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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2화

작가: 유애
사실 사여묵은 항상 송석석이 말하는 사부님이 낯설었다.

그의 눈엔 사부님은 분수가 있는 분이었고 엄숙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방임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좋은 일이 있으면 제자들을 가장 먼저 생각하며, 감싸주기도 하였다.

석석이 말한 사숙님은 그의 사부였는데 변덕이 심하고 걸핏하면 벌을 주어 모두들 그를 두려워했다.

소 대장군은 그들을 바라보며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 한 명은 재미있고 한 명은 재미가 없는 것이냐?”

그러자 송석석이 말했다.

“그는 사숙님의 직계 제자라 사숙님께서 그에게 잘해주니 당연히 재미있었겠지요. 하지만 사숙님은 그에게만 잘해주고 우리에겐 무거운 벌만 주었습니다. 침착하고 듬직한 대사형도 사부님의 눈엔 차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소 대장군이 물었다.

“그럼 너희 둘이 사형제란 말이냐?”

그러자 송석석이 말했다.

“사여묵이 나보다 입문을 늦게 했으니 제가 사저입니다.”

그러자 소 대장군은 가볍게 농담을 던졌다.

“그럼 사제가 사저에게 잘해주느냐?”

그러자 송석석이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잘해줍니다.”

소 대장군은 사여묵을 깊이 들여다보았다. 남자들은 때로 말을 하지 않고 눈빛만 봐도 마음을 알 수 있었다.

예전에 성릉관에 있을 때부터 소 대장군은 석석이 재혼이라 북명왕이 그녀를 싫어하지는 않을까 걱정을 했었다.

사실 그는 북명왕이 왜 석석과 결혼을 하려고 하는지, 그중에 무슨 음모와 계략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 후, 서신을 통해 그들 부부의 감정에 대한 언급이 없고 모두 녹분성에 대한 이야기만 하자 그는 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여묵은 친왕인 데다 공까지 세웠으니 원하면 어떤 여자와도 결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황제폐하가 공을 꺼린다고 해도 그의 선택지는 여전히 많았다.

그는 사여묵이 송석석에게 감정이 있어서 그런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렇게 확정해 버리면 경계심을 잃어 혹시라도 송석석을 해칠 까봐 두려워서 줄곧 의심해 오기만 했다.

하지만 남자의 마음속에 한 여자가 있으면 어떤 모습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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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석석은 손가락으로 도자기 숟가락을 집어 들고 그릇을 살짝 부딪치며 말했다. “가끔은 울고불고하지 않는 게 더 아플 때가 있어.” “나도 나중에야 알았어.” 시만자는 일어나서 송석석을 꽉 껴안고 말했다. “그러니까 나도 줄곧 너의 곁에 있으면서 그날 청석샘에서의 순수한 송석석을 되찾을 수 있을 거야.” 송석석은 그녀를 살짝 밀어내더니 뜨거운 눈물을 닦아내며 말했다. “꼭 청석샘의 송석석이어야 하냐? 매화나무 아래에서 널 이긴 송석석은 안 되냐? 적염문 밖에서 널 이긴 송석석은 안 되냐? 산봉우리에서 널 이긴 송석석은……” 그러자 시만자는 이를 갈며 말했다. “그 입 다물지 못하느냐? 내가 만든 인생 오미국을 아직 충분히 마시지 못한 것 같으니 한 대야 더 퍼주마.” 그녀는 주먹으로 송석석의 어깨를 톡하고 때렸다. 송석석은 시만자의 소매를 당겨 눈물을 닦고 갑자기 그녀를 껴안더니 한참 동안 어깨를 부들부들 떨었다. 시만자도 눈물을 흘리며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마치 어릴 적 비무를 한 후 송석석이 진 그녀를 비웃고는 다시 와서 안아줄 때와 같았다. 한참 후에 송석석은 그녀를 놓고 다정하게 말했다. “고마워.” 시만자는 그녀에게 손수건을 건네며 말했다. “내 옷으로 눈물 콧물 다 닦지 말고 네 손수건 써.” 못난 손수건이 송석석의 손에 놓이자 그녀는 그만 웃음을 터뜨렸다. “이 손수건 내가 예전에 너에게 준 것 아니냐? 평시에도 가지고 다녔어?” 그러자 시만자는 다시 앉아서 코가 막힌 소리로 말했다. “아니, 예전에 네가 준 건 진작에 버렸지. 이건 국공부에 있던 재고품들인데, 보주에게 달라고 했어.” 송석석은 눈물을 훔치고 빨갛게 부어 눈은 방금 구워 낸 호두 같았다. “그걸 가져가서 뭐 하게? 국공부에 예쁜 손수건이 수두룩한데!” 그러자 시만자는 시무룩해져서 말했다. “왜냐하면 이 손수건들 만이 네가 나보다 못하다는 것을 증명해 주니까.” 그녀의 말에 송석석은 끝내 참지 못하고 환하게 웃었다. 문 밖에 있던 몽동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24화

