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Chapter 841 - Chapter 850

1184 Chapters

제841화

그러자 송석석의 얼굴에 순식간에 화색이 돌았다. “정말 찾았다는 것이냐? 그녀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 필명은 허리를 굽히고 두 손을 무릎에 괴더니 숨을 크게 쉬며 말했다. “예, 단혼교에서 찾았습니다. 근데 빨리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녀가 다리에서 뛰어내리려는데 저희가 도무지 설득할 수 없어서요. 그저 대인님을 만나겠다고만 해서 급히 왔습니다. 바람이 너무 세서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러자 전북망이 놀라며 물었다. “뭣이오? 왜 다리에서 뛰어내리려는 것이오?!” 송석석은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곧장 뛰어나가며 외쳤다. “어서 말을 준비하거라!” 단혼교는 진성의 서북쪽에 있었는데 아래에는 동림강이라 불리는 강물이 급하게 흘렀다. 동림강은 단혼교 일대에서 매우 세차게 흘렀는데 상류가 넓고 하류가 좁은 데다 가파르기까지 해서 물살이 매우 거칠었다. 그렇기 때문에 다리에서 떨어지면 거의 살 수 없다고 보면 된다. 그 다리는 원래 동림이교라고 불렀었는데 이런 이유 때문에 백성들이 단혼교라고 불렀던 것이다. 전북망은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필명에게 사람을 시켜 장군부로 가서 형님에게 알리라고 부탁하고는 바로 말을 타고 단혼교로 향했다. 시만자는 이미 멀리 달려간 뒤였다. 그녀는 가는 길에서 필명을 만났는데, 민 씨가 단혼교에서 뛰어내리려고 한다는 말을 듣고 먼저 단혼교로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시만자가 단혼교에 막 도착했을 무렵에 해가 방금 져서 하늘에는 붉은 노을만이 남아있었다.해질 무렵의 단혼교는 바람이 차고 강물은 세차게 흘러 특히 아름다웠다. 하지만 다리 위에 흔들리는 사람이 서 있다면 아름다운 게 아니라 무서운 풍경이었다. 시만자가 도착했을 땐 놀라서 혼비백산할 뻔했다. 왜냐하면 민 씨가 서 있는 곳이 다리 가운데 기둥이 있는 자리였는데 그 자리엔 그녀가 겨우 서있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좁았다. 게다가 바람이 너무 거세서 그녀는 정신이 혼미한 듯 덜덜 떨며 휘청거렸고, 덮은 망토는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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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2화

그러자 경위 한 명이 즉시 횃불을 찾으러 갔다. 시만자는 민 씨가 피곤함과 추위에 시달려 눈을 감으려는 것을 보고 온몸을 떨며 급히 소리쳤다. “잠들면 안 됩니다! 송석석을 만나고 싶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석석이가 지금 여기로 오고 있으니 절대로 눈을 감으시면 안 됩니다!” 민 씨는 눈을 떠 아래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았는데, 비록 이곳에 서 있는게 무척이나 두려웠지만 장군부에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자신이 뛰어내리기만 하면 모든 것을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해 이 곳에 온 것인데 거센 바람과 추위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자신이 왜 이곳으로 왔는지도 기억나지 않을 정도였다. 그저 송석석에게 전당표를 건네고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전달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전북망이 송석석과 이혼하려고 할 때 아무 말도 해주지 못했던 것이 미안했고, 송석석이 장군부에 있을 때 자신에게 진심으로 잘해줬던 것이 너무 고마워 이 마음을 전해주고 싶었다. 또한 전당포에 넘긴 장신구를 그녀는 되찾을 기회가 없으니 송석석에게 돌려받으라고 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건 송석석의 물건이기 때문이었다. 다만 은자는 모두 써버려서 송석석이 자신을 탓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렇게 잠시 후 말발굽 소리가 바람소리를 가르며 곧장 단혼교로 달려갔다.송석석이 먼저 도착하자 시만자가 뛰쳐나와 막았고 송석석은 급히 고삐를 잡아당겨 말을 멈추고 뛰어내렸다. 날은 이미 어두워졌다. 두 명의 경위는 손에 횃불을 들고 있었지만 민 씨가 있는 곳을 비추지 못하니 사람들에게 횃불을 더 추가하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송석석은 희미하게 민 씨의 모습을 보았다. 어둠 속에서 그녀의 모습은 더욱 가냘프게 보였고 찬바람에 펄럭이는 망토는 기둥에 걸린 깃발처럼 보였다. “민 언니, 저 송석석입니다!” 민 씨가 송석석의 형수였는데다 지금 자살까지 하려고 하니 송석석은 도저히 민 씨라고 부를 수 없었다. 민 씨는 휘날리는 망토를 당기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울기만 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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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3화

