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서 준비한 만찬에 연왕도 정비와 측비를 데리고 함께 참석했다. 그는 태후와 제후를 접견한 후 종친들과도 몇 마디 인사를 나누었다. 회 왕부 쪽에서는 회 왕비만 왔는데 회왕이 감기에 걸려 아직 낫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자 태후께서는 몇 마디 관심하더니 원기를 보충하는 귀중한 약재를 상으로 내려 주셨다. 만찬은 아주 풍성했다. 사여묵은 송석석과 함께 앉았는데, 사여묵은 송석석이 좋아하는 것은 골라주고 싫어하는 것은 모두 자기가 먹었다. 그 모습을 본 황후는 웃으며 말했다. “왕야와 왕비께서 참 금슬이 좋아 보이십니다.” 진왕과 진왕비는 자신들을 말하는 줄 알았는데 고개를 들어보니 황후가 사여묵과 송석석을 보고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눈길을 돌렸다. 숙청제는 담담하게 한 번 훑어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술을 들 때 황후를 차갑게 한 번 쳐다보았다. 송석석은 황후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말했다. “황제폐하와 황후께서 사랑이 깊으시니 우리도 당연히 본받아야지요.” 황후는 웃으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 마음속의 고통은 자신만이 알고 있었다. 황제와 황후가 정이 깊은 건 모두 외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고 황제가 진정으로 총애하는 사람은 바로 숙비였다. 황제가 숙비에게 하는 것 반만큼만 황후한테 했어도 이렇게까지 자기의 아들을 강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원래는 아무런 문제 없이 장자와 적자를 태자로 세워야 마땅하지만, 하필이면 황제가 숙비를 가장 총해한 덕분에 언제든지 아들을 더 낳을 수 있었다. 친아들이 있는데 자신의 아들을 위해 계획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황후의 마음이 싱숭생숭할 때 궁녀가 약 한 그릇을 들고 숙비에게 오더니 말했다. “마마, 양태약을 드실 시간입니다.” 그 말을 들은 황후는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그녀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숙비를 째려보더니 곧바로 웃는 얼굴로 말했다. “숙비가 임신했다는 것이오? 궁에 이렇게 큰 경사가 있는데 왜 나한테 알리지 않았소?” 숙비는 모란처럼 아리따운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지
송석석까지 의아해하며 휘왕을 쳐다보았다. ‘이제야 효자라는 것을 알았다니? 그럼 그전엔 불효라는 것인가? 적어도 효도하지는 않았다는 뜻이잖아.’ 다만 여러 친종들도 그의 말을 듣고 모두 오리무중이었다. 사람들 눈엔 연왕은 줄곧 효성이 지극했다. 그는 매년 어머니를 문안한다는 명목으로 진경으로 돌아왔는데 때론 순조롭게 돌아왔고 때론 기각당했다. 선제가 있을 때도 효심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오늘 모두가 기뻐하는 자리라 사람들은 그 말에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숙청제가 연왕을 의미심장하게 쳐다보자 연왕의 얼굴빛이 약간 변하더니 바로 회복하고 웃으며 말했다. “선조께서 인효로 나라를 다스렸는데 제가 어찌 감히 불효하겠습니까?” 사여묵은 휘왕을 한 눈 쳐다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 송석석과 식사를 했다. 식사 후 여인들은 연극을 보러 갔는데, 설날에도 극단은 멈추지 않고 정월 초여드레날까지 계속 공연할 계획이라고 했다. 연극을 보면서 새해를 보내는 것은 꽤 좋은 것 같았다. 적어도 시간을 보내는 데는 최고였다. 숙비는 임신 중이라 먼저 돌아갔고 태후는 여전히 그들과 함께 버텼다. 송석석이 요즘 바빠서 자주 궁으로 들어와 인사를 드리지 못했기에 모처럼 그녀를 만났으니 태후는 그녀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덕 귀태비도 옆에 앉아서 결혼한 지 꽤 되었는데 왜 아직도 임신하지 않았냐며 묻기 바빴다. 송석석은 이런 문제를 대처하는 것이 가장 귀찮았다. 그녀는 아이를 낳을지 말지, 언제 낳을지는 모두 그녀와 사여묵 두 사람이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다. 송석석이 대답하기도 전에 태후가 말했다. “이제 현갑군의 지휘사가 되었는데 임신은 무슨. 여자도 남자와 마찬가지로 사업 위주로 일해야 한다.” 송석석은 항상 태후의 생각이 새롭다고 생각했다. 태후는 항상 여자들에게 자강을 장려했다. 그래서 처음에 이방이 행군하여 비적을 토벌해서 공을 세웠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기뻐하며 이방을 아주 높이 평가했었다. 심지어 이방이 천하의 여자들에게