    다음날 저녁, 셋째 외숙모인 남 씨가 진성에 도착하자 그녀는 아무 데도 가지 않고 먼저 황실로 왔다. 송석석은 당연히 그녀가 올 줄 알았지만 이렇게 일찍 올 줄은 몰랐다. 외조부께서도 적어도 며칠 후에야 찾아온다고 했었는데 말이다. 그래서 시만자가 펄쩍 뛰며 소식을 알리자 그녀는 벗었던 관복을 다시 입고 밖으로 뛰어 나갔다. 날은 아직 어둡지 않아 노을이 하늘가에서 옅은 주황색을 띠었다. 부드러운 노을빛 아래에서 남 씨는 사람들에게 물건을 내려놓으라고 지시했다. 송석석은 외숙모라고 외치며 그녀가 돌아보기도 전에 달려가 그녀를 안았다. 송석석의 품에 안기자마자 남 씨는 눈물이 솟구쳤지만, 이내 억누르고 코를 훌쩍이며 웃어 보였다. “왜 그러느냐? 외숙모 방금 왔는데 내쫓기라도 하려는 것이냐?” 그러자 송석석은 그녀의 품에 한참 안겨 있다가 고개를 들어 말했다. “외숙모를 보니 기뻐서 그러지요!” 남 씨는 송석석의 얼굴을 부둥켜안고 눈물을 주체할 수 없어 입술을 떨면서 웃었다. “외숙모가 우리 석석이 키 얼나나 컸는지 보자. 아이고, 나보다 키가 더 컸잖아!” 그녀가 눈물을 흘리자 송석석이 웃으며 말했다. “키가 안 클 리 있겠습니까? 내 나이가 몇인데!” 외숙모는 그녀의 볼을 꼬집으며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게. 다만 성장하는 과정이 너무나도 힘들었지.’ 송석석은 혀를 내밀며 사랑스럽게 웃었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심호흡을 하여 마음속의 괴로움을 달랜 후, 일부러 저택의 하인들이 물건을 옮기는 것을 보며 물었다. “이게 다 무엇입니까?” 그러자 남 씨가 말했다. “해마다 널 위해 준비한 생일 선물인데 이번에 오면서 모두 가져왔단다.” “이렇게나 많이 말입니까?” “많긴? 한 사람이 한 개씩 준비한 것인데 몇 년 동안 보지 못해 누적된 거란다.” 남 씨는 잠깐 멈칫하더니 눈가가 촉촉해져 있었다. “네 일곱째 외삼촌이 준 것도 있으니 어디 마음에 드는지 보려무나.” 송석석은 가볍게 대답하고 한참 후에야 감정을 추스린듯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25화

    사람을 보내 사여묵보고 오라고 한 후 남 씨가 말했다. “혜 태비가 황실에 산다고 들었는데 얼른 외숙모 데리고 태비에게 인사를 드리러 가자꾸나.” 송석석은 그제야 생각난 듯 말했다. “네, 갑시다.” 남 씨 가 저택에 들어올 때 혜 태비는 고 씨 유모에게 말을 들었지만 송석석과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니 분명 할 말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어, 그들에게 식사를 하러 나가지 않겠다고 분부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송석석과 시만자는 남 씨를 데리고 문안 인사를 올렸고 혜 태비는 아주 만족스러워했다. 그녀는 남 씨 집안의 딸이라 역시 가정교육이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남 씨가 인사를 올린 후 혜 태비가 그녀에게 앉으라고 했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이 많으셨지요?” 그러자 남 씨는 송석석을 힐끗 보더니 사랑이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서 전혀 힘들지 않았습니다.” 태비는 그녀 얼굴의 모성애가 뿜어 나는 것을 보고 그녀가 송석석을 아낀다는 것을 알지만 결국 한 마디 했다. “당신이 돌아온 것도 어떻게 보면 잘 된 일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회 왕비는 당신의 시누이니 당신이 형수로서 그녀에게 한마디 하십시오. 사람이 어리석어도 너무 어리석습니다.” 남 씨가 곤혹스러워하는 기색을 보이자 고 씨 유모는 회 왕비가 한 짓에 대해서도 말해주었다. 남 씨는 이미 란이의 일을 알고 있었지만 회왕 부부가 자신의 딸도 돌보지 않는 망나니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시만자도 옆에서 적지 않게 털어놓았고, 회 왕비가 송석석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싹 다 말했다. 그러자 남 씨는 화가 치밀어 올라 당장이라도 회 왕부에 가서 그녀를 찾아 결판을 내리고 싶었다. 송석석과 시만자는 회왕이 연왕과 결탁한 일을 숨겼었기에, 그녀는 회왕이 겁이 많고 나약하다고 생각이 들어 화가 더욱 치밀어 올라 욕설을 퍼부었다. 회왕은 친왕이라 욕할 자격은 없지만 회 왕비는 소 씨 가문의 아가씨이기에 형수로서 욕을 해도 아무도 감히 그녀가 무례하다고 말할 사람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26화