송석석은 하고 싶은 말들이 순식간에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전북망이 달려가려 하자 시만자가 그의 무릎을 걷어차 버렸다. “안 됩니다! 그녀를 자극하지 마십시오.” 전북망이 넘어지자 시만자는 그의 머리를 누르고 민 씨를 향해 소리쳤다. “이 사람도 무릎을 꿇고 당신에게 사죄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니 무슨 말이 있으면 얼마든지 하십시오. 욕해도 됩니다.” “소용없습니다…!” 민 씨는 울부짖었다. “소용없다고요…! 지금 사과한다고 해도 돌아가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입니다. 난 돌아갈 친정도 없고 돈도 없습니다. 혼수로 가져갔던 장신구마저 모두 팔아 이혼을 한다면 굶어 죽을 것입니다. 그렇게 돼 느니 차라리 지금 죽는 게 나을 것입니다.” “멍청하게 굴지 말고 당신의 아이를 생각하십시오!” 송석석은 시만자에게 눈짓을 보내 전북망을 잡아두고 더 이상 말을 못 하게 했다. “방금 그들이 당신을 때렸다고 했는데, 대체 왜 때린 겁니까? 나한테 말하면 내가 나서서 막아주겠습니다.” 송석석은 말을 하는 동시에 소리 없이 한 걸음 앞으로 걸어 나갔다. 지금 속도대로라면 날아가도 민 씨가 뛰어내리는 것보다 빠르지 못할 것이었다. 민 씨가 뛰어내리기라도 한다면 송석석은 급류 속에서 그녀를 구할 자신이 없었다. “돈 때문입니다…” 민 씨는 여전히 울면서 절망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장군부에서는 내가 뭘 하든 다 틀렸다고만 생각했습니다. 단설환을 살 수 없는 것도, 심고환을 살 수 없는 것도 내 잘못이었습니다. 내가 가문의 생계를 유지하려고 왕청여에게 돈을 달라고 하자 왕청여는 나에게 3성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녀와 이방에게 하인이 너무 많아서 내가 좀 내보내겠다고 하자 그들은 체면을 세워야 한다고 했지요. 하지만 장군부의 체면을 깎을 수 없다면 생계는 누가 유지하겠습니까? 이방을 들일 때 팔 수 있는 모든 산업을 팔았고 왕청여를 들이기 위해 모든 사람이 함께 모은 돈을 다 썼으며 전소환의 혼수를 마련하기 위해 많은 돈을 썼습니다. 돈이 없는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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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4화

