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의 모든 챕터: 챕터 881 - 챕터 890

1177 챕터

제881화

최씨는 목적이 명확했다. 그녀는 자수공방과 여학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만약 북명황실이 여학을 창립한다면 그녀는 자기 여식을 위한 자리를 확보하고 싶었다.따라서 그녀는 처음에 여식을 데려올 계획이었지만 그렇게 되면 너무 노골적이기도 하고 또 왕비가 반드시 딸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으로 비쳐질까 걱정이 되어 차라리혼자 필요한 조건을 알아봐 나중에 준비할 수 있도록 했다. “괜찮으니 저흰 별실에서 얘기하시죠.” 송석석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이끌고 별실로 갔고 오직 사여묵과 연신 하품을 해대는 이덕회만 남겨두었다.“그게…” 이덕회는 피곤한듯 입을 가리고 하품하며 물었다. “혹시 누워서 담화할 수 있는 곳은 없습니까?”송석석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 나이에 아직도 광란의 밤을 즐기는 게냐? 아주 대단하군!”이씨 부인은 소주방의 중요성을 알기에 바로 송석석에게 물었다.“왜 시만자 아씨는 보이지 않습니까? 시만자 아씨와 함께 소주방에 대해 논의하고 싶은데요.”송석석은 안타까운 마음에 시만자가 좀 더 자기를 바랐지만 이씨 부인이 직접 물었으니 사람을 보내 그녀를 깨우기로 했다.이씨 부인도 꽤 정교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소주방은 작업장으로서 위치가 외진 만큼 수공예품을 판매하려면 점포가 필요했기에 그녀는 한 점포를 내놓아 이 물품을 판매하려고 했고 수익은 모두 소주방에 귀속시키기로 했다. 누가 무엇을 수놓았든, 수익은 모두 수놓은 여인에게 줄 생각이었다. 이씨 부인이 말했다. “나는 임대료를 받지 않을 것입니다. 선행에 힘을 보태는 것이니까요. 점포에서 판매를 담당할 부리의 봉급은 수익이 발생하기 전까지 제가 지급할 생각입니다. 수익이 발생하면 그 부분에서 부리에게 지급하도록 하지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시만자는 잠시 생각한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해도 좋을 듯싶습니다. 지금은 누가 소주방에 갈지 모르니까요.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운영된다면 말솜씨가 좋은 사람을 앞에 내세워 판매하게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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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2화

시만자는 처음에 설날부터 굳이 스승의 위세를 부릴 필요 없다고 생각해 제자들에게 편안한 분위기를 주려고 했다. 하지만 세 쌍의 부부는 처음부터 그녀에게 아주 깍듯하게 대했다. 심지어 오 낭자는 하녀에게서 차를 건네받아 직접 그녀에게 대접하고 나머지 두 사람도 시어머니를 모시듯 그녀 곁에 서 있었다. 그래서 그녀도 어쩔 수 없이 스승의 체면을 챙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마음속으론 과연 이게 맞는 것인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평소 적염문에서는 스승을 이렇게 모시는 일이 없었고, 오히려 스승이 그녀를 귀여워하는 경우가 많았다. 차를 내리고 물을 따르는 일은 방금 들어온 제자들이나 맡는 일이었기에 그녀 같은 선배는 나설 필요가 없었다.이런 분위기를 경험하지 못했던 그녀는 사부에 대한 송구함이 생기고 또 사부가 그리워지기도 했다. 다음 날, 몽동이는 크고 작은 배낭을 메고 나갔다. 이번에 매산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는 라사저와 석소사저도 함께 데리고 갔다. 연말이니 어르신을 찾아뵙는 것이 마땅했기 때문이다.두 사제는 월례수당을 받지 않겠다고 했지만 란이는 그녀들에게 많은 선물을 사 주었다. 선물은 직물과 여성들이 필요한 일상용품, 그리고 두꺼운 옷들이었기에 원래 말을 타고 돌아갈 계획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두 대의 마차를 타고 돌아가기로 했다. 마차 안에는 선물로 물건이 가득 차 있었는데, 바깥에도 다닥다닥 걸려 있을 정도로 많았다.석소사저가 돈을 받지 않자 송석석은 몽동이에게 더 많은 돈을 주었다. 몽동이는 거절하는 법이 없었기에 지난번에 연지와 분을 사서 사부에게 크게 혼났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여성들에겐 아름답게 꾸밀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사서 사용하는 건 여인들의 문제지만 없어서는 절대 안 된다. 게다가 언젠가는 필요할 날이 있을 테니 말이다. 시만자도 그에게 엄중성을 경고했지만 몽동이는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그는 여성이 아름다워지려면 벌을 받는 걸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한편, 왕부는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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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3화

