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의 모든 챕터: 챕터 861 - 챕터 870

1177 챕터

제861화

왕청여는 예전부터 항상 책임을 회피하곤 했다. 아무리 큰 재앙이 일어나더라도 그녀는 항상 쏙 빠져나온 채 다른 이들을 원망하며 자기가 얼마나 어이없고 무고한지를 강조할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그녀는 최씨의 말을 반박하지 않고 떨어지는 눈물을 닦기만 했다.최씨는 그녀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북경은 이미 폐위되어 관직도 잃고 아내도 없는 상태라 하루 종일 방에 갇혀 지냈고, 심지어 전북삼은 무공도 글공부도 형편없이한 쓸모없는 존재였기에 그에게 기대할 수 없었다. 둘째는 더는 관계하지 않겠다며 실제로 벽을 쌓아 장군부를 둘로 나누어 버렸다.겨우 남은 건 전북망 뿐이였다. 그는 특훈을 받는 중에도 시간을 내어 왕청여를 돌봐야 했는데 장부를 정리한 뒤에야 장군부가 정말로 가난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두 시간 후, 이천 냥이 최씨 앞에 놓였다. 이는 손마마가 직접 가져온 것이었다. 숨을 헐떡이며 달려오는 것을 보니 그녀는 분명 밖에서 막 돌아온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최씨는 홍이의 입을 통해 많은 일을 알게 되었다. 민소진은 김순희에게 전당포에 장신구를 맡기라고 했지만 김순희는 오히려 분노하며 민소진을 꾸짖었다. 그래서 결국 병과 약값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소중한 것을 전당포에 맡기게 되었다.최씨는 반드시 가야 한다고 했지만 사실 그녀는 이 일이 헛수고일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손마마를 데려가 그녀와 함께 증인이 되어줄 것을 요청했다. 약왕당에 가서 단설환을 구매하겠다며 신분을 밝히자 의원이 다가와 물었다. “어느 분께서 심장이 병이 드셨는지요? 단설환은 반드시 단의원이 직접 진맥하고 처방을 내리셔야 합니다. 평서백 부인께서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제가 단 의원님을 모셔 오겠습니다.”최씨가 말했다. “아, 이렇게 번거로운가요? 진맥을 해보지 않고는 단설환을 구매할 수 없다는 말씀인가요?”“그렇습니다. 단설환은 공급이 한정되어 있어 진정으로 필요한 이에게만 드릴 수 있습니다.” 의원이 말했다.그러자 최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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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2화

그래서 전북망은 대담하게 몇몇 하인을 팔아넘기기로 결심했다. 장군부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큰형은 관직을 잃었고, 둘째는 분가했으며 그의 관직 복귀도 언제가 될지불확실했기에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는 절약할 수밖에 없었다.보통 귀족 가문에서는 하인을 파는 법이 없었고, 가장 금기시 되었다. 집안의 비밀스러운 일들이 드러나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고, 하인이 팔려 나가면 좋은 집안에 가는 경우도 있겠지만 나쁜 집안에 가면 반드시 그 비밀들이 누설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군부에는 더는 숨길 것이 남아있지 않았기에 전북망은 더는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매일 백성들이 가장 독한 저주로 자신을 입에 오르내리고 있으니 말이다. 집을 관리해 본 적이 없으면 쌀값도 모르는 법이라는 것을 깨달은 전북망은 그제야 민소진을 이해하게 되었다. 왕청여에 대한 그의 마음도 아주 복잡해졌다. 아이를 잃은 그녀가 안타깝기도 했지만 그녀가 형수와 다툼을 벌인 것에 화가 나기도 했다. 그는 유산에 관한 이야기를 묻고 싶었지만 이 시점에서 상처를 건드리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해 꺼내지 않기로 했다.엎친 데 덮친 격, 김순희의 병세는 날로 심각해졌고 의사는 설을 넘기기는 힘들 것이라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전북망은 사람을 보내 전소환을 불러오려 했지만 전소환은 돌아오지 않았다. 하긴 민소진이 떠날 때도 그녀는 끝내 오지 않았다. 그녀는 불길한 것을 피하고 싶었고 외부에서 장군부를 비난하고 있으니 이 혼란에 휘말리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현재 손마마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두가 김순희에게 등 돌린 상태였다. 죽음과 절망은 그녀의 마음을 강하게 묶어 그녀는 죽음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혔다. 동짓날에도 가족은 한데 모여 식사를 하지 않았고 그녀는 이미 병상에서 일어날 수조차 없었다. 그녀는 손마마의 손을 잡고 울며 말했다. “북명황실에 가서 송석석을 불러오거라… 내가 친히 할 말이 있다.”손마마는 한숨을 내쉬었다. “노부인, 왕비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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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3화

