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정말 마지막 남은 희망까지 사라져 버렸다. 지친 나날들, 숨이 막힐 듯한 시어머니와 동서, 그리고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 남자들, 거기에 길상거에 틀어박혀 있다가 가끔 나와서 물건을 빼앗아 가는 악녀 이방까지. 이 집은 더는 쉴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마치 새장과도 같았다.그녀는 노부인의 방으로 끌려가 침대 옆에 억지로 무릎을 꿇었다. 그녀는 망연히 고개를 들어 시아버지와 전북망을 보았는데, 두 사람의 표정에는 그녀를 탓하는 기색이 담겨 있었다.다시 남편인 전북경을 보자 그의 눈에도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 그는 그녀의 따귀를 한 대 때리고는 김순희에게 사과했다.“어머니, 부디 화를 푸십시오. 제가 이미 훈계했으니 앞으로는 절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아들의 진심 어린 사과에 그제야 김순희는 민소진을 용서했다. “됐다. 어차피 저 아이는 귀족 출신이 아니라 손이 작고 궁상맞은 것도 어쩔 수 없지.”민소진은 뺨의 통증보다 마음의 고통이 더 컸지만 결국 무뎌지는 자신을 느꼈다.다음 날 새벽, 장을 보러 가는 하인이 일어나 고기를 사러 나가려는데 열린 뒷문으로 차가운 바람이 훅 들어왔다.“아니, 대체 누가 뒷문을 잠그지 않은 것이야? 이렇게 덤벙대서야. 뭐라도 잃어버리면 어쩌려고 그래!” 하인은 투덜거리며 외투를 여미고 뒷문을 닫더니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중얼거렸다.“날이 점점 더 추워지네. 올해 겨울옷은 왜 아직도 안 나오는 거지?”그는 낡은 뜰로 나가 수레를 밀고 골목길로 발걸음을 옮겼다.민소진이 보이지 않았지만 전북경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매일 일찍 일어나 어머니의 방으로 가곤 했으니 말이다.어젯밤 한바탕 훈계했으니 더 부지런히 행동할 것이라 여겨 마음 한편이 편해진 것 이다.그러면서 자기는 둘째와 다르게 아내에게 휘둘리기는커녕, 아내를 손안에 꽉 잡고 있다고 우쭐렁거렸다. 곧이어 남자들은 각자 관청이나 당직을 위해 떠났고, 얼마지나지 않아 김순희가 크게 화를 내며 말했다. “내 아침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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