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19화

작가: 유애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1-19 20:00:00
그가 사여묵보다 먼저 손을 내밀어 그녀를 일으키며 어린 시절처럼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송석석은 어린 시절 조금이라도 억울하거나 불편한 일이 생기면 외조부를 찾아와 고자질을 하곤 했다. 작은 몸에 세상 불만이 가득 차, 누가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나쁜 말을 하면 모두 기억해 두었다가 외조부가 진성에 돌아오면 한껏 하소연하곤 했다.

고자질을 마친 뒤에는 외조부의 품에 안겨 있었다. 겉으로는 억울해 보였지만 눈가에 가득 찬 웃음은 그녀가 얼마나 만족스러워하는지 드러냈다.

송석석의 눈물이 끊어진 구슬처럼 뺨을 따라 굵게 흘러내렸다.

외조부는 거친 손끝으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애써 목소리의 떨림을 참으려 했지만 떨리는 목소리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

“이번에는 누가 우리 작은 석석이를 괴롭혔단 말이냐? 그러나 이제는 다 커서 외조부가 나설 필요도 없겠구나. 네가 스스로 되갚아 줄 수 있으니 말이다.”

외조부의 애틋함과 자랑스러움이 섞인 목소리에 송석석의 마음은 더욱 아려 왔다.

그녀는 급히 눈물을 닦으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이곳에 울려고 온 것도 아니고, 외조부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려 온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흐릿한 눈 너머로 바라보니 여전히 자신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외조부의 눈빛은 그대로였지만, 그의 연세가 뚜렷이 보였다.

지난 몇 년 동안 그녀가 겪어온 일보다 외조부는 더 많은 고난을 겪어 왔을 것이다. 송가의 불행만으로도 충분히 힘드셨을 텐데 삼야 삼촌은 팔이 잘리고, 일곱째 외삼촌은 세상을 떠나고…… 본인도 화살을 맞아 중상을 입는 등 한 고비 한 고비를 넘기며 힘겹게 견뎌 왔을 것이다. 이 모든 고비를 넘겨 오면서도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있는 외조부를 보며 다른 사람들은 존경할지 몰라도 그녀는 그저 마음이 아플 뿐이었다.

사여묵 덕분에 가까스로 조부와 손녀는 마음을 달래고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송석석은 외삼촌과 외숙모의 안부를 묻고 싶었지만 일곱째 외삼촌을 떠올리게 할까 두려워 감히 말을 꺼내지도, 물어 보지도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20화

    소 대장군은 사여묵의 뜻을 단번에 이해했다. 서경의 복수는 일종의 주고받기가 된 것이다. 만약 상국이 서경 마을을 학살했을 때 그들이 아무런 복수 없이 지금처럼 사절을 파견했다면 상국이 절대적으로 잘못한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복수했다.소 대장군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맞습니다. 만약 우리에게 마을 학살의 잘못만 있었다면 그들의 복수는 이미 충분합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가 항복한 자를 죽인 일도 있다는 것입니다.”항복한 자를 죽였다는 말은 일종의 표현일 뿐이었다. 실상은 한 나라의 태자를 극도로 모욕해 비참하게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었다. 서경 황제도 원래 그 평민들을 위해 정의를 되찾아주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형을 위해 복수를 하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마을 학살은 덮을 수 있다 해도, 타국의 태자를 모살한 일은 어떻게 되는가?사여묵이 말했다. “지금은 항복한 자를 죽인 일이 겉으로 드러나진 않았습니다. 수란키가 전에 뒤로 물러난 것도 서경 태자의 체면과 서경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번에 사절단으로 온 사람이 냉옥 장공주이기 때문에 아직 희망은 있습니다.”송석석도 덧붙였다. “그리고 이전에 남강 전장에서 수란키가 말하길, 서경으로 도망친 정탐조들이 모두 죽었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평 사저의 조사에 따르면 두 명이 도망친 것으로 보입니다. 사저는 그 두 명을 계속 추적해왔고, 이미 발견하였습니다. 그들이 현재 이곳으로 오는 중입니다.”그들이 한마디씩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며 소 대장군은 마음이 무겁지만 한편으론 기쁘기도 했다. 그들이 남강 전장에서 돌아온 이후로 줄곧 자신을 위해 발 벗고 뛰어다녔으니, 그가 진성에 돌아와 조사를 받게 될 때 모든 준비를 완벽히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형부에 갈 필요도 없으니 말이다.어찌 됐든, 이 소부로 돌아와 며칠이라도 살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후회는 없었다.그는 두 손을 의자 팔걸이에 올리고 그들을 바라보며 깊은 목소리로

