 하나를 끌고 나오면서 말했다.“이거 다 은영 씨 짐입니다.”최미진이 물었다.“도하 씨, 이 중에 시언이가 산 물건들이 어떤 거예요?’이도하가 머뭇거리면서 말했다.“대표님께서 계속 은영 씨 생활비를 대주고 있었기 때문에...”최미진이 피식 웃었다.“그러니까 이것들 전부 시언이가 사준 거란 말이에요?”이도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최미진이 유미란에게 말했다.“전부 버려요! 그리고 교장 선생님한테 오늘부터 소씨 가문과 연을 끊겠다고 말씀드리세요. 이미 성인이 되었는데 저희 도움도 필요 없을 것 같은데.”“할머니!”박시언이 미간을 찌푸렸다.“은영이는 그저 평범한 아이예요. 집안 형편도 안 좋은데 언제 돈을 벌어서 A대 등록금을 낼 수 있다고 그러세요!”“금융 전공이잖아. 그럴 능력도 못 된다면 우리가 지금까지 괜히 후원해 준 거나 다름없어!”최미진이 냉랭하게 말했다.“그리고 네가 후원해 줘서 지금까지 우리 박씨 가문에서 뭐 섭섭하게 해준 거 있어? 독립할 능력도 안 되는 사람이라면 더는 그런 사람한테 후원해 줄 필요도 없어.”최미진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김하린을 쳐다보았다.“하린아,

  • 합의이혼 후 곧 재혼한 아내   제95화

    해성의 환경미화원이 출동한 덕분에 김하린이 구매한 오염 구역이 슬슬 정리되기 시작했다. 몇 달만 지나면 새로운 모습으로 변할 수 있었다. 김하린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직접 움직이기도 했다.허가증이 내려온 덕분에 많은 기업들이 이곳에 투자하기 시작했고, 그 덕분에 자금이 충분했다.저녁, 배주원은 김하린이 한상 차린 테이블 위에 자료 하나를 올려놓더니 감탄하면서 말했다.“고작 보름 동안 몇십억 원의 투자를 받다니. 하린아, 정말 대단한 거 아니야?”서도겸이 말했다.“자금이 충분하니까 완공 전에 다른 사업에 투자해도 되겠어.”김하란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응. 그래서 이미 일부 자금으로 소소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소소한 투자?”서도겸이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몇백억 원이 나간 걸 봐서는 소소한 투자가 아닌 것 같은데?”김하린은 몇백억 원을 빼내 간 걸 서도겸이 알고있는 줄 몰랐다.처음부터 서도겸을 속일 생각이 없었다. 요 며칠 박시언과 티격태격하느라 많은 일들을 서도겸에게 맡겼기 때문에 서도겸을 속일 수도 없었다.“얼마? 몇백억 원?”강한나는 마시던 맥주를 뿜을 뻔했다.“무슨 투자를 하는 데 몇백억 원씩이나 들어?”‘이건 소소한 투자가 아닌데...’김하린이 말했다.“김씨 가문 명의로 된 프로젝트를 매수했어요.”“뭐라고? 너희 집 명의로 된 프로젝트를 매수했다고?”배주원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그럴 리가! 넌 김씨 가문의 큰딸인데 너희 집 명의로 된 프로젝트도 돈으로 사야 해?”김하린은 최근에 매수한 프로젝트 자료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전부 다 별로 쓸모없어 보이는 부동산 프로젝트와 투자 진행 상황이었다.배주원이 말했다.“어떤 건 수익이 나지도 않고, 어떤 건 심지어 손해를 보고 있는데 이것들 사서 뭐하려고?”“저가로 매수해서 괜찮아. 나중에 값이 오를 거야.”“지금 상황을 봐서 언제 값이 오르겠어!”김하린은 배주원이 나중에 값이 오를 거라는 말을 믿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전생에 박시언이 이

  • 합의이혼 후 곧 재혼한 아내   제94화

    김하린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곳을 떠났고, 소은영은 박시언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대표님, 언니가 홧김에 한 말일 거예요. 마음에 두지 말고 화 푸세요.”박시언이 손을 빼버리자 소은영은 멈칫하고 말았다.이때 그가 담담하게 말했다.“회사에 처리할 거 있으니까 공부하고 있어. 필요한 거 있으면 아주머니한테 말씀드리고.”“대표님...”박시언을 잡으려고 했지만 가차 없이 떠나버렸다.밖에서 마당을 쓸고 있던 유미란은 소은영을 향해 콧방귀를 꼈다.‘부부싸움 하는 것 가지고, 정말 안주인이라도 된 줄 알았나 봐?’유미란의 표정에 소은영은 화가 치밀어올랐다.김하린은 학교 맞은편에 있는 아파트로 돌아갔고, 점심이 되자 강한나가 방문했다.강한나가 흥분하면서 말했다.“정말 박시언한테 이혼하자고 말했어? 대답했어?”김하린이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했다.“대답 안 했어요.”“그러면 대답한 거나 다름없는 거지. 내 개인 변호사한테 이혼서류를 준비하라고 할게. 재산을 전부 뺏어서 빈털터리로 만들어 버리자고!”흥분한 강한나는 지금 바로 김하린을 끌고 변호사 사무실로 가고 싶었다.김하린이 고개를 흔들었다.“아마도 이혼 못 할 거예요.”“왜?”강한나가 멈칫하더니 말했다.“이혼할 마음이 있었으면 제가 먼저 말 꺼낼 필요도 없이 진작에 저랑 이혼했겠죠.”“그렇긴 한 데... 그런데 왜...”강한나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처음부터 서로 이용하려고 맺어진 혼인이었어요. 박씨 가문과 김씨 가문은 아직 서로 이용 가치가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가 이혼하면 안 되는 거고요. 시언이 할머니께서도 저를 손주며느리로 엄청나게 예뻐해 주셔서 은영 씨 하나 때문에 저랑 이혼하지 못하게 할 거예요.”김하린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오늘 집을 나서면서 일부러 유미란 앞에서 이혼을 언급한 것이다.유미란은 예전부터 최미진을 모셔 온 사람이라 이 소식을 꼭 알릴 거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면 소은영은 바로 더 빌리지에서 쫓겨날 것이었다.강한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 합의이혼 후 곧 재혼한 아내   제93화

