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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8화

작가: 유애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1-08 19:17:16
송석석은 민 씨와 1년 동안 동서지간으로 지냈던 기억을 더듬었다. 사실 송석석은 기억을 떠올리지 않아도 민 씨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

민 씨는 나약하고 겁이 많아서 장군부에서 가장 괴롭히기 쉬운 상대이다.

민 씨도 지금 장군부의 상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것이다. 전 씨 노부인의 병은 줄곧 낫지 않지, 왕청여는 임신 중이라 시중을 들 수 없었다. 심지어 이방은 매일 길상거에 숨어서 나오질 않으니 지금 노부인을 시중들 수 있는 사람은 민 씨밖에 없었다.

예전에 송석석이 장군부에 있을 땐 주로 그녀가 노부인을 시중들었다. 하지만 그땐 노부인이 송석석을 귀찮게 굴었지만 혼수 때문에 그녀를 난처하게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민 씨는 달랐다.

“아마도 억울해서 그랬겠지?”

송석석이 묻자 시만자가 동의했다.

“하긴, 당연히 억울하겠지. 근데 얼마나 억울하면 한밤중에 뛰쳐나왔을까? 양마마의 말로는 장군부에서 버틸 수 없다면 다른 살길도 없다던데. 염 선생이 이미 찾으러 갔고, 나도 홍시에게 장군부에서 사람을 파견해 민 씨를 찾고 있는지 알아보라고 했어. 장군 부인이 사라졌으니 그들도 매우 조급해 할 것이야.”

송석석이 말했다.

“하긴, 그들이 민 씨를 중시하진 않지만 지금으로선 정말 그녀가 없으면 안 되니까.”

하지만 송석석은 내심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민 씨가 왜 국공부 앞에 앉아 있었을까? 나를 찾으려면 북명황실로 와야 한다는 걸 그녀도 알고 있었을 텐데.’

송석석은 입맛은 없지만 살기위해 어쩔 수 없이 시만자와 함께 식사를 했는데, 그와 달리

시만자는 아침도 먹지 못한 탓에 엄청 많이 먹었다.

저녁 식사 후 홍시가 와서 전했다.

“장군부에서는 사람을 파견하지 않았고 둘째 노부인이 하인들을 보내 알아보라고 했답니다.”

송석석은 둘째 노부인은 이미 큰 집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하인을 보내 민 씨를 찾으라고 한 것을 보면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잠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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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째 노부인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처음엔 나도 몰랐단다. 그리고 지금 난 큰 집 일을 상관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진작에 살림을 따로 하고 싶었지만 사람들이 우리 전 씨 가문이 단합하지 않는다고 수군거릴까 봐 그만두었던 것이다. 요즘 장군부에 일이 많았는데 왕청여가 임신한 후 명목상으로만 안주인이지, 실제로는 민 씨가 모든 일을 관여하고 있다네. 다만 은자를 받을 때만 왕청여의 허락을 받아야 했는데 그동안 노부인의 병세가 심각해져 민 씨가 곁에서 시중을 들었단다. 하지만 노부인의 성질을 너도 잘 알지 않느냐? 그는 본래부터 민 씨를 얕잡아 보며 무슨 일을 해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단다.” 송석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민 씨의 처지를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 민 씨가 사라진 후 장군부를 샅샅이 뒤져도 찾지 못하자 나한테 와서 민 씨를 숨겼다고 사람을 내놓으라고 하질 않던가? 내가 없다고 했는데도 믿지 않다가 내가 화를 내자 그제야 알겠다 하더군. 나중에 어떻게 된 것인지 알아보니 민 씨와 왕청여가 돈 때문에 한바탕 싸웠다고 했다. 왕청여가 민 씨보고 가문을 관리하면 전북망의 봉록을 3성을 준다고 하자 싸움이 일어난 것이지. 왕청여는 울며불며 민 씨가 자기를 죽이려고 한다며 가위를 민 씨에게 쥐여주며 자신의 배를 찌르라고 협박까지 했다지!” 둘째 노부인은 민 씨가 큰 노부인과 전북경이 민 씨의 따귀를 때렸다며 자기가 알고 있는 사실을 모두 송석석에게 알려주었다. “그걸 알고 나니 나도 좀 불안하긴 했지만 큰 노부인이 멀리 가지 못할 것이라며 찾지 않아도 된다고, 밖으로 뛰쳐나가 사람들에게 겁을 주려고 하는 것이라며 돌아오면 혼내겠다고 하더군. 민 씨가 아무리 억울해도 집을 뛰쳐나간 적은 없지 않았니? 그래서 나는 이상하게 생각하고 무슨 일이 생길까 봐 사람을 보내 찾아보라고 했던 것이었단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 장군부가 해도 해도 너무한 거 아닙니까?!” 시만자는 탁자를 치며 화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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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840화