이덕회가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마오! 본 관은 당연히 사내가 맞지요. 허나 사내는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고 첩을 두는 것도 허용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자식이 없으면 양자를 받을 수 있으니 병이 들어도 아내가 돌봐야 합니다. 남자가 이렇게 방자하게 굴어도 세상이 어지럽혀지지 않았는데 여자가 쫓겨나서 수용될 곳이 있으면 오히려 세상이 혼란스러워진다는 것이 대체 무슨 말씀이신지요?”“여인에게 살길이 늘어난다는데 여러분은 대체 무엇이 두려운 겁니까? 아무도 그런 길은 원하지 않다지만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그런 선택을 하게 될 수도 있지 않습니까?”이덕회는 집안의 그분이 왕야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에 엄청난 사명감을 가지고 이 자리에 온 것이었다. 송석석도 조정에서 이 이야기를 듣고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인의 신분으로 여인을 대변하는 것은 더 큰 반발을 불러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아무리 재치 있게 말한들 그들의 날카로운 언쟁에는 상대가 되지 않기에 그녀는 황제가 말을 시키기만을 기다렸다.아니나 다를까, 여러 사람이 소란스럽게 토론하는 사이 황제가 헛기침을 하더니 송석석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송석석, 자네의 의견을 듣고 싶구나.” 순간 모든 시선이 송석석에게 쏠리자 그녀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정신을 가다듬고 앞으로 나와 손을 모아 말했다. “폐하, 특별히 큰 의견은 없지만 여인의 입장에서, 그리고 한때 이혼한 여성으로서 제 생각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대감님들께서도 듣고 싶으신가요?”그녀의 말은 모든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녀의 이혼 이야기는 모두가 알고 싶어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모두가 잠시 토론을 멈추고 그녀가 얘기하기만을 기다리는 눈치였다. 송석석을 존경하는 몇몇은 그녀가 아픈 상처를 드러내는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황제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말해보게.”“여인이 혼인하는 건 사실상 두 번째 삶의 시작이라 할 수 있지요. 우리는 반드시 좋은 삶을 살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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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4화