설을 쇠고 궁을 떠나는 마차에서 송석석은 사여묵에게 그 일을 말했다. 사여묵은 역모 사건 이후 회왕부가 조용하고 회왕도 거의 외출하지 않았다고 했던 염 선생의 보고가 떠올랐다. 염 선생은 줄곧 사람을 보내 연왕부와 회왕부를 감시했고 회왕은 두세 번 외출했지만 모두 술을 마시러 간 것이었다. 그리고 더 이상 외출을 하지 않았다. “한 가지 가능성이 있는데, 바로 회왕은 아픈 것이 아니라 진성을 떠났다는 것이오.” 사여묵은 눈살을 찌푸렸다. “북명황실의 사람들이 회왕부를 오랫동안 감시했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면 허술해질 수도 있으니 그 틈을 타 변장을 해서 나간다면 알아볼 수 없었을 것이오.” 그러자 송석석이 물었다. “이맘때쯤 진성을 떠난다면 어디로 갈 수 있습니까?” “그건 돌아가서 얘기하오.” 사여묵은 지금까지의 상황을 머릿속에 떠올리자 한 가지 짚이는 게 있었다. 오늘밤엔 국공부의 사람들도 함께 와서 설을 보내 황실에도 떠들썩했다. 하지만 공 씨 가문에서는 서우를 데려다주지 않았다. 말로는 그들이 궁에 들어가 연회를 참석할 것이니 황실에 보내는 것보다 공 씨 가문에서 설을 쇠는 게 낫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황실로 돌아온 후 그들도 한바탕 떠들썩하게 놀았는데 온 집안의 사람들이 송석석에게 세뱃돈을 받아갔다. 송석석은 손이 커서 모두들 즐거워하고 만족해했다. 사여묵과 염 선생은 서재에 들어갔고 송석석은 따라 들어가지 않았다. 그녀는 그들끼리 토론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황실의 종목은 궁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몽동이는 권법 한 세트와 검법 한 세트를 선보이고 은 20 냥이나 받아갔다. 노집사도 노래 한 곡을 불렀는데 모두들 웃으며 듣기 거북하다고 소리쳤지만 노 집사는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꾸준히 노래를 불렀다. 원래는 한 곡만 부르려고 했는데 사람들이 듣기 싫다고 떠들자 그는 단숨에 세 곡이나 불렀다. 그의 음이탈에 시만자와 송석석은 배를 끌어안고 웃기 바빴다. 하인들도 저마다의 재주가 있었는데 투호, 다트, 나무 타기, 종이
서재에서 세 남자는 한 시진 넘도록 토론했다. 그들은 회왕이 정말 진성에 없다면 세 곳에 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첫째는 성릉관인데 그들이 성릉관에 못을 박았을 가능성이 제일 높았고, 두 번째는 옹현이었는데 그곳은 그들의 사병이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진성외주군위소였는데, 요 몇 년 동안 회왕이 암암리에 운영하면서 위소에도 못을 박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어느 곳을 가든 모두 그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들은 회왕이 가장 침착하다고 생각했는데 왜 지금은 오히려 가장 먼저 움직였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때 염 선생이 말했다. “모든 것에 올인했을 수도 있습니다. 사온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그들이 겁을 먹고 손을 놓고 싸우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지요.” 하지만 사여묵은 고개를 저었다. “내 생각은 그렇지 않네. 이 일은 그들이 오랫동안 계획해 온 일이지. 남강을 칠 때가 가장 좋은 기회였는데 그들은 그때마저 출병하지 않았지. 그러니 지금은 더더욱 충동적으로 반란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야. 반드시 역모의 정당한 이유를 찾아야 한다. 나는 오히려 성릉관에 있는 소대장군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걱정이 되는 군.” “서경.” 염 선생은 눈을 붉히며 말했다. “성릉관의 가장 큰 변수는 서경입니다. 회왕도 서경의 황제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들의 목적이 정말로 서경이었다면 이미 그곳에 사람을 배치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새 태자의 곁에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성릉관에 녹분성, 그리고 서경까지 합치면 바로 조만간 폭발할 폭탄이었다. 그들은 이미 준비가 되어 있지만 이 폭탄이 실제로 폭발한다면 잘 대응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몰랐다. 왜냐하면 어떻게 하든 변하지 않는 한 가지는 성릉관의 총병원수는 소대장군이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가장 우려되는 점이기도 했다. 석석에겐 남은 가족이 많지 않아 그녀의 외조부 일가는 반드시 지켜야 했다.심청화가 말했
