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의 모든 챕터: 챕터 901 - 챕터 910

1170 챕터

제901화

송석석이 떠나자 왕정도 자연스럽게 그 뒤를 따랐다.왕정은 입이 무거운 편이 아니기에, 오늘 송석석과 전북망이 나눈 이방이 민간인을 살해했다는 이야기는 이미 퍼졌다고 봐도 무방했다.하지만 이 일에는 소 대장군도 연관되어 있었고, 그는 그 당시 중상을 입어 거의 죽을 뻔했기 때문에 억울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평화 협정에 서명한 이가 이방이라는 소문이 난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왕정은 소 대장군의 억울함에 대해 분개하며 금군위소로 돌아가 그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금군 중에 송회안 대장군과 소 대장군을 존경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왕정의 말에 많은 이들이 소 대장군의 억울함에 대해 분개했다.물론 금군들은 직접 나서서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자연스레 외부로 퍼져 나갔다.송석석의 첫걸음이 바로 이것이었다. 그녀는 외조부가 백성들로부터 믿음과 존경을 얻도록 하고, 동시에 수도 내 무장과 무관들로부터 지지를 받게 하려했다. 이런 일들이 차근차근 쌓여야 이후 큰일을 도모하는 데 필요한 요소들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다행인 것은, 과거 성릉관 대첩에서 황제가 전북망과 이방을 키우고자 하여 모든 공을 그들에게 돌렸다는 사실이었다. 이는 황제가 그들을 절대적으로 충성하는 젊은 무장으로 만들려 했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황제가 송석석의 외조부와 외삼촌에게는 크게 포상을 하지 않았었다. 원수의 공을 무시하고 아랫사람을 치켜세운 전례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과거 송석석의 아버지도 그렇게 진급했으나, 그는 착실한 군공으로 인한 진급이었고 이방과 같이 조작된 사기와는 달랐다.이방이 옥에 갇히자 형부에서 즉시 심문이 시작되었다. 이 심문은 비밀리에 진행되는 것이었으나 황제는 전북망과 오월을 동행시켰다. 오월은 동궁의 시위장이자 동궁 시절부터 숙청제를 따라온 인물이다. 숙청제는 그동안 비밀리에 인력을 키워왔으나 이들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만약 드러난다면 그가 쥔 모든 패들이 노출되는 것과 다름없었기 때문이다.숙청제가 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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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2화

사여묵이 가까이 다가가 송석석의 손을 잡으며 위로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우리가 결코 상황을 최악으로 몰고 가게 두진 않을 것이오.”송석석은 그의 장담이 실은 확실한 방도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사람 마음은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다. 특히나 서경의 신임 황제는 태자에 오른 후부터 녹분성 사건을 서경에 퍼뜨려 백성들의 분노를 부추겼다. 그런데 이제 황제가 되었으니 원하는 대로 다 할 수 있다. 염선생이 정보를 정리해 결론을 내렸다.  “정원제는 황제 자리에 큰 미련이 없어 보입니다. 다만 그 엄청난 권력을 이용해서 그의 태자 형과 학살당한 백성들을 위해 정의를 되찾고 우리에게 국경선에서 물러서라고 요구하려 합니다. 심지어 그는 전쟁을 발발하려는 듯합니다. 다만 서경이 사국을 도왔던 일로 인해 병력을 크게 잃었고, 우리와의 오랜 대치 속에서 성릉관에서도 대규모 전투를 겪었기에 서경 역시 재정비가 필요한 상태입니다. 조정에서도 전쟁을 반대하는 이들이 적지 않고, 냉옥 장공주가 그 주축이 되어 전쟁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냉옥 장공주가 사절단을 이끌고 오는 것은 정원제가 우리와의 협상에 양보할 의지가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아마도 이번이 유일한 양보일 겁니다. 만일 협상이 결렬된다면 전쟁을 반대하는 이들은 완전히 힘을 잃게 될 겁니다.”냉옥 공주는 서경 선황제의 적장녀로, 선태자와 지금의 정원제의 친누나이기도 하다. 정원제가 즉위하면서 그녀는 자연스레 장공주가 되었다.정원제를 황위에 앉힌 것도 사실 그녀의 힘이었다. 당시 서경 선황제의 병세가 깊어지자 그녀가 대신 국정을 다스렸고, 서경에서 그녀는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서경에는 이런 말까지 있을 정도였다. "장공주가 여성이 아니라면 반드시 태자로 책봉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서경에서는 여성이 정치에 참여하고 벼슬을 할 수는 있어도 황제로 즉위할 수는 없었다.심청화가 문득 입을 열었다. “장공주와 몇 번 마주친 인연이 있는데, 그녀는 술수도 있고 결단력도 대단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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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3화

