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의 모든 챕터: 챕터 851 - 챕터 860

1184 챕터

제851화

노부인은 눈을 뜬 채 천장을 바라보았는데, 문 밖에서 목 매달린 민씨의 모습이 아직도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그녀는 점점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그렇게 한참 후, 분노에 찬 목소리로 욕설을 내뱉었다.“천한 것! 자기 복도 모르는 천한 것!”손마마도 한바탕 울며 그때 민씨를 보러 나가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아…… 조금만 더 일찍 나갔더라면. 어쩌면 살릴 수도 있었을 텐데……' 이미 슬픔으로 가슴이 먹먹해진 그녀는 노부인이 민씨를 험담하자 참다못해 나지막이 변호하듯 말했다. “노부인, 대부인께서 부인을 정성껏 모신 것도 사실 아닙니까. 이제는 욕 좀 그만하십시오. 이미 떠나신 분이잖습니까……”그러자 노부인은 화가 잔뜩 난 채 소리쳤다."어찌 욕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죽으려면 저 멀리 가서 죽지, 왜 하필 내 문 앞에서 죽어서 나를 불쾌하게 하려는 것이냐?"노부인은 욕설을 내뱉고도 눈물을 참지 못했다. “저런 나쁜 계집을 진작에 알아보지 못했다니! 내 뜰 앞에서 목을 맨 건 내가 박한 사람이라고 소문이라도 내고 싶었던 겐가? 이제 큰놈이나 셋째가 장가를 들려고 해도 어렵겠구나. 어쩜 내 팔자가 이렇게 고달프냐, 다들 이 모양이니 원…”“우리 장군부의 명예가 전부 실추되어 버렸구나! 이러다가는 우리 둘째의 앞날에도 영향을 미칠지 몰라."노부인은 크게 상심했다. 하지만 단 한 방울의 눈물도 민씨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다음 날이 되자, 이 소식이 황실에 전해졌다. 사여묵과 송석석은 쉬는 날을 맞아 서원에 들러 서우를 데리고 식사를 함께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시만자가 들어와 민씨의 소식을 전해주면서 원래 외출 계획을 접어야 했다. 당연히 그 소식은 홍현이 알아낸 것이었다.송석석은 이야기를 들은 후 잠시 멍해져서 믿기지 않는 듯 시만자에게 물었다. “목을 맸다고? 살려내지 못한 거야?”“죽었어…” 시만자는 의자에 털썩 앉아 잠시동안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왜 인지 코끝이 시큰했다. 그도 그럴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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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2화

비록 민씨가 스스로 목을 맸다고는 하지만, 경조부에서는 누군가에 의한 타살 여부를 조사할 필요가 있었다.전강은 경조부 소속이었으나 장군부와 관련된 사건인 만큼 이번 조사에 참여할 수 없었다.경조부윤 공양은 사람을 보내 여러 사람에게 민씨에 대해 물었다. 그러나 각자의 입에서 나온 민씨의 모습은 모두 달랐다.왕청여는 그녀가 이기적이고 게으르다고 말했고, 전북망은 그녀가 제법 이해심이 깊다고 말했다.노부인은 민씨를 독한 계집이라고 부르면서, 교활하고 게으른데다 욕심 많고 방탕하여 장군부의 명성을 실추시켰다며 거칠게 욕했다.그리고 이방은 좀처럼 길상거를 나서지 않기에 이번에도 그저 한마디 할 뿐이었다.“내 알 바 아니야.”하인들은 그녀가 인자하면서도 남들에게 속기 쉬워서 쉽게 이용당할 수 있는 사람이라 평가했다.둘째 노부인은 그녀가 불쌍한 사람이라며 자신의 의지대로 살 수 없는 처지였다고 울먹였다.유일하게 남편인 전북경만이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말하지 못했다.그는 오랫동안 생각했지만, 결국 떠올릴 수 있는 것은 늘 묵묵히 자신을 돌보며 말을 아끼던 민씨의 모습뿐이었다. 그녀는 항상 무미건조하고 마치 나무토막처럼 무덤덤하며 따분한 사람이었다.민씨는 스스로 강에 몸을 던진 적이 있었기 때문에 결국 경조부는 그녀의 죽음을 냉혹한 대우로 인한 자결로 결론지었다.법에 따르면 사람을 자결에 이르게 할 만큼의 냉대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신체적인 손상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민씨가 실제로 두 차례 뺨을 맞고 무릎을 꿇는 벌을 받긴 했으나 법적 처벌을 받을 정도에는 이르지 못했다.법이 제재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백성들의 비난은 장군부를 거의 삼킬 정도로 거세게 몰아쳤다. 사실 장군부는 이미 몇 차례나 이러한 비난에 휩싸였을 때마다 매번 꿋꿋하게 견뎌내곤 했다.민씨의 장례는 조용히 치러졌고, 양 마마는 송석석을 대신해 장군부에 들러 향을 올리며 조의를 표했다. 일년 동안 시누이로 지낸 인연을 기리는 마음에서였다.양 마마는 이곳이 불길하다고 느꼈지만 장군부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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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3화

