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의 모든 챕터: 챕터 891 - 챕터 900

1177 챕터

제891화

상대는 회왕부의 무상 선생이었지만, 그의 복장이 왕부에 있을 때와 달랐고, 얼굴도 익숙하지 않았다. 그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손을 모아 인사했다. “장군님, 어머님과 민씨의 일에 대해 들었습니다. 삼가 애도 드립니다.”여전히 낯선 사람인 탓에 전북망은 거리를 두었다. “고맙소. 허는 성함을 밝히지 않으신다면 이만 가보겠소.”무상이 대답했다. “소인은 만씨로 회왕부의 가신입니다. 회왕비께서 위로차 소인을 보냈습니다. 허나 장군님과 송 대감의 사이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서둘러 방문하기 어려웠습니다.”전북망은 회왕부의 사람을 몇 명 보았기에 만씨 성을 가진 관리가 있다는 것은 알고있었고, 눈앞의 그가 바로 그 사람 같았다. 그에게선 학자의 기품이 느껴졌는데 아무리 봐도 관리처럼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왕부의 가신인 만큼 분명 학자의 신분은 틀림없을 것이다.그는 회왕비가 그를 직접 찾아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해 복잡한 감정이 마음속에 교차했다. “회왕비에게 고맙다고 전해주시게. 내 부족함으로 인해 송 부인과 회왕비의 기대를 저버렸으니.”“다과점으로 자리를 옮겨 이야기를 나누면 어떻겠습니까? 회왕비께서 전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고 하십니다.”전북망은 결혼식 날 성릉관에 갔고 그 후 이혼했지만 회왕비는 송석석을 돕지 않았다.그래서 그는 무의식적으로 회왕비에게 호감을 느낀 것이었다. 게다가 회왕부는 진성에서 항상 저자세로 지내왔기에 몇 번의 교류는 문제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좋소. 그렇게 하지.” 전북망이 말했다.사방에선 많은 숨겨진 눈들이 그들이 다과점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무상은 전북망을 바라보았다. 사실 이전부터 그는 항상 그의 동태를 살펴보았고 계속해서 사람을 보내 관찰하고 있었다. 한 해가 지나자 전북망은 한층 더 여윈 탓에 얼굴은 각이 졌고, 눈빛도 이전보다 훨씬 침착하고 진지해졌다.하지만 무상은 약간 실망했다. 전북망의 얼굴에선 이전같은 적개심이나 숨겨진 야망의 기미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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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2화

전북망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 비록 그가 어전시위령을 맡은 기간이 짧았지만 황제가 어전시위를 독립시키려는 의도는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황제는 북명왕을 두려워하기에 송석석에게 모든 안전을 맡기지 않을 것이다. 그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소. 나는 어머니의 상을 치러야 하니 효는 지킬 것이오.”무상은 미소를 지으며 직접 차를 따르더니 조용히 말했다. “왕야께서 도와주실 수 있습니다.”그 말에 전북망은 약간 놀랐다. ‘회왕은 진성에서 거의 아무와도 교류가 없는데 그가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단 말이지? 어쩌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죄책감 때문인 걸까?’그는 절대 어리석지 않았다. 회왕이 도움을 줄 수 있더라도 그로 인해 자기가 그의 하수인이 될 것을 알았다. “만 관리, 효를 지키는 건 조상 대대로의 규칙이오. 황제가 특별히 명령하지 않는 한, 나는 조정의 핵심 인물도 아니고 국경을 지키는 원수도 아니라는 말이오. 게다가 황제께서 나를 꼭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오.”무상은 웃으며 말했다. “장군님께서는 스스로를 너무 과소평가하십니다. 비록 장군님께서 여러 번 황제를 실망시켰지만 황제께서는 여전히 기회를 주고 싶어 합니다. 그 이유를 아십니까?”전북망은 그 이유가 궁금했다. “그게 뭐란 말이오?”“그것은 장군님께서 북명왕에게 원한이 있기 때문입니다.” 무상이 설명했다. “현갑군은 본래 사여묵이 지휘했고 대리사를 맡은 후에도 여전히 지휘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조정의 많은 관료들은 여러 직책을 맡고 있지만 왜 황제가 송 대감을 현갑군 지휘관으로 임명했겠습니까?”전북망은 곰곰이 생각했지만 여전히 명확하게 알지 못해 반문했다. “연유가 무엇이란 말이오?”무상은 그의 경계를 무시한 채 직설적으로 말했다. “현갑군의 수장을 교체하는 것이 불만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 군대는 사여묵이 선발하고 육성한 것이니까요. 만약 사여묵의 지위가 송석석으로 교체된다고 해도 어차피 그들은 부부 관계니까 쉽게 받아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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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3화

