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밤, 사여묵과 송석석은 소부를 찾아갔는데, 소부 대문 밖에서부터 근용위가 정성껏 준비한 흔적이 눈에 들어왔다. 간판은 새로 걸렸고 문 앞은 깨끗하게 정돈되었으며 대문의 구리 몼가지 하나하나 빛나도록 닦여 있었다. 낮에는 백성들이 찾아와 그들의 정성을 담아 과일과 채소, 닭, 오리, 생선, 고기 등을 바쳤다. 백성들의 감정은 가장 소박했다. 더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힘을 보탠 것이었다.전북망은 문을 지켰지만 백성들과는 반대로 낮에는 올 염두를 내지 못하고 밤에 찾아와 보초를 섰다. 스스로 충분히 용기를 북돋은 후에 들어가서 죄를 고할 계획이었다.그러나 문을 밀고 들어갈 용기는 끝내 생기지 않았고, 매번 실패했다. 그러다 사여묵과 송석석이 다가오자 무심결에 뒤로 물러서며 몸을 숨겼다.이 반사적인 반응은 요즘 그를 향한 백성들의 엄청난 비난 때문이다. 그가 거리를 지나갈 때면 어떤 이는 그를 향해 썩은 채소를 던지기도 했다. 전북망은 성릉관에서의 공로가 지금은 백성들의 분노로 되돌아오는 것을 느꼈다.그러나 그는 묵묵히 그 비난을 감내하고 있었다. 이제는 어머니께 설명할 필요도, 그녀의 분노를 감당할 필요도 없었고 받을 것을 모두 받고 나면 이 일이 끝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여묵과 송석석이 말고삐를 함께 잡고 걸어오는 모습을 보며 그는 어쩐지 알 수 없는 감정이 마음속에서 피어올랐다.송석석은 어두운 구름 무늬와 큰 국화 문양이 수놓아진 넓은 소매의 운단 옷을 입고 있었는데, 검고 속은 붉은 외투가 바람에 흩날렸다.최근에 몇 번 그녀를 볼 때마다 늘 관복 차림으로 관의 위엄을 뽐내는 모습이었는데, 오늘은 여성복을 입어 한층 더 화려한 미모가 돋보였다. 살짝 붉어진 눈가가 마치 복숭아꽃 빛을 띈 듯 해 한 번 보면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모습을 자아냈다.전북망은 그녀를 한 번 힐끗 보고 곧바로 시선을 돌렸다. 문 앞의 등이 밝지 않기를 바라며 그들이 자신을 보지 않았기를 바랐다. 그는 사여묵을 마주 볼
Last Updated : 2024-11-1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