    최신 업데이트 : 2024-11-19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21화

    소 대장군은 손녀의 가냘픈 어깨를 보며 안쓰러워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석석이 모든 것을 감당하고도 바쁘게 뛰어다니며 멸문을 분동 삼아 나의 생명을 쟁취하다니.’ “외할아버지, 석석이 말이 맞습니다. 이런 일들은 떼어놓을래야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 일은 외조부님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양국이 전쟁을 피면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따로 생각한다면 서경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와 배상까지 주겠지만 그러면 협상의 조건을 약화시키는 셈이었다. 소 대장군도 그 도리를 알고 있었지만 석석에게 너무 잔인한 일인 것 같아 그는 차마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조손이 마주해서 집안일은 감히 말할 수 없고 나랏일은 차마 말을 할 수 없으니 더 이상 할 말도 없었다. 하지만 모처럼 만나는 것이니 그냥 떠나기는 아쉬워 사여묵은 매산이라는 안전한 화제를 찾았다. “석석아. 외조부에게 매산에 있었을 때 일을 해드리면 어떻소? 외조부께서 재미있어할 것이오.” 그러자 소 대장군은 바로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래, 네가 매산에서 임 대협을 스승으로 모셨다고 들었다. 나도 임 대협을 두 번이나 만난 적이 있는데 안타깝게도 깊은 이야기까지 하지 못해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구나. 혹시 엄숙하더냐? 네 무공이 이렇게 좋아지기까지 매산에서 고생을 많이 했을 것이다. 그리고 임 대협의 엄격한 가르침 덕분이기도 하지.” 송석석은 웃으며 말했다. “사부님은 하나도 엄격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는 마치 우리의 대사형 같았고 심지어 우리보다 더 장난이 심해서 사숙님은 그의 행동을 아주 싫어했습니다. 매번 우리에게 벌주는 것도 사부님에게 일깨워주기 위함이었습니다.” 소 대장군은 의아해하며 말했다. “그가 장난이 심하다는 말이냐? 그건 아닌 것 같다. 외조부가 그를 본 적이 있는데 엄숙하고 친해질 수 없는 모습이라고 했다. 근데 어떻게 장난이 심하다는 말이냐?” 송석석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외조부께서는 그에게 속은 것입니다. 냉담하고 엄숙한 건 사부님께서 낯

    최신 업데이트 : 2024-11-19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22화

    사실 사여묵은 항상 송석석이 말하는 사부님이 낯설었다. 그의 눈엔 사부님은 분수가 있는 분이었고 엄숙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방임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좋은 일이 있으면 제자들을 가장 먼저 생각하며, 감싸주기도 하였다. 석석이 말한 사숙님은 그의 사부였는데 변덕이 심하고 걸핏하면 벌을 주어 모두들 그를 두려워했다. 소 대장군은 그들을 바라보며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 한 명은 재미있고 한 명은 재미가 없는 것이냐?” 그러자 송석석이 말했다. “그는 사숙님의 직계 제자라 사숙님께서 그에게 잘해주니 당연히 재미있었겠지요. 하지만 사숙님은 그에게만 잘해주고 우리에겐 무거운 벌만 주었습니다. 침착하고 듬직한 대사형도 사부님의 눈엔 차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소 대장군이 물었다. “그럼 너희 둘이 사형제란 말이냐?” 그러자 송석석이 말했다. “사여묵이 나보다 입문을 늦게 했으니 제가 사저입니다.” 그러자 소 대장군은 가볍게 농담을 던졌다. “그럼 사제가 사저에게 잘해주느냐?” 그러자 송석석이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잘해줍니다.” 소 대장군은 사여묵을 깊이 들여다보았다. 남자들은 때로 말을 하지 않고 눈빛만 봐도 마음을 알 수 있었다. 예전에 성릉관에 있을 때부터 소 대장군은 석석이 재혼이라 북명왕이 그녀를 싫어하지는 않을까 걱정을 했었다. 사실 그는 북명왕이 왜 석석과 결혼을 하려고 하는지, 그중에 무슨 음모와 계략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그 후, 서신을 통해 그들 부부의 감정에 대한 언급이 없고 모두 녹분성에 대한 이야기만 하자 그는 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여묵은 친왕인 데다 공까지 세웠으니 원하면 어떤 여자와도 결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황제폐하가 공을 꺼린다고 해도 그의 선택지는 여전히 많았다. 그는 사여묵이 송석석에게 감정이 있어서 그런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렇게 확정해 버리면 경계심을 잃어 혹시라도 송석석을 해칠 까봐 두려워서 줄곧 의심해 오기만 했다. 하지만 남자의 마음속에 한 여자가 있으면 어떤 모습을 보

    최신 업데이트 : 2024-11-19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23화

    송석석은 손가락으로 도자기 숟가락을 집어 들고 그릇을 살짝 부딪치며 말했다. “가끔은 울고불고하지 않는 게 더 아플 때가 있어.” “나도 나중에야 알았어.” 시만자는 일어나서 송석석을 꽉 껴안고 말했다. “그러니까 나도 줄곧 너의 곁에 있으면서 그날 청석샘에서의 순수한 송석석을 되찾을 수 있을 거야.” 송석석은 그녀를 살짝 밀어내더니 뜨거운 눈물을 닦아내며 말했다. “꼭 청석샘의 송석석이어야 하냐? 매화나무 아래에서 널 이긴 송석석은 안 되냐? 적염문 밖에서 널 이긴 송석석은 안 되냐? 산봉우리에서 널 이긴 송석석은……” 그러자 시만자는 이를 갈며 말했다. “그 입 다물지 못하느냐? 내가 만든 인생 오미국을 아직 충분히 마시지 못한 것 같으니 한 대야 더 퍼주마.” 그녀는 주먹으로 송석석의 어깨를 톡하고 때렸다. 송석석은 시만자의 소매를 당겨 눈물을 닦고 갑자기 그녀를 껴안더니 한참 동안 어깨를 부들부들 떨었다. 시만자도 눈물을 흘리며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마치 어릴 적 비무를 한 후 송석석이 진 그녀를 비웃고는 다시 와서 안아줄 때와 같았다. 한참 후에 송석석은 그녀를 놓고 다정하게 말했다. “고마워.” 시만자는 그녀에게 손수건을 건네며 말했다. “내 옷으로 눈물 콧물 다 닦지 말고 네 손수건 써.” 못난 손수건이 송석석의 손에 놓이자 그녀는 그만 웃음을 터뜨렸다. “이 손수건 내가 예전에 너에게 준 것 아니냐? 평시에도 가지고 다녔어?” 그러자 시만자는 다시 앉아서 코가 막힌 소리로 말했다. “아니, 예전에 네가 준 건 진작에 버렸지. 이건 국공부에 있던 재고품들인데, 보주에게 달라고 했어.” 송석석은 눈물을 훔치고 빨갛게 부어 눈은 방금 구워 낸 호두 같았다. “그걸 가져가서 뭐 하게? 국공부에 예쁜 손수건이 수두룩한데!” 그러자 시만자는 시무룩해져서 말했다. “왜냐하면 이 손수건들 만이 네가 나보다 못하다는 것을 증명해 주니까.” 그녀의 말에 송석석은 끝내 참지 못하고 환하게 웃었다. 문 밖에 있던 몽동