민씨가 세상을 떠난 후, 왕청여는 어쩔 수 없이 집안 살림을 계속 맡아야 했는데, 장부를 살펴보니 역시 남은 은화가 거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재산으로 메우는 것은 아까워 결국 손을 떼기로 마음 먹었다. 책임을 피하고자 둘째 노부인을 찾아가 장부를 책상 위에 놓으며 대신 살림을 맡아달라고 했다.둘째 노부인은 민씨의 죽음에 애통해하고 있던 터라 왕청여의 이 행동에 기막혀 화가났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바로 장부를 던져버리고 곧장 노부인의 방으로 달려가 말했다. “전 그냥 나가서 살겠습니다!” 노부인은 울분을 참지 못하며 소리쳤다. "지금 밖에서 우리 장군부를 두고 떠드는 말이 아직 적다고 생각하오? 이 타이밍에 분가를 한다면 사람들이 또 뭐라 하겠소!" “형님네께서 불러온 화인데 왜 제가 함께 비난을 받아야 합니까?! 오늘 밤 남자들이 돌아오면 어떻게 나눌지 논의해서 곧바로 나가 살겠습니다!”"말이 되는 소리를 하시오! 지금 와서 무슨 분가를 한단 말이오? 은화도 다 떨어졌고 집이며 땅이며 남은 게 없소. 이 장군부 한 채로 도대체 어떻게 나누겠다는 것이오?"“벽을 쌓아 나눠 살게 해주십시오. 문은 제가 따로 만들겠습니다.” 둘째 노부인은 이번에는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단호히 나섰다. “정말 미쳤소! 자네 둘째 집안은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인맥이 있는 것도 아닌데, 잘 지낼 수나 있을 것 같소?”"잘 못 살더라도 형님네처럼 남들한테 손가락질 받으며 사는 것보단 훨씬 더 낫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젠 저도 모르겠으니 따로 삽시다. 큰댁이 팔아버린 가게며 토지는 원래 모두 공공 재산이었으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리 둘째 집안 몫은 돌려주셔야 합니다!"둘째 노부인은 말을 마치자마자 씩씩거리며 자리를 떴다.노부인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분노에 찼다. "정말 화가 나서 못 살겠구나! 왕청여는 대체 왜 저러는 것이냐? 살림을 맡으라 했더니 둘째 집안에 가서 대체 무슨 소란을 벌인 거냔 말이다! 그리고 민씨 그 천한 계집은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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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4화