그의 깊은 눈 속에서 느껴지는 음모의 기운에 전북망은 소름이 돋았다. ‘장공주의 반란 사건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는데 황제 곁에 사람을 심으려 한다니.. 회왕이 겁이 많다는 게 정녕 사실이란 말인가? 그는 도대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는 거지?‘ 전북망은 자신의 주제를 잘 알기에 본인은 절대 두 얼굴을 가진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특히 황제 곁에서 그런 역할을 한다는 것은 목숨이 열 개라도 모자랄 일이었다. 그는 즉시 일어나서 말했다. “만 관리, 내가 집안에 급한 일이 있어서 이만 실례하겠네.” 말을 끝낸 그는 바로 돌아서서 떠났다.무상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더니 표정이 점점 진지해졌다. ‘정말로 큰 뜻이 없단 말인가? 어전시위령의 의미를 모르는 걸까?’그 직책은 황제의 심복 친위대보다 더 중요한 것이었가에 전북망은 확실히 야망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에게 접근하기 전, 만 관리는 전북망에 대해 충분히 조사했는데, 장군부의 명예를 되찾고 싶어 하던 전북망이 3년 동안 효를 지키는 것에 만족할 리가 없었다. 혹시 누군가가 먼저 그에게 접근한 것일지도 모른다. 전북망이 효를 지켜야 한다는 걸 아는 사람이 있었으니 먼저 행동에 나서는게 이상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요즘 그를 주시한 바 따르면, 설 연후에 그는 경위부의 훈련장 외에는 별다른 곳에 가지 않았다고 했다. 게다가 집안에 상이 있어 다른 사람을 방문할 수도 없었고 방문하는 사람도 없었다. 평서백부 외에는 말이다.그러면 혹시 평서백부일까? 하지만 그럴 리는 없었다. 왕표는 남강에 있고, 왕준은 쓸모없는 인물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여인일 뿐인데 어찌 그를 도울 수 있겠는가. 무상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어쩌면 전북망은 회왕부의 능력을 믿지 않는 것일 수도 있었다. 어쨌든 수년간 회왕은 그저 움츠러든 거북이에 불과했으니깐. 이렇게 된 이상 다른 방법이 없다. 장공주가 끌어모은 대신들은 이제 모두 물러났으니 그렇다고 연왕부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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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4화