    선물은 냉매원에 보내졌고 사여묵이 그녀를 도와 하나씩 가지런히 정리했다. 사여묵은 목욕을 마치고 방에서 송석석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는 오늘 형부에 가서 이방의 자백서를 보았다. 원래는 저녁에 그들이 이방을 심문하는 것을 보고 오려고 했지만, 진이가 사람을 보내 왕비의 친척이 진성에 왔으니 속히 황실로 돌아오라는 말을 전해 재빨리 돌아온 것이었다. 셋째 외숙모가 진성으로 돌아오자 그 역시 아주 기뻤다. 왜냐하면 협상하는 일에 황제가 그를 참여시키든 말든 그는 반드시 참여할 것이었다. 그땐 송석석을 돌볼 겨를이 없었지만, 만자와 외숙모가 송석석과 함께 있다면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예전 같았으면 그는 송석석이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믿었겠지만 이번 협상은 송 씨 가문의 몰락과 관련된 것이었고, 그녀의 마음속 가장 아픈 일이었기에 당분간 그녀가 많이 힘들어할 것이라는 것이라 생각했다. 발자국 소리를 들은 그는 엄숙한 표정을 거두고 환한 얼굴로 그녀를 맞이했다. “벌써 온 것이오?!” 송석석이 모자를 벗으며 말했다. “네, 외숙모께서 피곤하다고 하셔서 일찍 씻고 쉬라고 하셨습니다.” 송석석은 탁자 위에 놓인 선물들을 살펴보았는데 모두 아름다운 박스에 잘 포장되어 있었고, 누가 보냈는지도 적혀 있었다. 그녀는 찻상 위에 있는 일곱째 외삼촌이 보내온 네 개의 비단박스를 보더니 재빨리 눈길을 옮겼다. 그러자 사여묵이 물었다. “한 번 보겠소?” “지금은 보지 않겠습니다.” 송석석은 사여묵의 물음에 대답하고 보주에게 말했다. “보주야. 사람을 불러서 선물들을 창고에 따로 두게 하거라.” 보주는 들어오더니 머뭇거리며 물었다. “왕비님, 선물은 안 뜯어보십니까?” ‘예전엔 성릉관에서 선물을 보내오면 아가씨께서 기뻐서 바로 뜯었는데 이번에는 왜 뜯지 않는 것이지?’ 그러자 송석석은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는 듯 간단하게 말했다. “지금 피곤하니 일단 가지고 나가거라.”보주는 어쩔 수 없이 사람을 불러와서 일단 선물을 모두 창고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27화

    송석석은 목욕을 한 후 사람들을 물러나게 하고 사여묵의 어깨에 나른하고 힘없는 고양이처럼 기댔다. “오늘 당신이 형부에 갔다고 들었습니다.” “음, 그들이 이방을 심문하고 있길래 가서 자백서를 보았소. 아무리 보아도 같은 내용들뿐이라 오늘 밤에도 계속 심문할 것이라고 하오.” “자백할 건 모두 자백했습니까?” “우리가 아는 건 모두 자백했소. 하지만 자백에서 외조부에게 불리한 점이 있었던 탓에 그녀는 외조부의 명령에 따라 마을 백성을 학살한 것이라고 잡아땠소.” 그러자 송석석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그러니 이젠 말을 바꾸게 만들어야겠네요. 자백만 하게 해서는 안 되겠군요.” 사여묵이 말했다. “내가 요구하면 형부가 협조할 것이오.” “그녀가 외조부를 모함하는 건 명령을 받았을 뿐, 그녀는 주모자가 아닙니다.” 사여묵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자신이 주모한 것만 아니면 죽음을 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소. 하지만 걱정 마시오. 내가 그녀의 뜻대로 되게 두지 않을 것이니. 그녀 한 사람의 증거로는 확신할 수 없소. 성릉관 전장에서 외조부는 두 번이나 화살에 맞았는데 처음엔 그들이 도착한 전사였고, 두 번째는 그들이 녹분성으로 갈 때였는데, 외주부께서는 그땐 혼수상태였는데 어떻게 그녀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겠소?” “이제 급한 나머지 생각할 겨를도 없나 봅니다. 아무튼 어떻게든 그녀의 진술을 엎어야 합니다. 참, 그녀의 사촌 오라버니인 이천명은 데려갔습니까?”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모두 통제했소. 오늘 밤에 함께 재판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난 먼저 돌아왔소. 걱정하지 마시오. 형부의 사람들이 심문하고 있고 나도 내일 형부에 들를 것이오.” “네.” 송석석은 어쩌면 이천명 쪽이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녹분성에 있을 때 그들은 이방과 함께 있었다. 그러니 명을 받은 것인지 갑작스러운 결정인지 그들은 증언할 수 있을 것이었다. 다음날, 사여묵은 먼저 대리사에 들렸다가 형부로 갔다. 송석석은 궁에 들어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28화

    저택에 돌아왔을 땐 시만자와 보주는 이미 서우를 데려와 외숙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송석석은 사람을 시켜 마차를 준비하고 일전에 준비한 비단이불과 옷, 그리고 은탄과 상처를 치료하는 약을 마차로 옮기라고 했다. 양마마는 몇 가지 떡을 만들었는데 대장군이 성릉관에서 돌아올 때마다 먹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엄청 많이 만들어서 3단 도시락마저도 가득 찰 정도였다. 그리고 태후의 명으로 남 씨도 함께 갔다. 복공공과 황실의 마차는 거의 동시에 도착했는데 그는 근용위를 지휘하며 물건을 들여보냈다. 복공공은 그곳에서 며칠을 묵어야 하기에 그중 어떤 옷들은 그의 것이었다. 그는 눈치가 빨라 그들이 모이는 것을 방해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황제폐하의 당부도 가져왔는데 태후의 사람이 지키고 있으니 누가 감히 안심하지 못하겠는가? 소 장군은 서우를 보고 기뻐하며 허리를 굽혀 서우를 안으며 말했다. “묵직한 게 잘 먹었나 보구나.” 그러자 서우는 활발한 표정으로 말했다. “서우는 많이 먹은 덕분에 키도 많이 컸습니다.” 마차에서 내리기 전에 송석석은 그에게 좀 더 즐겁게 해서 증조할아버지를 안심시키라고 했다. 소 대장군은 웃으며 물었다. “무술은 좀 익혔느냐?” 그는 천천히 서우를 내려놓고 일어설 때 손으로 허리를 받쳤는데, 그 모습을 본 송석석은 그의 몸도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증조 할아버지, 서우는 아직 무술을 연마하지 않았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서우의 다리가 다 낫지 않았다며 뼈가 모두 제자리를 찾아 안정되어야 무술을 연마할 수 있다고 하셔서요.”그러자 소 대장군은 마음 아픈 눈빛을 하며 걱정했다. “그래. 그럼 지금은 열심히 공부를 하고 다리가 다 나으면 무술을 연마해서 몸을 튼튼하게 하거라. 우리 서우는 공부도 잘해야 하고 무술도 잘해야 한다. 머리가 총명하고 강건한 신체와 정신이 있어야 만이 국공부를 지탱할 수 있지 않느냐?” 그러자 서우는 고분고분 답했다. “증조할아버지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소 대장군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29화

