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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7화

Author: 유애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1-13 20:00:00
이어서 준비한 만찬에 연왕도 정비와 측비를 데리고 함께 참석했다. 그는 태후와 제후를 접견한 후 종친들과도 몇 마디 인사를 나누었다.

회 왕부 쪽에서는 회 왕비만 왔는데 회왕이 감기에 걸려 아직 낫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자 태후께서는 몇 마디 관심하더니 원기를 보충하는 귀중한 약재를 상으로 내려 주셨다.

만찬은 아주 풍성했다. 사여묵은 송석석과 함께 앉았는데, 사여묵은 송석석이 좋아하는 것은 골라주고 싫어하는 것은 모두 자기가 먹었다.

그 모습을 본 황후는 웃으며 말했다.

“왕야와 왕비께서 참 금슬이 좋아 보이십니다.”

진왕과 진왕비는 자신들을 말하는 줄 알았는데 고개를 들어보니 황후가 사여묵과 송석석을 보고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눈길을 돌렸다.

숙청제는 담담하게 한 번 훑어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술을 들 때 황후를 차갑게 한 번 쳐다보았다.

송석석은 황후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말했다.

“황제폐하와 황후께서 사랑이 깊으시니 우리도 당연히 본받아야지요.”

황후는 웃으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 마음속의 고통은 자신만이 알고 있었다.

황제와 황후가 정이 깊은 건 모두 외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고 황제가 진정으로 총애하는 사람은 바로 숙비였다.

황제가 숙비에게 하는 것 반만큼만 황후한테 했어도 이렇게까지 자기의 아들을 강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원래는 아무런 문제 없이 장자와 적자를 태자로 세워야 마땅하지만, 하필이면 황제가 숙비를 가장 총해한 덕분에 언제든지 아들을 더 낳을 수 있었다.

친아들이 있는데 자신의 아들을 위해 계획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황후의 마음이 싱숭생숭할 때 궁녀가 약 한 그릇을 들고 숙비에게 오더니 말했다.

“마마, 양태약을 드실 시간입니다.”

그 말을 들은 황후는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그녀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숙비를 째려보더니 곧바로 웃는 얼굴로 말했다.

“숙비가 임신했다는 것이오? 궁에 이렇게 큰 경사가 있는데 왜 나한테 알리지 않았소?”

숙비는 모란처럼 아리따운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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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석석까지 의아해하며 휘왕을 쳐다보았다. ‘이제야 효자라는 것을 알았다니? 그럼 그전엔 불효라는 것인가? 적어도 효도하지는 않았다는 뜻이잖아.’ 다만 여러 친종들도 그의 말을 듣고 모두 오리무중이었다. 사람들 눈엔 연왕은 줄곧 효성이 지극했다. 그는 매년 어머니를 문안한다는 명목으로 진경으로 돌아왔는데 때론 순조롭게 돌아왔고 때론 기각당했다. 선제가 있을 때도 효심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오늘 모두가 기뻐하는 자리라 사람들은 그 말에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숙청제가 연왕을 의미심장하게 쳐다보자 연왕의 얼굴빛이 약간 변하더니 바로 회복하고 웃으며 말했다. “선조께서 인효로 나라를 다스렸는데 제가 어찌 감히 불효하겠습니까?” 사여묵은 휘왕을 한 눈 쳐다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 송석석과 식사를 했다. 식사 후 여인들은 연극을 보러 갔는데, 설날에도 극단은 멈추지 않고 정월 초여드레날까지 계속 공연할 계획이라고 했다. 연극을 보면서 새해를 보내는 것은 꽤 좋은 것 같았다. 적어도 시간을 보내는 데는 최고였다. 숙비는 임신 중이라 먼저 돌아갔고 태후는 여전히 그들과 함께 버텼다. 송석석이 요즘 바빠서 자주 궁으로 들어와 인사를 드리지 못했기에 모처럼 그녀를 만났으니 태후는 그녀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덕 귀태비도 옆에 앉아서 결혼한 지 꽤 되었는데 왜 아직도 임신하지 않았냐며 묻기 바빴다. 송석석은 이런 문제를 대처하는 것이 가장 귀찮았다. 그녀는 아이를 낳을지 말지, 언제 낳을지는 모두 그녀와 사여묵 두 사람이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다. 송석석이 대답하기도 전에 태후가 말했다. “이제 현갑군의 지휘사가 되었는데 임신은 무슨. 여자도 남자와 마찬가지로 사업 위주로 일해야 한다.” 송석석은 항상 태후의 생각이 새롭다고 생각했다. 태후는 항상 여자들에게 자강을 장려했다. 그래서 처음에 이방이 행군하여 비적을 토벌해서 공을 세웠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기뻐하며 이방을 아주 높이 평가했었다. 심지어 이방이 천하의 여자들에게

