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Chapter 871 - Chapter 880

1177 Chapters

제871화

자수공방은 사람들이 욕을 하든 이해를 하든 계속 홍보를 확대했다. 자수공방이 내년에 정식으로 설립될 수 있는 건 염 선생의 감시과 공로 덕분이었다. 게다가 수속이 일찍 완료되어 노집사가 구매를 책임졌다. 시만자는 은표를 꺼내더니 큰소리를 쳤다. “모자라면 나한테 달라고 하시오!” 노 집사는 혼자 구매하러 가지 않고 병부상서 이덕회의 부인과 함께 했다. 가구와 잡기, 침구와 이불, 냄비와 그릇, 바가지, 베틀, 각종 비단실, 자수바늘과 천, 변기와 타구 등 이 부인이 생각나는 건 모두 구매했다. 몇 년 동안 집안을 관리해 온 이 부인과 황실 서무를 맡고 있는 노 집사가 함께 가니 며칠 만에 모든 물건을 다 장만할 수 있었다. 어떤 주문은 제작을 해야 하는 것이라 아마 후에 모두 도착할 것이다. 자수공방은 소진 소주방이라고 이름을 지었고 심청화가 친필로 쓴 글씨를 현판에 새겨 공방에 걸었다. 백성들은 소진이 누구인지도 몰랐고 이상하다고만 여겼다. 그들은 여자를 수용하는 곳인데 왜 자제당 같은 이름을 짓지 않았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알아냈는데 소진이 바로 장군부에서 목을 매고 자살한 장군댁 부인 민 씨의 이름이었다. 그것을 안 사람들은 탄식하며 더 이상 자수공방에 대해 수군대지 않고 오히려 왕비가 정이 많다고 칭찬하기 시작했다. 민 씨가 강에 투신했을 때 왕비가 구한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왕비가 비록 한 번은 구했지만 두 번은 구하지 못했기 때문에 죄채감에 버려진 여자들을 수용할 곳으로 자수공방을 만든 것이었다.때론 비참한 이야기가 담긴 일이 사람들의 동정을 얻을 수 있기도 한다. 그래서 송석석이나 북명왕을 욕하는 사람은 없었고 오히려 그들이 의리를 중시하고 마음이 넓은 사람이라며 칭찬했다. 어느 가문이든 이혼을 했으면 더 이상 부인이 전 부군 가문의 사람들과 왕래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텐데 사람들은 왕야님의 도량이 매우 넓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칭찬하는 사람이 있으면 욕하는 자도 있는 법, 대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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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2화

전북망은 슬프고 침통한 눈빛으로 단신의를 보며 말했다. “제가 신의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도 매일 후회하고 있습니다.” “송 씨 가문의 사위를 고를 때 사람이 그렇게나 많았는데 굳이 왜 당신을 선택했는지 정녕 모르는 것이냐?” 전북망은 단신의가 돌아가신 장모님 얘기를 하자 목이 메었다. “알고 있습니다… 장모님은 제가 성실하고 첩을 들이지 않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다 제 잘못입니다. 제가 약속을 어겼습니다.” “그건 수많은 이유 중 하나 뿐이고, 결국은 당신이 책임감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겠지. 솔직히 말해서 군부가 재기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었네. 당신 혼자서는 더욱 어려웠을 것이야. 이 힘든 전정을 치르는 과정에서 그녀는 당신이 예전의 송회안 장군처럼 완강한 의지와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겠지. 왜냐하면 책임 있는 사람은 모두 그렇게 할 것이니까. 그렇게 되면 당신은 바깥일을 책임지고 석석은 가문을 책임지면 당신이 높은 성과는 이루지 못하더라도 전공을 세워 진성에서 일을 도모하는 건 어려울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 그럼 당신과 석석이 호화롭진 못하더라도 평생 편안히 살 순 있으니까. 그런데 송 부인께서 세상일을 겪은 눈으로 당신을 보는 것은 잘못된 거야. 당신의 조상은 한때 명성을 날렸었지만 당신 아버지 대부터 이미 몰락했는 걸. 가훈이 엄격하지 않고 어머니가 자비롭지 않아 당신은 견식도 없었고 그 어떤 유혹도 받지 않았었지. 그래서 당신은 자제력과 판단력이 부족해졌고, 어깨엔 가족이 강제로 짊어지게 한 짐밖에 없었을 테야. 당신도 장군부를 원래의 상태로 돌려놓길 바랐겠지. 당신에겐 재주가 있었지만 아주 우수한 편은 아니니 한 발 한 발 걸어가다 보면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소 대장군과 석석의 도움하에 자신의 자리는 찾을 수 있었을 것이야.”“허나 이방을 만난 후 당신은 그녀의 자강함에 충격을 받았겠지. 당신이 조금이라도 견식이 넓었다면 그녀가 한 말이 모두 거짓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텐데 말이다. 한 여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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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3화