    그러자 사여묵이 말했다. “진실하지 않은 진술을 황제폐하께 올려서 뭐 합니까? 황제폐하께서도 보고 찢어버릴 것입니다. 이택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지만 이미 여러 날을 심문했는데도 그녀는 말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그녀의 생명에 위험할 수 있어 중형도 사용 못하니 아무리 심문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자 사여묵이 말했다. “그럼 계속하십시오. 이 대인도 알지 않습니까? 반드시 그녀에게 말을 바꾸게 해야 합니다. 주요 책임은 소 대장군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녀에게 있습니다. 정 안 되면 전북망을 불러 심문해 보십시오.” 그러자 이택은 크게 놀랐다. “그게…… 황제폐하께서는 전 대인을 심문하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를 끌어들일 생각도 없으신 것 같았습니다.” “소 대장군까지 연루되었는데 그가 연루되지 않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황제폐하께서 심문하라는 말은 없었지, 심문을 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리지는 않지 않았습니까?” “심문하지 말라는 명령은 없었지만 그를 잡으시겠다는 말씀도 하시지 않았습니다.” 사여묵이 그를 답답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그를 잡아오는 게 아니라 공손히 모셔오면 되지 않습니까? 녹분성의 작전은 그가 도맡았으니 그를 불러 몇 마디 물어보는 게 무슨 문제가 있다는 말입니까? 황제폐하께서 책임을 묻는다면 내 뜻이라고 하십시오.” 이택은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전엔 북명황실에서 황제폐하의 의심을 살까 봐 일부러 많은 일들을 회피해 왔는데, 지금 간섭을 하질 않나, 전북망을 불러 심문하라고 하질 않나. 갑자기 황제폐하의 의심이 두렵지 않아 진 것인가?’ 그는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전 황야님께서 너무 지나치게 간섭하지 말라고 충고하고 싶습니다. 새로운 진술이 나오면 바로 왕야님께 알리겠습니다.” 사여묵은 그를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이 상서가 내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 것 같습니다. 내 말은 이방이 진술을 바꾸지 않으면 전북망을 데려와 물으라는 뜻이었습니다.” 이택은 의혹스러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30화

    황실 서재. 숙청제는 차를 들고 컵 뚜껑으로 가볍게 쓸더니 한 모금 마신 후에야 사여묵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대리사도 형부와 함께 이 사건을 수사한 줄은 몰랐군. 내가 그런 지시를 내렸었나? 아니면 사온의 역모사건을 조사할 것이 없어 형부를 도와 사건을 처리하려는 것이느냐?” 질문을 하는 것 같았지만 말투는 꽤 언짢았다. 과거 형제간의 묵계에 따르면, 이럴 때 사여묵은 죄를 고하고 물러나서 두 사람의 평안함과 형제간의 화합을 유지해야 했다. 그래서 숙청제는 말을 마친 후 천천히 차를 마시며 그가 무릎을 꿇고 죄를 고하기를 기다렸다. 그는 이미 사여묵이 참고 양보하는 것에 습관이 되었다. 하지만 이번에 사여묵은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사죄를 하지 않았다. “황제폐하, 전북망은 녹분성을 이끄는 장군입니다. 녹분성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그와 상관이 없을 리 없습니다.”숙청제는 잠깐 멈칫하더니 화가 치밀어 오른듯 찻잔을 어안 위에 힘껏 내려놓았고, 오대반은 놀라서 얼른 무릎을 꿇었다. 숙청제의 말투에는 노여움이 더해져 있었다. “넌 남강을 수복한 원수였으니 내가 묻겠다. 이런 큰 재앙이 일어났는데 전북망에게 책임을 묻는다고 성릉관 주장인 소승이 책임을 면할 수 있다고 보느냐?” 사여묵은 노기가 어린 황제의 눈동자를 마주하며 대답했다. “그럴 수 없습니다.” 그러자 숙청제가 말했다. “그렇다면 왜 한 사람을 더 끌어들이려는 것이냐? 서경에서 사자를 보내 이 일을 심문하기 전에 난 이 일을 제기하고 싶지 않았고 소승과 이방에게 벌을 줄 생각도 없었단다. 지금 하는 모든 일은 다 서경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왕비의 전 부군이니 나도 네가 그를 싫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해는 하지만 넌 상국의 친왕이자 관리로서 대국을 위해 생각할 줄 알아야 하지 않느냐? 미워하는 사람 따위 때문에 나에게 반항까지 하다니, 정말 실망스럽구나.”사여묵은 비굴하지 않고 꿋꿋이 말했다. “내가 이렇게 하는 건 사적인 원한과 무관하며, 전북망이 녹분성으로 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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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400화