    Last Updated : 2024-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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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을 쇠고 궁을 떠나는 마차에서 송석석은 사여묵에게 그 일을 말했다. 사여묵은 역모 사건 이후 회왕부가 조용하고 회왕도 거의 외출하지 않았다고 했던 염 선생의 보고가 떠올랐다. 염 선생은 줄곧 사람을 보내 연왕부와 회왕부를 감시했고 회왕은 두세 번 외출했지만 모두 술을 마시러 간 것이었다. 그리고 더 이상 외출을 하지 않았다. “한 가지 가능성이 있는데, 바로 회왕은 아픈 것이 아니라 진성을 떠났다는 것이오.” 사여묵은 눈살을 찌푸렸다. “북명황실의 사람들이 회왕부를 오랫동안 감시했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면 허술해질 수도 있으니 그 틈을 타 변장을 해서 나간다면 알아볼 수 없었을 것이오.” 그러자 송석석이 물었다. “이맘때쯤 진성을 떠난다면 어디로 갈 수 있습니까?” “그건 돌아가서 얘기하오.” 사여묵은 지금까지의 상황을 머릿속에 떠올리자 한 가지 짚이는 게 있었다. 오늘밤엔 국공부의 사람들도 함께 와서 설을 보내 황실에도 떠들썩했다. 하지만 공 씨 가문에서는 서우를 데려다주지 않았다. 말로는 그들이 궁에 들어가 연회를 참석할 것이니 황실에 보내는 것보다 공 씨 가문에서 설을 쇠는 게 낫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황실로 돌아온 후 그들도 한바탕 떠들썩하게 놀았는데 온 집안의 사람들이 송석석에게 세뱃돈을 받아갔다. 송석석은 손이 커서 모두들 즐거워하고 만족해했다. 사여묵과 염 선생은 서재에 들어갔고 송석석은 따라 들어가지 않았다. 그녀는 그들끼리 토론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황실의 종목은 궁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몽동이는 권법 한 세트와 검법 한 세트를 선보이고 은 20 냥이나 받아갔다. 노집사도 노래 한 곡을 불렀는데 모두들 웃으며 듣기 거북하다고 소리쳤지만 노 집사는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꾸준히 노래를 불렀다. 원래는 한 곡만 부르려고 했는데 사람들이 듣기 싫다고 떠들자 그는 단숨에 세 곡이나 불렀다. 그의 음이탈에 시만자와 송석석은 배를 끌어안고 웃기 바빴다. 하인들도 저마다의 재주가 있었는데 투호, 다트, 나무 타기, 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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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st Updated : 2024-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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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만자는 처음에 설날부터 굳이 스승의 위세를 부릴 필요 없다고 생각해 제자들에게 편안한 분위기를 주려고 했다. 하지만 세 쌍의 부부는 처음부터 그녀에게 아주 깍듯하게 대했다. 심지어 오 낭자는 하녀에게서 차를 건네받아 직접 그녀에게 대접하고 나머지 두 사람도 시어머니를 모시듯 그녀 곁에 서 있었다. 그래서 그녀도 어쩔 수 없이 스승의 체면을 챙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마음속으론 과연 이게 맞는 것인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평소 적염문에서는 스승을 이렇게 모시는 일이 없었고, 오히려 스승이 그녀를 귀여워하는 경우가 많았다. 차를 내리고 물을 따르는 일은 방금 들어온 제자들이나 맡는 일이었기에 그녀 같은 선배는 나설 필요가 없었다.이런 분위기를 경험하지 못했던 그녀는 사부에 대한 송구함이 생기고 또 사부가 그리워지기도 했다. 다음 날, 몽동이는 크고 작은 배낭을 메고 나갔다. 이번에 매산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는 라사저와 석소사저도 함께 데리고 갔다. 연말이니 어르신을 찾아뵙는 것이 마땅했기 때문이다.두 사제는 월례수당을 받지 않겠다고 했지만 란이는 그녀들에게 많은 선물을 사 주었다. 선물은 직물과 여성들이 필요한 일상용품, 그리고 두꺼운 옷들이었기에 원래 말을 타고 돌아갈 계획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두 대의 마차를 타고 돌아가기로 했다. 마차 안에는 선물로 물건이 가득 차 있었는데, 바깥에도 다닥다닥 걸려 있을 정도로 많았다.석소사저가 돈을 받지 않자 송석석은 몽동이에게 더 많은 돈을 주었다. 몽동이는 거절하는 법이 없었기에 지난번에 연지와 분을 사서 사부에게 크게 혼났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여성들에겐 아름답게 꾸밀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사서 사용하는 건 여인들의 문제지만 없어서는 절대 안 된다. 게다가 언젠가는 필요할 날이 있을 테니 말이다. 시만자도 그에게 엄중성을 경고했지만 몽동이는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그는 여성이 아름다워지려면 벌을 받는 걸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한편, 왕부는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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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로부터 며칠 동안 송석석은 더는 손님을 응대할 여유가 없이 바빴다. 현갑군쪽에 전부 맡길 수는 없었기에 그녀도 경위부로 돌아가야 했다. 사여묵과 염구진은 여학을 순찰하러 갔는데 수리가 필요한 곳이 많고 확장할 장소도 많았다.날씨가 추워진 탓에 진행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지만 다행히도 자금이 마련되어 그나마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다.정초 팔일, 조정이 열리자 전북망은 그의 상관인 송석석에게 모친상 문서를 제출했다. 그 문서는 송석석의 손을 거쳐 황제에게 전달되었고, 숙청제는 문서를 자세히 살펴보며 송석석에게 물었다. “그대 생각은 어떠한가?”송석석은 잠시 멈칫하며 대답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무장은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 그저 법칙에 따라 행동하면 된다.” 송석석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주둔 무장을 위한 것이었고, 전북망은 경안의 무관이었다. 그러나 황제의 뜻은 그가 효를 다 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 같았다.“모든 것은 전하의 결정에 따르겠습니다.” 송석석은 더 이상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가 전북망에게 효를 다하지 말라고 하면 그것은 그의 어머니에 대한 효도를 저버리는 것이고 만약 효를 지키라고 하면…!하지만 황제가 직접 이렇게까지 말하였으니 그저 따를 수밖에 없었다.숙청제는 그녀가 그렇게 단호히 물러나자 웃으며 말했다. “우선 미뤄두도록 하거라. 어차피 그는 지금 특별 훈련 중이니 계속 훈련을 이어가고 효를 다할지는 나중에 논의하도록 하지.”“예, 신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송애경!” 숙청제가 그녀를 불러 세우며 자리에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 “몇 마디 물어보겠다.”그가 송애경이라고 부른 이상 이는 군신 간의 대화로 변한 것이다. 송석석은 정중하게 감사의 인사를 올린 후 앞으로 다가와 앉았다. “폐하, 하문하시옵소서.”“현갑군에는 순방영, 금군, 경위가 있다. 순방영에는 무능한 귀족 자제들이 많아 그 안에서 시간을 헛되이 보내고 있는 이들이 있다. 그들을 관리하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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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자예는 넷째 부인의 손을 뿌리치곤 최씨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절대 사과 안 할 거예요! 저를 뭐 어떡하실 건데요? 그렇게 억울하면 저도 한 대 치세요!”최씨를 향해 얼굴을 들이민 제자예는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눈물을 글썽이며 세상 서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최씨는 그런 제자예를 보며 그저 어이없다는 듯이 차갑게 피식 웃었다.“그렇다면 지금 당장 제 제사한테 찾아가서 물어봐야겠네. 따님 교육을 어떻게 했길래 이렇게 버릇이 없는 건지, 참.”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송석석에게 말했다.“훈장님, 그때 제 증인이 되어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제 제사를 만난다면 전 당연히 솔직하게 얘기드릴 겁니다.”송석석의 대답에 제씨 넷째 부인은 눈이 휘둥그레졌으며 이 일이 어르신에게 알려지면 넷째 부인은 크게 혼이 날 것이다.절대 어르신에게 알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넷째 부인은 이를 악문 채 제자예에게 말했다.“얼른 왕지아에게 사과해.”제자예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발을 동동 굴렀다.“엄마, 전 사과할 수 없어요. 쟤들이 날 괴롭혔고 날 서원에서 쫓아내려고 했어요. 사과를 해야 할 사람은 쟤들이에요.”넷째 부인은 최씨와 송석석을 힐끗 흘겨보다가 굳은 표정으로 엄숙하게 말했다.“잘못을 저질렀으면 사과를 하는 게 당연한 일이야.”제자예는 자신이 며칠동안 서러운 일을 너무 많이 겪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제 어머니마저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자 더욱 서럽고 슬펐다.“싫어요. 절대 사과 못 해요!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세요! 전 절대 굴하지 않을 거예요!”말을 하던 제자예는 밖으로 뛰쳐나가려고 했지만 이내 송석석에게 잡혀 다시 최씨 곁으로 돌아왔다. 송석석이 최씨를 보며 말했다.“이번 일이 저희 아군 서원에서 벌어졌으니 서원도 책임이 있습니다. 그럼 이렇게 합시다. 제자예 학생이 왕지아 학생의 얼굴에 상처를 냈으니 관아로 보내는 건 어떠세요? 관아의 처리에 따라 저희 아군 서원에서 책임져야 할 부분은 반드시 책임지겠습니다.”송석석의 말에 최씨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82화