    최신 업데이트 : 2024-11-19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24화

    다음날 저녁, 셋째 외숙모인 남 씨가 진성에 도착하자 그녀는 아무 데도 가지 않고 먼저 황실로 왔다. 송석석은 당연히 그녀가 올 줄 알았지만 이렇게 일찍 올 줄은 몰랐다. 외조부께서도 적어도 며칠 후에야 찾아온다고 했었는데 말이다. 그래서 시만자가 펄쩍 뛰며 소식을 알리자 그녀는 벗었던 관복을 다시 입고 밖으로 뛰어 나갔다. 날은 아직 어둡지 않아 노을이 하늘가에서 옅은 주황색을 띠었다. 부드러운 노을빛 아래에서 남 씨는 사람들에게 물건을 내려놓으라고 지시했다. 송석석은 외숙모라고 외치며 그녀가 돌아보기도 전에 달려가 그녀를 안았다. 송석석의 품에 안기자마자 남 씨는 눈물이 솟구쳤지만, 이내 억누르고 코를 훌쩍이며 웃어 보였다. “왜 그러느냐? 외숙모 방금 왔는데 내쫓기라도 하려는 것이냐?” 그러자 송석석은 그녀의 품에 한참 안겨 있다가 고개를 들어 말했다. “외숙모를 보니 기뻐서 그러지요!” 남 씨는 송석석의 얼굴을 부둥켜안고 눈물을 주체할 수 없어 입술을 떨면서 웃었다. “외숙모가 우리 석석이 키 얼나나 컸는지 보자. 아이고, 나보다 키가 더 컸잖아!” 그녀가 눈물을 흘리자 송석석이 웃으며 말했다. “키가 안 클 리 있겠습니까? 내 나이가 몇인데!” 외숙모는 그녀의 볼을 꼬집으며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게. 다만 성장하는 과정이 너무나도 힘들었지.’ 송석석은 혀를 내밀며 사랑스럽게 웃었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심호흡을 하여 마음속의 괴로움을 달랜 후, 일부러 저택의 하인들이 물건을 옮기는 것을 보며 물었다. “이게 다 무엇입니까?” 그러자 남 씨가 말했다. “해마다 널 위해 준비한 생일 선물인데 이번에 오면서 모두 가져왔단다.” “이렇게나 많이 말입니까?” “많긴? 한 사람이 한 개씩 준비한 것인데 몇 년 동안 보지 못해 누적된 거란다.” 남 씨는 잠깐 멈칫하더니 눈가가 촉촉해져 있었다. “네 일곱째 외삼촌이 준 것도 있으니 어디 마음에 드는지 보려무나.” 송석석은 가볍게 대답하고 한참 후에야 감정을 추스린듯

    최신 업데이트 : 2024-11-19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25화

    사람을 보내 사여묵보고 오라고 한 후 남 씨가 말했다. “혜 태비가 황실에 산다고 들었는데 얼른 외숙모 데리고 태비에게 인사를 드리러 가자꾸나.” 송석석은 그제야 생각난 듯 말했다. “네, 갑시다.” 남 씨 가 저택에 들어올 때 혜 태비는 고 씨 유모에게 말을 들었지만 송석석과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니 분명 할 말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어, 그들에게 식사를 하러 나가지 않겠다고 분부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송석석과 시만자는 남 씨를 데리고 문안 인사를 올렸고 혜 태비는 아주 만족스러워했다. 그녀는 남 씨 집안의 딸이라 역시 가정교육이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남 씨가 인사를 올린 후 혜 태비가 그녀에게 앉으라고 했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이 많으셨지요?” 그러자 남 씨는 송석석을 힐끗 보더니 사랑이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서 전혀 힘들지 않았습니다.” 태비는 그녀 얼굴의 모성애가 뿜어 나는 것을 보고 그녀가 송석석을 아낀다는 것을 알지만 결국 한 마디 했다. “당신이 돌아온 것도 어떻게 보면 잘 된 일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회 왕비는 당신의 시누이니 당신이 형수로서 그녀에게 한마디 하십시오. 사람이 어리석어도 너무 어리석습니다.” 남 씨가 곤혹스러워하는 기색을 보이자 고 씨 유모는 회 왕비가 한 짓에 대해서도 말해주었다. 남 씨는 이미 란이의 일을 알고 있었지만 회왕 부부가 자신의 딸도 돌보지 않는 망나니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시만자도 옆에서 적지 않게 털어놓았고, 회 왕비가 송석석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싹 다 말했다. 그러자 남 씨는 화가 치밀어 올라 당장이라도 회 왕부에 가서 그녀를 찾아 결판을 내리고 싶었다. 송석석과 시만자는 회왕이 연왕과 결탁한 일을 숨겼었기에, 그녀는 회왕이 겁이 많고 나약하다고 생각이 들어 화가 더욱 치밀어 올라 욕설을 퍼부었다. 회왕은 친왕이라 욕할 자격은 없지만 회 왕비는 소 씨 가문의 아가씨이기에 형수로서 욕을 해도 아무도 감히 그녀가 무례하다고 말할 사람은