사여묵은 밤새 조용히 송석석을 품에 안고 잠을 청했다. 송석석은 어떤 작은 움직임도 없이 그의 품에 조용히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마치 숨소리 하나하나가 계산된 듯 고르게 이어졌다. 사여묵은 단숨에 그녀가 깨어있다는 사실을 알아 차렸다. 송석석은 단지 사여묵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성릉관 소 장군부 안에 황제의 뜻을 전하는 어명이 도착했다. 남강으로 어명을 전달하러 가는 이는 바로 치석정찰대의 제방과 노홍이었다. 물론, 어전시위와 금군도 동행하였다.제방과 노홍은 현재 사품무관으로, 아직 황제가 본격적으로 그들을 등용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이번 명령 전달이 그들의 첫 임무라고 볼 수 있다. 이 일을 잘 수행하면 황제의 신임을 얻을 수 있는 기회였다.그러나 이 임무는 그들에게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대부분의 무장과 병사들은 소승과 송회안을 존경의 대상으로 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임무가 단순한 명령 전달이 아니라 사실상 압송과 같아 제방과 노홍의 마음도 편치 않았다.원래 어전시위 척귀가 오늘 당장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제방과 노홍이 모든 반대를 무릅쓰고 소 대장군에게 가족과 작별인사를 나눌 시간을 주기 위해 출발을 하루 미루었다.오늘 저녁의 장군부는 평소와 다름없이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올렸고, 평소 먹던 몇 가지 음식만 차려졌다. 오늘이라고 해서 음식을 더 추가하지는 않았다.이 날이 언젠가는 올 거라는 것을 모두 마음속으로 준비하고 있긴 했지만, 이 식사에서 소 대장군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한입도 제대로 삼킬 수 없었다.“아버지!” 소삼야가 젓가락을 내려놓고 붉어진 눈으로 나이 든 아버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제가 아버지와 함께 가겠습니다!”소승은 침착하게 음식을 먹으며 가볍게 말했다. “그럴 필요 없다.”"황제께서 팔야에게 군권을 맡기셨으니, 제가 아버지와 함께 돌아가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 어차피 저는 한쪽 팔을 잃은 몸이니 어떤 책임이라도 제가 혼자 짊어지겠습니다."“허튼소리 하지말거라!” 소승은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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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4화