송석석의 목소리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것이 마침 모든 이가 들을 수 있는 크기였다. “여러분은 민씨의 죽음을 하찮게 여기실지 모르나 만약 그녀가 여러분의 누이나 여식, 혹은 친척이라면 어떻게 생각하실 겁니까? 조금이라도 공감할 수 있었겠습니까?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은 모두 성현서를 읽어보셨고 약한 자를 불쌍히 여기는 분들입니다. 많은 여인들이 버림받는 이유는 병이 있거나 자식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허나 그 여인들은 죄가 없습니다.”그녀는 다시 서글프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여인의 생명도 소중합니다. 그런데 어찌 세상은 여인들을 끝까지 몰아내려고 하는 것입니까?”민씨의 죽음에 많은 사람들은 ‘자기 자매나 가족도 아닌데 뭣 하러 저런단 말인가?’라고 생각하며 비웃었다. 하지만 그녀가 말한 성현서는 그들에게 도덕적인 제약을 부여했다. 이 상황에 어찌 반박한단 말인가? 이 자리에서 반박하게 되면 오히려 비정하고 냉정하다고 비난을 받을 것이 분명했다.이런 말이 사내에게서 나왔다면 반박하기가 조금 더 수월했을지도 모른다. 송석석은 이 자리에 있는 유일한 여인으로 무려 황제가 직접 그녀에게 의견을 말하라고 하였기에 그녀는 이와 같은 순간만 기다린 것이다. 여인에 대한 애절함과 안쓰러움이 가득한 그녀의 말에 그들은 도무지 반박할 수 없었고 반박한다는 것은 그녀를 괴롭히는 것과 다름없었기에 이렇게 많은 관료들에게 아주 수치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게다가 이것 또한 그녀가 스스로 떠드는 것이 아닌, 무려 황제가 직접 그녀에게 의견을 물어서 하는 말이었다.그리하여 대전은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다. 그들의 얼굴에 불만이 가득했지만 더는 송석석과 논쟁할 수 없었다.숙청제는 이 모습을 보고 적당한 시기가 도래했음을 깨달았다. 더는 미룰 일이 아니였기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때가 되었다. 대연국은 이미 선례가 있기에 상국은 절대 뒤처져서는 안 된다. “반대하는 이가 없다면 시도해 보도록 하지. 조정은 자금을 지원하지 않지만 자수공방은 관정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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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5화

다음 날, 부부는 함께 외출했다. 그 전에 사여묵이 어색한 말투로 시만자에게 함께 갈 것이냐고 묻자 시만자는 그를 이상하게 쳐다볼 뿐이였다. 어젯밤 분명 송석석과 단둘이 놀러 간다고 하더니 이제 와서 그녀에게 함께 가겠냐고 묻는 것은 너무 가식적인 행동이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어도 시만자는 가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자수공방 일을 처리해야 해서 바빴다. 자수공방은 수리 중이라 더욱 자주 살펴봐야 했다. 게다가 자수공방이 아니더라도 그녀는 휴일에 태비와 함께 차를 마시거나 왕경루와 금경루 같은 곳을 돌아다녔을 것이다. 추운 날씨에 산에 올라가 바람에 맞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왕경루에서 사여묵은 몇 가지 요리를 주문했다. 청증조기, 호피육, 백파광뚱국화 등심, 진주비취백옥탕에 기름에 볶은 새우 한 접시도 추가했다. 비록 자주 볼 수 있는 요리들이라 특별한 것은 아니었지만 왕경루는 이런 요리들을 더욱 극대화 시킬 수 있는 곳이었다.날씨가 춥기도 하고 또 산에 올라타야 했기에 사여묵은 술 한 병을 주문했다. 오늘은 전적으로 그가 주도하며 그녀는 유난히 준수한 그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았기에 그가 하고 싶은대로 내버려두었다. 그의 흰색 여우 가죽 외투는 옷걸이에 걸쳤다. 아늑한 방 안에는 숯불이 타고 있어 외투가 필요 없이 따뜻했다. 푸른색의 촉금은 구름과 파도 문양으로 수놓아져 있었는데 넓은 옷깃에 좁은 소매가 특징이었다. 게다가 푸른색의 장신구와 하얗게 변한 피부색에서 전체적으로 문관의 우아한 품격이 느껴졌고, 오직 검은 눈썹이 날카로움을 더해 무장군임을 상기시켰다.송석석은 문득 전쟁터에서 처음 그를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는 마치 야생인처럼 얼굴에 수염이 덥수룩했다. 전술을 논의할 때, 그녀는 그의 수염을 몇 번이나 뚫어져라 쳐다봤는지 모른다.이런 생각에 웃음이 터져버린 그녀가 말했다. “남강에서 봤던 장군님과 지금의 장군님은 완전히 다른 사람 같네요.”“그때가 좋았지.” 사여묵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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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6화