최씨는 목적이 명확했다. 그녀는 자수공방과 여학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만약 북명황실이 여학을 창립한다면 그녀는 자기 여식을 위한 자리를 확보하고 싶었다.따라서 그녀는 처음에 여식을 데려올 계획이었지만 그렇게 되면 너무 노골적이기도 하고 또 왕비가 반드시 딸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으로 비쳐질까 걱정이 되어 차라리혼자 필요한 조건을 알아봐 나중에 준비할 수 있도록 했다. “괜찮으니 저흰 별실에서 얘기하시죠.” 송석석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이끌고 별실로 갔고 오직 사여묵과 연신 하품을 해대는 이덕회만 남겨두었다.“그게…” 이덕회는 피곤한듯 입을 가리고 하품하며 물었다. “혹시 누워서 담화할 수 있는 곳은 없습니까?”송석석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 나이에 아직도 광란의 밤을 즐기는 게냐? 아주 대단하군!”이씨 부인은 소주방의 중요성을 알기에 바로 송석석에게 물었다.“왜 시만자 아씨는 보이지 않습니까? 시만자 아씨와 함께 소주방에 대해 논의하고 싶은데요.”송석석은 안타까운 마음에 시만자가 좀 더 자기를 바랐지만 이씨 부인이 직접 물었으니 사람을 보내 그녀를 깨우기로 했다.이씨 부인도 꽤 정교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소주방은 작업장으로서 위치가 외진 만큼 수공예품을 판매하려면 점포가 필요했기에 그녀는 한 점포를 내놓아 이 물품을 판매하려고 했고 수익은 모두 소주방에 귀속시키기로 했다. 누가 무엇을 수놓았든, 수익은 모두 수놓은 여인에게 줄 생각이었다. 이씨 부인이 말했다. “나는 임대료를 받지 않을 것입니다. 선행에 힘을 보태는 것이니까요. 점포에서 판매를 담당할 부리의 봉급은 수익이 발생하기 전까지 제가 지급할 생각입니다. 수익이 발생하면 그 부분에서 부리에게 지급하도록 하지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시만자는 잠시 생각한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해도 좋을 듯싶습니다. 지금은 누가 소주방에 갈지 모르니까요.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운영된다면 말솜씨가 좋은 사람을 앞에 내세워 판매하게 해도
시만자는 처음에 설날부터 굳이 스승의 위세를 부릴 필요 없다고 생각해 제자들에게 편안한 분위기를 주려고 했다. 하지만 세 쌍의 부부는 처음부터 그녀에게 아주 깍듯하게 대했다. 심지어 오 낭자는 하녀에게서 차를 건네받아 직접 그녀에게 대접하고 나머지 두 사람도 시어머니를 모시듯 그녀 곁에 서 있었다. 그래서 그녀도 어쩔 수 없이 스승의 체면을 챙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마음속으론 과연 이게 맞는 것인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평소 적염문에서는 스승을 이렇게 모시는 일이 없었고, 오히려 스승이 그녀를 귀여워하는 경우가 많았다. 차를 내리고 물을 따르는 일은 방금 들어온 제자들이나 맡는 일이었기에 그녀 같은 선배는 나설 필요가 없었다.이런 분위기를 경험하지 못했던 그녀는 사부에 대한 송구함이 생기고 또 사부가 그리워지기도 했다. 다음 날, 몽동이는 크고 작은 배낭을 메고 나갔다. 이번에 매산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는 라사저와 석소사저도 함께 데리고 갔다. 연말이니 어르신을 찾아뵙는 것이 마땅했기 때문이다.두 사제는 월례수당을 받지 않겠다고 했지만 란이는 그녀들에게 많은 선물을 사 주었다. 선물은 직물과 여성들이 필요한 일상용품, 그리고 두꺼운 옷들이었기에 원래 말을 타고 돌아갈 계획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두 대의 마차를 타고 돌아가기로 했다. 마차 안에는 선물로 물건이 가득 차 있었는데, 바깥에도 다닥다닥 걸려 있을 정도로 많았다.석소사저가 돈을 받지 않자 송석석은 몽동이에게 더 많은 돈을 주었다. 몽동이는 거절하는 법이 없었기에 지난번에 연지와 분을 사서 사부에게 크게 혼났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여성들에겐 아름답게 꾸밀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사서 사용하는 건 여인들의 문제지만 없어서는 절대 안 된다. 게다가 언젠가는 필요할 날이 있을 테니 말이다. 시만자도 그에게 엄중성을 경고했지만 몽동이는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그는 여성이 아름다워지려면 벌을 받는 걸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한편, 왕부는 여전
그로부터 며칠 동안 송석석은 더는 손님을 응대할 여유가 없이 바빴다. 현갑군쪽에 전부 맡길 수는 없었기에 그녀도 경위부로 돌아가야 했다. 사여묵과 염구진은 여학을 순찰하러 갔는데 수리가 필요한 곳이 많고 확장할 장소도 많았다.날씨가 추워진 탓에 진행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지만 다행히도 자금이 마련되어 그나마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다.정초 팔일, 조정이 열리자 전북망은 그의 상관인 송석석에게 모친상 문서를 제출했다. 그 문서는 송석석의 손을 거쳐 황제에게 전달되었고, 숙청제는 문서를 자세히 살펴보며 송석석에게 물었다. “그대 생각은 어떠한가?”송석석은 잠시 멈칫하며 대답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무장은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 그저 법칙에 따라 행동하면 된다.” 