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856화

Author: 유애
평서백부 노부인은 분만실에 잠시 머물다 최씨에게 말했다.

“지금 장군부에는 주모가 없어 일 처리가 어려운데다, 노부인께서는 병약하시고 청여는 이번 난산으로 몸과 마음에 모두 큰 상처를 입었다. 그러니 네가 며칠 동안 여기 머물며 도와주면 좋겠구나.”

사실 그녀는 딸이 이 집에서 위축될까 염려되었다. 그 노부인은 무척 사납고 거칠어서 서슴없이 그릇을 던져버릴 정도였으니, 평소에 자신의 딸이 얼마나 큰 고초를 겪었을지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노부인을 찾아가 따지지는 않았다. 그 집에서 최근에 사람 목숨이 끊어진 일이 있었는데다가, 딸은 난산을 겪으며 아이마저 잃었으니 말이다. 만약 노부인 쪽에서 또 무슨 사고라도 친다면 큰일이지 않은가.

‘어휴…… 됐다!”

‘낙태한 일은 이미 더 이상 숨길 수 없겠지. 전북망은 아마 내 딸이 예전에 방시원과 사이에서 아이를 가진건 맞지만, 단지 그때 아이를 지키지 못한 것일 뿐이라고 생각할거야. 그러니 이 일은 그냥 덮고 지나가자. ‘

최씨 역시 이 일에 대해 얼굴을 들 수가 없었고, 진심으로 장군부의 이 복잡한 일에 얽히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왕청여의 어머니가 이미 명을 내렸고, 또 장군부에도 주모가 없으니 자신이 며칠간 돌보는 것으로 마음을 다하는 셈이라 생가하기로 했다.

장군부에 머물며 돌보지는 않고 그저 매일 오가며 돌볼 생각이었다.

평서백부 노부인이 떠난 후, 최씨는 분만실에 남아 깊은 잠에 빠진 왕쳥여를 지켜보았다. 안쓰러운 그녀를 보니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

전북망은 침대 곁에 서서 지친 모습으로 잠든 왕청여를 바라보았는데, 마음 한구석에서 연민이 밀려왔다. 결국 자신의 어머니가 그릇을 던져 그녀를 넘어지게 했고, 그로 인해 아이를 잃게 된 것이니 마음이 무척이나 괴로웠다.

하지만 의관의 말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전북망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

“청여가 예전에 방시원과 아이를 가진 적이 있었소? 그 아이는 어찌하여 지키지 못한 것이오?”

최씨의 눈빛이 잠시 어두워졌다.

“이 이야기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857화

    최씨는 이 말을 듣고 나서 올케들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으며 마음이 무거워졌다. ‘설마 민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에 있었던 일들은 아니겠지?’ 그녀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며 물었다.“자세히 말하거라. 작은 일 하나라도 빠짐없이 알고 싶으니.” 홍이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이야기를 전해주었고, 최씨는 이를 정리해 확인했다.“세 가지 일이 있었구나. 첫째는 대부인에게 집안을 맡기긴 했으나, 전북망의 봉록 중 3할만 주고서 의식주와 월례비를 모두 공금에서 내도록 한 것. 둘째는 이 일로 대부인과 다투다가 너무 지나친 수를 써서 가위를 내밀며 자기 배를 찌르라고 한 것. 셋째는 대부인이 산모를 위해 산 삼교환이 너무 적다고 불평한 것…… 맞느냐?”홍이가 고개를 끄덕였다.“예. 그렇사옵니다.”“이 일이 모두 대부인이 자결하기 전에 일어난 일인데. 그렇다면 그 전에는 어떠했느냐? 큰 다툼이라도 있었느냐?”홍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딱히 심한 갈등은 없어 보였지만 부인께서 대부인을 늘 깔보셨고, 말에서도 자주 무례한 표현이 나오곤 했사옵니다.”“어느 정도나 무례했느냐?”홍이는 그런 장면을 늘 보아 익숙해진 터라 이제는 무례하다는 느낌도 거의 받지 않았다.“주로 대부인의 신분이 낮고 교양이 없으며 기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이라거나, 잔돈을 챙기기에만 급급하고 남편의 사랑조차 받지 못한다는 식이었사옵니다."“그런 말을 대부인 앞에서 직접 하였느냐?”“예, 대놓고 말했사옵니다. 부인께서는 이런 말은 면전에서 해야지 뒤에서 말하는 것은 소인배 짓이라 여겼사옵니다.”최씨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무리 미쳤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본성은 변하지 않는 법이니 저런 자는 소인배만도 못하다!"왕청여에 대한 최씨의 마음은 그저 불쾌함 뿐이었다. 저게 과연 사람의 탈을 쓰고 할 짓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전북망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어머니의 방에 들어서며 무심하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 “아이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858화