    최신 업데이트 : 2024-11-19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26화

    선물은 냉매원에 보내졌고 사여묵이 그녀를 도와 하나씩 가지런히 정리했다. 사여묵은 목욕을 마치고 방에서 송석석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는 오늘 형부에 가서 이방의 자백서를 보았다. 원래는 저녁에 그들이 이방을 심문하는 것을 보고 오려고 했지만, 진이가 사람을 보내 왕비의 친척이 진성에 왔으니 속히 황실로 돌아오라는 말을 전해 재빨리 돌아온 것이었다. 셋째 외숙모가 진성으로 돌아오자 그 역시 아주 기뻤다. 왜냐하면 협상하는 일에 황제가 그를 참여시키든 말든 그는 반드시 참여할 것이었다. 그땐 송석석을 돌볼 겨를이 없었지만, 만자와 외숙모가 송석석과 함께 있다면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예전 같았으면 그는 송석석이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믿었겠지만 이번 협상은 송 씨 가문의 몰락과 관련된 것이었고, 그녀의 마음속 가장 아픈 일이었기에 당분간 그녀가 많이 힘들어할 것이라는 것이라 생각했다. 발자국 소리를 들은 그는 엄숙한 표정을 거두고 환한 얼굴로 그녀를 맞이했다. “벌써 온 것이오?!” 송석석이 모자를 벗으며 말했다. “네, 외숙모께서 피곤하다고 하셔서 일찍 씻고 쉬라고 하셨습니다.” 송석석은 탁자 위에 놓인 선물들을 살펴보았는데 모두 아름다운 박스에 잘 포장되어 있었고, 누가 보냈는지도 적혀 있었다. 그녀는 찻상 위에 있는 일곱째 외삼촌이 보내온 네 개의 비단박스를 보더니 재빨리 눈길을 옮겼다. 그러자 사여묵이 물었다. “한 번 보겠소?” “지금은 보지 않겠습니다.” 송석석은 사여묵의 물음에 대답하고 보주에게 말했다. “보주야. 사람을 불러서 선물들을 창고에 따로 두게 하거라.” 보주는 들어오더니 머뭇거리며 물었다. “왕비님, 선물은 안 뜯어보십니까?” ‘예전엔 성릉관에서 선물을 보내오면 아가씨께서 기뻐서 바로 뜯었는데 이번에는 왜 뜯지 않는 것이지?’ 그러자 송석석은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는 듯 간단하게 말했다. “지금 피곤하니 일단 가지고 나가거라.”보주는 어쩔 수 없이 사람을 불러와서 일단 선물을 모두 창고

    최신 업데이트 : 2024-11-20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27화

    송석석은 목욕을 한 후 사람들을 물러나게 하고 사여묵의 어깨에 나른하고 힘없는 고양이처럼 기댔다. “오늘 당신이 형부에 갔다고 들었습니다.” “음, 그들이 이방을 심문하고 있길래 가서 자백서를 보았소. 아무리 보아도 같은 내용들뿐이라 오늘 밤에도 계속 심문할 것이라고 하오.” “자백할 건 모두 자백했습니까?” “우리가 아는 건 모두 자백했소. 하지만 자백에서 외조부에게 불리한 점이 있었던 탓에 그녀는 외조부의 명령에 따라 마을 백성을 학살한 것이라고 잡아땠소.” 그러자 송석석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그러니 이젠 말을 바꾸게 만들어야겠네요. 자백만 하게 해서는 안 되겠군요.” 사여묵이 말했다. “내가 요구하면 형부가 협조할 것이오.” “그녀가 외조부를 모함하는 건 명령을 받았을 뿐, 그녀는 주모자가 아닙니다.” 사여묵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자신이 주모한 것만 아니면 죽음을 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소. 하지만 걱정 마시오. 내가 그녀의 뜻대로 되게 두지 않을 것이니. 그녀 한 사람의 증거로는 확신할 수 없소. 성릉관 전장에서 외조부는 두 번이나 화살에 맞았는데 처음엔 그들이 도착한 전사였고, 두 번째는 그들이 녹분성으로 갈 때였는데, 외주부께서는 그땐 혼수상태였는데 어떻게 그녀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겠소?” “이제 급한 나머지 생각할 겨를도 없나 봅니다. 아무튼 어떻게든 그녀의 진술을 엎어야 합니다. 참, 그녀의 사촌 오라버니인 이천명은 데려갔습니까?”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모두 통제했소. 오늘 밤에 함께 재판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난 먼저 돌아왔소. 걱정하지 마시오. 형부의 사람들이 심문하고 있고 나도 내일 형부에 들를 것이오.” “네.” 송석석은 어쩌면 이천명 쪽이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녹분성에 있을 때 그들은 이방과 함께 있었다. 그러니 명을 받은 것인지 갑작스러운 결정인지 그들은 증언할 수 있을 것이었다. 다음날, 사여묵은 먼저 대리사에 들렸다가 형부로 갔다. 송석석은 궁에 들어가