전북망은 할 수 없이 넋을 잃은 상태로 약왕당을 떠났다. 전북망이 떠나자 홍작이 들어와서 물었다. “사부님, 왜 저 자에게 그렇게나 많은 말씀을 하신 겁니까?” 홍작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사부님은 장군부 사람들을 가장 싫어해서 평소에는 한 마디도 섞지 않으셨는데 오늘은 자신의 휴식 시간까지 희생해 가며 그에게 도리를 분석해 주다니.’ 그러자 단신의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는 송 부인이 눈이 멀어 그런 집안에 딸을 시집보냈다는 말을 듣기 싫었다. 설령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말이야.” 그는 일어나서 숯불을 집어 화덕에 넣고 손을 녹이며 말을 이어갔다. “게다가 그는 확실히 악랄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는 옳고 그름을 분명히 구분할 줄 알았지. 소삼야께서 그를 구하기 위해 팔을 잃었는데 만약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어머니에게 사로잡혀 산다면 소삼야의 부러진 팔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홍작은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사부님께선 누군가를 미워하시면 말도 섞지 않을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사부님, 혹시 다른 일이 있으십니까?” 그러자 단신의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말했다. “더 이상은 묻지 말 거라. 나도 그게 소용없길 바랄 뿐이니까.” 전북망은 약을 구하지 못하고 저택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저택 사람들은 모두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다들 여러 번 빌어도 구하지 못한 약인데 그가 나선들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생각했다.게다가 단신의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전북망이니 그가 가면 더욱 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노부인은 아들이 약을 멀쩡한 채로 구해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녀는 아들이 돌아올 때 손에 쥐어진 익숙한 나무상자를 보고 속으로 기뻐서 물었다. “구해온 것이냐?!” 전북망은 눈가의 씁쓸함을 감추고 손마마에게 분부했다. “따뜻한 물을 가져와 어머니께 약을 드시게 하거라.” 손마마는 사정을 알고 있었지만 전북망의 분부에 따라 약을 따뜻한 물에 풀어 노부인에게 드렸다. 그러자 노부인은 황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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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4화