    약왕당의 점원은 민 씨와 잘 아는 사이라 어제의 상황을 사실대로 말해주었다. “내 추측에 의하면 그녀는 전당포에서 장신구를 전당하고 온 것 같았습니다. 그녀는 들어올 때 정신이 하나도 없었는데 내가 그녀 손에 쥐고 있던 종이조각을 보니 만보당의 전당표였습니다. 그녀는 심고환을 일곱여덟 알을 달라고 했지만 나는 두 알이면 충분하다고, 하나는 출산할 때 사용하면 되고 하나는 산후조리 때 사용하면 되니 많이 살 필요 없다고 했습니다.” “그녀가 울었던 건 맞소?” “예, 분명히 울었습니다. 그녀가 들어올 때 눈물이 마르지도 않았으니까요.” “알려줘서 고맙소.” 송석석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시만자를 데리고 만보당으로 갔다. 그녀가 관복을 입고 어제 장군부의 큰 부인이 전당포에 왔다 간 일을 묻자 조봉은 그녀가 전당 한 물건을 꺼냈다. 송석석은 물건을 보더니 자기가 예전에 민 씨에게 선물한 것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조봉은 송석석에게 말했다. “그녀가 나중에 되찾아 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그녀가 전당 할 때까지만 해도 장신구를 되찾을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을 품고 있었는데 나중에 돌아가서 꾸중을 듣고 뺨까지 맞으며 심지어 이혼이라는 말을 듣자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집을 뛰쳐나왔던 것이다. 민 씨는 겁이 많고 어둠을 두려워하는 여자였기기에, 송석석은 그런 사람이 한밤중에 집을 나왔다는 건 엄청 큰 충격을 받았다는 뜻이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 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큰 진성에서 민 씨는 대체 어디로 갔을까? 장군부에서 신고를 하지 않았으니 경위와 순방영에게 찾으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송석석은 사람을 파견해 민 씨의 친정에 가서 그녀가 돌아갔는지 확인하게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보냈던 사람이 돌아와서 민 씨의 친정에 자물쇠가 잠겨 있었는데 녹이 슨 것을 보아 오랫동안 사람이 오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성문 쪽에도 물어보았는데 오늘 아침 혼자 성을 나간 여자는 없었다고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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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841화

    그러자 송석석의 얼굴에 순식간에 화색이 돌았다. “정말 찾았다는 것이냐? 그녀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 필명은 허리를 굽히고 두 손을 무릎에 괴더니 숨을 크게 쉬며 말했다. “예, 단혼교에서 찾았습니다. 근데 빨리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녀가 다리에서 뛰어내리려는데 저희가 도무지 설득할 수 없어서요. 그저 대인님을 만나겠다고만 해서 급히 왔습니다. 바람이 너무 세서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러자 전북망이 놀라며 물었다. “뭣이오? 왜 다리에서 뛰어내리려는 것이오?!” 송석석은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곧장 뛰어나가며 외쳤다. “어서 말을 준비하거라!” 단혼교는 진성의 서북쪽에 있었는데 아래에는 동림강이라 불리는 강물이 급하게 흘렀다. 동림강은 단혼교 일대에서 매우 세차게 흘렀는데 상류가 넓고 하류가 좁은 데다 가파르기까지 해서 물살이 매우 거칠었다. 그렇기 때문에 다리에서 떨어지면 거의 살 수 없다고 보면 된다. 그 다리는 원래 동림이교라고 불렀었는데 이런 이유 때문에 백성들이 단혼교라고 불렀던 것이다. 전북망은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필명에게 사람을 시켜 장군부로 가서 형님에게 알리라고 부탁하고는 바로 말을 타고 단혼교로 향했다. 시만자는 이미 멀리 달려간 뒤였다. 그녀는 가는 길에서 필명을 만났는데, 민 씨가 단혼교에서 뛰어내리려고 한다는 말을 듣고 먼저 단혼교로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시만자가 단혼교에 막 도착했을 무렵에 해가 방금 져서 하늘에는 붉은 노을만이 남아있었다.해질 무렵의 단혼교는 바람이 차고 강물은 세차게 흘러 특히 아름다웠다. 하지만 다리 위에 흔들리는 사람이 서 있다면 아름다운 게 아니라 무서운 풍경이었다. 시만자가 도착했을 땐 놀라서 혼비백산할 뻔했다. 왜냐하면 민 씨가 서 있는 곳이 다리 가운데 기둥이 있는 자리였는데 그 자리엔 그녀가 겨우 서있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좁았다. 게다가 바람이 너무 거세서 그녀는 정신이 혼미한 듯 덜덜 떨며 휘청거렸고, 덮은 망토는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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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842화

    그러자 경위 한 명이 즉시 횃불을 찾으러 갔다. 시만자는 민 씨가 피곤함과 추위에 시달려 눈을 감으려는 것을 보고 온몸을 떨며 급히 소리쳤다. “잠들면 안 됩니다! 송석석을 만나고 싶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석석이가 지금 여기로 오고 있으니 절대로 눈을 감으시면 안 됩니다!” 민 씨는 눈을 떠 아래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았는데, 비록 이곳에 서 있는게 무척이나 두려웠지만 장군부에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자신이 뛰어내리기만 하면 모든 것을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해 이 곳에 온 것인데 거센 바람과 추위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자신이 왜 이곳으로 왔는지도 기억나지 않을 정도였다. 그저 송석석에게 전당표를 건네고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전달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전북망이 송석석과 이혼하려고 할 때 아무 말도 해주지 못했던 것이 미안했고, 송석석이 장군부에 있을 때 자신에게 진심으로 잘해줬던 것이 너무 고마워 이 마음을 전해주고 싶었다. 또한 전당포에 넘긴 장신구를 그녀는 되찾을 기회가 없으니 송석석에게 돌려받으라고 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건 송석석의 물건이기 때문이었다. 다만 은자는 모두 써버려서 송석석이 자신을 탓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렇게 잠시 후 말발굽 소리가 바람소리를 가르며 곧장 단혼교로 달려갔다.송석석이 먼저 도착하자 시만자가 뛰쳐나와 막았고 송석석은 급히 고삐를 잡아당겨 말을 멈추고 뛰어내렸다. 날은 이미 어두워졌다. 두 명의 경위는 손에 횃불을 들고 있었지만 민 씨가 있는 곳을 비추지 못하니 사람들에게 횃불을 더 추가하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송석석은 희미하게 민 씨의 모습을 보았다. 어둠 속에서 그녀의 모습은 더욱 가냘프게 보였고 찬바람에 펄럭이는 망토는 기둥에 걸린 깃발처럼 보였다. “민 언니, 저 송석석입니다!” 민 씨가 송석석의 형수였는데다 지금 자살까지 하려고 하니 송석석은 도저히 민 씨라고 부를 수 없었다. 민 씨는 휘날리는 망토를 당기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울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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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843화