산으로 올라갈수록 사여묵은 이상한 점을 느꼈다. 방시원이 말한 산 꽃은 보이지 않았고 눈에 들어오는 건 잎이 없는 나뭇가지와 새하얀 설경뿐이었다. 초겨울부터 가뭄이 들어 폭포도 메마른 상태였다. 설경이 예쁘지 않다는 게 아니라 너무 오래 버티고 있었더니 좀 지겹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폭포와 높은 산에 피는 겨울 꽃이 있었다면 느낌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이 산에는 꽃이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만금산의 북쪽에는 눈이 덮인 데다 장애물이 없어 스키를 탈 수 있는 언덕이 있었기에 그는 전략을 바꿔 송석석을 데리고 북쪽으로 향했다. 그는 신이 나서 산꼭대기에 올라 숨을 돌리고 송석석에게 말했다. “여전히 예쁘지 않소? 석양을 기다렸다가 보고 스키를 타고 내려가면 정말 재미있을 것이오.” 송석석은 사여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방엔 새하얀 눈과 잎사귀가 없는 나뭇가지뿐이였지만 웅장함과 소슬함의 아름다움은 있었다. 너무 추운 게 문제인건 빼고는. 칼처럼 얼굴을 스치는 북풍은 귀가 얼어 떨어질 지경이었고 망토의 모자는 바람은 막지 못했다. 이때 송석석이 말했다. “그럽시다. 여기에 앉아서 석양을 구경하지요.” 그녀는 모처럼 신이 난 사여묵의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지금이 아마 신시쯤 된 것 같으니 여기서 석양을 보려면 적어도 한 시간은 기다려야 하겠어. 게다가 날씨가 흐려 볼 수 있을지 확실 지도 않아.’ 송석석은 잠시 생각하다가 사여묵을 쳐다보더니 결심했다. ‘그래, 오늘의 운명은 사여묵에게 맡기겠어. 그래도 스키를 탄다는 건 그냥 하는 말이겠지?’ 사여묵은 가파른 산세를 보며 위에 덮인 눈을 밟아보더니 망토를 깔고 내려가도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예전에 남강에 있을 때도 그렇게 했었다.두 사람은 산꼭대기의 눈밭에 앉았는데 사여묵은 송석석을 품에 안고 서로 추위를 물리쳤다. 너무 춥고 바람이 세서 낭만 같은 건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고, 두 사람은 그저 온몸의 내공을 추위를 이겨내는 데 사용했다. 송석석은 머리를 사여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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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7화

송석석은 이 상황이 열받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 그녀는 절뚝거리는 사여묵을 부축하며 천천히 산 아래로 내려갔다. 사여묵의 머리는 눈보라로 인해 망가져 버렸다. 머리카락은 다 세로로 얼어붙어서 모양이 괴이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얼굴엔 푸릇푸릇하게 멍이 들었는데 눈에 스쳐 빨갛게 피가 난 곳도 있었다. 다행인 건 크게 다치지 않아 피를 금방 멎을 수 있었다. 심지어 이마엔 거위 알같이 부어올라 송석석은 그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다. ‘무술, 싸움, 벼슬까지 모두 잘하지만 운동은 정말 못하는구나. 스키를 저렇게 타는 사람이 어디 있어?’ 세상엔 산을 속이더라도 물은 속이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그건 물이 더 위험하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이지 산을 얕잡아보라는 뜻은 아니다. 특히 겨울에 눈이 덮인 산에서는 보이지 않은 것 때문에 더욱 위험했다. 이곳의 지형은 남강과 달랐다. 게다가 전쟁 때는 갑옷을 입었지만 지금은 입지 않았기에사여묵은 난처함이 극에 달했다. 그는 간단하게 스키를 타기만 했을 뿐인데 이런 망신을 당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모처럼 휴가라서 송석석과 둘 만의 시간을 보내며 나중에 늙어서 함께 추억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을 만들려고 했는데……. 그래 이것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긴 하겠지. 아마 석석은 영원히 오늘을 잊지 못할 것이야.’ “발이 많이 아프시지요?” 송석석은 갈수록 절뚝거리는 사여묵을 안타깝게 보며 물었다. 그러자 사여묵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괜찮소. 사실 날 부축할 필요 없소. 당신이 이렇게 날 부축하니 내가 마치 장애인이 된 것처럼 보이는 것 같아서 말이오.”하지만 송석석은 손을 놓지 않고 애교 섞인 말투로 말했다.“난 그냥 당신에게 기대어 가고 싶을 뿐입니다.”예전 같았으면 사여묵은 분명 기뻐했을 테지만 지금의 그는 낭패하기 그지없었고 발이 아파 죽을 지경이었다. 뼈에 금이 가지 않는 이상 이렇게 아플 수 없다고 생각했다.다행히 송석석이 부축해 주어서 걷기 좀 편했다.그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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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8화