26일 저녁, 전 씨 노부인한테 환각이 발생했다. 하지만 몸 상태는 오히려 좋아 보였고 심지어 앉아서 공기를 가리키며 욕까지 퍼부울 정도였다. “너는 꺼지거라. 쓸모없는 것들, 모두 쓸모없는 쓰레기다.” “민 씨, 네가 감히 날 꼬집어? 정말 불효 막심하구나!” 의사가 진작에 노부인에게 있을 정상을 말했기 때문에 아무도 그녀가 본 것이 귀신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전북망은 그녀의 두 손을 잡아당기며 소리쳤다. “어머니, 아무도 없습니다. 형수님도 오지 않았습니다.” “민 씨가 날 미워하니 분명 나에게 복수하러 올 것이다.” 노부인은 전북망의 소매를 잡고 얼굴의 흉악함도 놀라움으로 변했다. “민 씨에게 알려주거라. 나는 단지 그녀를 교육시키려고 했을 뿐 죽이려던 게 아니었다고.”“아, 저리 가, 민 씨, 저리 꺼지지 못하겠느냐?!” 노부인은 끊임없이 두 손을 흔들며 전북망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때렸지만, 전북망은 움직이지 않고 노부인이 때리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렇게 반 시진쯤 난동을 부리고 나서야 겨우 진정되었는데 노부인은 이미 숨을 내쉬기만 할 뿐 들어마시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곧이어 의식이 깨어난듯 눈을 뜨고 주위를 돌아보았는데, 전북경과 손자 손녀가 보이지 않자 천천히 입을 벌려 물었다. “북경이는……” 전북망은 침대 옆에서 노부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머니, 물 드시고 싶으신 겁니까?” “북경이…….” 노부인은 애타게 장자인 북경만을 찾았다. “큰 형님께서 잠깐 볼일 보러 가셔서 끝나고 바로 오실 것입니다.” 전북망이 위로했다. 전북삼은 눈물을 닦으며 화가 치밀어 오른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큰 형님께서 너무 양심 없는 것 아닙니까? 어머니가 그렇게 잘해줬는데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도 않다니!”노부인은 그 말을 듣고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임종? 내가 곧 죽는 건가? 우리 장자와 딸도 오지 않고 둘째 집에서도 아무도 오지 않다니, 내가 그렇게 미운 것인가?’ 노부인은 지금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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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5화

시만자는 전북망을 동정하지 않았다. “홍현이 그러는데 전소환이 친정으로 돌아가 상례를 치르지 않아 오히려 이방이 노부인을 위해 상복을 입었다고 하더군.” 암살당할 뻔한 일이 있은 때부터 이방은 길상거에서 나오지 않았고, 명절에도 마찬가지였다. 전 씨 노부인이 죽을 때 눈길 한 번 주지 않더니 이제 와서 상복을 입다니, 너무 이상하지 않는가? 만약 누군가가 그녀를 다시 죽이려 한다면 장례를 치를 때, 기회를 틈타 들어가도 이상할 것이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방도 똑똑한 편이기에 역모사건의 조사가 아직 종결되지 않은 지금 아무도 감히 경거망동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장례는 누가 치른 것이냐?” 송석석이 물었다. 왕청여는 조산한 후 몸이 좋지 않아 할 수 없을 것이고 이방은 더욱 나서서 장례를 치르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시만자가 대답했다. “둘째 노부인이 치렀다고 하더군. 동서지간이니 아무리 싸웠어도 할 일은 해야 하는 것이니까.” 송석석이 말했다. “둘째 노부인은 정이 많고 의리가 있는 분이니까.” 그러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둘째 노부인이 정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다들 둘째 노부인을 진심으로 탄복하면서도 전 씨 노부인을 욕했는데 유독 사여묵만이 욕하지 않았다. 그도 당연히 전 씨 노부인을 미웠지만 그녀의 박정함 때문에 그가 석석과 결혼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의 부상은 거의 다 나았지만 걸음걸이는 여전히 부자연스러웠고, 이마의 혹은 약간의 멍만 남아 언뜻 보면 미간에 검은빛이 도는 것 같았다. 염 선생은 그의 미간에 검은빛이 도는 것 같아 불길해 보인다며 장대성을 시켜 그를 붙잡아 분을 발라주었다. 그래서 사여묵은 별다른 일이 없으면 외출하지 않으려 했다.혜 태비께서 궁에 들어갔기 다행이지, 그렇지 않으면 또 끝없이 잔소리했을 것이었다. 날씨가 추워서 태후는 수안궁 난각으로 거처를 옮겼다. 후궁들은 초하루와 보름에 태후에게 문안을 드리러 오고, 황제는 다음 날 아무리 근정해도 잊지 않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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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6화