    송석석은 하고 싶은 말들이 순식간에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전북망이 달려가려 하자 시만자가 그의 무릎을 걷어차 버렸다. “안 됩니다! 그녀를 자극하지 마십시오.” 전북망이 넘어지자 시만자는 그의 머리를 누르고 민 씨를 향해 소리쳤다. “이 사람도 무릎을 꿇고 당신에게 사죄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니 무슨 말이 있으면 얼마든지 하십시오. 욕해도 됩니다.” “소용없습니다…!” 민 씨는 울부짖었다. “소용없다고요…! 지금 사과한다고 해도 돌아가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입니다. 난 돌아갈 친정도 없고 돈도 없습니다. 혼수로 가져갔던 장신구마저 모두 팔아 이혼을 한다면 굶어 죽을 것입니다. 그렇게 돼 느니 차라리 지금 죽는 게 나을 것입니다.” “멍청하게 굴지 말고 당신의 아이를 생각하십시오!” 송석석은 시만자에게 눈짓을 보내 전북망을 잡아두고 더 이상 말을 못 하게 했다. “방금 그들이 당신을 때렸다고 했는데, 대체 왜 때린 겁니까? 나한테 말하면 내가 나서서 막아주겠습니다.” 송석석은 말을 하는 동시에 소리 없이 한 걸음 앞으로 걸어 나갔다. 지금 속도대로라면 날아가도 민 씨가 뛰어내리는 것보다 빠르지 못할 것이었다. 민 씨가 뛰어내리기라도 한다면 송석석은 급류 속에서 그녀를 구할 자신이 없었다. “돈 때문입니다…” 민 씨는 여전히 울면서 절망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장군부에서는 내가 뭘 하든 다 틀렸다고만 생각했습니다. 단설환을 살 수 없는 것도, 심고환을 살 수 없는 것도 내 잘못이었습니다. 내가 가문의 생계를 유지하려고 왕청여에게 돈을 달라고 하자 왕청여는 나에게 3성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녀와 이방에게 하인이 너무 많아서 내가 좀 내보내겠다고 하자 그들은 체면을 세워야 한다고 했지요. 하지만 장군부의 체면을 깎을 수 없다면 생계는 누가 유지하겠습니까? 이방을 들일 때 팔 수 있는 모든 산업을 팔았고 왕청여를 들이기 위해 모든 사람이 함께 모은 돈을 다 썼으며 전소환의 혼수를 마련하기 위해 많은 돈을 썼습니다. 돈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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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844화

    송석석은 몸을 돌려 다리 건너편으로 뛰어들어 물을 밟으며 민 씨를 찾으려 했지만 어두운 수면에서 민 씨를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모두 놀라서 어리둥절해졌고 전 씨 가문의 네 명은 그녀가 뛰어들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특히 전북경은 아내의 연약한 성격을 잘 알고 알기에 강에 뛰어들기는커녕 물에 들어가 발을 적실 용기조차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단지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는 것을 보고 송석석과 경위까지 오게 해서 창피하다고 생각해서 그녀를 욕한 것이지, 그녀가 정말로 뛰어들게 하기 위해서는 아니였다. 겁이 많던 사람이 어떻게 감히 급격한 강물에 뛰어들 용기가 생겼는지…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시어머니를 모시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인가? 가문의 생계를 유지하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인가? 왜 다른 여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을 그녀는 할 수 없다고 하는 건가?’ 모두가 놀라서 어쩔 줄을 몰라할 때 송석석은 이미 물살을 따라 내려갔고 시만자도 강둑을 따라 달렸다. 물에 빠지면 위험하니 일 초라도 빨리 구조해야 했다. 전북망도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시만자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지만 그녀는 이미 멀리 뛰어간 뒤였다. 그는 그제야 자신과 송석석과 시만자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깨닫을 수 있었다. 그들은 망설임 없이 사람을 살리려는 생각만으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지만 본인은 아니였다. 송석석은 물결에 떠내려가는 민 씨를 보고 힘을 빌려 허공을 몇 차례 휘젓더니 민 씨 앞에 멈춰 순조롭게 차가운 물결 속의 그녀를 끌어 안았다. 하지만 민 씨를 안은 송석석은 경공을 펼칠 수 없었다. 물살이 너무 센 탓에 그는 먼저 평형을 유지해야 했다. 시만자는 뛰면서 망토를 찢어 묶은 뒤 돌멩이 하나 또한 같이 묶어 송석석에게로 던졌다. 망토 띠가 물결을 따라 떠내려가자 송석석은 한 손으로 민 씨를 안고 한 손으로 망토 띠를 잡아당겨 마침내 평형을 유지했다.송석석은 시만자를 향해 외쳤다. “당겨.” 그러자 시만자는 즉시 다른 쪽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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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845화