그로부터 며칠 동안 송석석은 더는 손님을 응대할 여유가 없이 바빴다. 현갑군쪽에 전부 맡길 수는 없었기에 그녀도 경위부로 돌아가야 했다. 사여묵과 염구진은 여학을 순찰하러 갔는데 수리가 필요한 곳이 많고 확장할 장소도 많았다.날씨가 추워진 탓에 진행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지만 다행히도 자금이 마련되어 그나마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다.정초 팔일, 조정이 열리자 전북망은 그의 상관인 송석석에게 모친상 문서를 제출했다. 그 문서는 송석석의 손을 거쳐 황제에게 전달되었고, 숙청제는 문서를 자세히 살펴보며 송석석에게 물었다. “그대 생각은 어떠한가?”송석석은 잠시 멈칫하며 대답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무장은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 그저 법칙에 따라 행동하면 된다.” 송석석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주둔 무장을 위한 것이었고, 전북망은 경안의 무관이었다. 그러나 황제의 뜻은 그가 효를 다 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 같았다.“모든 것은 전하의 결정에 따르겠습니다.” 송석석은 더 이상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가 전북망에게 효를 다하지 말라고 하면 그것은 그의 어머니에 대한 효도를 저버리는 것이고 만약 효를 지키라고 하면…!하지만 황제가 직접 이렇게까지 말하였으니 그저 따를 수밖에 없었다.숙청제는 그녀가 그렇게 단호히 물러나자 웃으며 말했다. “우선 미뤄두도록 하거라. 어차피 그는 지금 특별 훈련 중이니 계속 훈련을 이어가고 효를 다할지는 나중에 논의하도록 하지.”“예, 신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송애경!” 숙청제가 그녀를 불러 세우며 자리에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 “몇 마디 물어보겠다.”그가 송애경이라고 부른 이상 이는 군신 간의 대화로 변한 것이다. 송석석은 정중하게 감사의 인사를 올린 후 앞으로 다가와 앉았다. “폐하, 하문하시옵소서.”“현갑군에는 순방영, 금군, 경위가 있다. 순방영에는 무능한 귀족 자제들이 많아 그 안에서 시간을 헛되이 보내고 있는 이들이 있다. 그들을 관리하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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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4화