송석석은 몸을 돌려 다리 건너편으로 뛰어들어 물을 밟으며 민 씨를 찾으려 했지만 어두운 수면에서 민 씨를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모두 놀라서 어리둥절해졌고 전 씨 가문의 네 명은 그녀가 뛰어들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특히 전북경은 아내의 연약한 성격을 잘 알고 알기에 강에 뛰어들기는커녕 물에 들어가 발을 적실 용기조차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단지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는 것을 보고 송석석과 경위까지 오게 해서 창피하다고 생각해서 그녀를 욕한 것이지, 그녀가 정말로 뛰어들게 하기 위해서는 아니였다. 겁이 많던 사람이 어떻게 감히 급격한 강물에 뛰어들 용기가 생겼는지…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시어머니를 모시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인가? 가문의 생계를 유지하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인가? 왜 다른 여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을 그녀는 할 수 없다고 하는 건가?’ 모두가 놀라서 어쩔 줄을 몰라할 때 송석석은 이미 물살을 따라 내려갔고 시만자도 강둑을 따라 달렸다. 물에 빠지면 위험하니 일 초라도 빨리 구조해야 했다. 전북망도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시만자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지만 그녀는 이미 멀리 뛰어간 뒤였다. 그는 그제야 자신과 송석석과 시만자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깨닫을 수 있었다. 그들은 망설임 없이 사람을 살리려는 생각만으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지만 본인은 아니였다. 송석석은 물결에 떠내려가는 민 씨를 보고 힘을 빌려 허공을 몇 차례 휘젓더니 민 씨 앞에 멈춰 순조롭게 차가운 물결 속의 그녀를 끌어 안았다. 하지만 민 씨를 안은 송석석은 경공을 펼칠 수 없었다. 물살이 너무 센 탓에 그는 먼저 평형을 유지해야 했다. 시만자는 뛰면서 망토를 찢어 묶은 뒤 돌멩이 하나 또한 같이 묶어 송석석에게로 던졌다. 망토 띠가 물결을 따라 떠내려가자 송석석은 한 손으로 민 씨를 안고 한 손으로 망토 띠를 잡아당겨 마침내 평형을 유지했다.송석석은 시만자를 향해 외쳤다. “당겨.” 그러자 시만자는 즉시 다른 쪽 끝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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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5화

민 씨를 약왕당으로 보낸 후 송석석은 약왕당의 사람들에게 전 씨 가문의 모든 사람을 막고, 민 씨가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로 들여보내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따라간 전 씨 가문의 사람들 모두 약왕당의 사람들에게 가로막혔다. 약왕당의 사람들은 그들에게 지금 환자를 치료하는 중이니 일단 돌아가라고 했다. 하지만 전북경은 굳이 민 씨를 만나야겠다며 싫증을 부렸다. 아무리 설득해도 소용이 없자 약왕당은 4대 금강을 내세워서야 그들을 물리쳤다. 전북망이 움직이지 않자 다른 사람들은 싸울 자격조차 없었다. 그러자 전기가 말했다. “민 씨가 약왕당에 있는 한 위험은 없을 테니 우린 먼저 돌아가자꾸나.” 장군부에서 전기의 존재감은 매우 낮았다. 왜냐하면 그는 일이 있을 때마다 숨어서 한 번도 나선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 그가 입을 열었으니 전북경은 듣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전북경은 전당표를 쥐고 풀이 죽은 채 가버렸다. 그의 마음속엔 막막함과 동시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둘째 동생이 방금 승진했는데 이런 짓을 하면 장군부와 둘째 동생의 앞길을 망치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어째서 좀 이해해 줄 수 없는 것일까? 부귀만 함께 누릴 수 있고 고난은 함께 겪을 수 없다는 것인가? 시어머니가 편찮으면 며느리로서 조금 참아가면서 시중을 드는 게 어때서? 제수씨가 임신 중인데 돈을 좀 더 쓰는 게 어때서? 대체 왜 이렇게까지 따져야 하는 걸까?” 전북경은 순간 자신이 민 씨의 따귀를 때리고 어머니에게 사죄하라고 한 일이 생각났다.송석석이 구해 온 민 씨는 깨어났지만 사레가 들려 계속 기침을 했는데 송석석과 시만자가 보내온 사람이기에 단신의는 병이 남지 않도록 직접 진찰했다. 홍작은 자신의 옷을 가져와 송석석과 시만자에게 갈아입힌 후 그들의 옷을 말렸다. 단신의가 민 씨를 진료한 후 약을 복용하게 하자 민 씨는 많이 좋아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이 흐리멍덩해서 단신의가 몇 번을 불러서야 정신을 차렸다. 단신의는 사람의 병을 고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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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6화