    이튿날 아침, 송석석은 경위부로 돌아갔는데, 회왕비가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이번에 회왕이 진성으로 잡혀왔을 때, 그의 아들은 아직 잡히지 않았기에 목종욱은 여전히 병사들을 이끌고 회왕의 아들을 수색하고 있었다.회왕비는 자신의 아들도 왕표처럼 요참형에 처형당할까 봐 걱정되어 급하게 송석석을 찾아온 것이다.사실 전에 회왕이 진성으로 압송되었을 때에도 회왕비가 란이를 찾아가 송석석에게 도움을 청해보라고 시켰지만 란이는 단호하게 거절했었다. 심지어 송석석 앞에서 단 한번도 언급한 적이 없었기에, 송석석도 석소 사저를 통해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이었다.회왕비가 재빨리 송석석에게 다가가 조급한 표정으로 말했다.“석석아! 이모가 너에게 부탁할 일이 있어. 일단 조용한 데 가서 얘기 좀 할까?”“지금 처리할 일이 많아서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송석석이 돌아서서 떠나려고 하자 회왕비는 얼른 두 팔을 활짝 벌려 다시 그녀의 앞을 막았다.“몇 마디만 하면 돼. 네가 네 사촌 오라버니를 좀 살려주면 안 돼? 네 사촌 오라버니는 아무 잘못이 없어. 걔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어. 전부 걔 아버지 때문에 벌어진 일이야. 제발 네가 좀 구해줘!”송석석은 눈시울이 붉어진 회왕비를 보며 예전에 외할아버지가 진성으로 돌아와 관아에 갇혀 있었을 때 회왕비가 단 한번도 외할아버지를 보러 가지 않았던 일이 떠올랐다.송석석은 이기적이고 냉정하며 나약한 회왕비와 단 한 마디도 섞고 싶지 않았으며 회왕비를 슬쩍 피해 경위부 안으로 들어갔고 경위대에게 회왕비를 쫓아내라고 지시했다.이때 등 뒤에서 회왕비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석석아, 너 어찌 이리 인정머리가 없을 수 있느냐? 네가 어렸을 때 이모가 너에게 얼마나 잘해줬는데 벌써 다 잊은 거야?”송석석이 뒤도 안 돌아보자 회왕비는 더욱더 큰소리로 외쳤다.“송석석, 네 어머니는 나를 제일 사랑하고 아꼈다! 네가 날 이렇게 모른 척하면 분명 네 어머니 상심이 클 것이다!”자신의 어머니가 언급되자, 걸음을 멈춘 송석석은 싸늘하게 굳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399화

    한편, 송석석은 서재에서 편지 한 장을 쓴 뒤, 편지를 염구진에게 주면서 사람을 시켜 남강에 있는 사여묵에게 전달하라고 했다. 송석석은 현재 남강의 상황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빅토르는 병사들만 끌어 모을 뿐 공격도 하지 않고 물러서지도 않은 채 대치를 하고 있었다. 빅토르가 시간을 끌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남강 전쟁에 참여하겠다고 황제에게 먼저 얘기한 빅토르는 전쟁을 이기지 못하면 군령에 의해 처벌을 받겠다는 서약서까지 썼지만 사청엄이 반역에 성공하지 못했기에 빅토르에게 성을 나눠줄 수 없었고 빅토르도 공을 세울 수 없었다.이대로 섣불리 자신의 나라로 돌아갔다가 자신이 쓴 서약서 때문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빅토르는 초원과 연합하여 자신의 퇴로를 확보하려고 했지만 초원은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초원은 애초부터 전쟁을 싫어했을 뿐만 아니라 중간에 끼어 마음을 졸이면서 어렵게 생존하고 있었기에 반드시 중립을 유지해야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만약 둘 중 한 나라를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면 초원은 반드시 상국을 선택할 것이다.전에 사제가 송석석에게 보낸 서신에 의하면 남강 병사들은 빅토르를 확실하게 공격하여 다시는 전쟁을 일으킬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만들 거라고 했다.송석석이 생각에 잠겨 있었던 그때, 시만자가 문을 두드렸다.“석석아!”“들어와.”송석석의 말에 시만자가 최숙심과 함께 방으로 들어왔다.“최씨께서 너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고 하셔서 모시고 왔어.”최숙심은 한걸음 앞으로 다가가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왕비님, 그동안 신경 써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제가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까요?”송석석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농담을 던졌다.“전 여색을 즐기지 않으니 몸으로만 갚지 않으시면 됩니다.”송석석은 분위기가 무거워지는 게 싫어서 농담을 하자, 흠칫하던 최숙심도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시만자는 잠깐 앉아있다가 왕경루로 가야 한다고 방을 나섰다. 종문파와 시씨 가문 사람들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398화