    북명왕부의 밤, 서재에는 불빛이 환하게 비치고 있었다."정말로 결심한 것이오?" 사여묵이 다시 한 번 송석석에게 물었다. "이 일을 추진하면 많은 어려움과 비난에 직면할 수도 있음을 알고 있겠지."송석석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절 지지해 주실 것이지요?”“그대가 결정한 일이라면 당연히 지지하지요! 사여묵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시만자는 턱을 괴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지지할 뿐만 아니라 자금과 힘도 보태겠네.”송석석이 염선생을 바라보며 물었다."염선생 생각은 어떠신가?"염선생은 잠시 생각에 잠긴 뒤 말했다. “황실 입장에서라면 반대하겠지만, 한 사람으로서는 지지하옵니다.”송석석이 심청화를 바라보며 물었다.“대사형은 어떠십니까?” 심청화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가 하려는 일인데 내가 어찌 지지하지 않겠느냐? 다만 미리 말해두겠지만 이미 결정을 내렸다면 그로 인한 결과와 그 결과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것이네.”“알고 있사옵니다.” 등불에 비친 송석석의 눈이 유난히 빛났다. “이건 단순한 충동이 아니라 며칠 동안 숙고한 끝에 내린 결정이옵니다. 여학 설립은 꼭 필요하지요. 만자 말대로 여학이 비록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해도 지금은 일부 관리 집안의 소녀들만 입학할 수 있기에 절실한 일이라 할 수 없사옵니다. 또한, 여학은 황제의 명으로 운영되니 황제의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지요. 하지만 자수공방은 다릅니다. 이곳은 우리 힘으로 세우는 것이라 남편과 이혼한 여성이나 쫓겨난 여성들이 친정의 지원 없이도 들어와 자립할 수 있는 곳이 될 것이옵니다. 자수, 뜨개질, 베짜기, 재단 등 손재주로 스스로 먹고살 수 있도록 하고, 못하는 이들은 배울 수 있게 전문가를 두어 가르칠 것이옵니다. 병들었거나 장애가 있는 자들 또한 잘 돌볼 것입니다. 자금은 저와 만자가 맡을 것이옵니다.”이 말을 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시만자처럼 생각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이번 일로 인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859화

    조정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거세게 울려 퍼졌다.“터무니없사옵니다! 이런 곳을 열게된다면 삼종사덕의 가르침은 그저 허울 좋은 말이 되고 말 것이옵니다.”“그렇습니다! 이는 여인들의 기세를 북돋워 줄 뿐 아니라 시부모를 공경하지 않게 만들고 질투와 시기로 집안을 어지럽힐 것이옵니다.”“이건 아마 왕야의 생각이 아니고 왕비의 의견일 것이겠지요. 왕야께서 왕비를 기쁘게 하려고 남자의 체면까지 버리시다니, 정말 웃기는 일이옵니다!”숙청제는 보좌에 앉아 그저 혼란을 지켜보며 가끔 입술을 다물기도 하고, 가끔 입꼬리를 올리기도 했다. 사여묵이 남강 전장에서 돌아온 후 칭찬받는 소리만 들리다 이렇게 욕을 먹는 건 보기 드문 일이었다. 속으로 그는 나지막이 탄식했다. '아.. 사여묵, 네가 아직 어리구나. 이 일은 사대부들의 마음에 반하는 일 인걸 왜 알지 못하느냐. 여인에게 퇴로를 열어주면 그들은 여인을 어떻게 다룰 수 있겠느냐? 민심을 얻으려다가 사대부들의 마음을 잃을 수도 있단 말이다. 이 계산은 단단히 잘못되었다네!'온갖 논란 속에서도 숙청제는 여유롭게 사태를 방관하면서도 결정하지 않고 말했다. “다음 조정 회의에서 다시 논의하도록 하거라.” 이는 사태가 한 번 더 불타오를 수 있도록 시간을 두게 하기 위함이었다. 다음 회의에서 더 많은 이들이 반대에 참여하게 할 계획이었다. 사여묵 또한 황제께서 이 일을 곧바로 수락하지 않기를 원하며 상황이 자연스럽게 퍼져나가 백성들 사이에서 소문이 돌기만을 바랬다. 이 일이 제대로 진행되려면 반발과 소문으로 더욱 뜨거워져야 했고, 그렇게 함으로써 이 새로운 장소가 있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게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한 달 동안 소문이 충분히 떠들썩하게 퍼져 온 경사에 이 일을 모르는 이가 없게 한다면 딱 좋을 것이다. 장소를 보수하고 침상을 마련하는 데 한 달이면 딱 알맞는 시간이니 말이다.사여묵은 황제가 결국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것이라 확신했다. 그의 강경한 태도에 밀려 황제가 마지못해 수락하는 형세로 말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860화