설을 쇠는 것도 재미가 없었다. 궁연회에는 일 년에 한 번 보는 황실 종친들이 가족을 데리고 참석했는데 온통 남자와 여자들뿐이었다. 송석석은 여러 왕비와 공주들과 함께 황후와 궁비를 따라 태후를 뵈러 갔다. 태비들이 모두 함께 있어 당연히 혜 태비도 있었다. 연왕비인 시민주와 측비 김 씨는 영 태비 전에서 영 태비와 이야기를 나누느라 오지 않았다. 모두들 허무한 말만 하고 아첨을 떨며 자기의 장신구를 자랑하느라 바빴다. 황제의 비들도 한자리에 모였는데 송석석은 눈이 휘둥그레져 황후, 숙비, 공비, 덕비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 그리고 지위가 낮은 자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 때로는 웃으며 때로는 고개를 들어 보곤 했다. 황후의 아들은 적장자로,매우 듬직해 보였다. 나이는 어렸지만 걸음걸이는 숙청제를 꼭 빼닮았다. 뒷짐을 진 채 턱을 살짝 들고 등을 곧게 펴고 있었는데 키가 작고 왜소하지만 않았다면 꼭 어른 같아 보였다. 숙비에게는 아들과 딸이 한 명 있었는데 아들은 그녀가 낳은 것이 아니였기에, 유모가 안고 와서 태후를 뵙고 바로 돌아갔다. 공주는 머리를 두 갈래하고 얌전하게 앉아 있었다. 서너 살짜리 아이는 아직 철이 없었지만 평시에 잘 가르쳐 함부로 떠들지 않았다. 공비에게도 딸이 있었는데 큰 공주로,숙비의 딸보다 석 달이나 먼저 태어났다. 그리고 덕비에겐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이황자이고 겨우 두 살이었다. 숙청제는 자식이 풍족하지 않았는데 아마 근정으로 후궁에 적게 간 탓인 것 같았다. 이황자는 몸이 하도 통통해서 뛸 때 비틀거렸는데 태후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귀여워 품에 안고 잠시 뽀뽀를 한 후 송석석에게 말했다. “너도 안아보거라. 그리고 내년에 너도 통통한 아들을 낳아야지!” 송석석은 통통한 이황자를 바라보더니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이황자, 숙모가 한 번 안아줄까요?” 이황자는 머뭇거리며 고개를 돌려 덕비를 보자 덕비는 웃으며 말했다. “숙모한테 가거라.” 그러자 이황자는 두 팔을 벌려 송석석에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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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7화

이어서 준비한 만찬에 연왕도 정비와 측비를 데리고 함께 참석했다. 그는 태후와 제후를 접견한 후 종친들과도 몇 마디 인사를 나누었다. 회 왕부 쪽에서는 회 왕비만 왔는데 회왕이 감기에 걸려 아직 낫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자 태후께서는 몇 마디 관심하더니 원기를 보충하는 귀중한 약재를 상으로 내려 주셨다. 만찬은 아주 풍성했다. 사여묵은 송석석과 함께 앉았는데, 사여묵은 송석석이 좋아하는 것은 골라주고 싫어하는 것은 모두 자기가 먹었다. 그 모습을 본 황후는 웃으며 말했다. “왕야와 왕비께서 참 금슬이 좋아 보이십니다.” 진왕과 진왕비는 자신들을 말하는 줄 알았는데 고개를 들어보니 황후가 사여묵과 송석석을 보고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눈길을 돌렸다. 숙청제는 담담하게 한 번 훑어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술을 들 때 황후를 차갑게 한 번 쳐다보았다. 송석석은 황후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말했다. “황제폐하와 황후께서 사랑이 깊으시니 우리도 당연히 본받아야지요.” 황후는 웃으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 마음속의 고통은 자신만이 알고 있었다. 황제와 황후가 정이 깊은 건 모두 외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고 황제가 진정으로 총애하는 사람은 바로 숙비였다. 황제가 숙비에게 하는 것 반만큼만 황후한테 했어도 이렇게까지 자기의 아들을 강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원래는 아무런 문제 없이 장자와 적자를 태자로 세워야 마땅하지만, 하필이면 황제가 숙비를 가장 총해한 덕분에 언제든지 아들을 더 낳을 수 있었다. 친아들이 있는데 자신의 아들을 위해 계획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황후의 마음이 싱숭생숭할 때 궁녀가 약 한 그릇을 들고 숙비에게 오더니 말했다. “마마, 양태약을 드실 시간입니다.” 그 말을 들은 황후는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그녀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숙비를 째려보더니 곧바로 웃는 얼굴로 말했다. “숙비가 임신했다는 것이오? 궁에 이렇게 큰 경사가 있는데 왜 나한테 알리지 않았소?” 숙비는 모란처럼 아리따운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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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8화