송석석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주둔 무장을 위한 것이었고, 전북망은 경안의 무관이었다. 그러나 황제의 뜻은 그가 효를 다 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 같았다.“모든 것은 전하의 결정에 따르겠습니다.” 송석석은 더 이상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가 전북망에게 효를 다하지 말라고 하면 그것은 그의 어머니에 대한 효도를 저버리는 것이고 만약 효를 지키라고 하면…!하지만 황제가 직접 이렇게까지 말하였으니 그저 따를 수밖에 없었다.숙청제는 그녀가 그렇게 단호히 물러나자 웃으며 말했다. “우선 미뤄두도록 하거라. 어차피 그는 지금 특별 훈련 중이니 계속 훈련을 이어가고 효를 다할지는 나중에 논의하도록 하지.”“예, 신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송애경!” 숙청제가 그녀를 불러 세우며 자리에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 “몇 마디 물어보겠다.”그가 송애경이라고 부른 이상 이는 군신 간의 대화로 변한 것이다. 송석석은 정중하게 감사의 인사를 올린 후 앞으로 다가와 앉았다. “폐하, 하문하시옵소서.”“현갑군에는 순방영, 금군, 경위가 있다. 순방영에는 무능한 귀족 자제들이 많아 그 안에서 시간을 헛되이 보내고 있는 이들이 있다. 그들을 관리하는 것은
정월이 지나야 발표할 수 있다는 것은 정월 이후에 새로운 어전시위령이 생기거나 전북망이 김순희의 장례에서 효를 지킬 수 없다는 걸 의미한다.송석석이 떠난 후, 숙청제는 전북망의 모친상에 관한 문서를 여러 번 살펴보더니 다시 한번 그 문서를 어좌 앞에 던져놓으며 오 대반에게 물었다. “너는 전북망이 효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느냐?”오 대반이 공손히 답했다. “폐하, 이는 조정의 인사 문제이므로 소인은 감히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조정의 인사일지라도 짐의 곁에 있는 어전시위에 관한 것이니 오 대반은 마음껏 말하거라.” 숙청제가 단호하게 말했다.오 대반은 잠시 생각하다가 결국 고개를 저었다. “소인은 알지 못하옵니다.”“모르는 것이냐, 아니면 말할 용기가 없는 것이냐?” 숙청제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오 대반은 숙청제 곁에서 오랫동안 시중을 들어왔기에 그의 성격을 잘 꿰뚫고 있었다. 만약 평범한 관료였다면 이 모친상 문서는 이미 허락되었을 것이고 송석석과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그는 분명히 전북망을 잘 이용하고 싶었을 것이고, 자기 결정을 지지할 누군가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 대반은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할 수 없었고, 또 그의 의견이 하찮은 것도 알았기에 더욱 말을 꺼내기 어려웠다.“오 대반, 짐은 항상 너를 중용해 왔거늘… 너의 마음은 여전히 송가에 있는 것 같구나.” 숙청제의 목소리는 차가웠지만 평온했다. 오 대반은 식은땀을 흘렸다.“폐하, 소인은 폐하께 충심을 다하고 있는데 어찌 송가에 마음이 있을 수 있겠사옵니까?” 오 대반이 억울해하며 무릎을 꿇었지만 숙청제는 여전히 냉정한 태도였다. “송씨 부인이 네 목숨을 구했으니 그 은혜는 잊지 말아야 하겠지만, 네 신분 또한 잊지 말아라.”오 대반의 마음은 파도가 치듯 소란스러워졌다. 폐하가 어찌 이 일을 아신단 말이지? 설마 사람을 시켜서 나를 조사한 것인가?“일어나라!” 숙청제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다. “짐은 네가 전북망을
복소의의 태는 안정적이었기에, 태의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겨울이 지나면서 태가 점점 불안정해져, 두 번의 출혈을 경험했다. 금태의는 그녀의 태를 지키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그 덕분에 그녀는 겨우 안정을 찾을 수 있었지만 계속해서 침상에 누워 있어야 했기에 바닥에 내려갈 수가 없었다.갑자기 이런 상황이 발생하자, 태의는 신중히 식단과 궁에서 사용하는 모든 것들을 점검했다. 하지만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는 않았다. 아마 황제가 장기간 약을 복용한 탓에 태아가 불안정해진 것일 가능성이 있었다. 숙청제는 그녀의 태에 매우 긴장하고 있었다. 숙청제는 그녀가 침상에서 요양을 시작한 후 거의 이틀에 한 번씩 그녀를 보러 갔으며, 가끔은 같이 식사를 하기도 했다.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는 수빈의 궁에 자주 가지 않았고, 삼황자를 어서방에 불러 들이지도 않았다.덕비는 후궁을 관리하는 일을 맡고 있었기에 시간이 날 때마다 이황자와 함께 복소의를 보러 갔고, 이로 인해 황제와 함께 몇 번의 식사를 함께했다.복소의는 첩여 시절 후궁에서 자신이 의지할 사람을 찾으려 했고, 비밀리에 수빈과 덕비에게 아첨하며 양쪽을 오갔다. 