    노부인은 얼굴이 굳은 채 최씨를 응시하였다. 희미하게 내려앉은 눈가를 들어 올리며 그녀의 의도가 진심인지 농담인지 가늠하려는 듯 유심히 살펴 보았다. 하지만 최씨는 농담이 아니었다. 그녀의 눈빛은 매우 진지했다. 그러자 노부인은 피가 거꾸로 쏟아오르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평서백 부인이 감히 약값을 자신에게 청구할 줄은 상상도 못한 일이었기에 점점 호흡이 가빠져오기 시작했다.일국의 친인척 사이에, 그것도 약을 사기 위해서 이런 것까지 철저히 따져야 할 필요가 있단 말인가?노부인은 간신히 그 수치심을 누르며 옆에 있던 손마마에게 눈짓을 보냈다. 손윗사람으로서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니 직접 말하기엔 어려웠다. 손마마는 마지못해 고개를 숙이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부인께서 먼저 은화를 내주시겠습니까? 추후에 꼭 갚겠습니다.”하지만 최씨는 단호히 답했다. “급히 나왔는데 몸에 그렇게 많은 은화를 지닐 리가 있겠습니까?”손마마는 점점 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부인께서 돌아가셔서 가져오시면 되지 않사옵니까……”최씨가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 “그야 번거로울 따름이지요. 직접 주시면 될 것을 무엇 하러 제가 집으로 돌아갔다 오겠습니까? 어차피 갚을 것이라면 장군부에 이백 냥 정도 없을 리도 없지 않습니까?”노부인의 얼굴은 자줏빛으로 달아올랐다. 최씨가 자신을 모욕하는 게 분명했다.손마마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찌 없겠사옵니까? 다만 장부 관리자가 지금 마침 자리에 없어…… 그래서 잠시 드리지 못할 뿐이옵니다.”최씨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사람을 보내 장부 관리자를 데리고 오십시오. 저는 먼저 청여를 보러 가겠사오니, 은화를 마련하여 문희거로 가져다주시면 대신 다녀오겠사옵니다. 사돈 간에 이 정도 수고는 도리상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말을 마치자마자 최씨는 가볍게 절을 하고 나갔다. 뜰을 나서며 그녀의 입가에는 싸늘한 미소가 번졌다. 감히 약값을 내달라는 말을 하다니.. 도대체 어찌 그리도 맹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861화

    왕청여는 예전부터 항상 책임을 회피하곤 했다. 아무리 큰 재앙이 일어나더라도 그녀는 항상 쏙 빠져나온 채 다른 이들을 원망하며 자기가 얼마나 어이없고 무고한지를 강조할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그녀는 최씨의 말을 반박하지 않고 떨어지는 눈물을 닦기만 했다.최씨는 그녀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북경은 이미 폐위되어 관직도 잃고 아내도 없는 상태라 하루 종일 방에 갇혀 지냈고, 심지어 전북삼은 무공도 글공부도 형편없이한 쓸모없는 존재였기에 그에게 기대할 수 없었다. 둘째는 더는 관계하지 않겠다며 실제로 벽을 쌓아 장군부를 둘로 나누어 버렸다.겨우 남은 건 전북망 뿐이였다. 그는 특훈을 받는 중에도 시간을 내어 왕청여를 돌봐야 했는데 장부를 정리한 뒤에야 장군부가 정말로 가난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두 시간 후, 이천 냥이 최씨 앞에 놓였다. 이는 손마마가 직접 가져온 것이었다. 숨을 헐떡이며 달려오는 것을 보니 그녀는 분명 밖에서 막 돌아온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최씨는 홍이의 입을 통해 많은 일을 알게 되었다. 민소진은 김순희에게 전당포에 장신구를 맡기라고 했지만 김순희는 오히려 분노하며 민소진을 꾸짖었다. 그래서 결국 병과 약값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소중한 것을 전당포에 맡기게 되었다.최씨는 반드시 가야 한다고 했지만 사실 그녀는 이 일이 헛수고일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손마마를 데려가 그녀와 함께 증인이 되어줄 것을 요청했다. 약왕당에 가서 단설환을 구매하겠다며 신분을 밝히자 의원이 다가와 물었다. “어느 분께서 심장이 병이 드셨는지요? 단설환은 반드시 단의원이 직접 진맥하고 처방을 내리셔야 합니다. 평서백 부인께서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제가 단 의원님을 모셔 오겠습니다.”최씨가 말했다. “아, 이렇게 번거로운가요? 진맥을 해보지 않고는 단설환을 구매할 수 없다는 말씀인가요?”“그렇습니다. 단설환은 공급이 한정되어 있어 진정으로 필요한 이에게만 드릴 수 있습니다.” 의원이 말했다.그러자 최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862화

    그래서 전북망은 대담하게 몇몇 하인을 팔아넘기기로 결심했다. 장군부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큰형은 관직을 잃었고, 둘째는 분가했으며 그의 관직 복귀도 언제가 될지불확실했기에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는 절약할 수밖에 없었다.보통 귀족 가문에서는 하인을 파는 법이 없었고, 가장 금기시 되었다. 집안의 비밀스러운 일들이 드러나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고, 하인이 팔려 나가면 좋은 집안에 가는 경우도 있겠지만 나쁜 집안에 가면 반드시 그 비밀들이 누설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군부에는 더는 숨길 것이 남아있지 않았기에 전북망은 더는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매일 백성들이 가장 독한 저주로 자신을 입에 오르내리고 있으니 말이다. 집을 관리해 본 적이 없으면 쌀값도 모르는 법이라는 것을 깨달은 전북망은 그제야 민소진을 이해하게 되었다. 왕청여에 대한 그의 마음도 아주 복잡해졌다. 아이를 잃은 그녀가 안타깝기도 했지만 그녀가 형수와 다툼을 벌인 것에 화가 나기도 했다. 그는 유산에 관한 이야기를 묻고 싶었지만 이 시점에서 상처를 건드리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해 꺼내지 않기로 했다.엎친 데 덮친 격, 김순희의 병세는 날로 심각해졌고 의사는 설을 넘기기는 힘들 것이라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전북망은 사람을 보내 전소환을 불러오려 했지만 전소환은 돌아오지 않았다. 하긴 민소진이 떠날 때도 그녀는 끝내 오지 않았다. 그녀는 불길한 것을 피하고 싶었고 외부에서 장군부를 비난하고 있으니 이 혼란에 휘말리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현재 손마마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두가 김순희에게 등 돌린 상태였다. 죽음과 절망은 그녀의 마음을 강하게 묶어 그녀는 죽음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혔다. 동짓날에도 가족은 한데 모여 식사를 하지 않았고 그녀는 이미 병상에서 일어날 수조차 없었다. 그녀는 손마마의 손을 잡고 울며 말했다. “북명황실에 가서 송석석을 불러오거라… 내가 친히 할 말이 있다.”손마마는 한숨을 내쉬었다. “노부인, 왕비님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863화