    제씨 넷째 부인의 안색은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일을 이렇게까지 크게 만들 필요가 있을까요? 사과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퇴학은 너무 과한 처벌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끼리 말다툼하다가 벌어진 작은 소동인데 퇴학 처리까지 하면 아군 여학에서 괜한 문제를 만든다고 소문이 나지 않겠습니까? 부인께서도 아군 여학을 위해 고려하셔야죠. 제 딸이 퇴학을 당하고 나서 이상한 소문이라도 돌면 아군 여학 명성에 오점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조금 전에 최씨를 협박했던 넷째 부인은 이제 대놓고 아군 여학까지 협박했지만 듣고 있던 송석석은 그저 어이없다는 듯이 차갑게 웃을 뿐이었다.“사람을 때리고도 퇴학을 당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아군 여학의 명성에 오점을 남기는 거죠. 저희가 넷째 부인을 이곳으로 모신 건 다들 차분하게 이 일을 해결하고자 하는 겁니다. 사과할 건 하고 처벌을 받을 건 받아야죠. 당사자들끼리 직접 만나서 확실하게 얘기를 털어놓아야 두 가문에서 아이들 때문에 앙금이 남지 않을 것 같아서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퇴학은 불가피합니다. 부인께서 자퇴를 거절하신다면 제가 나서서 제자예 학생을 퇴학 처리할 것입니다.”넷째 부인은 송석석과 대놓고 싸울 수는 없었기에 고개를 돌려 다른 선생님들에게 물었다.“다들 스승인데, 학생의 이런 작은 잘못조차 포용해주지 못 하시는 거예요?”안여옥의 태도도 강경했다.“전 제자예 학생을 아군 여학에서 강제로 퇴학 시켜 달라고 요구했지만 국태 부인과 훈장님꼐서 제자예의 마지막 체면을 지켜준 겁니다. 그래서 이렇게 자퇴를 권하시는 거고요.”국태 부인도 말을 덧붙였다. “스스로 자퇴하세요. 더 얘기해봤자 서로 감정만 상할 겁니다.”제씨 넷째 부인은 안여옥을 날카롭게 흘겨보았다. 학생들의 증언에 의하면 안여옥이 제일 먼저 퇴학 얘기를 꺼냈고 다른 사람들은 그저 그 의견에 동의했을 뿐이다.안씨 가문과 방씨 가문 사이에 있었던 일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당사자들만 잘 숨기고 있다고 착각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81화