정월이 지나야 발표할 수 있다는 것은 정월 이후에 새로운 어전시위령이 생기거나 전북망이 김순희의 장례에서 효를 지킬 수 없다는 걸 의미한다.송석석이 떠난 후, 숙청제는 전북망의 모친상에 관한 문서를 여러 번 살펴보더니 다시 한번 그 문서를 어좌 앞에 던져놓으며 오 대반에게 물었다. “너는 전북망이 효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느냐?”오 대반이 공손히 답했다. “폐하, 이는 조정의 인사 문제이므로 소인은 감히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조정의 인사일지라도 짐의 곁에 있는 어전시위에 관한 것이니 오 대반은 마음껏 말하거라.” 숙청제가 단호하게 말했다.오 대반은 잠시 생각하다가 결국 고개를 저었다. “소인은 알지 못하옵니다.”“모르는 것이냐, 아니면 말할 용기가 없는 것이냐?” 숙청제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오 대반은 숙청제 곁에서 오랫동안 시중을 들어왔기에 그의 성격을 잘 꿰뚫고 있었다. 만약 평범한 관료였다면 이 모친상 문서는 이미 허락되었을 것이고 송석석과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그는 분명히 전북망을 잘 이용하고 싶었을 것이고, 자기 결정을 지지할 누군가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 대반은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할 수 없었고, 또 그의 의견이 하찮은 것도 알았기에 더욱 말을 꺼내기 어려웠다.“오 대반, 짐은 항상 너를 중용해 왔거늘… 너의 마음은 여전히 송가에 있는 것 같구나.” 숙청제의 목소리는 차가웠지만 평온했다. 오 대반은 식은땀을 흘렸다.“폐하, 소인은 폐하께 충심을 다하고 있는데 어찌 송가에 마음이 있을 수 있겠사옵니까?” 오 대반이 억울해하며 무릎을 꿇었지만 숙청제는 여전히 냉정한 태도였다. “송씨 부인이 네 목숨을 구했으니 그 은혜는 잊지 말아야 하겠지만, 네 신분 또한 잊지 말아라.”오 대반의 마음은 파도가 치듯 소란스러워졌다. 폐하가 어찌 이 일을 아신단 말이지? 설마 사람을 시켜서 나를 조사한 것인가?“일어나라!” 숙청제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다. “짐은 네가 전북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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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5화

사람들은 한동안 말문이 막혔다. 비록 서경의 새로운 황제가 즉위하면 녹분성 사건을 추궁할 거라고 예상하긴 했지만 즉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사건을 조사하고, 심지어는 수란키를 감옥에 가두어 버릴 줄은 꿈에도 몰랐었기 때문이다. 수란키는 오래전에 암살의 위협을 받고 겨우 생사를 넘겼는지라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 몸으로 옥살이를 한다면 과연 견딜 수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오랜 침묵을 깨고 사여묵이 말했다. “그렇다면 두 번째로 할 일은 어쩌면 상국과의 대결일 지도 모르지. 녹분성 사건을 추궁하려면.”“이는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염구진이 대답하자 송석석이 사여묵에게 물었다. “왕삼과 왕오는 이미 서경에 잠입하였습니까?”왕삼과 왕오는 치석정찰대의 사람들이다. 원래 상을 받고 고향으로 돌아가려 했으나 조정에 계속 충성하고 싶어 고향에서 가족의 얼굴만 본 후 곧바로 서경으로 향한 것이었다.“이미 서경 도성에 들어와 안착했소.”“그들 외에 다른 이들은 총 몇 명인가요?”“열세 명이오. 그리고 소팔야가 이미 사람을 보내 잠입시켰으니… 아마 합치면 사, 오십 명 정도 될 것이오.”소팔야는 소 대장군의 양아들로 항상 소 대장군과 함께 성릉관에서 함께했으며 현재 소 대장군 곁에는 팔이 잘린 삼야와 팔야, 그리고 소육랑이라고 불리는 조카가 한 명 있었다.소육랑의 아버지는 소 대장군의 서형제로 엽성에서 관직을 맡고 있으며 10년째 엽성에 재직 중이다. 그는 10년동안 한 번도 진성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가족 모두 그곳으로 이사했기에 진성에는 송가와 회왕비 외에는 친척이 없었다.사여묵은 송석석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보고 조용히 위로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우리는 이미 만단의 준비를 했소. 만약 폐하께서 진정 외할아버지를 진성으로 불러 처벌하려고 해도 공문 쪽은 거의 다 통과했으니 절대 고통받지 않을 것이오.”“예.” 송석석은 불안했지만 이 불안감이 일을 방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침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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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6화

