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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화

서도겸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김하린이 말했다.

“과일 고르는 솜씨가 우리 집 아주머니보다도 나아.”

서도겸이 피식 웃었다.

차마 하나하나 먹어보면서 고르느라고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사실을 알릴 수가 없었다.

윙-

안방에서 미세한 핸드폰 진동 소리가 들려오자 강한나가 말했다.

“누구 핸드폰이 울리는데?”

이들은 서로 쳐다만 볼 뿐이다.

배주원이 말했다.

“내 핸드폰은 진동모드가 아니야.”

서도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강한나는 핸드폰을 꺼내면서 말했다.

“내건 여기 있어.”

김하린은 그제야 어제 이도하의 전화를 끊고 귀찮은 마음에 진동모드로 바꿔놓은 사실이 떠올랐다.

그래서 부랴부랴 안방으로 달려갔다.

윙-

발신자는 다름아닌 이도하였다.

김하린이 황급히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이도하는 김하린의 목소리를 듣고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모님, 이제야 전화를 받으시네요.”

“무슨 일 있으세요?”

“대표님께서 어제 온 저녁 찾으셨어요. 서도겸 씨와 함께 클럽을 떠났다는 말을 듣고 화가 나서 전화를 끊어버리더라고요. 오늘은 출근도 안 하셨고요. 혹시 대표님 연락되시면 출근해야 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까요?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

“저를 찾았다고요?”

김하린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왜 갑자기 나를 찾는 거지? 내가 죽든 살든 관심이 없잖아.’

핸드폰을 확인하자 정말 부재중 전화가 수십 통 와있었다. 하지만 새벽 3시쯤 되었을 때, 박시언은 더는 연락하지 않았다.

“사모님, 그래도 대표님께서 많이 신경 쓰고 계세요. 대표님께 연락이라도 해보세요. 혹시나...”

“알았어요. 고마워요. 도하 씨.”

김하린은 박시언에게 문자를 보내려다 직접 전화하기로 했다. 전화 연결음이 울리자마자 전화기 너머에서 냉랭한 기계음이 들려왔다.

“지금 거신 전화는 통화 중입니다.”

김하린은 인내심을 가지고 박시언에게 문자를 보냈다.

[어제 술을 마시느라 못 봤어. 날 찾았어?]

문자를 보내자마자 갑자기 뜨는 차단 알림에 김하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박시언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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