    최씨도 시녀 금숙을 데리고 왔다. 자신의 딸이 맞았다는 말에 제일 먼저 그녀의 상태부터 살폈는데 얼굴이 퉁퉁 부은 데다가 어딘가에 긁힌 흔적도 남아 있었다.국태 부인이 딸에게 약을 발라줬다는 말을 전해 들은 최씨는 딸의 마음을 위로해준 뒤 바로 서아원으로 돌아가 국태 부인에게 감사 인사를 올렸다.두 부인이 앉자마자 송석석이 나서서 일의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이내 사람을 시켜 제자예와 왕지아 그리고 증인이 되어줄 학생 몇 명까지 불러왔다.제씨 넷째 부인의 표정이 매우 좋지 않았다. 멍청한 딸이 이 일을 서원에서 얘기한 것도 화가 나는데 왕지아가 심지어 방시원이 딸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고 얘기할 줄은 더더욱 몰랐다. 왕지아의 말이 소문이라도 나면 제씨 넷째 부인의 딸의 명예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하지만 어찌됐든 제자예가 사람을 때린 건 사실이고 이는 말다툼과 성질이 다르기에 일단 최씨에게 고개를 숙여 대충 사과부터 할 수밖에 없었다.“철없는 여자애들끼리 다툼이 조금 있었던 것일 뿐이지만 그래도 제 딸이 손찌검을 한 건 잘못된 행동이니 최씨 부인께서 제 딸을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최씨는 제자예를 힐끗 쳐다보았는데, 허리를 쫙 편 채 꼿꼿하게 서있는 그녀의 표정은 여전히 고고하고 당당해 보였다.그러자 최씨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따님은 이제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가 아닙니다. 자신이 한 행동에 책임을 질 나이가 되었지요. 따님이 손찌검을 했으니 직접 사과하라고 하세요. 그 사과를 받고 나서 이해할지 말지는 제가 결정할 일이죠.”넷째 부인은 다시 최씨를 위 아래로 훑었다. 결국 평서백부는 제씨 가문의 체면을 고려해줘야 하고 송석석도 이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사적으로 합의를 보려고 하는 것 같은데 넷째 부인이 이미 고개를 숙였음에도 불구하고 최씨는 전혀 넷째 부인의 체면을 봐주지 않고 있다.넷째 부인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입장이 난처해졌고 심지어 학원 학생들까지 있는데 이 학생들은 집으로 돌아가면 이 일을 부모님에게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80화