장군부에서 둘째 집과 이방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큰 집의 사람들이 노부인의 방에 모였습니다. 노부인은 화가 치밀어 오른듯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녀가 강에 뛰어든 것도 모자라 송석석이 그녀를 구했다고? 죽으려면 조용히 죽을 것이지 이렇게 소란을 피우기나 하고! 누구를 협박하려는 것인가? 누가 그녀에게 시켜서 그런 게 분명하다. 우리 장군부가 대체 언제 그녀를 박대했던가? 능력도 없고 친정에 기댈 곳도 없는 여자를 굳이 데리고 와 내 옆에서 병시중을 좀 들라고 했다고 마치 큰 억울함을 당한 것처럼 죽으려고 하다니. 소문이라도 나면 사람들이 내가 악독한 시어머니라고 여길 것 아니냐? 그녀는 자신이 아니라 날 죽이려고 그런 것이다. 정말로 죽고 싶었다면 사람들 다 보는데서 난리 피우지 않고 진작에 뛰어내렸겠지!” 전북경은 방금 겪은 일 때문에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민 씨가 뛰어내리던 순간, 그는 똑똑히 보았다. 그건 절대로 어머니의 말처럼 죽는시늉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당시 밤이 어두워서 어떻게 구했는지 잘 보지는 못했지만 구조하기도 힘든 상황인건 분명했다. 하지만 전 씨 노부인은 계속 욕설을 퍼부울 뿐이였다. “이러면 우리가 송석석에게 신세를 지게 된 것 아니더냐? 외부인을 도와 우리 가문을 해치다니 죽어도 아쉬울 게 없다. 안 그래도 북망이 송석석의 부하로 굴욕을 당하고 있는데 이제 신세까지 졌으니 시동생을 해치려는 것이 아니라면 무엇인 것이냐? 나도 눈이 멀었지. 애초에 왜 그런 여자를 맏며느리로 선택했을까?” 그러자 전북망은 눈살을 찌푸렸다. “어머니, 그런 말씀 마십시오. 사실 요즘 형수님께서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제가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았는데, 장부에 돈이 없어서 안 그래도 억울한 데다 형님이 그녀의 뺨을 때리고 범인을 호송하듯이 끌고 가서 어머니에게 사죄하라고 했다고 하였습니다. 게다가 청여가 심고환을 사 오라고 하질 않나, 앞으로 3성의 봉급만 준다고 하질 않나…” 그러자 왕청여는 불룩한 배를 내밀고 일어서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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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7화

전북망은 힘이 다 빠진듯 어깨가 축 처졌다. ‘또 시작이군.’ 끊임없이 싸우기만 하고 평온한 날이 없는 가문을 보며 그는 순간 형수를 이해했다. 그도 이런 곳에 있고 싶지 않았다. 그가 고개를 들자 마침 아버지가 몰래 나가는 모습을 보았는데 매번 그랬던 것이었다. 처리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기기만 하면 그는 도망가군 했다. 그가 큰형과 셋째 동생을 보니 큰형은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이었고 셋째 동생은 어머니를 위해 나설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북망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소리쳤다. “다들 그만하십시오! 형수가 돌아오면 살림은 여전히 형수에게 맡기고 내 녹봉은 모두 형수님께 맡길 것입니다. 어떻게 지출할지는 형수가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자 왕청여는 단호하고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왜 당신이 두 사람의 몫을 내려는 것입니까?” 그러자 전북망은 더욱 비분을 금지 못했다. “왜냐하면 우리가 돈을 가장 많이 썼고 내가 이 집에 빚진 것이 가장 많기 때문이오.” 그러자 왕청여가 말했다. “그건 당신이 빚진 것이지 내가 빚진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내 봉록으로 갚는다고 하지 않았소?” 전북망은 형수가 강물로 뛰어내리던 모습을 생각하자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굳어졌다. “아무튼 당신은 우리 몫의 월례만 받으면 되오. 매일 먹고 마시는 것은 형수님이 안배하고 당신 방의 하인들의 월례도 저택에서 지급할 것이오. 만약 잘 먹고 잘 살고 싶다면 돈을 아껴 써야 할 것이오. 형수님은 자기가 안 먹더라도 당신을 굶기지는 않을 것이오.” “말도 안 됩니다.”왕청여는 냉소하며 말했다.“난 평서백부의 딸이오. 내가 장군부로 시집온 게 매달 몇 냥의 월례 때문이라고 생각합니까? 나는 당신들과 함께 고생할 수 있어도 내 복중의 아기는 그럴 수 없습니다. 당신이 일 년에 나에게 200 냥을 주지 않으면 나는 이 아이를 낳지 않을 것입니다.”그러자 전노부인이 화가 나서 소리쳤다.“모두 닥치고 나가거라. 북경은 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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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8화