하지만 수빈은 늘 거만하게 행동했으며, 그녀가 한때 황제의 총애를 얻었기도 했기에, 복소의는 수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반면 덕비는 후궁에서 유명한 온화하고 자애로운 인물로,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며 위치가 낮은 여인들까지 보살펴 주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복소의는 점차 덕비에게 더 접근했지만 지금은 조금 고심했다. 황제가 그녀에게 올 때, 덕비가 여러 번 이황자를 데리고 왔고, 그 목적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수빈의 성격에 이런 일을 할 리가 없었기에, 그녀는 오히려 수빈의 도도함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결국 불만을 마음속으로에만 토로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의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덕비는 후궁을 관리하는 권한이 있기에 그녀를 적대할 수도 없었다. 이러한 날들이 지속되자, 그녀는 덕비가 오지 않
후궁에서는 황제의 병에 대해 추측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지금 복소의가 임신을 했다고는 하지만, 단신의가 궁에 들어와 치료하고 있다는 사실은 황제의 몸이 단순히 요양을 하면 괜찮아질 상태가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황제의 편애가 계속될수록 몇몇 사람들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특히 황후는 더욱 불안해했다. 그녀는 황제의 병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지금 단신의가 궁에 들어와 치료하고 있지만 치료의 효과는 확실하지 않다고 생각해, 그녀는 황제가 심각한 상태라고 여겼다. 황후는 복소의의 임신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아이의 성별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을 뿐더러, 설령 황자가 태어난다고 해도 그에게 까지 순서가 올 리 없었다. 그러나 삼황자에게 집중된 황제의 편애는 그녀에게 위기의식을 가져다 주었던 것이다.황제는 그녀에게 선택권을 주었을 때 그녀는 황후 자리를 선택하며 생명을 보장받았다. 하지만 며칠의 시간을 보내자, 황후는 황제가 대황자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요즘 대황자가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며, 태부와 황숙도 그를 칭찬하고 있었다. 황제도 대황자의 그러한 모습에 매우 만족해 한다고 전해 들었다.이황자와 삼황자는 그녀에게 모두 위협적인 존재였다. 그러나 황후는 황제가 이황자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여겼다.최근 몇 달 동안 그녀는 거의 이황자를 본 적이 없었고, 또한 이황자가 이제는 예전처럼 열정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후는 강력한 뒷배경이 없는 덕비가 여전히 유력하지 않다고 여겼지만 수빈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수빈의 아버지는 형부상서이며, 사여묵과 같은 공문이었다. 공무의 일이든 사적인 일이든 접촉이 분명 많았을 것이고, 수빈의 어머니인 이씨 부인은 송석석에게 잘 보이기 위해 공방에 많은 돈을 기부했다. 어쩌면 이미 그녀를 손에 넣었을지도 모른다.“마마, 오늘 대황자께서 또 왕야의 칭찬을 받으셨습니다.”란주 상궁이 들어오며 웃으며 말했다.황후는 별다른 감정을 보이
숙청제는 신하들을 어서방에 불러들였고, 그들은 밤늦게까지 논의했다. 논의는 결국 단신의가 들어가서 시간이 많이 늦었음을 알리며 중단을 요청할 때까지 지속되었다. 숙청제는 팔을 뻗고 웃으면서 말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다니. 그럼 궁문도 이제 잠가야겠으니 다들 돌아가시게.”그는 여전히 기운이 넘쳤고, 특히 지금은 얼굴에 혈색이 돌아 병든 사람 같지 않아 보였다.송석석은 논의 중이던 사여묵을 기다렸다. 그들은 함께 궁을 떠나 황실로 돌아갔다. 매우 피곤했던 그녀는 사여묵의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마차가 황실 문 앞에 도착하자 사여묵은 그녀를 안아 들었다. 송석석은 그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내려오기 귀찮았기에 그대로 안겨 있었다. 그의 넓고 따뜻한 품은 정말 편안했다.그와 떨어져 있던 세 달 동안 그녀는 성릉관에서만 편히 잠을 청할 수 있었으며, 그 외의 곳에서는 늘 경계하며 지냈다. 이제 집에 돌아오니 자연스럽게 긴장이 풀렸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불안함을 느꼈다. 무언가 뜨겁고 큰 손이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만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단 백부 말씀을 잊으셨나요?”