    오후 3시 정각, 커다란 판대기가 처형장에 올라왔다. 철로 만들어진 판대기는 매우 단단했으며 상국에서 요참형에 쓰이는 유일한 판대기였기에, 오랫동안 방치되어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었다.문엄 황제 때 요참형이 너무 잔인하다는 평가가 많았기에 죄가 아무리 중한 범인이라고 해도 요참형을 내리지 않았다.하지만 이 형이 현재까지 폐지되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반역자에게 겁을 주기 위한 것이다.요참형을 처형할 때 백성들에게 보여주지 않는 게 원칙이지만 국정을 어지럽히고 역적들과 손을 잡고 나라를 배신한 건 역천 대죄이기에 이러한 방식으로 반역의 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들에게 겁을 주려고 했다.왕표는 이내 입고 있던 옷이 전부 벗겨졌고 관원 부하 두 명이 왕표를 판대기에 눕혀 어깨를 꾹 누른 뒤 꿈쩍도 못하게 제압했다.공포에 질린 왕표는 순간 정신을 잃은 채 기절했고 망나니가 대도를 치켜 들자 대부분 사람들이 급하게 고개를 돌렸다.구경꾼들과 달리 영군오아과 연왕 등 사람들은 전방을 직시하게 고정되어 있었기에 고개를 돌릴 수 없었고 눈을 꼭 감은 채 온몸을 덜덜 떨었다.연왕은 그 중에서 가장 겁이 많은 사람이었다. 망나니가 대도를 든 순간 눈을 꽉 감은 연왕은 심지어 비명까지 질렀다.하지만 겁을 먹은 사람들과 달리 추몽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전방만을 직시했다.망나니의 대도가 왕표의 허리를 자른 순간에도 추몽의 표정은 한 치의 변화도 없었다.왕표에 이어 고청우가 처형당할 때에도 그는 눈을 피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주변의 비명소리나 흐느끼는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 듯 왕표와 고청우가 발버둥 치다가 완전히 의식을 잃을 때까지 빤히 지켜 보았다.한편, 왕청여는 왕표가 처형되기 전에 노부인을 데리고 이미 처형장을 떠났고, 최숙심은 처형이 끝나고 나서도 여전히 남아 있었다.최숙심은 결국 왕표가 처형당하는 모습을 보지 않았다. 눈을 꼭 감고 있다가 주변에 모여 있던 백성들이 왕표가 죽었다는 말에 그제야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가족들이 시체를 거둬가지 않으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397화

    경위대가 노부인과 최숙심 그리고 왕청여를 처형장 안으로 호송했고 다리에 힘이 쫙 풀린 노부인은 온몸을 덜덜 떨면서 눈물을 줄줄 흘렸다.“이 멍청한 놈아! 넌 우리 집안 조상님들과 네 아버지의 얼굴을 보기 창피하지도 않아? 이제 하늘나라로 가면 어떻게 마주하려고 이런 짓을 저지른 거야!”그러고는 노부인은 엉엉 울면서 왕표의 뺨을 강하게 내리쳤다.한편, 감당할 수 없는 공포에 영혼이 나간 왕표는 어머니를 보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소리를 질렀다.“어머니, 저를 구해주세요! 제발 저를 구해주세요! 전 이대로 죽고 싶지 않다고요!”“네가 이렇게 큰 죄를 저질렀는데 내가 무슨 수로 너를 구해? 황제 폐하께서 너를 얼마나 중히 여기고 믿어줬는데 네가 어찌 이런 배은망덕한 짓을 저지른단 말이냐!”“어머니, 저 정말 잘못했어요. 제 죄를 다 뉘우쳤어요. 다시는 그러지 않을 거예요! 나라를 위해 목숨 걸고 싸울게요. 제발 이 아들을 살려주세요!”왕표가 오열했지만 노부인은 그저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이때, 곁에 서있던 최숙심이 직접 만든 음식과 술을 꺼내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당신과 나 사이에 부부의 연은 끝났지만 어머님과 아이들은 제가 잘 돌볼게요. 그러니 걱정 말고 떠나세요.”왕표는 담담하게 말을 하는 최숙심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네가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와! 서방을 배신한 천박한 년! 감히 나에게 부부의 연을 운운해?”“그래요. 저희는 이제 부부가 아닙니다. 그러니 앞으로 각자 갈 길을 가는 게 좋겠지요.”“나쁜 년!”왕표가 잔뜩 분노한 목소리로 외치자, 이를 들은 백성들이 너도나도 최숙심을 불쌍하게 여겼다. 평생 전전긍긍하면서 왕표를 위해 아들과 딸을 낳고 집안일을 처리하면서 시부모에게도 최선을 다했는데 결국 저런 말을 듣다니.뒤로 한 걸음 물러난 최숙심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편, 고청우는 왕씨 가문의 일에 전혀 관심이 없었으며 모여 있는 백성들을 자세하게 쓱 훑었다. 이제 곧 죽을 텐데 정말 아무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396화

    그렇게 한참 지나고 나서야 눈물을 그친 노부인은 결국 왕표를 구하는 일은 포기했지만, 그의 형이 집행되기 전에 최후의 만찬을 직접 먹일 것이라고 고집을 부리기 시작했다. 노부인의 눈은 퉁퉁 부었고, 목소리도 심하게 갈라져 있었다.“형이 집행되기 전에 범인은 가족들을 마지막으로 한 번 만날 수 있다는 걸 알아. 그러니까 이것만 하게 해줘. 아들이 마지막으로 배불리 먹고 길을 떠날 수 있게 해줘.”노부인은 다시 최숙심을 쳐다보며 말을 이어갔다.“며느리 너도 자식이 있으니 부모의 마음을 이해할 거야. 세상 사람들 눈에 걔가 백 번 죽어 마땅한 나쁜 놈이라고 해도 나에게는 그저 한없이 어린 아이일 뿐이야.”한참동안 침묵하던 최숙심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어머님, 형이 집행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만난다는 게 뭘 의미하는지 아시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집행장에서 아들이 요참형을 당하는 모습을 정말 직접 보실 수 있으시겠습니까?”노부인은 온몸을 덜덜 떨면서 대답했다.“네가 가서 북명 왕비에게 부탁을 좀 해보거라. 난 감옥에 가서 아들을 만나고 싶다.”노부인의 말에 고청락이 어이없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참 말씀을 쉽게 하시네요. 어머님께서 부탁하면 왕비님께서 무조건 그 부탁을 들어줘야 하시는 겁니까?”“어머님, 전 그런 부탁을 드릴 수 없습니다. 이 일은 왕비께서 결정할 수 있는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최숙심이 대답하자 노부인은 잠시 고민하다가 입술을 꽉 깨문 채 말했다.“집행장이라도 갈 것이다. 절대 내 아들을 굶겨서 하늘나라로 보낼 수는 없어.”“어머니, 오라버니는 안 굶어요. 형이 집행되기 전에 감옥에서 오라버니에게 맛있는 밥을 준비해줄 거예요. 심지어 술도 준비해준다고 들었어요.”왕청여의 말에도 노부인은 끝까지 고집을 부렸다.“그건 달라!”최숙심이 계속 한숨을 살짝 내쉴 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곁에서 지켜보던 모종윤이 고청락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그렇게 시간이 흘러 집행 당일 날이 되었고, 하늘은 한없이 맑았다.문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395화