장대성은 염 선생에게 마당을 쓸라는 벌을 받았고, 때 마침 약왕당의 남작도 도착했다.남작은 단신의의 여섯 번째 제자로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의술이 뛰어나 약왕당에서만 진료를 했다.하지만 오늘은 사여묵이 낙상했다는 소식을 듣고 특별히 진료를 하러 온 것이다. 그의 임무는 사여묵의 전신을 검사하고 급소를 다친 건 아닌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젊은 나이에 아이도 없는 상태이기에 단신의가 제일 걱정하는 부분이었다. 혜태비와 시만자는 거리에 나갔다가 사여묵이 다쳤다는 말을 듣고 급히 달려왔다.남작이 그의 상처를 치료하고 있었고 송석석은 옆에서 지키고 있었는데 태비가 황급히 달려오는 것을 보고 몸을 수그리고 인사를 했다.“어머님 오셨습니까?”그러자 혜 태비는 대답하며 눈길은 줄곧 자신의 아들을 찾았다. 방에 들어간 후에도 씻을 겨를이 없어 여전히 곤두선 머리카락과 새파랗게 멍든 얼굴, 그리고 이마에 혹이 나 있는 사여묵의 모습을 본 혜 태비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하하, 어떻게 이 꼴이 된 건가? 산에 눈 구경 간다고 하지 않았느냐?”그러자 송석석이 대답했다.“어머님, 왕야님께서 부주의로 넘어지셨습니다.”그러자 헤 태비는 아들의 얼굴을 다시 쳐다보며 말했다.“거 참, 왜 그렇게 조심성이 없는 것이냐?”시만자는 염 선생이 왕야께서 다리를 다쳤다는 말을 듣고 들어가지 않고 문 밖에서 서 있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남자의 다리를 볼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이때 혜 태비가 물었다.“그런데 왜 부의를 부르지 않았느냐?”그러자 송석석이 대답했다.“부의는 오늘 외출했습니다.”“그러느냐? 앞으론 저택에 의사를 두 명쯤 두는 것도 나쁠 것 같지 않구나.”혜 태비는 사여묵의 부은 다리를 보고 젊은 의사가 그의 다리를 감아 고정시키는 것을 보고 물었다.“상처가 심각한 것이오?”그러자 남작이 대답했다.“왕야님의 다리뼈에 살짝 금이 갔지만 큰 문제는 없습니다. 약을 바르고 열흘 동안 고정하고 있으면 거의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나머지는 모두 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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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9화