    최신 업데이트 : 2024-11-20

최신 챕터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77화

    송석석와 시만자는 궁을 나선 후, 시만자는 공방으로, 송석석는 여학으로 각자 향했다.이미 전에 제자예에게 더는 수작을 부리지 말라고 경고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국태부인은 송석석를 보자마자 그녀가 제자예의 문제를 해결하러 온 것을 알고 말했다.“그 아이는 학문에 뜻이 없는 듯하니, 차라리 퇴학을 권하는 게 어떻소? 스스로 떠난다면 보기 흉하지 않을 것이오. 어쨌든 곧 혼사를 준비해야 할 아가씨지 않소.”국태부인은 제자예의 집안을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녀를 생각하며 말한 것이다. 만약 아군여학에서 쫓겨난다면 그녀의 명성에 큰 타격이 갈 것이 분명했다.국태부인은 여자아이들을 측은히 여기는 마음이 깊었다. 혼사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으면 평생 후회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송석석이 말했다.“국태부인,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선 그녀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부터 알아보고 이야기 해보겠습니다.”국태부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크게 잘못한 일은 아니오. 그 아이와 벗들이 수업마다 소란을 피우며, 특히 여옥 선생 앞에서 더욱 심했소. 이에 따라 다른 학생들의 불만도 커졌고, 여옥 선생도 꽤 곤란해하고 있소. 선생도 나이가 젊으니, 이런 문제를 처리하는 데 익숙하지 않나 보오.”송석석이 잠시 생각했다. 여옥 선생은 문제를 처리할 방법을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그녀 역시 단순한 학생들의 문제가 아니기에, 여학 자체를 흔들려는 의도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이런 것은 그녀가 섣불리 나설 수 없는 문제였다.송석석는 먼저 여옥을 찾으려 했지만, 마침 제자예가 그녀의 두 친구와 향회옥과 주창우와 안에 있는 모습을 보았다.놀랍게도, 그들은 사과하러 왔다.제자예가 앞장서서 고개를 숙이고 진심으로 뉘우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철이 없어서 여옥 선생께 폐를 끼쳤습니다. 모두 제 잘못입니다. 선생이 처벌을 내려도 달게 받겠습니다. 앞으로는 절대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입니다. 벌을 내려주십시오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76화

    황후는 급격히 화가 치밀어 올라 잔을 내던지며 말했다.“정말 눈엣가시구나! 항상 나의 계획을 방해하기만 한다.”그러자 궁녀 란주가 옆에서 말했다.“마마. 북명왕비는 태후의 명으로 여학을 설립하고 아군여학을 도맡은 이후로, 경중의 부인들 사이에서 칭찬받고 있습니다. 지금쯤 경성의 반이 되는 명문가 부인들이 그녀를 존경하고 있으니, 정말 쉽지 않은 상대입니다.”제황후는 순간 지난 동짓날이 떠올랐다. 그날 명부들은 하나같이 송석석을 극찬하였다. 심지어는 북명왕 부부의 금실을 감탄하거나, 그녀의 능력과 역량을 치켜세우며 여인의 모범이라 말했다.‘송석석이 여인의 모범이라면, 나는 황후로서 뭐란 말인가?’이런저런 생각에 그녀의 마음속에는 질투와 분노가 더욱 치밀어 올랐다.“태후께서 한때 이방을 여인의 모범이라 하셨는데, 이제 그 명성을 송석석이 차지하고 있으니, 불쾌하지도 않은 것이냐?”궁녀가 말했다.“마마, 그녀는 지금 돋보이게 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어 한창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금 시기에 그녀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만사가 극에 달하면 화를 입을 테니, 언젠가 그 관심이 화를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태후께서 그녀를 지키고 있으니, 그녀와 대립하지 않는 것이 현명합니다.”황후가 차갑게 말했다.“태후께서 그녀를 지키는 이유는, 그저 송석석 어머니와의 사소한 옛정 때문 아니겠느냐? 여학은 태후가 하자고 하신 일이지만, 폐하는 그다지 동의하지 않으셨다. 그저 효도를 위해 마지못해 허락한 것뿐이지. 여학을 도맡아서 대단한 줄 아는 모양인데, 송석석이 글이나 알고 있느냐? 정말 우습지 않은가? 태후는 여학을 중시하신다. 여학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해도 태후께서 그녀를 계속 지킬지 두고 보자.”란주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제자예 아가씨를 여학에 들여보내 선생들을 곤란하게 했던 일이 태후의 귀에 들어가지 않아서 다행이긴 하지만, 더 심한 일이 벌어진다면 정말 태후를 노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때는 폐하께서도 마마를 도와주시지 않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75화