    이덕회가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마오! 본 관은 당연히 사내가 맞지요. 허나 사내는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고 첩을 두는 것도 허용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자식이 없으면 양자를 받을 수 있으니 병이 들어도 아내가 돌봐야 합니다. 남자가 이렇게 방자하게 굴어도 세상이 어지럽혀지지 않았는데 여자가 쫓겨나서 수용될 곳이 있으면 오히려 세상이 혼란스러워진다는 것이 대체 무슨 말씀이신지요?”“여인에게 살길이 늘어난다는데 여러분은 대체 무엇이 두려운 겁니까? 아무도 그런 길은 원하지 않다지만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그런 선택을 하게 될 수도 있지 않습니까?”이덕회는 집안의 그분이 왕야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에 엄청난 사명감을 가지고 이 자리에 온 것이었다. 송석석도 조정에서 이 이야기를 듣고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인의 신분으로 여인을 대변하는 것은 더 큰 반발을 불러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아무리 재치 있게 말한들 그들의 날카로운 언쟁에는 상대가 되지 않기에 그녀는 황제가 말을 시키기만을 기다렸다.아니나 다를까, 여러 사람이 소란스럽게 토론하는 사이 황제가 헛기침을 하더니 송석석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송석석, 자네의 의견을 듣고 싶구나.” 순간 모든 시선이 송석석에게 쏠리자 그녀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정신을 가다듬고 앞으로 나와 손을 모아 말했다. “폐하, 특별히 큰 의견은 없지만 여인의 입장에서, 그리고 한때 이혼한 여성으로서 제 생각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대감님들께서도 듣고 싶으신가요?”그녀의 말은 모든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녀의 이혼 이야기는 모두가 알고 싶어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모두가 잠시 토론을 멈추고 그녀가 얘기하기만을 기다리는 눈치였다. 송석석을 존경하는 몇몇은 그녀가 아픈 상처를 드러내는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황제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말해보게.”“여인이 혼인하는 건 사실상 두 번째 삶의 시작이라 할 수 있지요. 우리는 반드시 좋은 삶을 살아야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864화

    송석석의 목소리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것이 마침 모든 이가 들을 수 있는 크기였다. “여러분은 민씨의 죽음을 하찮게 여기실지 모르나 만약 그녀가 여러분의 누이나 여식, 혹은 친척이라면 어떻게 생각하실 겁니까? 조금이라도 공감할 수 있었겠습니까?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은 모두 성현서를 읽어보셨고 약한 자를 불쌍히 여기는 분들입니다. 많은 여인들이 버림받는 이유는 병이 있거나 자식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허나 그 여인들은 죄가 없습니다.”그녀는 다시 서글프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여인의 생명도 소중합니다. 그런데 어찌 세상은 여인들을 끝까지 몰아내려고 하는 것입니까?”민씨의 죽음에 많은 사람들은 ‘자기 자매나 가족도 아닌데 뭣 하러 저런단 말인가?’라고 생각하며 비웃었다. 하지만 그녀가 말한 성현서는 그들에게 도덕적인 제약을 부여했다. 이 상황에 어찌 반박한단 말인가? 이 자리에서 반박하게 되면 오히려 비정하고 냉정하다고 비난을 받을 것이 분명했다.이런 말이 사내에게서 나왔다면 반박하기가 조금 더 수월했을지도 모른다. 송석석은 이 자리에 있는 유일한 여인으로 무려 황제가 직접 그녀에게 의견을 말하라고 하였기에 그녀는 이와 같은 순간만 기다린 것이다. 여인에 대한 애절함과 안쓰러움이 가득한 그녀의 말에 그들은 도무지 반박할 수 없었고 반박한다는 것은 그녀를 괴롭히는 것과 다름없었기에 이렇게 많은 관료들에게 아주 수치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게다가 이것 또한 그녀가 스스로 떠드는 것이 아닌, 무려 황제가 직접 그녀에게 의견을 물어서 하는 말이었다.그리하여 대전은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다. 그들의 얼굴에 불만이 가득했지만 더는 송석석과 논쟁할 수 없었다.숙청제는 이 모습을 보고 적당한 시기가 도래했음을 깨달았다. 더는 미룰 일이 아니였기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때가 되었다. 대연국은 이미 선례가 있기에 상국은 절대 뒤처져서는 안 된다. “반대하는 이가 없다면 시도해 보도록 하지. 조정은 자금을 지원하지 않지만 자수공방은 관정부의