이틀 후, 심청화는 평무종이 보낸 전갈을 가지고 어두워진 얼굴로 사여묵을 찾아왔다.“서경 황제가 상국에 사자를 보낼 것이니 곧 국서가 도착할 것이다.” 사여묵의 얼굴도 같이 어두워졌고, 결국 올 것은 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월이 지나기도 전에 숙청제는 어전시위의 독립을 발표했다. 이로써 어전시위는 송석석의 관할을 받지 않으며 어전시위령은 여전히 전북망이 맡게 되었다. 전북망은 믿을 수 없어 만 관리와의 만남을 떠올리며 속으로 의심했다. 정말 회왕부가 그를 도와주는 것인지 말이다. 만약 그렇다면 그의 복직은 위험할 수도 있었다. 그는 딱히 상의할 사람이 없어 돌아가서 왕청여에게 말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든 상관없어요. 그저 제자리로 돌아가면 됩니다. 이제 어전시위는 송석석의 관할도 벗어나니 이건 좋은 일이죠.” 하지만 전북망은 심각하게 생각했다. “아니오. 어쩌면 음모가 있을지도 모르오. 폐하께 이 사실을 알리고 싶소.” 왕청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정신이 어떻게 되신 겁니까? 폐하께 말하면 오히려 부군을 파면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평생 자리도 못 잡을 거란 말입니다. 어전시위령은 고사하고 심지어 경위 자리조차 어려워질 겁니다.” 전북망은 침묵했다. 그 역시 그런 걱정이 있는 건 마찬가지였다. “절대 말하면 안 됩니다. 회왕부가 당신을 도와주려는 것은 송석석과의 이혼 때문이지요. 괜히 부군에게 미안함을 느끼고 그러는 겁니다.” 전북망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닐 것이오. 회왕비가 미안함을 느낀다 해도 송석석에게나 느끼는 것이지, 어찌 나한테 느낀단 말이오? 송석석에게 상처를 준 건 나인데 말이오.” “부군!” 그의 말을 들은 왕청여는 눈을 둥그렇게 뜨며 화를 냈다. “됐습니다.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도와주든 상관없이, 회왕은 야망이 없는 사람이니 반란을 꾀할 리가 없습니다. 그러니 부군을 도와주려는 건 나중에 부군에게 도움을 받기 위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것도 말이 안 되오. 내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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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5화

숙청제와 조정의 문무백관 앞에는 두 가지 선택만이 남아 있었다.첫 번째는, 민간인 학살 사건을 전면 부인하고 부정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원래 이 사건을 몰랐던 것처럼 행동하며 국서를 받은 뒤 서경의 조사를 협조하고 처벌할 인물을 처벌해 사태를 수습함으로써 국위 회복에 나서는 것이다.국서에는 국경 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었으므로 이 사안은 신중히 다뤄져야 했다.서경은 국서를 통해 직접 고발했기 때문에 충분한 증거가 있었다. 게다가 서경 내에서 이 사건에 대한 여론이 이미 많이 일어난 상황이기도 했기에 만약 책임을 회피한다면 전쟁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았다.두 번째 선택을 하게 된다면, 처벌할 인물은 반드시 처벌해야 했다.결정을 내린 후, 황제와 목승상은 잠시 눈을 맞추었고, 다른 이들은 조용히 침묵한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 사안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소 대장군을 소환해 처벌해야 했다.하지만 소 대장군은 평생 전쟁을 해온 인물로 문제가 발생한 당시에도 진압 작전에 참여했으며 남강 전선에서도 싸웠고 야심 가득한 유목민까지 물리쳤다. 그러다 마지막엔 청릉관을 수비하였다. 게다가 아들들도 전장에 나가 몇 명은 이미 목숨을 잃었다.돌아오는2월 19일은 그의 칠순 잔치지만 그 나이에 아직도 국경을 지키고 있는 무장은 오직 소 대장군뿐이다. 그런데 누가 감히 그를 소환해 처벌하라고 입을 열 수 있을까?결국 황제는 시선을 사여묵에게로 돌렸다. “북명왕, 그대는 남강의 원수였으니,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황제가 왜 갑자기 북명왕에게 질문하는지 몰라 모두가 당황했다. 북명왕비는 소 대장군의 외손녀로 그가 만약 소 대장군을 소환하자고 한다면 부부 사이가 틀어질 것이 아닌가?순간 이덕회는 동정심이 솟구쳐 올라 빠르게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 “폐하, 신은 소 대장군을 소환하여 이 사건을 조사하실 것을 건의합니다. 청릉관의 지휘는 소 대장군의 양자 소 삼랑에게 맡기는 것이 좋겠습니다.”그는 병부 상서로 황제는 응당 먼저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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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6화