송석석이 물었다. “회왕은 정말로 진성을 떠났을까요?”사여묵이 대답했다. “며칠 동안 사람을 보내 확인했는데, 어젯밤 장부장이 보고하길 확실히 집에 없었다고 하오. 세 방향으로 추적 중인데 만약 변장했다면 찾기 어려울 거요.”그러자 염구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실수를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진성을 떠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송석석은 손톱을 매만지며 날카로운 눈빛을 보냈다. “제대로 살핀 후 폐하께 그가 진성에 없다는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사여묵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곧 계획을 세웠다. “내일 어머니를 궁으로 들여보내 회왕부에 어의를 보내라 태후에 청할 생각이오. 그러니 어머니에게 태후 앞에서 어떻게 말씀해야 할지 잘 가르쳐주시오… 사실 란이가 가는 게 가장 좋긴 하다만... 괜히 방해가 되는 것 같으니 그건 안 되겠소.”혜태비는 음력 8일에 이미 집으로 돌아갔었는데, 궁에서 열흘 정도 지내니 지루함을 느껴 차라리 왕부로 돌아가면 더 자유로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궁에서는 규칙이 많지만 왕부에서는 그녀가 규칙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지금 바로 어머님을 찾아가겠습니다.” 송석석이 벌떡 일어섰다.…혜태비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 그녀는 아름다운 중년 여성이기에 충분한 수면으로 계속 미모를 유지해야 했는데, 며느리가 달콤한 잠을 방해하자 그녀의 두 눈에 불만이 가득 차올랐다. 송석석은 그녀가 거짓말을 하지 못하도록, 또 우회적인 표현을 하지 못하도록 바로 본론부터 말했다. “내일 궁에 들어가셔서 태후에게 회왕이 연초부터 지금까지 몸이 아픈데 아직도 나아지지 않았다고 말씀드리세요. 그리고 혹시 어의를 청한 적이 없다고 하시면 태후에게 회왕부에 어의를 보내달라고 요청해 주세요. 결국 그는 선제의 아우입니다.”혜태비는 즉시 불만을 토로했다. “지금 회왕 문제 때문에 나를 깨운 게냐? 그 집안 사람들이 너한테 어떻게 했는데 아직도 그들을 걱정한단 말이더냐?”혜태비는 송석석이 멍청하다며 탄식했다.송석석은 한숨을 내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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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7화

보요는 송석석을 위해 부탁한 것이기에 혜태비는 자기도 하나 고르겠다고 했다. 중년 여성의 애교는 아무리 높은 자리의 태후라도 거부할 수 없는 법이었다. 그녀는 나인에게 최근에 새로 들어온 보석을 가져오게 했는데, 혜태비가 무려 한꺼번에 일곱 여덟 개를 골라버린 것이었다!하지만 태후는 아끼는 여동생이 소녀처럼 좋아하는 모습에 그래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며 거절하지 않았다. 복구안은 허 어의와 함께 회왕부로 향했다. 허 어의는 늘 태후 곁을 지키던 사람으로, 형인 허어사처럼 고집이 세고 성품이 곧았다. 이런 성격으로는 태의원에서 버티기 힘들지만 다행히 태후가 그를 발탁했고, 심지어는 자신의 딸인 민지 공주를 그의 조카인 허낙천과 혼인시켰다.태후 곁의 복구안이 허 어의와 함께 회왕을 진찰하러 왔다는 소식에 회방비는 깜짝 놀라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맙소사, 맙소사!‘이걸 어쩐담? 왕야는 설전에 이미 나가셨는데. 그저 대외적으로 휴식이 필요하다고 했을 뿐인데 말이야.’회왕부는 그동안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기에 누가 찾아오는 일도 없었다. 설령 누군가 오더라도 병중이라고 하면 쉽게 넘길 수 있었다. 게다가 이 몇 년 동안 회왕부는 존재감이 전혀 없었고 그들이 있는지 없는지와 상관없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었다. 그런데 왜 지금 태후가 어의를 보낸거지? “그게…” 회왕비가 당황해하며 말을 얼버무렸다. “왕야꼐서 이미 다른 의원에게 진찰을 받았는데 큰 문제는 없다고 했으니 허 어의님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여기까지 왔으니 그래도 보는 게 좋겠습니다.” 복구안이 담담하게 말했다. “게다가 이건 태후의 명입니다! 그냥 이대로 돌아간다면 제가 보고할 길이 없지 않겠습니까? 허 어의님도 태후 앞에서 설명하기 어렵게 되실 겁니다.”회왕비는 줏대가 없었다. 그녀는 회왕이 무엇을 하러 나갔는지도 몰랐기에 나간 목적을 알려주지 않았다. 단지 절대 누군가에게 그가 나갔다는 것을 알리지 말라고만 당부만 받았으니 말이다.이젠 어쩐단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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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8화