“아야!”왕청여는 급히 몸을 돌려 노부인이 던진 약그릇을 피했고, 약그릇은 바닥에 퍽하고 떨어졌다. 하지만 며칠 동안 계속된 피로로 아랫배가 이미 아파왔던 왕청여는 넘어진 충격으로 태기가 심하게 흔들려 피가 비칠 정도였다.이 모습을 본 노부인이 소스라치게 놀랐고, 손마마는 급히 사람을 불렀다. "어서 왕청여를 문희거로 옮기고 의관과 산파를 불러오너라!"급히 소식을 들은 전북망이 집에 돌아왔는데, 이미 의관과 산파가 도착해 있었다. 태아는 아직 달이 차지 않았고 태위 또한 바르지 않은 상태였는데, 왕청여가 넘어지면서 피가 비친 데다 양수까지 터져 버렸다. 심각한 상황에 산파는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전북망 또한 분만실 밖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초조하게 기다렸다. 그는 그동안 자신의 첫아이가 태어나고, 처음으로 아버지가 되는 순간을 오매불망 기다리며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찼었다. 그간 아이를 위해 왕청여와 다투지 않으려 애써 참아왔는데, 이처럼 중요한 순간에 이런 불상사가 일어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의관은 진성에서 굉장히 유명한 명의였지만, 상황이 몹시 긴박한 탓에 그마저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그는 맥을 짚은 후 병풍 뒤로 물러나 처방을 지시했지만 그 역시도 긴장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여섯 시간이 흘렀으나 여전히 자궁이 다 열리지 않았다. 분만 촉진제도 써 보았지만 왕청여의 통증은 점점 더 심해질 뿐이었다. 왕청여는 고통이 밀려오는 순간마다 목이 쉬도록 울부짖었다. 호흡을 가다듬고 힘을 주어 보았으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흐느끼며 말했다.“부군……부군……! 제 친정 사람들 좀 불러… 주세요…!”왕청여가 힘들게 외치자 그 소리를 들은 전북망은 곧장 사람을 보내 평서백부로 달려가게 했다. 분만실 안에서 손마마도 돕고 있었다. 손마마는 비록 산파는 아니지만 과거에 노부인과 민씨의 출산을 보필했던 경험이 있어 나름 도움을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점점 악화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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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5화

결국 전북망은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자 사실대로 털어놓기로 했다."사실 낮에 청여와 제 어머니가 몇 마디 언쟁을 했사옵니다. 그러자 어머니께서 약그릇을 던지셨고 그 바람에 청여가 넘어졌습니다......" 평서백부 노부인은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 한참을 숨을 고른 뒤에야 겨우 몸을 가누며 물었다.“뭐라고 하셨습니까? 어머님께서 제 딸을 치셨단 말입니까?” 전북망은 미안한 기색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이 일은 분명히 제 어머니께서 잘못하신 것이옵니다. 그러나 지금은 청여를 지키는 것이 급선무이지 않겠습니까. 의관님께서 말씀하시길 청여가 예전에 낙태를 하며 자궁이 손상되어 출혈이 많아질 수 있다고 하였사옵니다. 그리고 지금 출혈이 이미 심각한 상태라 아이를 꺼내고 지혈제를 써야 한다고 하옵니다."평서백부 노부인의 분노로 일그러졌던 얼굴이 그의 말을 듣는 순간 순식간에 굳어졌다.‘이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인가?’ 최씨가 나서며 말했다.“지금은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니옵니다. 일단 사람을 구하는 것이 급선무이오니 의관님의 말씀을 따르도록 하시지요."그러자 전북망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의관께서 말하길 단신의를 모셔오거나 아이를 꺼내고 지혈제를 쓰는 방법 밖에 없다고 하셨사옵니다. 하지만 이미 날이 저물어 단신의께서 약왕당에 계실지 알 수 없으니, 그의 방법을 따르는 수밖에 없을 듯 하옵니다.” 의관은 지혈제 조제를 마쳤고, 최씨는 그 뒤를 따라 안으로 같이 들어갔다. 왕청여는 마치 물에 빠졌다가 나온 사람처럼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얼굴은 무척 창백했고 두 눈에는 생기가 없었다. 지독한 고통이 그녀를 눈에 띄게 수척하고 지쳐 보이게 만든 것이다. 언뜻 형수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어머니를 찾으며 중얼거렸다. "어머니……"이 순간, 그녀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어머니뿐이었다.최씨는 그녀의 볼을 살짝 잡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먼저 지혈제를 먹게. 어머니께서는 바로 밖에 계시니 이것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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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6화