귓가에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단 백부가 이제 괜찮다고 말씀하셨소.”송석석은 감고있던 눈을 떠, 뜨겁고 열정적인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마주하며 물었다.“정말인가요?”“틀림 없소.”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입술이 덮였다.불꽃이 강렬하게 타올왔다. 침실의 온도마저 높아진 듯 했다.두 사람은 뜨겁게 사랑했다. 오랜 시간 떨어져 있었기에 마치 새롭게 결혼한 듯한 기분이었다!한 달 후, 상국은 시박사를 설립할 예정이었다. 이는 상국과 해외 북당과의 화물 교류를 담당할 기관이었다.원래의 시역업도 시박사의 운영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며, 상국에서 다른 국가에 판매할 수 있는 화물 목록을 정리하여 서경으로 사신을 파견해 화물 교환 협정을 체결할 것이다.이 한 달 동안 단신의는 약을
10월 15일, 사절단은 드디어 진성에 도착했다.현갑군은 그 자리에서 먼저 해산했고, 이덕회와 홍려사경은 궁에 들어가 황제를 뵈러 갔다. 그동안 몸이 약해져 혼자서는 거동할 수 없었던 진왕은 이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자신도 궁에 가겠다고 말했다.송석석은 이미 성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여묵에게 인도되어 황실로 돌아갔다.그동안 사여묵은 매일같이 성문 앞에서 그녀를 기다렸고, 때로는 낮잠시간에 직접 가서 기다리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이 되어서야, 드디어 기다리던 그녀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이덕회와 그들이 궁에서 황제에게 보고할 때, 송석석은 이미 태비께 인사를 드린 후였다.혜 태비는 송석석이 피곤해 보이자, 가서 씻고 옷을 갈아입으라고 말했다.송석석은 사여묵과 함께 나와서 매화원으로 돌아갔다.목욕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고 나왔을 때, 송석석의 입술이 어쩐지 조금 부풀어 있었다. 서주는 깜짝 놀라 왕야를 바라보았다. 왕비가 목욕하는데 왕야께서 꼭 직접 모셔야 한다며 들어가더니, 보아하니 제대로 보살피지 못한 것이 틀림없었다.서방에서는 염선생과 심청화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송석석은 그들에게 서경에서의 일들을 말해주었다. 협상 결과는 그들이 이미 알고 있었기에, 송석석은 길에서 일어난 암살 시도, 원신제의 곤경, 그리고 북당의 안풍친왕이 말한 3년과 5년의 기한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었다.사여묵은 두려운 마음으로 이야기를 들었는데, 서경이 그렇게 혼란스러웠음에도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았음에 안도하며 다행이라 여겼다.안풍친왕이 성릉관을 자유롭게 오고 간 것과 그가 말한 3년, 5년 기한에 대해서, 심청화는 사부에게 편지를 보내면 알 수 있을 거라 말했다. 사부는 그들을 잘 알기 때문에 그 말의 숨은 의미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었다.이야기를 마친 후, 사여묵은 송석석이 휴식을 취하게 하기 위해, 송석석에게 더 이상 질문하지 못하게 그들을 막았다. 그는 오후에 휴가를 내어 일을 쉬려고 했지만, 황제가 사람을 보내 궁에 오라고 일렀다.송석석
성릉관에서 다섯 날을 지낸 진왕은 어느 정도 몸이 회복이 되었다.그가 회복되었다는 것은 이제 다시 진성으로 향해야 함을 의미했다.이별은 너무나 아쉬웠지만, 송석석은 눈물을 삼키며 그저 작별 인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소 대장군 앞에서 여러 번 절을 했는데, 그로 인해 소 대장군도 눈물이 거의 터져 나올 뻔했다.이덕회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바로 소 대장군이었다. 소 대장군은 상국을 위해 수십 년 동안 성릉관을 지킨 노장이었기 때문이다.송석석은 눈물을 삼켰지만, 그는 얼굴을 가리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이 평생 다시는 그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이미 노령에 접어든 듯, 이전에 만났을 때보다 훨씬 더 노쇠해 보였다. 설령 황제가 그를 진성으로 돌아가게 허락한다 할지라도, 긴 여정과 고된 일정을 고려했을 때 소씨 가문 사람들이 그를 돌아가지 못하게 할 수도 있었다.소 대장군은 이덕회와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그러자 이덕회는 더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외숙모 남씨는 회 왕비에 관한 질문을 하지 않았었다가 이별을 앞두고서야 송석석을 옆으로 데려와 그녀의 상황을 물었다.송석석은 회 왕비가 지금 감옥에 있다는 사실과 란이가 그녀를 위해 손을 써주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렇게 힘든 상황은 아닐 거라며, 혹시 태자가 세워지면 대사면이 내려져 그녀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남씨는 살짝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외조부께서 말씀하시지는 않으셨지만, 엄청 신경 쓰고 계실 거다. 