두꺼운 장막이 바람을 차단했고 방 안에는 네다섯 개의 숯불 그릇이 놓여 있었는데 창문이 살짝 열려 있어 따뜻하면서도 답답하지 않았다.관리는 비단으로 된 사각 쟁반을 두 번째 장막 안으로 옮긴 후 손목을 침대 가장자리에 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허 의원님, 여기 앉으셔서 진맥해 주십시오.”허 의원은 자리에 앉아 왕야의 보기 위해 장막을 열려 했지만 만 관리가 저지했다. “왕야께서 추위를 피해야 합니다.”“맥만 짚을 수는 없소. 안색도 봐야 하오.”허 의원은 미간을 찌푸렸다. ‘대체 왜 이러단 말인가? 병이 있으면 병을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지 않은가?’이때 복구안이 앞으로 나아가 장막을 열었는데, 침대 위의 사람은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이건 분명히 회왕이 아니다!한 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 만 관리는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여러 가지 대책이 떠오르긴 했지만 모두 소용이 없었다. 그들은 그동안 아무도 회왕부에 관심을 가진 적이 없어 회왕부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아니, 어찌 이런 일이…?!” 허 의원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사람을 써서 왕야를 가장하게 하다니?”만 관리는 씁쓸하게 웃을 뿐이었다. “사실 왕야는 농장에서 요양 중인데 왕비가 태후의 호의를 거절할 수 없어서… 그래서 사람을 불러 왕야를 가장하게 했습니다.”“웃기는 소리!” 복구안이 담담하게 말했다. “허 의원님, 그냥 태후께 보고합시다.”허 의원은 알겠다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회왕비, 그럼 이만.”떠나기 전, 그는 누워 있는 사람을 한번 쳐다봤다. 비록 이불 속에 있었지만 거친 옷깃이 보이는 것이 분명히 하인의 모습이었다.태후를 속이기 위해 하인을 왕야의 침대에 올리다니... 앞으로 저곳에서 어떻게 잠을 자려고?복구안이 물었다. “세자께서는 아직 외부에서 여행 중이시지요?”잔뜩 긴장한 회왕비는 복구안의 질문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오래전부터 돌아오시지 않고 계십니다.”복구안은 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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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9화