다음날, 전북경은 약왕당으로 민 씨를 데리러 갔지만 약왕당 사람들이 그를 들여보내지 않아 그는 밖에서 한 시진 동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민 씨는 약왕당의 뒤뜰에서 식사를 마치고 조용히 차 한 잔을 마신 뒤 고개를 들어 홍작을 보며 말했다. “이렇게 느긋하게 식사를 하는 것도 참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그러자 홍작이 말했다. “당신만 원한다면 매일 오늘같이 느긋하게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잘 말해두었으니 약왕당에서 이제 당신을 내쫓지 않을 것입니다.” 민 씨는 찻잎 찌꺼기를 보다가 한참 뒤에야 일어나서 말했다. “나 그 사람과 돌아가야겠습니다.” 그러자 홍작이 말했다. “잘 생각하신 겁니까? 지금 돌아간다고 해도 그들이 당신에게 잘 대해주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언젠간은 돌아가야 할 것입니다.” 민 씨는 눈시울을 붉히고 웃으며 말했다. “홍작 선생님,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별말씀을요. 그 사람은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내가 약을 좀 지어줄 테니 돌아가서 복용하십시오.” “아닙니다. 전 이제 괜찮아져 굳이 약 먹을 필요까진 없습니다.” 민 씨는 밖으로 나가 아치 쪽으로 가더니 홍작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제 이름은 민소진입니다.” 그러자 홍작은 잠깐 멍하더니 말했다. “민소진, 이름도 참 아름다우십니다.” “그렇지요. 아름다운 이름이지요. 하지만 아주 오랫동안 제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이 없었답니다.” 그러자 홍작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예? 그럴 리가요? 당신의 부군께서 당신의 이름을 불러주시지 않습니까?” 민 씨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처음엔 불러주었지요.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저 차갑게 ‘야’라고만 부르더군요.” “‘야’라니요…?” 홍작은 멍하니 생각하더니 그녀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눈살을 찌푸렸다. “정말 그렇게 부른다는 말입니까?” “예.” 민 씨는 짧게 대답한 후 홍작을 향해 몸을 굽혀 인사를 하더니 말했다. “그럼 전 이만 가겠습니다. 대신 송석석에게도 정말 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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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9화