송석석은 급히 돌아와 혜 태비를 달래며 함께 밖으로 나갔고, 혜 태비는 여전히 투덜거렸다. “그렇지 않느냐? 결혼도 했는데 뭐가 부끄럽다고 그러느냐? 어릴 땐 어마마마에게 잘도 말하더니 다 컸다고 말 못 할 게 무엇이란 말이냐? 석석아, 넌 모를 것이다. 여묵이 어렸을 때 그곳에 모기에게 물려 바지를 벗고 나보고 약을 발라달라고…” “어머니!” 방안에서는 사여묵이 포효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송석석은 황급히 혜 태비를 만자에게 부탁하고 궁녀 옥 씨와 궁녀 영 씨에게 뜨거운 물을 준비해 오라고 분부해 직접 사여묵의 머리를 감겨주었다. 목욕탕에 몸을 담그지 못해 사여묵은 욕실에 앉아 머리를 숙여 머리를 씻어야 했다. 그리고 송석석이 머리를 감겨줄 때 발이 젖지 않게 조심해야 했다. 사여묵은 자신이 쓸모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자신의 부인이 손으로 두피를 주무르는 것을 느끼며 어색함 속에서도 달콤한 행복을 느꼈다. 그는 이번 부상이 아니었다면 이런 좋은 대우를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전에 다쳤을 땐 장대성이 도와줬었다. 머리를 감은 후 송석석이 닦아줄 때 그는 한참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 “어머니께서 헛소리하는 것이니 곧이곧대로 듣지 마시오.” “알았어요.” 송석석은 두툼한 수건을 들고 그의 머리카락을 닦으며 말했다. “어머님께서 뭐라고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아요.”그러자 사여묵이 말했다. “오늘 많이 실망한 거 아니오? 어젯밤에 얘기한 후 밤새 기대했을 텐데 오늘 아무것도 보지 못했으니…” 송석석은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요? 나는 매산에서 자라서 등산을 제일 좋아합니다. 게다가 설산의 절경이 너무 아름답고 웅장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당신과 함께라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이야기만 나누어도 너무 좋은 걸요.”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실망이 어디 있겠어?’ 사여묵이 등산을 가자고 했을 때 송석석은 오늘 기대할 수 있는 건 왕경루에서 식사하는 것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와 함께라면 무엇을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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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0화

혜 태비는 종종 선제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때론 선제가 자신에게 잘해줬다고 하고 때론 선제를 원망하는 말도 했었다. 하지만 매번 그에 대해 말할 마다 순수한 소녀 같았다. 혜 태비는 가장 근심 걱정 없이 살았던 후궁이었다. 그녀는 태비의 자리에 있으면서 어떠한 계락도 당한 적이 없었다. 설령 있다고 해도 그녀를 향한 것이 아니었으며 그녀를 향한 것이라고 해도 태후가 그녀의 앞에서 가로막아 주었다. 그녀는 귀하게 자라 자식을 낳았고, 지금은 며느리의 사랑까지 받으며 모든 일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가끔 고민거리를 찾아다녔다. 예를 들면 덕귀태비와 제귀태비를 찾아가 그들과 비교하며 소란을 피우는 것 말이다. 이기면 기뻐서 펄쩍펄쩍 뛰고 지면 입을 삐죽 내밀며 한참 화를 내다가 떠나곤 했다. 그녀는 사온과 가의에게 한바탕 당한 후에도 잠시 화를 내고 털어낼 뿐 그녀의 생활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그렇게 반평생이 지나갔다. 지금 그녀에게 가장 급한 건 손자를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녀가 아이를좋아해 보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라 덕귀태비의 아들인 진왕이 아이를 낳았으니 질투가 나그런 것일 지도 모른다. 아이는 울거나 소리만 지를 뿐 그녀는 아직 아이의 장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송석석은 혜 태비에게 선제의 이야기를 잠깐 듣다가 방으로 돌아갔다.궁녀 옥씨는 달걀로 사여묵의 이마를 굴러주었는데 그래도 꽤 쓸모 있는 것 같았다. 적어도 혹이 전보다 작아져 지금은 시퍼런 멍만 남아있었다.보주가 생강떡을 가져오자 사여묵은 두 조각 먹었다. 그러자 송석석은 저녁 준비를 하라고 했다.저녁 식사를 마친 후 송석석은 사여묵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사여묵은 손을 뻗어 그런 송석석을 품속으로 끌어안더니 다정한 눈빛으로 말했다.“당신 벌써 며칠 밤동안 나를 상대하지 않고 침대에 눕기만 하면 잠을 잤소.”그러자 송석석이 말했다.“다리를 다쳐서 불편하지 않습니까?”뜨거운 손끝이 송석석의 뺨에 닿더니 사여묵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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