숙청제는 마음을 가다듬었다.문득 어머니가 왜 갑자기 황숙에게 어의를 보냈는지 궁금해져 잠시 고민하다가 물었다. “궁 안에서 사람들 말로는 오늘 혜태비께서 오셨다면서요?”태후는 웃으며 대답했다. “예, 제가 불렀습니다. 사보국에서 새로 들어온 장신구들 중 붉은 금으로 만든 칠색 보요가 있습니다. 황후도 이를 원하고 숙비도 원한다고 하니 고민이 참 많았지요. 황후에게 드리는 것도 좋지만 용종을 잉태한 숙비는 어찌할까요? 그래서 아예 혜태비에게 주었더니 혜태비가 글쎄 날강도가 따로 없었습니다. 보요뿐만 아니라 다른 장신구도 한가득 가져가 버렸어요. 정말 후회스럽습니다.”숙청제는 웃으며 말했다. “혜태비가 즐거우시면 어머님 또한 기쁘시지 않겠습니까?” 그는 이런 재물에 대해서는 별로 아깝지 않았다. 그에겐 어머니를 기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저녁 식사를 마치고 숙청제는 돌아갔고, 태후는 옥춘과 옥하을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 이 습관은 수년간 유지되어 왔으며 아무리 추운 날씨라도 식사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에는 꼭 나가서 걷곤 했다.냉혹한 북풍이 휘몰아쳤고 그녀는 하나하나 끊임없이 이어진 궁의 등불을 올려다보았는데, 멀리 있는 등불일수록 마치 수증기 속에 잠긴 유리처럼 희미하게 보였다.옥춘은 태후가 뭔가 말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꽃밭에 도착할 때까지 태후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그저 가끔 하늘을 바라볼 뿐이었다. 심지어 한숨조차 내쉬지 않았다.옥춘은 황제가 북명왕을 의심하게 되어 형제간에 불화가 생길까 두려워하는 태후의 걱정을 잘 알고 있었다. 태후와 황제는 모자 관계로 매우 친밀하지만 전왕조의 일에 대해서는 말을 아껴야 했다. 그녀의 말은 매우 무게감이 있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해야 했다.…북명황실.태비는 붉은 금으로 만든 칠색 보요를 송석석에게 주었고, 석류 손목띠는 시만자에게 주었다. 그리고 나머지는 자기를 위한 보상으로 매일 화려하게 치장했다. 그녀의 언니가 말하기를, 여성은 언제 어디서든 힘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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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0화

그는 백보재의 주인장에게 하인을 데려와 하나하나 값을 매기도록 했다. 그렇게 상자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니 어머니가 금괴와 여러 가지 귀한 보석을 숨겨놓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마의 말로는 일부는 어머니의 지참금이고 일부는 그의 할머니가 남긴 것인데 분가하지 않아서 육씨에게 나눠주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일부는 송석석이 보낸 것인데 그녀가 이혼할 때 숨겨두었던 것이라며, 다행히도 송석석이 그 보석들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고 했다.전북망은 마마에게 송석석이 보낸 것들을 골라내게 하여 다시 그녀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그러자 마마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사실 돌려줘도 받을 리 없을 것입니다. 차라리 둘째 노부인께 드리는 게 낫지요. 어차피 두 분은 사이도 좋았으니까요.”“송석석이 둘째 노부인에게 주는 것은 그녀의 일이지만 우리는 대신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 전북망은 이렇게 생각했지만 왕청여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 돈과 보석에 욕심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이젠 왕부 사람들과는 아무런 연관을 맺고 싶지도 않아 했으니 어차피 송석석이 가져가지 않았으니 팔거나 맡기는 게 낫고 그 수익은 육씨에게 주면 된다고 생각했다.“송석석은 신경 쓰지 않을 것입니다. 형님이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전당 맡긴 것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걸 되찾는 게 송석석에게 돌려주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형수님도 본래 송석석에게 돌려주려 했을 것일 테니.” 전북망이 말했다. 그는 왕청여의 주장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 거절했다. “관계를 깔끔히 정리하려 한다면 더욱더 돌려줘야 합니다. 설령 그녀가 버리더라도 그것은 그녀의 결정이지요.”백보재의 사람들이 함께 있었기 때문에 왕청여는 그의 행동에 화가 나더라도 집안의 치부를 드러내고 싶지 않아 결국 그를 끌고 나가서 대화했다.창고 밖에 나가니 전북망이 자연스럽게 자기 망토를 벗어 그녀에게 덮어주었다. 그녀는 아이를 낳고 난 후 몸이 별로 회복되지도 않았고 또 오늘은 날씨도 아주 추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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