형부시랑은 직접 사람을 거느려 장군부로 향했다. 그들은 이방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장군부를 먼저 포위했다. 이로 인해 왕청여는 크게 놀라 문희거에 숨어 나가지 못하다가 이방을 체포하러 온 것임을 알고서야 조심스럽게 모습을 드러냈다.이방은 바로 상황을 눈치채고 검을 든 채 길상거 복도에 섰다. 차가운 바람이 그녀의 망가진 반쪽 얼굴을 스쳤고 주변은 고요함이 감돌았다. 그녀는 길상거로 침입한 관리들을 바라보며 검을 휘둘렀다.“이방, 어서 손을 들고 항복하거라!” 길상거 밖의 형부시랑 주창이 큰 소리로 외쳤다.“전북망은 어디 있소?” 이방이 냉담하게 물었다. 그녀는 전북망이 복직한 사실을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전북망은 이 사실을 그녀에게 알리지 않았다.주창은 그녀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더 엄숙하게 말할 뿐이었다.“반항하지 않는 게 좋다. 장군부는 이미 포위됐다.”그러자 이방은 검을 자기 목에 대고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 “전북망을 부르시오!”그녀가 항복하지 않자 왕청여는 장군부에 해가 갈까 걱정되어 소리쳤다. “이방, 그러지 말거라!”이방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여전히 주창에게 말했다. “물어볼 말이 있으니 전북망을 불러주시오. 나는 어차피 죽을 목숨이오. 차라리 빨리 죽는 게 고통을 덜 받는 길이지 않겠소?”주창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가 지금 죽어서는 안 된다.그녀는 서경 사자의 분노를 견뎌야 했고 설령 죽더라도 사자 앞에서 죽어야 했다.“이방, 네가 죽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이렇게 죽으면 너의 부모와 가족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니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말거라.”“부모와 가족?” 이방은 싸늘하게 웃었다. “그들은 나를 한 번도 걱정한 적 없소. 게다가 떠도는 헛소문에 그들은 바로 진성을 떠나버렸소. 그들이 날 여식으로 생각지 않으니 그들의 죽음은 나와 상관없는 일이오.”왕청여는 분노로 손가락이 떨렸지만 길상거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 “어쩜 그리 독한 것이냐?”이방은 목에 검날이 긁히며 피가 흐르기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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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7화

전북망은 급히 장군부로 돌아왔다. 주창이 소식을 전할 때 그는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는 이방의 성격을 너무 잘 알았다. 그녀는 비록 모순적이고, 강인하지만 두려움이 많기에 절체절명의 순간까지 발버둥을 칠 것이고, 절대 쉽게 항복하지 않을 것이다.그녀와의 감정이 이미 사라진 지금 이방이 생존을 위해 무엇을 할지 전북망은 정말로 알 수가 없었다. 최근 그녀는 진성을 떠나고 싶어 했지만 길상거를 나서는 것이 두려웠다. 암살 사건이 그녀를 겁먹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이방이 미리 준비할까봐 염려되어 서경 사자가 요청한 일을 미리 알리지 않았다. 길상거에 도착한 전북망은 목에 검을 대고 있는 이방의 모습을 보자마자 마음이 무너졌다. “이방, 검을 내려놓으시오!”이방은 표정이 싸늘했고 두 개의 눈동자가 날카로운 검처럼 날아왔다. “전북망!”왕정도 두 명의 금군을 데리고 도착하자마자 전북망을 막았다. “너무 가까이 가지 마십시오.”전북망은 복잡한 눈빛으로 왕정을 바라보았다. 그는 왕정이 걱정하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이방, 주 대인과 함께 형부로 가시오.” 전북망은 왕정을 사이에 두고 이방을 설득했다. “일을 번거롭게 만들지 마시오. 조사에 협조하면 형부는 부인을 괴롭히지 않을 것이오.”“헛소리!” 이방의 눈에서 매서운 불꽃이 튀었다. “괴롭히지만 않는다면 저는 차라리 장군부에 있는 것이 좋습니다. 전북망, 한 가지만 여쭙지요. 부군은 지금 나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습니다. 그렇지요?”그러자 전북망은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 “이건 우리 둘의 사적인 일이오. 먼저 형부의 조사에 협조하시오.”이방은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협조? 좋습니다. 서방님이 직접 나를 직접 끌어가세요. 어차피 어전시위령이잖습니까?”전북망은 움직이지 않아 이방의 분노는 점차 가라앉았고 곧 슬픔이 스며들었다. “서방님, 우리는 함께 성릉관 전장에서 싸우며 죽음을 넘나들었습니다. 녹분성으로 가는 길에 나에게 뭐라고 했는지 기억하십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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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8화