    민 씨를 약왕당으로 보낸 후 송석석은 약왕당의 사람들에게 전 씨 가문의 모든 사람을 막고, 민 씨가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로 들여보내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따라간 전 씨 가문의 사람들 모두 약왕당의 사람들에게 가로막혔다. 약왕당의 사람들은 그들에게 지금 환자를 치료하는 중이니 일단 돌아가라고 했다. 하지만 전북경은 굳이 민 씨를 만나야겠다며 싫증을 부렸다. 아무리 설득해도 소용이 없자 약왕당은 4대 금강을 내세워서야 그들을 물리쳤다. 전북망이 움직이지 않자 다른 사람들은 싸울 자격조차 없었다. 그러자 전기가 말했다. “민 씨가 약왕당에 있는 한 위험은 없을 테니 우린 먼저 돌아가자꾸나.” 장군부에서 전기의 존재감은 매우 낮았다. 왜냐하면 그는 일이 있을 때마다 숨어서 한 번도 나선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 그가 입을 열었으니 전북경은 듣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전북경은 전당표를 쥐고 풀이 죽은 채 가버렸다. 그의 마음속엔 막막함과 동시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둘째 동생이 방금 승진했는데 이런 짓을 하면 장군부와 둘째 동생의 앞길을 망치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어째서 좀 이해해 줄 수 없는 것일까? 부귀만 함께 누릴 수 있고 고난은 함께 겪을 수 없다는 것인가? 시어머니가 편찮으면 며느리로서 조금 참아가면서 시중을 드는 게 어때서? 제수씨가 임신 중인데 돈을 좀 더 쓰는 게 어때서? 대체 왜 이렇게까지 따져야 하는 걸까?” 전북경은 순간 자신이 민 씨의 따귀를 때리고 어머니에게 사죄하라고 한 일이 생각났다.송석석이 구해 온 민 씨는 깨어났지만 사레가 들려 계속 기침을 했는데 송석석과 시만자가 보내온 사람이기에 단신의는 병이 남지 않도록 직접 진찰했다. 홍작은 자신의 옷을 가져와 송석석과 시만자에게 갈아입힌 후 그들의 옷을 말렸다. 단신의가 민 씨를 진료한 후 약을 복용하게 하자 민 씨는 많이 좋아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이 흐리멍덩해서 단신의가 몇 번을 불러서야 정신을 차렸다. 단신의는 사람의 병을 고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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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846화

    장군부에서 둘째 집과 이방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큰 집의 사람들이 노부인의 방에 모였습니다. 노부인은 화가 치밀어 오른듯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녀가 강에 뛰어든 것도 모자라 송석석이 그녀를 구했다고? 죽으려면 조용히 죽을 것이지 이렇게 소란을 피우기나 하고! 누구를 협박하려는 것인가? 누가 그녀에게 시켜서 그런 게 분명하다. 우리 장군부가 대체 언제 그녀를 박대했던가? 능력도 없고 친정에 기댈 곳도 없는 여자를 굳이 데리고 와 내 옆에서 병시중을 좀 들라고 했다고 마치 큰 억울함을 당한 것처럼 죽으려고 하다니. 소문이라도 나면 사람들이 내가 악독한 시어머니라고 여길 것 아니냐? 그녀는 자신이 아니라 날 죽이려고 그런 것이다. 정말로 죽고 싶었다면 사람들 다 보는데서 난리 피우지 않고 진작에 뛰어내렸겠지!” 전북경은 방금 겪은 일 때문에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민 씨가 뛰어내리던 순간, 그는 똑똑히 보았다. 그건 절대로 어머니의 말처럼 죽는시늉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당시 밤이 어두워서 어떻게 구했는지 잘 보지는 못했지만 구조하기도 힘든 상황인건 분명했다. 하지만 전 씨 노부인은 계속 욕설을 퍼부울 뿐이였다. “이러면 우리가 송석석에게 신세를 지게 된 것 아니더냐? 외부인을 도와 우리 가문을 해치다니 죽어도 아쉬울 게 없다. 안 그래도 북망이 송석석의 부하로 굴욕을 당하고 있는데 이제 신세까지 졌으니 시동생을 해치려는 것이 아니라면 무엇인 것이냐? 나도 눈이 멀었지. 애초에 왜 그런 여자를 맏며느리로 선택했을까?” 그러자 전북망은 눈살을 찌푸렸다. “어머니, 그런 말씀 마십시오. 사실 요즘 형수님께서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제가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았는데, 장부에 돈이 없어서 안 그래도 억울한 데다 형님이 그녀의 뺨을 때리고 범인을 호송하듯이 끌고 가서 어머니에게 사죄하라고 했다고 하였습니다. 게다가 청여가 심고환을 사 오라고 하질 않나, 앞으로 3성의 봉급만 준다고 하질 않나…” 그러자 왕청여는 불룩한 배를 내밀고 일어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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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석석은 차분하게 질서를 잘 정돈한 뒤, 학생들과 부모님들을 저택으로 돌려보냈고 비밀을 지켜달라는 얘기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 일은 언젠가 소문이 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그러고는 홍현에게 청작과 경조부의 사람을 불러오라고 했다.이 범인은 약을 먹은 게 확실하기에 반드시 매달아서 심문해야 하며 청작을 통해 무슨 약을 먹었는지 확실하게 알아내야 한다.한편, 도망친 범인들도 오진에게 전부 잡혀왔고 그들은 묶여 있는 중년 남성보다 정신이 훨씬 멀쩡해 보였지만 송석석과 홍현을 쳐다보는 눈빛은 여전히 야릇하고 이글거렸다.송석석은 안여옥을 살포시 안아주었고, 이제서야 평정심을 되찾은 안여옥이 되레 송석석을 위로했다.“괜찮아요. 저 괜찮습니다.”“왜 그런 말을 했어요? 선생님은 지금 자신을 망가트린 거라고요. 이를 어찌하면 좋을까요?”국태 부인이 안쓰러운 표정으로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얼굴이 창백한 안여옥은 가까스로 미소를 지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국태 부인께서 제 걱정을 이리 하시니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전 애초부터 혼인할 생각이 없었고 저에게 있어서 명성은 그저 무거운 짐이었습니다. 이제 그 짐을 벗어 던졌으니 차라리 잘 된 일이지요.”“그렇지만 모든 화를 혼자서 떠안겠다고 하시니… 사람들이 선생님을 어찌 얘기하고 다닐지 걱정됩니다. 선생님 조부께도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할지…”국태 부인은 안씨 어르신과 오랜 인연을 이어왔다. 이번에 안여옥을 여학 선생으로 데리고 올 때에도 안여옥을 잘 보살피겠다고 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안 그래도 몸이 허약하신 안씨 어르신이 이 얘기를 들으면 충격에 쓰러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다들 안여옥을 위로하기 바빴고 안여옥은 많은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쳤다는 생각에 얼른 웃으면서 말했다.“전 정말 괜찮습니다. 그리 큰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사람이 살면서 더한 일도 경험하게 될 텐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안여옥은 연신 괜찮다고 했지만 사람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97화