    황후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태후마마께서 그 아이의 이름까지 기억하시다니, 참 그 아이의 복입니다. 예. 자예 동생은 올해 갓 성인이 되었고, 열다섯 살이 넘었습니다. 그래서 숙모가 자예의 혼사를 의논하려고 저를 찾아오신 겁니다.”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나도 들었다. 숙모는 광릉후의 셋째 아들을 마음에 들어 하신다지? 나도 특별히 알아보았더니 재능도 있고 인품도 좋아서, 훌륭한 배필이라 할 만하더구나. 게다가 나이도 비슷해서 아주 딱 맞다.”그러자 황후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태후의 날카로운 눈빛에 자신의 속셈이 전부 간파된 듯한 기분이 들어, 어떻게든 수습하기 위해 더듬거리며 말했다.“혼사는… 신중해야 합니다. 우린 그렇다고 쳐도, 제자예의 마음에 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말이 맞는다. 그래서 내가 직접 혼사를 정하진 않으마. 스스로 마음에 드는 상대를 찾게 하고 정말 마음에 든다면, 나에게 와서 혼사를 정해달라고 요청하게 하거라. 황후의 체면을 봐서라도, 내가 기꺼이 혼사를 내려줄 테니.”황후의 얼굴빛은 더욱 어두워졌다. 이는 분명 태후가 그녀가 혼사를 강요하지 못하도록 못을 박는 말이었다. 대체 누가 고자질을 한 것일까? 어제 금방 사람을 방씨 집안에 보냈고, 오늘 아침 오수인을 궁으로 불렀건만, 말 한마디 나누기도 전에 태후가 그녀를 불러서 경고했다. “딱히 다른 일은 없다. 그저 이번 일로 네 의견을 듣고자 해서 부른 것이니 돌아가 숙모께 전하거라. 네 동생이 스스로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을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이다. 혼사는 부모의 뜻만 따를 수는 없는 법이다.”태후는 황후를 돌려보냈다.황후는 자리에서 일어나 절을 하며 말했다.“예. 친정의 일로 태후마마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드리며,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란주는 황후에게 여우 털 외투를 걸쳐주었고 이내 두 사람은 함께 본청을 나섰다.황후가 떠나자마자, 송석석과 시만자가 병풍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74화

    연 공공은 어음과 차를 받고도 입을 꾹 닫고 있었다.“마마를 뵈면 다 알게 될 것이네. 고명 부인께서 어찌 예를 어기시겠는가?“집사가 웃으며 답했다.“예. 공공의 말이 일리가 있습니다.“비록 그는 웃는 표정을 짓고 있지만 속으로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정말 큰일이 아니라면 어찌 조금도 얘기를 알리지 않을까?송석석은 제자예가 소란을 일으켜서 오늘 여학에 가봐야 했다. 국태부인이 전날 밤 하인을 보내어 그녀에게 정리해 달라고 전했다.그녀가 막 문을 나서자마자 방씨 가문의 가마가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가마꾼들이 몹시 서두르는 걸 보니 급한 일이 있는 듯했다. 그녀는 걸음을 재촉하며 물었다.“방씨 가문에서 왔소?”가마 안에서 방 부인이 가림막을 걷으며 다급히 말했다.“왕비, 황후께서 숙모님을 궁으로 부르셨는데, 아마도 방시원과 제씨 가문 아가씨 제자예와의 혼사 때문인 듯합니다. 숙모께서 황후가 직접 명을 내리실까 봐 염려하셔서 도와달라고 하십니다.”송석석은 그 말을 듣고 다소 놀랐다.“제자예라면 아군여학의 그 제자예를 말씀하시는 겁니까?”“예. 어제 혼담을 보내왔지만, 숙모가 거절하셨습니다.”방 부인이 다급히 대답하자 송석석은 곧바로 상황을 이해하고 시만자를 불렀다.“태후께 문안을 드리러 궁에 가야겠다.”그렇게 두 사람은 말을 타고 궁으로 달려갔다.그 시각, 오숭인은 이미 마차에 올라 연 공공과 함께 궁으로 향하고 있었다.송석석와 시만자는 한발 먼저 도착해 태후를 찾아가 문안을 드렸다.태후는 평소 후궁들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매달 첫날과 보름에만 문안받았다. 그저 이른 아침, 숙청제가 문안을 드리고 갔을 뿐이다.송석석의 말을 들은 태후는 냉소하며 말했다.“함부로 혼담을 꺼내다니. 그녀의 속셈을 내가 모를 줄 아느냐? 제씨 가문은 분명 방시원의 병권을 빌려 큰 황자를 지원하려는 속셈이다.“큰 황자가 서우를 깔보고 난 후, 태후는 그에게 몹시 불만이었다. 아직 어리고 곁에서 스승이 가르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버릇없고 거만해 깔보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73화