Latest chapter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490화

    밖으로 나온 황후가 이 광경을 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어두운 빛이 가득했고, 무슨 감정인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녀는 대신들이 모두 모인 자리로 걸어가서 말했다. "대황자가 오늘 실패한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 아이는 오늘 아침부터 복통이 심하고 몸이 무기력해 태의를 불러 약을 처방받았습니다."숙청제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태의가 뭐라고 했소?""배탈이 났는데, 지금은 약을 먹은 덕분에 조금 나아지셨다고 합니다." 황후가 급히 대답했다.숙청제는 담담하게 말했다. "황후가 잘 돌봐주도록 하시오.""예!" 황후는 다른 사람들의 표정을 살짝 엿보았지만, 아무도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황제마저도 별로 화를 내지 않는 것 같았기에, 이 일은 자연스럽게 지나간 것이 분명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멧돼지를 잡은 것을 축하하려고 했다. 그 때, 황제가 다시 말했다. "오늘의 실패는 그의 몸 상태와 무관하오. 잡지 못했으면 잡지 못한 대로 나중에 열심히 연습하면 되는 것이니. 하지만 잡지 못했다고 울며불며 하는 것은 무슨 꼴인가?"황후의 미소가 바로 굳어졌다.‘폐하께서 대황자를 숲에서 쫓아낸 이유가 단지 그가 울었기 때문인가? 오늘은 그들을 시험해보려고 특별히 불러와 겨루게 한 것이 아니었나?’제황후는 잠시 멍해졌다. 황제가 자신을 믿지 않는 것 같아, 몸을 돌려 대황자를 부축해 나오라고 지시했다.대황자는 서우와 란주 상궁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나왔고, 서우는 대황자가 몸이 안 좋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달려왔다. 서우는 대황자의 학업 동료로, 비록 둘 사이에 불편한 일이 있긴 했었지만 최근 함께 지낸 덕분에 서로에게 조금씩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다.대황자는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얼굴이 창백하고 무기력했다. 그는 황제를 보자 마음속에 여전히 두려움이 가득했다. 그러나 숙모와 외조모의 말을 떠올리며 갑자기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아가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었다."아바마마, 제가 게으름을 피우고 궁술 연습을 소홀히 해서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489화

    사실 황실의 일은 누구도 깊이 생각하려 하지 않았다.특히 대황자는 아직 어리니 오늘의 실패 또한 별일이 아니었다. 어쨌든 중궁에서 나온 자식이니 앞으로 존엄한 위치에 서게 될 텐데, 어찌 한 가지 작은 일로 승패를 가리겠는가?대황자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자, 모두가 무슨 약이라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어떤 이는 대황자의 배를 문질러 주라며 가지고 있던 약유를 꺼내어 건넸다.심지어 수빈과 덕비도 들어와 문안을 드렸다. 황자와 공주를 데리고 나온 것인 만큼, 그들은 모두 비상약을 준비해왔었다. 대황자가 고통스러워하자 모두가 그 약을 내놓았다.그러나 황후는 당연히 그 약들을 쓰지 않았다. 그녀의 목적은 그들이 대황자의 상태를 본 후, 돌아가서 각자 집안 어른들에게 말하도록 하는 데에 있었다.어쨌든 오늘의 실패에는 설명이 필요했다. 모든 이들로 하여금 그가 무능한 것이 아니라 몸이 안 좋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해야 했다.모두가 문안을 드리고 돌아갔고, 오직 제대부인만이 남아 직접 대황자를 돌보려 했다. 그러나 황후는 그녀 또한 내보냈다.란주 상궁은 대황자의 배를 문질러 주었는데, 더욱 마음이 아파져 다른 한 손으로는 눈물을 닦았다.대황자에게 주었던 그 물에는 약간의 독가루가 들어 있었다.이 독가루는 원래 모기와 독충을 쫓기 위한 것이었기에 과량을 복용하면 굉장히 치명적이었다. 그러나 적은 양이라면 복통과 구토만 일으킬 뿐이었다. 금태의는 이를 알아차릴 것이 분명했지만, 그는 이 많고 탐욕스러우니 말하지 않을 것이었다.이것은 황후가 급히 생각해 낸 방법이었다."조금 있으면 괜찮아질 거다." 황후는 복잡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아들이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아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란주 상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대황자의 배를 잠시 문지른 후 약을 만들러 갔다.해가 서산에 걸렸을 때, 사냥을 나간 대열이 흥겹게 돌아왔다.북명왕이 가장 많은 사냥감을 잡을 것이라 생각했던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그는 빈손으로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488화