평서백부 노부인은 분만실에 잠시 머물다 최씨에게 말했다.“지금 장군부에는 주모가 없어 일 처리가 어려운데다, 노부인께서는 병약하시고 청여는 이번 난산으로 몸과 마음에 모두 큰 상처를 입었다. 그러니 네가 며칠 동안 여기 머물며 도와주면 좋겠구나.”사실 그녀는 딸이 이 집에서 위축될까 염려되었다. 그 노부인은 무척 사납고 거칠어서 서슴없이 그릇을 던져버릴 정도였으니, 평소에 자신의 딸이 얼마나 큰 고초를 겪었을지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노부인을 찾아가 따지지는 않았다. 그 집에서 최근에 사람 목숨이 끊어진 일이 있었는데다가, 딸은 난산을 겪으며 아이마저 잃었으니 말이다. 만약 노부인 쪽에서 또 무슨 사고라도 친다면 큰일이지 않은가.‘어휴…… 됐다!”‘낙태한 일은 이미 더 이상 숨길 수 없겠지. 전북망은 아마 내 딸이 예전에 방시원과 사이에서 아이를 가진건 맞지만, 단지 그때 아이를 지키지 못한 것일 뿐이라고 생각할거야. 그러니 이 일은 그냥 덮고 지나가자. ‘최씨 역시 이 일에 대해 얼굴을 들 수가 없었고, 진심으로 장군부의 이 복잡한 일에 얽히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왕청여의 어머니가 이미 명을 내렸고, 또 장군부에도 주모가 없으니 자신이 며칠간 돌보는 것으로 마음을 다하는 셈이라 생가하기로 했다.장군부에 머물며 돌보지는 않고 그저 매일 오가며 돌볼 생각이었다.평서백부 노부인이 떠난 후, 최씨는 분만실에 남아 깊은 잠에 빠진 왕쳥여를 지켜보았다. 안쓰러운 그녀를 보니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 전북망은 침대 곁에 서서 지친 모습으로 잠든 왕청여를 바라보았는데, 마음 한구석에서 연민이 밀려왔다. 결국 자신의 어머니가 그릇을 던져 그녀를 넘어지게 했고, 그로 인해 아이를 잃게 된 것이니 마음이 무척이나 괴로웠다.하지만 의관의 말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전북망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청여가 예전에 방시원과 아이를 가진 적이 있었소? 그 아이는 어찌하여 지키지 못한 것이오?”최씨의 눈빛이 잠시 어두워졌다. “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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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7화

최씨는 이 말을 듣고 나서 올케들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으며 마음이 무거워졌다. ‘설마 민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에 있었던 일들은 아니겠지?’ 그녀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며 물었다.“자세히 말하거라. 작은 일 하나라도 빠짐없이 알고 싶으니.” 홍이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이야기를 전해주었고, 최씨는 이를 정리해 확인했다.“세 가지 일이 있었구나. 첫째는 대부인에게 집안을 맡기긴 했으나, 전북망의 봉록 중 3할만 주고서 의식주와 월례비를 모두 공금에서 내도록 한 것. 둘째는 이 일로 대부인과 다투다가 너무 지나친 수를 써서 가위를 내밀며 자기 배를 찌르라고 한 것. 셋째는 대부인이 산모를 위해 산 삼교환이 너무 적다고 불평한 것…… 맞느냐?”홍이가 고개를 끄덕였다.“예. 그렇사옵니다.”“이 일이 모두 대부인이 자결하기 전에 일어난 일인데. 그렇다면 그 전에는 어떠했느냐? 큰 다툼이라도 있었느냐?”홍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딱히 심한 갈등은 없어 보였지만 부인께서 대부인을 늘 깔보셨고, 말에서도 자주 무례한 표현이 나오곤 했사옵니다.”“어느 정도나 무례했느냐?”홍이는 그런 장면을 늘 보아 익숙해진 터라 이제는 무례하다는 느낌도 거의 받지 않았다.“주로 대부인의 신분이 낮고 교양이 없으며 기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이라거나, 잔돈을 챙기기에만 급급하고 남편의 사랑조차 받지 못한다는 식이었사옵니다."“그런 말을 대부인 앞에서 직접 하였느냐?”“예, 대놓고 말했사옵니다. 부인께서는 이런 말은 면전에서 해야지 뒤에서 말하는 것은 소인배 짓이라 여겼사옵니다.”최씨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무리 미쳤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본성은 변하지 않는 법이니 저런 자는 소인배만도 못하다!"왕청여에 대한 최씨의 마음은 그저 불쾌함 뿐이었다. 저게 과연 사람의 탈을 쓰고 할 짓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전북망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어머니의 방에 들어서며 무심하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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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8화