    엄중히 처리한다는 말에 향회옥 일행은 두려워져, 제자예와 일정한 거리를 두기 위해 뒤로 물러섰다.억울한 제자예는 왕지아가 방시원을 도운 것이 잘못이라고 생각했다.“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러게 왜 입을 함부로 놀려서는. 재네 고모가 추악한 일을 저질렀는데 방시원의 편을 들었어요. 부끄럽지도 않나 봐요.”그 말에 뺨을 맞았을 때도 울지 않던 왕지아가 닭 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더니 옆에 있는 여학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엉엉 울었다.이 일을 처리하기 위해 선생님들은 물론 송석석까지 불렀다. 함께 싸움에 가담했던 학생들은 자신도 처벌을 받을까 봐 모두 입을 다물고 있었다.방금 기세 높게 싸우던 학생들도 잠자코 옆에 있었다.자초지종을 이해한 안여옥의 표정이 순식간에 싸늘하게 변했다. “제자예가 여러 번이나 소란을 피웠고, 심지어 오늘은 학생을 때렸어요. 글 공부하러 온 것은 아닌 것 같으니 서원의 풍기를 어지럽히지 않기 위해 쫓아낼 것을 제안합니다.”제자예는 원래부터 여학에 오기 싫었다.하지만 본인이 오기 싫은 것과 쫓겨나는 것은 별개의 일이었다.게다가 황후가 그녀를 서원에 보냈고 해야 할 일도 완성하지 못했는데, 여기서 쫓겨날 수 없었다.마음이 초조해지자 그녀는 먼저 제안한 안여옥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날 왜 쫓아내는지 알아요. 당신이 방시원과 혼인하려 했는데 그 자식이 당신을 좋아하지 않고 날 좋아하기 때문이죠. 나를 질투하고 얄미워서 쫓아내려는 거죠?”그 말에 태국부인이 얼굴을 찌푸렸다.“제씨 가문에서 이렇게 자식을 교육했느냐? 입만 벌리면 욕이고 손을 들었다 하면 사람을 때리다니, 헛소리를 지껄이지 말고 네 잘못을 뉘우쳐라. 나도 저 여학을 쫓아내는 것에 동의한다.”그러다가 갑자기 마음이 약해져서 말을 덧붙였다. “네 발로 나가. 혹 소문이라도 나면 네 혼삿길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저도 이 뜻에 동의합니다!”규율 담당인 무씨 아가씨도 그녀들이 글공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소란을 피우러 왔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지난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79화