송석석까지 의아해하며 휘왕을 쳐다보았다. ‘이제야 효자라는 것을 알았다니? 그럼 그전엔 불효라는 것인가? 적어도 효도하지는 않았다는 뜻이잖아.’ 다만 여러 친종들도 그의 말을 듣고 모두 오리무중이었다. 사람들 눈엔 연왕은 줄곧 효성이 지극했다. 그는 매년 어머니를 문안한다는 명목으로 진경으로 돌아왔는데 때론 순조롭게 돌아왔고 때론 기각당했다. 선제가 있을 때도 효심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오늘 모두가 기뻐하는 자리라 사람들은 그 말에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숙청제가 연왕을 의미심장하게 쳐다보자 연왕의 얼굴빛이 약간 변하더니 바로 회복하고 웃으며 말했다. “선조께서 인효로 나라를 다스렸는데 제가 어찌 감히 불효하겠습니까?” 사여묵은 휘왕을 한 눈 쳐다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 송석석과 식사를 했다. 식사 후 여인들은 연극을 보러 갔는데, 설날에도 극단은 멈추지 않고 정월 초여드레날까지 계속 공연할 계획이라고 했다. 연극을 보면서 새해를 보내는 것은 꽤 좋은 것 같았다. 적어도 시간을 보내는 데는 최고였다. 숙비는 임신 중이라 먼저 돌아갔고 태후는 여전히 그들과 함께 버텼다. 송석석이 요즘 바빠서 자주 궁으로 들어와 인사를 드리지 못했기에 모처럼 그녀를 만났으니 태후는 그녀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덕 귀태비도 옆에 앉아서 결혼한 지 꽤 되었는데 왜 아직도 임신하지 않았냐며 묻기 바빴다. 송석석은 이런 문제를 대처하는 것이 가장 귀찮았다. 그녀는 아이를 낳을지 말지, 언제 낳을지는 모두 그녀와 사여묵 두 사람이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다. 송석석이 대답하기도 전에 태후가 말했다. “이제 현갑군의 지휘사가 되었는데 임신은 무슨. 여자도 남자와 마찬가지로 사업 위주로 일해야 한다.” 송석석은 항상 태후의 생각이 새롭다고 생각했다. 태후는 항상 여자들에게 자강을 장려했다. 그래서 처음에 이방이 행군하여 비적을 토벌해서 공을 세웠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기뻐하며 이방을 아주 높이 평가했었다. 심지어 이방이 천하의 여자들에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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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9화