세상에 정말로 모진 부모는 드무니까. 네 외조부는 모진 분이 아니시다. 그때 그녀가 란이에게 그렇게 까지 모질게 대했던 게 안타깝다. 란이가 여전히 그녀를 돌보아야 하다니."송석석이 말했다. "걱정 마세요. 란이는 지금 편안하고 자유롭게 지내고 있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더 잘 지낼 거예요.""그렇지. 분명히 잘 지낼 거야." 남씨는 아쉬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송석석을 바라보다가, 이내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귀환길에 오를 무렵, 이미 9월 초가 되어, 날씨는 더 이상 뜨겁지 않았으며, 오히려 약간 선선했다.수란키는 직접 군대를 이끌고 나와 그들을 녹분성까지 배웅했다.이번 귀향길에서는 암살 시도가 없었기에 매우 순조로웠다.이들은 끝없이 이어지는 산을 넘어가 상국의 경계에 들어섰다.소 대장군에게 사전에 도착 예정일을 알리지 않았기에 아무도 마중을 나오지 않을 줄 알았지만, 상국의 경계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전북망이 이끄는 소씨 가문 군대와 마주했다.무사히 돌아온 그들을 보자, 전북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없이 말을 몰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는 말에서 내려 진왕과 이덕회를 비롯한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며 말했다."왕야와 이상서, 그리고 여러 대감님들, 소 대장군께서 저를 시켜 이곳에서 여러분을 맞이하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성릉관까지 호위하겠습니다."그러자 이덕회가 호기심에 차서 물었다. "대장군께서는 우리가 오늘 돌아올 것을 어떻게 아신 것입니까?"전북망이 대답했다. "대장군께서는 모르셨습니다. 매일 여기서 기다리라고 명하셔서 계속 기다린 것입니다.""그렇군요." 이덕회는 소 대장군의 매우 신중함에 감탄했다. 진왕은 오는 동안 몸이 좋지 않았다. 그는 마차의 발을 올리고 한 번 쓱 둘러보았다. 자신이 상국에 돌아온 것을 확인하자, 그는 그제서야 기운을 조금 차리며 말했다. "빨리 출발하게.""예!" 전북망은 재빨리 대답하고 말에 올라 선두를 이끌었다.시만자는 그가 한 손으로 능숙하게 말을 다루는 모습을 보며, 그가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말의 고삐를 잡고 송석석에게 말했다. "이 사람 나쁘지 않네. 어머니께서 그 당시 사람을 잘못 본 것이 아니었나봐. 마음을 예측하기 어렵긴 하지만..."송석석은 시만자가 전북망을 칭찬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사실 시만자는 여전히 전북망에 대한 모친의 기대를 저버린 것을 항상 마음에 두고 있었기에, 이 말을 함으로써 모두 안심할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송석석은 아무 말도 하
안풍친왕이 말했다."이번 여정은 서경과 상국을 위한 것이지만, 북당을 위한 것이기도 하니 감사할 필요는 없습니다. 국가 간의 교류는 언제나 이익을 우선으로 하니까요. 개인적인 인연이 있을 때 진심으로 대하는 것이죠."송석석은 깨달음을 얻은 동시에 궁금한 점이 있어 물었다."혹시 제 사부 임양운을 아십니까?"안풍친왕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알지요. 그는 북당에 와서 제 채성루에서 잠시 머문 적이 있습니다. 제 호위 지휘사인 흑영위가 당신의 사부와 매우 친한 사이입니다. 그들은 자주 함께 술을 마셨죠.""그렇군요." 송석석은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을 떠올렸다. 그 중 어떤 사람이 흑영위 선배인지는 모르겠지만, 만날 수 없다면 정말 아쉬운 일이었다.안풍친왕은 이내 그녀의 마음을 눈치 챘는지 웃으며 말했다.“우리 북당은 3년 혹은 5년 후에 상국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그때 흑영위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송석석이 막 감사의 말을 하려는데, 시만자가 말했다."왜 3년 혹은 5년 후인가요? 좀 더 일찍 갈 수 없나요? 왕야와 왕비께서 가시는 걸 기대하고 있습니다."안풍친왕은 미소를 지으며 깊은 뜻이 담긴 말을 했다."지금은 아직 그때가 아닙니다."그들이 말하지 않으니 더 이상 물어보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옆에서 조용히 앉아 있던 안풍왕비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으며, 그저 눈앞의 간식들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아무것도 특별할 것 없는 설탕절임과 육포였지만, 그녀는 그것을 매우 맛있게 먹었다.송석석은 탁자 아래에서 그들이 손을 서로 맞잡고 있는 것을 보고, 그들의 사랑이 누구보다 깊다는 것을 느꼈다.두 나라 간의 교류에 대해 더 얘기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들은 잠시 가볍게 잡담만 나눈 뒤 그들을 보내주었다. 떠나기 전에 안풍친왕비가 먼저 입을 열었다.“송대감, 시 소저, 4년 후에 상국에서 뵙겠습니다."송석석은 급히 손을 모으며 말했다."네. 왕야와 왕비께서는 반드시 오셔야 합니다."그들이 떠난 후, 별관 문이 닫혔다.송석석과 시만자