남씨는 속이 상해 머리 꼭대기까지 화가 났다. 자신의 남편이 전북망을 구하려다가 한쪽 팔을 잃었고, 그 덕에 평생 갈고 닦은 무예 실력은 반으로 줄어버렸다. 다행히 그동안 전쟁이 발발하지 않아 한 손으로 검술을 연습하며 나름 무예 실력을 유지하려 애썼으나, 이제 긴 창은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도와준 것은 도와준 것이라 쳐도, 상대가 은혜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자라니. 더군다나 그들의 눈앞에서 이방과 몰래 관계를 맺고 있었다니! 어째서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것인지, 그때는 정말 눈이 멀어 있었던 게 틀림없다. 그들이 당시 좀 더 세심하지 못했던 탓도 있었다. 그때 알아챘더라면 성릉관에서 바로 혼쭐을 냈을 텐데…… 어찌 그들을 돌려보내 석석을 해치도록 두었단 말인가!남씨는 송석석을 무척 아꼈다. 그녀가 태어났을 때도 남씨는 마침 진성에 있었는데, 그렇게 사랑스럽고 보드라운 아기는 본 적이 없었다. 마치 옥을 깎아 만든 것처럼, 그녀는 세상 그 무엇보다 귀한 보물이었다. 송석석이 세 살이 될 때까지 남씨는 며칠에 한 번씩 진북후부에 달려가 귀한 아이를 안아보곤 했다.그 후 남씨는 남편을 따라 성릉관으로 향했다. 초반에는 두 해에 한 번씩 진성으로 돌아오곤 했지만 아이들이 자라면서 학문과 무예를 익혀야 했고, 성릉관과 서경 사이의 마찰도 끊이지 않아 점차 자리를 비울 수 없게 되었다.송회안과 그의 아들 일곱 명이 희생되었을 때, 남씨는 남편을 따라 한 차례 고향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때 석석은 매산에서 무예를 익히고 있었기에 돌아오라는 연락을 받지 못한 탓에 그녀를 만나지 못했다. 이후에 일어난 일들은 모두 편지를 통해 알게 된 것이었다.석석이 전북망과 이혼한 후 돌아왔을 때, 남씨 부부는 함께 돌아가 그녀를 보고 싶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석석이 이미 남강 전장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었고, 이어서 그녀가 공을 세워 돌아와 북명왕 사여묵과 혼인했다는 소식도 전해 들었다. 그렇게 그들은 다시 진성으로 돌아갈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그들은 녹분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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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5화

소승의 부하 장군들은 관각에 머무는 제방과 노홍을 찾아가 상황을 설명하려 했다. 거무스레한 피부의 장군들이 초조하고 애타는 눈빛으로 녹분성 사건에 대해 설명하자, 기방과 노홍의 마음은 착잡해졌다. “정말 사실입니다! 소 대장군은 전혀 몰랐습니다! 당시 그는 화살을 맞아 군의관들조차 가망이 없다고 했지만, 스스로 견뎌냈고 침상에 누운 지 석 달 만에야 겨우 걸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 몸 상태도 전과 같지 않아 고통을 겪고 있단 말입니다!”“맞습니다! 전북망이 녹분성으로 간 건 제 의도였지, 소 대장군과는 무관합니다! 저를 데려가 조사하고 처분하십시오. 목숨이 필요하다면 진성에 도착하자마자 드리겠습니다!"“제 장군님, 노 장군님, 여러분은 이전에 남강 전장에서 송 원수와 함께 싸우지 않았습니까? 우리끼리는 숨김없이 말해봅시다. 이 일을 해결할 방도가 있습니까? 황제의 진짜 의도는 무엇입니까? 정말 솔직히 말씀해 주십시오. 만약 누군가 나서서 이 일을 짊어져야 한다면 저 노여가 짊어지겠습니다!”장군들 한 명 한 명 모두 자신이 죄를 짊어지겠다며 소 대장군이 돌아가는 걸 원치 않다고 했다.그러자 제방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장군님들, 저와 노홍은 황제의 명을 전하러 온 것일 뿐, 결정할 권한이 없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북명왕이 분명히 해결책을 찾을 것입니다.”“어찌 걱정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통상적으로는 이렇게 명을 전하지 않습니다. 그대들을 보낸 것은 실질적으로 소 대장군을 압송하라는 의미 아닙니까? 그렇지 않았다면 전령을 보냈을 것입니다!”노여는 눈이 빨개지도록 애가 탔고 목소리까지 바들바들 떨렸다. “대장군께서는 곧 칠순이십니다. 그 나이에도 성릉관을 지키며 일생을 국경 관문에 바쳤습니다. 평생을 우리 상국의 국토와 백성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셨단 말입니다! 어찌 남의 잘못을 그분에게 덮어씌울 수 있단 말입니까?”노정 역시 답답함에 발을 굴렀다. “맞습니다! 그들은 원래 성릉관의 병사도, 무장도 아닙니다. 그러니 책임을 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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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6화