설을 쇠고 궁을 떠나는 마차에서 송석석은 사여묵에게 그 일을 말했다. 사여묵은 역모 사건 이후 회왕부가 조용하고 회왕도 거의 외출하지 않았다고 했던 염 선생의 보고가 떠올랐다. 염 선생은 줄곧 사람을 보내 연왕부와 회왕부를 감시했고 회왕은 두세 번 외출했지만 모두 술을 마시러 간 것이었다. 그리고 더 이상 외출을 하지 않았다. “한 가지 가능성이 있는데, 바로 회왕은 아픈 것이 아니라 진성을 떠났다는 것이오.” 사여묵은 눈살을 찌푸렸다. “북명황실의 사람들이 회왕부를 오랫동안 감시했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면 허술해질 수도 있으니 그 틈을 타 변장을 해서 나간다면 알아볼 수 없었을 것이오.” 그러자 송석석이 물었다. “이맘때쯤 진성을 떠난다면 어디로 갈 수 있습니까?” “그건 돌아가서 얘기하오.” 사여묵은 지금까지의 상황을 머릿속에 떠올리자 한 가지 짚이는 게 있었다. 오늘밤엔 국공부의 사람들도 함께 와서 설을 보내 황실에도 떠들썩했다. 하지만 공 씨 가문에서는 서우를 데려다주지 않았다. 말로는 그들이 궁에 들어가 연회를 참석할 것이니 황실에 보내는 것보다 공 씨 가문에서 설을 쇠는 게 낫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황실로 돌아온 후 그들도 한바탕 떠들썩하게 놀았는데 온 집안의 사람들이 송석석에게 세뱃돈을 받아갔다. 송석석은 손이 커서 모두들 즐거워하고 만족해했다. 사여묵과 염 선생은 서재에 들어갔고 송석석은 따라 들어가지 않았다. 그녀는 그들끼리 토론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황실의 종목은 궁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몽동이는 권법 한 세트와 검법 한 세트를 선보이고 은 20 냥이나 받아갔다. 노집사도 노래 한 곡을 불렀는데 모두들 웃으며 듣기 거북하다고 소리쳤지만 노 집사는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꾸준히 노래를 불렀다. 원래는 한 곡만 부르려고 했는데 사람들이 듣기 싫다고 떠들자 그는 단숨에 세 곡이나 불렀다. 그의 음이탈에 시만자와 송석석은 배를 끌어안고 웃기 바빴다. 하인들도 저마다의 재주가 있었는데 투호, 다트, 나무 타기, 종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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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0화

서재에서 세 남자는 한 시진 넘도록 토론했다. 그들은 회왕이 정말 진성에 없다면 세 곳에 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첫째는 성릉관인데 그들이 성릉관에 못을 박았을 가능성이 제일 높았고, 두 번째는 옹현이었는데 그곳은 그들의 사병이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진성외주군위소였는데, 요 몇 년 동안 회왕이 암암리에 운영하면서 위소에도 못을 박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어느 곳을 가든 모두 그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들은 회왕이 가장 침착하다고 생각했는데 왜 지금은 오히려 가장 먼저 움직였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때 염 선생이 말했다. “모든 것에 올인했을 수도 있습니다. 사온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그들이 겁을 먹고 손을 놓고 싸우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지요.” 하지만 사여묵은 고개를 저었다. “내 생각은 그렇지 않네. 이 일은 그들이 오랫동안 계획해 온 일이지. 남강을 칠 때가 가장 좋은 기회였는데 그들은 그때마저 출병하지 않았지. 그러니 지금은 더더욱 충동적으로 반란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야. 반드시 역모의 정당한 이유를 찾아야 한다. 나는 오히려 성릉관에 있는 소대장군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걱정이 되는 군.” “서경.” 염 선생은 눈을 붉히며 말했다. “성릉관의 가장 큰 변수는 서경입니다. 회왕도 서경의 황제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들의 목적이 정말로 서경이었다면 이미 그곳에 사람을 배치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새 태자의 곁에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성릉관에 녹분성, 그리고 서경까지 합치면 바로 조만간 폭발할 폭탄이었다. 그들은 이미 준비가 되어 있지만 이 폭탄이 실제로 폭발한다면 잘 대응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몰랐다. 왜냐하면 어떻게 하든 변하지 않는 한 가지는 성릉관의 총병원수는 소대장군이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가장 우려되는 점이기도 했다. 석석에겐 남은 가족이 많지 않아 그녀의 외조부 일가는 반드시 지켜야 했다.심청화가 말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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