    이때, 송석석이 서원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조금 전 밖에 있을 때부터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있었다.송석석이 나타나자 부인들은 우르르 몰려가 송석석에게 이제 어떻게 해야 하냐고 닥달했다. 감히 대놓고 따져 묻지는 못했지만 송석석에게 합리적인 설명을 내놓으라는 뜻으로 말하고 있었다.송석석은 겉으로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분통이 터졌다. 여학 마지막 날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오늘 서원 대문이 열려 있었던 이유는 학생들과 데리러 온 가문 사람들이 한꺼번에 우르르 몰려나올 때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인데 범인들이 이 틈을 노리고 학교 안으로 들이닥칠 줄은 몰랐다.이 일은 분명 여학을 겨냥해서 벌인 일이었다.“이 일은 제가 확실하게 처리하겠습니다.”송석석의 말에 부모들이 너도나도 한 마디씩 보탰다.“왕비님,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하실 겁니까?”“그러게요.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였고 쳐다보는 눈이 이렇게 많은데 이 많은 입들을 다 단속할 수 있습니까? 소문이 이상하게 퍼지면 없는 사실도 있는 일처럼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여학에 호위병을 좀 많이 세워둬야 하는 거 아닙니까?”한편, 안여옥은 송석석이 궁지로 몰리자 얼른 눈물을 닦은 뒤, 벌떡 일어나 큰소리로 말했다.“여러분, 걱정하시 마십시오. 한 명도 다친 학생이 없습니다. 저 범인은 그저 저를 잠깐 껴안았을 뿐이지 다른 학생을 해치지 못했습니다.”안여옥의 말에 현장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고 다들 안여옥이 이 일을 이렇게 대놓고 얘기할 줄은 몰랐다.범인이 안여옥을 껴안은 게 사실이라고 해도 이를 숨겨야 하는데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얘기한단 말인가?그러다가 소문이라도 나면 안여옥은 평생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면서 살게 될 수도 있다.이때, 정신을 번쩍 차린 국태 부인이 다급하게 부인했다.“선생님은 범인에게 당하지 않았습니다. 함부로 그런 얘기하지 마세요. 범인은 선생님에게 손을 댈 기회가 없었습니다.”하지만 안여옥은 국태 부인의 말을 따르지 않았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96화