    궁으로 들어가 황제에게 자초지종을 보고하자, 최숙심의 딱한 사정을 운운하면서 그녀의 선한 마음씨 또한 찬양했다.그녀의 삶도 이토록 엉망진창인데 힘든 사람들에게 죽도 나눠주고 갈 곳 없는 여인들을 소주방에서 지내게 도와준 사실들을 일일이 읊으면서 감탄했다. 솔직히 숙청제에게는 지금 최숙심처럼 백성들을 교화할 수 있는 모범적인 사람이 필요했다. 때문에 바로 어명을 내려 그녀에게 순금 백 냥과 집 한 채까지 하사했다. 그리고 유방 당했던 왕씨 가문 남자들도 남강 전쟁만 끝나면 북명왕과 함께 진성으로 돌아오는 것에 허락했다.그렇게 최숙심은 죽을 고비를 넘어 인생 역전까지 이뤄냈다!한편, 왕표에게는 요참형이 내려졌고 역적과 손잡고 왕표를 선동한 고청우에게도 똑같은 형을 내렸다. 그러자 숙청제는 예전에 고씨 가문 여인들을 살려준 일이 후회되었다. 고청우를 진작 감옥에 가뒀다면 남강에 이렇게 큰 화란이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니 말이다.이후 숙청제는 척귀에게 걱정되니깐 암자에 가끔 가보라고 했는데, 이는 실은 감시하기 위해서였다. 송석석은 척귀를 보자마자 황제가 무슨 걱정을 하고 있는지 바로 알아차리고는, 사람을 보내 고씨 여인들에게 고청우의 형이 집행될 때 고청우와의 옛정 때문에 잘못된 행동을 저지르지 말라고 확실하게 당부했다.한편, 소주방에 있는 노부인은 자신의 아들인 왕표가 결국 체포되었고 요참형을 받는다는 소식에 큰 충격을 받은 채, 죄 없는 왕청여와 최숙심에게 손가락질을 하면서 갖은 욕설을 퍼부으며 화풀이를 했다. 노부인은 두 사람이 어떻게 가족이며, 서방인 왕표를 배신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점점 더 흥분하다가 결국 최숙심과 왕청여의 뺨을 강하게 내리쳤다.그리고는 지금 당장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왕표를 구해내라고 억지를 부렸다.최숙심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노부인에게 노여움을 풀라고 빌었지만, 노부인은 오히려 점점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최숙심도 더 이상 참지 못해 벌떡 일어나 주막에서 칼을 가져오더니 바닥에 툭 던졌다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394화

    왕표는 중범죄자이기에 바로 대리사로 이송되어야 하지만, 송석석은 그를 일단 경위부로 압송했다. 경위부에서 심문을 마친 후, 어전에 보고를 올리며 최숙심의 공을 황제에게 잘 얘기한다면,왕준과 현이 하루 빨리 진성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더군다나 고청우도 아직 경위부에 갇혀 있기에 왕표와 고청우가 만난다면 더욱 많은 일들을 알아낼 수도 있었다.그렇게 고청우와 왕표는 같은 곳에 갇혔으며, 중간에 나무 울타리 하나를 세워 두 사람을 갈라놓았다.고청우와 왕표가 서로 눈이 마주치자, 표정이 순식간에 바뀌었으며 왕표가 먼저 이를 갈면서 마구 소리를 질렀다.“천박한 놈! 결국 네 놈 꼴도 이렇게 되었구나! 드디어 벌을 받은 게야!”그러자 고청우가 실눈을 살짝 뜨며,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비아냥거렸다.“내가 천박한 년이면 왕표 너는 뭔데? 나도 벌을 받았지만 너도 결국 이렇게 갇혀 있잖아! 넌 뭐 다를 것 같아?”“이게 다 네 놈 때문이야!”왕표가 울타리 사이로 손을 뻗어 고청우를 잡으려고 허우적거렸고 뒤로 살짝 물러난 고청우는 오아표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코웃음을 쳤다.“버러지 같은 놈!”“네 놈이 감히…! 지금 뭐라고 했느냐! 네 놈이 역적과 손잡고 날 꼬셔서 야반 도주하게 만들지 않았다면 난 지금 남강 원수의 신분으로 잘 살고 있었을 거야! 절대 이런 꼴을 당할 리 없었을 거라고!”왕표가 씩씩거리며 소리를 지르자 고청우가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널 꼬셨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 넌 결국 죽음이 두려워서 그런 선택을 한 거야. 넌 내가 무엇인가 노리고 접근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잖아. 그런데 내가 아이까지 낳으니 이제 날 곁에 묶어 둘 수 있겠다고 확신한 거지. 이 세상 모든 여자들이 네 본처처럼 아이들을 위해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줄 알아? 가족애라는 건 이 세상에서 가장 우스운 거야. 그딴 걸로 날 묶어 둘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멍청한 놈! 내가 널 버리고 갈 때 분명하게 얘기했잖아. 넌 무능하고 무술 실력도 보잘것없는데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393화