    사여령은 새로 부임했을 때 아버지에 관한 질문을 받을까 봐 매우 두려웠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록 사여묵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물어보는 이조차 없어 점점 긴장이 풀렸다. 그 중 대리사 소경인 진이가 몇 마디 말을 건넸다. 그는 모든 일에 조언을 아끼지 않는 온화한 사람이었다. 사여령은 그에게 매우 감사하며, 모르는 것이 있으면 예의를 차리지 않고 바로 물었다.그는 태어나서 제대로 된 일을 해본 적이 없었기에, 감옥 관리자 일을 잘 수행해내고 싶었다. 그는 배워야 할 것도 많았고 수하의 옥졸들을 잘 관리해야 했으므로 매일 바빴다.사여묵은 진이에게 당분간 사여령에게 너무 많은 것을 묻지 말고 그가 제대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도우라 했다. 사여령이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지원해 주고, 작은 성취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후 스스로 판단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었다.동지가 지나고 나서부터 중매쟁이들이 방씨 가문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오수인은 방시원에게 부인을 찾아주고 싶어 했다. 자식 문제야 그렇다 쳐도, 그의 곁에서 그를 잘 챙겨줄 사람 한 명정도는 필요했다.오수인은 아들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살아 돌아온 후, 후손에 대한 기대는 크게 없었다. 오수인은 그저 아들이 평온하게 살아가길 바랐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왕청여 사건 이후, 그녀는 며느리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품성을 꼽았다.이전에 혼담이 오갔던 집안은 비록 6품 관원의 딸이었지만, 덕목과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하지만 왕청여와 노세진 사건이 터지면서 이 일은 무산되고 말았다.그 후 중매 얘기가 많이 들어오자, 그녀는 먼저 그들의 품성을 알아보고자 했는데, 그러던 중에 뜻밖에도 제씨 가문에서 먼저 혼담을 꺼낸 것이다.제씨 가문의 막내딸인 제자예는 갓 성인이 된 지 반년이 채 안 된 16세도 지나지 않은 나이었다.오수인은 그 얘기를 듣자마자, 품성을 알든 모르든 나이가 너무 어리다고 느꼈다.오수인이 원래 선택했던 아가씨는 모두 18세 이상이었다. 18세가 되도록 혼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72화

    노주라는 말 한마디에 사여묵과 송석석은 연회를 마치자마자 급히 북명황실로 향했다. 그들은 의사당에서 지도를 펼쳤다. 노주는 강남에 위치해 있고 당시 이왕의 봉지였다. 이왕은 문엄 황제의 형제였는데 오늘날은 진국장군이 되었다. 진국 장군은 봉호만 있을 뿐 병권은 없었다. 지금의 진국장군은 사청엽이었고 황가의 청짜 돌림이었다. 이제껏 조정의 봉록을 받고 살았지만 지금은 복지가 반 이상 줄었다고 했다. 전에 심사할 때도 그를 의심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노주는 비록 부유한 집안이긴 하지만 연주와 옹현에서 멀어 군대를 노주로 이동시키는 것은 꽤 곤란한 일이었다. 게다가 사청엽이라는 사람이 나쁜 일이란 나쁜 일은 다 하고 다녀 대대로 장악해 온 가업까지 망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예전에 그 사람에 대혼 조사에 따르면 그의 집에는 처가 32명이 있었고 미인 통방도 오 육십 명은 되었다. 그가 데려올 수 있는 미녀라면 사든 아니면 빼앗든 반드시 가져야 했다. 그래서 그는 현지 관아와도 관계가 좋지 않아 관아에서도 늘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1년 동안 그가 말썽을 일으키고 민녀를 강탈한 사건만 해도 수백 건이 넘었다. 하필이면 노주가 그의 봉지라 쫓아낼 수도 없고 맞서자니 아무리 그래도 진국장군이니 감히 그러지도 못했다. 그를 탄핵하는 상주서는 많지 않았다. 노주 지부가 3년에 한 번씩 바뀌는데 모두 황실의 체면 때문에 감히 보고도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황제가 황실이라고 방임하면 나중에 자신의 벼슬길에 영향을 미칠까 봐 모두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랬더니 그가 나쁜 짓을 하도록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이때 염 선생이 말했다. “그에게는 특징이 하나 있는데 바로 횡포하다는 것입니다.” 사여묵은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한 사람이 가난이 극에 달하면 당연히 돈을 벌 방법을 생각해 내겠지. 하지만 요 몇 년 동안 그가 노주에서 빈둥빈둥 지내면서 친구는 거의 없고 손에 실권이 없으니 돈을 벌 수도 없겠지. 조사해서 그의 개인 마을이나 산이 있는지 알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71화

    “여령아, 무릎을 꿇거라.” 영태비가 갑자기 목소리를 높여 사여령에게 말했다. “불효자식아, 어서 왕비에게 용서를 빌거라! 그녀는 너의 사촌 여동생이기도 하고 사촌 형수이기도 하다. 그녀가 너를 용서해야 하늘에 계신 네 어머니의 영혼에게 할 말이 있지 않겠느냐?” 사여령이 무릎을 꿇으려 하자 송석석은 그를 째려보며 말했다. “어디 한 번 감히 무릎을 꿇어보십시오.” 그녀의 차가운 말에 사여령은 굽으려던 무릎이 뻣뻣해졌다. 송석석은 영태비에게 말했다. “태비마마께서 다른 일이 없다면 저는 그만 물러나겠습니다.” 그녀는 말을 마치고 성큼성큼 밖으로 나가자 영태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왕비,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 손자와 손녀를 보호해 주게.” 송석석은 제 자리에 서더니 고개를 돌려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태비마마께서 정말 보살님이십니다. 하지만 저희 사촌 이모께서는 태비의 연민을 받아본 적이 없지요. 그러니 그들도 누군가의 연민과 보호가 필요 없을 것입니다.” 태비는 울며 소리쳤다. “왕비님, 아무리 그래도 친척인데 어떻게 상관하지 않을 수 있단 말입니까?” “그들이 나쁜 짓을 하지 않는다면 왜 보호가 필요하겠습니까? 황가의 자손이 거지라도 될 수 있단 말입니까? 태비마마께서 괜한 걱정을 하신 것 같습니다. 만약 태비마마께서 괜한 걱정을 한 것이 아니라면 이런 말을 내가 아니라 손자들에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송석석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성큼성큼 떠났다. 사여령은 쏜살같이 쫓아나가 그녀를 막았다. “사촌 동생아.” “당신이 내 사촌 이모의 친아들도 아닌데 사촌 동생은 무슨!” 송석석은 줄곧 사여령을 미워했다. 연왕에겐 아들이 세 명 있는데 가장 밉살스러운 것은 그가 아니었지만 첩이 낳은 아들이었다. 그래서 사촌 이모가 그를 키워줬는데 효의가 조금도 없다니. 살아있을 때 효도한 적도 없으면서 죽은 후에야 울고불고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사촌 동생. 나는 그저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을 뿐입니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70화