    서원에 비명소리가 점점 더 커졌고 홍현은 왕지아를 달랜 뒤 바로 서원으로 뛰어갔다.“함부로 돌아다니지 말고 잘 숨어있으렴.”한편, 서원 안에서 너무 놀란 국태 부인과 정 부인은 재빨리 딸들을 등 뒤로 숨겼고 안여옥과 무씨 아가씨는 손에 긴 몽둥이를 들고 덜덜 떨면서 들이닥친 남자들을 향해 휘둘렀다.두 선생님은 혹시라도 뒤에 있는 여학생들이 다칠까 봐 최선을 다해 막았지만 힘이 부족했다.이때, 한 남자가 주창우를 향해 덮쳤고 화들짝 놀란 주창우가 비명소리를 지르자 안여옥은 몽둥이로 남자를 내리쳤다. 하지만 남자는 겁을 먹긴 커녕, 되레 사악하게 웃으며 안여옥을 향해 달려갔다.홍현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안여옥은 남자에게 강제로 안겨 있었고, 그 남자는 심지어 입을 맞추려고 했다. 겁에 질린 안여옥은 미친 듯이 발버둥쳤지만 힘으로는 이길 수 없어, 결국 손톱으로 남자의 얼굴을 할퀴었다.미간을 확 찌푸린 홍현은 바로 달려가 한 손으로 남자의 등을 확 잡더니 그를 바닥에 내리꽂았고 발로 남자의 배를 힘껏 짓밟았다.극심한 고통에 남자는 바닥을 굴러다녔고 홍현은 무씨 아가씨 손에서 몽둥이를 낚아채더니 남자들을 향해 무섭게 공격했다.안여옥을 침범하려고 했던 남자는 홍현이 휘두른 몽둥이에 다리뼈가 부러졌고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바로 이때, 딸을 데리러 온 가문들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어떻게 된 거예요? 왜 학교 안에 남자들이 들이닥친 겁니까?”서원 안으로 몰려든 사람들은 바닥에 누워 비명을 지르는 남자를 쳐다보았고 여학생들은 너무 큰 충격에 다들 넋이 나간 상태였다.그러다가 부모님을 발견한 여학생들은 엉엉 울면서 각자 가족의 품으로 달려갔다.“어머니, 아버지, 너무 무서워요! 저 남자들이 갑자기 서원으로 뛰어들어와서 안 선생님을 강제로 안았어요.”사람들은 이내 안여옥에게 고개를 돌렸다. 머리가 헝클어진 안여옥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무씨 아가씨 품에서 온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경험이 많은 국태 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95화

    송석석은 이 사실을 염 선생에게 알리자, 염 선생은 흠칫하다가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사국 사람들이 어떻게 진성에 진입하게 된 거죠? 심지어 이곳에서 살고 있다니.”송석석이 대답했다.“그래서 나머지 남풍관도 확실하게 조사해봐야 할 것 같아. 그리고 남풍관 주인장도 만나봐야지. 주인이 사국 사람들을 거둬서 남풍관에서 장사를 하는 거니까 아무것도 모르지는 않을 거야.”사국 사람들이 언제 진성에 왔고 누가 데리고 왔으며 무슨 목적으로 온 건지 확실하게 알아내야 했다. 송석석은 나머지 남풍관을 직접 방문해서 조사할 생각이었고, 시만자와 왕이장도 함께 했다.그렇게 며칠 동안 송석석은 남풍관 다섯 군데를 돌아다녔다. 그중 세 군데에 사국 사람들이 있었고 총 열다섯 명이었다.호흡 방식이나 걸음걸이로 보면 열다섯 명 전부 무술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확실히 사국 사람들 외모는 아니었으며 보통 몸매의 남강 사람들 같았다.보아하니 신경 써서 고른 듯했다.불빛이 어두운 환경에서는 사국 사람들을 알아보기 어려웠으며 더군다나 그들은 상국 말을 유창하게 쓰고 있었기에 아무도 의심하는 사람이 없었다.그리고 세 가게의 주인은 동일인이었으며 그자가 바로 광릉후의 향봉천이다.상의 끝에 송석석 일행은 섣불리 움직이는 대신 사람들을 시켜 몰래 남풍관 가게들을 지켜보라고 했으며 그들의 진정한 목적을 알아내려 했다.그리고 염 선생은 광릉후를 다시 한번 제대로 조사하기 시작했다.광릉후의 향봉천은 남색을 즐기는 자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자를 싫어하지는 않았다. 평범한 사내들과 똑같이 혼인하여 아이도 낳고 첩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향회옥이 바로 향봉천의 막내딸이었다. 사람들은 새로운 사실에 조금 놀란 눈치였다. 평소에 광릉후 사람들의 행실이 조용하고 눈에 잘 띄지도 않았으며 향회옥이 가끔 제자예와 함께 여학에서 문제를 일으킨 것 외에는 그 어떤 추문도 없었다.하지만 그렇게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해 보이는 광릉후에서 남풍관을 세 군데나 운영하고 있는 것도 모자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94화