    넷째 부인이 재빨리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조용히 하거라. 감히 그런 상스러운 말을 입에 담다니, 혹시나 네 백부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반드시 널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제씨 가문은 워낙 엄격해서 자손들은 말과 행동에 각별히 조심해야 했다.제자예는 머리를 흔들며 어머니의 손을 뿌리쳤다.“백부도 언행이 바르지 않는데 감히 우리를 혼내다니요? 전 두렵지 않습니다!”“됐다. 그만 닥치거라.”넷째 부인이 꾸짖었다.“정말 어린애가 따로 없구나! 밖에서 네 백부의 일에 꼬투리 잡느라 우리는 숨기기도 바쁘다. 아무리 그래도 백부는 이부상서이고 그 사위는 당대 황제이니 수많은 자들의 미래를 손에 쥐고 있단 말이다.”계속 씩씩거리던 제자예는 그제서야 입을 삐죽 내밀며 더는 망언을 퍼붓지 않았다.“어쨌든 저는 방시원이 마음에 안 들어요. 얼마나 무능하면 아내가 나가서 사람을 훔치는 추태를 저질렀는데도 한마디 하지 않을까요?”“그건 황후마마의 뜻이다. 마마의 말씀을 들어.”넷째 부인은 딸에게 약을 발라주면서 향삼랑과 방기원의 차이를 자세히 분석해 주었다.어려서부터 제씨 황후를 숭배한 제자예였지만 이 일만은 동의하지 않았다.게다가 황후가 그날 공공연히 이 일을 언급한 것이 매우 의심스러웠다.“혹 방시원이 황후마마를 찾아가서 얘기했어요? 방씨 가문에서 감히 우리 가문과 혼사를 맺으려 하다니, 먼저 지들 신분부터 따져야 하지 않나요? 저는 군인들이 너무 싫어요. 특히 몸에서 나는 땀냄새 참을 수가 없어요.”넷째 부인은 딸이 고집이 세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 당장은 말이 통하지 않으니 더는 말하지 않기로 했다. 어쨌든 혼사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태후도 허락하지 않았으니 나중에 얘기해도 늦지 않았다.아직도 화가 가라앉지 않은 제자예는 아군여학에 돌아가 향회옥 일행에게 화풀이를 했다.방시원이 자기와 혼인을 하고 싶어 한다는 둥, 파렴치 하다는 둥 아무튼 그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욕까지 퍼부었다.향회옥은 이 일을 웃음거리로 삼아 다른 학생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78화