    잠시 뒤, 오진이 대황자를 찾으러 왔는데, 송대감이 대황자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나서야 그는 안심하며 말했다. "송대감, 황후마마께서 걱정하실 테니 대황자를 빨리 돌려보내야 합니다. 이미 사람을 보내 찾고 계시지만, 그 환관들은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밖에서 소리만 지르고 있습니다."대황자는 분명한 거부감을 보이며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았다.송석석이 말했다. "어마마마께서 너를 아끼시니 많이 걱정하실 거야. 돌아가자."대황자는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그 분은 저를 호되게 꾸짖었어요. 저를 진짜로 아끼는 게 아닌 것이 분명해요. 그 분은 아주 나쁜 사람이에요."송석석은 조금 의아해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황후는 그를 아끼고 심지어 총애하기까지 했다. 사실 그는 그 사랑을 느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이제 겨우 두 마디 꾸지람을 들었다고 해서 나쁜 사람이 되었다니?하지만 자신이 만종문에 있을 때를 떠올리니 이해가 가기도 했다.만종문에 있을 때, 사숙이 아무리 그녀를 꾸짖고 벌을 주어도 그녀는 원망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부가 그녀에게 단 두 마디 심한 말을 하면 그녀도 나쁜 사람이라며 억울해했었다.사숙은 당시 가소롭게 웃으며 고소하다는 듯 사부에게 말했다.“이게 바로 작은 은혜는 큰 원한으로 돌아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지나치게 애지중지하면 결국 자신의 지위와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지요."다만 다른 점은, 사부가 그녀에게 베푼 애정과 황후가 대황자에게 베푼 애정이 다르다는 것이었다.사부는 그녀를 아무리 아껴도 공부를 해야 할 때는 공부를 시키고, 무술을 연습해야 할 때는 연습을 시켰다. 마음이 아파도 단호하게 대할 줄 알았다.하지만 황후는….송석석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황후가 어릴 적 공부하는 것이 무척이나 힘들었기 때문에, 지금 황후의 지위에 오르고 대황자가 황적장자의 신분을 얻었으니, 대황자에게 자신이 겪었던 고생을 다시 겪게 하지 않으려는 것일지도 모른다.사람들은 아이들에게 자신의 어린 시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487화

    덕비는 수빈에 비해 더 사근사근하고 너그러우며, 또한 친절했기 때문에 비록 가족들과 함께 있었지만 끊임없이 사람들이 그녀에게 인사를 하러 오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모두에게 친절하게 대했고, 가끔 귀족 여성들에게 작은 선물을 주어 모두를 기쁘게 했다.황후 쪽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그녀는 여전히 중궁마마로서 높고 존귀한 지위를 가졌기 때문이다. 황후는 자신이 중심에 있는 달이라고 생각하기에, 방금 전의 불쾌함은 잠시 마음속 깊이 넣어두고 사람들과 다시 활발히 이야기를 나누었다.이런 자리에서는 모두가 이 드문 기회를 빌려 관계를 맺으려 하거나 가문의 사내들을 위해 귀족 여성들을 눈여겨보곤 했다. 황후는 사람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오늘 많은 상을 준비해 귀족 여성들에게 하사하며 친절하고 어진 황후의 모습을 보여주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금군이 와서 황제가 멧돼지를 잡았다고 보고했다. 좋은 시작이었다. 황후는 특히 기뻐하였고, 이 기회를 빌려 또 한 번 상을 내렸다.란주 상궁이 웃으며 말했다. "북명왕이 먼저 사냥감을 잡을 줄 알았는데, 폐하께서 신무하셔서 첫 번째로 잡으셨네요."모두가 아첨하는 말을 하여 분위기는 잠시 활기차졌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마음속으로는 알고 있었다. 첫 번째 사냥감은 당연히 황제가 먼저 잡아야 했고, 그 후에야 다른 이들이 활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멧돼지 같은 큰 사냥감을 잡은 것은 정말 기쁜 일이었다. 이전에 황제가 병들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지금 이렇게 보니 많이 나아진 모양이었다.황후는 기뻐하면서도 대황자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이 걱정되어 사람을 보내 다시 찾아보게 했다.송석석은 순찰 중에 대황자를 발견했다. 그는 허리를 굽혀 울타리를 넘어 다시 사냥터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송석석에게 딱 걸려 버리고 말았다.숲 안팎은 구분되어 있었고, 울타리 밖도 꽤나 위험했다. 이 곳에서는 독사가 출몰할 수 있었지만,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그곳에야말로 진짜 사냥감이 있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486화

    황후는 또다시 꾸지람을 듣자 참을 수 없이 짜증이 났다."그럼 어마마마께서도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지금 해야 할 일은 어떻게 이 난관을 극복하느냐는 겁니다. 지금 폐하께서 그를 숲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셨고, 오늘 덕비의 아들이 완전히 빛을 발했습니다. 이제 만족하셨나요? 방법이 있다면 말씀하십시오. 만약 그저 그를 달래는 말 몇 마디 하러 온 것뿐이라면 필요 없습니다."그녀는 여전히 친정에 대한 원한이 있었다.제대부인이 대황자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네 아바마마께서 사냥에서 돌아오면 문무백관이 모두 있는 자리에서 그에게 가서 말하렴. 네가 총명하지 않고 평소에도 게으름을 피웠지만, 이번 실패를 통해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다고 말이다. 이제부터는 태도를 바르게 하여 태부와 황숙께 열심히 배우겠다고 하거라. 황조모와 아바마마의 가르침을 저버리지 않겠다고, 그리고 아바마마와 대신들에게 너를 감시해 달라고 부탁 드리렴."황후는 눈알이 툭 튀어나올 듯이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미쳤습니까? 폐하와 문무백관 앞에서 자신이 총명하지 않으며 게으름을 피웠다고 인정하라고요? 그가 아직 부끄러움을 덜 느꼈다고 생각하십니까? 또 한 번 더 망신을 당하게 하시려고요?"제대부인은 여전히 평온함을 유지했다. "귀를 막고 방울을 훔치는 짓은 소용없습니다. 그가 어떤 수준과 자질을 갖고 있는지는 모두가 보았습니다. 그 대신들이 보지 못했겠습니까? 다들 눈치가 빠릅니다. 감추고 숨기기보다는 솔직하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며 고쳐나가는 모습을 보이는 게 오히려 좋은 인상을 줄 겁니다.""아니요, 가르칠 필요 없습니다!" 황후는 짜증스럽게 손을 저으며 말했다."나가십시오."제대부인은 뭔가 더 말하려 했지만, 황후는 냉정하게 말했다. "아까 하셨던 말을 빌려 말하겠습니다. 도움이 필요할 때는 도와주지 않고, 지금 와서 이런 애매한 말을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필요 없습니다. 가세요."제대부인은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갔다.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485화