이방은 두 손이 뒤로 묶였고 엎어질 때 자갈에 얼굴이 긁힌 탓에 몇 군데에 피가 흘렀다. 그녀는 전북망을 한 번 쳐다보았는데 그의 눈에는 실망이 가득했다. 곧이어 그녀는 다시 송석석을 향해 노려보았다. 송석석이 입고 있는 관복은 그녀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었는데, 이제 그녀는 그것을 만질 기회조차 없어졌다.송석석은 채찍을 거두고 이방 앞에 섰다. 서로 눈이 마주치는 순간, 하나의 눈빛에는 원망과 증오가 가득 차 있었고 다른 눈빛엔 감정을 숨기지 못한 분노로 가득했다. 송석석은 이번에 이방에 대한 증오를 숨기지 않았다. 부모의 위패 앞이기에 그녀는 어느 정도 이런 감정들을 억누르려고 했지만, 오늘은 그 증오를 억제할 수 없었다. 이방은 그녀의 가족을 해쳤고 외할아버지까지 끌어들였다. 이 원한은 결코 풀 수 없다.이런 증오 앞에서 이방의 질투와 달갑지 않은 마음은 아주 하찮게 보였다.그녀는 눈을 돌려 전북망을 바라보았는데, 이번에는 진정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전북망은 복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아까 왕정에게 자신을 일부러 막게 했을 때 실제로는 그가 먼저 왕정을 막고 있었다. 이방이 자신을 인질로 삼는 것은 무의미하지만 형부시랑을 인질로 삼으면 모든 관리들이 물러날 것이었다.그는 이방의 의도를 단숨에 파악했으며 둘 사이에는 여전히 마음이 통했다. 성릉관에서의 1년 동안 그와 이방은 함께 전투를 겪었다. 이 묘한 일치는 마음이 통했던 시절의 연장선이었다. 이방은 그에게 만약 그녀가 위험에 처한다면 그는 어떻게 할 것인가고 물은 적이 있었고 그는 모든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녀를 구하고 심지어 목숨을 희생할 수도 있다고 대답했다. 지금도 그는 그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설령 그 대가가 관직을 잃는 것이라 하더라도 말이다.하지만 송석석의 출현은 그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그는 이방에 대한 약속을 지키고 싶었으면서 왜 송석석와의 약속은 지키지 못한 것일까? 마음이 복잡해지며 발목에 느껴지는 통증이 그를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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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9화