    한편, 송석석은 시만자를 데리고 일반 손님으로 위장한 채 직접 보화사로 향했다. 보화사에 도착한 뒤 절을 올리고 초를 꽂고는 주지 스님을 찾아 신분을 밝힌 뒤, 여람 스님에 관해서 물었다.주지 스님은 바로 지객 스님을 불러왔다. 각지 스님들이 보화사에 찾아와 며칠 묵고 갈 때마다 지객 스님이 그자들을 모셨기 때문에 자세한 상황을 제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보화사는 진성 3대 절 중의 하나일 정도로 꽤 유명했기에, 매년 보화사에 찾아와 경을 들으면서 며칠동안 이곳에 묵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많아도, 실제로 이곳에 머물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었다. 지객 스님은 여람 스님에 대해 인상이 꽤 깊었다. 수련의 경지가 그리 높지 않았기에 원칙대로라면 이곳에서 지낼 수 없는데 몇 년 전부터 남강에서 죽은 이의 영혼들을 제도했기에 그 자비로운 마음을 높이 평가하고 덕행도 많이 쌓았기에 지객 스님은 의례적으로 여람 스님을 받아준 것이다.“며칠동안 매일 여람 스님께서 밖에 돌아다니셨습니다. 진성 내에 전란이 일어나 사상자가 많았기에 여람 스님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죽은 이들의 영혼을 제도하느라 고생이 많았습니다.”지객 스님은 여람 스님을 매우 좋게 평가했다. 송석석은 그런 지객 스님의 말을 조용하게 듣고 있을 뿐, 반박하지는 않았다.그러고는 지객 스님에게 여람 스님을 만나보고 싶다고 얘기하며, 여람 스님을 존경하는 마음에 돈을 기부하며 여람 스님을 위해 따로 절 하나를 지어주고 싶다는 말도 함께 전해달라고 했다.한편, 지객 스님은 송석석과 시만자의 신분을 알지 못했지만, 두 사람이 수수한 옷차림과 달리 기품이 넘쳐 흘렀기에 모 훈작 세가의 부인이나 아가씨일 것이라고 추측해,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왕표에게 말을 전했다.왕표는 자신을 찾아온 자가 있다는 말에 흠칫 놀랐다가 절을 만들어주며 돈까지 기부하겠다는 소식에 바로 표정이 환하게 바뀌었다.평서백이었던 왕표는 가문의 번영을 위해 절에 돈을 기부하는 명문 가문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렇게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392화

    이내 표정을 숨긴 최숙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얼른 가십시오. 돈을 구하면 바로 서방님을 찾으러 가겠습니다. 아, 그리고 요즘 진성 순찰이 삼엄하니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마십시오.”왕표는 자신을 걱정하는 최숙심의 말을 듣자, 그녀가 밖에서 아무리 대단한 여인이라고 불려도 결국 자신에게 만큼은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뿌듯함에 경계심이 완전히 풀렸다.“최대한 3일 안에 마련해주면 고맙겠소.”그러자 최숙심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대꾸했다.“그건 안 됩니다. 지금 상황이 어려운데, 어떻게 3일 안에 그 큰돈을 마련할 수 있겠습니까?”“우리 딸 지아가 지금 북명 황실에서 지내고 있지 않소? 그러니 난 부인이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믿소. 부인의 소식을 기다리겠소. 그리고 내가 부인을 찾아왔다는 말은 아무한테도 하지 마오. 어머니와 왕청여한테도 얘기해서는 안 되오!”말을 마친 왕표는 삿갓을 쓰고는 돌아서서 빠르게 떠났다.표정이 확 어두워진 최숙심은 그를 얼른 따라갔지만 골목 밖에도 순찰하는 경위대가 보이지 않았기에 섣불리 소리를 지를 수도 없었다.왕표는 궁지에 몰린 순간 백성들을 인질로 잡아 어떻게든 진성을 벗어나려고 할 것이고 만에 하나 왕표가 진성을 빠져나가게 되면 그를 찾아내는 건 더 어려워질 것이다.최숙심은 빠른 걸음으로 소주방에 돌아와 석소를 구석으로 불렀다.“석소 아가씨, 얼른 왕비에게 찾아가서 왕표 그자가 보화사에 여람 스님 신분으로 위장하여 숨어있다고 전하시오.”“네, 지금 바로 다녀오겠습니다.”그렇게 석소가 돌아서서 소주방을 떠나려던 그때, 최숙심이 그를 불러 세웠다.“잠깐만요! 왕비님께 너무 대놓고 보화사에 왕표를 잡으러 가지는 말라고 전해주세요. 저에게 거짓말을 한 것일 수도 있으니 일단 몇 사람만 데리고 가서 상황만 파악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전하세요.”현재 수색이 삼엄해서 왕표는 더 이상 도망갈 곳도 없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조심해야 한다. 이는 최숙심이 공을 세울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고 단번에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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