    황후는 이 말을 듣고 순간 마음이 엄청 무거워졌다. 뒤를 돌아보았더니 여러 명부들과 관리 가족들이 의문과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기에, 그녀는 얼굴에 굳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대황자의 몸이 안 좋다고 하네요. 내년에 다시 참여하도록 하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란주 상궁에게 눈짓을 보내어 무슨 일인지 알아보게 했다. 그리고 대황자의 손을 잡고 천막 안으로 들어가 달래려 했다. 그러나 대황자는 오로지 억울함에 울기만 했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황후는 대황자로부터 그저 모두가 자신을 괴롭혔고, 아바마마마저 자신을 괴롭혔다고 하는 말만 들을 수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란주 상궁이 상황을 알아보고 돌아와 자세히 보고했다. 황후는 자신의 귀를 믿을 수 없었다. 눈이 부어오를 정도로 울고 있는 대황자를 바라보며, 그녀는 처음으로 안타까움보다는 한심함을 느꼈다.그 어떤 모친도 자신의 아들이 멍청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단지 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뿐이고, 최악의 경우에도 그저 본래 똑똑한데 게으를 뿐이라고 말할 뿐일 것이었다. 노력하기만 하면 반드시 따라잡을 수 있다고 믿기 마련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지금 그녀는 정말로 자신이 멍청한 아이를 낳은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고, 목소리에도 화가 섞여 나왔다. "그렇게 오래 연습했는데 어떻게 네 동생보다도 못하느냐? 그는 너보다 세 살이나 어리지 않느냐? 그는 활을 당겨 산쥐를 맞혔는데, 너는 화살을 땅에 떨어뜨렸다고? 어떻게 이렇게 멍청할 수가 있니? 어?"대황자는 어머니마저 자신을 나무라자 더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또 울지! 몇 살인데 계속 울기만 하느냐? 이번에 너를 겨우 데리고 나왔는데, 네가 이 어미의 체면을 다 구겨 버리는구나!" 황후는 그의 울음소리에 마음이 어지러워져 참지 못하고 그의 엉덩이를 두 대나 때렸다."마마, 소리를 낮추십시오! 밖에 사람들이 많습니다." 란주 상궁 또한 급히 말렸다.황후는 화가 나서 대황자를 밀쳐냈다. 비록 목소리는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484화

    단신의의 치료법은 정말로 효과가 있었다. 짧은 보름 만에 숙청제의 얼굴색이 좀 더 붉어졌고, 이전처럼 창백하고 누렇지 않았다. 몸에도 힘이 돌아왔으며 가끔 느껴지는 통증만 없다면 완전히 나은 것 같다고 느낄 정도였다.오늘은 단신의가 오지 않았지만 태병원에서 몇 명이 왔다. 사람이 많으니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단신의가 오지 않은 이유는 당연히 관리들과 그 가족들이 황제가 단신의 없이 지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었다.대황자와 이황자는 금군의 보호를 받으며 말 위에 앉았다. 작은 몸에 활을 메고 있으니 꽤 그럴듯해 보였다. 삼황자는 제방에게 안긴 채로 말 위에 올랐다. 빨간색의 얇은 옷을 입고 흥분으로 볼이 붉어진 모양새가 매우 귀여워 보였다.숙청제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백 마리의 말이 달리기 시작했고, 사내들 또한 서둘러 산으로 사냥을 떠났다. 만림산은 말발굽 소리로 떠들썩했고, 새들은 놀라 하늘로 날아올랐다. 송석석은 마음이 놓이지 않아 필명과 함께 말을 타고 따라갔다. 그녀는 부친을 따라 만림산에 온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어려서 호수 근처에서 다른 이들과 함께 앉아 있었다. 이 숲은 그녀가 처음 들어가는 곳이었다.이런 황실 사냥터는 위험성이 높지 않았고, 사나운 맹수는 있을리가 없었다. 오늘의 주인공은 단연 황제였지만, 황제는 대황자와 이황자가 주인공이 되기를 원했다. 그래서 숲에 들어간 후 잠시 멈춰 대황자와 이황자에게 가까운 곳에 갇혀 있는 산쥐를 향해 활을 쏘라고 지시했다.대황자는 활을 당기긴 했지만, 긴장한 나머지 화살이 말 위에서 미끄러져 떨어졌고, 성공하지 못했다. 두세 번 반복했지만 오히려 더 당황하였다. 게다가 황제와 대신들이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을 보자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숙청제의 얼굴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궁에서 마지막으로 궁술을 연습했을 때, 그는 활을 당겨 화살을 쏠 수 있었다. 비록 힘은 부족했지만 그의 황숙이 특별히 추가 훈련을 시켰기에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483화