북명왕부의 밤, 서재에는 불빛이 환하게 비치고 있었다."정말로 결심한 것이오?" 사여묵이 다시 한 번 송석석에게 물었다. "이 일을 추진하면 많은 어려움과 비난에 직면할 수도 있음을 알고 있겠지."송석석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절 지지해 주실 것이지요?”“그대가 결정한 일이라면 당연히 지지하지요! 사여묵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시만자는 턱을 괴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지지할 뿐만 아니라 자금과 힘도 보태겠네.”송석석이 염선생을 바라보며 물었다."염선생 생각은 어떠신가?"염선생은 잠시 생각에 잠긴 뒤 말했다. “황실 입장에서라면 반대하겠지만, 한 사람으로서는 지지하옵니다.”송석석이 심청화를 바라보며 물었다.“대사형은 어떠십니까?” 심청화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가 하려는 일인데 내가 어찌 지지하지 않겠느냐? 다만 미리 말해두겠지만 이미 결정을 내렸다면 그로 인한 결과와 그 결과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것이네.”“알고 있사옵니다.” 등불에 비친 송석석의 눈이 유난히 빛났다. “이건 단순한 충동이 아니라 며칠 동안 숙고한 끝에 내린 결정이옵니다. 여학 설립은 꼭 필요하지요. 만자 말대로 여학이 비록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해도 지금은 일부 관리 집안의 소녀들만 입학할 수 있기에 절실한 일이라 할 수 없사옵니다. 또한, 여학은 황제의 명으로 운영되니 황제의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지요. 하지만 자수공방은 다릅니다. 이곳은 우리 힘으로 세우는 것이라 남편과 이혼한 여성이나 쫓겨난 여성들이 친정의 지원 없이도 들어와 자립할 수 있는 곳이 될 것이옵니다. 자수, 뜨개질, 베짜기, 재단 등 손재주로 스스로 먹고살 수 있도록 하고, 못하는 이들은 배울 수 있게 전문가를 두어 가르칠 것이옵니다. 병들었거나 장애가 있는 자들 또한 잘 돌볼 것입니다. 자금은 저와 만자가 맡을 것이옵니다.”이 말을 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시만자처럼 생각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이번 일로 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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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9화