    “사모님! 이제야 오셨네요!”유미란이 이 정도로 반기는 걸 보니 아주 서러운 모양인 것 같았다.“아주머니, 시언이 집에 있어요?”“네! 집에 계세요!”유미란이 머뭇거리면서 말했다.“그런데 소은영 씨도 있어요...”유미란은 소은영 생각에 이를 꽉 깨물었다.김하린은 그녀가 이곳에 있다는 말에 전혀 놀랍지 않았다. 그저 최미진이 왔다 갔는데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에 놀랄 뿐이다.‘할머니를 등질 정도로 은영 씨를 좋아하나 봐.’도어락에 지문을 갖다 댔을 때 불일치라는 알림이 떴다.그러자 유미란이 말했다.“어젯밤 도련님께서 돌아오자마자 비밀번호를 전부 바꾸라고 하셨습니다.”유미란이 대신 새로 바꾼 비밀번호를 눌러서야 김하린은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박시언은 거실에서 소은영에게 열심히 공부를 가르쳐주고 있었다. 두 사람은 마치 열애 중인 커플처럼 분위기가 좋아 보였다.“켁! 켁!”유미란이 마른 기침하면서 박시언에게 말했다.“도련님, 사모님 오셨습니다.”유미란은 일부러 ‘사모님’을 강조해서 말했다.박시언은 그제야 고개 들어 김하린을 낯선 사람처럼 차갑게 쳐다보았다.“누가 우리 집 들어오라고 했어?”박시언의 말투에는 불만이 가득했다.“대표님, 왜 화를 내요. 언니가 물건 챙기러 왔을 수도 있잖아요.”소은영이 김하린을 향해 웃으면서 말했다.“언니, 까먹고 챙기지 않은 물건이 있으시면 저한테 말씀하시지 그러셨어요. 그러면 직접 오실 필요도 없이 제가 택배로 보내드렸을 텐데.”김하린은 소은영을 냉랭하게 쳐다보고는 박시언에게 말했다.“오늘 회사 안 갔어?”박시언이 피식 웃었다.“네가 뭔데 날 감시해?”“내가 감시하는 게 아니라 도하 씨가 너 연락 안 된다고 전화 왔었거든. 출근하라고 말하러 온 것뿐이야.”김하린의 말투는 차갑기 그지없었다.박시언이 무심하게 말했다.“나 바빠. 시간 없어.”김하린은 한창 박시언의 수업을 받고있는 소은영을 보면서 말했다.“이래서 시간이 없는 거야?”소은영이 미안해하면서 말했다.“언니, 제

  • 합의이혼 후 곧 재혼한 아내   제92화

    서도겸이 담담하게 대답했다.김하린이 말했다.“과일 고르는 솜씨가 우리 집 아주머니보다도 나아.”서도겸이 피식 웃었다.차마 하나하나 먹어보면서 고르느라고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사실을 알릴 수가 없었다.윙-안방에서 미세한 핸드폰 진동 소리가 들려오자 강한나가 말했다.“누구 핸드폰이 울리는데?”이들은 서로 쳐다만 볼 뿐이다.배주원이 말했다.“내 핸드폰은 진동모드가 아니야.”서도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강한나는 핸드폰을 꺼내면서 말했다.“내건 여기 있어.”김하린은 그제야 어제 이도하의 전화를 끊고 귀찮은 마음에 진동모드로 바꿔놓은 사실이 떠올랐다.그래서 부랴부랴 안방으로 달려갔다.윙-발신자는 다름아닌 이도하였다.김하린이 황급히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이도하는 김하린의 목소리를 듣고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사모님, 이제야 전화를 받으시네요.”“무슨 일 있으세요?”“대표님께서 어제 온 저녁 찾으셨어요. 서도겸 씨와 함께 클럽을 떠났다는 말을 듣고 화가 나서 전화를 끊어버리더라고요. 오늘은 출근도 안 하셨고요. 혹시 대표님 연락되시면 출근해야 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까요?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저를 찾았다고요?”김하린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왜 갑자기 나를 찾는 거지? 내가 죽든 살든 관심이 없잖아.’핸드폰을 확인하자 정말 부재중 전화가 수십 통 와있었다. 하지만 새벽 3시쯤 되었을 때, 박시언은 더는 연락하지 않았다.“사모님, 그래도 대표님께서 많이 신경 쓰고 계세요. 대표님께 연락이라도 해보세요. 혹시나...”“알았어요. 고마워요. 도하 씨.”김하린은 박시언에게 문자를 보내려다 직접 전화하기로 했다. 전화 연결음이 울리자마자 전화기 너머에서 냉랭한 기계음이 들려왔다.“지금 거신 전화는 통화 중입니다.”김하린은 인내심을 가지고 박시언에게 문자를 보냈다.[어제 술을 마시느라 못 봤어. 날 찾았어?]문자를 보내자마자 갑자기 뜨는 차단 알림에 김하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박시언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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