그들은 저녁 내내 여러 번 기회를 노려 장기문과 단둘이 이야기하려 시도했다. 하지만 장기문과 척귀가 한 방을 썼고, 출입 또한 항상 함께 했기 때문에 척귀를 따돌릴 방법이 없었다. 이때 마침 장기문이 화장실로 가자 노홍이 척귀를 감시하고, 제방은 화장실 밖에서 그가 나오기를 기다렸다.장기문은 물과 음식이 맞지 않아 화장실에 오래 머물다 나왔다. 그가 나오기만을 계속 기다린 제방은 추위에 떨어 거의 몸이 얼어붙은 상태였다. 이곳은 불빛이 매우 어두컴컴했다. 장기문은 나오면서 사람 그림자를 보고 까무라치게 놀랐다. “제 장군이셨군요! 놀라서 혼났습니다!”제방이 다가가 말을 꺼내려 하자 장기문이 웃으며 말했다. “아직 숨을 참을 수 있으면 잠깐 참으시죠. 안에 냄새 좀 빠지게요.”제방도 웃으며 대답했다.“장 시위님, 사실 저는 시위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무슨 말씀이든 여기서 할 건 아니죠. 돌아가서 합시다. 춥지는 않으십니까?” 장기문은 다리까지 저려왔는지 다리를 탁탁 털었다. 제방은 조용히 말을 이었다. “장 시위님, 오늘 밤 저를 찾아온 장군들은 모두 소 대장군을 오랫동안 모신 부하들입니다. 그들은 단지 대장군을 염려하는 마음에 잠시 무례하게 말한 것입니다. 아무런 의도가 없었습니다.”장기문이 냉정하게 대답했다. “제 장군께서는 제가 황제께 보고하지 않길 바라십니까? 이미 그런 말을 떠들어댔으니 무의식적으로 한 말이라곤 할 수 없겠죠. 제 장군께서도 괜한 일에 참견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보고할지 말지는 내 일입니다. 이번이 그대들에게 공식 임무로 복귀하는 첫 번째 기회라는 걸 잊지 마십시오.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앞날도 없을겁니다.”제방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그는 호칭까지 바꿔가며 친밀함을 내세워 설득하려 애썼다. "장 형제, 당신의 사촌인 장문수 형님을 봐서라도 그 말을 못 들은 걸로 해주십시오. 앞으로 우리 형제끼리는 뭐든 다 좋게 해결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나와 노홍이 당신에게 신세를 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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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7화

소육야는 노정을 붙잡으며 말했다.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관각에 가서 제 장군을 만나고 오겠습니다. 그 사람이 정말로 들었는지 확인해 봐야겠습니다.""들은 것은 확실합니다." 노여는 고개를 들고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 수천 군대와 맞서도 두려워하지 않던 그가 지금은 겁이 나는 듯했다. "노정이 그렇게 큰 소리로 외쳤는데, 귀먹은 사람이 아니고서야 다 들었을 겁니다." "그럼 내가 가서 그들에게 부탁하겠습니다. 이 말이 절대로 황제께 전달돼서는 안 됩니다." 소육야이 크게 호통쳤다. "거기 누구 없느냐! 말을 준비하거라!" 그리고는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소삼야는 이들이 아버지와 반평생을 함께해 온 사이로 걱정하는 마음에서 제방을 찾으러 간 것임을 알고 있어 그들을 바라보며 깊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형님들, 화는 입에서 비롯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앞으로는 반드시 말을 조심해야 합니다. 하지 말아야 할 말은 절대 꺼내지 마십시오.”그러자 모두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제 와서 잘못을 깨달은들 과연 만회할 수 있을지는 몰랐다. “설령 어전 사위가 없었다 해도 제방과 노홍 앞에서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되었어. 아이고……"소팔야는 머리가 아픈 듯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버지가 황제의 명에 따라 진성으로 가시는데 지휘권은 삼야형이 아닌 자신에게 맡겨졌다. 그는 막내일 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친아들도 아니었다. 이를 통해 황제가 내부 갈등을 조장하려는 속셈이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만약 이곳에서 분란이 생기기라도 한다면 황제는 곧바로 총지휘관을 성릉관에 파견할 것이다.현재 성릉관을 안정시킬 수 있는 무장은 북명왕 외에 아무도 없다. 하지만 황제가 북명왕을 이곳에 보낼 리는 없고, 만약 다른 이를 보낸다면 실력이 부족하거나 공을 세워 후작에 오르려는 야망을 품은 자일 것이다.다행히도 소가의 아들들은 단합이 잘 되어 있었다. 누가 지휘권을 쥐든 간에 아버지가 계실 때는 아버지의 뜻을 따르고, 아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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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8화