    송석석은 시만자를 의자에 앉히며 대답했다.“오사형이 아주 고맙게 생각하겠네. 하지만 난 맞추고 싶지 않아. 그래서 누굴 봤는데?”“빅토르! 그래, 맞아! 빅토르를 봤어! 그것도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의 빅토르를 봤지!”시만자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고 송석석은 이마를 꾹꾹 누르며 다시 물었다.“여러 명의 빅토르를 본 거야 아니면 빅토르를 닮은 사람이 여러 명 있었던 거야? 너 대체 술을 얼마나 마셨길래 이렇게 취한 거야?”“빅토르… 아니야. 빅토르보다 젊었어.”시만자가 머리를 휘청거리며 대답했고 송석석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빅토르를 닮았다는 거지? 그럼 사국 사람들이네?”사국과 상국은 아직 길이 통하지 않았기에 사국 사람들이 상국에 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사국 사람들이 진성에 나타난 것도 모자라 진성에서 살고 있다니.이때, 시만자가 꼬인 혀로 힘겹게 대답했다.“맞… 맞아. 사국 사람들이야. 그런데 어떻게 진성에 사국 사람들이 살고 있는 거지? 남풍관에 숨어 있었는데 왜 남풍관에 갔던 손님들은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않았던 걸까? 내가 그 사람들을 봤다는 건 다른 손님들도 다 봤다는 뜻인데.”송석석은 조금 불안했다. 남풍관을 방문한 손님들은 절대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남풍관에 갔었다고 얘기하지 않을텐데 말이다. 하지만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사국 사람들이 언제 진성에 몰래 들어왔냐는 것이다. 그들은 남풍관에 숨어 있었기에 아무도 그들을 발견하지 못했다.진성에 남풍관이 몇 개가 있지만 전부 비밀리에 운영되고 있었다. 선황제가 확실한 금지령을 내렸기에 엄격하게 조사했지만 숙청제가 황위에 오르고 나서 더 이상 이런 일에 신경을 크게 쓰지 않았다. 물론 엄하게 다루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권장하지도 않았다. 분위기는 선황제 때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웠지만 남색은 여전히 이 나라에서 용납되지 않기에 아무도 대놓고 얘기하는 사람은 없었다.언급하는 사람이 없어서 아무도 주의 깊게 지켜보지 않았다.한편, 시만자는 털썩 눕더니 바로 잠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93화

    송석석은 사여묵에게 항상 안전에 조심하고, 스쳐가는 여인들에게 관심을 가지지 말라며 신신당부했다.사여묵은 질투를 하는 듯한 송석석의 모습에 기분이 좋아서 환하게 웃으며 대꾸했다.“내 절대 눈길도 안 줄 테니 걱정하지 마시오.”조금 뒤, 사여묵은 몽동이와 장대성을 데리고 길을 떠났고 혜 태비는 아들의 뒷모습을 몇 번 쳐다보고는 이내 돌아서서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염 선생과 양 마마도 돌아갔고 송석석과 시만자만 문 앞에 서서 사여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마음이 허전해?”시만자가 송석석의 어깨를 툭 치며 물었고 송석석은 울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조금.”송석석과 사여묵은 혼사를 치르고 나서 계속 각자 일로 바빴지만 거의 매일 밤 함께 보냈기에 하루도 못 보는 날이 없었다.그런데 최소 두 달은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져 송석석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두 달이 참 길게 느껴지네.”“두 달이 길어? 2년도 아니고.”시만자가 송석석의 어깨를 팔로 감싸더니 말을 이어갔다.“내가 보기엔 넌 이 두 달 동안 자유를 만끽해야 돼. 서방이 곁에 없으니 하고 싶은 건 다 해봐야지. 나중에 널 데리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좋은 데도 같이 가야겠네! 내가 왕이장한테서 들었는데 진성에 꽤 괜찮은 주막들이 있대. 한 번쯤 가보고 싶었는데 전에는 북명왕이 있어서 널 부르기 조금 미안했지. 이제 됐네. 두 달 동안 자유이니까 마음껏 즐기자고.”“무슨 주막이길래 서방이 있을 땐 날 못 부른 것이냐? 왕경루 음식보다 맛있어?”의아한 듯 묻던 송석석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됐어. 나 지금 입맛이 없어서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아.”“그런 거 아니야! 남풍관이라고 남자들이 장사를 하는 곳이야. 그러니까 우리가 남장을 해서 들어가면…”시만자가 입꼬리를 씩 올리며 말하자 송석석이 걸음을 턱 멈추었다.“뭐야? 너 가봤어? 오사형이 널 데리고 간 거야? 오사형은 지금 어디 있어?”“그자가 날 데리고 가진 않았지. 그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92화

    사여령이 대리사를 나올 땐 허리를 쫙 편 채 눈빛이 단호하고 당당한 모습이었다. 조금 전, 사여묵이 마지막에 그에게 했던 한 마디 덕분이었다.“네가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들었어. 조금만 더 노력하고 버티면 내가 승진을 시켜줄게.”그 순간, 사여령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지금까지 어머니를 제외하고 아무도 그의 능력을 인정해준 적이 없었으며 그를 진심으로 칭찬해준 사람도 없었다.어머니가 사여령을 칭찬하긴 하지만 그건 대부분 위로였다. 어렸을 때부터 문무가 모두 약했던 사여령에게 어머니는 항상 칭찬으로 자신감을 북돋아주었고 나중에 크면 잘하게 될 거라고 위로했다.하지만 그건 그저 위로일 뿐, 인정은 아니었다.지금, 사여령은 진정한 인정을 받았고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으며 이 길을 계속 갈 수만 있다면 지금보다 더 노력할 자신이 있었다.사여령은 어렸을 때부터 부왕의 예쁨을 받지 못했고 통방이 낳은 자식이라며 늘 차별을 받았었다.그때 당시 부왕은 통방에게 회임하지 못하도록 약을 먹였는데 어찌된 일인지 결국 통방이 회임을 하게 되었고 부왕은 바로 통방에게 낙태약을 먹였지만 어머니의 노력으로 사여령의 친모는 결국 아이를 낳게 되었다.사여령의 어머니는 연왕이 체면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일부러 대놓고 갓난 사여령을 저택으로 데려왔고 연왕은 아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때부터 사여령의 어머니는 연왕에게 미운 털이 박히게 된 것이다.이런저런 생각에 사여령의 발걸음도 몹시 가벼워졌다. 비록 아버지를 배신했다고 하지만, 심리적으로 부담이 되지도 않았고 미안한 마음도 들지 않았다.사여령이 미안한 건 어머니가 청목암으로 보내졌을 때 따라가지 않았던 점이었다.아버지라는 사람은 아들에게만 몹쓸 짓을 저질렀을 뿐만 아니라 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에도 빨리 죽지 않는다고 욕설을 퍼부었다.한편, 북명황실 의사당 안의 불빛은 밤새 꺼지지 않았다.사여령한테서 들은 정보에 의하면 노주 한 곳만이 아니며 사여령의 정보도 부족한 부분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91화