    송석석이 차가운 눈빛으로 훑어보자, 세 사람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 감히 그녀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안여옥은 송석석이 들어오자마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아직도 안 가고 뭣하느냐! 매를 늘릴까 아니면 여학에서 쫓아내 버릴까? 글 공부하기 싫으면 자리를 차지하지 말고 떠나거라. 여기에 오고 싶어하는 학생은 얼마든지 있으니.”송석석의 언성에 향회옥과 주창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두 사람은 재빨리 제자예의 옷자락을 잡으며 얼른 가자는 눈짓을 보냈다.본래 계척으로 20대를 치는데 지금은 30대로 늘어나고, 더 이상 가지 않으면 40대, 50대까지 늘릴 것이다.기세 높은 제자예는 가문에서도 귀하게 자란 몸이라 이런 대우를 받은 적이 없었다,그녀는 가까스로 독기 어린 눈빛을 거두고 송석석이 40대를 치겠다고 말하기 전에 두 사람을 데리고 물러섰다.입구를 나선 제자예는 화가 나서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었다. 황후가 분부하지 않았다면 이런 거지 같은 곳에 있지도 않았다.여인은 글만 알면 될 뿐, 많은 학식을 배워도 소용없지 않은가!차라리 가문과 하인을 관리하는 방법을 배운다면 앞으로 시집가도 손해보지 않을 것이다.이때 안여옥이 일어서서 인사를 올렸다.“왕비, 오셨소.”손석석은 자상한 미소를 지었다.“이런 학생들 때문에 머리가 아프지 않소?”“몇 명 뿐이니 괜찮소.”안여옥도 미소를 짓더니 송석석이 앉을 수 있게 책상 위의 교안을 정리했다.“다만, 말썽을 피우면 몰라도 누군가는 여학이 일을 크게 벌이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오.”그녀는 의아했다.“왕비는 누구라도 생각하시오?”송석석은 대략 알고 있었지만 확신할 수 없어서 대답 대신 그녀를 위로했다.“여학들이 큰일을 벌이는 걸 원치 않은 자들은 많소. 힘들게 추측하느니 우리의 본분만 잘 지키면 그만이오.”“맞는 말씀이시오.”안여옥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본래 저들의 일을 처리하려고 왕비를 청했는데 이제 잘못을 인정했으니 헛걸음을 하게 되었소.”“가끔은 나도 와서 살펴봐야 하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77화