이틀 동안 돌아본 후, 수란키가 송석석에게 말했다. "귀국에 단신의라는 신의가 계십니다. 그분이 만든 단설환의 한 가지 재료인 설연화가 귀국에서 생산량이 매우 적다고 알고있습니다. 남강에 있기는 하지만, 설산 정상에 자생하고 있어 채집하기 매우 어려우며, 또한 드뭅니다. 하지만 저희 쪽에서는 설연화가 그리 희귀한 것이 아닙니다. 고산지대 어디에서나 볼 수 있지요. 그가 사용하는 설연화는 모두 서경 약장수에게 몰래 사서 쓰는 것으로, 가격이 매우 비쌉니다. 그 가격으로 단설환을 팔면, 한 알을 팔아서 한 알을 잃는 셈입니다."송석석은 단설환이 부족한 이유가 일부 약재를 구할 수 없기 때문임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단 백부는 구체적으로 어떤 약재가 부족하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서경과 상국은 그동안 무역을 하지 않았고, 특히 약재는 더 조심스럽게 다뤄졌기 때문에 그가 서경 사람에게 약재를 산 것을 비밀로 한 이유가 이해가 됐다.수란키와 원신제는 한 마음으로 이렇게 세세하게 조사를 진행했으며, 두 나라 간에 상호 교역을 이루려는 계획이 이미 있었을 것이다. 안풍친왕을 불러들인 것도 이 일을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단설환은 생명 구제용 약이라, 만약 약재만 부족하지 않다면 평민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어 실로 민생에 큰 이익이 된다. 송석석은 그들이 지나쳤던 약재 시장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럼 왜 약재 시장에서는 설연화를 본 적이 없죠?" 수란키가 웃으며 답했다. "그건 당연합니다. 우리 서경에서 설연화가 많이 자생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희귀한 재료입니다.고산지대를 올라가야만 채집할 수 있기에 위험하기도 하지요. 게다가 약효가 뛰어나지 않습니까. 심장을 강하게 하고 통증을 멈추는 효과가 있어, 시장에서 거래되는 법이 없습니다. 송대감께서 믿지 못하신다면, 제가 지금 당장 사람을 보내서 설연화 한 바구니를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그것을 상국으로 가져가서 단신의께 검증받으시면 됩니다."그는 말을 마친 후 시 사람을 시켜 설연화 한 바구니를 가
그가 앉은 자리는 북당이 이번 협상에서 취한 입장을 대표했다.그는 중립의 위치에 있었다. 송석석은 다시 한 번 국가가 강성한 것이 정말 좋다며 감탄했다. 협상의 처음 부분은 조금 지루했다. 양쪽 모두 똑같은 말을 반복하며 강조하였고, 양쪽의 역관들이 그것을 전달하며, 모두 역사적 문제를 강조했다.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처음부터 양보를 한다면 계속해서 양보하게 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따라서 첫 번째 협상에서는 아무런 합의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서로의 한계를 시험하는 데 그쳤다. 다음 날, 바로 두 번째 협상이 시작되었다. 역시 초반에는 전날처럼 양쪽에서 강조하는 말들이 오갔다.그러다가 잠시 후, 안풍친왕이 먼저 말을 꺼냈다. "이렇게 계속해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두 나라의 국경 문제는 이미 수십 년간 지속되어 왔고, 이것은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우선 국경 문제는 잠시 제쳐두고, 본왕은 두 나라가 서로 친선을 맺고, 서로 침범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인하고 싶습니다." 그의 말에, 모두 두 나라가 더 이상 분쟁을 일으키지 않기를 바란다며 긍정적인 의사를 내비쳤다. 안풍친왕은 한 장의 목록을 꺼냈다. 그 목록에는 양국의 상품들이 나열되어 있었고, 그 중에는 곡물, 가축, 비단, 직물, 수공예품, 찻잎, 모피, 도자기, 종이, 벼루, 각자의 나라에서만 자생하는 약초, 향료, 청염, 철광, 옥석 광물 등이 있었다. 양쪽은 그것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처음의 긴장감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막대한 이익 앞에서, 어떤 일들은 협상이 가능했다. 협상이 되지 않으면 잠시 미룰 수도 있었다. 수년간의 전쟁은 두 국가의 국고를 이미 소진시켰기에 양쪽 모두 휴식을 취할 필요가 있었다. 북당의 발전 경험에 따르면, 농업을 중시하고 상업을 억제하는 것은 뒤처진 생각이며, 농업과 상업을 동시에 중시하는 것이 살길이었다. 상업세 또한 매우 높았다. 안풍친왕의 이 목록 덕분에 두 나라는 국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