    사여령은 한참동안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 채 주먹만 꼭 쥐고 있었고 손바닥에는 어느새 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사여령은 이제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대리사 감옥 관리자가 되고 나서 사여령은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 속으로 수천 수백 번을 생각했지만 확실한 답을 얻지 못했다.나중에 진소경이 사여령의 고민을 눈치채고 사여령에게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눈앞에 닥친 일만 잘 해내면 된다고 방법을 제시했기에 사여령은 그 뒤로부터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았다.여태까지 답을 얻지 못했기에 갑작스러운 사여묵의 물음에 넋을 잃은 채 앉아있던 사여령은 위엄이 넘치는 사여묵 눈빛에 머릿속이 하얘졌다.덜컥 겁이 난 사여령은 본능적으로 대답했다.“노주에 병사가 정확하게 얼마나 많은지는 모릅니다.”“넌 그걸 어떻게 알았어?”사여묵이 물었고 사여령은 노주에 병사가 있다는 사실을 얘기한 뒤 오히려 마음이 많이 진정되었다.선택을 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사여령이 솔직하게 대답했다.“연주의 왕부에 서재가 두 층으로 되어 있습니다. 전 평소에 2층에서 책을 보는데 가끔 하루 종일 2층에 있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들이 아래층에서 얘기하는 걸 들은 적이 몇 번 있습니다. 바로 아래층에서 얘기하고 있었지만 서재가 너무 큰 탓에 정확하게는 듣지 못했습니다. 노주에 대한 얘기가 몇 번 나왔고 노주 외에도 옹현, 간현, 부현 그리고 나현 등 지역도 언급된 적이 있습니다. 그 외에 다른 지역도 있는데 지역명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번에는 식량을 노주에 가져가야 한다는 말도 들었습니다.”사여묵은 미간을 찌푸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뭔가 이상한데? 연왕이 여러 지역에서 병사를 키우고 있다고? 그럼 세력이 대체 얼마나 큰 거지? 병사를 키운다는 게 점포를 여는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닌데 식량과 무기 공급은 문제가 없는 건가?’사여묵이 사전에 조사한 정보에 따르면 연왕에게는 그럴 만한 세력과 재력이 없었다.옹현과 간현은 그럴 가능성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90화

    북명왕 저택에는 호위병 외에 따로 비밀 호위무사를 양성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밖에서 정보를 캐내는 무술 실력이 강한 부하들이 몇 명 있긴 했지만 다들 매우 바빴기에 거의 한 달에 한번 저택으로 돌아와 얻은 정보를 보고하곤 했다.물론 정탐조도 있지만 이들은 적의 동향을 살피는 자들이기에 사적인 일로 움직일 수 없었다.비밀 호위무사를 두지 않은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 이유는 사여묵이 남강에 파견되기 전에 이미 큰 전공을 세웠고 현갑군도 거느리고 있었기에 선황제는 사여묵이 저택에 너무 많은 부병을 두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두 번째 이유는 사여묵이 남강 전쟁에 투입되고 나서 이런 부분에 신경 쓸 겨를도 없었기에, 전쟁을 승리하고 돌아왔을 땐 황제의 의심과 경계 때문에 더더욱 비밀 호위무사를 키울 수 없었다.지금 만약 황제가 대외적으로 사여묵을 노주로 정찰을 보낸다고 발표한다면 현갑군에서 병사들을 보낼 수 있지만 아무도 모르게 가는 것이기에 저택에 있는 사람들만 데리고 갈 수 있었다.“제가 같이 갈까요?”송석석의 물음에 사여묵은 피식 웃으며 송석석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괜찮소. 위험한 건 아니오. 그저 정보만 수집하는 일이라 몸을 쓸 일은 없소. 몸을 써야 한다면 우리 몇 명만 가지도 않았을 것이오. 그리고 이제 연말이라 경위부도 사건 사고가 많을 테니 이곳을 지키는 게 좋겠소.”사여묵이 말한 것처럼 연말에 경위부와 순방영은 평소보다 훨씬 일이 많았기에 송석석이 간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하지만 몇 명만 보내기엔 도무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다음날, 이 사실을 전해 들은 심청화는 10일 뒤면 서원도 수업이 끝나니 며칠 앞당겨서 사여묵과 함께 떠날 수 있다고 했다.심청화가 함께 간다고 하니 송석석은 훨씬 마음이 놓였지만 그래도 이 일은 국태 부인과 상의를 해야 한다.심청화가 국태 부인에게 찾아가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다들 동의했으며 출발까지 아직 3일이나 남았으니 서원 시험만 보면 된다고 했다.심청화는 당연히 진짜 행방을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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