    숙청제도 비록 무예를 익힌 적이 있지만, 그 부분에서는 사여묵만큼 세심하지 못해 이황자가 이미 기본기를 다져 놓은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는 단지 이황자의 태도가 진지하고 엄격하며, 진전이 빠르다는 것만 보아냈다. 이 아이는 천재적이고 영리했다. 황후의 배에서 태어나지 못한 것이 정말 아쉬울 정도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고민할 필요 없이 그를 바로 태자로 선택했을 것이었다.봄 사냥 전날, 숙청제는 사여묵을 어서방으로 불러들여 물었다. "짐의 세 황자가 어떠한지 보았느냐?"사여은 곧이곧대로 대답했다. "대황자는 무술을 좋아하지 않고 재능도 매우 부족하며, 태도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며칠이 지났는데도 활 쏘는 자세가 여전히 틀렸고, 매번 교정해 주지만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합니다. 이황자는 힘이 좋고 자세도 능숙하며, 궁술에 대한 태도도 진지합니다. 기본기가 있어서 서우와 거의 비슷한 수준입니다. 삼황자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저 놀러 온 것이지요."숙청제는 잠깐 놀라 다시 물었다. "기본기가 있다고? 그가 원래 연습을 했단 말인가?""신이 그의 팔을 잡아보고 뼈대를 만져보니, 그는 확실히 무술을 익혔습니다. 특히 궁술을 전문적으로 연습한 흔적이 있습니다."숙청제는 눈살을 약간 펴며 말했다. "재능도 있고 부지런한 아이로군. 가르칠 만하구나."하지만 안타깝게도, 만약 재능으로 태자가 될 수 있었다면 지금쯤 황제 자리는 사여묵이 차지했을 것이었다. 사여묵은 그보다 훨씬 뛰어났다. 숙청제가 적장자를 고집하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적장자 신분을 지키기 위한 것일지도 몰랐다. 그는 사여묵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선황제께서 자신을 태자로 세운 것을 후회하신 적이 있을까? 특히 사여묵이 두각을 나타내고 재능을 발휘했을 때, 그렇게 뛰어난 아들을 보며 아쉬움을 느끼셨을까?’하지만 이제는 역할이 바뀌어 그가 결정을 내리는 입장이 되자, 태자를 세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봄 사냥 당일, 광대한 마차들이 끝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482화

    소부 사여묵은 봄 사냥 전에 궁에 들어가 세 황자에게 궁술을 가르쳤다. 사실 대황자는 이미 배워야 할 시기가 지나긴 했지만, 황후의 손에서 자라며 극진한 사랑을 받아왔기에 고된 일은 절대 하지 않았었다. 태후의 궁에 들어가서는 태후가 문무를 배치했지만, 그는 정말로 둔하고 게을러서 매일 학업을 따라가기에도 벅찼다. 겨우 겨우 한 과목을 보충할 수 있었으며 두 과목을 보충하기는 어려웠다. 재능이 부족한 데다 노력으로 따라잡으려 하지도 않았고, 종종 꾀를 부려 게으름을 피웠다. 요즘 그나마 가장 큰 진전은 매일 서방에 가서 울부짖지 않는다는 것과, 학습 태도가 간신히 바르다는 정도였다.그래서 무예 사부의 존재는 서우에게 유리했다. 서우는 그에게 기본기를 배웠지만 너무 열심히 연습하지는 않았다. 단신의가 그에게 다리를 다시 다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며 서서히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사여묵이 그들에게 궁술을 가르칠 때, 서우는 이미 기본기가 있었기에 며칠만 연습했는데도 꽤 좋은 성과를 보였다. 대황자는 활을 당기는 것조차 힘들어했고, 조금 연습하면 여기저기 아프다며 연습하기를 싫어했다. 사여묵의 엄격한 태도 덕분에 도망가지 않고 계속 활을 당겼지만, 태도는 매우 대충이었다.이황자도 이틀 동안 활을 당기는 연습을 했고, 셋째 날에는 활을 쏘기 시작했다. 비록 과녁에 맞히지는 못했지만 힘이 있었고 태도도 매우 진지했으며, 힘들다고 전혀 불평하지 않았다. 사여묵은 그를 며칠 지켜보며 진전이 있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아이의 실력이 사여묵을 속일 수 있을 리 없었다. 이황자는 이미 궁술을 할 줄 알았고, 힘도 이미 단련된 상태였다. 그의 팔을 잡아보면 알 수 있었다.세 살 난 삼황자는 그냥 숫자 채우기에 불과했다. 그는 활을 당길 힘도 없었고, 화살을 하나씩 던지기만 할 뿐이었으며 그 마저도 멀리 던지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굉장히 재미있어 했다. 화살을 하나 던질 때면 깔깔거리며 웃었고, 매우 즐겁게 놀았다. 사여묵 또한 당연히 그에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