전 씨 노부인은 침대에 반쯤 기대 누워 칼날처럼 날카로운 눈매로 그녀를 째려보며 차가운 말투로 호통쳤다.“무릎 꿇어라!”민 씨가 무릎을 꿇자 노부인이 민 씨의 뺨을 때리며 악독한 저주를 퍼부었다.“죽을 거면 멀리 가서 죽지 왜 다시 돌아온 것이냐? 목숨으로 협박이나 하다니. 네가 간이 제대로 부었구나!”ㄱ러자 손마마가 옆에서 말렸다.“노부인 일단 화를 가라앉히십시오. 큰 부인께서도 잘못했다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노부인의 몸을 생각해서라도 화를 참으십시오.”전 씨 노부인은 옆에 있는 탁자의 찻잔을 집어 민 씨의 머리에 내리쳤다.“이제 와서 잘못을 알았다는 것이냐? 소란을 피울 땐 왜 알지 못했느냐? 우리 장군부의 체면을 모두 잃게 만들어놓고 이제 와서 잘못했다고 하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 꺼지거라. 마당에서 내일까지 무릎을 꿇고 있거라. 내 명령 없이는 절대로 일어나지 말거라.”찻잔이 덜커덕하고 바닥에 떨어지자 따뜻한 찻물이 피와 섞여 민 씨의 이마에서 흘러내렸다. 손마마는 눈앞의 상황을 보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큰 부인, 노부인의 눈앞에 계시지 마시고 어서 나가서 무릎을 꿇고 계십시오.”이건 손마마가 호의로 한 말이었다. 그녀가 빨리 나가야 더 이상 맞지 않기 때문이다.민 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일어나 마당 입구로 걸어가 무릎을 꿇었다.전 씨 노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매우 흥분한 상태였다.“저 년, 저 태도 좀 봐!”손마마는 노부인을 위로하더니 담요를 가지고 나가 민 씨에게 주었다. 그녀는 날씨가 추우니 노부인께서도 나와 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시녀들에게 분부했다. “뭘 멍하니 서 있어? 어서 와서 큰 부인의 상처를 싸매거라.” 민 씨는 내내 끄떡도 하지 않고 꼭두각시처럼 그들이 싸매도록 두었다. 민 씨는 고개를 숙여 아무런 표정이 없는 눈으로 바닥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추위도 아픔도 느낄 수 없었다. 손마마가 말했다. “큰 부인께선 일단 무릎을 꿇고 계십시오. 저녁식사 후 제가 노부인께 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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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0화

전북경은 둘째 숙부의 말을 들어주긴 했지만 여전히 민 씨가 먼저 어머니의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는 어머니가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죽음으로 가족을 협박하다니, 그런 생각은 애초에 꺾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전북경은 모질게 마음먹고 그녀를 상관하지 않았다.오늘 밤에도 기온이 내려가 매우 추웠지만 민 씨는 여전히 조각상처럼 무릎을 꿇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손마마는 그녀에게 망토를 걸쳐주고는, 방으로 들어가 노부인을 설득했지만 노부인은 여전히 내일까지는 무릎을 꿇어서 잘못을 뉘우쳐야 한다고 했다. “엄하게 처벌하지 않으면 어떻게 잘못을 뉘우칠 수가 있겠느냐!”하지만 손마마는 계속 그녀를 설득했다.“하지만 큰 부인께서는 물에 빠졌다 나오지 않았습니까? 안 그래도 몸이 회복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추운 날 밖에서 밤새 무릎을 꿇었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큰일입니다.”그러자 노부인은 포악하고 위압감으로 가득 찬 말투로 말했다.“그만 말하거라. 한 번 더 사정한다면 내일도 계속 무릎을 꿇어야 할 것이다.”손마마는 결국 더 이상 나서지 못할 것 같아 몰래 나가서 민 씨에게 옷을 한 벌 더 입히고는 하녀들에게 돌아가라 명하고 혼자 노부인을 시중 들기 위해 다시 방에 들어갔다.노부인은 밤마다 두세 번은 일어나는데 예전엔 민 씨가 시중들었을 때 매일 잠을 잘 못 잔 탓이라고 했다. 밤이 되자 전 씨 노부인은 평소처럼 일어났고, 손마마 타구를 가지러 밖으로 나갔다.밖으로 나가자마자 마당에 비친 한 그림자를 보았는데 그 그림자는 나무에 걸려 노부인의 집 정문을 향하고 있었다. 손마마는 너무 놀란탓에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비명을 질렀다. “여봐라! 큰 부인께서 자살하셨다…!” 손마마의 외침소리를 듣고 전부인이 급히 일어나 대추나무에 매달린 여인을 보았는데 눈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노부인 또한 놀라서 기절해 버렸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장군부의 등불이 모두 켜지더니 사람들이 달려나왔다. 민 씨의 몸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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