    말을 하고 있을 때, 영태비가 사적으로 사람을 보내 송석석을 초대했다. 송석석은 태후마마의 허락을 받은 후에야 그곳으로 향했다. 영태비는 문엄 황제의 빈이라 아들을 따라 봉지에 가서 복을 누려야 했지만 지금은 궁궐의 외딴곳에 홀로 남아 생활을 했다. 송석석이 고 공공을 따라 영수궁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설 분위기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고, 심지어는 몇 개의 전각이 아닌 하늘과 땅을 사이에 두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겨울이 되자 영태비의 병세가 악화되어 연왕의 아들인 사여령이 진성에 남았는데 오늘 입궁해서 조모의 곁을 지켰다. 송석석이 온 것을 보자 사여령은 일어나 인사를 했다. “왕비님, 오셨습니까?” 송석석은 그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큰 도련님도 계셨군요.” “네, 조모께 문안인사를 드리러 왔습니다.” 사 여령은 송석석 앞에서 감히 그녀의 눈을 쳐다볼 수 없어 고개를 숙였고, 송석석은 아랑곳하지 않고 영태비께 인사를 올렸다. 영태비는 등에 비단 베개 두 개를 받치고 침대에 기대 있었는데 안색이 노란 데다 푸르스름했고, 희끗희끗한 머리는 풀어헤친 채 계속 누워있었던 탓에 헝클어져 있었다. 그녀는 연신 기침을 하더니 송석석에게 말했다. “왕비, 어서 앉게.” 영태비는 말하는 속도가 아주 느리고 힘이 없었다. 궁녀가 의자를 가져와 침대 옆에 놓자 고 공공이 말했다. “왕비님, 앉으십시오. 태비마마께서 몸이 허약해서 말소리가 크지 않으니 가까이 앉으셔야 들을 수 있습니다.” 송석석은 태비마마께 감사를 표하고 자리에 앉아서 말했다. “태비마마께서는 좀 괜찮으십니까?” “아마도 낫지 않을 것이다.” 영태비는 말을 하며 입술에 립밤을 좀 발랐는데 혈색을 더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 창백해 보였다. 송석석은 영태비를 위로했다. “잘 치료한다면 금방이라도 괜찮아질 것입니다.” 전 중의 숯불은 아주 따뜻하게 타올라서 송석석은 조금 뜨겁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렇게 태우는데도 연기 한 점 보이지 않을 것으로 보아 좋은 숯임을 알 수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69화

    혜태비는 궁에 들어오자마자 덕귀태비와 제귀테비를 찾아가 정원을 노닐었다. 혜태비는 홍보석 장신구가 오늘 피부색을 잘 받쳐주어 모두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사여묵은 송석석과 함께 태후마마에게 문안을 드리러 태후전에 들어갔는데 많은 명부들 또한 때를 지어 태후에게로 왔다. 마침 방시원의 어머니인 오수인도 태후에게 인사를 드리러 궁으로 들어왔는데, 태후가 이렇게 많은 명부들 앞에서 방시원의 혼사를 물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 같았다. 오수인은 마음속으로 괴로움이 가득했지만, 감히 태후 앞에서 하소연하지는 못했다. “태후마마, 혼인을 조급해서는 안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자 태후도 한숨을 쉬며 말했다. “방시원이 고생이 많구나. 이유 없이 이런 일에 연루되고, 너희 집안은 더할 나위 없이 인자한데 하필이면 그 사람들 때문에 발칵 뒤집히다니.” 오수인은 그제야 태후께서 왜 갑자기 그 말을 물으셨는지 알았다. 알고 보니 방시원과 방 씨 가문을 위해서였다. 그녀는 감격에 겨워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아무래도 복이 천박한 것 같습니다.” 그러자 태후가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말거라. 그는 우리 상국의 훌륭한 장군이자 황은을 받들고 있는데 복이 천박하다니? 그의 운명은 분명 찾아올 것이다.” “예, 태후마마께서 좀 더 신경을 써주십시오.” 사건이 일어난 후 사람들은 다소 조롱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었는데, 지금 현장에 있던 명부들의 오수인을 보는 눈빛은 순식간에 달라져 있었다.하지만 태후께서 말씀을 하시니 상황이 달라졌다. 태후는 방시원을 상국의 훌륭한 장군이라고 평가했다. 여태껏 조정의 일에 참견하지 않았지만 이번만큼은 방시원을 위해서 나선 것이었다.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 총명한 사람이기에, 태후의 이 뜻을 알아듣지 못할 리 없었다.그러니 앞으로 아무도 감히 방 씨 가문을 무시하지도, 함부로 입에 담지도 못할 것이다.태후마마께서는 방시원의 얘기를 길게 하지 않고 다른 가문의 일도 물어보았다. 그리고 제대부인이 보이지 않자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