조정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거세게 울려 퍼졌다.“터무니없사옵니다! 이런 곳을 열게된다면 삼종사덕의 가르침은 그저 허울 좋은 말이 되고 말 것이옵니다.”“그렇습니다! 이는 여인들의 기세를 북돋워 줄 뿐 아니라 시부모를 공경하지 않게 만들고 질투와 시기로 집안을 어지럽힐 것이옵니다.”“이건 아마 왕야의 생각이 아니고 왕비의 의견일 것이겠지요. 왕야께서 왕비를 기쁘게 하려고 남자의 체면까지 버리시다니, 정말 웃기는 일이옵니다!”숙청제는 보좌에 앉아 그저 혼란을 지켜보며 가끔 입술을 다물기도 하고, 가끔 입꼬리를 올리기도 했다. 사여묵이 남강 전장에서 돌아온 후 칭찬받는 소리만 들리다 이렇게 욕을 먹는 건 보기 드문 일이었다. 속으로 그는 나지막이 탄식했다. '아.. 사여묵, 네가 아직 어리구나. 이 일은 사대부들의 마음에 반하는 일 인걸 왜 알지 못하느냐. 여인에게 퇴로를 열어주면 그들은 여인을 어떻게 다룰 수 있겠느냐? 민심을 얻으려다가 사대부들의 마음을 잃을 수도 있단 말이다. 이 계산은 단단히 잘못되었다네!'온갖 논란 속에서도 숙청제는 여유롭게 사태를 방관하면서도 결정하지 않고 말했다. “다음 조정 회의에서 다시 논의하도록 하거라.” 이는 사태가 한 번 더 불타오를 수 있도록 시간을 두게 하기 위함이었다. 다음 회의에서 더 많은 이들이 반대에 참여하게 할 계획이었다. 사여묵 또한 황제께서 이 일을 곧바로 수락하지 않기를 원하며 상황이 자연스럽게 퍼져나가 백성들 사이에서 소문이 돌기만을 바랬다. 이 일이 제대로 진행되려면 반발과 소문으로 더욱 뜨거워져야 했고, 그렇게 함으로써 이 새로운 장소가 있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게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한 달 동안 소문이 충분히 떠들썩하게 퍼져 온 경사에 이 일을 모르는 이가 없게 한다면 딱 좋을 것이다. 장소를 보수하고 침상을 마련하는 데 한 달이면 딱 알맞는 시간이니 말이다.사여묵은 황제가 결국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것이라 확신했다. 그의 강경한 태도에 밀려 황제가 마지못해 수락하는 형세로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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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0화

노부인은 얼굴이 굳은 채 최씨를 응시하였다. 희미하게 내려앉은 눈가를 들어 올리며 그녀의 의도가 진심인지 농담인지 가늠하려는 듯 유심히 살펴 보았다. 하지만 최씨는 농담이 아니었다. 그녀의 눈빛은 매우 진지했다. 그러자 노부인은 피가 거꾸로 쏟아오르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평서백 부인이 감히 약값을 자신에게 청구할 줄은 상상도 못한 일이었기에 점점 호흡이 가빠져오기 시작했다.일국의 친인척 사이에, 그것도 약을 사기 위해서 이런 것까지 철저히 따져야 할 필요가 있단 말인가?노부인은 간신히 그 수치심을 누르며 옆에 있던 손마마에게 눈짓을 보냈다. 손윗사람으로서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니 직접 말하기엔 어려웠다. 손마마는 마지못해 고개를 숙이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부인께서 먼저 은화를 내주시겠습니까? 추후에 꼭 갚겠습니다.”하지만 최씨는 단호히 답했다. “급히 나왔는데 몸에 그렇게 많은 은화를 지닐 리가 있겠습니까?”손마마는 점점 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부인께서 돌아가셔서 가져오시면 되지 않사옵니까……”최씨가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 “그야 번거로울 따름이지요. 직접 주시면 될 것을 무엇 하러 제가 집으로 돌아갔다 오겠습니까? 어차피 갚을 것이라면 장군부에 이백 냥 정도 없을 리도 없지 않습니까?”노부인의 얼굴은 자줏빛으로 달아올랐다. 최씨가 자신을 모욕하는 게 분명했다.손마마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찌 없겠사옵니까? 다만 장부 관리자가 지금 마침 자리에 없어…… 그래서 잠시 드리지 못할 뿐이옵니다.”최씨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사람을 보내 장부 관리자를 데리고 오십시오. 저는 먼저 청여를 보러 가겠사오니, 은화를 마련하여 문희거로 가져다주시면 대신 다녀오겠사옵니다. 사돈 간에 이 정도 수고는 도리상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말을 마치자마자 최씨는 가볍게 절을 하고 나갔다. 뜰을 나서며 그녀의 입가에는 싸늘한 미소가 번졌다. 감히 약값을 내달라는 말을 하다니.. 도대체 어찌 그리도 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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