    송석석와 시만자는 궁을 나선 후, 시만자는 공방으로, 송석석는 여학으로 각자 향했다.이미 전에 제자예에게 더는 수작을 부리지 말라고 경고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국태부인은 송석석를 보자마자 그녀가 제자예의 문제를 해결하러 온 것을 알고 말했다.“그 아이는 학문에 뜻이 없는 듯하니, 차라리 퇴학을 권하는 게 어떻소? 스스로 떠난다면 보기 흉하지 않을 것이오. 어쨌든 곧 혼사를 준비해야 할 아가씨지 않소.”국태부인은 제자예의 집안을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녀를 생각하며 말한 것이다. 만약 아군여학에서 쫓겨난다면 그녀의 명성에 큰 타격이 갈 것이 분명했다.국태부인은 여자아이들을 측은히 여기는 마음이 깊었다. 혼사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으면 평생 후회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송석석이 말했다.“국태부인,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선 그녀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부터 알아보고 이야기 해보겠습니다.”국태부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크게 잘못한 일은 아니오. 그 아이와 벗들이 수업마다 소란을 피우며, 특히 여옥 선생 앞에서 더욱 심했소. 이에 따라 다른 학생들의 불만도 커졌고, 여옥 선생도 꽤 곤란해하고 있소. 선생도 나이가 젊으니, 이런 문제를 처리하는 데 익숙하지 않나 보오.”송석석이 잠시 생각했다. 여옥 선생은 문제를 처리할 방법을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그녀 역시 단순한 학생들의 문제가 아니기에, 여학 자체를 흔들려는 의도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이런 것은 그녀가 섣불리 나설 수 없는 문제였다.송석석는 먼저 여옥을 찾으려 했지만, 마침 제자예가 그녀의 두 친구와 향회옥과 주창우와 안에 있는 모습을 보았다.놀랍게도, 그들은 사과하러 왔다.제자예가 앞장서서 고개를 숙이고 진심으로 뉘우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철이 없어서 여옥 선생께 폐를 끼쳤습니다. 모두 제 잘못입니다. 선생이 처벌을 내려도 달게 받겠습니다. 앞으로는 절대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입니다. 벌을 내려주십시오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76화

    황후는 급격히 화가 치밀어 올라 잔을 내던지며 말했다.“정말 눈엣가시구나! 항상 나의 계획을 방해하기만 한다.”그러자 궁녀 란주가 옆에서 말했다.“마마. 북명왕비는 태후의 명으로 여학을 설립하고 아군여학을 도맡은 이후로, 경중의 부인들 사이에서 칭찬받고 있습니다. 지금쯤 경성의 반이 되는 명문가 부인들이 그녀를 존경하고 있으니, 정말 쉽지 않은 상대입니다.”제황후는 순간 지난 동짓날이 떠올랐다. 그날 명부들은 하나같이 송석석을 극찬하였다. 심지어는 북명왕 부부의 금실을 감탄하거나, 그녀의 능력과 역량을 치켜세우며 여인의 모범이라 말했다.‘송석석이 여인의 모범이라면, 나는 황후로서 뭐란 말인가?’이런저런 생각에 그녀의 마음속에는 질투와 분노가 더욱 치밀어 올랐다.“태후께서 한때 이방을 여인의 모범이라 하셨는데, 이제 그 명성을 송석석이 차지하고 있으니, 불쾌하지도 않은 것이냐?”궁녀가 말했다.“마마, 그녀는 지금 돋보이게 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어 한창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금 시기에 그녀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만사가 극에 달하면 화를 입을 테니, 언젠가 그 관심이 화를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태후께서 그녀를 지키고 있으니, 그녀와 대립하지 않는 것이 현명합니다.”황후가 차갑게 말했다.“태후께서 그녀를 지키는 이유는, 그저 송석석 어머니와의 사소한 옛정 때문 아니겠느냐? 여학은 태후가 하자고 하신 일이지만, 폐하는 그다지 동의하지 않으셨다. 그저 효도를 위해 마지못해 허락한 것뿐이지. 여학을 도맡아서 대단한 줄 아는 모양인데, 송석석이 글이나 알고 있느냐? 정말 우습지 않은가? 태후는 여학을 중시하신다. 여학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해도 태후께서 그녀를 계속 지킬지 두고 보자.”란주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제자예 아가씨를 여학에 들여보내 선생들을 곤란하게 했던 일이 태후의 귀에 들어가지 않아서 다행이긴 하지만, 더 심한 일이 벌어진다면 정말 태후를 노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때는 폐하께서도 마마를 도와주시지 않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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