진성에서는 홍시가 성릉관에서 온 전서를 받자 마자 열어 보지도 않고 왕비에게 전하라며 시만자에게 넘겼다. 시만자는 성릉관에서 온 소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다. 그녀는 바로 전서를 열어 읽었고 깜짝 놀라 곧장 말을 타고 달려 경위부로 달려갔다. 송석석이 경위부에 있을 거라는 판단에서였다.시만자가 경위부를 드나드는 일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녀는 이제 막 특별 초빙된 무술 사범이기 때문이다. 숙청제는 그녀의 무예 실력이 뛰어남을 알았고, 또 그녀가 스스로 무관이 되길 원하지 않는 것을 이해했기에 그녀에게 현갑군의 무예 교육을 맡겼다. 비록 어전시위가 독립되었지만 무예 훈련만큼은 그러지 못했다. 이들은 여전히 경위부로 와 시만자에게 무예를 배우러 와야 했다.송석석은 전서를 읽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는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실수였다. 이 내용을 가볍게 본다면 노정 장군이 순간적인 실수로 입을 잘못 놀린 것으로 가벼운 훈계를 내리거나 군봉 스무대를 맞는 선에서 끝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심각하게 본다면 이는 대단히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었다. 그 발언이 마치 성릉관의 장군들이 일제히 녹분성의 죄책이 황제에게 있다고 여기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더욱이 이 사건은 애초에 황제의 책임이라고 볼 수 없었다.“어떻게 해야 해…? 염선생과 사형은 지금 부재 중이고 왕야도 대리사에 있어서 너를 찾아올 수밖에 없었어.” 시만자 역시 그 발언의 파급력을 잘 알고 있었다. 지금의 황제는 물론 상대적으로 관대한 선황제조차도 이와 같은 말을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다.황제가 성릉관에 지원군을 보냈고 지원군은 소 대장군의 지휘를 받았다. 만약 황제가 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면 모든 전투에서 패할 때마다 그 책임이 황제에게 돌아가야 하지 않겠는가?전북망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한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송석석은 손에 든 전서를 등불에 가져가 태워버렸다. 장기문이 진성으로 돌아가기 전까지는 단 한 마디의 말도 새어 나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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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9화