송석석이 있는 자리에서 이러한 모욕을 당하자 왕청여는 서서히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왕정, 말조심 하거라! 네가 금군 통령이 되었다고 대단해진 줄 아느냐? 너의 통령은 결국 여인에게 지배당하고 말 것이다."왕청여는 왕정이 자존심이 강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한때 그가 송석석에 대해 불복했던 사실도 알기에 일부러 송석석 앞에서 그들의 불화에 대해 언급하며 그를 모욕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도 모르는 것이 있었다.시만자를 사부로 맞은 후, 왕정은 자기 사부가 매산에서 어떻게 송 대감에게 무력으로 제압당했는지 여러 번 들었다. 또한 송석석과의 대결을 통해 과거의 자기가 얼마나 오만했던지 깨닫게 되었다.왕정은 헛웃음을 지으며 비꼬듯 말했다. "내가 금군 통령이 된 것은 대단한 일이지. 꼬우면 너도 한번 해보던지 그러느냐! 여인이라서 안 된다는 말은 하지 말거라. 송 대감님은 네 부군을 관리한 적도 있고 이제는 내 상관이기도 하다. 내 능력이 부족하다는 건 인정하지만, 너는 인정하느냐? 여인에게 지배당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란 말이냐? 집에서는 누구나 아내에게 지배당하는 법인데, 그러는 넌 전북망을 지배할 수 있느냐?"왕청여는 얼굴이 푸르게 변했지만 왕정과 논쟁이 불리하다는 것을 느끼고 여전히 멍한 표정인 전북망을 향해 소리쳤다. "왜 가만히 있는 겁니까? 저 말에 화가 나지도 않습니까?"하지만 전북망은 그저 송석석을 바라보기만 했다. "나는…""잠시 사적인 질문을 해도 될까요?" 송석석이 그의 말을 끊고 물었다.전북망은 고개를 끄덕였고 얼굴이 약간 창백해졌다. "좋소. 편전으로 모시겠소.""왜 단둘이 간다는 겁니까?" 왕청여는 위기감을 느껴 급히 물었다. "여기서 못할 말이 무엇입니까? 제가 들으면 안 되는 연유라도 있습니까?"송석석은 왕청여를 바라보며 말했다. "왕정도 들을 수 있는 이야기 입니다."왕청여는 단독 대화가 아니라고 하니 그제야 조금 안심했다. 적어도 사적인 일은 아닐 테니 말이다. 장군부의 편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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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0화

전북망은 잠시 회상에 잠겼다. "녹분성에서 곡식을 태우자는 것은 내가 제안한 것이오. 그 당시 서경은 연속으로 패배하고 있었고 철수할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오. 소육야는 우리와 서경은 언제나 이렇게 소규모의 전투를 진행했고 진짜 싸움이 시작되면 서로 자제를 할 것이니 서경이 철수하면 우리가 쉬워진다고 했소. 헌데 서경이 갑자기 강력한 공세를 퍼부었고 소육야는 그 전투에서 부상을 당했지…""틀렸습니다." 송석석은 다시 그의 말을 끊으며 반문했다. "장군님이 성릉관에 처음 갔을 때 제 삼촌은 전란 속에서 팔을 절단했습니다. 그때 전투 상황이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증명하는 것이지요. 양측이 서로 자제를 한다면 증원도 필요 없을 것입니다."전북망이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자제해 오다가 그런데 왜 갑자기 치열해졌냐면, 수란키가 전선에서 철수하고 수란석이 전장에 나와 지휘하게 되었기 때문이오. 그는 수란키의 아우인데 매우 잔인하고 용맹했소. 이전의 수란키 전술을 변경해 적을 압박하고 경계를 설정하려고 했었지.""그 당시 남강 전투는 중요한 상황이었고 성릉관에서 군대를 파견했기 때문에 수란석이 빈틈을 타고 들어온 것이오. 그래서 폐하께서 내게군대를 지원하라고 한 것이고, 이것은 알아보기만 하면 바로 알 수 있는 것이오."송석석은 진작부터 이를 알고 있었기에 전북망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니까 서경이 퇴각할 거라 생각할 때 수란키가 전장에 돌아왔다는 것입니까?""맞소." 그는 소 대장군과 함께 모여 논의했던 것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때 소육야는… 아니, 소 육대장군은 수란키의 전술이 항상 그러하다며, 큰 싸움을 원하지 않으며 많은 인명을 희생하기 싫다고 하셨지. 게다가 우리도 손해를 보지 않아 그저 지키기만 했소. 허나 수란키가 갑자기 수란석으로 바뀌더니 강력한 공격을 퍼부어 우리를 당황하게 만든 것이오."송석석은 곧바로 그의 말을 듣고 분석했다. 수란석이 전투를 지휘할 때, 수란키는 서경의 태자를 전장에서 막기 위해 돌아가야 했고 그때 서경 황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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