단신의가 떠난 후, 장문수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버지, 무슨 수를 쓰더라도 반드시 장기문을 막아야 합니다.”선평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라. 내가 더 이상 소 대장군이 이런 불의의 재난에 휘말리게 가만두지는 않을 것이다.”설령 영예와 부귀를 버려야 한다 해도 온 마음을 다해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는 법이다. 선평후는 무장의 집안에서 태어났으며 후작의 지위는 전장에서 피땀 흘려 얻은 것이었다. 소 대장군을 위해서라면 작위를 잃더라도 조상이 그를 원망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다만 그는 조카 장기문을 설득할 자신이 없었다. 장기문은 어릴 때부터 주관이 뚜렷하고 자신의 미래를 위한 방법을 강구하는 사람이었지만, 불행히도 늘 운이 없었다. 중요한 임무가 주어질 때마다 병에 걸리거나 불운이 닥쳐 공을 세울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오랫동안 동궁에서 보낸 그이지만 별다른 성과를 이루지 못해 여전히 평범한 시위로 남아있었다. 그렇게 황제가 즉위하고 나서야 그는 현갑군으로 편입되어 어전 시위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별다른 출세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이번 성릉관 파견도 척귀가 오월에게 추천해서 가능했던 일이었다. 장기문은 항상 성공을 꿈꾸어 왔다. 이제 눈앞에 절호의 기회가 생겼는데, 그가 쉽게 포기할 리가 있겠는가?단신의는 선평후부에서 나와 북명왕부에 소식을 전했다. 사여묵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는 장기문이 약간의 운이 부족한 인물일 뿐, 비교적 올바른 사람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스스로도 이를 고발할지 망설이고 있을 것이다. 선평후와의 대화를 나눈 뒤라면 고발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장기문이 정말로 그 말을 출세를 위해 이용하려고 한다면, 차라리 이를 기회로 삼아 황제께 보고하는 대신 제방과 직접 얘기를 나누는 편이 더 유리할 것이다. 제방은 제가의 사람이며 제수찬은 황제의 사위이니 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고발로 얻는 것보다 훨씬 클 터이니 말이다.심지어 장기문은 황제 곁에서 오랫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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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0화

하지만 여론이 이렇게나 들끓는 것을 보면 누군가 일부러 의도적으로 부추긴 것이 분명했다. 숙청제는 처음에 북명황실을 의심했는데, 실마리를 따라 진상을 밝히다 보니 뜻밖에도 목 승상이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그 기사들과 찻집, 그리고 술집의 이야기꾼들까지도 모두 목 승상이 사람을 보내 마련한 것들이었다. 게다가 목 승상도 이 사실을 숨길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숙청제는 어서방에서 오랜 시간 침묵하더니 오월에게 말했다. "이번 일은 그냥 못 본 걸로 하게. 입 단단히 다물어야 할 것이네."목 승상은 선황제가 죽기 전부터 사임할 생각이 있었으나 갑작스러운 선제의 죽음으로 인해 새 황제가 즉위하는 상황에서 혼란을 막기 위해 상직을 지키며 힘껏 보좌해왔다.조정 내 모든 문무백관 중에서 숙청제가 가장 믿는 이는 목 승상과 안만수 둘 뿐이었다. 최근에 목 승상과 여러 차례 성릉관 문제를 논의했을 때, 그는 늘 말할 듯 말 듯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는데 사실 모든 것이 정황상으로 이어져 있었다.목 승상과 소승은 문엄 시절부터 함께 세 황제를 모신 원로이다. 때문에 문관과 무관 사이에는 깊은 신뢰가 있었다. 숙청제는 목 승상이 했었던 말을 떠올렸다. "변방을 지키는 장군들이 없으면 국내의 안정과 번영도 없는 법입니다." 그들은 겉보기엔 깊은 교류가 없는 듯했고 심지어 오랫동안 얼굴을 마주한 적도 없었으나 서로를 무척 존중하고 있었다.2월 13일 저녁, 제방과 사람들은 소 대장군을 모시고 입성했다. 며칠 전부터 백성들은 그가 황제의 명령에 따라 진성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성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도착한 것이다!해질녘이 되자, 붉은 석양이 피빛처럼 물들었다.키 큰 노장이 검은 말에 앉아 있었고 좌우에는 어전 시위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그의 허리는 조금도 굽지 않았다. 얼굴의 피부는 검붉은 빛을 띄며 마치 광택이 도는 구리처럼 단단해 보였다. 그 긴 세월동안 눈보라와 서리를 겪었으나 그의 얼굴은 갈라지지 않았다. 마치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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